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귀와 공명은 전생의 인연으로 이미 정해진 것이니, 사람으로서 결코 마음을 속이지 말라. 마음을 속이면 하늘도 돕지 않아 온갖 일이 어긋나고 근심만이 쌓이리라. 정대하고 광명하면 충량한 선과가 더욱 깊어지나니, 조금만 교만 방자하여도 하늘은 곧 벌을 더하시고, 눈앞에 복이 닥치지 않음은 다만 때를 기다림이라. 동군에게 묻노니, 어찌하여 지금 재앙이 이처럼 서로 침범하는고. 다만 마음이 높아 끝없는 것을 도모하고 상하를 분별하지 않아 규잠을 마구 어지럽혔기 때문이라.
말하자면, 제천대성이 뭇 천병에게 앞뒤로 끌려 참요대 아래로 가 항요주에 단단히 결박되었으나, 칼로 베고 도끼로 찍고 창으로 찌르고 검으로 긁어도 그 몸을 조금도 상하게 할 수 없었다. 남두성이 힘써 명하여 화부의 뭇 신에게 불을 놓아 장작처럼 태우게 하였으나 또한 태워지지 않았다. 또 뇌부의 뭇 신에게 명하여 우레 부스러기로 못을 박듯 사방에서 때리게 하였으나, 더욱 한 털끝도 상하게 할 수 없었다. 그때 대력귀왕이 뭇 신과 함께 아뢰었다. “만세, 이 대성이 어디서 이 몸을 지키는 법을 배웠는지 알지 못하옵니다. 신 등이 칼로 베고 도끼로 찍으며 우레로 때리고 불로 태웠으나 한 털끝도 상하게 하지 못하옵니다. 어찌하면 좋겠나이까?” 옥황상제가 이 말을 듣고 말했다. “이 녀석이 이러하고, 이러하니 어찌 처치한단 말인가?” 태상노군이 곧 아뢰었다. “그 원숭이는 반도를 먹고 어주를 마셨으며 또 선단을 도둑질하였나이다. 노도의 다섯 호리병 속의 단은 익은 것도 있고 생것도 있사온데, 그가 그것을 모조리 배 속에 먹어 넣었사옵니다. 삼매의 불을 운용하여 한 덩어리로 구워 냈으므로 온몸이 온전히 금강 같은 몸을 이루어 급히는 상하게 할 수 없나이다. 노도가 그를 데려다 ‘팔괘로’ 안에 넣고 문무의 불로 천천히 단련함만 같지 못하옵니다. 나의 단을 정련해 내면 그의 몸은 스스로 재가 되리이다.” 옥황상제가 이 말을 듣고 곧 육정과 육갑에게 명하여 그를 결박에서 풀어 노군에게 넘겨주게 하였다. 노군이 전지를 받들고 물러간 뒤, 한편으로는 이랑현성진군을 불러 금화 백 송이와 어주 백 병, 환단 백 알, 그리고 진기한 보물과 밝은 구슬, 비단과 수놓은 물건들을 상으로 내려 의형제와 함께 나누어 가지라 하였다. 진군이 은혜에 사례하고 관강구로 돌아간 일은 잠시 미루어 두겠다.
그 노군이 도솔궁에 이르러 대성의 밧줄을 풀고, 비파뼈를 꿰었던 기구도 빼내고, 그를 팔괘로 안으로 밀어 넣은 뒤, 화로를 지키는 도인과 불을 떠받치는 동자에게 명하여 불을 부채질해 일으켜 단련하게 하였다. 본래 그 화로는 건, 감, 간, 진, 손, 리, 곤, 태의 팔괘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가 곧 몸을 ‘손궁’ 자리 아래로 파고들었다. 손은 곧 바람이니, 바람이 있으면 불이 없다. 다만 바람이 연기를 휘저어 일으켜 두 눈을 붉게 그슬리게 하여 늙은 눈병을 앓는 꼴이 되었으므로, ‘화안금정’이라 부르게 되었다.
