이야기는 이러하다. 당삼장 사부와 세 제자, 모두 네 사람이 소서천을 벗어나 흔쾌히 길에 올랐다. 한 달 남짓한 길을 지나는 동안, 마침 봄이 깊어 꽃이 피어나는 무렵이라, 여러 곳 원림이 모두 짙은 녹음으로 어두워진 것을 보았고, 한바탕 비바람이 지나가니 다시 또 황혼이었다.
삼장이 말고삐를 죄며 말했다. “제자들아, 날이 이미 저물었는데, 어느 길로 가서 하룻밤 묵을 곳을 구한단 말이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사부님, 마음을 놓으시옵소서. 묵을 곳을 빌릴 데가 없다 하여도 저희 세 사람에게 재주가 조금씩은 있사오니, 팔계더러 풀을 베라 하고 사화상더러 소나무 가지를 꺾으라 하시면, 노손이 목수 노릇을 할 줄 아니 이 길 위에 초가 암자 하나를 얽어 세우겠나이다. 그리하면 족히 한 해 남짓은 머물 수 있사온데, 무엇을 그리 서두르시나이까?” 팔계가 말했다. “형님, 이런 곳이 어찌 사람이 머물 자리란 말이오!
산에는 호랑이와 표범과 이리와 독충이 많고, 온 땅에는 이매망량이 들끓거늘, 대낮에도 오히려 가기 어려운데, 캄캄한 밤에야 어찌 감히 묵을 수 있겠소?” 행자가 말했다. “이 멍청이야, 갈수록 퇴보하는구나! 노손이 허풍을 떠는 게 아니니, 이 몽둥이 하나만 손에 쥐고 있으면 하늘이 무너져 내린다 해도 떠받칠 수 있느니라!”
사부와 제자들이 이렇게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는데, 홀연 멀지 않은 곳에 산장 하나가 보였다. 행자가 말했다. “잘되었다! 묵을 곳이 생겼구나!” 장로가 물었다. “어디 있느냐?” 행자가 가리키며 말했다. “저 나무 숲 속이 인가가 아니시오? 우리가 가서 하룻밤을 빌려 묵고, 내일 아침 일찍 길을 떠나면 되지 않소.” 장로가 흔쾌히 말을 재촉하여 장원 문 밖에 이르러 말에서 내렸다. 보니 섶으로 엮은 사립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장로가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문 열어 주시오, 문을 열어 주시오.” 안에서 한 노인이 손에 명아주 지팡이를 끌고, 발에는 부들신을 신고, 머리에는 검은 두건을 쓰고, 몸에는 소복을 입은 채 문을 열고서 곧 물었다.
“누가 여기서 큰 소리로 떠들며 부르느냐?” 삼장이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몸을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 “노시주께서, 빈승은 동토에서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가라는 분부를 받고 가는 자이옵니다. 마침 귀지에 이르렀사온데 날이 저물었으므로 특별히 존부를 찾아와 하룻밤을 빌려 묵고자 하오니, 부디 편의를 베풀어 주시옵소서.” 노인이 말했다. “중이여, 그대가 서쪽으로 가려 한다지만, 이는 갈 수 없는 노릇이로다. 이곳이 바로 소서천이니, 대서천에 이르려면 길이 몹시 멀고, 앞으로 가는 일의 어려움은 말하지 않더라도, 이곳 하나만으로도 이미 넘기 어렵도다.” 삼장이 물었다. “어찌하여 넘기 어렵다 하시나이까?” 노인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사는 이 마을에서 서쪽으로 삼십 리쯤 가면 희시동이라는 골짜기가 하나 있고, 그 산 이름이 칠절산이로다.”
삼장이 말했다. “무엇을 칠절이라 하시나이까?” 노인이 말했다. “이 산의 지름이 팔백 리나 되고, 산 가득 감나무 열매뿐이로다. 옛말에 감나무에는 일곱 가지 절묘함이 있다 하였으니, 첫째는 수명을 늘려 주고, 둘째는 그늘이 많고, 셋째는 새가 깃들지 않고, 넷째는 벌레가 없고, 다섯째는 서리 맞은 잎이 완상할 만하고, 여섯째는 열매가 훌륭하고, 일곱째는 가지와 잎이 크고 무성하다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칠절산이라 이름하였느니라. 내가 사는 이 누추한 곳은 땅은 넓되 사람은 드물어, 저 깊은 산은 예로부터 아무도 가 본 이가 없느니라. 해마다 익어 문드러진 감이 길 위로 떨어져, 바위 사이를 끼고 난 그 골목을 온통 메워 버리고, 또 비와 이슬과 눈과 서리를 맞아 곰팡이가 슬고 여름을 지나면서 길 따라 한바탕 오물을 만들어 내느니라. 