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이러하다. 당삼장이 주자국 국왕과 작별하고 안장과 말을 추스려 서쪽으로 떠났다. 수많은 산과 언덕을 지나고 끝없는 물길을 다 겪는 동안, 어느새 가을이 가고 겨울이 저물어 다시 봄빛이 고운 때를 맞았다. 사부와 제자들이 길 위에서 봄 경치를 즐기며 구경하는데, 홀연 암자 숲 하나가 보이자 삼장이 말에서 굴러 내려 큰길 가에 섰다. 행자가 물었다. “사부님, 이 길은 평탄하고 사악한 기운도 없사온데 어찌하여 가지 않으시나이까?” 팔계가 말했다. “사형은 정말 사정을 모르시는구려! 사부님께서 말 위에 오래 앉아 계시느라 피곤하시니, 내려오시어 바람이나 좀 쐬시게 하는 것이오.” 삼장이 말했다. “바람을 쐬려는 게 아니다. 내가 보니 저곳이 인가이니, 몸소 가서 공양을 조금 빌려 먹고자 한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사부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나이다. 공양을 하시려거든 제가 가서 빌려 오겠나이다. 속담에 하루라도 스승이면 평생 아버지라 하였거늘, 어찌 제자가 높이 앉아 있고 스승께서 몸소 공양을 빌러 가시는 법이 있사옵니까?” 삼장이 말했다. “그 뜻이 아니다. 평소에는 사방이 끝없이 트여 너희가 멀고 가까움도 없이 공양을 빌러 다녔으나, 오늘은 인가가 가까우니 불러 대답도 들을 수 있으니, 나더러 한 번 빌려 오게 해 주어라.”
팔계가 말했다. “사부님께서는 주장이 없으시구려. 늘 하는 말에 세 사람이 바깥에 나가면 어린것이 고생이라 하였사온데, 사부님은 더욱이 어버이요 저희는 모두 제자이옵니다. 옛글에 일이 있으면 제자가 그 수고를 맡는다 하였사오니, 이 늙은 돼지가 가겠나이다.”
삼장이 말했다. “제자야, 오늘은 날씨가 맑고 화창하여 그 비바람 치던 때와는 다르단다. 그런 때에는 너희가 반드시 멀리 가야 하겠지만, 이 인가는 내가 가서 공양이 있든 없든 곧 돌아와 길을 떠나면 되지 않겠느냐.”
사오정이 곁에서 웃으며 말했다. “사형, 더 말할 것 없소. 사부님의 성정이 원래 이러하시니 거스르지 맙시다.
만일 사부님의 심기를 건드리면 공양을 빌려 온다 한들 드시지도 않으실 것이오.”
팔계가 그 말을 따라 곧 발우를 꺼내어 사부님께 드리고 옷과 모자를 갈아입었다. 발걸음을 떼어 그 마을 앞까지 가서 살펴보니, 참으로 훌륭한 터였다. 보라, 이러하였다. 돌다리가 높이 솟았고, 고목이 가지런히 울창하였다. 돌다리가 높이 솟아 졸졸 흐르는 물이 긴 시내로 이어지고, 고목이 가지런히 울창하여 떠들썩한 깊은 새들이 먼 산에서 울어 댔다. 다리 저쪽에는 서까래 몇 개 얹은 초가집이 있어 맑고 아담하기가 선계의 암자 같고, 또 저기 창 하나가 있어 희고 밝기가 도관을 능가하였다. 