참으로 세월이 빠르고 빠르아 어느덧 칠칠 사십구 일이 지나니, 노군의 불후가 온전히 갖추어졌다. 문득 하루는 화로를 열고 단을 꺼내려 하였다. 그 대성은 두 손으로 눈을 가린 채 눈물을 흘리며 문지르고 있었는데, 화로 머리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홱 눈을 떠 광명을 보자 참지 못하고 몸을 솟구쳐 단로를 뛰어나왔다. 후라 하는 소리와 함께 팔괘로를 걷어차 넘어뜨리고 밖으로 나아갔다. 불을 떠받치던 자와 화로를 지키던 자, 그리고 정갑의 무리가 크게 놀라 달려들어 그를 붙잡으려 하였으나, 그에게 하나하나 쓰러져 마치 간질 앓는 흰 이마의 호랑이 같고 미친 외뿔 용 같았다. 노군이 뒤쫓아가 한 번 움켜잡으려다 그에게 한 번 휘둘려 거꾸로 곤두박질하여, 몸을 빼어 달아났다. 곧 귀 속에서 여의봉을 뽑아내어 바람을 맞닥뜨려 한 번 흔들자 사발만 한 굵기가 되어, 여전히 손에 쥐고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은 채 다시 천궁을 크게 어지럽혔다. 구요성을 쳐서 문을 닫고 집을 닫게 하고, 사천왕을 형체도 없이 만들어 버렸다. 과연 좋은 원숭이 요정이로다!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으니, 시에 이르기를,
혼원의 몸 바르게 선천에 합하니, 만겁 천번을 겪어도 다만 자연이라. 아득한 무위는 혼연히 태을이요, 여여하여 움직이지 않아 초현이라 일컬어지네.
화로 속에서 오래 단련된 것은 납이나 수은이 아니요, 물 밖의 장생은 본래 이 신선이라. 변화가 무궁하여 다시 변화하니, 삼귀와 오계는 아예 말하지 말라.
또 시에 이르기를,
한 점 신령한 광명이 태허를 꿰뚫으니, 그 지팡이도 또한 그러하다.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하여 사람의 쓰임을 따르며, 가로로 세로로 놓여도 말고 펴임에 맡기네.
또 시에 이르기를,
원숭이의 도체는 사람의 마음에 짝하니, 마음이 곧 원숭이라 그 뜻 깊도다. 대성이 하늘과 가지런함은 거짓된 논이 아니요, 벼슬 ‘필마’를 봉한 것은 참으로 지음이로다.
말과 원숭이가 합하여 마음과 뜻을 이루니, 단단히 묶고 굳게 매어 밖에서 찾지 말라. 만상이 진리에 돌아감은 한 이치를 따름이요, 여래와 함께 계합하여 쌍림에 머무네.
이번에는 원숭이 왕이 상하를 가리지 않고 철봉을 휘둘러 동을 치고 서를 막으니, 다시 어느 신도 감히 막아설 수 없었다. 그 기세가 마치 사나운 불길이 하늘을 사르는 듯하고, 성난 파도가 산을 뒤엎는 듯하였다. 마침내 통명전 안, 영소전 밖까지 쳐들어갔다. 다행히 우성진군의 좌사인 왕영관이 전각을 지키고 있었다. 그가 대성이 제멋대로 날뛰는 것을 보고 금편을 뽑아들고 가까이 나아가 막아서며 말했다. “망할 원숭이야, 어디로 가느냐! 내가 여기 있으니 결코 날뛰지 말라!” 이 대성은 사정을 말할 것도 없이 봉을 들어 바로 후려쳤다. 그 영관이 편을 들어 맞이하였다. 두 사람이 영소전 앞에서 한데 어우러져 한바탕 싸웠으니, 과연 잘 싸운다.
붉은 충담과 충량은 명예가 크고, 하늘을 속이고 윗사람을 기만함은 성명을 망치나니, 하나는 낮고 하나는 좋아 다행히 서로 버티니, 호걸과 영웅이 함께 겨루는도다. 철봉은 사납고 금편은 빠르니, 정직하고 사사로움이 없는데 어찌 참으랴? 이는 태을뇌성응화존이요, 저는 제천대성 원숭이 요괴라. 금편과 철봉 두 집안의 재주는 모두 신궁과 선인의 기계라. 오늘 영소보전에서 위풍을 떨치니, 각기 웅재를 펼침이 참으로 사랑스럽도다. 하나는 마음을 속여 두우궁을 빼앗으려 하고, 하나는 힘을 다해 현성계를 바로잡으려 하네. 애써 다투어 양보하지 않고 신통을 드러내나, 편과 봉이 오가도 승부가 없도다.
