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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 제71회 행자가명강괴후(行者假名降怪犼) · 관음현상복요왕(觀音現象伏妖王)

색이 곧 공이라는 것은 예로부터 그러하였고, 공을 말하면 곧 색이니 또한 본래 그러하도다. 사람이 능히 색과 공의 선리를 철저히 깨우쳤거늘, 무엇에 단사로 단약을 달여 불리리오. 덕행을 온전히 닦으되 게으름을 부리지 말고, 공부에는 고생을 무릅쓰고 달이고 삶는 수고를 겪을지어다. 때가 이르러 공행이 다 차면 비로소 하늘을 알현하리니, 신선의 얼굴이 길이 머물러 변하지 않으리라. 이야기는 이러하다. 그 새태세는 앞뒤 문을 굳게 닫아걸고 행자를 찾아다니며, 황혼 무렵까지 큰 소리로 떠들었으나 종적을 찾지 못하였다. 그는 박피정에 앉아 요괴 무리를 불러 모아 호령하되, 문마다 방울을 흔들고 북을 치고 목탁을 두드리라고 일렀다. 요괴들은 하나하나 활에 시위를 걸고 칼은 칼집에서 뽑아 들고, 경계를 서며 밤을 지새웠다. 알고 보니 손대성은 미련한 파리로 변해 문 곁에 붙어 있었는데, 앞쪽의 방비가 몹시 삼엄한 것을 보고 곧 날개를 펴고 날아 뒷궁 문 어귀로 들어가 살펴보니, 금성궁낭낭이 어안에 엎드려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슬피 울고 있었다. 행자가 문 안으로 날아들어 가만히 그녀의 검은 구름처럼 흩어진 쪽진 머리 위에 내려앉아, 무엇을 울고 있는지 들었다. 잠시 뒤, 그 낭낭이 홀연 소리를 내어 말했다. “주공이시여!

저와 주공께서는, 전생에 절단 난 향을 사른 죄로 금세에 사나운 요괴 왕을 만났나이다. 봉황이 갈라진 지 삼 년인데, 어느 날에나 다시 만나리이까?

원앙이 두 곳으로 갈라져 슬픔만 더하나이다. 파견된 장로가 겨우 소식을 전했거늘, 아름다운 혼인이 흩어지며 한 목숨이 죽었나이다. 오직 금령을 풀어 낼 방도를 알지 못하니, 그리움이 다시 옛날보다 더 맹렬하나이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곧 몸을 옮겨 그녀의 귀 밑으로 가서 가만히 불렀다. “성궁낭낭이시여, 놀라지 마시옵소서. 저는 그대 나라에서 특별히 파견한 신승 손장로이옵니다. 아직 목숨을 잃지 않았사옵니다. 다만 제 성미가 급한 탓에 화장대 가까이 다가가 금령을 훔쳤나이다. 그대가 요왕과 더불어 술을 마실 때에 나는 몰래 앞 정자로 빠져나와, 참지 못하고 그것을 열어 보았사옵니다. 뜻하지 않게 그 입구를 막은 솜을 건드려, 그 방울이 한 번 울리며 불과 연기와 누런 모래를 뿜어내었나이다. 나는 그만 손발이 허둥거려 금령을 내버리고 본래 모습을 드러내어 쇠몽둥이를 휘둘렀으나 빠져나가지 못하고, 독수가 두려워 파리로 변해 문지도리에 붙어 지금까지 숨어 있었나이다. 그 요왕은 갈수록 경계를 더욱 삼엄히 하여, 좀처럼 문을 열려 하지 않나이다.

그대는 다시 부부의 예로 그를 꾀어 안으로 들어와 편히 잠자리에 들게 하시옵소서. 그러면 내가 몸을 빼어 일을 도모하고, 따로 방책을 마련하여 그대를 구해 내겠나이다.” 낭낭이 이 말을 듣자 부들부들 떨며 머리카락이 잡아 뜯기는 듯하고 가슴이 방아에 찧이는 듯하였으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말했다. “그대는 이제 사람이시오이까, 귀신이시오이까?” 행자가 말했다. “나는 사람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오. 지금은 파리로 변해 이곳에 있소. 겁내지 말고 어서 그 요왕을 청하러 가시오.” 낭낭이 믿지 못하여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낮은 소리로 가만히 말했다. “그대는 나를 홀리지 마시옵소서.” 행자가 말했다.

“내가 어찌 감히 그대를 홀리겠나이까. 믿지 못하시겠거든 손을 펴시옵소서. 내가 내려앉는 것을 보시옵소서.” 그 낭낭이 참으로 왼손을 펴니, 행자가 가만히 날아내려와 그녀의 옥 같은 손바닥 위에 앉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이러하였다. 연꽃 봉오리 끝에 검은 콩이 박힌 듯하고, 모란꽃 위에 노니는 벌이 앉은 듯하며, 수구심 속에 포도가 떨어진 듯하고, 백합 가지 곁에 검은 점이 짙게 찍힌 듯하였다. 금성궁이 옥 같은 손바닥을 높이 받쳐 들고 신승을 부르니, 행자가 앵앵거리는 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신승이 변한 것이오.” 그제야 낭낭이 믿고서 가만히 말했다. “내가 가서 그 요왕을 모셔 오면, 그대는 장차 어떻게 행동하시렵니까?” 행자가 말했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한평생을 망치는 것은 오직 술이라 하였고, 또 이르기를, 만사를 깨뜨림에 술만 한 것이 없다 하였소. 술의 쓰임은 여러 갈래이니, 그대는 다만 술을 마시는 일을 으뜸으로 삼으시오. 그대의 몸 가까이에서 모시는 시비 하나를 불러들여 내게 가리켜 주시오. 내가 곧 그의 모습으로 변하여 곁에서 시중들다가, 그 틈에 손을 쓰면 일이 이루어지겠소.” 그 낭낭이 참으로 그 말대로 하여 곧 불렀다. “춘교는 어디 있느냐?” 그 병풍 뒤에서 옥면호리 하나가 나와 꿇어앉으며 말했다. “낭낭께서 춘교를 부르시니 무슨 분부이시나이까?” 낭낭이 말했다. “너는 가서 그들에게 사등잔을 켜고 용뇌와 사향을 사르라 하고, 나를 부축하여 앞뜰로 올라가 대왕을 모셔 와 잠자리에 들게 하여라.” 그 춘교가 곧 앞쪽으로 돌아가 괴상한 사슴과 요호 일고여덟을 불러, 등롱 두 쌍과 손향로 하나를 들게 하고 좌우에 늘어섰다. 낭낭이 몸을 일으켜 두 손을 모으니, 그 대성은 벌써 날아가 버렸다. 훌륭한 행자로다. 날개를 펴고 곧장 그 옥면호리의 머리 위로 날아가, 털 하나를 뽑아 입으로 선기 한 번 불어 넣으며 “변하라!” 하고 외치니, 그것이 졸음벌레 하나로 변하였다. 행자가 그것을 가만히 그녀의 얼굴 위에 올려놓았다. 원래 졸음벌레는 사람의 얼굴에 닿으면 콧구멍으로 기어들어가 곧 잠이 드는 법이었다. 그 춘교는 과연 점점 졸음이 쏟아져 발을 버티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꾸벅꾸벅 졸다가, 급히 원래 자던 곳을 찾아가 머리를 떨어뜨리고는 줄곧 쿨쿨 잠이 들었다. 행자가 뛰어내려와 몸을 한 번 흔들어 그 춘교와 똑같은 모습으로 변하고는, 병풍을 돌아 나와 무리와 함께 줄지어 섰다. 이에 대해서는 더 말하지 않겠다.