이 고장 사람들은 속되게 희시동이라 부르느니라. 다만 서풍이 불면 더러운 냄새가 이는바, 동쪽 뒷간을 푼다 해도 이만큼 고약한 악취는 아니로다. 지금은 마침 봄이 깊어 동남풍이 크게 일고 있으니, 그 때문에 아직은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것이로다.” 삼장은 마음이 답답하였으나 말이 없었다. 행자가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이 영감은 심히 사리에 통하지 않는구려! 우리가 먼 길을 와서 묵으려 하는데, 그대는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아 사람을 겁주려 하시오! 설령 집이 비좁아 잘 곳이 없다 한들, 우리가 이 나무 아래 쪼그리고 앉아 지내면 이 밤을 넘길 수 있거늘, 어찌하여 이다지도 시끄럽게 떠드시오?” 그 노인은 그의 얼굴이 추하고 못생긴 것을 보자 입을 다물고 겁에 질린 채 간신히 배짱을 부려 크게 한 소리 꾸짖으며, 명아주 지팡이로 그를 가리켜 말했다. “이놈아, 뼈만 남은 얼굴, 툭 불거진 이마, 납작한 코, 움푹 팬 광대, 털 북숭이 눈에 털 북숭이 눈알, 폐병 귀신 같은 놈이 분수도 모르고 뾰족한 주둥이를 내밀고 감히 내게 와서 덤벼들다니!” 행자가 웃는 낯으로 말했다. “노관아, 너는 본래 눈은 있으나 구슬이 없어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구나! 관상법에 이르기를, 생김새가 괴이하고 기묘하면 돌 속에 아름다운 옥이 감추어져 있다 하였느니라. 네가 말과 얼굴로 사람을 취한다면 완전히 잘못된 것이니라. 나는 추하면 추하지만 도리어 재주가 조금 있느니라.” 노인이 말했다. “그대는 어느 지방 사람이며, 성이 무엇이고 이름이 무엇이며, 무슨 재주가 있단 말이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내 조상 대대로 동승대신주에 살았고, 화과산 앞에서 어려서부터 도를 닦았노라. 몸은 영대방촌의 조사께 절을 올리고, 무예를 배워 이루어 매우 두루 갖추었노라. 바다를 뒤집어 용모를 항복시키고, 산을 메고 해를 쫓는 재주에도 능하노라. 괴물을 결박하고 마귀를 사로잡는 일으뜸이라 하고, 별을 옮기고 북두를 바꾸어 귀신을 근심하게 하노라. 하늘을 훔치고 땅을 뒤집어 영웅의 이름이 크니, 나는 변화가 무궁한 아름다운 돌원숭이로다!” 노인이 그 말을 듣고 노여움을 거두고 기뻐하며, 몸을 굽히고 곧 분부하였다. “어서 누추한 내 집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으시오.” 이에 네 사람이 말을 끌고 짐을 멘 채 함께 들어가니, 보라, 가시덤불과 찔레가 양쪽에 늘어서 있고, 두 번째 문은 벽돌과 돌로 쌓은 담장인데 그 위를 또 가시덤불로 덮었으며, 안으로 들어가야 비로소 기와집 세 채가 있었다. 노인은 의자를 끌어다 앉히고 차를 대접하고, 또 밥을 지으라 일렀다. 잠시 뒤 상을 옮겨다 놓으니, 밀글루텐, 두부, 토란 순, 무, 매운 겨자, 순무, 향기로운 쌀밥, 초로 끓인 아욱국 등 많은 음식이 차려졌고, 사부와 제자들은 모두 배불리 한 끼를 먹었다.
먹기를 마치자 팔계가 행자를 슬며시 끌어당겨 남몰래 말했다. “사형, 이 영감이 처음에는 묵어 가는 것을 마다하더니, 이제 도리어 이런 성대한 공양을 차려 주니 어찌된 일이오?” 행자가 말했다. “이것이 값으로 치면 얼마나 된다고 그러느냐! 내일이면 열 가지 과일과 열 가지 나물로 우리를 전송하게까지 할 터이니라!” 팔계가 말했다. “부끄러운 줄 모르는군! 그대의 큰소리 몇 마디로 그를 속여 한 끼 밥을 얻어먹었으나, 내일이면 길을 떠나야 할 터인데, 그가 어찌 우리를 대접하여 전송하려 하겠소?” 행자가 말했다. “서두르지 말아라, 내게 방도가 있느니라.”
얼마 지나지 않아 차츰 황혼이 내리자, 노인이 또 등불을 켜라 일렀다. 행자가 몸을 굽히고 물었다. “공공의 높으신 성씨는 무엇이시니이까?” 노인이 말했다. “성이 이가이로다.” 행자가 말했다. “그러면 귀지가 이가장이란 말씀이시온지요?” 노인이 말했다. “아니로다, 이곳은 타라장이라 불리며, 모두 오백여 가구가 모여 사느니라. 다른 성씨도 많으나, 오직 나만 이가이로다.” 행자가 말했다. “이시주, 댁에 무슨 선한 뜻이 있사오기에 우리에게 이런 성대한 공양을 내리시나이까?”