둥글둥글하고 빛나고 빛나, 예로부터 늘 존재하여도 사람이 어찌 배우랴? 불에 들어가도 타지 않고, 물에 들어가도 어찌 빠지랴? 광명한 한 알의 마니주여, 검극과 도창도 상하게 하지 못하네. 선할 수도 있고 악할 수도 있으니, 눈앞의 선악이 그에 따라 지어지도다. 선할 때에는 부처가 되고 신선이 되며, 악한 곳에서는 털을 쓰고 뿔을 달았네. 무궁한 변화로 천궁을 어지럽히니, 뇌장과 신병이 잡을 수 없도다.
그때 뭇 신이 대성을 한곳에 몰아넣었으나 몸에 가까이할 수 없어, 어지럽게 고함치며 어지럽게 싸우니, 이윽고 옥황상제마저 놀라게 하였다. 마침내 전지를 내려 유혁영관과 익성진군에게 서방으로 가서 부처님을 청하여 항복시키게 하였다.
그 두 성인이 전지를 받들고 곧장 영산 승경 뇌음보찰 앞에 이르러, 사대금강과 팔보살에게 예를 마친 뒤 곧 번거롭게 전하여 아뢰기를 청하였다. 뭇 신이 뒤따라 보련대 아래에 이르러 아뢰어 알리니, 여래가 불러 청하였다. 두 성인이 부처님께 세 번 절하고 대 아래에 모시어 섰다. 여래가 물었다. “옥황상제께서는 무슨 일로 두 성인을 번거롭게 이곳에 내려보내셨는고?” 두 성인이 곧 아뢰었다. “지난번 화과산에서 한 원숭이가 태어나 그곳에서 신통을 부리고 뭇 원숭이를 모아 세계를 어지럽혔나이다. 옥황상제께서 초안의 전지를 내리시어 ‘필마온’에 봉하셨으나, 그는 벼슬이 작다 여겨 배반하고 떠나갔나이다. 마땅히 이천왕과 나타태자를 보내어 잡게 하셨으나 붙잡지 못하시고, 다시 그를 초안하여 ‘제천대성’에 봉하셨으나 처음에는 벼슬만 있고 녹은 없었나이다. 그에게 반도원을 대신 관리하게 하시니 그가 곧 복숭아를 훔쳤고, 또 요지에 가서 안주를 훔치고 술을 훔쳐 큰 잔치를 어지럽혔으며, 술 기운을 빌려 또 몰래 도솔궁에 들어가 노군의 선단을 훔치고 천궁을 배반하여 나갔나이다. 옥황상제께서 다시 십만 천병을 보내셨으나 또한 항복시키지 못하셨나이다. 뒤에 관세음보살이 이랑진군과 그의 의형제를 천거하여 함께 뒤쫓아 죽이게 하였으나, 그는 변화가 많고 갈피가 없어 어찌할 수 없었사온데, 노군이 금강탁을 던져 무겁게 맞히신 덕분에 이랑이 비로소 붙잡을 수 있었나이다. 어전으로 압송하니 곧 목을 베라 명하셨으나, 칼로 베고 도끼로 찍고 불로 태우고 우레로 쳐도 모두 상하게 하지 못하였으므로, 노군이 아뢰어 허락을 받고 데려가 불로 단련하였나이다. 사십구 일 만에 솥을 여니, 그가 또 팔괘로를 뛰어나와 천정을 물리치고 곧장 통명전 안, 영소전 밖으로 들어갔나이다. 우성진군의 좌사 왕영관에게 가로막혀 애써 싸웠고, 또 삼십육 원의 뇌장을 조발하여 그를 핵심에 가두었으나 끝내 가까이할 수 없었나이다. 일이 긴급하므로 옥황상제께서 특별히 여래를 청하여 어가를 구원하게 하신 것이옵니다.” 여래가 그 조서를 듣고 곧 뭇 보살에게 말했다. “그대들은 이곳 법당에 편안히 앉아 선정의 자리를 어지럽히지 말라. 내가 마를 단련하고 어가를 구하러 갔다 오리라.”