말하자면, 그 금성궁낭낭이 앞으로 곧장 걸어가고 있는데, 작은 요괴 하나가 보고 곧 새태세에게 달려가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낭낭께서 오시나이다.” 그 요왕이 급히 박피정 밖으로 나와 마중하니, 낭낭이 말했다. “대왕이시여, 불과 연기는 이미 꺼졌고 도적은 이미 종적을 감추었사오니, 깊은 밤을 틈타 특별히 대왕을 모셔 자리에 드시게 하려 하나이다.” 그 요괴가 마음이 흐뭇하여 말했다. “낭낭께서 몸을 소중히 하시옵소서. 방금 그 도적은 바로 손오공이었소. 그는 내 선봉을 패배시키고 내 작은 병사들을 때려 죽이고는, 모습을 바꾸어 안으로 들어와 우리를 속였소. 우리가 이토록 샅샅이 뒤졌건만 그는 아무 종적도 없으니, 그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소.” 낭낭이 말했다. “그놈은 아마 달아난 모양이오니, 대왕께서는 마음을 놓으시고 염려하지 마시옵소서. 우선 편히 잠자리에 드시옵소서.” 요정은 낭낭이 곁에 서서 공손히 청하는 것을 보고 감히 굳이 사양하지 못하여, 하는 수 없이 요괴 무리에게 분부하되, 저마다 불을 삼가 조심하고 도적을 엄히 경계하라 이르고는, 마침내 낭낭과 함께 곧장 뒷궁으로 갔다. 행자는 춘교로 거짓 변신하여 양쪽 시비들의 인도를 받아 들어갔다. 낭낭이 분부했다. “술을 차려 와 대왕의 노고를 풀어 드리게 하여라.” 요왕이 웃으며 말했다. “옳소, 옳소. 어서 술을 가져오너라. 내가 낭낭과 함께 놀란 가슴을 누르리라.” 가짜 춘교가 곧 요괴들과 함께 과일을 벌여 놓고 비린 고기를 마련해 탁자와 의자를 벌여 놓았다. 그 낭낭이 잔을 들자 이 요왕도 한 잔을 받쳐 올리고, 두 사람은 서로 잔을 바꾸어 마셨다. 가짜 춘교가 곁에서 술병을 들고 말했다. “대왕과 낭낭께서 오늘 밤 비로소 교배잔을 주고받으셨사오니, 청하옵건데 각자 비우시어 쌍희잔을 통하도록 하시옵소서.” 참으로 다시 각자 잔을 채우고는 또 비워 마셨다. 가짜 춘교가 또 말했다. “대왕과 낭낭의 기쁜 만남이오니, 여러 시비들 가운데 노래할 줄 아는 이는 노래를 올리고, 춤 잘 추는 이는 춤을 추어라!”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바탕 노랫소리가 들려오며 일제히 음률을 맞추어, 노래하는 이는 노래하고 춤추는 이는 춤을 추었다. 그 두 사람은 또 술을 많이 마셨다. 낭낭이 노래와 춤을 그치게 하였다. 여러 시비들이 무리를 나누어 병풍 밖으로 나가 늘어섰고, 오직 가짜 춘교만이 술병을 들고 위아래로 술을 올렸다. 낭낭과 그 요왕은 오로지 부부간의 이야기만 나누었다. 보라, 그 낭낭이 자못 구름과 비 같은 정취를 띠며 꾀어 내니, 그 요왕은 뼈가 녹고 힘줄이 마비되는 듯하였으나, 다만 복이 없어 그녀의 몸에 닿지 못하였다. 가련하도다! 참으로 고양이가 오줌보를 물고 헛되이 기뻐하는 격이로다!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한동안 웃은 뒤에, 낭낭이 물었다. “대왕이시여, 보물은 상하지 않았사온지요?” 요왕이 말했다. “이 보물은 본디 하늘이 처음에 뭉쳐 부어 만든 물건이거늘, 어찌 상할 수 있으리오! 다만 그 도적 놈이 입구를 막은 솜을 잡아당겨 표범 가죽 보따리를 태워 버렸을 뿐이오.” 낭낭이 말했다. “어찌 거두어 두시렵니까?” 요왕이 말했다. “거두어 둘 것 없소. 내가 허리에 차고 있소.”

