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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8 제68회 주자국당승논전세(朱紫國唐僧論前世) · 손행자시위삼절굉(孫行者施爲三折肱)

선행이 바르면 온갖 인연이 거두어지고, 명예가 사부주에 두루 전파되느니라. 지혜의 광명이 저 언덕에 오르니, 바람 소리 쓩쓩, 뭉게구름이 하늘 가에 피어나는구나. 모든 부처가 함께 화답하여 요대에 길이 머무니 천만 가을이로다. 인간 세상의 나비 꿈을 깨뜨리고 나서, 휴휴, 속세의 티끌을 씻어 깨끗이 하니 근심이 끼지 않느니라. 이야기는 이러하다. 삼장 사부와 제자들이 더러운 골목을 씻어 버리고 소요의 길에 올랐는데, 세월이 빠르게 흘러 또다시 무더운 여름을 만났으니, 참으로 그리하니 해당화는 비단 탄환을 펼치고 연잎은 푸른 쟁반을 벌리는구나. 두 갈래 푸른 버드나무에 젖비둘기가 숨고, 행인은 더위를 피해 부채를 흔드는구나. 앞으로 나아가는 곳에 홀연 한 성곽이 가까이 보였다. 삼장이 말고삐를 죄며 외쳤다. "제자들아, 너희는 저기가 어느 곳인지 보이느냐?" 행자가 말했다. "사부님은 본래 글자를 모르시는구려. 당왕의 칙지를 받들고 조정을 떠나오시다니, 그게 어찌 된 일이오?" 삼장이 말했다.

"나는 어려서부터 승려가 되어 천 가지 경전과 만 가지 전적에 모두 통하는데, 어찌 내가 글을 모른다 하시나이까?" 행자가 말했다. "글을 아신다면서, 어찌 저 성루 위 살구빛 노란 깃발에 큼직한 글자 셋이 똑똑히 쓰여 있는데도 알아보지 못하시고, 무슨 곳이냐고 물으시나이까?" 삼장이 꾸짖으며 말했다. "이 건방진 원숭이가 수작을 부리는구나! 저 깃발이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니, 글씨가 있다 한들 똑똑히 볼 수 있겠느냐!" 행자가 말했다. "노손은 어찌 보았겠나이까?" 팔계와 사승이 말했다. "사부님, 사형의 거짓말을 듣지 마시옵소서. 이다지도 멀리서 바라보는데 성곽조차 분명치 않거늘, 어찌 무슨 글자인 줄 보인단 말이오?" 행자가 말했다. "주자국 세 글자가 아니시오?" 삼장이 말했다. "주자국이라면 반드시 서쪽 나라의 왕위일 터이니, 통관문첩을 바꾸어야 하겠구나." 행자가 말했다. "더 말할 필요도 없사옵니다."

오래지 않아 성문에 이르러 말에서 내려 다리를 건너고 세 겹의 문 안으로 들어가니, 참으로도 훌륭한 황도였다!

보니 이러하였다. 문루는 높이 솟았고 성가퀴는 가지런히 늘어섰으며, 둘레로는 맑은 물이 흐르고 남쪽과 북쪽에는 높은 산이 마주하였느니라. 여섯 거리와 세 시장에는 물자가 많고, 만 집과 천 가구는 장사가 성하도다. 과연 제왕이 모여드는 곳이요, 하늘이 내린 큰 경성이로다. 머나먼 변방에서도 배와 수레가 이르고, 아득한 먼 지방에서도 옥과 비단이 넘치는구나. 지세는 산줄기를 이어 멀리 뻗었고, 궁성 담장은 은하에 닿아 맑구나. 세 관문은 자물쇠를 엄히 채웠으니, 만고토록 태평을 누리도다.

사부와 제자들이 큰 거리와 시장을 지나갈 때에 보니, 사람들의 풍채는 늠름하고 의관은 가지런하며 말소리는 맑고 밝아서 참으로 대당 세계에 뒤지지 않았다. 양쪽에서 장사하던 자들이 홀연 저팔계의 추한 얼굴과 사화상의 검은 낯과 긴 몸, 손행자의 털 난 얼굴과 튀어나온 이마를 보고는 장사를 내팽개치고 모두 다투어 구경하러 왔다. 삼장이 다만 외쳤다. "화근을 만들지 마라! 고개를 숙이고 걸어라!"

팔계가 그 말을 좇아 연밥 같은 주둥이를 품에 감추고 사승은 감히 우러러보지 못했으며, 오직 행자만이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당승의 좌우를 바짝 따랐다. 그 사람들 가운데 사리를 아는 자들은 잠깐 보고는 돌아갔으나, 빈둥거리며 노는 자들과 장난꾸러기 아이들은 웅성거리고 깔깔대며 모두 앞으로 나와 기와와 벽돌을 던져 팔계를 놀렸다. 당승은 식은땀을 쥐며 다만 일렀다. "일을 만들지 마라!" 그 멍청이는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오래지 않아 모퉁이를 돌아서니 홀연 문과 담장 하나가 보였는데, 그 위에 회동관이라는 세 글자가 쓰여 있었다. 당승이 말했다. "제자야, 우리 이 관청으로 들어가자꾸나." 행자가 말했다. "들어가서 무엇 하시려나이까?" 당승이 말했다.

"회동관은 천하가 두루 모여 서로 통하는 곳이니, 우리가 폐를 끼칠 수도 있느니라. 우선 안으로 들어가 쉬도록 하자.

