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이러하다. 손행자가 신위를 떨쳐 내며 쇠몽둥이를 쥐고 상서로운 빛을 밟아 허공으로 솟아올라, 상대의 면전에서 큰 소리로 호통쳤다. “너는 어디서 굴러온 사악한 마물이기에, 어느 곳으로 가서 제멋대로 날뛰려 하느냐!” 그 괴물이 사나운 목청을 높여 크게 외쳤다. “우리 무리는 딴 누가 아니라, 기린산 해치동의 새태세 대왕님 수하의 선봉이니라. 오늘 대왕의 분부를 받들어 이곳에 이르러 궁녀 두 명을 데려가 금성궁낭낭을 모시게 하려는 길이다. 너는 누구기에 감히 나에게 묻느냐!” 행자가 말했다. “나는 제천대성 손오공이니, 동쪽 땅의 당승을 모셔 서천으로 가서 부처님을 뵙고 경을 구하는 길에 이 나라를 지나게 되었다. 너희 이 무리의 사악한 마물이 임금을 업신여긴다는 말을 듣고, 특별히 웅장한 재주를 펼쳐 나라를 다스리고 사악한 기운을 쫓으려 하는 길이다. 마침 너희를 찾아낼 길이 없던 판에, 네가 스스로 목숨을 바치러 온 것이로다!” 그 요괴는 이 말을 듣고 분별도 없이 긴 창을 뻗어 곧바로 행자를 찔렀다. 행자가 쇠몽둥이를 들어 정면에서 맞받아치니, 허공 한가운데서 이 한바탕의 통쾌한 격전이 벌어졌으니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몽둥이는 용궁에서 바다를 누르는 보배요, 창은 인간 세상에서 거듭 단련한 쇠로다. 무릇 범인의 병기가 어찌 감히 신선의 병기와 겨루려 하며, 조금이라도 스치면 신령한 기운이 새어 나가느니라. 대성은 본래 태을의 신선이요, 요정은 본래 사악한 마구니의 업보니라. 귀신 따위가 어찌 바른 사람에게 가까이 갈 수 있으리오, 한 번 바름이 일어나면 사악함은 곧 멸하느니라. 저놈은 바람을 부리고 흙을 날려 임금을 겁박하고, 이놈은 안개를 밟고 구름을 타 올라 해와 달을 가리누나.
자세를 활짝 펴고 승부를 겨루니, 무능한 자 누가 감히 호걸을 자랑하리오! 그래도 제천대성이 유능하여, 쩡그렁 하는 소리와 함께 몽둥이 한 방에 창이 먼저 부러졌다. 그 요정은 행자의 쇠몽둥이 한 방에 창을 두 토막 내이자, 다급히 목숨을 건사하느라 바람머리를 돌려 곧장 서쪽으로 패주하였다.
행자는 그를 서두르지 않고 구름을 내려 요괴를 피하던 누각의 지하 굴 밖에 이르러 외쳤다. “사부님, 폐하와 함께 나오시옵소서. 괴물을 이미 쫓아버렸나이다.” 그제야 당승이 임금을 부축하고 굴 밖으로 나와 보니, 하늘이 온통 맑고 개어 요사스러운 기운은 조금도 없었다. 그 임금이 곧 주석이 차린 자리 앞으로 나아가 스스로 주전자를 들어 잔에 술을 가득 따라 행자에게 올리며 말했다. “신승이시여, 우선 감사의 뜻을 표하옵니다! 우선 감사하옵니다!” 행자가 술잔을 손에 쥐고 아직 대답도 하기 전에, 조정 문밖에서 관리가 달려와 아뢰었다. “서문 쪽에 불이 붙었사옵니다!”
행자가 이 말을 듣자 금잔을 술과 함께 허공으로 내던졌다. 쨍그랑 소리가 울리며 그 금잔이 땅에 떨어졌다. 임금이 당황하여 몸을 굽히고 예를 갖추며 말했다. “신승이시여, 용서하옵소서! 용서하옵소서! 이 몸이 잘못했나이다! 예라면 마땅히 전각에 모셔 올라가 절하며 감사드려야 하옵건만, 다만 이 자리에 이렇게 술자리가 마련되어 있사옵기에 그만 이 자리에서 올렸나이다. 그런데 신승께서 술잔을 내던지셨으니, 어찌 괘씸히 여기시는 뜻이 없으시겠나이까?”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그런 말씀이 아니옵니다, 그런 말씀이 아니옵니다.” 잠시 뒤에 또 관리가 와서 아뢰었다. “참으로 반가운 비로소이다! 방금 서문 쪽에 불이 붙었는데, 한바탕 큰비가 내려 그 불을 껐사옵니다. 거리에는 물이 넘쳐흐르는데 온통 술 냄새가 진동하옵니다.” 행자가 또 웃으며 말했다.