그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방금 그대가 요괴를 잡을 줄 안다고 하는 말을 들었는데, 내가 사는 이곳에 요괴가 하나 있으니, 수고스럽지만 우리 대신 잡아 주시오. 그리하면 후한 사례가 있을 것이오.” 행자가 곧 윗쪽을 향해 읍을 올리며 말했다. “잘 부탁드리나이다!” 팔계가 말했다. “저것 봐, 저 원숭이가 화를 자초하는군! 요괴를 잡는다는 말을 듣자마자 친외할아버지를 만나도 저렇게 다정하지는 않을 터인데, 미리부터 읍을 올리다니!” 행자가 말했다. “현제야, 너는 모르는구나. 내가 읍을 올린 것은 계약금을 걸어 놓은 것이니, 그가 다시 다른 사람을 청하러 가지 않을 터이니라.” 삼장이 그 말을 듣고 말했다. “이 원숭이는 무슨 일이든 제 마음대로 하려 하는구나. 만일 그 요괴의 신통이 광대하여 네가 잡아 두지 못한다면, 이 출가인이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니겠느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사부님, 나무라지 마시옵소서. 제가 다시 물어보고 나서 판단하겠나이다.” 그 노인이 말했다. “또 무엇을 물으려 하시오?” 행자가 말했다. “그대의 이 귀한 고장은 지세가 청평하고, 또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니, 더욱 궁벽한 지방이 아니지 않소. 무슨 요정이 감히 그대의 이 높은 문과 큰 집을 넘보겠소?” 노인이 말했다. “참으로 속이지 않고 말하리다. 이곳은 오래도록 강녕하였느니라. 다만 이 삼 년 전 유월에 홀연 한바탕 바람이 일었는데, 그때 사람들은 몹시 바빠서 보리를 타작하는 이들은 마당에 있고 모를 심는 이들은 논에 있다가 모두 겁에 질려 하늘이 변했다고들 하였느니라. 그런데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요괴 하나가 나타나, 사람들이 기르던 소와 말을 잡아먹고 돼지와 양을 잡아먹으며, 닭과 거위를 보면 통째로 삼키고 남자와 여자를 만나면 산 채로 집어삼켰느니라. 그때 이후로 이 이 년 동안 늘 와서 해치고 있느니라. 장로여, 그대에게 재주가 있다면 그놈을 잡아 이 땅을 쓸어 깨끗이 하여 주시오. 우리가 틀림없이 후하게 사례하리다, 감히 홀대하지 않으리다.” 행자가 말했다. “이놈은 잡기 어렵소.” 팔계가 말했다. “참으로 잡기 어렵고 어렵소! 우리는 떠돌이 중이라, 하룻밤을 빌려 묵고 내일이면 길을 떠날 터인데, 무슨 요괴를 잡는단 말이오!” 노인이 말했다. “너희는 본래 밥이나 속여 먹는 중이로구나! 처음 보았을 적에는 입을 자랑하고 혀를 놀리며 북두를 옮기고 별을 바꾸고 요괴를 항복시키고 결박할 줄 안다고 하더니, 이 일을 꺼내자 어렵다며 물러서려 하는구나!” 행자가 말했다. “영감, 요괴는 잡기 쉽소. 다만 이 고장 사람들이 마음을 합하지 않으니, 그 때문에 잡기 어려운 것이오.” 노인이 말했다. “어찌하여 인심이 합하지 않는다고 보시오?” 행자가 말했다. “요괴가 삼 년이나 어지럽혔으니, 얼마나 많은 생령을 해쳤는지 알 수 없소. 내 생각에는 집마다 은 한 냥씩만 내면 오백 가구에서 은 오백 냥을 모을 수 있을 터인데, 어디든 가리지 않고 법관 하나를 찾아다가 요괴를 잡게 하면 될 터인즉, 어찌하여 삼 년이나 그에게 시달림을 달게 받았소?” 노인이 말했다. “돈 쓰는 일을 말하자면, 참으로 부끄러워 죽을 지경이로다! 우리 가운데 어느 집인들 은 서너 냥에서 대여섯 냥쯤 쓰지 않은 곳이 있으리오! 재작년에 산 남쪽에 중이 하나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를 여기 청해다 요괴를 잡게 하였으나, 이기지 못하였느니라.”
행자가 말했다. “그 중은 어떻게 잡으러 왔소?” 노인이 말했다. “그 중이라는 자는 가사를 걸치고서, 먼저 공작경을 강론하고 뒤에 법화경을 외웠느니라. 향로에 향을 피우고 손에 방울을 쥐었느니라. 바야흐로 외우고 있는데 요사한 놈을 놀라게 하였는지, 바람이 일고 구름이 피어올라 곧장 마을로 왔느니라. 중과 요괴가 싸웠는데, 그 꼴이 참으로 자랑할 만하였느니라. 한 번 주고받으며 주먹으로 찧고, 한 번 주고받으며 손으로 할퀴었느니라. 중도 응수를 하였으나, 응수하다니 머리털이 다 뽑혔느니라. 잠시 뒤 요괴가 이겨서 곧장 연기와 노을 속으로 돌아갔는데, 알고 보니 말라붙은 딱지더라. 우리가 다가가서 보니, 민머리가 마치 썩어 터진 수박처럼 되어 있었느니라!”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니 손해를 본 셈이로구려.” 노인이 말했다. “그는 목숨 하나를 내던진 것뿐이었으나, 우리야말로 손해를 보았느니라. 그에게 관을 사 주어 장사를 지내고, 또 은자를 좀 그의 제자에게 주었느니라. 그런데 그 제자가 아직도 마음을 거두지 않고 지금까지 고소를 하겠다니, 깨끗이 끝나지를 않는구려!”
행자가 말했다. “그 뒤에 또 무슨 사람을 청해다 잡게 하였소?” 노인이 말했다. “지난해에 또 도사 하나를 청하였느니라.” 행자가 말했다. “그 도사는 어떻게 그놈을 잡으려 하였소?” 노인이 말했다. “그 도사는 머리에 금관을 쓰고 몸에 법의를 입었느니라. 영패를 두드려 울리고 부적을 태운 물을 뿌리며, 신을 몰고 장수를 부려 요괴를 불러 잡으려 하였느니라. 광풍이 휘몰아치고 검은 안개가 자욱하더니, 곧 도사와 두 사람이 맞붙어 싸웠느니라. 날이 저물 때까지 싸우자 요괴는 구름 속으로 돌아갔느니라. 하늘과 땅이 맑고 밝아지기에 우리 일동이 나와서 도사를 찾아보니, 산골 물에 빠져 죽어 있었느니라. 건져 올려 모두가 보니, 꼭 물에 빠진 닭 한 마리 같았느니라!”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니 이것도 손해를 본 셈이로구려.” 노인이 말했다. “그 역시 목숨 하나를 버린 것뿐이었으나, 우리는 또 억울한 돈과 양식을 넉넉히 써야 하였느니라.” 행자가 말했다. “염려 마시오, 염려 마시오. 내가 그대들을 대신하여 그놈을 잡아 주리다.” 노인이 말했다. “그대에게 참으로 재주가 있어 그놈을 잡을 수 있다면, 내가 이 마을의 어른 몇 분을 청해다가 그대와 문서를 쓰리다. 이긴다면 그대가 원하는 대로 은자를 얼마든지 사례하리다, 반 푼도 모자라게 하지 않으리다. 만일 손해를 보았다면, 부디 우리와 억지를 쓰지 말고 각자 천명에 맡기도록 하시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 영감은 남에게 억지나 쓰는 데 겁을 먹었구려. 우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 어서 어른들을 청하러 가시오.”