내가 임금을 알현하여 관문첩을 바꾸고 나서, 다시 성을 나가 길을 가면 되느니라." 팔계가 그 말을 듣고 주둥이를 내밀어 따라 구경하던 사람 수십 명을 놀라 넘어뜨리고는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사부님 말씀이 옳소이다. 우리 우선 안으로 들어가 숨어서, 이 무리의 놈들이 떠들어 대는 것을 면합시다." 드디어 관아로 들어가니, 그 사람들이야말로 점차 물러났다.

각설하고 그 관아에는 관사가 둘 있었으니, 하나는 정직이고 하나는 부직으로서 모두 청상에서 일꾼을 점검하며 어디론가 관리를 마중하러 갈 참이었다. 홀연 당승이 이르는 것을 보고는 저마다 가슴이 놀라 함께 말했다. "무슨 사람이오? 무슨 사람이오? 어디로 가는 길이오?" 삼장이 합장하며 말했다. "빈승은 동토 대당 황제 폐하의 명을 받들어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가는 자이옵니다. 이제 보방에 이르러 감히 사사로이 지나갈 수 없사오니, 관문첩을 바꾸어 살피시고 통행을 허락하시옵소서. 잠시 높은 관청을 빌려 쉬고자 하나이다." 그 두 관사가 그 말을 듣고 좌우를 물리친 뒤, 하나하나 관을 바로 쓰고 띠를 매어 청에서 내려와 마중 나와 인사를 하고는, 즉시 객방을 깨끗이 쓸어 묵게 하고 맑고 소박한 음식을 마련하라 명하였다. 삼장이 사례하였다. 두 관리가 일꾼을 거느리고 청을 나가 버렸다. 수하인들이 나으리를 객방으로 모셔다 쉬게 하니 삼장이 곧 걸어가는데, 행자가 노여워하며 말했다. "이놈들이 게으르고 무례하구나! 어찌하여 노손을 정청에 머물게 하지 않느냐?" 삼장이 말했다. "이곳은 우리 대당의 관할에 복종하지도 않고, 우리나라와 접경하지도 않느니라. 게다가 때때로 상관과 지나가는 과객이 오가니, 그런 까닭에 이곳에 머물며 대접하기가 어려운 것이니라." 행자가 말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나는 일부러 그 대접을 받아야겠소!" 바로 말하는 사이에 일을 맡은 자가 음식을 가져왔는데, 흰쌀 한 접시, 흰 밀가루 한 접시, 푸른 채소 두 줌, 두부 네 모, 밀글루텐 두 개, 마른 죽순 한 접시, 목이버섯 한 접시였다. 삼장이 제자들에게 거두라 하고 일 맡은 자에게 사례하니, 일 맡은 자가 말했다. "서쪽 방에 깨끗한 솥과 부뚜막이 있고 땔감도 편하오니, 스스로 가서 밥을 지으시옵소서." 삼장이 말했다. "내 그대에게 한마디 묻겠노라. 국왕께서는 전각에 계시시오?"

일 맡은 자가 말했다. "우리 만세 할아버님께서는 오래도록 조회에 오르지 않으셨는데, 오늘이 황도 길일이라 바로 문무 여러 관원과 함께 황방을 내어낼 일을 의논하고 계시옵니다. 그대가 관문첩을 바꾸고자 하거든 이 기회에 급히 가시면 오히려 맞추실 수 있사오리다. 내일이면 불가하오니,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사옵니다." 삼장이 말했다. "오공아, 너희는 여기서 공양을 마련하여라. 내 급히 가서 관문첩을 검사받고 돌아와 먹고 길을 가겠노라." 팔계가 급히 가사와 관문첩을 꺼내었다. 삼장이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조정으로 들어가며, 다만 제자들에게 분부하기를 절대로 밖으로 나가 일을 만들지 말라고 말했다.

오래지 않아 오봉루 앞에 이르렀는데, 저 전각이 우뚝 솟고 누대가 장려함은 다 말할 수 없었다. 단문 밖까지 이르러 주사관에게 번거롭게 부탁하여 천정에 전달하게 하고, 관문첩을 바꾸어 검사받고자 하였다. 그 황문관이 과연 옥계 앞에 이르러 아뢰었다. "조문 밖에 동토 대당의 흠차 승려 한 사람이 있어, 서천 뢰음사로 가 부처께 예배하고 경을 구하려 하오며, 통관문첩을 바꾸고자 하여 선지를 기다리옵니다." 국왕이 그 말을 듣고 기뻐하며 말했다. "과인이 오래 병을 앓아 일찍이 조정에 나오지 못하였는데, 오늘 전각에 올라 방을 내어 의원을 구하니 바로 고승이 나라에 이르렀도다!" 즉시 전지하여 계단 아래로 불러들이니, 삼장이 곧 절하며 엎드렸다. 국왕이 또 금전 위로 올라와 앉으라 하고 광록시에 명하여 공양을 차리라 하니, 삼장이 은혜에 사례하고 관문첩을 올렸다. 국왕이 다 보고는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법사여, 그대네 대당은 몇 조의 임금이 바르고 몇 대의 신하가 어질었느냐? 당왕에 이르러서는 무슨 병을 앓고 소생하였기에, 그대를 시켜 산천을 멀리 넘어 경을 구하게 하였느냐?" 이 장로가 물음을 받고는 곧 몸을 일으켜 합장하며 말했다. "빈승의 그곳은 삼황이 세상을 다스리고 오제가 차례를 나누었사옵니다. 요순이 바른 자리에 있고 우와 탕이 백성을 편안케 하였으며, 주나라 자손이 번성하여 각각 천지를 세웠사옵니다. 강한 자를 의지하여 약한 자를 속이고 나라를 나누어 임금을 칭하니, 나라 임금이 열여덟이요 분야마다 변방의 티끌이 일었사옵니다. 뒤에 열둘로 이루어져 우주가 편안하고 순박해졌사옵니다."