“폐하, 내가 술잔을 내던지는 것을 보시고 괘씸히 여기는 뜻이 있다고 의심하셨사온데, 그렇지 않사옵니다. 저 요괴가 서쪽으로 패주하였거늘 내가 그를 뒤쫓지 않았더니, 도리어 그가 불을 질렀나이다. 이 한 잔의 술은 곧 내가 요괴의 불을 끄고 서성 안팍의 인가를 구한 것이니, 어찌 다른 뜻이 있었겠나이까!” 임금이 더욱 크게 기뻐하며 존경하는 마음을 더하였다. 곧 당삼장 사부와 세 제자를 보전에 함께 오르도록 청하니, 자리를 내어 나라를 양보하고 싶은 뜻까지 비쳤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폐하, 방금 저 요정은 스스로 새태세의 수하 선봉이라 일컬으며 이곳에 궁녀를 받으러 왔사옵니다. 그가 이제 싸움에 져서 돌아갔으니, 틀림없이 그놈에게 이 일을 알릴 것이옵고, 그놈은 반드시 와서 나와 다투려 할 것이옵니다. 내가 염려하기는 그놈이 갑자기 군사를 일으켜 무리를 거느리면, 백성들이 놀라고 다치는 일을 면치 못할 터이고 폐하께 위협이 될까 두렵사옵니다. 그놈을 마중 나가 맞아 그 반공중에서 붙잡아 성후를 모셔 오고자 하옵니다. 다만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이곳에서 저 산의 굴까지 얼마나 떨어져 있사온지 알지 못하옵니다.” 임금이 말했다. “과인은 일찍이 정찰병 군마를 그곳에 보내 정세를 엿보게 한 적이 있사온데, 오가는 데 오십여 일이 걸렸나이다. 자리는 남쪽에 있사오며 대략 삼천여 리쯤 되옵니다.” 행자가 이 말을 듣고 외쳤다. “팔계와 사오정은 이곳에서 잘 지키고 있어라. 노손은 잠깐 다녀오마.” 임금이 옷자락을 붙잡으며 말했다. “신승이시여, 하루만 여유를 두시옵소서. 마른 양식과 볶은 간식을 마련하고 노자로 쓸 은자를 드리며 빠른 말 한 필을 고르게 한 뒤에야 떠나실 수 있지 않사옵니까.”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폐하께서 하신 말씀은 산을 넘고 고개를 도는 걸음에나 해당하는 말이옵니다. 속이지 않고 말씀드리건대, 이 삼천 리 길쯤이야 술잔에 술을 따라도 식지 않을 사이에 갔다 오겠나이다.” 임금이 말했다. “신승이시여, 내 하는 말을 괘씸히 여기지 마시옵소서. 존안을 뵈온즉 원숭이와 꼭 닮으셨사온데, 어찌하여 걷는 데 그런 법력이 있으시옵니까?” 행자가 말했다. “내 몸은 비록 원숭이 부류이오나, 어렸을 적에 생사의 길을 열어 젖혔나이다. 두루 명사를 찾아다니며 도를 전해 받고, 산 앞에서 아침저녁 없이 수행하였나이다. 하늘을 지붕으로 삼고 땅을 화덕으로 삼아, 두 가지 약물로 해와 달을 뭉쳤나이다. 음양과 수화를 채취하여 교합시키니, 순식간에 현관의 이치를 깨달았나이다. 온전히 천강의 운반 공력에 힘입었고 북두의 자루가 옮겨가는 걸음에도 힘입었나이다. 불을 물리고 불을 밀어 넣되 때를 좇았고, 납을 뽑고 수은을 더하며 서로를 살폈나이다. 오행을 모아 조화를 일으키고 사상을 합하여 시절의 법도를 나누었나이다. 두 기운은 황도 사이로 돌아가고 세 집은 금단의 길에서 만났나이다. 법과 율을 깨우쳐 사지에 돌아가니, 본래 타고난 근두는 신의 도움과 같았나이다. 한 번 솟아오르면 태행산을 넘어가고 한 번 굴러가면 능운도를 건넜나이다. 가파른 고개 몇천 겹이야 무엇이 걱정이며, 장강의 백 개 열 개쯤이야 두렵지 않나이다. 다만 변화에 가로막힘이 없어, 한 번에 십만 팔천 리를 날아가느니라!” 그 임금이 이 말을 듣고 놀라우면서도 기뻐하여, 싱글거리며 어주 한 잔을 받들어 행자에게 건네며 말했다. “신승께서 먼 길을 수고하셨사오니, 이 한 잔을 드시어 뜻을 표하옵소서.” 이 대성은 오로지 요괴를 항복받으러 가려는 마음뿐이라 술을 마실 마음이 조금도 없어 다만 말했다. “우선 내려놓으시옵소서. 내 갔다가 돌아온 뒤에 마시겠나이다.” 과연 훌륭한 행자로다, 가마 하고 휘파람 소리 한 번 내더니 그림자도 없이 사라졌다. 그 나라 임금과 신하들이 모두 놀라워한 이야기는 여기서 접어둔다.
말하자면, 행자가 몸을 한 번 솟구치자 어느새 높은 산 하나가 안개 낀 시야를 가로막았다. 곧 구름을 내려 그 봉우리 꼭대기에 서서 자세히 살펴보니, 좋은 산이로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 땅을 차지하고, 해를 가로막아 구름을 낳는구나. 하늘을 찌르는 곳은 뾰족한 봉우리가 우뚝우뚝 솟았고, 땅을 차지한 곳은 먼 산줄기가 아스라이 이어졌네. 해를 가리는 것은 고갯마루의 울창한 소나무요, 구름을 낳는 것은 벼랑 아래 울퉁불퉁한 바위로다. 소나무는 사시팔절 늘 푸르고, 바위는 만 년 천 년을 두고도 변치 않는구나. 숲 속에서는 밤마다 원숭이 우는 소리가 들리고 계곡 안에서는 요망한 구렁이가 지나는 소리가 늘 들린다. 산새는 목이 메어 울고 산짐승은 우렁차게 포효한다. 산 노루와 산 사슬은 쌍을 이루어 어지러이 뛰어가고, 산 까마귀와 산 까치는 무리를 지어 빽빽이 날아든다. 산 풀과 산 꽃은 다 볼 수 없고 산 복숭아와 산 과일은 철 따라 새롭구나. 험준함을 끼고 있어 다니기 어렵지만, 요괴와 신선이 숨어 사는 곳이로다. 이 대성이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아 이제 굴 입구를 찾으려 하는데, 홀연 저 산등성이 오목한 곳에서 훅훅 불빛이 날아 나왔다. 삽시간에 하늘을 뒤덮는 붉은 불길이 치솟고, 그 붉은 불길 속에서 한 줄기 사악한 연기가 솟아났으니 불보다도 더 독하도다. 참으로 독한 연기로구나!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불빛은 만 점의 등불을 터뜨리고 불길은 천 가닥 붉은 무지개를 날린다.