그 노인은 마음이 몹시 기뻐하여, 곧 집의 하인에게 이웃 몇 분과 사촌 동생, 이모네 오라비, 사돈과 벗들을 청해 오라 하니, 모두 여덟아홉 분의 노인이 와서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당승을 만나 보고 요괴를 잡는 일을 이야기에 올리니,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노인들이 물었다. “어느 높으신 제자가 가서 잡으시려 하오?” 행자가 두 손을 모으고 말했다. “이 작은 중이 잡으러 가리다.” 노인들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안 되오, 안 되오! 그 요정은 신통이 광대하고 몸집이 크고 육중하거늘, 그대 같은 장로는 바싹 마르고 자그마하여 그놈의 이빨 사이를 메우기에도 모자라 보이는구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노관아, 너는 사람을 헤아릴 줄 모르는구나. 나는 작으면 작되 단단하니, 모두 숫돌 물을 마신 놈이라, 수려한 기운이 속에 들어 있느니라!”
노인들은 그 말을 듣고 하는 수 없이 따르며 말했다. “장로여, 요정을 잡아 주시면 사례를 얼마나 원하시오?” 행자가 말했다. “무엇 때문에 사례를 얼마 받겠다는 말을 하리오! 속담에 이르기를, 금을 말하면 눈이 부시고, 은을 말하면 희멀겋고, 구리 돈을 말하면 비린내가 난다 하였거늘! 우리는 덕을 쌓는 중이니, 결코 돈을 바라지 않느니라.” 노인들이 말했다. “그리 말씀하시니, 모두 계를 받은 고승이로구려. 돈을 바라지 않는다 하니, 어찌 공연히 수고만 시키는 도리가 있으리오! 우리 각 가정은 모두 고기 잡는 물과 논으로 살아가니, 참으로 요얼을 항복시키고 이 고장을 깨끗이 해 주신다면, 우리가 집마다 좋은 논 두 마지기씩을 드려 모두 천 마지기를 한곳에 모아 드리리다. 그대들 사부와 제자가 그 위에 절을 짓고 앉아 참선을 하면, 사방으로 구름처럼 떠돌아다니는 것보다 나으리다.”
행자가 또 웃으며 말했다. “점점 더 안 되겠구려! 논을 받는다고만 말해 보시오, 말을 기르고 부역을 져야 하고, 양식을 바치고 꼴을 마련해야 하며, 황혼에는 잠을 못 자고 새벽 오경에는 잠을 못 자니, 참으로 사람을 괴롭혀 죽이는 일이오!” 노인들이 말했다. “그 여러 가지를 마다하시니, 그러면 무엇으로 사례하리이까?” 행자가 말했다. “내 출가인이라, 다만 차 한 잔과 밥 한 그릇이면 그것으로 사례가 되느니라.” 노인들이 기뻐하며 말했다. “그것은 쉬운 일이오. 다만 그대가 어떻게 그놈을 잡을지 모르겠구려.”
행자가 말했다. “그놈이 오기만 하면 내가 곧 잡아 두리다.” 노인들이 말했다. “그 요괴는 크기가 장난이 아니오! 위로는 하늘을 받치고 아래로는 땅을 받치며, 올 때는 바람이요 갈 때는 안개이거늘, 그대가 어찌 그놈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겠소?”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바람을 부르고 안개를 타는 요괴라면 내가 그놈을 손자로 삼을 터이요, 몸집이 크고 길다면 그놈을 칠 재주가 있느니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홀연 훠훠 하는 바람 소리가 들리자, 여덟아홉 노인이 놀라서 벌벌 떨며 말했다. “이 중의 입은 소금 간장을 두른 입이로구나! 요괴를 말하니 요괴가 곧 오는구려!”
그 노인 이씨가 쪽문을 열어 놓고 친척 몇 사람과 당승까지 모두 불렀다. “어서 들어오시오, 어서 들어오시오! 요괴가 왔소!” 놀란 팔계도 들어가려 하고 사오정도 들어가려 하였다. 행자가 두 손으로 두 사람을 붙잡으며 말했다. “너희는 너무 도리를 모르는구나! 출가인이 어찌 안과 밖을 가리지 않느냐! 멈춰라! 가지 말아라! 나를 따라 뜰로 가서 어떤 요괴인지 보자.” 팔계가 말했다. “형님, 그들은 모두 겪어 본 이들인데 바람 소리가 곧 요괴가 오는 것이라 하였소. 그들이 모두 피하러 가는데, 우리는 그들과 친척도 아니요 서로 아는 사이도 아니요 사귄 옛 벗도 아니니, 보아서 무엇 하겠소?” 본래 행자는 힘이 센지라 말도 붙이지 못하게 하고 단번에 끌어당겨 뜰에 세워 두었다. 그 바람이 갈수록 더욱 거세졌으니, 좋은 바람이로다. 나무를 쓰러뜨리고 숲을 부수니 이리와 호랑이가 근심하고, 강을 뒤흔들고 바다를 젓으니 귀신이 근심하느니라. 화악산의 세 봉우리 돌을 뒤집어 엎고, 하늘과 땅의 사부주를 들어 올리느니라. 마을 집들은 모두 문을 닫고, 온 마을의 자식들은 모두 머리를 숨기느니라. 검은 구름이 아득히 은하를 가리고, 등불은 빛을 잃어 온 땅이 캄캄하느니라. 놀란 팔계는 벌벌 떨며 땅에 엎드려 주둥이로 흙을 파고 그것을 땅속에 묻어 버리니, 꼭 못을 박아 놓은 듯하였다. 사오정은 머리와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눈을 뜨기도 어려웠다.