창 앞에 홀연 네 미인이 보이는데, 모두 그곳에서 봉황을 수놓고 난새를 그리며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장로는 그 집에 사내가 없고 네 여자뿐이라 감히 들어가지 못하고 높은 숲 그늘에 숨었는데, 저 여자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니 이러하였다. 규방의 마음은 돌처럼 굳건하고, 난초 같은 성정은 봄을 즐기는 듯하였다. 고운 얼굴은 붉은 노을을 받친 듯하고, 붉은 입술은 진홍 연지를 고루 바른 듯하였다. 나비 같은 눈썹은 비스듬한 초승달처럼 가늘고, 매미 날개 같은 귀밑머리는 새 구름을 포갠 듯 산뜻하였다. 꽃밭에 서면 노니는 벌이 참꽃으로 잘못 알 지경이었다. 반 시진쯤 머무르자 점점 적막해져 닭이나 개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혼자 속으로 헤아려 보기를,
“내가 만일 재주가 없어 한 끼 공양조차 빌려 오지 못한다면 저 제자들의 웃음거리가 될 터인즉, 스승이 공양을 빌려 오지 못하는데 제자가 어찌 부처님께 절을 올리러 가겠느냐고 할 것이 아니냐.” 장로는 달리 방도가 없어 스스로 잘못되었다는 듯 발을 재촉하여 다리 위로 올라섰다. 몇 걸음 더 가니 초가집 안에 목향 정자가 있고, 정자 아래에는 또 세 여자가 있어 그곳에서 공을 차고 있었다. 저 세 여자를 보라, 앞의 네 여자보다 더 다르게 생겼으니, 보라, 이러하였다. 펄럭이는 비취 소매, 흔들리는 담황 치마. 펄럭이는 비취 소매는 가는 옥순을 낮게 감싸고, 흔들리는 담황 치마는 좁은 금련을 반쯤 드러낸다. 몸짓과 자태가 온전히 갖추어지고, 움직임과 멈춤의 발놀림이 천 가지로다. 머리 넘김에 높고 낮음이 있고, 받쳐 보냄이 참되고 바르도다. 몸 돌려 담 넘는 꽃을 차고, 물러서며 큰 바다 건너기로 바뀐다. 가볍게 한 덩이 진흙 받고, 외창으로 급히 괴를 맞춘다. 밝은 구슬 불두에 오르고, 굳게 집어 뾰족한 신으로 받는다. 좁은 벽돌 도리어 잘 잡고, 누운 물고기로 발을 건다. 허리 펴고 무릎 굽혀 웅크리고, 목 비틀고 뒤꿈치 들어 밟는다. 걸상 당겨 요란히 펼치고, 어깨 드리움 몹시 훌훌하다. 사타구니 비틀어 제집처럼 오가고, 목을 걸어 흔들림을 따른다. 차는 꼴이 황하 물이 거꾸로 흐름이요, 금붕어가 여울에서 노니는 듯. 저쪽은 그것을 머리로 잘못 알고, 이쪽은 돌아서며 괴를 친다. 단정히 정강이에 받들어 올리고, 반듯하고 뾰족하게 뿜어 낸다. 뒤꿈치 들어 짚신에 뿜고, 거꾸로 꽂고 돌아서며 딴다. 물러서며 어깨 펴어 꾸미니, 갈고리는 한 번 비틀 뿐이다. 널판과 광주리 내려오니 길고, 곧 문 빼앗기를 품에 안는다. 흥겹게 찰 때에 이르러, 미인들이 일제히 환호한다. 땀 흘러 분 바른 살갗이 비단옷을 적시고, 흥이 가셔야 비로소 그친다.