여래가 곧 아나와 가섭 두 존자를 불러 함께 따르게 하고, 뇌음을 떠나 곧장 영소문 밖에 이르렀다. 문득 함성이 귀를 진동함을 들으니, 이는 삼십육 원의 뇌장이 대성을 에워싸 가둔 소리였다. 불조가 법지를 전하였다. “뇌장으로 하여금 창과 칼을 멈추고 진영을 풀어 그 대성을 나오게 하라. 내가 그에게 무슨 법력이 있는지 물으리라.” 뭇 장수가 과연 물러났다. 대성도 법상을 거두고 본래의 몸을 드러내어 가까이 나아가, 노기가 등등하여 엄한 소리로 높이 외쳤다. “너는 어느 지방의 선사이기에 감히 와서 칼과 병사를 멈추게 하고 나에게 묻느냐?” 여래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서방 극락세계 석가모니 존자요, 남무아미타불이라. 지금 네가 미친 듯 거칠게 굴며 거듭 천궁을 배반한다 함을 들었는데, 어느 지방에서 태어났으며 어느 해에 도를 얻었는지, 어찌하여 이처럼 포학한지 알지 못하겠노라.” 대성이 말했다. “나는 본래,
천지가 낳은 신령하고 혼연한 신선이요, 화과산 속의 한 늙은 원숭이라. 수렴동에서 가업을 이루었고, 벗을 찾아 스승을 뵙고 태현을 깨달았네.
장생의 법을 얼마나 많이 단련하였는지, 배워 온 변화는 넓고도 끝이 없네. 다만 인간 세상이 땅이 좁다 여겨, 마음을 굳게 세워 요천에 살고자 하였네.
영소보전은 그가 오래 차지할 곳이 아니요, 역대의 인간 왕에게도 나누어 전해지는 몫이 있네. 강한 자가 높은 자가 되니 마땅히 나에게 양보해야 하고, 영웅이라면 바로 이 자리에서 앞서려 하네.” 불조가 그 말을 듣고 껄껄 하고 냉소하며 말했다. “너 같은 녀석은 원숭이가 정을 이룬 것에 지나지 않는데, 어찌 감히 마음을 속여 옥황상제의 존위를 빼앗으려 하느냐? 그분은 어려서부터 수도하여 모진 천칠백오십 겁을 겪으셨느니라. 매 겁마다 십이만 구천 육백 년이 걸리니, 네가 셈해 보라. 그가 얼마나 많은 햇수를 지나야 비로소 이 무극대도를 누릴 수 있겠느냐? 너는 처음 세상에 나온 짐승인데, 어찌 이러한 큰소리를 내느냐! 사람 자식답지 못하구나! 사람 자식답지 못하구나! 네 수명이 깎일지니라! 어서 귀의하고 함부로 지껄이지 말라! 자칫 독한 손에 걸려 목숨이 눈 깜짝할 사이에 끊길까 두려우니, 네 본래의 면목이 아깝구나!” 대성이 말했다. “그가 비록 나이가 많고 수도가 오래되었다 한들, 마땅히 오래도록 이 자리를 차지할 것은 아니니라. 옛말에 이르기를 ‘황제는 돌아가며 하는 것이니, 내년엔 우리 집에 온다.’ 하였느니라. 다만 그를 옮겨 가게 하여 천궁을 나에게 양보하게 하면 그만이니라. 만일 아직도 양보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어지럽혀 영원히 청평하지 못하게 하리라!” 불조가 말했다. “네가 생장과 변화의 법을 제외하고 또 무슨 능력이 있기에 감히 천궁의 승경을 차지하려 하느냐?” 대성이 말했다. “나의 수단은 많고 많으니라! 나에게는 칠십이 가지 변화가 있고, 만겁을 지나도 늙지 않고 장생하느니라. 근두운을 몰 줄 알아 한 번 솟구치면 십만 팔천 리를 가느니라. 어찌 천위에 앉지 못하겠느냐?” 불조가 말했다. “내가 너와 한 가지 내기를 하겠다. 네가 만일 재주가 있어 한 번 근두운으로 이 내 오른손바닥을 벗어나 뛰어나가면 네가 이긴 것으로 하여, 다시는 칼과 병사로 애써 다투지 않게 하고, 곧 옥황상제를 청하여 서방에 가 살게 하고 천궁을 너에게 주겠노라. 만일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면 너는 다시 하계로 내려가 요괴로 있으면서 몇 겁을 더 닦은 뒤에 다시 와서 다투어라.”
