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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9 제69회 심주야간수약물(心主夜間修藥物) · 군왕연상론요사(君王筵上論妖邪)

이야기는 이러하다. 손대성이 근시 환관과 함께 황궁 안뜰에 이르러, 침궁 문 밖까지 곧장 나아가 서서 금실 세 가닥을 환관에게 건네어 안으로 가져가게 한 뒤 분부하였다. "내궁의 비빈이거나 근시 태감이거나, 먼저 성스러운 옥체의 왼손목 아래에, 촌과 관과 척 세 부위에 맞추어 매게 하되, 실 끝을 창살 틈으로 빼내어 내게 내어 주라." 과연 그 환관은 이 말대로 주자국 왕을 청해 용상에 앉히고, 촌·관·척에 따라 금실 한 끝을 매고 다른 한 끝은 창 밖으로 빼어 정리하였다. 행자는 실 끝을 받아 자기 오른손 엄지로 먼저 집게손가락을 받치고 촌맥을 보았으며, 다음에는 가운뎃손가락을 엄지에 얹어 관맥을 보았고, 또 엄지로 약손가락을 받쳐 고정하고 척맥을 보았다. 스스로 호흡을 고르고 조절하여 사기와 오울, 칠표와 팔리와 구후, 부중침과 침중부를 나누어 정하고 허와 실의 실마리를 분명히 가려 냈다. 또 왼손을 풀어 전과 같이 오른손목 아래 부위에 매게 하였다. 행자는 곧 왼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처음부터 다시 진찰하여 마치고는, 몸을 한 번 부르르 떨어 금실을 거두어 자기 몸에 붙인 뒤 목소리를 높여 크게 외쳐 말했다. "폐하의 왼손 촌맥은 강하고 긴박하며, 관맥은 삽삽하고 늘어져 있고, 척맥은 비어 있으면서 가라앉았사옵니다. 오른손 촌맥은 뜨면서 미끄럽고, 관맥은 늦으면서 맺혀 있으며, 척맥은 잦으면서 단단하옵니다. 무릇 왼쪽 촌맥이 강하고 긴박한 것은 속이 비어 가슴이 아픈 것이옵고, 관맥이 삽삽하고 늘어진 것은 땀이 나고 살이 저리는 것이옵고, 척맥이 비면서 가라앉은 것은 소변이 붉고 대변에 피가 섞이는 것이옵니다. 오른손 촌맥이 뜨고 미끄러운 것은 속이 맺혀 경맥이 닫힌 것이옵고, 관맥이 늦고 맺힌 것은 묵은 음식과 머물러 있는 음료가 있는 것이옵고, 척맥이 잦고 단단한 것은 번민과 그득함이 허하고 찬 것과 서로 버티고 있는 것이옵니다. 이 귀한 병을 진단하건대 놀라고 두려워하며 근심하고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니, 이름하여 쌍조실군의 증세라 하옵니다."

그 주자국 왕이 안에서 그 말을 듣고는 마음이 몹시 기뻐하여 정신을 가다듬고 큰 소리로 응하여 말했다. "손끝이 밝도다! 손끝이 밝도다! 과연 이 병이로다! 어서 밖으로 나가 약을 쓰도록 하라." 대성은 그제야 느린 걸음으로 궁을 나왔다. 일찍이 곁에서 이 말을 들은 태감이 이미 먼저 여러 사람에게 알려 두었더라. 잠시 뒤 행자가 나오자 당승이 곧 어떠하냐고 물었는데, 행자가 말했다. "맥은 보았으니 이제 증세에 맞추어 약을 지을 참이오." 여러 관원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신승 장로시여, 조금 전에 두 마리 새가 무리를 잃은 증세라 하셨사온데, 그것이 무슨 뜻이오니까?"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암수 두 마리 새가 본래 한곳에서 함께 날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나운 비바람을 만나 놀라 흩어져, 암컷은 수컷을 보지 못하고 수컷은 암컷을 보지 못하게 되었으니, 암컷은 수컷을 그리워하고 수컷 또한 암컷을 그리워하는 것이옵니다. 이것이 두 마리 새가 무리를 잃은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나이까?" 여러 관원이 그 말을 듣고 한목소리로 갈채하며 말했다. "참으로 신승이시로다! 참으로 신령한 의원이시로다!" 칭찬을 그치지 않았다. 이에 태의관이 나서서 물었다. "병세는 이미 보아 내셨사오나, 무슨 약을 써서 고치실지 알지 못하겠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꼭 처방에 얽매일 것 없이, 약을 보이는 대로 다 가져오라 하시오." 의관이 말했다. "경전에 이르기를 약에는 팔백여덟 가지 맛이 있고 사람에게는 사백네 가지 병이 있다 하였사옵니다. 병이 한 사람의 몸에 모두 갖추어 있지도 않거늘, 약을 어찌 모두 쓴다는 이치가 있사오리까! 어찌하여 약을 보이는 대로 다 가져오라 하시나이까?"

행자가 말했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약은 처방에 얽매이지 않고 마땅함에 맞추어 쓴다 하였느니라. 그러므로 약품을 모두 징수하여 놓고 그때그때 더하고 빼는 것이니라." 그 의관은 다시는 말이 없었고, 곧 조정 문 밖으로 나가 자기 관아의 당직자에게 명하여 온 성 안의 생약방과 숙약방에 두루 알리게 하고, 즉시 약품을 맛마다 각각 세 근씩 마련하여 행자에게 보내게 하였다. 행자가 말했다. "이곳은 약을 만들 자리가 못 되니, 여러 약의 분량과 약을 만드는 온갖 기물을 모두 회동관으로 보내어 내 사제 둘에게 맡겨 받아 두게 하시오." 의관이 명을 듣고 곧 팔백여덟 가지 약품을 맛마다 세 근씩과, 약을 갈아 부수는 연자매와 맷돌, 약을 치는 체와 절구, 그리고 유발과 유발 공이 따위를 모두 관중으로 보내어 하나하나 교부하여 거두게 하였다.