다 말하기 어려워 또 시로 증명하거니와, 시에 이르기를, 공차는 마당은 삼월 하늘, 선풍이 흰 선녀를 불어 내렸네. 땀 젖은 분칠한 얼굴 꽃이 이슬 머금은 듯, 먼지 묻은 가는 눈썹 버들이 연기 띤 듯. 비취 소매 드리워 옥순을 감싸고, 담황 치마 비스듬히 끌어 금련을 드러낸다. 몇 번 차고 나니 고운 몸에 힘이 없어, 구름 같은 머리 헝클어지고 보배 쪽찌 비뚤어졌네. 삼장이 한참 오래 바라보다가 다리 머리로 올라가 소리를 높여 불렀다. “여보살이시여, 빈승이 여기서 인연 따라 공양을 조금 시주받고자 하옵니다.” 그 여자들이 듣고는 하나같이 기뻐하며 바느질을 던지고 공을 내팽개친 채, 모두 웃는 낯으로 문 밖까지 나와 맞으며 말했다. “장로시여, 제대로 맞이하지 못하였나이다. 오늘 이 황량한 마을에 오셨으니, 감히 길을 막고 중을 공양하는 예를 아니 할 리 있사옵니까. 안으로 드시오.” 삼장이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착하고 또 착하도다! 서방이야말로 참된 불지로다! 여염 여자마저 승려 공양에 마음을 쓰거늘, 사내들이야 어찌 간절히 부처를 향하지 않으리오?” 하고 생각했다. 장로가 앞으로 나아가 인사를 올리고 여러 여자를 따라 초가집으로 들어가 목향 정자를 지나 살펴보니, 아!
알고 보니 그 안에는 방이나 회랑이 없었으니, 보라, 이러하였다. 산머리가 높이 솟았고, 땅의 맥이 아득히 길었다. 산머리가 높이 솟아 구름과 안개에 닿고, 땅의 맥이 아득히 길어 바다며 큰 산으로 통하였다. 문은 돌다리에 닿아 있어 아홉 굽이 아홉 만의 물이 돌아 흐르고, 동산에는 복숭아와 자두가 심겨 천 그루 천 송이가 고운 빛을 다투었다. 칡과 담쟁이가 서너 그루에 걸려 늘어지고, 지초와 난초 향기가 온갖 꽃에 흩어졌다. 멀리 동부를 바라보니 봉래섬을 능가하고, 가까이 산림을 살펴보니 태화산을 누른다. 참으로 요선이 은거할 만한 곳이요, 이웃 하나 없이 홀로 한 집안을 이루었다. 한 여자가 앞으로 나서서 돌문 두 짝을 밀어 열고는 당승에게 안으로 들어가 앉으라 청하였다. 그 장로는 하는 수 없이 들어가 홀연 고개를 들어 살펴보니, 벌여 놓은 것이 모두 돌탁자와 돌걸상이라 냉기가 음산하였다. 장로는 가슴이 철렁하여 속으로 “이곳은 길한 데 적고 흉한 데 많으니 단연코 좋지 않구나.” 하고 생각했다. 여러 여자가 기뻐 웃으며 모두들 말했다. “장로시여, 앉으소서.” 장로는 어쩔 수 없이 앉았는데, 잠시 있으니 오싹하고 오한이 돋았다. 여러 여자가 물었다. “장로께서는 어느 보산에서 오셨사옵며, 무슨 연을 비시나이까? 다리를 놓고 길을 닦으시려 하옵니까, 절을 세우고 탑에 절하시려 하옵니까, 아니면 불상을 만들고 경전을 인쇄하시려 하옵니까? 연부를 내어 놓고 보게 하소서.” 장로가 말했다. “나는 연을 비는 중이 아니오.” 여자가 말했다. “연을 비시지 않는다면 이곳에 와서 무슨 일을 하시려 하옵니까?” 장로가 말했다. “나는 동토 대당에서 서천 대뢰음으로 경을 구하러 가도록 파견된 자이오. 마침 귀한 곳을 지나다 배가 고프므로 특별히 존부를 찾아와 한 끼 공양을 비오니, 빈승은 곧 떠나겠나이다.” 여러 여자가 말했다. “좋소! 좋아!
늘 하는 말에 먼 데서 온 중이 경을 보기 좋다 하였으니, 아가씨들! 소홀히 대하지 말고 어서 공양을 장만해 오너라.”