가짜 춘교가 이 말을 듣고 곧 털 한 웅큼을 뽑아 입 안에서 잘게 씹어 가루로 만든 뒤, 가만히 요왕에게 바싹 다가서서 그 털을 그의 몸에 놓고 선기 세 번을 불어넣으며 남몰래 “변하라!” 하고 외쳤다. 그 털들이 곧 세 가지 더러운 벌레로 변하였으니, 곧 옷니와 벼룩과 빈대였는데, 요왕의 몸 안으로 파고들어 피부에 붙어 마구 물어댔다. 그 요왕은 가려움을 견디지 못하여 손을 품에 넣어 더듬으며 긁적거리다가, 손가락으로 옷니 몇 마리를 집어내어 등 가까이 가져가 살펴보았다. 낭낭이 그것을 보고 속으로 생각하며 말했다. “대왕이시여, 속옷이 해진 데다 오래도록 빨아 들이지 않아 이러한 벌레가 생긴 모양이옵니다.” 요왕이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나는 예로부터 이러한 벌레가 생긴 적이 없거늘, 하필 오늘밤에 망신을 당하다니.” 낭낭이 웃으며 말했다. “대왕께서 어찌 망신이라 하시나이까. 속담에 이르기를, 임금님 몸에도 옷니 세 마리는 있다 하였사오니, 우선 옷을 벗으시옵소서. 제가 대신 잡아 드리겠나이다.” 요왕이 참으로 띠를 풀고 옷을 벗었다. 가짜 춘교가 곁에서 유심히 그 요왕의 몸을 살펴보니, 옷마다 겹겹이 벼룩이 뛰놀고, 벌레 한 마리 없는 것이 없이 곳곳에 커다란 빈대가 줄지어 있었으며, 어미니와 새끼니가 빽빽하고 무성하게, 마치 개미가 굴에서 쏟아져 나오는 듯하였다. 어느새 세 번째 겹을 걷어 살갗이 드러나는 곳에 이르니, 그 금령 위에도 어지럽게 널려 있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었다. 가짜 춘교가 말했다. “대왕이시여, 방울을 내어 주시옵소서. 저도 대신 옷니를 좀 잡아 드리겠나이다.” 그 요왕은 부끄럽고도 당황하여 참과 거짓을 분간하지 못하고 방울 세 개를 가짜 춘교에게 건넸다. 가짜 춘교가 그것을 손에 쥐고 한참 자랑하듯 다루다가, 그 요왕이 고개를 숙이고 그 옷을 털고 있는 것을 보고는 곧 금령을 감추고, 털 하나를 뽑아 방울 세 개로 변하게 하였으니,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 그것을 등 가까이 가져가 뒤적거려 보더니, 또 몸을 아양스럽게 비틀거리며 한 번 털어, 그 옷니와 빈대와 벼룩을 거두어 제 몸에 붙여 버리고, 가짜 금령을 그 요괴에게 건넸다. 그 요괴가 손에 받아 쥐고는 더욱 어리벙벙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니, 어디 참과 거짓을 분간할 수 있으랴. 두 손으로 그 방울을 받쳐 들고 낭낭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번에는 그대가 잘 간수하시오. 아무쪼록 조심하고 또 조심하여, 지난번처럼 되지 않게 하시오.” 그 낭낭이 받아 들고는 가만히 옷궤를 열어 그 가짜 방울을 넣고 황금 자물쇠로 잠갔다. 그리고는 다시 요왕과 함께 몇 잔의 술을 더 마신 뒤 시비에게 분부했다. “아상과 이불을 깨끗이 털고 비단 이불을 펴라. 내가 대왕과 함께 잠자리에 들겠노라.” 그 요왕이 연신 “복이 없소! 복이 없소! 감히 모시지 못하겠소. 나는 궁녀 하나를 데리고 서궁으로 가서 자겠소. 낭낭께서는 편히 주무시옵소서.” 하고 말했다. 마침내 각자 잠자리로 돌아갔으니, 이에 대해서는 더 말하지 않겠다.

말하자면, 가짜 춘교가 손에 넣은 뒤 그 보물을 허리에 차고 본모습을 드러내며 몸을 한 번 털어 그 졸음벌레를 거두어들이고는 곧장 앞으로 걸어갔다. 그때 각다귀와 방울이 일제히 울리며 삼경이 급히 울렸다. 훌륭한 행자로다. 결을 쥐고 진언을 외워 은신법을 부리니 문가에 이르도록 아무도 보지 못하였다. 또 그 문에 빗장과 자물쇠가 몹시 단단히 채워진 것을 보고는 금고봉을 꺼내어 문을 향해 한 번 가리키며 자물쇠 푸는 법을 썼다. 그 문이 스르르 열리자 급히 걸음을 옮겨 문 밖에 나가 서서, 높은 소리로 외쳤다. “새태세야! 내 금성궁낭낭을 내놓아라!” 두세 차례를 연달아 외치니 크고 작은 요괴 무리가 놀라 급히 살펴보니 앞문이 열려 있었다. 그들은 급히 등불을 밝혀 자물쇠를 찾아 문을 다시 그대로 잠그고는, 몇 놈을 안으로 달려가 보내어 아뢰게 하였다. “대왕이시여! 누군가 큰 문 밖에서 대왕의 존함을 부르며 금성궁낭낭을 내놓으라 하나이다!”