그 연기는 부뚜막의 연기도 아니요 풀과 나무의 연기도 아니니, 연기에도 오색이 있어 푸름과 붉음과 희움과 검음과 누름이로다. 남천문 밖의 기둥을 그을리고 영소전 위의 대들보를 태우며, 굴 속의 짐승은 가죽째 문드러지게 태우고 숲 속의 새는 깃털까지 모조리 없애버린다. 이 연기가 이토록 사악하거늘 어찌 깊은 산에 들어가 괴물을 항복받으리오! 대성이 두려워하고 있는데 또 저 산중에서 한 줄기 모래가 터져 나왔다. 좋은 모래로다, 참으로 하늘을 가리고 해를 가리누나! 보아라.
어지럽고 자욱하여 하늘가에 가득하고 흐릿하고 탁하여 온 땅을 덮는구나. 고운 티끌은 닿는 곳마다 사람의 눈을 어지럽히고 굵은 재는 골짜기마다 굴러 참깨처럼 뒹군다. 약 캐는 선동은 짝을 잃고 헤매고 땔감 하는 나무꾼은 집을 찾지 못한다. 손에 명주 같은 밝은 구슬을 쥐고 있어도 순식간에 눈에 꽃이 피어 아득하구나.
이 행자는 구경에만 정신이 팔려 모래와 재가 코속으로 날아드는 것도 모르고, 근질근질하여 재채기를 두 번 하였다. 곧 고개를 돌려 손을 뻗어 바위 아래에서 거위알만 한 돌 두 개를 더듬어 찾아 코를 막고, 몸을 한 번 흔들어 불을 헤치는 새매로 둔갑하였다. 그리하여 연기와 불길 한가운데로 날아들어 몇 번이고 휘저었더니 모래와 재는 사라지고 연기와 불길도 꺼졌다. 급히 본모습으로 돌아와 내려앉았다. 다시 살펴보니 뗑뗑똥똥 구리 징 소리가 들려왔으므로 혼잣말로 말했다. “내가 길을 잘못 들었구나! 이곳은 요정이 사는 곳이 아니로다. 징 소리가 역참 파수병의 징과 같으니, 나라로 통하는 큰길에서 파수병이 공문을 전하러 가는 모양이로다. 잠깐 노손이 가서 그에게 한번 물어보자.”
가고 있는데 홀연 한 작은 요괴가 노란 깃발을 메고 문서를 등에 지고 징을 치며 나는 듯이 급히 걸어오고 있었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원래 이놈이 징을 치고 있었구나. 무슨 편지를 전하는지 모르겠으니 내 그 말을 좀 들어보자.” 훌륭한 대성이로다, 몸을 흔들어 쇠파리로 둔갑하여 가볍게 날아가 그의 보따리 위에 앉았다. 그 요괴가 징을 치며 중얼중얼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 대왕은 참으로 마음이 독하시구나. 삼 년 전 주자국에 가서 금성황후를 억지로 빼앗아 왔건만, 줄곧 인연이 없어 몸을 가까이하지 못하시니 오려고 했던 궁녀들만 억울하게 죽어 나왔지. 두 명이 와서는 해치워 죽이고 네 명이 와서도 해치워 죽였구나. 재작년에 요구하고 작년에도 요구하고 올해도 요구하고 올해 또 요구하시는데, 이번엔 상대를 잘못 만났구나. 궁녀를 요구하러 간 선봉이 무슨 손행자라는 자에게 패하였으니 궁녀를 보내지 않겠지. 우리 대왕이 그 때문에 노하여 저 나라와 싸우려 하시며 나에게 무슨 도전장을 전하라 하셨구나. 이번에 가서 그 임금이 싸우지 않으면 그만이거니와 싸우면 반드시 불리하리라. 우리 대왕이 불과 연기와 모래를 부리시니 그 임금과 신하와 백성들은 한 놈도 살아남지 못하리라. 그때 우리가 그 성을 차지하면 대왕은 황제가 되고 우리들은 신하가 되어 비록 크고 작은 벼슬은 얻는다 해도 천리가 용납하지 않을 일이로다!” 행자가 듣고 속으로 기뻐하며 말했다. “요괴 중에도 마음 착한 놈이 있구나. 저놈이 뒤에 한두 마디로 천리가 용납지 않는다 했으니 어찌 착한 놈이 아니겠느냐. 다만 금성황후가 줄곧 인연이 없어 몸을 가까이하지 못했다는 말은 그 뜻을 알 수 없구나. 내 그에게 한번 물어보자.” 웽 하는 소리와 함께 한 번 날개짓하여 요괴에게서 벗어나 앞길로 열 몇 리쯤 돌아 나가, 몸을 흔들어 이번에는 도동으로 둔갑하였다. 머리는 쌍상투를 틀어 올리고 몸에는 기운 도포를 걸쳤다. 손에는 물고기 가죽 북과 대쪽을 들고 입으로는 도정의 노래를 부른다. 산비탈을 돌아 나가며 작은 요괴를 마주 서서 읍을 하며 말했다. “장관이시여, 어디를 가시옵니까? 전하시는 공문이 무엇이옵니까?” 그 요물은 그를 아는 체하듯 징채를 멈추고 싱글거리며 답례하여 말했다.
“우리 대왕이 나를 주자국에 도전장을 전하라고 보내셨소.” 행자가 말을 받아 물었다. “주자국의 그 여인은 대왕과 이미 짝이 되었소이까?” 작은 요괴가 말했다. “재작년에 데려온 그때 어떤 신선이 오채선의 한 벌을 보내 금성궁낭낭이 단장하게 하였소. 그 여인이 그 옷을 입은 뒤로는 온몸 위아래로 바늘 같은 가시가 돋아나 우리 대왕도 감히 한 번 만져 보지 못하시오. 살짝 스치기만 해도 손바닥이 아프니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소. 그 뒤로 오늘까지 아직 몸을 가까이하지 못하였소. 오늘 아침 선봉을 보내 궁녀를 데려와 모시게 하였는데 무슨 손행자라는 자에게 패하였소. 대왕이 분노하시어 나에게 도전장을 전하라 하셨으니 내일 그와 교전하리다.” 행자가 말했다. “어찌하여 대왕께서 그리 노하셨소?” 작은 요괴가 말했다. “지금도 그곳에서 노하고 계시오. 그대가 가서 도정의 노래나 불러 심심함을 달래 주시오.”