이때 세 여자가 곁에서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으며 인연을 논하고 있었고, 그 네 사람은 부엌으로 가 옷자락을 걷어 올리고 불을 지피며 솥을 씻었다. 그들이 장만한 것이란 무엇이었겠느냐? 알고 보니 사람의 기름으로 볶고 사람의 고기를 달인 것으로, 검고 눅눅하게 졸여 밀글루텐 모양을 만들어 놓고, 파낸 사람의 골을 두부 조각처럼 부쳐 낸 것이었다. 두 접시를 받들어다 돌탁자 위에 놓고 장로에게 말했다. “잡수시오. 급히 서두르다 보니 좋은 공양을 갖추지 못하였사오니, 우선 이것으로 요기를 하소서. 뒤에 또 다른 것이 올 것이옵니다.” 그 장로가 냄새를 맡아 보니 비리고 누린내가 나서 감히 입을 대지 못하고, 몸을 굽혀 두 손을 모으며 말했다. “여보살이시여, 빈승은 모태에서부터 채식을 하는 자이옵니다.” 여러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 “장로시여, 이것은 소식이옵니다.” 장로가 말했다. “아미타불! 이것이 소식이라면 내가 먹고 나서는 세존을 뵙고 경전을 얻을 생각도 못할 것이오.” 여러 여자가 말했다. “장로시여, 출가인께서는 시주를 가리지 마소서.” 장로가 말했다. “어찌 감히 그러리이까! 나는 대당의 뜻을 받들고 서쪽으로 오는 길에 작은 생명 하나 해치지 않고, 고통을 보면 곧 구해 주며, 곡식 낟알을 만나면 손으로 집어 입에 넣고, 실오라기를 만나면 꿰매어 몸을 가렸사온데, 어찌 감히 시주를 가리리이까!” 여러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 “장로께서는 시주를 가리시지는 않으나, 다만 문을 찾아온 이를 괴이하게 여기시는구려. 거칠고 담박하다 탓하지 마시고 좀 드소서.” 장로가 말했다. “참으로 감히 먹을 수가 없사오니 계를 깰까 두렵나이다. 보살께서 기르시는 것보다 살려 주심이 낫다 하시니, 이 중을 놓아 주소서.” 그 장로가 뿌리치며 나가려 하자 그 여자들이 문을 막아서며 어찌 놓아줄 리 있으랴, 모두들 말했다. “문 앞까지 온 장사를 도로 못 본 체한단 말이오! 방귀를 뀌어 놓고 손으로 가리려 하니, 그대는 어디로 간단 말이오?” 그들은 하나하나 무예를 조금씩 익혔고 손발도 민첩하여 장로를 잡아끌어 양을 끌듯 하여 퍽 하고 땅에 메어쳤다. 여러 사람이 눌러 놓고 밧줄로 묶어 대들보에 높이 매달았으니, 이렇게 매다는 데에도 이름이 있어 “선인지로”라 하였다. 알고 보니 한쪽 손을 앞으로 뻗어 실을 매달아 올리고,
다른 한쪽 손은 허리를 동여매고 밧줄로 매달고, 두 발은 뒤로 한 줄의 밧줄에 매달아, 세 가닥 밧줄로 장로를 대들보에 매달아 놓으니 등이 위로 향하고 배는 아래로 향하였다. 그 장로는 아픔을 참고 눈물을 머금은 채 속으로 원망하며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이토록 팔자가 사납구나! 좋은 인가에서 공양 한 그릇 빌려 먹는 줄로만 여겼더니, 불구덩이에 빠졌을 줄을 어찌 알았으랴! 제자들아! 어서 와서 나를 구하라, 그래야 서로 얼굴을 다시 보리라. 다만 두 시진만 늦으면 내 목숨은 끝장이로다!” 그 장로는 괴로웠으나 그래도 마음을 한켠에 남겨 두고 저 여자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 여자들이 장로를 매달아 놓기가 무섭게 곧 옷을 벗으려 하였다. 장로는 가슴이 덜컥하여 속으로 헤아려 보았다.