그 대성이 말을 듣고 몰래 웃으며 말했다. “이 여래는 참으로 어리석기도 하구나! 나 노손은 한 번 근두운을 몰면 십만 팔천 리를 가는데, 그의 손바닥은 둘레가 한 자도 못 되니 어찌 뛰어나가지 못하겠느냐?” 곧 소리를 내어 말했다. “그렇게 말하였으니, 네가 주장을 세울 수 있겠느냐?” 불조가 말했다. “세울 수 있고말고!” 이에 오른손을 펼치니 연잎만 한 크기였다. 그 대성이 여의봉을 거두고 신위를 떨쳐 몸을 솟구쳐 부처님 손바닥 가운데에 섰다가 소리쳤다. “나 간다!” 보라, 그가 한 길의 구름 빛을 타고 그림자도 형체도 없이 사라져 갔다. 불조가 혜안으로 살펴보니, 그 원숭이 왕이 마치 바람개비처럼 쉬지 않고 앞으로만 나아갔다. 대성이 가다가 문득 다섯 개의 살빛 붉은 기둥이 푸른 기운을 받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가 말했다. “이곳이 바로 끝장이로구나. 이번에 돌아가면 여래가 증인이 되어 영소전은 틀림없이 내가 앉으리라.” 또 생각하며 말했다. “잠깐, 내가 표적을 좀 남겨 두어야 여래와 말하기가 좋겠구나.” 이에 털 하나를 뽑아 입으로 선기를 불고 “변!” 하고 외치니, 한 자루의 짙은 먹을 찍은 쌍호필이 되었다. 그 가운데 기둥 위에 큰 글씨 한 줄을 써 넣었다. “제천대성, 이곳에 와서 노닐다.” 다 쓴 뒤 털을 거두었다. 또 점잖지 못하게도 첫째 기둥 밑에 오줌을 한 바탕 누었다. 그리고는 근두운을 돌려 곧장 본래 자리로 돌아와 여래의 손바닥 위에 서서 말했다. “나는 이미 갔다가 지금 돌아왔다. 네가 옥황상제에게 천궁을 나에게 양보하게 하여라.”
여래가 꾸짖어 말했다. “이 오줌 싸는 원숭이 녀석아! 너는 내 손바닥을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였느니라!” 대성이 말했다. “너는 알지 못한다. 내가 하늘 끝까지 가서 다섯 개의 살빛 붉은 기둥이 푸른 기운을 받치고 있는 것을 보고 그곳에 표적을 남겼으니, 네가 감히 나와 함께 가서 보겠느냐?” 여래가 말했다. “갈 것 없이 네가 다만 고개를 숙여 보아라.” 그 대성이 화안금정을 둥글게 부릅뜨고 고개를 숙여 보니, 원래 불조의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에 “제천대성, 이곳에 와서 노닐다.”라고 써 있었고, 엄지손가락이 갈라진 틈에는 아직도 원숭이 오줌의 누린내가 남아 있었다. 대성이 크게 놀라 말했다. “이런 일이 있단 말인가! 이런 일이 있단 말인가! 내가 이 글자를 하늘을 받치는 기둥 위에 썼는데 어찌 그의 손가락 위에 있는가? 설마 미리 아는 술법이 있는 것은 아닌가? 나는 결코 믿지 않겠다! 믿지 못하겠다! 내가 다시 갔다 오리라!”
좋은 대성이여, 급히 몸을 솟구쳐 다시 뛰어나가려 하였으나, 불조가 손바닥을 뒤집어 한 번 쳐서 이 원숭이 왕을 서천문 밖으로 밀어내고, 다섯 손가락을 금, 목, 수, 화, 토의 다섯 개의 이어진 산으로 변화시켜 이름을 ‘오행산’이라 하고는 가볍게 그를 눌러 가두었다. 뭇 뇌신과 아나, 가섭이 하나하나 합장하고 찬양하여 말했다. “훌륭하시다! 훌륭하시다!