행자가 읍을 하고 몸을 돌려 가려 하니 그 요괴는 여전히 징을 치며 앞으로 갔다. 행자가 이번에는 흉을 내어 몽둥이를 빼어 들고 몸을 돌려 작은 요괴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가련하게도 머리가 으깨지고 피가 흐르며 골수가 튀어나오고 가죽이 갈라지며 목이 부러져 목숨이 끊어졌다! 몽둥이를 거두고 나서 스스로 후회하며 말했다. “너무 서둘렀구나! 그놈의 이름이 무엇인지 묻지 못했으니 하는 수 없지!” 그의 도전장을 꺼내 소매에 넣고, 노란 깃발과 구리 징은 길가 풀숲에 감추려 하는데,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허리춤에서 금을 박은 아패가 드러났다. 아패에 글자가 적혀 있으니 이러하였다. “심복 소교 한 명, 유래유거. 몸이 땅딸하고 얼굴은 울퉁불퉁하며 수염이 없다. 늘 차고 다니니 패가 없으면 가짜니라.”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놈의 이름이 유래유거라더니, 이 몽둥이 한 방에 유거무래가 되었구나!” 아패를 풀어 허리에 차고는 주검을 숨기려다가 또 연기와 불의 독을 생각하니 감히 그 굴을 찾을 수 없었다. 곧 몽둥이를 들어 올려 작은 요괴의 가슴을 한 번 찔러 공중에 꿰어 매달고는 곧장 자기 나라로 돌아와 우선 머릿공 하나를 올리기로 하였다. 보아라, 그는 혼자 생각에 잠긴 채 휘파람 소리 한 번에 국경에 닿았다.
그 팔계가 금란전 앞에서 임금과 스승을 지키고 있다가, 홀연 고개를 돌려 행자가 반공중에서 요괴 하나를 꿰어 오는 것을 보고 투덜거렸다. “에잇, 별거 아닌 장사로구나! 진작 노저가 가서 잡아올 걸, 그랬으면 내 공로가 되지 않았겠느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행자가 구름을 내려 요괴를 섬돌 아래 내동댕이쳤다. 팔계가 달려가서 갈고리로 찍으며 말했다. “이건 노저의 공로다!” 행자가 말했다. “네 무슨 공로냐?” 팔계가 말했다. “속여 넘기려 하지 마라, 내게 증거가 있다! 내 갈고리로 아홉 개 구멍을 뚫은 것을 못 보느냐!” 행자가 말했다. “머리가 있는지 없는지 좀 보아라.”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원래 머리가 없었구나! 어쩐지 찍어도 꿈쩍을 않더라니.” 행자가 물었다. “사부님은 어디 계시냐?” 팔계가 말했다. “전각 안에서 임금과 이야기를 나누고 계신다.” 행자가 말했다. “네가 가서 모셔 오너라.” 팔계가 급히 전각에 올라가 고개를 끄덕이자 당삼장이 곧 일어나 전각에서 내려와 행자를 마주하였다. 행자가 도전장 한 통을 삼장의 소매에 넣으며 말했다. “사부님, 잘 간직하시옵고 임금께는 보이지 마시옵소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 임금도 전각에서 내려와 행자를 맞으며 말했다. “신승 손장로께서 오셨구려! 요괴를 잡은 일이 어찌 되었사옵니까?” 행자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 섬돌 아래 것이 요괴가 아니옵니까? 노손이 때려 죽였나이다.” 임금이 보고 나서 말했다. “요괴의 주검인 것은 옳사오나 새태세는 아니옵니다. 새태세는 과인이 친히 두 번이나 보았사온데,”
“키가 한 길 여덟 자요 어깨가 다섯 자나 벌어졌으며, 얼굴은 금빛을 띠고 목소리는 벼락 같았사온데, 어찌 이토록 초라하고 왜소하겠사옵니까.”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폐하께서 보신 대로이옵니다. 과연 그놈이 아니옵니다. 이는 소식을 전하던 작은 요괴가 노손과 마주쳐 먼저 맞아 죽었사온데, 꿰어다 공로로 보고한 것이옵니다.” 임금이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좋소! 좋소! 좋소! 마땅히 머릿공으로 쳐야 하옵니다! 과인이 이곳에서 늘 사람을 보내 엿보게 하였사오나 실상을 얻지 못하였사옵니다. 신승께서 한 번 나가시자 곧 하나를 잡아 오셨으니 참으로 신통하옵니다!” 그리고 외쳤다. “따뜻한 술을 가져오너라! 장로의 공로를 축하하리라.” 행자가 말했다. “술을 마시는 일은 작은 일이옵니다. 폐하께 묻겠사옵는데 금성궁낭낭이 떠나실 때 무슨 기념물을 남기신 것이 있사옵니까? 그것을 내게 주시옵소서.” 그 임금이 기념물이란 두 글자를 듣자 마치 칼과 검이 가슴을 파내는 듯하여, 참지 못하고 소리 내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그해 명절에 붉은 여름을 축하하던 때, 태세의 흉악한 요괴가 고함을 지르며,”
“임금의 아내를 억지로 빼앗아 산채의 안주인으로 삼으려 하거늘 과인은 창생을 위하여 내어주었나이다. 이별의 말 한마디 나눌 겨를도 없었거늘 어찌 긴 정자와 짧은 정자가 있었으리오! 기념물도 향낭도 그림자조차 없거늘, 오늘날까지 나를 버려두어 외롭게 하누나!” 행자가 말했다. “폐하께서 가까이 계시거늘 어찌 그리 서러워하시옵니까? 그 낭낭께서 기념물이 없으셨다면 궁 안에 계실 때 아끼시던 물건이 있사온지 그것을 내게 한 가지만 주시옵소서.” 임금이 물었다. “그것을 어디에 쓰려 하시오?” 행자가 말했다. “저 요괴 왕에게는 실로 신통한 재주가 있사옵니다. 내가 보니 연기를 뿜고 불을 뿜고 모래를 뿜는데 과연 거두어들이기 어렵사옵니다. 거두어들인다 해도 낭낭께서 내 얼굴을 낯설게 여겨 나를 따라 귀국하려 하지 않으실까 두렵사옵니다. 모름지기 평소에 아끼시던 물건 한 가지를 얻어야 그분이 나를 믿사올 터이니 내가 그분을 모셔 올 수 있사옵니다. 그런 까닭에 가지고 가려 하옵니다.” 임금이 말했다. “소양궁 안 단장하는 누각 위에 황금 팔찌 한 쌍이 있사옵니다. 본래 금성궁낭낭이 손에 차고 계시던 것인데, 그날 단오에 오색 실을 매려고 잠시 풀어두어 차지 못하였사옵니다. 이는 그분이 아끼시던 물건이오니 지금 단장함 속에 고이 간직되어 있사옵니다. 과인은 그분이 이런 이별을 겪은 뒤로는 차마 볼 수가 없사옵니다. 한 번 보면 그분의 옥 같은 얼굴을 뵙는 듯하여 병이 몇 분은 더 깊어지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그 말씀은 그만 두시옵고 우선 금팔찌를 가져오시옵소서. 아끼지 않으시거든 둘 다 내게 주시옵고, 아끼시거든 하나만 가져가겠나이다.” 임금이 곧 옥성궁에 명하여 꺼내 오게 하니 꺼내자 곧 임금에게 바쳤다. 임금이 그것을 보고는 애틋하고 정겨운 낭낭을 몇 번이고 부르더니 곧 행자에게 건네주었다. 행자가 받아 팔뚝에 끼었다.