그 안쪽에서는 시비가 곧 궁문 밖으로 나와 가만히 전하며 말했다. “큰 소리로 외치지 말아라. 대왕께서 방금 잠이 드셨느니라.” 행자가 또 문 앞에서 크게 외쳤으나, 그 작은 요괴들은 감히 가서 깨우지 못하였다. 이렇게 서너 차례가 지나도록 모두 감히 가서 아뢰지 못하였다. 그 대성이 밖에서 시끄럽게 떠들며 날이 밝을 때까지 버티다가, 마침내 참지 못하고 손에 쇠몽둥이를 휘두르며 앞으로 나가 문을 두드렸다. 크고 작은 요괴들이 놀라, 문을 버티는 놈은 문을 버티고 알리는 놈은 알렸다. 그 요왕이 한잠에서 막 깨어나 시끌벅적한 소란만 들리고, 몸을 일으켜 옷을 입고는 곧 나장 밖으로 나와 물었다. “무엇을 그리 떠드느냐?” 여러 시비들이 그제야 꿇어앉으며 아뢰었다. “할아범이시여, 어떤 자인지는 모르옵니다만 굴 밖에서 반나절이나 욕하며 외치더니, 이제는 또 문을 두드리나이다.” 요왕이 궁문 밖으로 나가니, 그 몇몇 전보하던 작은 요괴들이 허둥지둥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었다. “밖에 누가 욕설을 퍼부으며 금성궁낭낭을 내놓으라 하나이다! 만약 안 된다는 말씀을 한마디라도 전하면, 그가 수많은 막된 말을 쏟아내는데 몹시 듣기 거북하옵니다. 날이 밝아도 대왕께서 나오지 않으시니, 다그쳐 문을 두드리는 것이옵니다.” 그 요괴가 말했다. “우선 문을 열지 말고, 네가 가서 저놈이 어디서 왔으며 성이 무엇이고 이름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어서 와서 보고하라.” 작은 요괴가 급히 나가 문을 사이에 두고 물었다. “문을 두드리는 자가 누구냐?” 행자가 말했다. “나는 주자국에서 예를 갖추어 청해 온 외할아버지니라. 성궁낭낭을 모셔 나라로 돌아가려 왔노라!” 그 작은 요괴가 듣고는 곧 이 말을 그대로 보고하였다. 그 요괴는 곧 뒷궁으로 가서 내력을 캐물었다. 알고 보니 그 낭낭이 막 일어나 아직 머리를 빗지도 않았는데, 일찍이 시비가 와서 아뢰었다.

“할아범께서 오셨나이다.” 그 낭낭이 급히 옷을 여미고 검은 구름 같은 머리를 느슨히 틀어 올린 채 궁을 나와 마중하였다. 막 자리에 앉아 미처 묻기도 전에, 또 작은 요괴가 와서 아뢰었다. “그곳에서 온 외할아버지가 이미 문을 부수었나이다.” 그 요괴가 웃으며 말했다. “낭낭, 그대 조정에는 장수가 얼마나 되오?” 낭낭이 말했다. “조정에는 마흔여덟 위의 인마가 있고, 훌륭한 장수가 천 명이며, 각 변방의 원수와 총병은 셀 수 없이 많사옵니다.” 요왕이 말했다. “그 가운데 성이 외자인 이가 있소이까?” 낭낭이 말했다. “저는 궁에 있으면서 다만 안에서 임금을 보필하고 아침저녁으로 비빈을 가르칠 뿐이오니, 바깥일은 끝이 없거늘 제가 어찌 이름과 성을 기억하겠나이까!” 요왕이 말했다. “이번에 온 자가 스스로 외할아버지라 일컫는데, 내가 생각하건대 《백가성》 위에는 성이 외자인 이가 아주 없소. 낭낭은 타고난 성품이 총명하고 신분이 고귀하여 황궁 가운데 살았으니, 반드시 책을 두루 보았을 터인데, 어느 책에 이 성이 있는지 기억하시오?” 낭낭이 말했다. “다만 《천자문》에 외수부훈이라는 구절이 있사오니, 아마도 바로 그것이옵니다.”

요왕이 기뻐하며 말했다. “틀림없소! 틀림없소!” 곧 몸을 일으켜 낭낭에게 작별하고 박피정으로 올라가, 갑옷을 단정히 갖추어 입고 요괴 병사를 점고하여 문을 열고 밖으로 나아갔다. 손에는 선화월부라는 큰 도끼를 쥐고서 높은 소리로 외쳤다. “주자국에서 왔다는 외할아버지가 어느 놈이냐?” 행자가 금고봉을 오른손에 쥐고 왼손을 뻗어 가리키며 말했다. “어진 생질아, 나를 불러 무엇 하려느냐?” 그 요왕이 보고 크게 노하여 말했다. “이놈아, 생김새는 원숭이요 얼굴꼴은 잔나비로구나. 칠 분은 참된 귀신인데 큰 담력으로 감히 사람을 속이는구나!”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 임금을 속이고 위를 기만하는 사나운 요괴야, 네가 본래 눈이 없구나! 내가 오백 년 전에 천궁을 크게 어지럽히던 때를 생각해 보아라. 구천의 신장들이 나를 보고는 하나같이 늙은이라는 낱말을 감히 쓰지 못하였거늘, 네가 나를 외할아버지라 불러서 어디 손해 볼 일이 있단 말이냐!” 요왕이 꾸짖었다. “어서 성이 무엇이고 이름이 무엇이며 무슨 무예가 있기에 감히 내게 와서 날뛰는지 말하라!” 행자가 말했다. “네가 이름을 묻지 않는다면 그만이려니와, 만약 내가 이름을 말하게 된다면 네가 설 자리가 없게 될까 두렵구나! 이리 올라와 똑바로 서서 내 말을 들어라.

나를 낳아 준 부모는 천지요, 해와 달의 정화가 성태를 맺었느니라. 선석이 품어 안아 나이를 셈할 수 없고, 영근이 잉태하여 기이함이 매우 크도다. 그해에 나를 낳을 때는 삼양이 태평하였고, 오늘 참됨으로 돌아오니 만 가지 모임이 화합하도다. 일찍이 요괴를 모아 우두머리라 일컬음을 받았고, 능히 무리를 항복시켜 붉은 벼랑에서 절을 받았노라. 옥황상제가 칙지를 전하고 태백금성이 조서를 받들어 왔느니라. 나를 청하여 하늘에 올라 직분을 잇게 하고, 벼슬을 비마온으로 내리니 마음이 편치 않았노라. 처음에 반란을 일으켜 산굴을 꾀하고, 크게 담력을 부려 군사를 일으켜 어가의 계단을 어지럽혔노라. 탑을 받쳐 든 천왕과 태자가 함께 교전한 한 판에 모두 기가 꺾여 비틀거렸노라. 금성이 다시 현궁의 임금께 아뢰니, 다시 초안하는 칙지가 내려왔느니라. 제천대성이라 봉하여 주니 그때에 비로소 동량의 재목이라 일컬음을 받았노라. 또 반도연회를 어지럽힌 탓에, 술을 믿고 단약을 훔쳐 재앙을 불렀노라. 태상노군이 친히 임금께 아뢰고 서지의 왕모가 요대에 절을 올렸노라. 내가 임금의 법을 속인 줄을 뻔히 알고서, 곧 천병을 점고하고 화패를 내렸느니라. 십만의 흉성과 악한 요성이, 창과 검과 창검이 빽빽하게 늘어섰노라. 하늘의 그물과 땅의 그물이 산을 덮고 두루 퍼졌고, 일제히 칼과 병기를 들어 크게 싸움판을 벌였노라. 사나운 한바탕 싸움에 승부가 없는데, 관음이 이랑을 천거하여 왔노라. 두 집안이 맞서 고하를 가르니, 그에게는 매산의 형제 무리가 있었노라.