그해 알에서 화하여 사람이 되었고, 뜻을 세워 수행하여 과연 도가 참되었네. 만겁을 옮기지 않고 승경에 살았으나, 하루아침에 변하여 정신이 흩어졌네.
하늘을 속이고 윗사람을 기만하며 높은 자리를 탐하였고, 성인을 업신여기고 단을 훔쳐 큰 인륜을 어지럽혔네. 악이 가득 차 이제 응보를 받았으니, 어느 날에야 몸을 뒤집을는지 알지 못하겠네.”
여래불조가 요망한 원숭이를 섬멸하고, 곧 아나와 가섭을 불러 함께 서방 극락세계로 돌아가려 하였다. 그때 천봉과 천우가 급히 영소보전에서 나와 말했다. “여래께서는 잠시 기다려 주소서. 우리 주인께서 대가를 갖추어 오시나이다.” 불조가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 우러러보았다. 잠시 후 과연 팔경난여와 구광보개가 나타나고, 현가와 묘악이 울려 퍼지며 무량한 신의 글귀가 읊조려지고, 보화가 흩날리고 진향이 뿜어져 나왔다. 이윽고 부처님 앞에 이르러 사례하여 말했다. “큰 법력으로 요사한 무리를 거두어 섬멸하여 주신 데 깊이 감사하옵니다. 바라건대 여래께서는 하루만 머무르시어, 뭇 신선을 청하여 한 자리 잔치를 베풀어 사례하고자 하옵니다.” 여래가 감히 어기지 못하고 곧 합장하여 사례하며 말했다. “노승은 대천존의 선명을 받들고 이곳에 왔을 뿐이옵니다. 무슨 법력이 있겠나이까? 다 천존과 뭇 신의 큰 복이옵니다. 어찌 감히 사례를 받으리이까?” 옥황상제가 전지를 내려, 곧 운부의 뭇 신에게 명하여 나누어 가서 삼청과 사어, 오로, 육사, 칠원, 팔극, 구요, 십도, 그리고 천 명의 진인과 만 명의 성인을 청해 이곳에 와서 함께 부처님의 은혜에 사례하게 하였다. 또 사대천사와 구천선녀에게 명하여 옥경금궐과 태현보궁, 동양옥관을 크게 열게 하고, 여래를 청하여 칠보영대 위 높은 자리에 앉게 하였다. 그리고 각 반의 자리를 조설하고 용의 간과 봉의 골수, 옥액과 반도를 차려 놓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옥청원시천존과 상청영보천존, 태청도덕천존, 오승진군, 오두성군, 삼관사성, 구요진군, 좌보와 우필, 천왕과 나타, 그리고 현허의 모든 영통한 이들이 짝을 지은 정기와 쌍을 이룬 번개를 거느리고, 모두 밝은 구슬과 진기한 보물, 수과와 기이한 꽃을 받들어 부처님 앞에 나아가 절하며 바치고 말했다. “여래의 무량한 법력으로 요망한 원숭이를 거두어 항복시킨 것에 감복하옵니다. 대천존께서 잔치를 베푸시어 우리들을 불러 모두 와서 사례하게 하셨사오니, 청하옵건대 여래께서 이 모임에 이름을 하나 세워 주시옵소서.” 여래가 뭇 신의 부탁을 받들어 말했다. “지금 이름을 세우고자 하니, ‘안천대회’라 함이 좋겠노라.” 뭇 신선과 어른들이 입을 모아 모두 말했다. “좋은 ‘안천대회’로다! 좋은 ‘안천대회’로다!” 말을 마치자 각기 자리에 앉아 잔을 돌리고 술잔을 전하며, 꽃을 꽂고 비파를 타니, 과연 좋은 잔치였다.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으니, 시에 이르기를,
반도를 베푼 잔치는 원숭이가 어지럽혔으나, 안천대회는 반도보다 낫도다. 용의 깃발과 난새의 수레에는 상서로운 빛이 자욱하고, 보배로운 의장과 당번에는 서기가 흩날리네.