거마가 없어진 탓에 도리어 서로 집어삼켰사옵니다. 일곱 웅거한 나라가 승부를 다투니 여섯 나라가 진나라로 돌아갔고, 하늘이 노나라와 패를 내어 각각 인정을 품지 않았사옵니다. 강산이 한나라에 속하여 약법을 삼가 받들었고, 한나라가 사마씨에게 돌아가니 진나라가 또 어지러웠사옵니다. 남북으로 열두 왕조에 송과 제와 양과 진이요, 열조가 서로 이어 대수가 참됨을 이었사옵니다. 꽃을 감상하며 도를 잃어 많은 백성이 도탄에 빠졌사옵니다. 우리 왕 이씨는 국호를 당이라 하시옵니다. 고조께서 세상을 떠나시고 지금은 세민이시니, 황하가 맑고 바다가 잔잔하며 큰 덕이 너그럽고 어지시옵니다. 이에 장안성 북쪽에 괴이한 물용신 하나가 있어 단비를 줄여 내려 마땅히 몸을 잃을 처지였사옵니다. 밤에 꿈을 빌려 왕에게 구원을 청하니, 왕이 사면을 윤허하시겠다 말씀하시고 일찍이 어진 신하를 불러들이시옵니다. 전각 안에 머무르게 하여 천천히 장기판을 벌이시는데, 때가 정오에 이르러 그 어진 신하가 꿈속에서 용의 몸을 베었사옵니다." 국왕이 그 말을 듣고 홀연 신음하는 소리를 내며 물었다. "법사여, 그 어진 신하는 어느 나라에서 온 자이오?" 삼장이 말했다. "바로 우리 왕 전하의 승상이옵니다. 성은 위요 이름은 징이옵니다. 그는 천문을 알고 지리를 알며 음양을 분별하니, 나라를 편안히 세우는 큰 재보필이옵니다. 그가 꿈속에서 경하용왕의 목을 벤 까닭에, 그 용왕이 명부에 가서 고발하기를, 우리 왕이 구해 주겠다고 허락하고는 도리어 죽였다 하였사옵니다. 그런 까닭에 우리 왕이 급병을 얻어 점차 몸이 위태로워지셨사옵니다. 위징이 또 편지 한 통을 써서 우리 왕께 명부로 가지고 가시게 하여, 풍도성의 판관 최각에게 부치게 하였사옵니다. 이윽고 당왕이 몸이 죽었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셨사옵니다. 위징의 덕분이요, 최판관이 감동하여 문서를 고쳐 왕의 수명을 이십 년 더하게 하였사옵니다. 이제 수륙대회를 열고자 하시니, 그런 까닭에 빈승을 보내어 먼 길을 넘어 여러 나라를 두루 찾아 부처님께 예배하고 대승경 삼장을 얻어, 업고에 시달리는 이들을 초도하여 하늘로 올려보내려 하옵니다." 그 국왕이 또 신음하며 탄식하여 말했다. "참으로 천조 대국이로다, 임금은 바르고 신하는 어질구나! 과인 같으면 오래 병을 앓아온 지 여러 해건만, 한 신하도 구해 내지 못하는구나." 장로가 그 말을 듣고 슬그머니 눈을 들어 보니, 그 황제는 얼굴이 누렇고 살이 말랐으며 몸이 쇠하고 정신이 쇠진해 있었다. 장로가 막 여쭈어 보려 하는데, 광록시 관원이 나와 당승의 공양을 올리기를 청하였다. 왕이 전지하여 일렀다. "피향전에 짐의 수라와 함께 차려 놓고 법사와 나란히 들라."

삼장이 은혜에 사례하고 왕과 함께 수라와 공양을 들었으니, 이 이야기는 여기서 접어두겠다.

각설하고 행자는 회동관 안에서 사승에게 차와 밥을 마련하고 채소도 갖추라 일렀다. 사승이 말했다. "차와 밥은 끓이기 쉬우나, 채소는 마련하기가 어렵소이다." 행자가 물었다. "어째서 그런 것이오?"

"기름과 소금과 간장과 초가 모두 없사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내게 시주받은 돈이 몇 푼 있으니, 팔계를 시켜 저잣거리에 나가 사 오게 하겠다." 그 멍청이가 게으름을 피우며 말했다. "나는 감히 가지 못하겠소이다. 얼굴이 못생겨 화근을 끌어들이면 사부님께서 나를 꾸짖으실까 두렵소이다." 행자가 말했다. "공정하게 장사를 하는 것이요, 남에게 동냥하는 것도 아니요 빼앗는 것도 아니거늘, 무슨 화가 있단 말이오!" 팔계가 말했다. "그대는 방금 보지 못하였소? 이 문 앞에서 주둥이를 내밀어 사람 열 명 남짓을 놀라 넘어뜨렸는데, 만약 저잣거리 한가운데로 간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을 놀라 죽일지 알 수 없소이다!" 행자가 말했다.