각자 영웅을 뽐내며 변화를 부리니, 천문의 세 성인이 구름을 헤치고 열었노라. 노군이 금강 고리를 내던지고, 뭇 신이 나를 금계로 끌고 갔노라. 자세히 살펴 허가하고 공술을 받을 것도 없이, 죄는 능지처참의 참수 재앙이 되었노라. 도끼로 찍고 쇠망치로 두드려도 목숨을 해치기 어렵고, 칼을 휘두르고 검으로 내리쳐도 어찌 이 몸을 상하게 하리오! 불로 태우고 벼락으로 쳐도 그저 그러한데, 장수의 몸을 꺾을 방도가 없었노라. 태청도솔원으로 압송되어, 화로 속에서 단련하기로 모두 안배되었노라. 날짜가 다 차서야 솥을 여니, 내가 그 한가운데서 뛰어나왔노라. 손에 이 여의봉을 받쳐 들고, 몸을 뒤집어 옥룡대 위로 올라갔노라. 온갖 별과 온갖 상이 모두 숨어 버리고, 천궁을 크게 어지럽히며 내 마음대로 날뛰었노라. 순시하던 영관이 급히 부처님을 청하고, 석가가 나와 재주를 겨루었노라. 손바닥 안에서 근두운을 뒤집어, 주천을 두루 돌아갔다가 다시 왔노라. 부처님이 미리 알고 속이는 법을 쓰시어, 나를 천애에 눌러 두었노라. 오늘에 이르기 오백여 년이 되었거늘, 미천한 이 몸이 풀려나 또 재주를 부리는구나. 특별히 당승을 보호하여 서역으로 가니, 오공행자가 매우 명백하도다. 서쪽 길에서 요괴를 항복시키니, 어느 요사한 놈이 두려워하지 않으리오!” 그 요왕은 그가 오공행자라 말하는 것을 듣고서 이렇게 말했다. “너는 본래 천궁을 크게 어지럽힌 그놈이로구나. 네가 이미 몸을 빼어 당승을 보호하여 서쪽으로 가게 되었거늘, 네 갈 길을 가면 그만이지, 어찌하여 일을 꾸며 간섭하여 저 주자국을 위하여 종이 되어, 도리어 내게 와서 죽음을 찾느냐!” 행자가 꾸짖었다. “이 사나운 요괴야! 말이 무지하구나! 나는 주자국이 예를 갖추어 청하며 바친 예물을 받았고, 또 그들이 나를 정중히 불러 대접해 준 은혜를 입었노라. 이 늙은 손가 그 왕위보다도 천 배나 높거늘, 그들은 나를 부모처럼 공경하고 신명처럼 섬겼거늘, 네가 어찌 감히 종이란 두 글자를 입에 담느냐! 이 임금을 속이고 위를 기만하는 요괴야, 달아나지 말라! 외할아버지의 몽둥이 한 방을 받아라!” 그 요괴는 손발이 허둥거리며 곧 몸을 피해 비켜서고는 선화 도끼를 들어 면상으로 맞받아쳤다. 이 한바탕의 훌륭한 싸움이로다! 보라, 금고의 여의봉이요, 바람 칼날의 선화 도끼로다. 하나는 이를 악물고 사납게 덤비고, 하나는 이를 갈며 위풍을 부리네. 이는 제천대성이 인간 세상에 내려온 것이요, 저것은 요괴 왕 노릇을 하러 하토로 내려온 것이로다. 둘이 구름을 뿜고 안개를 내뿜어 천궁을 비추니, 참으로 돌을 날리고 모래를 일으켜 하늘 궁궐을 가리네. 오고 감이 잦아 해수가 많고, 뒤집히고 되풀이되며 금빛을 토하네. 함께 재주를 부리고, 저마다 신통을 걸고 겨루네. 이는 낭낭을 모셔 황성으로 돌아가려 하고, 저는 황후와 함께 산속에 살기를 즐기네. 이 싸움은 모두 까닭 없는 일이로되, 죽음을 무릅쓰고 삶을 잊음은 임금 때문이로다. 그 둘은 쉰 합을 싸우도록 승부가 갈리지 않았다. 그 요왕은 행자의 수단이 뛰어나 이길 수 없으리라 여기고, 도끼로 그의 쇠몽둥이를 받쳐 막으며 말했다. “손행자여, 우선 그만두게. 나는 아직 조반을 먹지 않았으니, 내가 식사를 마치고 나서 다시 와서 그대와 승부를 정하리라.” 행자는 그가 방울을 가지러 가려는 줄을 알아차리고 쇠몽둥이를 거두며 말했다. “호걸은 지친 토끼를 쫓지 않는 법이니, 가라, 가라! 배불리 먹고 와서 죽음을 받으라!”

그 요괴는 급히 몸을 돌려 안으로 뛰어들어가 낭낭에게 말했다. “어서 보물을 내어 놓으시오!” 낭낭이 말했다. “보물은 어디에 쓰시려 하시나이까?” 요왕이 말했다. “오늘 아침에 싸움을 걸어 온 자는 곧 경을 구하러 가는 중의 제자로, 손오공행자라 하는 놈이오. 스스로 외할아버지라 일컬었소. 내가 그와 이때까지 싸웠으되 승부가 나지 않았소.