행자가 전각으로 올라가 사부님을 청하여 함께 관중으로 가서 약을 만들려 하는데, 그 장로가 막 일어나려는 참에 홀연 내궁에서 전지가 내려와, 법사를 머물게 하여 문화전에서 함께 묵게 하고, 내일 아침 약을 복용한 뒤 병이 나으면 후히 사례하고 관문을 바꾸어 전송하라 하였다. 삼장이 크게 놀라며 말했다. "제자야, 이 뜻은 나를 볼모로 잡아 두려는 것이로구나. 잘 고치면 기뻐하며 보내 주려니와, 잘 고치지 못하면 내 목숨이 끝장이로다. 너는 모름지기 마음을 세밀히 쓰고 정성을 다해 조제하도록 하여라!"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사부님께서는 마음을 놓으시고 여기서 대접이나 받으시옵소서. 노손에게는 나라를 고칠 만한 솜씨가 있사옵니다."

훌륭한 대성이로다. 삼장과 헤어지고 여러 신하에게 작별을 고한 뒤 곧장 관중으로 갔다. 팔계가 마중을 나와 웃으며 말했다.

"사형, 내가 그대 속을 알았소." 행자가 말했다. "네가 무엇을 안다는 말이냐?" 팔계가 말했다. "경을 구하러 가는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리라 보았으니, 장사를 하려 해도 밑천이 없고, 오늘 이곳이 부유하고 풍족한 것을 보니 꾀를 내어 약방을 열려는 것이지요." 행자가 꾸짖으며 말했다. "헛소리 말아라! 주자국 왕의 병을 고쳐 놓고 뜻을 이룬 뒤에 조정에 작별하고 길을 떠날 터인데, 무슨 약방을 연단 말이냐!" 팔계가 말했다. "그럼 그렇지 않단 말이오? 이 팔백여덟 가지 약을 맛마다 세 근씩이면 모두 이천사백이십사 근이거늘, 한 사람만 고치는 데 얼마나 쓴다고 그러시오? 몇 해가 지나야 다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구려!" 행자가 말했다. "거기 그렇게 많이 쓰겠느냐? 저 태의원 관원들이란 자들은 모두 어리석고 눈먼 무리니라. 그러므로 이 많은 약품을 가져오게 하여 그들로 하여금 어림잡을 곳이 없게 하는 것이니, 내가 어느 몇 가지를 쓰는지 알지 못하게 하여 내 신묘한 처방을 헤아리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니라." 바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문득 관사 두 사람이 면전에 꿇어앉으며 말했다. "신승 어른께서 저녁 공양을 드시옵소서." 행자가 말했다. "아침에는 그다지도 나를 대하더니, 이제는 꿇어앉아 청하니 어찌된 일이냐?" 관사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어른께서 오셨을 적에 하관은 눈에는 눈동자가 없어 존안을 알아보지 못하였나이다. 이제 어른께서 세 번 부러진 팔을 크게 펴시어 우리 한 나라 임금을 고치신다 하니, 만일 주상께서 병이 나으시면 어른께서는 강산에 분깁이 있으실 터이고, 우리들은 모두 신하가 되오니, 예로 마땅히 절하고 청하여야 하나이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흔쾌히 당에 올라 위쪽에 앉고, 팔계와 사오정은 좌우로 나뉘어 앉으니, 공양이 차려져 올라왔다. 사오정이 곧 물었다. "사형, 사부님께서는 어디 계시오니까?"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사부님은 주자국 왕에게 볼모로 붙잡혀 계시니, 병을 고쳐 놓아야 비로소 사례하고 전송할 것이니라." 사오정이 또 물었다. "대접은 받으실 수 있겠소이까?" 행자가 말했다. "임금이 어찌 대접이 없겠느냐! 내가 올 때 이미 각로 세 분이 좌우에서 모시고 있어 문화전으로 모셔 들어간 참이니라."

팔계가 말했다. "그렇게 말한다면 그래도 사부님이 더 높으시구려. 사부님께는 각로가 모시고 있는데, 우리는 겨우 관사 둘의 치켜세움만 받는 판이니, 그만 두고 노저나 한 끼 배불리 먹어 보자." 형제들은 이에 스스럼없이 한바탕 즐겁게 먹었다.

날이 이미 저물자 행자가 관사를 불러 말했다. "그릇과 살림은 거두고, 기름과 초를 넉넉히 마련해 두시오. 우리가 밤이 고요해진 뒤에야 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니라." 관사가 과연 기름과 초를 얼마쯤 가져다 주고 각자 흩어져 쉬게 하였다. 한밤중이 되어 천가의 거리가 고요해지고 온갖 소리가 그쳤다. 팔계가 말했다. "형님, 무슨 약을 만드시오? 일찍 일이나 끝내구려. 노저는 졸리오." 행자가 말했다. "너는 대황 한 냥을 가져다가 곱게 가루로 만들어라." 사오정이 이에 말했다.