"너는 저잣거리 한가운데만 알지, 그 저자에서 파는 것이 무슨 물건인지 본 적은 있느냐?" 팔계가 말했다. "사부님께서는 나더러 고개를 숙이고 화근을 만들지 말라 하셨으니, 참으로 본 적이 없소이다." 행자가 말했다. "술집과 쌀가게와 맷방, 그리고 비단과 잡화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참으로 또한 좋은 다방과 국숫집에 큰 화병과 큰 만두가 있고, 음식점에는 또 좋은 국밥과 좋은 향신료와 좋은 채소가 있으며, 그 별미인 설탕떡과 찐단자와 다과와 권자와 기름음식과 꿀음식까지 좋은 것이 무수하니, 내가 가서 얼마쯤 사다가 너를 대접하면 어떠하냐?" 그 멍청이가 그 말을 듣고 입안에 침이 고이며 목구멍에서 꿀꺽꿀꺽 침을 삼키다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형님! 이번에는 내가 형님 신세를 지겠소이다. 다음번에 돈을 모으면 나도 형님을 초대하여 답례하겠소이다." 행자가 속으로 웃으며 말했다. "사승아, 밥을 잘 지어라. 우리가 가서 양념을 사 가지고 오마." 사승도 멍청이를 놀리는 줄 알면서도 하는 수 없이 입으로만 받들어 말했다. "그대들이 가거든 모름지기 많이 사서 배불리 먹고 오시오."

그 멍청이가 그릇과 잔을 챙겨 들고는 행자를 따라 문을 나섰다. 관아에 있는 사람 둘이 물었다. "장로님, 어디로 가시옵니까?" 행자가 말했다. "양념을 사러 가오." 그 사람이 말했다. "이 길을 서쪽으로 가서 모퉁이를 돌아 고루에 이르면 정가네 잡화점이 있소. 얼마든지 사시되 기름과 소금과 간장과 초, 생강과 후추와 찻잎이 모두 갖추어 있소." 두 사람이 서로 손을 잡고 이끌며 곧장 거리 서쪽으로 갔다. 행자는 다방 몇 곳과 음식점 몇 집을 지나면서도 사야 할 것은 사지 않고 먹어야 할 것은 먹지 않았다. 팔계가 외쳤다. "사형, 여기서 대강 좀 사다 쓰면 되지 않소?" 그 행자는 본래 그를 놀리는 터라 어찌 기꺼이 사겠는가, 말했다. "현아, 너는 참으로 장사할 줄 모르는구나! 좀 더 걸어가서 큰 것을 골라 사 먹자." 두 사람이 이야기를 주고받으니, 또 많은 사람이 따라오며 다투어 구경하였다. 오래지 않아 고루 가에 이르렀는데, 보니 그 누각 아래 수많은 사람이 떠들며 서로 밀치고 붙들어 거리를 메우고 길을 막고 있었다. 팔계가 보고 말했다. "형님, 나는 안 가겠소이다. 저기 사람들이 몹시 떠드니, 혹시 중을 잡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소이다. 게다가 낯이 설어 의심받을 만한 사람이니, 잡혀가면 어찌한단 말이오?" 행자가 말했다. "허튼소리! 중이 법을 어긴 것도 아닌데 나를 잡아간단 말이오? 우리가 지나가서 정가네 가게로 가 양념을 좀 사 오자." 팔계가 말했다. "됐어, 됐어! 나는 화근을 만들지 않겠소. 이렇게 사람들 틈으로 비집고 들어가면 귀가 짓밟히고 밟혀서, 놀란 사람들이 넘어지고 기어가다가 몇이 떨어져 죽으면 도리어 내가 목숨으로 갚아야 한단 말이오!" 행자가 말했다. "그러하다면 너는 이 담장 밑에 서 있어라. 내가 건너편에 가서 사 가지고 돌아와, 채소 국수와 화병을 사다 주마." 그 멍청이는 그릇을 행자에게 건네고는 주둥이를 담장 밑에 괴고 얼굴을 돌린 채 죽어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 행자가 누각 가로 걸어가니 과연 빽빽이 막혀 있었다. 곧장 사람들 틈으로 비집고 들어가 들어보니, 그 황방을 누각 아래에 걸어 놓았으므로 많은 사람이 다투어 보고 있는 것이었다. 행자가 가까운 곳까지 밀고 들어가 화안금정을 번쩍 뜨고 자세히 살펴보니, 그 방에는 이러하였다. "짐은 서우하주 주자국 왕이라, 왕업을 세운 이래 사방이 평복하고 백성이 청안하였느니라. 근자에 국사가 불상하여 깊은 병으로 베개에 엎드린 지 오래 끌어왔으나 낫기 어렵도다. 본국 태의원이 여러 차례 좋은 처방을 골랐으나 다스리지 못하였느니라. 이제 이 방문을 내어 천하의 어진 선비를 널리 부르노라. 북에서 오나 동에서 오나, 중화이건 외국이건 가리지 아니하고 의약에 정통한 자가 있거든 보전에 올라 짐의 몸을 치료하라. 조금이라도 병이 나으면 사직을 절반으로 나누어 주겠노니, 결코 헛되이 보이지 아니하리라. 이런 까닭에 내어 걸어 두노니, 마땅히 방문에 이르는 자는 알지어다." 다 보고는 마음이 한없이 기뻐하며 말했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움직이면 재물의 기운이 세 가지 있다 하였느니라. 일찍이 관아에 멍하니 앉아 있지 않은 것이 다행이로다. 이제 무슨 양념을 살 것도 없거니와, 우선 경을 구하는 일은 하루쯤 참아 두고 노손이 의원 노릇을 한번 해 보자." 훌륭한 대성이라, 허리를 굽혀 그릇을 내던지고 흙 한 줌을 집어 위로 뿌리며 주문 한마디를 외우고는 은신법을 부려, 가만히 앞으로 나아가 방문을 떼어 내고, 또 손 땅을 향하여 신선의 기운을 한 입 빨아 들이켜 불어 보내니, 그 회오리바람이 이는 곳에서 그는 몸을 돌려 곧장 팔계가 서 있던 곳에 이르렀다. 보니 그 멍청이는 주둥이를 담장에 괸 채 꼭 잠이 든 것만 같았다. 행자는 그를 놀라게 하지 않고 방문을 접어 가만히 그의 품에 찔러 넣고는 발길을 돌려 먼저 회동관으로 가 버렸으니, 이 이야기는 여기서 접어두겠다.