훌륭한 대성이로다, 공로주도 마시지 않고 근두운을 타고 휘파람 소리 한 번에 다시 기린산 위에 이르렀다. 경치를 구경할 마음은 없이 곧장 굴을 찾아 나갔다. 가고 있는데 사람들 말소리가 떠들썩하게 들려왔으므로 멈춰 서서 눈을 모아 살펴보니, 해치동 어귀를 지키는 크고 작은 두목이 대략 오백 명쯤 되었는데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빽빽이 늘어서 있고 촘촘히 다닥다닥 붙어 있구나. 빽빽이 늘어서서 창과 방패를 잡으니 해를 받아 빛나고,
촘촘히 다닥다닥 붙어 깃발을 펼치니 바람을 맞아 펄럭인다. 호랑이 장수와 곰 스승은 변화할 줄 알고 표범 머리와 표범 우두머리는 정신을 부린다. 늑대는 몹시 맹렬하고 수달과 코끼리는 더욱 굳세구나. 교활한 토끼와 얌전한 노루는 검과 창을 휘두르고 긴 뱀과 큰 구렁이는 칼과 활을 메었다. 성성이는 사람의 말을 알아들어 진을 치고 영채를 세우며 바람의 조짐을 아누나. 행자가 이를 보고 감히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몸을 빼어 곧장 옛길로 돌아갔다. 그가 어찌하여 물러났겠느냐? 그들을 두려워해서가 아니라, 그는 그 작은 요괴를 때려 죽인 곳으로 가서 노란 깃발과 구리 징을 찾아내고는, 바람을 맞으며 손가락으로 인계를 맺고 허공에 오르는 시늉을 하여 곧 몸을 흔들어 유래유거의 모습으로 둔갑하였다. 징을 쳥쳐 울리며 큰 걸음으로 곧장 앞으로 나아가 해치동으로 곧바로 쳐들어갔다. 이제 굴 안 경치를 둘러보려 하는데 성성이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유래유거, 네가 돌아왔느냐?” 행자는 할 수 없이 대답했다. “왔네.” 성성이가 말했다. “어서 가거라! 대왕 어르신께서 박피정에서 네 회답을 기다리시느니라.” 행자가 이 말을 듣고 걸음을 재촉하며 징을 치고 곧장 앞문 안으로 들어가 보니, 본래 깎아지른 절벽과 돌로 된 집과 텅 빈 집이었으되 좌우에는 기화요초가 있고 앞뒤로는 오래된 잣나무와 큰 소나무가 많았다. 어느새 두 번째 문 안에 이르러 홀연 고개를 들어 여덟 개 창이 훤히 밝은 정자 하나를 보니, 정자 한가운데 금을 박은 교의가 있고 그 의자 위에 마왕 하나가 단정히 앉아 있었으니 참으로 사악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정수리 위로는 아른아른 노을빛이 일고 가슴 앞에서는 위풍당당한 살기가 터져 나온다. 입 밖으로 삐져나온 사랑니는 날카로운 칼날을 벌여 놓았고 귀밑의 그을린 털에서는 붉은 연기가 피어난다. 입가의 콧수염은 화살을 꽂아 놓은 듯하고 온몸의 빳빳한 털은 겹겹이 깔린 담요 같구나. 튀어나온 두 눈은 구리 방울 같아 태세를 업신여기고 손에 든 쇠절구공이는 하늘을 어루만지는 듯하구나. 행자가 보고는 그 요괴를 대놓고 업신여겨 조금도 예를 차리지 않고 얼굴을 바깥으로 돌린 채 징만 치고 있었다. 요괴 왕이 물었다. “네가 왔느냐?” 행자가 대답하지 않자 다시 물었다. “유래유거, 네가 왔느냐?” 그래도 대답하지 않으니 요괴 왕이 앞으로 나와 옷자락을 붙잡으며 말했다. “너는 어찌하여 집에 와서도 징을 치느냐? 물어도 대답하지 않으니 어찌된 일이냐?” 행자가 징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며 말했다. “무슨 어찌된 일이오, 어찌된 일이오! 나는 가지 않겠다 하였거늘 그대가 가라 하였소. 그곳에 이르러 보니 셀 수 없는 인마가 진세를 갖추어 늘어서 있다가 나를 보자 모두 요괴를 잡으라, 요괴를 잡으라 하고 외쳤소. 나를 잡아끌고 밀치며 성안으로 끌고 들어가 그 임금을 만났는데 임금은 곧 목을 베라 하였소. 다행히 양쪽에 있던 모사들이 두 집안이 다투는 판에는 사신을 베지 않는다 하여 나를 살려 주고 도전장을 받아 두었소. 그리고는 성 밖으로 끌어내어 군사들 앞에서 정강이를 서른 대나 때리고 나를 돌려보내 회답하라 하였소. 그곳에서는 머지않아 이리로 와 그대와 교전할 것이오.”