행자는 바람 냄새로 요괴를 알아보았다. 잠시 뒤 바람의 머리가 지나간 자리에, 반공중에 희미하게 등불 두 개가 떠오르는 것이 보이자, 곧 고개를 숙이고 외쳤다. “동생들아! 바람이 지나갔다, 일어나서 보아라!” 그 멍청이는 주둥이를 빼내어 흙과 티끌을 털어 내고 얼굴을 쳐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니, 등불 빛 두 개가 보였다. 그가 홀연 웃음소리를 터뜨리며 말했다. “재미있구나! 재미있어! 알고 보니 행실이 반듯한 요정이로구나! 그와 벗을 삼아야겠어!” 사오정이 말했다. “이렇게 캄캄한 밤에, 또 서로 얼굴을 마주한 적도 없는데, 어찌 좋고 나쁨을 아시오?” 팔계가 말했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밤에 길을 갈 때는 등불을 쓰고, 등불이 없거든 멈추라 하였느니라. 보시오, 저놈이 등불 한 쌍을 들어 길을 비추고 있으니, 틀림없이 좋은 놈이오.” 사오정이 말했다. “잘못 보았소. 그것은 등불 한 쌍이 아니라 요괴의 두 눈이 번쩍이는 것이오.” 이 멍청이는 그만 겁을 먹어 키가 석 치나 줄어든 듯하며 말했다. “할아범이여! 눈이 이렇게 크다니, 입은 얼마나 큰지 모르겠구려!” 행자가 말했다. “현제야, 겁내지 말아라. 너희 둘은 사부님을 모시고 있어라. 노손이 올라가서 그놈의 입에서 기척을 좀 얻어 보고 무슨 요괴인지 알아보겠느니라.” 팔계가 말했다. “형님, 우리를 팔아먹지는 마시오.” 훌륭한 행자로다. 몸을 솟구쳐 휘파람을 한 번 불고는 공중으로 뛰어올라, 쇠몽둥이를 쥐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천천히 오너라! 천천히 오너라! 내가 여기 있느니라!” 그 요괴가 보고는 몸을 곧추세우고 긴 창 하나를 휘둘러 어지럽게 흔들었다. 행자가 몽둥이 자세를 잡고 물었다. “너는 어느 곳의 요괴며 어디의 정령이냐?” 그 요괴는 더욱 대답하지 않고 다만 창만 휘둘렀다. 행자가 다시 물어도 또 대답하지 않고 다만 창만 휘둘렀다.
행자가 속으로 웃으며 말했다. “귀는 먹고 입은 벙어리인 모양이로구나! 달아나지 말아라! 몽둥이를 받아라!” 그 요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창을 어지럽게 휘둘러 막아 냈다. 반공중에서 한 번 오고 한 번 가며, 한 번 오르고 한 번 내리며, 삼경이 되도록 싸웠으나 승부가 나지 않았다. 팔계와 사오정이 이씨 집 뜰에서 보고 있으니 분명하였다. 그 요괴는 다만 창을 휘둘러 막기만 할 뿐이고 조금도 공격하여 죽이려는 기색이 없었으며, 행자의 몽둥이는 줄곧 그 요괴의 머리 위를 떠나지 않았다.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사오정, 네가 여기서 모시고 있어라. 노저가 가서 좀 거들어 주어야겠다. 저 원숭이 놈이 홀로 그 공을 세워 첫 잔 술을 차지하게 두어서는 안 되지.” 훌륭한 멍청이로다. 곧 구름을 타고 뛰어올라 뒤쫓아가며 갈고리로 찍으니, 그 요물이 또 긴 창 하나를 들어 막았다. 창 두 개가 마치 나는 뱀과 번쩍이는 번개 같았다. 팔계가 칭찬하며 말했다. “이 요괴의 창법이 훌륭하구나! 산 뒤의 창도 아니요, 실을 감는 창이로구나. 마씨네 창도 아니니, 이를테면 부드러운 자루의 창이라 불러야겠어!” 행자가 말했다. “멍청아, 헛소리 말아라! 어디에 무슨 부드러운 자루의 창이 있단 말이냐!” 팔계가 말했다. “보시오, 저놈이 창끝을 내밀어 우리를 막고 있는데, 창자루는 보이지 않으니 어디에 감추어 두었는지 모르겠소.” 행자가 말했다. “아마 부드러운 자루의 창인가 보다. 다만 이 요물은 아직 말을 할 줄 모르니, 인도에 아직 들지 못하여 음기가 무거운 모양이니라. 날이 밝아 양기가 성해지면 틀림없이 달아날 터이니, 달아날 때에는 반드시 뒤쫓아 놓쳐서는 안 되느니라.” 팔계가 말했다. “옳소, 옳소!”