"대황은 맛이 쓰고 성질이 차며 독이 없고, 그 성질은 가라앉아 뜨지 않으며, 그 쓰임은 달려 나가되 머물지 않아 온갖 막힌 것을 빼앗되 막힘이 없게 하고, 화란을 평정하여 태평을 가져오니, 이름하여 장군이라 하느니라. 이는 곧 약을 달려 나가게 하는 것일 뿐이온데, 오래 앓아 허약해진 데에는 이 약을 쓰지 못할까 두렵나이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현제는 모르는구나. 이 약은 가래를 삭이고 기를 순하게 하여, 뱃속에 엉겨 머문 한열을 씻어 내느니라. 내 일에 참견하지 말고, 너는 가서 파두 한 냥을 가져와 껍질을 벗기고 막을 걷어 내고 두드려 기름의 독을 없앤 뒤 곱게 가루로 만들어 오너라." 팔계가 말했다. "파두는 맛이 맵고 성질이 뜨거우며 독이 있어, 단단히 쌓인 것을 깎아 내고 폐부에 가라앉은 한기를 씻어 내며, 막힌 것을 통하게 하고 물과 곡식이 지나는 길을 열어 주니, 이는 관문을 베어 문을 빼앗는 장수라, 가벼이 쓸 수 없소." 행자가 말했다. "현제, 너도 모르는구나. 이 약은 맺힌 것을 깨뜨리고 창자를 통하게 하여, 가슴이 부풀고 물이 찬 것을 다스릴 수 있느니라.

어서 만들어 오너라. 내가 좌사지맛으로 도울 약재가 따로 있느니라." 그 두 사람이 즉시 두 약을 곱게 갈며 말했다.

"사형, 또 몇십 가지를 쓰시렵니까?" 행자가 말했다. "쓸 것 없다." 팔계가 말했다. "팔백여덟 가지에 맛마다 세 근씩인데, 겨우 이 두 냥만 쓴다면 참으로 사람을 놀려 먹는 것이오." 행자가 꽃무늬 자기 잔 하나를 내밀며 말했다. "현제는 말이 많구나. 너는 이 잔을 들고 가서 솥바닥 재를 반 잔 긁어 오너라." 팔계가 말했다. "그건 어디에 쓰시려고요?" 행자가 말했다. "약에 써야 하느니라." 사오정이 말했다. "소제는 약에 솥바닥 재를 쓰는 것을 본 적이 없사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솥바닥 재를 백초상이라 이름하니 온갖 병을 조절할 수 있느니라. 너희가 모르는 것이니라."

그 멍청이는 참으로 반 잔을 긁어 와서 또 곱게 갈았다. 행자가 또 잔을 그에게 건네며 말했다.

"너는 다시 가서 우리 말의 오줌을 반 잔쯤 받아 오너라." 팔계가 말했다. "그건 어디에 쓰시려고요?" 행자가 말했다. "알약을 빚아야 하느니라." 사오정이 또 웃으며 말했다. "형님, 이건 장난이 아니옵니다. 말 오줌은 비리고 고약한 냄새가 나거늘, 어찌 약재에 넣을 수 있사오리까? 소제는 초로 쑨 풀로 알약을 빚고, 묵은 쌀로 쑨 풀로 알약을 빚고, 꿀을 달여 알약을 빚고, 혹은 다만 맑은 물로 알약을 빚는 것만 보았사옵니다. 어느 때에 말 오줌으로 알약을 빚는 것을 보았사옵니까? 그 물건은 비리고 고약하여 비장이 허한 사람은 한 번 냄새만 맡아도 곧 토하거늘, 다시 파두와 대황을 먹이면 사람을 위로도 토하고 아래로도 설사하게 만드니, 이것이 장난이오이까?" 행자가 말했다.

"너희는 속사정을 모르는구나. 내 그 말은 범상한 말이 아니니 본래 서해의 몸을 지닌 용이니라. 만일 그놈이 기꺼이 오줌을 누어 주기만 한다면 무슨 병이든 먹기만 하면 곧 나으리라. 다만 급히는 얻기 어려울 뿐이니라." 팔계가 그 말을 듣고 참으로 말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 말은 비스듬히 땅에 엎드려 자고 있었는데, 그 멍청이는 발로 한 차례 차서 일으켜 놓고 배 밑을 받치고 한참을 기다렸으나 전혀 오줌을 누는 기색이 없었다. 그는 달려와서 행자에게 말했다. "형님, 임금님 병 고치러 갈 것 없이, 어서 말이나 고치러 갑시다. 그 죽을 놈이 말라붙었는지 오줌 한 방울 나올 성싶지 않소!"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너와 함께 가마." 사오정이 말했다. "나도 가서 보겠소." 세 사람이 모두 말 곁으로 갔는데, 그 말이 벌떡 일어나며 입으로 사람의 말을 뱉고는 목소리를 높여 크게 외쳐 말했다. "사형, 그대가 어찌 모르시나이까? 나는 본래 서해의 비룡이옵니다. 천조를 범한 죄를 지었거늘 관음보살께서 나를 구하시어, 뿔을 켜고 비늘을 벗기고 말로 변하게 하시어 사부님을 모시고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가며 공을 세워 죄를 갚게 하셨나이다. 내가 물을 지나며 오줌을 누면 물속의 고기가 먹고 용이 될 것이요, 산을 지나며 오줌을 누면 산속의 풀머리가 맛을 얻어 영지로 변하고 선동이 캐어 가서 장수하리이다. 내가 어찌 이 속된 곳에서 가벼이 내버리려 하겠나이까?" 행자가 말했다. "아우는 삼가 말하라. 이곳은 서방의 임금 나라이니 속된 곳이 아니요, 또한 가벼이 내버리는 일도 아니니라. 상투적인 말에 이르기를, 여러 사람의 털을 모아 갖옷을 만든다 하였거늘, 본 나라 임금의 병을 고쳐야 하느니라. 잘 고쳐 내면 모두가 빛날 터이나, 그렇지 못하면 이 땅을 좋게 떠나지 못할까 두렵느니라." 그 말이 그제야 "기다리시오!" 하고 소리를 내었다. 보라, 그놈이 앞으로 한 번 몸을 내밀고 뒤로 한 번 웅크리더니, 입 가득한 이빨을 으드득으드득 소리가 크게 울리도록 악물고는 겨우 몇 방울을 힘주어 짜내고 나서 몸을 일으켜 섰다. 팔계가 말했다. "이 죽을 놈! 그것이 황금물이라면 좀 더 싸도 되지 않느냐!" 행자가 잔에 반 조금 못하게 찬 것을 보고 말했다. "됐다! 됐다! 가져가거라." 사오정이 그제야 기뻐하였다.