선인의 음악과 현묘한 노래는 음운이 아름답고, 봉황의 퉁소와 옥 피리는 울림이 높도다. 아름다운 향내가 감돌고 뭇 신선이 모였으니, 우주가 청평하여 성조를 하례하네.
뭇 신선이 모두 흐뭇하게 기뻐하며 모였는데, 이때 왕모낭랑이 한 무리의 선자와 선아, 아름다운 여인과 미녀들을 이끌고 하늘하늘 춤추며 부처님 앞으로 나아와 예를 올리고 말했다. “앞서 요망한 원숭이에게 반도 잔치를 어지럽혔사온데, 이제 여래의 큰 법력으로 완악한 원숭이를 사슬로 묶어 주신 덕에 ‘안천대회’를 기쁘게 열게 되었사옵니다. 사례할 물건이 없사오니, 제가 손을 깨끗이 씻고 친히 딴 큰 반도 몇 알을 바치옵니다.”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반은 붉고 반은 푸르러 달콤한 향을 뿜으며, 고운 선인의 뿌리는 만 년을 자랐네. 무릉원 위에 심은 것들은 우습구나, 어찌 천부보다 더 기이하고 굳세랴!
자줏빛 무늬는 연하고 고와 세상에 드물고, 연노란 씨는 맑고 달아 세상에 짝이 없네. 수명을 늘리고 나이를 더하며 몸까지 바꾸니, 인연 있는 자가 먹으면 스스로 범상치 않도다.
불조가 합장하여 왕모에게 사례를 마쳤다. 왕모가 또 선희와 선자에게 노래하게 하고 춤추게 하니, 잔치 가득한 뭇 신선이 또 모두 칭송하고 감탄하였다. 바로 이러하였다.
아득한 하늘 향기가 자리에 가득하고, 어지러이 선인의 꽃술과 꽃이 흩날리네. 옥경금궐의 큰 영화여, 진기한 물품과 기이한 보배는 값이 없도다.
짝지어 하늘과 수명을 같이하고, 쌍쌍이 만겁을 더하네. 뽕밭이 바다가 되어도 마음대로 변하게 두나니, 그들은 스스로 놀라지도 않도다.
왕모가 막 선희와 선자에게 노래와 춤을 시키고 술잔과 술패가 서로 오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문득 또 들려오는 것이 있었다.
한 줄기 기이한 향기가 코를 스치니, 집 안 가득한 별과 성수들이 놀라도다. 천선과 불조가 잔을 멈추고, 저마다 머리를 들어 눈으로 맞이하여 기다리네.
하늘 가운데에 한 노인이 나타나니, 손에는 영지와 어지러운 수를 받들었네. 호리병에는 만 년의 단을 감추어 간직하고, 보배로운 명부에는 천 년의 수명이 적혀 있네.
동굴 속의 천지에서 마음대로 자유롭고, 호리병 속의 해와 달도 이루어지는 대로 따르네. 사해를 노닐며 청한을 즐기고, 십주에 한가로이 흩어져도 모여드는 것을 용납하네.
일찍이 반도 잔치에 가 몇 번이나 취하였으나, 깨어 보면 밝은 달은 여전하네. 긴 머리에 큰 귀와 짧은 몸뚱이로, 남극의 방향에서 늙은 장수라 일컬어지네.
수성이 또 이르렀다. 옥황상제를 뵙고 예를 마친 뒤 다시 여래를 뵙고 사례를 아뢰었다. “처음에 그 요망한 원숭이가 노군에게 이끌려 도솔궁에서 단련된다 함을 듣고 반드시 평안해지리라 여겼사온데, 뜻밖에 그가 또 배반하여 나왔나이다. 여래께서 이 괴물을 잘 항복시키셨으므로 잔치를 베풀어 사례하게 되었사온데, 이에 소문을 듣고 달려왔나이다. 달리 바칠 물건이 없사오니, 특별히 자지와 요초, 푸른 연근과 금단을 갖추어 올리나이다.” 시에 이르기를,
푸른 연근과 금단을 석가께 바치니, 여래의 만수는 항하의 모래 같도다. 청평하고 길이 즐거운 삼승의 비단이요, 강태하고 장생하는 구품의 꽃이로다.