요괴 왕이 말했다. “그렇게 말하니 네가 손해를 보았구나. 물어도 더욱 말이 없는 것이 이상하지 않구나.” 행자가 말했다. “그러하지 않고 무엇이겠소. 다만 아픔을 참느라고 대답하지 못하였소.” 요괴 왕이 물었다. “거기에는 인마가 얼마나 되느냐?” 행자가 말했다. “나도 겁에 넋이 나갔고 매를 맞아 겁을 먹었는데 어찌 인마의 수를 헤아렸겠소! 다만 그곳에 빽빽하게 늘어선 병기를 보았을 뿐이오. 활과 화살, 칼과 창, 갑옷과 군복, 창과 검과 극과 깃발이요. 표창과 달 모양 삽과 투구와 갑옷, 큰 도끼와 둥근 방패와 쇠 마름쇠요. 긴 몽둥이와 짧은 방망이, 강철 창과 총과 대포와 투구로다. 신과 갑옷과 목을 가리는 투구와 솜옷을 갖추고 편채와 소매 속 탄환과 구리 망치까지 갖추었소.” 그 왕이 듣고 웃으며 말했다. “염려할 것 없다! 염려할 것 없다! 저런 병기쯤이야 불 한 번에 모조리 허사가 되느니라. 네가 먼저 금성궁낭낭께 가서 알려 노여워하지 않게 하여라. 오늘 아침 그분은 내가 이를 갈며 싸우러 가려 한다는 말을 듣고 눈물을 그렁그렁 머금고 달가워하지 않았다. 네가 이제 가서 저곳 인마가 굳세어 반드시 나를 이길 것이라 말하여 그분의 마음을 잠시나마 편하게 해 드려라.”
행자가 이 말을 듣고 몹시 기뻐하며 말했다. “노손의 뜻에 꼭 들어맞는구나!” 보아라, 그는 길이 익숙한 듯 곁문을 돌아 들어가 청당을 꿰어 지나갔다. 그 안은 모두 높은 집과 큰 채인데 앞쪽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뒤쪽 궁에 이르러 멀리 채색 문이 장엄하게 보이니 이는 금성궁낭낭이 사는 곳이었다. 곧장 안으로 들어가 보니 양쪽에 요괴 여우와 요괴 사슴이 한 줄씩 늘어서 있는데 하나같이 미녀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좌우에서 시중을 들고 있었다. 한가운데 그 낭낭이 앉아 있었는데 향기로운 뺨을 손에 괴고 두 눈에서는 눈물을 떨구고 있었다. 과연 옥같이 고운 얼굴이요 아름답고 요염한 자태로다. 단장하기 싫어 흩어진 머리카락이 까마귀처럼 쌓였고 치장하기 싫어 비녀와 고리도 걸지 않았구나. 얼굴에는 분이 없어 연지가 옅어졌고 머리에는 기름이 없어 구름 같은 귀밑머리가 부풀었구나. 앵두 같은 입술을 내밀어 은빛 이를 꽉 물고 나방 같은 눈썹을 찌푸려 별 같은 눈에 눈물이 잠겼구나. 한결같은 마음은 오직 주자국 임금만을 그리워하고 이 한때 천라지망을 벗어나지 못함을 한탄하누나. 참으로 그러하도다. 예로부터 고운 얼굴은 박명한 법이라, 병들어 시들어진 듯 말없이 동풍을 대하고 있구나! 행자가 앞으로 나아가 합장하고 인사를 올리며 말했다. “문안드리나이다.” 그 낭낭이 말했다. “이 무례하고 촌스러운 요괴야, 몹시 버릇이 없구나! 내가 저 주자국에서 임금과 영화를 함께 누리던 때를 생각하면 그 태사와 재상들도 나를 보면 먼지 속에 엎드려 감히 쳐다보지 못하였거늘, 이 들것이 어찌 감히 문안을 올리느냐? 어디서 온 이토록 촌스럽고 무례한 놈이냐?” 여러 시녀가 앞으로 나아가 말했다. “마님, 노여움을 푸시옵소서. 이놈은 대왕 어르신의 심복 소교로 이름을 유래유거라 하옵니다. 오늘 아침 도전장을 전하러 간 것이 이놈이옵니다.” 낭낭이 이 말을 듣고 노여움을 누르며 물었다. “네가 도전장을 전하러 가면서 주자국 경계에까지 이르렀느냐?” 행자가 말했다. “소인이 편지를 들고 성안으로 곧장 들어가 금란전에 이르러 임금을 대면하고 회답을 받아 왔나이다.” 낭낭이 물었다. “네가 임금을 대면하였으니 임금이 무슨 말을 하더냐?” 행자가 말했다. “그 임금이 싸움에 맞서겠다는 말과 병사를 늘어놓을 일은 방금 대왕께 아뢰었나이다. 다만 그 임금께서 낭낭을 그리워하는 뜻이 있어 마음에 맞는 말씀 한마디를 특별히 아뢰러 왔사온데, 좌우에 사람이 많사와 말씀드릴 자리가 아니옵니다.” 낭낭이 이 말을 듣고 양쪽의 여우와 사슴 무리를 물러가라 하였다. 행자가 궁문을 닫고 얼굴을 한 번 쓸어 본모습을 드러내며 낭낭에게 말했다. “놀라지 마시옵소서. 저는 동쪽 땅 큰 당나라에서 큰 서천 천축국 뇌음사로 부처님을 뵙고 경을 구하러 가는 길에 있는 중이옵니다. 제 스승은 당왕의 의동생이신 당삼장이시오 저는 그 큰 제자 손오공이옵니다. 그대 나라를 지나다 통행 문서에 도장을 받으려 할 때 그대 임금과 신하들이 방을 붙여 의원을 구한다는 것을 보았사옵니다. 제가 가진 의술을 크게 베풀어 그분의 상사병을 고쳐 드렸나이다. 잔치를 베풀어 내게 감사할 때 술자리에서 그대가 요괴에게 납치되어 왔다는 말이 나왔사옵니다. 내가 용을 항복받고 호랑이를 굴복시킬 줄 안다 하여 특별히 나를 청하여 요괴를 잡고 그대를 구해 귀국시키라 하였나이다. 