세 사람이 청사로 돌아와 앞서 마련한 약재를 한곳에 섞고는 큰 알약 세 개를 비벼 만들었다. 행자가 말했다. "동생들아, 너무 크구나." 팔계가 말했다. "겨우 호두알만 한데, 노저가 먹는다면 한 입에도 모자랄 것이오!" 이리하여 작은 합 하나에 담아 두고, 형제들은 옷을 입은 채로 누워 잠이 들었으니, 밤새 아무 일이 없었다.

어느덧 날이 밝았다. 그 주자국 왕은 병을 무릅쓰고 조회를 열어 당승을 청하여 만나 보고는, 곧 여러 관원에게 분부하여 빨리 회동관으로 가서 신승 손장로에게 절하고 약을 받아 오라 하였다. 여러 관원이 관중으로 따라가 행자를 향해 땅에 엎드려 절하며 말했다. "우리 임금께서 특별히 신하들에게 명하여 묘한 약제를 절하고 받아 오라 하셨나이다." 행자가 팔계에게 합을 가져오라 하여 뚜껑을 열고 여러 관원에게 건네주었다. 여러 관원이 여쭈어 물었다. "이 약의 이름이 무엇이오니까? 임금께 뵙고 아뢰어야 하겠사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이 약의 이름은 오금단이니라." 팔계 두 사람이 속으로 웃으며 말했다. "솥바닥 재를 버무린 것이니 어찌 오금이 아니겠는가!" 여러 관원이 또 물었다. "약인자는 무엇으로 써야 하오이까?" 행자가 말했다. "약인자는 두 가지가 다 통하느니라. 그중 쉬이 구할 수 있는 것은 여섯 가지 물건을 달인 탕으로 넘기는 것이니라." 여러 관원이 물었다. "그 여섯 가지란 무엇이오이까?" 행자가 말했다. "반공중에 나는 늙은 까마귀의 방귀, 빠른 물에 업힌 잉어의 오줌, 왕모낭낭이 얼굴에 바르는 분, 노군의 화덕에서 단을 단련한 재, 옥황이 쓰다 버린 두건 세 조각, 그리고 잠든 용의 수염 다섯 가닥이니라.

이 여섯 가지를 달인 탕으로 이 약을 넘기면, 그대들 임금의 근심병이 그 자리에서 가시리라." 여러 관원이 듣고 말했다. "이 물건들은 세상에 없는 것이오니, 다른 한 가지 약인자는 무엇인지 여쭙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무근수로 넘기면 되느니라."

여러 관원이 웃으며 말했다. "이것은 쉬이 구할 수 있겠소이다." 행자가 말했다. "어찌하여 쉬이 구할 수 있다 보느냐?" 여러 관원이 말했다. "이 고장 사람들의 속된 이야기로는 무근수를 쓰려거든 사발 하나를 들고 우물가나 냇가로 가서 물을 푼 뒤 급히 걸음을 돌려, 땅에 닿지도 않고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집에 가서 환자에게 먹이면 된다고 하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우물과 냇물은 모두 뿌리가 있는 물이니라. 내가 말하는 무근수는 그런 것이 아니요, 하늘에서 내려 땅에 닿지 않은 채로 먹어야 비로소 무근수라 하는 것이니라." 여러 관원이 또 말했다. "이 또한 쉬운 일이오이다. 날이 흐려 비가 내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약을 드시면 그만이옵니다." 이에 행자에게 절하며 사례하고 약을 받아 임금에게 올렸다. 주자국 왕이 크게 기뻐하며 곧 근시에게 명하여 받아 올리고는 보고서 말했다. "이것이 무슨 알약이냐?" 여러 관원이 말했다. "신승께서 오금단이라 하셨사온데, 무근수로 넘겨 드시라 하였나이다." 주자국 왕이 곧 궁인에게 무근수를 가져오라 하니, 여러 관원이 말했다. "신승의 말씀에 무근수란 우물이나 냇물이 아니요, 하늘에서 내려 땅에 닿지 않은 것이라 하였나이다." 주자국 왕이 즉시 당가관을 불러 전지를 내려, 법관을 청하여 비를 빌게 하라 하였다.

여러 관원이 그대로 따라 방을 내걸었는데, 이는 뒤에 가서 다시 이야기하겠다.