또 한참을 싸우다 보니 어느덧 동쪽 하늘이 밝아 오는데, 그 요괴는 감히 더 싸우려 들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달아났다. 행자와 팔계가 함께 뒤쫓아가는데, 홀연 오물의 더러운 냄새가 사람을 찌를 듯이 풍겨 오니, 바로 칠절산 희시동이었다. 팔계가 말했다. “어느 집에서 뒷간을 푸는 모양이오! 윽! 고약한 냄새를 맡기 어렵구려!” 행자가 코를 막고 다만 외쳤다. “어서 어서 요괴를 뒤쫓아라! 어서 어서 요괴를 뒤쫓아라!” 그 요물이 산을 넘어가자 본모습이 드러났으니, 곧 붉은 비늘을 지닌 큰 구렁이였다. 보라. 눈에서는 새벽 별을 쏘고 코에서는 아침 안개를 뿜느니라. 빽빽한 이는 강철 칼을 늘어놓았고, 구부러진 발톱은 금 갈고리를 굽혀 놓았느니라. 머리에는 살로 된 뿔 하나를 이었으니, 마치 천 개의 마노를 모아 이룬 듯하고, 몸에는 붉은 비늘을 온통 걸쳤으니, 꼭 만 개의 연지 조각을 쌓아 놓은 듯하느니라. 땅에 서려 있으면 비단 이불인가 의심되고, 허공을 날면 무지개로 잘못 보느니라. 쉬어 누운 자리에는 비린내가 하늘을 찌르고, 움직일 때에는 붉은 구름이 몸을 덮느니라. 큰 것이냐 하면 양쪽 사람이 동서를 보지 못하고, 긴 것이냐 하면 한 산을 걸터앉아 남쪽과 북쪽을 차지하느니라. 팔계가 말했다. “알고 보니 이런 긴 뱀이었구나! 사람을 먹자면 한 끼에 오백 명은 되어야 배가 부르겠구려!” 행자가 말했다. “그 부드러운 자루의 창이라는 것은 두 가닥의 혀니라. 우리가 그놈을 지치게 몰아붙여서 뒤에서 쳐 내보내자!”
이 팔계가 몸을 날려 뒤쫓아가며 갈고리를 들어 곧 찍었다. 그 요물은 머리부터 구멍 속으로 파고 들어가고, 일곱여덟 자나 되는 꼬리만 밖에 남겨 두었다.
팔계가 갈고리를 내려놓고 손으로 움켜쥐며 말했다. “잡았다! 잡았어!” 있는 힘을 다해 밖으로 마구 잡아당겼으나, 털끝만큼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멍청아! 그놈을 들어가게 두어라, 내게 방도가 있느니라. 이렇게 뱀을 거꾸로 잡아당기지 말아라.” 팔계가 참으로 손을 놓자 그 요괴가 쏙 들어가 버렸다. 팔계가 원망하며 말했다. “아까 손을 놓지 않았더라면 반 토막은 이미 우리 것이었소! 이렇게 들어가 버렸으니, 어찌하여 그놈을 나오게 한단 말이오? 이것은 뱀을 놓쳐 버렸다고 하는 것 아니오?” 행자가 말했다. “이놈은 몸집이 육중하고 굴이 좁으니, 틀림없이 몸을 돌릴 수가 없을 터이다. 분명 곧장 파고드는 놈이라, 반드시 뒤쪽에 나올 문이 있을 것이니라. 네가 어서 뒷문 밖으로 가서 막아라. 내가 앞문 밖에서 칠 터이니라.” 그 멍청이는 참으로 연기처럼 재빨리 산을 넘어가니, 과연 구멍 하나가 보였다. 그가 발을 딱 버티고 섰다. 아직 발을 단단히 디디지도 못했는데, 뜻밖에도 행자가 앞문 밖에서 몽둥이로 안을 향해 한 번 찌르자, 그 요물이 아픔을 피하려고 곧장 뒷문으로 튀어나왔다. 팔계는 미처 방비하지 못하여 그놈의 꼬리에 한 번 얻어맞고 넘어졌으며, 몸을 일으켜 버티지도 못한 채 땅에 누워 아픔을 참았다. 행자가 굴 속에 아무것도 없는 것을 보고 몽둥이를 챙겨 들고 안으로 파고 들어가며 요괴를 뒤쫓으라 외쳤다. 그 팔계는 외치는 소리를 듣고 스스로 부끄러워하며 아픔을 참고 기어 일어나 갈고리를 마구 휘둘렀다. 행자가 보고 웃으며 말했다. “요괴가 달아났는데, 네가 무엇을 휘두른단 말이냐?” 팔계가 말했다. “노저가 여기서 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하고 있소!” 행자가 말했다. “이 살아 있는 멍청아! 어서 뒤쫓아라!”
두 사람이 개울을 건너 뒤쫓아가니, 그 요괴가 몸을 동그랗게 감고 머리를 쳐들고 큰 입을 벌려 팔계를 삼키려 하였다. 팔계는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 그런데 이 행자는 도리어 앞으로 맞서 나아가다가 그놈에게 한 입에 삼켜졌다.
팔계가 가슴을 치고 발을 구르며 크게 외쳤다. “형님이여! 그대는 이제 끝장이오!” 행자가 요괴의 뱃속에서 쇠몽둥이를 버티고 선 채 말했다. “팔계야, 걱정 말아라. 내가 저놈에게 다리를 하나 놓게 하여 너에게 보이겠느니라!” 그 요물이 허리를 굽혀 일으키니, 꼭 동쪽 길에 걸린 무지개 한 줄기 같았다. 팔계가 말했다. “다리 같기는 하지만, 감히 건너려는 사람이 없겠구려.” 행자가 말했다. “내가 저놈을 배 한 척으로 변하게 하여 너에게 보이겠느니라!” 뱃속에서 쇠몽둥이로 배 가죽을 받쳐 밀었다.