각설하고 그 누각 아래 있던 사람들은 바람이 일어날 때에 저마다 머리를 감싸고 눈을 감았다. 어느새 바람이 지나가고 나니 황방이 없어져, 모두가 두려워 떨었다. 그 방문에는 본래 환관 열둘과 교위 열둘이 딸려 있었는데, 조회 때에 받아 나와 걸어 놓은 지 세 시진도 되지 않아 바람에 불려 간 것이었다. 벌벌 떨며 좌우로 찾던 중, 홀연 저팔계의 품에서 종이 귀퉁이 하나가 삐져나온 것이 보이자, 사람들이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네가 방문을 떼어 왔구나!"

그 멍청이가 홱 고개를 들어 주둥이를 한번 내밀자, 그 교위 몇이 놀라 비틀비틀 넘어졌다. 그는 몸을 돌려 가려 하는데, 앞에 있던 담 큰 자 몇이 붙들며 말했다. "네가 의원을 구하는 황방을 떼어 놓고도 어서 조정에 들어가 우리 만세의 병을 고치지 않고, 어디로 가려 하느냐?" 그 멍청이가 황급해하며 말했다. "너희 아들이 방문을 떼었느니라! 너희 손자가 의술을 할 줄 아느니라!" 교위가 말했다. "네 품에 찔러 넣은 것이 무어냐?" 멍청이가 그제야 고개를 숙여 보니 참으로 글자 적힌 종이 한 장이 있었다. 펼쳐 보고는 이를 갈며 욕했다. "그 원숭이 놈이 나를 죽이려 하는구나!" 원망하는 소리를 한번 지르고는 찢어 버리려 하는데, 일찍이 여러 사람이 붙들며 말했다. "너는 죽었구나! 이는 지금 임금이 내신 방문이니 누가 감히 찢어 버리겠느냐? 네가 이미 품에 지녔으니 필시 나라를 고칠 의술이 있을 터, 어서 우리와 함께 가자!" 팔계가 꾸짖으며 말했다. "너희는 모르는구나. 이 방문은 내가 뗀 것이 아니라 나의 사형 손오공이 뗀 것이니라. 그가 몰래 내 품에 넣어 두고는 나를 버려 둔 채 가 버렸느니라. 이 일을 밝히고자 하거든 내가 너희와 함께 그를 찾아주마." 사람들이 말했다. "무슨 헛된 소리를 하느냐? 눈앞의 종은 치지 않고 주물러 둔 종을 친단 말이냐? 네가 지금 방문을 떼었거니와, 우리더러 누구를 찾으란 말이냐! 상관없다! 끌고 가서 임금님을 뵙자!" 그 무리들은 시비를 가리지 않고 멍청이를 밀고 당겼다. 이 멍청이가 발을 딛고 서니 꼭 뿌리가 내린 듯하여, 열 명 남짓이 달려들어도 그를 움직일 수 없었다. 팔계가 말했다.

"너희는 높낮이를 모르는구나! 조금만 더 당겨 보아라, 내 멍청한 성질이 발동하면 너희는 원망하지 말라!"

오래지 않아 거리 사람들이 떠들어 그를 둘러쌌는데, 그 가운데 나이 든 환관 둘이 말했다.

"너는 얼굴이 기이하고 목소리가 맞지 않으니, 어디서 온 자이기에 이다지도 촌스럽고 억센 것이냐?" 팔계가 말했다.