무상문 가운데 참된 법왕이요, 색공의 하늘 위에서는 선인의 집이라. 건곤대지가 모두 조사라 일컫고, 장육금신의 복과 수명은 끝이 없도다.
여래가 흔쾌히 받고 사례하였다. 수성이 자리를 얻어 앉아 여전히 잔을 돌리고 술잔을 전하는데, 이때 적각대선이 또 이르렀다. 옥황상제 앞에 나아가 이마를 조아려 예를 마친 뒤, 다시 불조에게 사례하여 말했다. “법력을 깊이 느꼈사오니 요망한 원숭이를 항복시키셨나이다. 공경을 표할 물건이 없사오니, 특별히 교리 두 알과 화조 몇 알을 갖추어 바치나이다.” 시에 이르기를,
대선은 맨발로 대추와 배를 향기롭게 바치니, 미타께 공경히 올려 수명이 길어지도다. 칠보연대는 산처럼 든든하고, 천금의 꽃자리는 비단처럼 꾸며졌네.
수명이 천지와 같다는 말이 틀리지 않고, 복이 큰 물결에 비한다는 말이 어찌 미친 말이랴. 복과 수명이 기약대로임이 참으로 그러하니, 청한하고 극락한 저 서방이로다.
여래가 또 사례를 하였다. 아나와 가섭을 불러 각기 바친 물건들을 하나하나 거두어들인 뒤에야 옥황상제 앞에 나아가 잔치에 사례하였다. 뭇 이가 저마다 술에 취해 있는데, 이때 한 순시영관이 와서 아뢰었다. “그 대성이 머리를 내밀었나이다.” 불조가 말했다. “괜찮다, 괜찮다.” 소매 속에서 다만 첩자 한 장을 꺼내니, 그 위에 여섯 글자의 금빛 글자가 있었다. “옴, 마, 니, 팔, 미, 훔.” 그것을 아나에게 건네며 그 산꼭대기에 붙이라 하였다. 이 존자가 곧 첩자를 받들고 천문을 나가 그 오행산 꼭대기에 이르러, 네모난 돌 하나에 단단히 붙였다. 그 산은 곧 뿌리를 내리고 틈이 맞닿아,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기운을 부릴 수 있었으며, 손이 밖으로 기어 나와 흔들고 버틸 수 있었다. 아나가 돌아와 아뢰었다. “이미 첩자를 붙였나이다.”
여래가 곧 옥황상제와 뭇 신에게 하직하고, 두 존자와 함께 천문 밖으로 나간 뒤, 또 한 번 자비심을 일으켜 진언과 주문을 외워, 오행산에 한 분의 토지신을 불러오고 오방갈제와 함께 이 산에 머물러 감시하며 가두게 하였다. 다만 그가 배고플 때에는 쇠알을 주어 먹게 하고, 목마를 때에는 녹인 구리 즙을 주어 마시게 하였다. 그의 재앙과 허물이 가득 차는 날이 되면 절로 그를 구할 이가 있으리라. 바로 이러하였다.
요망한 원숭이가 큰 담으로 천궁을 배반하였으나, 도리어 여래의 손에 굴복하여 항복하였네. 목마르면 녹인 구리를 마시며 세월을 견디고, 배고프면 쇠알을 먹으며 시절을 보내네.
하늘의 재앙으로 괴로이 곤궁하여 모진 시련을 겪고, 인간사는 처량하나 목숨이 긴 것을 기뻐하네. 만일 영웅이 다시 몸을 펴게 된다면, 훗날 부처를 받들어 서방으로 오르리라.
또 시에 이르기를,
굴복시키며 호강을 부려 큰일을 일으켰고, 용을 항복시키고 범을 굴복시켜 교묘한 재주를 부렸네. 복숭아를 훔치고 술을 훔쳐 천부를 노닐었으며, 녹을 받고 은혜를 입어 옥경에 있었네.
악이 가득 차 몸이 곤궁에 빠졌으나, 선근이 끊이지 않아 기운이 다시 오르네. 과연 여래의 손을 벗어나게 된다면, 다만 당나라에 성승이 나오기를 기다리라.
결국 어느 해 어느 달에 재앙이 가득 차게 될지는 알지 못하니,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