“이렇게 옷을 벗는 걸 보니 나를 때릴 작정이로구나, 혹 덜 익은 채로 나를 씹어 먹을 작정이라도 있는 게지.” 알고 보니 그 여자들은 다만 상의 비단 저고리만 벗어 젖어 배를 드러내고는 저마다 신통을 부렸다. 하나하나 허리 아래 구멍에서 실 같은 줄기가 솟아 나오는데 굵기가 오리알만 하고, 뽀글뽀글 솟으며 옥을 튀기고 은을 날려, 이윽고 마을 문을 온통 가려 버렸으니 이 이야기는 접어 둔다.
각설하고, 그 행자와 팔계와 사오정은 모두 큰길 가에 있었다. 둘은 말을 풀어 놓고 짐을 지키고 있었는데, 오직 행자는 장난꾸러기라 나무에 뛰어오르고 가지를 붙잡으며 잎을 따고 열매를 찾고 있었다. 홀연히 고개를 돌려 보니 한 줄기 빛이 번쩍였다. 놀란 나머지 나무에서 뛰어 내리며 크게 외쳤다. “큰일 났다, 큰일 났어! 사부님의 운수가 꺾였구나!” 행자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너희는 저 마을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이느냐?” 팔계와 사오정이 함께 눈을 돌려 바라보니, 저 한가운데는 눈처럼 희면서 눈보다 더 밝고, 은과 같으면서 은보다 더 빛났다. 팔계가 말했다. “망했다, 망했어! 사부님이 요괴를 만났구나! 어서들 가서 사부님을 구하자!” 행자가 말했다. “아우야, 떠들지 마라. 너희가 어찌 된 영문을 알지 못하니, 내가 가 보고 오마.” 사오정이 말했다. “형님, 조심하시오.” 행자가 말했다. “내게 방도가 있느니라.” 이 훌륭한 대성이 호랑이 가죽 치마를 여미고 금고봉을 빼어 들고 발을 크게 떼어 두세 걸음에 앞쪽으로 달려가서 보니, 저 실줄들이 얽혀 있는 두께가 수백 수천 겹이나 되고, 겹겹이 줄줄이 이어진 것이 마치 날줄과 씨줄의 형세 같았다. 손으로 눌러 보니 끈적하고 부드러워 손에 달라붙었다. 행자는 그것이 무슨 물건인지 더욱 알 수 없었으나 곧 몽둥이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 한 방이면 수천 겹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수만 겹이라도 끊어 버리리라!” 막 때리려다가 다시 손을 멈추고 말했다. “딱딱한 것이라면 끊어 낼 수 있겠으나, 이것은 부드러운 것이라 납작하게 두들길 뿐이로다. 자칫 놀라게 하여 이놈이 나를 휘감아 버리면 도리어 좋지 않으니, 내가 먼저 한 번 물어나 보고 나서 때리리라.” 그대는 그가 누구에게 묻는다 말하겠느냐? 곧 결을 하나 잡고 주문을 외우니, 토지신 영감이 사당 안에서 맷돌을 돌듯 빙빙 돌고 있었다. 토지 할멈이 말했다. “영감, 당신은 왜 그리 도시오? 양의 간질이라도 발작한 것이오?” 토지신이 말했다. “당신은 모르오, 당신은 모른단 말이오! 제천대성이 와 있는데 내가 그를 마중하지 않았더니, 저쪽에서 나를 부르고 있소.” 할멈이 말했다. “가서 만나 뵙기나 하시오, 어찌하여 여기서 빙빙 돌기만 하오?” 토지신이 말했다. “그를 만나러 가면 그의 몽둥이가 얼마나 무거운데, 좋건 나쁘건 닥치는 대로 때린다오!” 할멈이 말했다. “그이도 당신이 이다지 늙은 걸 보면 어찌 곧장 때리겠소?”
토지신이 말했다. “그는 평생 돈 안 드는 술을 즐겨 마시면서 늙은이만 골라 때리는 자요.” 두 늙은이가 한참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하는 수 없이 밖으로 걸어 나와 바들바들 떨며 길 가에 꿇어앉아 외쳤다. “대성이시여, 이 지경의 토지신이 머리를 조아리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우선 일어나라, 바쁜 체할 것 없다. 내가 우선은 너를 때리지 않고 그 몫을 저쪽에 맡겨 두겠다.