"우리는 동토에서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가는 길이오. 우리 사부님은 당왕 폐하의 의동생이신 법사로서 방금 조정에 들어가 관문첩을 바꾸러 가셨느니라. 나는 사형과 함께 양념을 사러 왔는데, 누각 아래 사람이 많아 감히 가지 못하였고, 나의 사형이 여기서 기다리라 하였느니라. 그가 본래 방문이 있는 것을 보고는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떼어다가 몰래 내 품에 넣어 두고 먼저 가 버렸느니라." 그 환관이 말했다. "내 앞서 흰 얼굴에 살진 중 하나가 조문을 향해 곧장 가는 것을 보았는데, 생각하니 바로 너희 사부님이 아니냐?" 팔계가 말했다. "그러하오, 그러하오." 환관이 말했다. "너의 사형은 어디로 갔느냐?" 팔계가 말했다. "우리 일행은 네 사람이니라. 사부님은 관문첩을 바꾸러 가시고, 우리 셋과 행낭과 말은 모두 회동관에 쉬고 있느니라. 사형이 나를 놀리고는 먼저 관아로 돌아가 버렸느니라." 환관이 말했다. "교위여, 그를 잡아끌지 말라. 우리가 함께 관아로 가면 자초지종을 알 수 있으리라." 팔계가 말했다. "그대 두 할머님께서는 사리를 아시는구려." 여러 교위가 말했다. "이 중은 참으로 물건을 보는 눈이 없구나! 어찌하여 내시를 보고 할머님이라 부르느냐?"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 이 음양이 뒤집힌 놈들아! 그 두 분 늙은 어머님을 두고 할머님이라 부르지 않고, 도리어 내시라 부른단 말이냐!" 사람들이 말했다. "말장난하지 말고 어서 너의 사형이나 찾으러 가자."

그 거리 사람들이 떠들썩하게 삼백오백 명이나 함께 관아 문 앞까지 몰려왔다. 팔계가 말했다. "여러분, 멈추시오. 나의 사형은 나와 달리 여러분이 희롱하는 것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오. 그는 성미가 맹렬하고 진지한 선비니라. 여러분이 그를 보거든 모름지기 큰 절을 한번 올리고 손 노야라 불러 주시오. 그러면 그가 받아 줄 것이오. 그렇지 않으면 그가 얼굴을 바꿀 터이니, 이 일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오." 여러 환관과 교위가 모두 말했다. "너의 사형이 참으로 재주가 있어 국왕의 병을 고쳐 낸다면 그도 강산의 절반을 가질 터이니, 우리가 마땅히 절을 올려야 하리라." 그 한가한 사람들은 모두 문 밖에서 떠들고, 팔계는 환관과 교위 일행을 이끌고 곧장 관아로 들어갔는데, 다만 행자와 사승이 객방에서 바로 그 방문을 뗀 일을 이야기하며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팔계가 앞으로 나서며 그를 붙들고 마구 떠들었다. "그대가 사람 구실을 하느냐! 나더러 채소 국수와 화병과 만두를 사 먹으러 가라 해 놓고는, 알고 보니 모두 헛것이었구나! 또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무슨 황방을 떼어다 몰래 내 품에 찔러 넣고, 나를 내세워 허세를 부리게 하였구나! 이래가지고서야 형제라 할 수 있겠느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 멍청아, 길을 잘못 들어 다른 곳으로 갔던 모양이구나. 나는 고루를 지나 양념을 사고 급히 돌아와 너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아 내가 먼저 왔거늘, 어디에서 무슨 황방을 떼었단 말이오?" 팔계가 말했다. "지금 방문을 지키던 관리들이 여기 있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 환관 몇과 교위들이 위를 향해 절을 올리며 아뢰었다. "손 노야시여, 오늘 우리 임금님께 인연이 있어 하늘이 노야를 내려보내셨사오니, 모름지기 경륜의 솜씨를 크게 펴시고 삼절굉의 재주를 조금만 베푸시어 우리 임금님의 병을 낫게 하여 주시옵소서. 강산을 나누어 가질 분이 있고 사직을 절반으로 나누게 되리이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얼굴빛을 바로하여 팔계의 방문을 받아 들고 여러 사람에게 말했다. "그대들이 바로 방문을 지키던 관리들이오?" 환관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노비는 사례감의 내신이옵니다. 이 몇 사람은 금의교위이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이 의원을 구하는 방문은 참으로 내가 뗀 것이니라. 그런 까닭에 내 사제를 보내어 인도하게 하였느니라. 이미 그대들 임금께 병이 있다 하나, 속담에 이르기를 약은 따라 팔지 않고 병은 의원을 찾아가지 않는다 하였느니라. 그대가 가서 그 국왕더러 몸소 나와 나를 청하라 이르게 하시오. 내게는 손이 닿으면 병이 낫는 공력이 있느니라." 환관들이 그 말을 듣고 놀라지 않는 이가 없었는데, 교위가 말했다. "큰소리를 내는 것을 보니 필시 도량이 있도다. 우리 가운데 절반은 여기서 조용히 모시고, 절반은 조정에 들어가 아뢰겠나이다." 마침내 환관 넷과 교위 여섯으로 나뉘어, 선지를 기다릴 것도 없이 곧장 조정에 들어가 계단 위에서 아뢰었다. "주공이시여, 만천의 기쁨이옵니다!" 그 국왕이 바로 삼장과 함께 수라를 마치고 한담하고 있는데, 홀연 이 아뢰는 소리를 듣고 물었다. "기쁨이 어디서 온 것이냐?" 환관이 아뢰었다. "노비들이 일찍이 의원을 구하는 황방을 받아 나와 고루 아래에 걸어 두었는데, 동토 대당에서 경을 구하러 멀리 온 성승 손 장로 한 분이 그것을 떼었사옵니다. 지금 회동관 안에 있사오며, 임금님께서 몸소 가서 그를 청하시기를 바라옵니다. 그에게는 손이 닿으면 병이 낫는 공력이 있사옵니다. 그런 까닭에 특별히 와서 아뢰옵니다." 국왕이 그 말을 듣고 마음이 한없이 기뻐하며 당승에게 물었다. "법사여, 고제가 몇 명이오?" 삼장이 합장하며 대답하였다. "빈승에게는 완고한 제자가 셋 있사옵니다." 국왕이 물었다. "그 어느 고제가 의술에 능하오?" 삼장이 말했다. "실로 폐하를 속이지 않고 아뢰옵니다. 그 완고한 제자들은 모두 산야의 용렬한 재주밖에 없는 자들이옵니다. 다만 짐을 지고 말을 끌며, 시내를 돌고 물결을 찾아 빈승을 인도하여 산을 오르고 고개를 넘는 일이나, 혹은 험하고 위태로운 곳에서 마귀를 굴복시키고 괴물을 잡으며 범을 붙잡고 용을 항복시키는 일쯤은 할 수 있사오나, 약성을 아는 자는 하나도 없사옵니다." 국왕이 말했다. "법사여, 어찌 그리 지나치게 겸양하시오? 짐이 마침 오늘 전각에 올랐는데 법사가 조정에 오시니 참으로 하늘이 맺어 준 인연이오. 고제가 의술을 모른다 하면, 그가 어찌 내 방문을 떼어 과인더러 몸소 맞으러 가라 하였겠소? 필시 나라를 고칠 능력이 있는 것이오." 그리고 외쳤다. "문무 여러 경이여, 과인은 몸이 허약하고 기력이 없어 가마를 탈 수 없노라. 그대들이 과인을 대신하여 모두 조정 밖으로 나가, 손 장로를 정중히 모셔 와 짐의 병을 보게 하라. 그대들이 그를 보거든 절대로 경히 여기지 말고, 그를 신승 손 장로라 부르며 모두 군신의 예를 갖추어 뵙도록 하라." 그 여러 신하가 명을 받들어 방문을 지키던 환관과 교위와 함께 곧장 회동관에 이르러 줄을 서서 절을 올렸다. 놀란 팔계는 곁방에 숨고, 사승은 담 아래로 비켜 섰다. 그 대성은 가운데 앉아 있는데, 보니 꼼짝도 하지 않고 태연하였다. 팔계가 속으로 원망하며 말했다. "이 원숭이 놈이 참으로 사람을 죽이려 하는구나! 어찌 이토록 많은 관리가 절을 올리는데 답례도 하지 않고 일어서지도 않는단 말이냐!" 오래지 않아 절을 마치고 반열을 나누어 아뢰었다. "신승 손 장로님께 아뢰옵니다. 신 등은 모두 주자국 왕의 신하이옵니다. 이제 왕의 명을 받들어 삼가 깨끗한 예로 신승을 모셔 와, 조정에 들어가 병을 보아 주시기를 청하옵니다." 행자가 그제야 몸을 일으켜 여러 사람에게 말했다. "그대들 임금은 어찌하여 오지 않았느냐?" 여러 신하가 말했다. "우리 임금께서는 몸이 허약하고 기력이 없어 가마를 탈 수 없사옵니다. 특별히 신 등에게 명하여 임금을 대신하는 예를 행하여 신승을 절하며 모셔 오라 하였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그리 말한다면 여러분은 먼저 가시오. 내 마땅히 따라가겠노라." 여러 신하가 각각 품계에 따라 줄지어 걸었다. 행자가 옷을 여미고 일어서는데, 팔계가 말했다. "형님, 우리를 절대로 끌어내지 마시오." 행자가 말했다. "너를 끌어내지 않으마. 다만 너희 둘이 나를 대신하여 약을 받아 두어라." 사승이 말했다. "무슨 약을 받아 둔단 말이오?" 행자가 말했다. "누구든 약을 가지고 오거든 수량대로 받아 두어라. 내 돌아와서 쓸 것이니라." 두 사람이 승낙하였으니, 이 이야기는 여기서 접어두겠다.