그 선봉을 패배시킨 것도 내요, 작은 요괴를 때려 죽인 것도 내외다. 그 굴 밖이 흉악하고 사나운 것을 보고는 내가 유래유거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목숨을 걸고 이곳에 와 그대와 소식을 통하는 것이옵니다.” 그 낭낭이 이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에 잠겨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행자가 금팔찌를 꺼내 두 손으로 받들어 올리며 말했다. “믿지 못하시겠거든 이 물건이 어디서 온 것인지 보시옵소서.” 낭낭이 그것을 보자 눈물을 떨구며 자리에서 내려와 절하며 감사하여 말했다. “장로시여, 저를 구하여 조정으로 돌려보내 주신다면 그 큰 은혜를 죽는 날까지 잊지 않사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낭낭께 묻겠사옵나이다. 저 요괴가 불과 연기와 모래를 뿜는다는 것은 어떤 보배이옵니까?” 낭낭이 말했다. “무슨 보배이겠사옵니까! 다만 금방울 세 개일 뿐이옵니다. 그놈이 첫째 것을 한 번 흔들면 삼백 길이나 되는 불빛이 일어 사람을 태우고 둘째 것을 한 번 흔들면 삼백 길이나 되는 연기 빛이 일어 사람을 그을리고 셋째 것을 한 번 흔들면 삼백 길이나 되는 누런 모래가 일어 사람을 어지럽히옵니다. 불과 연기는 오히려 염려할 것 없사오나 다만 누런 모래가 가장 독하옵니다. 사람의 콧구멍으로 파고들면 곧 목숨을 잃게 되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무섭구나! 무섭구나! 나도 그것을 당하여 재채기를 두 번 하였사옵니다. 그런데 그 방울을 어디에 두었는지 모르겠사옵니다.” 낭낭이 말했다. “그놈이 어찌 내려놓겠사옵니까. 다만 허리에 차고 있어 가나 머물거나 앉으나 누우나 몸에서 떼지 않사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낭낭께서 주자국을 생각하여 임금과 다시 만나고자 하신다면 그 번민과 근심을 모두 잠시 거두시옵고, 풍류롭고 기뻐하는 얼굴을 지어 그놈과 부부의 정을 나누시어 그 방울을 낭낭께 맡겨 보관하게 하시옵소서. 내가 틈을 타 훔쳐다 그 요괴를 항복받으면 그때야말로 낭낭을 모셔 돌아가 난봉의 금실을 다시 잇고 편안함을 함께 누릴 수 있사옵니다.” 그 낭낭이 그 말을 따랐다.
이 행자는 다시 심복 소교의 모습으로 돌아가 궁문을 열고 좌우 시녀들을 불러들였다. 낭낭이 불렀다. “유래유거, 어서 앞 정자로 가 네 대왕을 모셔 오너라. 내 그와 이야기하겠다.” 훌륭한 행자로다, 대답 한마디 하고 곧 박피정으로 가 요괴에게 말했다. “대왕이시여, 성궁낭낭께서 청하시옵니다.” 요괴 왕이 기뻐하며 말했다. “낭낭이 늘 나를 꾸짖기만 하더니 어찌하여 오늘은 청하시느냐?” 행자가 말했다. “그 낭낭이 주자국 임금의 일을 물으시기에, 내가 임금은 이제 그대를 찾지 않으시고 나라 안에 다른 황후를 세우셨다 하였나이다. 낭낭이 그 말을 듣고 생각을 접으시고서야 나를 보내 모셔 오라 하셨나이다.” 요괴 왕이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너는 참으로 쓸 만하구나. 내 저 나라를 쳐부수거든 너를 조정을 따르는 태재로 봉하리라.” 행자가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은혜에 사례한 뒤 재빨리 요괴 왕과 함께 뒤궁 어귀에 이르렀다. 그 낭낭이 기쁜 얼굴로 마중 나와 손을 내밀어 부축하려 하자, 요괴 왕이 연신 물러서며 말했다. “감당하지 못하겠나이다! 감당하지 못하겠나이다! 낭낭께서 내려주시는 사랑은 고맙사오나 나는 손이 아플까 두려워 감히 곁에 붙지 못하겠나이다.” 낭낭이 말했다. “대왕은 앉으시옵소서. 내 그대에게 할 말이 있사옵니다.” 요괴 왕이 말했다. “말씀이 계시거든 하시는 것이 좋소.” 낭낭이 말했다. “나는 대왕의 과분한 사랑을 입어온 지 이제 삼 년이 되었사오나 한 이불을 덮지 못하였으니, 전생의 인연으로 이 부부가 되었거늘 뜻밖에도 대왕은 나를 남처럼 여기는 뜻이 있어 부부로 대하지 않으시옵니다. 내가 생각하건대 주자국에서 황후로 있을 적에는 외국에서 보배를 진상하면 임금이 보신 뒤 반드시 황후에게 맡겨 보관하셨사옵니다. 이곳에는 무슨 보배가 있사옵니까. 좌우에 있는 자들은 담비 가죽을 입고 피와 고기를 먹거늘 어디서 능금과 비단과 금과 구슬을 보았사옵니까! 그저 가죽을 깔고 담요를 덮을 뿐이옵니다. 혹 보배가 있다 하여도 대왕께서 나를 남처럼 여기시어 내게 보이지도 않으시고 맡겨 두지도 않으시옵니다. 