내가 보물을 가지고 나가 불과 연기를 조금 놓아 저 원숭이 놈을 태워 버리겠소.” 낭낭이 그 말을 듣고는 마음이 울렁거렸다.

방울을 내어 놓지 않자니 그가 의심할까 두렵고, 방울을 내어 놓자니 또 손행자의 목숨을 해칠까 두려웠다.

망설이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데, 그 요왕이 또 다그쳐 말했다. “어서 내어 놓으시오!” 이 낭낭은 하는 수 없이 자물쇠와 열쇠를 열어 방울 세 개를 요왕에게 건넸다. 요왕이 그것을 받아 쥐고 곧 굴 밖으로 나갔다. 낭낭은 궁중에 앉아 비 오듯 눈물을 흘리며, 행자가 목숨을 건져 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그것이 가짜 방울인 줄은 알지 못하였다. 그 요괴는 문을 나서자마자 바람 위쪽에 자리를 잡고 외쳤다. “손행자여, 달아나지 말라! 내가 방울을 흔드는 것을 보아라!”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네게 방울이 있으면 나는 없단 말이냐? 네가 흔들 줄 알면 나는 모른단 말이냐?” 요왕이 말했다. “네게 무슨 방울이 있거든 꺼내어 내게 보이라.” 행자가 쇠몽둥이를 수놓은 바늘로 뭉개어 귀 속에 감추고는, 허리에서 참보물 세 개를 풀어 내어 요왕에게 말했다. “이것이 내 자금령이 아니더냐?” 요왕이 보고는 가슴이 놀라 말했다. “기이하구나! 기이하여라! 그의 방울이 어찌 내 방울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단 말이냐! 설령 한 틀에서 부어 낸 것이라 한들, 갈고 닦는 솜씨가 미치지 못하여 흠집이 더 있는가 하면 꼭지가 모자라는 법이거늘, 어찌하여 이토록 터럭만큼도 다르지 않단 말이냐?” 또 물었다. “그대의 그 방울은 어디서 났소?” 행자가 말했다. “어진 생질아, 그대의 그 방울은 도대체 어디서 났느냐?” 요왕이 솔직하게 곧 말했다. “내 이 방울은, 태청의 선군이 도의 근원이 깊고, 팔괘로 속에서 오래도록 금을 단련하였네. 방울을 맺어 지극한 보배라 일컫고, 노군이 남겨 두어 오늘에 이르렀노라.”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늙은 손가의 방울도 또한 그때에 온 것이로다.” 요왕이 말했다. “어찌 나왔단 말이오?” 행자가 말했다. “내 이 방울은, 도조가 도솔궁에서 단약을 불이고, 금령을 화로 속에서 뭉쳐 단련하였네. 이삼이 육이 되어 순환하는 보배이니, 내 것은 암놈이요 그대 것은 수놈이로다.” 요왕이 말했다. “방울은 금단의 보배이거늘, 또한 날짐승이나 길짐승도 아니니 어찌 암수를 분간한단 말이오? 다만 보배를 흔들어 나오기만 하면 좋은 것이로다!” 행자가 말했다. “말로만 하면 증거가 없고, 해 보면 곧 알 수 있으니, 우선 그대가 먼저 흔들어 보라.” 그 요왕이 참으로 첫째 방울을 세 번 흔들었으나 불이 나오지 않았고, 둘째 것을 세 번 흔들었으나 연기가 나오지 않았으며, 셋째 것을 세 번 흔들었으나 모래도 나오지 않았다. 요왕이 손발이 허둥거리며 말했다. “괴이하구나! 괴이하여라! 세상 인심이 변하였구나! 이 방울이 아내를 두려워하는 모양이니, 수놈이 암놈을 보고서 나오지 않는 게로구나.” 행자가 말했다. “어진 생질아, 손을 멈추고 나도 흔드는 것을 보아라.” 훌륭한 원숭이로다. 방울 세 개를 한 웅큼 쥐고 일제히 흔들어 대니, 보라, 붉은 불과 푸른 연기와 누런 모래가 일제히 굴러 나와서, 불꽃이 치솟으며 나무를 태우고 산을 불살랐다! 대성이 입으로 또 주문 하나를 외우고 손방을 향하여 외쳤다. “바람아, 오너라!” 참으로 바람이 불길을 재촉하고 불이 바람의 위세를 업으니, 붉은 불꽃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연기가 자욱하여, 하늘 가득 불과 연기가 퍼지고 온 땅에 누런 모래가 덮였다! 그 새태세는 혼백이 흩어져 날아갈 듯 놀라며 갈 곳을 잃고서, 그 불길 한가운데에서 어찌 목숨을 건질 수 있으리오!

그때 반공중에서 높은 소리로 부르는 것이 들렸다. “손오공아! 내가 왔노라!” 행자가 급히 고개를 돌려 위를 바라보니,알고 보니 관음보살이셨는데, 왼손에 정병을 받쳐 들고 오른손에 버들가지를 쥐고서 감로를 뿌려 불을 끄고 계셨다. 행자가 황급히 방울을 허리에 감추고는 곧 두 손을 모아 몸을 던져 절을 올렸다. 그 보살이 버들가지로 감로를 몇 점 연달아 뿌리시니, 삽시간에 불과 연기가 모두 사라지고 누런 모래의 자취도 없어졌다. 행자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대자대비하신 이께서 인간 세상에 내리신 줄 모르고 피하여 뵙지 못하였나이다. 감히 여쭙건대 보살께서는 어디로 가시는 길이시니이까?” 보살이 말했다.