이 행자가 여러 관리와 함께하니 잠깐 사이에 도착하였다. 여러 신하가 먼저 걸어가 그 국왕에게 아뢰니, 국왕은 주렴을 높이 걷고 용의 눈과 봉황의 눈을 번쩍이며 금 같은 입으로 어언을 열어 물었다. "어느 분이 신승 손 장로이오?"

행자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큰 소리로 말했다. "노손이 바로 그 사람이니라." 그 국왕이 목소리가 사납고 흉포하며, 용모가 괴상하게 생긴 것을 보고는 벌벌 떨며 용상 위에 넘어졌다. 놀란 여관과 내시들이 급히 부축하여 궁중으로 모셔 가는데, 국왕이 말했다. "과인이 놀라 죽겠노라!" 여러 관리가 모두 행자를 원망하며 나무랐다. "이 중이 어찌하여 이다지도 거칠고 촌스러우며 무례하단 말이오! 어찌 감히 마음대로 방문을 떼었단 말이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이 나를 잘못 원망하시오. 이처럼 사람을 업신여긴다면 그대들 임금의 병은 천 년이 가도 좋지 않을 것이오."

여러 신하가 말했다. "사람의 수명이 얼마나 되겠소이까? 천 년이 가도 오히려 낫지 않는단 말이오?" 행자가 말했다.