이야기는 다시 이러하다. 행자가 회동관 청사에서 저팔계를 불러 말했다. "조금 전에 하늘에서 내리는 물이라야 약을 쓸 수 있다고 허락하였거늘, 이때가 급한데 어찌 빗물을 얻겠느냐? 내가 보니 이 임금도 자못 어질고 덕 높은 군주이니, 내가 너와 함께 비를 좀 도와 약을 내리게 하는 것이 어떠하냐?" 팔계가 말했다. "어떻게 돕는단 말이오?" 행자가 말했다. "너는 내 왼쪽에 서서 보성이 되어라." 또 사오정을 불러 말했다. "너는 내 오른쪽에 서서 필숙이 되어라. 노손이 그에게 무근수를 좀 도와 주마." 훌륭한 대성이로다. 강두루의 결을 밟고 주문을 한 소리 외우자, 이내 정동쪽에서 검은 구름 한 떨기가 점점 머리 위로 다가왔다. 그 구름이 외쳐 말했다. "대성이시여, 동해 용왕 오광이 와서 뵈옵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일이 없으면 번거롭게 할 수 없거니와, 그대를 청한 것은 임금께서 약을 드실 무근수를 좀 도와 달라는 것이니라." 용왕이 말했다. "대성께서 부르실 적에 물을 쓴다는 말씀이 없으셨사오니, 소룡이 홀몸으로 왔을 뿐이옵고, 비 오는 기구를 가져오지도 못하였사오며, 또한 바람과 구름과 우레와 번개도 데려오지 못하였사온즉 어찌 비를 내리옵니까?" 행자가 말했다. "이번에는 바람과 구름과 우레와 번개가 쓰이지 않고, 또한 비가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니, 다만 약을 넘길 조금의 물만 있으면 되느니라." 용왕이 말했다. "그러하시다면, 내가 재채기를 두 번 하고 침과 콧물을 좀 토해 내어 그가 약을 먹게 하면 되겠나이다." 행자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가장 좋도다! 가장 좋도다! 더 망설일 것 없이 일찍 시작하라." 그 늙은 용이 공중에서 차츰 검은 구름을 낮추어 황궁 위에 이르러, 몸을 숨기고 모습을 감춘 채 입에 머금은 침을 한 입 뿜어내니, 이에 단비가 되었다. 온 조정의 관원들이 한목소리로 갈채를 보내며 말했다. "우리 임금께 만 번의 기쁨이로다! 하늘이 단비를 내리시는구나!" 주자국 왕이 곧 전지를 내려 분부하였다. "그릇을 가져다 담아 두라. 궁 안팎을 가리지 않고 관원의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고, 모두 신선의 물을 받아 두어 과인을 구하라." 보라, 문무의 많은 관원과 삼궁육원의 비빈과 삼천의 채녀와 팔백의 교태로운 미녀들이 하나하나 잔을 들고 받침을 받치며, 사발을 들고 쟁반을 받쳐 들고 단비를 기다려 받고 있었다. 그 늙은 용은 반공중에서 침과 콧물을 부려 내어 왕궁 앞뒤를 떠나지 않은 채 한참 동안이나 그리하다가, 대성에게 작별하고 바다로 돌아갔다. 여러 신하가 잔과 그릇과 사발과 받침을 거두어 오니, 한두 방울을 받은 이도 있고 서너 방울에서 대여섯 방울을 받은 이도 있으며, 한 방울도 받지 못한 이도 있었는데, 모두 한곳에 합치니 사발 세 잔 남짓한 양이 되어 모두 어안에 올려 바쳤다. 참으로 그러하였으니, 기이한 향기가 금란전에 가득 스며들고, 아름다운 맛이 천자의 뜰에 훈훈히 퍼지더라!

그 주자국 왕은 법사에게 작별하고 오금단과 단비를 가지고 궁중으로 들어가, 먼저 한 알을 삼키고 단비 한 잔을 마셨으며, 다시 한 알을 삼키고 또 단비 한 잔을 마셨다. 세 번째에도 알약 세 개를 모두 삼키고 단비 세 잔을 모두 넘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뱃속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하여, 도르래 소리처럼 끊이지 않았다. 곧 뒷간 통을 가져오게 하여 서너 차례에서 대여섯 차례까지 줄쌓아 내려가고는, 쌀 끓인 물을 조금 마시고는 용상에 비스듬히 기대어 누웠다.

비빈 두 사람이 뒷간 통을 들어 살펴보니, 그 오물과 가래와 침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는데 그 속에 찹쌀밥 덩이 한 뭉치가 있었다. 비빈이 용상 가까이로 나아와 아뢰었다. "병의 뿌리가 모두 내려왔나이다!" 주자국 왕이 그 말을 듣고 몹시 기뻐하며, 또 찹쌀밥을 한 차례 더 들었다. 잠시 뒤 점차 가슴이 넉넉하고 편안해지며 기혈이 조화를 이루어 정신이 펄펄 살아나고 다리의 힘이 굳세어졌다. 용상에서 내려와 조복을 입고는 곧 보전에 올라 당승을 만나 보고는 몸을 던져 절을 하였다. 그 장로가 황급히 답례하였다. 절을 마친 뒤 임금이 어손으로 그를 부축하고는 각하에게 분부하였다. "어서 간찰을 갖추되, 그 위에 짐이 재배하고 머리를 조아린다는 글자를 써서, 관원을 보내 법사의 높은 제자 세 분을 공손히 청하도록 하라. 한편으로는 동각을 크게 열고 광록시에서 잔치를 차려 사례하도록 하라." 여러 관원이 명을 받들어, 간찰을 갖출 이들은 간찰을 갖추고 잔치를 차릴 이들은 잔치를 차리니, 참으로 나라에는 산을 뒤엎을 만한 힘이 있어 잠깐 사이에 모두 끝났다.

이야기는 다시 이러하다. 팔계는 관원이 간찰을 전하는 것을 보고 기쁨을 이기지 못하며 말했다. "형님, 과연 좋은 묘약이었소! 이제 와서 사례하는 것은 형님의 공이시오." 사오정이 말했다. "둘째 형님, 그게 무슨 말이오! 상투적인 말에 이르기를, 한 사람에게 복이 있으면 한 집을 끌어 준다 하였소. 우리가 여기서 약을 만든 것도 모두 공이 있는 사람이니, 그저 가서 대접이나 받고 다시는 말이 많지 마시오." 오호라! 보라, 그 형제들이 모두 환희에 넘쳐 곧장 조정으로 들어왔다. 여러 관원이 인도하니 동각에 올라가니, 벌써 당승과 주자국 왕과 각로가 모두 거기에 있어 잔치를 마련하고 있었다.