“내 특별히 이 요괴를 거두러 왔노라.” 행자가 말했다. “이 요괴가 무슨 내력이기에 감히 금신께서 친히 내려오시어 거두시려 하시나이까?” 보살이 말했다. “그는 내가 타고 다니는 금모후이니라. 목동이 졸다가 제대로 지키지 못한 탓에, 이 미련한 짐승이 쇠사슬을 끊어 물고 달아나 왔는데, 도리어 주자국 왕의 재앙을 덜어 준 셈이니라.” 행자가 그 말을 듣고 급히 몸을 굽히며 말했다. “보살께서 거꾸로 말씀하시는 것이옵니다. 그가 이곳에서 임금을 속이고 황후를 속여 풍속을 무너뜨리고 기풍을 해쳤사온데, 그 임금께 재앙을 일으켰거늘 도리어 재앙을 덜어 주었다 하시니 어찌된 일이니이까?” 보살이 말했다. “너는 알지 못하는구나. 당시 주자국 선왕이 재위할 때에, 이 왕은 아직 동궁태자로서 즉위하지 않았는데, 그가 어렸을 적에 사냥을 몹시 좋아하였느니라. 그가 인마를 거느리고 매와 개를 풀어 놓고 낙봉파 앞에 막 이르렀을 때, 서방 불모 공작대명왕보살이 낳은 두 마리 새끼가 있었으니, 곧 암수 두 마리의 어린 참새였는데, 산비탈 아래에 날개를 접고 앉아 있었다. 이 왕이 활을 당겨 쏘는 바람에 수공작이 상하고, 그 암공작도 화살을 맞고 서쪽으로 돌아갔느니라. 불모가 참회하신 뒤에 분부하여 그 왕으로 하여금 봉황이 갈라지는 삼 년을 겪고 몸에 질병을 앓게 하였느니라. 그때에 내가 이 후를 타고 함께 그 말을 들었는데, 뜻하지 않게 이 미련한 짐승이 그 말을 마음에 새겨 두었으므로 와서 황후를 속여 데려가고, 왕의 재앙을 덜어 준 것이니라. 지금 삼 년이 되어 원한과 죄업이 다 차고, 마침 네가 와서 왕의 병을 고쳐 주었으니, 내가 특별히 요사한 놈을 거두러 온 것이니라.” 행자가 말했다. “보살이시여, 이러한 사연이 있다 한들, 그가 황후를 더럽히고 풍속을 해치며 인륜과 법을 어지럽혔사오니, 이는 마땅히 사죄에 해당하는 일이옵니다. 이제 보살께서 친히 내리셨사오니 사죄는 용서하시옵소서마는 살아서 받을 죄까지 용서할 수는 없나이다. 제가 그를 스무 방 때려서 보살께 데려가게 하시옵소서.” 보살이 말했다. “오공아, 네가 내가 인간 세상에 내려온 줄 알거든 내 체면을 보아 이번 일 모두 용서하라. 그것도 네가 요괴를 항복시킨 한 차례의 공으로 치리라.

만일 몽둥이를 움직이면 그는 곧 죽고 말 것이니라.” 행자는 감히 말씀을 어기지 못하고 다만 절을 올리며 말했다. “보살께서 그를 거두어 바다로 데려가시거든, 다시는 사사로이 인간 세상에 내려와 해를 끼치게 하지 마시옵소서. 그 폐해가 적지 않나이다!” 그제야 그 보살이 한 소리 꾸짖었다. “미련한 짐승아! 어서 본모습으로 돌아가지 않고 어느 때를 기다리느냐!” 보라, 그 요괴가 한 번 데구르르 굴러 본모습을 드러내고 털옷을 털어 내니, 보살이 그 위에 올라탔다. 보살이 또 목 아래를 살펴보니 그 세 개의 금령이 보이지 않았다. 보살이 말했다. “오공아, 내 방울을 내놓아라.” 행자가 말했다. “늙은 손가는 알지 못하옵니다.” 보살이 꾸짖었다. “이 도둑 원숭이 같으니! 네가 이 방울을 훔치지 않았다면, 오공 하나가 아니라 열이라도 감히 몸을 가까이하지 못하였으리라! 어서 내놓아라!”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참으로 본 적이 없사옵니다.” 보살이 말했다. “본 적이 없다 하니, 내가 《긴고아주》를 한번 외워 볼 참이로다.” 그 행자가 당황하여 다만 애원했다. “외우지 마시옵소서, 외우지 마시옵소서! 방울이 여기 있사옵니다!” 이는 곧 이러한 것이로다. 후의 목에 달린 금령을 누가 풀어 낼 것인가? 방울을 푸는 이가 도로 방울 매었던 이에게 묻는구나. 보살이 방울을 후의 목 아래에 걸어 주고 몸을 날려 높이 앉았다. 보라, 그 네 발의 연꽃에서 불꽃이 이글이글 피어오르고, 온몸의 금실이 삼삼하게 뻗어 나오니, 대자대비하신 이가 남해로 돌아갔으니 이에 대해서는 더 말하지 않겠다.

말하자면, 손대성이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쇠몽둥이를 휘둘러 해치동 안으로 쳐들어가서, 요괴 무리와 온갖 괴물을 남김없이 때려 죽이고 깨끗이 소탕하였다. 궁중에까지 이르러 성궁낭낭을 청하여 나라로 돌아가자 하니, 그 낭낭이 거듭 절을 올리며 감사해하였다. 행자가 보살이 요괴를 항복시킨 일과 봉황이 갈라진 연유를 빠짐없이 한바탕 이야기하고는, 부드러운 풀을 좀 찾아 풀용 한 마리를 묶어서 분부했다. “낭낭께서는 그 위에 올라타시고 눈을 감고 계시옵소서. 두려워하지 마시옵소서. 제가 모셔 조정으로 돌아가 임금을 뵙게 하겠나이다.” 그 낭낭이 분부를 삼가 따르니, 행자가 신통을 부리자 다만 귓속에서 바람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반 시진 만에 성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구름을 내려놓고 외쳤다. “낭낭, 눈을 뜨시옵소서.” 그 황후가 눈을 떠 살펴보니 봉각용루임을 알아보고 마음이 기뻐서, 풀용을 버리고 행자와 함께 보전에 올랐다. 그 주자국 왕이 보고 급히 용상에서 내려와 낭낭의 옥 같은 손을 잡아당기며 이별의 정을 나누려다가, 갑자기 땅에 넘어지며 외쳤다. “손이 아프다! 손이 아프다!” 저팔계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저 꼴 보소! 복이 없어 받아 누리지 못하는구나!