그 요물이 배 가죽을 땅에 붙이고 머리를 쳐드니, 꼭 커다란 배 한 척 같았다. 팔계가 말했다. “배 같기는 하지만, 돛대와 돛이 없어서 바람을 쓰기 어렵겠구려.” 행자가 말했다. “너는 길을 비켜라. 내가 저놈에게 바람을 쓰게 하여 너에게 보이겠느니라.” 또 속에서 있는 힘을 다해 쇠몽둥이를 등줄기로 한 번 찔러 내밀어 대여섯 장쯤 나오게 하니, 꼭 돛대 하나 같았다. 그놈이 아픔을 참으며 있는 힘을 다해 앞으로 한 번 튀어나갔는데, 바람을 쓰는 것보다도 더 빨리 옛길로 되돌아가 산을 스무 리쯤 내려가서야 비로소 티끌 속에 거꾸러져 꿈쩍도 하지 못하고 오호, 목숨을 잃고 말았다. 팔계가 뒤따라 달려와서 또 갈고리를 들어 마구 찍었다. 행자가 그놈에게 큰 구멍 하나를 뚫고 빠져나오며 말했다. “멍청아! 그놈이 죽었으면 죽었지, 네가 어찌하여 또 찍느냐?” 팔계가 말했다. “형님, 내 노저가 평생 죽은 뱀을 때리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모르시오?”
이리하여 병기를 거두어 들이고 꼬리를 잡아 거꾸로 끌고 왔다. 그런데 이야기는 타라장으로 돌아간다. 이노자와 여러 사람이 당승에게 말했다. “그대의 두 제자가 밤새도록 돌아오지 않으니, 틀림없이 목숨을 잃었구려.” 삼장이 말했다. “결코 탈이 있을 리 없소. 우리가 나가서 보도록 합시다.” 잠시 뒤, 행자와 팔계가 큰 구렁이 한 마리를 끌고서 소리치며 오는 것이 보이자, 사람들은 그제야 기뻐하였다. 온 마을의 노인과 아이, 남자와 여자가 모두 와서 무릎을 꿇고 절하며 말했다. “할아범이여! 바로 이 요괴가 여기서 사람을 해쳤나이다! 이제 다행히 영감께서 법을 베풀어 요괴를 베시고 사악한 것을 없애시니, 우리들이야말로 제각기 편안히 살게 되었나이다!” 집집마다 모두 감격하여 동쪽에서 청하고 서쪽에서 맞이하며 저마다 사례하였다. 사부와 제자들은 닷새에서 이레쯤 붙잡혀 있다가, 간곡히 사양하였으나 어쩔 수 없이 그제야 떠나 보내 주었다.
또 집집마다 그들이 돈과 물건을 사양하는 것을 보고, 모두 마른 양식과 과일을 마련하고 노새를 타고 말에 짐을 실으며 꽃과 붉은 비단, 오색 깃발을 들고서 모두 전송하러 왔다. 이곳 오백 가구에 칠팔백 명이나 되는 사람이 배웅하러 나왔다. 가는 내내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어느새 칠절산 희시동 어귀에 이르렀다. 삼장이 그토록 고약한 오물을 맡고 또 길이 막혀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 “오공아, 이런 형편에 어찌 건널 수 있겠느냐?” 행자가 코를 막으며 말했다. “이건 어려운 일이오.” 삼장은 행자가 어렵다 말하는 것을 보고 곧 눈에 눈물을 떨구었다. 이노자와 여러 사람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영감께서는 마음을 태우지 마시옵소서. 우리가 여기까지 배웅해 온 것은 이미 뜻을 정한 바가 있사옵니다. 높으신 제자께서 우리를 위해 요괴를 항복시키시고 온 마을의 화근을 없애 주셨사오니, 우리가 저마다 정성을 다하여 좋은 길을 새로 하나 열어 영감님을 건너 보내 드리겠나이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 영감은 하는 말이 모두 온당하지 못하구려. 그대가 처음에 이 산의 지름이 팔백 리라 하였거늘, 그대들이 또 대우의 신병도 아닌데 어디서 산을 열고 길을 팔 줄 아시오! 내 사부님을 건너가게 하려면 도리어 우리가 힘을 써야 하니, 그대들은 모두 어렵소.” 삼장이 말에서 내리며 말했다. “오공아, 어떻게 힘을 쓴단 말이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당장 산을 넘는 것도 어렵고, 길을 새로 내는 것도 또한 어려우니, 모름지기 옛 골목을 그대로 지나가야 하겠는데, 다만 밥을 대 줄 사람이 없을까 염려되오.” 이노자가 말했다. “장로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나이까! 그대 네 분이 얼마나 오래 머물든 우리가 모두 먹여 드릴 수 있사온데, 어찌 밥을 대 줄 사람이 없다 하시나이까!” 행자가 말했다. “그리하겠다면, 그대들이 가서 쌀 두 섬으로 마른밥을 짓고, 또 찐 떡과 만두를 좀 만들어 오시오. 내 저 긴 주둥이 중이 배불리 먹고 큰 돼지로 변하여 옛길을 파헤치게 하면, 내 사부님은 말에 타시고 우리가 곁에서 모시고 갈 터이니, 틀림없이 건너갈 수 있소.” 팔계가 그 말을 듣고 말했다. “형님, 그대들은 모두 깨끗한 것만 차지하려 하면서, 어찌하여 나 노저만 시켜서 냄새를 뒤집어쓰게 하시오?” 삼장이 말했다. “오능아, 네게 참으로 재주가 있어 골목을 파헤쳐 나를 이끌고 산을 넘는다면, 이번 일의 으뜸 공로를 네게 적어 주겠노라.”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사부님께서 계시고 여러 시주들도 여기 계시니 비웃지 마시옵소서. 내 노저는 본래 서른여섯 가지 변화가 있사옵니다. 가볍고 날렵하며 화려하게 날아다니는 것으로 변하라 하시면 참으로 할 수 없사오나, 산으로 변하고 나무로 변하고 돌덩이로 변하고 흙무더기로 변하고, 코끼리와 멧돼지와 물소와 낙타로 변하라는 것이라면 참으로 모두 할 줄 아옵니다. 다만 몸이 크게 변하면 창자와 위가 더욱 커지니, 반드시 배불리 먹어야 일을 할 수 있사옵니다.” 사람들이 말했다. “먹을 것이 있소, 있소! 우리가 모두 마른 양식과 과일과 구운 떡과 만두를 이리 가지고 있소. 본래 산을 열어 배웅하려던 것이니, 모두 꺼내어 그대가 마음껏 쓰시구려. 변화하여 움직일 때가 되면, 우리가 또 사람을 보내어 돌아가 밥을 지어 오게 하겠소.” 팔계가 몹시 기뻐하며 검은 장삼을 벗고 아홉 갈래 갈고리를 내던진 뒤 무리를 향해 말했다. “비웃지 마시오, 노저가 이 냄새나는 공을 부리는 꼴을 보시구려.”