이 행자는 팔계와 사오정과 함께 사부님께 읍을 올리고, 뒤이어 여러 관원이 모두 이르렀다. 보니 위쪽의 채식 탁자 넷이 모두 보기만 해도 열 가지를 먹는 듯한 잔치요, 앞쪽의 육식 탁자 하나도 또한 보기만 해도 열 가지를 먹는 듯한 진수였다. 좌우의 단독 탁자 사오백 개도 참으로 가지런하였다. 옛말에 이르기를 진수는 백 가지 맛이요, 아름다운 술은 천 종이라 하였다. 옥처럼 빛나는 기름진 젓과 비단처럼 고운 붉은 고기, 보배처럼 꾸민 꽃은 채색이 곱고 과자의 맛은 향기로웠다. 사탕으로 늘어놓은 용과 사자와 신선의 형상, 화덕에서 끌어 낸 떡과 정과는 봉황의 짝을 벌였구나. 육식에는 돼지와 양과 닭과 거위와 물고기와 오리의 갖가지 고기가 있고, 채식에는 채소와 죽순과 목이버섯과 표고버섯이 있었다. 몇 가지 향기로운 국수와, 여러 차례 내놓은 투명한 사탕과, 미끄럽고 부드러운 기장밥과 맑고 신선한 줄풀 열매 죽이 있었다. 가지가지 가루국은 향기롭고 매콤하며, 모든 반찬은 아름답고 또한 달았다. 임금과 신하가 잔을 들어 자리를 정하고, 이름과 품계에 따라 차례로 술잔을 돌렸다. 그 주자국 왕이 어손으로 잔을 들어 먼저 당승에게 자리를 권하니, 삼장이 말했다. "빈승은 술을 마실 줄 모르나이다." 주자국 왕이 말했다.

"고기를 섞지 않은 맑은 술이니, 법사께서 이 한 잔을 드시는 것이 어떠하시오?" 삼장이 말했다. "술은 승가의 첫째 계율이옵니다." 주자국 왕이 몹시 미안해하며 말했다. "법사께서 술을 끊으셨거늘, 그러면 무엇으로 공경을 표한단 말이오?" 삼장이 말했다. "어리석은 제자 세 사람이 대신 마시게 하시옵소서." 주자국 왕이 그제야 기뻐하며 금잔을 돌려 행자에게 건넸다. 행자가 술을 받아 여러 사람에게 예를 갖추고 한 잔 마셨다. 주자국 왕이 그가 시원스럽게 마시는 것을 보고 또 한 잔을 올렸다. 행자는 사양하지 않고 또 마셨다. 주자국 왕이 웃으며 말했다. "삼보종을 한 잔 하시오." 행자는 사양하지 않고 또 마셨다. 주자국 왕이 또 따르게 하며 말했다. "사계배를 한 잔 하시오." 곁에 있던 팔계는 자기에게는 술이 돌아오지 않는 것을 보고 꿀꺽꿀꺽 침을 삼키며 참고 있었는데, 또 주자국 왕이 굳이 행자에게 권하는 것을 보고는 소리를 지르며 나섰다. "폐하, 그 약을 먹은 데는 나도 힘을 보탰소이다. 그 약 속에 말이 있으니—" 이 말을 들은 행자는 그 멍청이가 비밀을 누설할까 두려워, 손에 들고 있던 술을 팔계에게 건넸다. 팔계는 받아들고 곧 마시며 더는 말하지 않았다. 주자국 왕이 물었다. "신승께서 약 속에 말이 있다 하셨는데, 무슨 말이오이까?" 행자가 입을 받아 말했다. "제 이 동생은 입이 이다지도 헤퍼서, 조금이라도 경험해 본 좋은 방이 있으면 곧 남에게 말하려 하는 것이니라. 폐하께서 아침에 드신 약 속에는 마두령이 들어 있었나이다." 주자국 왕이 여러 관원에게 물었다. "마두령이 무슨 맛이며 무슨 증세를 고칠 수 있느냐?" 이때 태의원 관원이 곁에 있다가 아뢰었다. "주공이시여, 마두령은 맛이 쓰고 차며 독이 없고, 천식을 가라앉히고 가래를 삭이는 데 큰 공이 있나이다. 기를 통하게 하여 피붙은 이를 없애는 데 가장 뛰어나고, 허한 것을 보하고 기침을 그치게 하며 또한 속을 편하게 하옵니다." 주자국 왕이 웃으며 말했다. "쓰기에 알맞도다! 쓰기에 알맞도다! 저장로도 한 잔 더 드시오." 그 멍청이는 역시 말없이 삼보종 한 잔을 마셨다. 주자국 왕이 또 사오정에게 술을 건네니 그도 세 잔을 마시고는 모두 자리에 앉았다.