한번 만나보자마자 쏘여 죽었구려!” 행자가 말했다. “멍청한 놈아, 네가 감히 그 손을 잡아당겨 보겠느냐?” 저팔계가 말했다. “잡아당겨 보면 어쩐단 말이오?” 행자가 말했다. “낭낭의 몸에는 독가시가 돋아나 있고, 손에는 찌르는 독이 있느니라. 기린산에 이르러 그 새태세와 삼 년을 지내는 동안, 그 요괴는 일찍이 몸을 가까이한 적이 없으니, 몸에 닿기만 하면 몸이 아프고 손에 닿기만 하면 손이 아픈 법이니라.” 여러 관리들이 그 말을 듣고 말했다. “그러하다면 어찌할 방도가 있겠나이까?” 이때 밖의 여러 관리가 근심하고 의심하며 안의 비빈이 두려움에 떠는데, 곁에 있던 옥성궁과 은성궁 두 궁이 임금을 부축해 일으켰다. 모두가 황망해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홀연히 반공중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대성이여, 내가 왔노라.” 행자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보라, 그 모습은 이러하였다. 숙숙 소리 내며 하늘을 찌르는 학의 울음이요, 펄펄 날려 조정 앞으로 곧장 이르렀도다. 상서로운 빛이 줄줄이 감돌고, 온화한 서기가 자욱이 어린다. 종려옷이 몸을 덮어 구름과 연기를 뿜고, 발에 신은 망혜가 보기 드물구나. 손에는 용수비로 쥐었고, 비단 띠를 허리 아래 두르고 있네. 건곤 곳곳에 인연을 맺고, 대지를 두루 노니는구나. 이는 곧 대라천상의 자운선이니, 오늘 인간에 내려와 마를 푸는도다. 행자가 앞으로 나아가 맞으며 말했다. “장자양은 어디 가시는 길이오?” 자양진인이 전 앞에 이르러 몸을 굽히며 예를 올리고 말했다. “대성이여, 소선 장백단이 인사를 올리나이다.” 행자가 답례하며 말했다. “그대는 어디서 오는 길이오?” 진인이 말했다. “소선이 삼 년 전에 불회에 갔다가 이곳을 지나게 되었는데, 주자국 왕에게 봉황이 갈라질 근심이 있음을 보았나이다. 내가 그 요괴가 황후를 더럽혀 뒷날 임금과 다시 합하기 어렵게 될까 염려하여, 낡은 종려옷 한 벌을 오채가 번쩍이는 새 저고리로 변하게 해 요왕에게 바치고 황후에게 입혔나이다. 그 황후가 몸에 걸치자 곧 온몸에 독가시가 돋아났는데, 그 독가시란 것이 곧 종려나무의 털이었나이다. 이제 대성이 공을 이룬 줄 알고 특별히 마를 풀러 왔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그러하다면 먼 길 오시느라 수고하셨으니, 어서 빨리 풀어 주시옵소서.” 진인이 앞으로 걸어 나가 낭낭에게 손가락 한 번 가리키니 곧 그 종려옷이 벗겨지고, 그 낭낭의 온몸이 예전대로 돌아왔다. 진인이 옷을 한 번 털어 어깨에 걸치고 행자에게 말했다. “대성이여, 허물을 사양하오니 소선은 물러가겠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잠깐 머무르시오. 임금께서 사례하시도록 하시오.” 진인이 웃으며 말했다. “수고로울 것 없소, 수고로울 것 없소.” 마침내 큰 절을 한 번 올리고 몸을 날려 사라지니, 황제와 황후 및 크고 작은 여러 신하가 놀라 하늘을 우러러 절을 올렸다.

절을 마치자 곧 동각을 크게 열어 네 승려에게 사례하라 명하였다. 그 임금이 무리를 이끌고 꿇어앉아 절을 올리니, 부부가 비로소 다시 화합하였다. 즐거운 연회가 한창일 때에 행자가 외쳤다. “사부님, 그 전서를 내어 주시옵소서.” 장로가 소매 속에서 꺼내어 행자에게 건네니, 행자가 그것을 주자국 왕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 글은 그 요괴가 작은 병사를 보내어 보낸 것이옵니다.

그 작은 병사는 이미 내가 먼저 때려 죽여 공을 보고하러 보냈나이다. 그 뒤에 다시 산중으로 가서 작은 병사로 변해 굴에 들어가 회보하다가, 그로 말미암아 낭낭을 만나 금령을 훔쳐 낼 수 있었고, 거의 그에게 잡힐 뻔하였사옵니다. 또 모습을 바꾸어 다시 훔쳐 내어 그와 맞서 싸웠나이다. 다행히 관음보살을 만나 그를 거두어 가시고, 또 내게 봉황이 갈라진 연유를 말씀해 주셨나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낱낱이 한바탕 이야기하였다. 온 나라의 임금과 신하와 안팎의 사람들 가운데 감사하고 칭찬하지 않는 이가 하나도 없었다. 당승이 말했다. “하나는 어진 임금의 복이옵고, 둘은 이 어리석은 제자의 공이옵니다. 이제 성대한 연회를 받았사오니 지극하옵니다! 지극하옵니다! 이만 작별을 고하오니, 빈승이 서쪽으로 가는 길을 늦추지 마시옵소서.” 그 주자국 왕이 간곡히 만류하였으나 뜻을 이룰 수 없자, 마침내 관문을 바꾸어 주고 연가를 크게 벌여 당승을 용차에 앉히니, 임금과 왕비와 황후가 모두 수레바퀴를 받들고 밀며 전송하고 작별하였다. 참으로 이러한 것이로다.

인연이 있어 근심과 의심의 병을 씻어 내니, 생각을 끊고 근심이 없어 마음이 절로 편안하도다.

결국 이 길을 떠나 뒤에 또 무슨 길흉한 일이 있게 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