훌륭한 멍청이로다. 주문을 외우고 몸을 한 번 흔들어 변하니, 과연 큰 돼지 한 마리로 변하였다. 참으로 그러하였으니, 주둥이는 길고 털은 짧으며 반은 기름진 비계요, 어려서부터 산에서 약초를 먹고 자랐느니라. 검은 얼굴에 둥근 눈은 해와 달 같고, 둥근 머리에 큰 귀는 파초 잎 같느니라. 단단한 뼈를 닦아 이루어 하늘과 수명을 같이 하고, 거친 가죽을 단련하여 쇠보다 단단하느니라. 막힌 콧소리로 꽥꽥 울어 대고, 요란한 목청으로 콸콸 소리를 뿜어 내느니라. 흰 발굽 네 개는 높이가 천 자요, 칼 같은 갈기와 긴 몸은 백 장이 넘느니라. 인간 세상의 살찐 돼지는 일찍이 보았거니와, 오늘의 늙은 돼지 도깨비는 아직 본 적이 없느니라. 당승을 비롯한 무리가 모두 입을 모아 칭찬하며 천봉의 법력이 높음을 부러워하였느니라. 손행자가 팔계가 그렇게 변한 것을 보고, 곧 배웅 나온 사람들에게 마른 양식 따위를 한곳에 몰아 모아 팔계에게 먹으라 일렀다. 그 멍청이는 익고 설것을 가리지 않고 모조리 게걸스럽게 먹어 치운 뒤, 앞으로 나서서 길을 파헤쳤다. 행자는 사오정에게 신을 벗고 짐을 잘 메라 하고, 사부님께는 조각 안장에 편히 앉으시라 청한 다음, 자신도 신발을 벗고 무리에게 돌아가라 분부하였다. “정이 있다면, 어서 일찍 밥을 좀 가져다 내 사제가 힘을 잇도록 해 주시오.” 그 사람 가운데 칠팔백 명이 배웅하며 함께 따라왔는데, 절반이 넘는 이들은 노새와 말을 타고 별처럼 달려 마을로 돌아가 밥을 지었고, 또 삼백 명은 걸어서 산 아래에 서서 그들이 가는 모습을 멀리 바라보았다. 본래 이 마을에서 산까지는 삼십 리가 넘고, 되돌아가 밥을 가져오는 데 또 삼십 리가 넘으니, 왕복으로 머무는 동안 백 리쯤 되는 먼 길이 걸렸다. 그동안 사부와 제자들은 이미 멀리 가 버렸다. 사람들이 아쉬워하며 노새와 말을 재촉하여 골목으로 들어가 밤을 새워 뒤쫓아갔는데, 이튿날이 되어서야 비로소 따라잡고는 외쳤다. “경을 구하러 가시는 영감님, 천천히 가시옵소서, 천천히 가시옵소서! 우리가 밥을 가져왔나이다!” 장로가 그 말을 듣고 다함없이 고마워하며 말했다. “참으로 선하고 믿음직한 사람들이로구나!” 팔계를 불러 멈추게 하고 다시 밥을 좀 더 먹어 기운을 돋우게 하였다. 그 멍청이는 이틀 동안 길을 파헤치고 있었으니 몹시 시장할 무렵이었다. 그 많은 사람이 가져온 것이 어찌 일고여덟 섬의 밥뿐이겠는가. 그는 쌀밥이든 국수든 가리지 않고 모아 놓고는 모두 게걸스럽게 먹어 치워 한 끼를 배불리 먹고, 또 앞으로 나서서 길을 파헤쳤다.
삼장과 행자, 사오정이 여러 사람에게 고마워하며 서로 헤어져 갈라졌다. 바로 그러하였으니, 타라장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팔계는 산을 열어 길을 넘어 함께 오느니라. 삼장의 마음이 정성스러우니 신령한 힘이 옹위하고, 오공의 법이 드러나니 요괴와 마귀가 쇠하느니라. 천 년을 쌓인 감이 오늘 아침에 깨끗해지고, 칠절의 골목이 이날에 열리느니라. 여섯 가지 욕망과 티끌 같은 정이 모두 잘려 끊어지니, 평안하여 막힘이 없이 연대를 배알하리라.
이렇게 떠나가니 앞으로 얼마나 먼 길이 남았는지, 또 무슨 요괴를 만나게 될지 알 수 없거니와,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