잔치가 오래 이어지자 주자국 왕이 또 큰 잔을 들어 행자에게 올렸다. 행자가 말했다. "폐하께서는 앉으시옵소서. 노손은 차례에 따라 마음껏 마실 것이니, 결코 사양하지 않겠나이다." 주자국 왕이 말했다. "신승의 은혜가 산처럼 무거워 과인이 사례해도 다함이 없사오니, 좋든 싫든 이 큰 잔을 드시옵소서. 짐에게 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무슨 말씀이든 하시옵소서. 노손이 마셔야 하겠나이다." 주자국 왕이 말했다. "과인은 몇 해째 근심하고 의심하는 병을 앓고 있었는데, 신승의 영단 한 첩으로 뚫려 통하였으므로 곧 나았나이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어제 노손이 폐하를 진찰해 보니 이미 근심하고 의심하는 병인 줄 알았사오나, 무엇을 놀라고 근심하셨는지는 모르겠나이다." 주자국 왕이 말했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집안의 추한 일은 밖에서 말할 수 없다 하였거늘, 신승은 짐의 은혜로운 주인이시니 비웃지 않으실 터이라야 말씀드릴 수 있사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어찌 감히 비웃사오리까. 말씀하셔도 무방하옵니다." 주자국 왕이 말했다. "신승께서는 동쪽에서 오시며 몇 나라를 지나오셨는지 모르겠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지나온 것이 대여섯 곳이옵니다." 주자국 왕이 또 물었다. "다른 나라의 왕비는 무슨 칭호를 쓰는지 아시옵니까?" 행자가 말했다. "임금의 비는 모두 정궁과 동궁과 서궁이라 부르나이다." 주자국 왕이 말했다. "과인은 그런 칭호를 쓰지 않사옵니다. 정궁을 금성궁이라 부르고, 동궁을 옥성궁이라 부르고, 서궁을 은성궁이라 부르나이다. 지금은 은궁과 옥궁 두 왕비만 궁에 있사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금성궁은 어찌하여 궁에 계시지 않사옵니까?" 주자국 왕이 눈물을 떨구며 말했다. "궁에 없는 지 이미 삼 년이 되었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어느 쪽으로 가셨사옵니까?" 주자국 왕이 말했다. "삼 년 전 단오절이었사옵니다. 짐이 비빈들과 함께 어화원 해류정 아래에서 종자를 풀고 쑥을 꽂으며, 창포와 웅황이 든 술을 마시고 용주 싸움을 구경하고 있었나이다. 그런데 홀연 한바탕 바람이 불더니 반공중에 요정 하나가 나타나 스스로 새태세라 일컬으며, 자기는 기린산 해치동에 사는데 굴에 부인이 하나 부족하다 하고, 내 금성궁이 얼굴이 아름답고 자태가 고와서 부인으로 삼으려 하니, 짐에게 어서 빨리 내보내라 하였나이다. 만일 세 번 외치도록 내어 주지 않으면 먼저 과인을 잡아먹고, 뒤에 여러 신하를 잡아먹고, 온 성의 백성을 모조리 잡아먹어 버리겠다 하였나이다. 그때 짐은 나라와 백성을 근심하여 하는 수 없이 금성궁을 해류정 밖으로 밀어 내었거늘, 그 요물이 소리 한 번에 빼앗아 가 버렸나이다. 짐은 이 일로 놀라고 두려워한 나머지 그 종자가 속에 엉겨 머물고, 또 밤낮으로 근심을 그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고통스러운 병이 삼 년이 된 것이나이다. 이제 신승의 영단을 먹고 나서 여러 차례 내려간 것이 모두 그 삼 년 전에 쌓이고 머물러 있던 물건이었으므로, 이제야 몸이 건강하고 가벼워져 정신이 예전과 같사옵니다. 오늘의 목숨은 모두 신승께서 주신 것이니, 어찌 태산처럼 무거울 뿐이겠나이까!" 행자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기쁨에 가득하여 그 큰 잔의 술을 두 입에 들이키고는 웃으며 주자국 왕에게 물었다. "폐하께서 본래 이토록 놀라고 근심하셨던 것이옵니다! 이제 노손을 만나 다행히 나으셨사온데, 금성궁을 나라로 돌아오게 하고 싶으신지 모르겠나이다." 그 주자국 왕이 눈물을 떨구며 말했다. "짐은 간절하고 간절하게, 낮이고 밤이고 그리워하고 있사오나, 다만 그 요정을 잡아 낼 자가 하나도 없사옵니다. 어찌 그이가 나라로 돌아오기를 바라지 않을 이치가 있사오리까!" 행자가 말했다. "내 노손이 그대를 위하여 요사한 놈을 항복받으러 가리다. 그때에는 어떠하시겠나이까?" 주자국 왕이 꿇어앉으며 말했다. "만일 짐의 왕비를 구해 주신다면, 짐은 삼궁구빈을 거느리고 성을 나가 백성이 되어, 한 나라의 강산을 모두 신승께 바쳐 그대로 임금이 되시도록 하겠나이다." 곁에 있던 팔계가 이런 말을 하고 이런 예를 갖추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하여 껄껄 크게 웃으며 말했다. "이 황제는 체통을 잃었구려! 어찌 아내 때문에 강산을 버리고 중에게 꿇어앉는단 말이오?" 행자가 급히 앞으로 나서서 주자국 왕을 부축하여 일으키며 말했다. "폐하, 그 요정이 금성궁을 데려간 뒤로 이즈음에 또 온 적이 있사옵니까?" 주자국 왕이 말했다. "그놈은 재작년 오월 절에 금성궁을 빼앗아 간 뒤, 시월 무렵에 와서 궁아 둘을 달라 하였사옵니다. 낭낭을 모시게 한다 하였사온즉 짐이 곧 둘을 내어 주었나이다. 지난해 삼월 무렵에 또 와서 궁아 둘을 달라 하였고, 칠월 무렵에 또 둘을 데려갔으며, 올해 이월에도 또 둘을 데려갔사오니, 어느 때에 또 올는지 알 수 없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그놈이 이토록 자주 오거늘, 그대들은 그놈이 두렵지 않사옵니까?" 주자국 왕이 말했다. "과인이 그놈이 여러 차례 오는 것을 보고 하나는 두렵고 둘은 해칠 뜻이 있을까 염려되어, 지난해 사월에 짐이 공장에게 명하여 피요루 하나를 세웠사옵니다. 바람 소리만 들으면 그놈이 온 줄 알고 곧 두 왕비와 아홉 비빈을 거느리고 누각으로 들어가 피하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폐하께서 싫어하지 않으신다면 노손을 데리고 그 피요루를 한 번 가서 보게 해 주시겠나이까?" 그 주자국 왕이 곧 왼손으로 행자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나서니, 여러 관원도 모두 일어났다. 저팔계가 말했다. "형님, 그대는 사리에 어둡구려! 이런 어주를 두고 마시지 않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무엇을 보러 간단 말이오?" 주자국 왕이 그 말을 듣고 팔계가 입을 위한 것임을 알아차리고, 곧 당가관에게 명하여 채식 탁자 두 개를 메어다 피요루 밖에 차려 놓고 술을 대령하게 하였다. 그 멍청이는 그제야 떠들지 않고 사부님과 사오정과 함께 웃으며 말했다. "자리를 옮겨 가는구려."