듣자니 대왕께 방울 세 개가 있다 하오니 그것이 곧 보배이려 하옵니다. 어찌하여 걸을 때도 차고 계시고 앉을 때도 차고 계시옵니까? 그것을 내게 맡겨 보관하게 하시고 쓰실 때 꺼내 쓰신들 무슨 불가할 것이 있사옵니까. 이 또한 부부가 된 이상 심복으로 서로 맡기는 뜻이 있어야 하옵거늘, 이렇게 맡기지 않으시니 나를 남처럼 여기심이 아니고 무엇이옵니까?” 요괴 왕이 크게 웃으며 사과하여 말했다. “낭낭의 말씀이 옳소! 옳소! 보배가 여기 있으니 오늘 당장 낭낭께 맡겨 보관하리다.” 곧 옷을 열고 보배를 꺼냈다. 행자가 곁에서 눈을 떼지 않고 그 요괴가 두세 겹의 옷을 걷어 올리는 것을 보니 몸에 붙여 방울 세 개를 차고 있었다. 그놈이 풀어내어 솜으로 입구를 막고 표범 가죽으로 보자기를 만들어 싸서 낭낭에게 건네며 말했다. “물건은 비록 보잘것없사오나 마음을 다해 간직하시옵고 절대로 흔들어서는 안 되오.” 낭낭이 받아 들며 말했다. “알겠사옵니다. 이 단장대 위에 두어 아무도 흔들지 못하게 하겠사옵니다.” 그리고 외쳤다. “얘들아, 술상을 차려라! 내 대왕과 즐겁게 어울려 몇 잔 기울이리라.” 시녀들이 이 말을 듣고 곧 과일과 채소를 차리고 노루와 사슴과 토끼 고기를 올리며 야자주를 따라 바쳤다. 그 낭낭이 요염한 태도를 지어 그 정령을 꾀었다.
손행자가 곁에서 기회를 엿보다가 슬금슬금 단장대 가까이 다가가 금방울 세 개를 가만히 집어 들고는 천천히 발을 옮겨 궁문을 빠져나와 곧장 굴을 벗어났다. 박피정 앞 인적 없는 곳에 이르러 표범 가죽 보자기를 펴고 보니 가운데 것은 찻잔만 하고 양쪽 두 개는 주먹만 하였다. 그는 그 위력을 알지 못하고 솜을 잡아당겼다. 그 순간 쨍그랑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불과 연기와 누런 모래가 꿀꿀꿀 터져 나와 걷잡을 수 없이 정자 안에 온통 불길이 치솟았다. 문을 지키던 정괴들이 놀라 일제히 뒤궁으로 밀려 들어가니 요괴 왕이 놀라 급히 외쳤다. “불을 꺼라! 불을 꺼라!” 나와 보니 유래유거가 금방울을 들고 있는 것이었다. 요괴 왕이 앞으로 나와 호통쳤다. “이 천한 놈! 어찌 내 금방울 보배를 훔쳐 이곳에서 함부로 희롱하느냐!” 그리고 외쳤다. “잡아라! 잡아라!” 문 앞의 호랑이 장수와 곰 스승과 표범 머리와 표범 우두머리와 수달과 코끼리와 늑대와 얌전한 노루와 교활한 토끼와 긴 뱀과 큰 구렁이와 성성이가 요괴 무리를 거느리고 일제히 에워쌌다. 그 행자는 손발이 허둥거려 금방울을 내팽개치고 본모습을 드러낸 뒤 여의금고봉을 빼어 들어 온갖 기술을 펼치며 앞으로 마구 때렸다. 그 요괴 왕은 보배를 거두고 호령하여 명했다. “앞문을 닫아라!” 요괴들이 이 말을 듣고 문을 닫는 놈은 문을 닫고 싸우는 놈은 싸웠다. 행자가 빠져나갈 길이 없자 몽둥이를 거두고 몸을 한 번 흔들어 멍청한 파리로 둔갑하여 불이 닿지 않는 돌벽에 붙었다. 요괴들이 찾지 못하고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도둑이 달아났나이다! 도둑이 달아났나이다!” 요괴 왕이 물었다. “문으로 나갔느냐?” 요괴들이 모두 말했다. “앞문은 굳게 자물쇠로 잠가 두었사온데 나가지 않았나이다.” 요괴 왕이 말했다. “자세히 수색하여라!” 어떤 놈은 물을 길어 불을 끄고 어떤 놈은 자세히 수색하였으나 종적조차 없었다. 요괴 왕이 노하여 말했다. “어떤 도둑놈이기에 이리 대담하냐! 유래유거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들어와 내게 회답을 하고는 곁에 붙어 있다가 틈을 타 내 보배를 훔쳤구나! 다행히 밖으로 가져가지 못하였도다. 만약 산꼭대기로 가져가 하늘 바람을 쐬었다면 어찌되었겠느냐!”
호랑이 장수가 앞으로 나와 말했다. “대왕의 큰 복이 하늘에 닿았고 저희의 기운이 다하지 않았사옵니다. 그 까닭에 알아차렸나이다.” 곰 스승이 앞으로 나와 말했다. “대왕이시여, 이 도둑은 다른 누가 아니라 틀림없이 그 선봉을 패배시킨 손오공이옵니다. 길에서 유래유거를 만나 목숨을 빼앗고 노란 깃발과 구리 징과 아패를 빼앗아 그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이곳에 와 대왕을 속인 것이옵니다.” 요괴 왕이 말했다. “옳다!
옳다! 네 말이 이치에 맞느니라!” 그리고 외쳤다. “얘들아, 자세히 수색하고 방비하여라. 절대로 문을 열어 놓아 달아나게 하지 마라!” 이것이야말로 그럴 만한 까닭이 있으니,
꾀를 부리다 도리어 서툴게 되고 장난을 치다 오히려 참이 되었구나.
결국 손행자가 어찌하여 요괴의 문을 벗어났는지는 알 수 없으니,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