"그는 지금 병든 임금이니, 죽으면 병든 귀신이 될 것이요, 다시 태어나도 또한 병든 사람일 터이니, 그렇다면 천 년이 가도 오히려 낫지 않는 것이 아니오?" 여러 신하가 노하여 말했다. "이 중은 예의를 전혀 모르는구나! 어찌 감히 이토록 입을 가득 채워 함부로 지껄이느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함부로 지껄이는 것이 아니니, 여러분은 내 말을 들어 보시오. 의문의 이치와 법도는 지극히 미묘하고 현오하니, 요체는 마음속에 굴리고 돌릴 줄 아는 데 있느니라. 망문문절이라는 네 가지 일은 하나라도 빠지면 온전하지 못하느니라. 첫째는 그 신기와 안색을 바라보는 것이니, 윤택한가 마른가 살쪘는가 여위었는가와 일어나고 잠드는가를 살피고, 둘째는 소리의 맑음과 탁함을 듣는 것이니, 참된 말과 미친 말을 들어 보며, 셋째는 병의 근원이 며칠이나 지났는지 묻는 것이니, 음식을 어찌 먹고 대소변이 어떠한지 따져 보며, 넷째야말로 맥을 짚어 경락을 밝히는 것이니, 부침과 표리가 어떠한지를 보느니라. 내가 망문문절을 하지 않는다면, 금생에 편안하기를 바라지 말라."

그 양반 문무 관원 가운데 태의원 관원이 있었는데, 이 말을 듣고 여러 사람에게 칭찬하며 말했다. "이 중의 말에도 이치가 있소이다. 신선이 병을 본다 하여도 또한 망문문절을 해야 하니, 신성공교에 삼가 들어맞는 것이오." 여러 관리가 이 말에 따라 가까이 모시는 자에게 전하여 아뢰게 하였다. "장로는 망문문절의 이치를 써야만 병을 알아보고 약을 쓸 수 있다 하옵니다." 그 국왕이 용상에 누운 채 거듭 소리쳐 말했다. "그를 가라 하여라! 과인은 낯선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없노라!" 가까이 모시는 자가 궁에서 나와 말했다. "이 중이여, 우리 임금님의 뜻은 그대더러 가라 하시는 것이오. 낯선 사람의 얼굴은 볼 수 없다 하시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낯선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없다면, 나는 현사진맥을 할 줄 아노라." 여러 관리가 속으로 기뻐하며 말했다. "현사진맥이라면 우리도 귀로 들었으나 눈으로 본 적은 없소이다. 다시 아뢰어 보시오." 그 가까이 모시는 자가 또 궁에 들어가 아뢰었다. "주공이시여, 그 손 장로는 주공의 얼굴을 뵙지 않고도 현사진맥을 할 줄 안다 하옵니다." 국왕이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과인이 병을 앓은 지 삼 년인데 일찍이 이것을 시험해 본 적이 없으니, 그를 불러 들이라." 가까이 모시는 자가 즉시 급히 나와 전하였다. "주공께서 이미 그에게 현사진맥을 허락하셨사오니, 어서 손 장로를 불러 궁에 들어가 진찰하라 하옵니다." 행자가 곧 보전에 올라가니, 당승이 마주 나오며 꾸짖었다. "이 건방진 원숭이야, 나를 망하게 하는구나!"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좋으신 사부님, 내가 도리어 사부님을 위해 위풍을 세워 드리는데, 도리어 내가 사부님을 망친다 하시나이까?" 삼장이 꾸짖으며 말했다. "너는 나를 따른 이 몇 해 동안, 일찍이 네가 누구의 병을 고치는 것을 보았느냐! 너는 약성도 모르고 의서도 읽지 않았거늘, 어찌 감히 이 큰 화를 저지르려 하느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사부님, 사부님은 본래 모르시옵니다. 내게 초두방 몇 가지가 있어 큰 병을 고칠 수 있사오니, 틀림없이 그를 낫게 할 수 있사옵니다. 설령 잘못 고쳐 죽인다 하여도 다만 용의가 사람을 죽였다는 죄명을 물을 뿐이오니 또한 죽어 마땅한 일은 아니옵니다. 무엇이 두려우시나이까! 염려 마시옵소서, 염려 마시옵소서. 사부님은 우선 앉아서 내 맥리를 보시옵소서." 장로가 또 말했다. "너는 일찍이 '소문'과 '난경', '본초'와 '맥결'을 보았느냐? 무슨 장구이며 어찌 주석을 달았기에, 이토록 함부로 떠들며 무슨 현사진맥을 한다 하느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내게 금선이 몸에 있사오나 사부님은 보지 못하셨소이다." 즉시 손을 아래로 뻗어 꼬리 위에서 털 세 가닥을 뽑아 한 줌 쥐고 "변하라!" 외치니, 곧 세 가닥의 실선으로 변하였는데, 각각 길이가 두 길 네 자씩이요 스물네 절기를 본뜬 것이었다. 그것을 손에 받쳐 들고 당승에게 말했다. "이것이 내 금선이 아니시오?" 곁에서 모시던 내시가 말했다. "장로님은 우선 말다툼을 그치시고 궁중에 들어가 진찰하시옵소서." 행자가 당승에게 작별하고 가까이 모시는 자를 따라 궁에 들어가 병을 보았다. 참으로 그리하니,

마음에 비방이 있어야 나라를 다스릴 수 있고, 속에 묘결을 품어야 장생을 적느니라.

필경 이번에 가서 무슨 병을 보아 내며 무슨 약재를 쓸지 알 수 없거니와,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