문무관 한 무리가 앞에서 인도하고, 그 주자국 왕과 행자가 서로 부축하며 황궁을 지나 어화원 뒤로 갔으나, 누대와 전각은 보이지 않았다. 행자가 말했다. "피요루가 어디 있사옵니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환관 둘이 붉은 칠을 한 장대 두 개를 들고 그 빈터로 가서 네모난 돌판 한 장을 들어 올리는 것이 보였다.

주자국 왕이 말했다. "이곳이 바로 그곳이외다. 이 밑으로 석 장이 넘는 깊이인데, 아홉 칸의 조전을 꾸며 놓았고, 그 안의 큰 항아리 넷에 맑은 기름을 가득 부어 등불을 켜 두어 밤낮 꺼지지 않게 하였나이다. 과인은 바람 소리를 들으면 곧 안으로 들어가 피하고, 밖에서는 사람을 시켜 돌판을 덮게 하느니라."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그 요정이 아직은 폐하를 해치지 않는 것이외다. 만일 폐하를 해치려 한다면 이곳이 어찌 피할 수 있겠나이까?" 바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문득 정남쪽에서 훠훠 하는 소리가 나며 바람이 불어 티끌을 날리고 흙을 뿌렸다. 놀란 여러 관원이 한목소리로 원망하며 말했다. "이 중의 입은 소금 간장을 두른 입이로구나! 무슨 요정을 말하니 요정이 곧 오는구려!" 놀란 주자국 왕은 행자를 버려 둔 채 곧 지하 굴로 기어들어 가고, 당승도 따라 들어갔으며 여러 관원도 모조리 숨었다. 팔계와 사오정도 숨으려 하였는데, 행자가 두 손으로 그 둘을 붙잡으며 말했다. "동생들아, 겁내지 말아라. 내가 너희와 함께 그놈을 알아보아 어떤 요정인지 보자." 팔계가 말했다. "웬 헛소리요! 그놈을 알아보아 무엇 하겠소? 여러 관원은 숨고, 사부님은 감추고, 임금은 피하였거늘, 우리도 가지 말고 그만둡시다. 누구 집안 자랑을 한답시고 나서는 것이오!" 그 멍청이는 왼쪽으로도 버둥거리고 오른쪽으로도 버둥거렸으나 손을 벗어날 수 없어, 행자에게 붙잡혀 한참을 끌려간 끝에 반공중에서 요정 하나가 번쩍 나타났다. 보라, 그놈의 생김새가 어떠하였는가. 아홉 자나 되는 긴 몸은 몹시 사납고 흉악하며, 한 쌍의 둥근 눈은 금등불을 번쩍이는구나. 두 쌍의 벌어진 귀는 부채를 펼친 듯하고, 네 개의 강철 어금니는 못을 박아 둔 듯하며, 귀밑털은 붉은 털로 휘감겼는데 눈썹은 불꽃을 세웠고, 코는 드리웠는데 콧구멍이 훤하게 열렸으며, 콧수염과 구레나룻 몇 가닥은 주사선 같고, 광대뼈가 불쑥 솟아 얼굴 가득 푸르스름하구나. 두 팔에는 붉은 힘줄이 서리고 손은 남빛 물을 들인 듯하며, 열 개의 뾰족한 발톱으로 창을 쥐었구나. 표범 가죽 치마를 허리에 두르고, 맨발에 헝클어진 머리를 보니 귀신의 형상이로다. 행자가 보고서 말했다. "사오정, 너는 그놈을 아느냐?" 사오정이 말했다.

"소승은 일찍이 그놈과 안면을 튼 적이 없사온데 어찌 알겠나이까!" 행자가 또 물었다. "팔계, 너는 그놈을 아느냐?"

팔계가 말했다. "나는 그놈과 차를 마시고 술을 마신 적도 없고, 또 손님이나 벗이나 이웃도 아니거늘, 내가 어찌 그놈을 알겠소!" 행자가 말했다. "그놈은 동악천제의 수하에서 문을 지키던 그 초면금정 귀신과 비슷하구나." 팔계가 말했다. "아니요! 아니요!" 행자가 말했다. "너는 어찌하여 그놈이 아니라고 아느냐?" 팔계가 말했다.

"내가 어찌 모르겠소? 귀신이란 음령이라, 하루가 저물어 신유술해의 시각이 바뀔 때라야 비로소 나오는 것이오. 오늘은 아직 사시거늘, 어느 귀신이 감히 나올 수 있겠소? 설령 귀신이라 한들 구름을 탈 줄도 모르거니와, 바람을 부릴 줄 안다 한들 다만 한바탕 회오리바람뿐이거늘, 어찌 이런 광풍이 있겠소? 혹시 그놈이 바로 새태세가 아닌지 모르겠소."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 멍청한 놈아! 자못 이치에 맞는 구석이 있구나! 그렇게 말한다면 너희 둘은 여기서 지키고 있어라. 노손이 가서 그놈의 이름을 물어, 주자국 왕을 위하여 금성궁을 구해 조정으로 돌아오게 하리라." 팔계가 말했다. "그대는 가려거든 가되, 우리를 불어 대지는 마시오." 행자는 거만하게 대답도 없이 급히 상서로운 빛을 타고 위로 뛰어올랐다. 오호라! 바로 그러하였으니,

나라를 편안케 하려면 먼저 임금의 병을 물리쳐야 하고, 도를 지키려면 모름지기 사랑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없애야 하느니라.

필경 이렇게 가서 공중에 이르러 승패가 어떠하며, 어떻게 요괴를 사로잡고 금성궁을 구해 내는지는 알 수 없거니와,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