내가 너에게 묻겠다, 이곳이 어느 곳이냐?” 토지신이 말했다. “대성께서는 어느 쪽에서 오셨나이까?”
“나는 동토에서 서쪽으로 가는 길이다.” 토지신이 말했다. “대성께서 동쪽에서 오셨사온데, 그 산등성이에 계셨나이까?”
행자가 말했다. “바로 그 산등성이에 있었고, 우리 행리와 말들도 모두 그 고개 위에 쉬어 있지 않으냐!” 토지신이 말했다. “그 고개를 반사령이라 하고, 고개 아래 있는 동굴을 반사동이라 하며, 그 동굴 안에 요괴 일곱이 있사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수놈이냐 암놈이냐?” 토지신이 말했다. “여자 요괴이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그놈들의 신통이 얼마나 크더냐?” 토지신이 말했다. “소신은 힘이 얇고 위엄이 짧아 그놈들의 수단이 얼마나 큰지는 알지 못하옵니다. 다만 아뢰올 것은 바로 남쪽으로 이곳에서 삼 리쯤 떨어진 곳에 탁구천이라는 샘이 하나 있사온데, 하늘이 낸 뜨거운 물이옵니다. 본래 상방의 일곱 선녀가 목욕하던 못이었사온데, 요괴들이 이곳에 와서 살게 된 뒤 그 탁구천을 차지하였고, 선녀들조차 그들과 다투지 않고 공연히 내어 주었사옵니다. 천선이 요마괴를 건드리지 않는 것을 보면, 틀림없이 저 요정들에게 큰 능력이 있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그 샘을 차지하여 무얼 하더냐?” 토지신이 말했다. “이놈들이 목욕탕을 차지하고는 하루에 세 차례씩 나와 목욕을 하옵니다. 지금 사시가 지났으니 오시가 오려 하옵니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말했다. “토지신, 너는 우선 돌아가거라. 내가 몸소 그놈들을 잡으리라.”
그 토지신 영감이 머리를 한 번 조아리고는 바들바들 떨며 자기 사당으로 돌아갔다.
이 대성이 홀로 신통을 부려 몸을 흔들어 한 번 변하니, 삼대 파리 한 마리가 되어 길 가 풀끝에 붙어 기다렸다. 잠시 뒤 후두둑거리는 소리가 들리니, 누에가 뽕잎을 먹는 듯하고 바다에 조수가 이는 듯하였다. 찻잔 반 잔 마실 만한 사이에 실줄이 모두 걷히고, 마을이 다시 예전 모습 그대로 나타났다. 또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사립문 여닫는 소리가 나더니, 안에서 웃음소리가 떠들썩하고 일곱 여자가 걸어 나왔다. 행자가 어둠 속에서 자세히 보니, 그들이 하나하나 손을 잡고 서로 이끌며 어깨를 맞대고 소매를 잡은 채 이야기하며 웃으면서 다리를 건너오는데, 과연 아름다왔다. 보라, 이러하였다. 옥보다 향기가 더 뛰어나고, 꽃보다 말이 더 진실하였다. 버들 같은 눈썹은 먼 산봉우리를 비스듬히 그리고, 단목 같은 입은 앵두를 깨문 듯하였다. 비녀 머리에 비취가 치켜섰고, 금련은 붉은 치마 아래 번쩍였다. 마치 항아가 하계에 내려온 듯하고 선자가 속세에 떨어진 듯하였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내 사부님이 몸소 공양을 빌러 오시겠다 하신 까닭이 있었구나, 알고 보니 이런 좋은 점이 있었노라. 이 일곱 미인이 내 사부님을 붙잡아 두었다 한들, 먹자니 한 끼도 넉넉하지 않고, 쓰자니 이틀도 넉넉하지 않을 터인즉, 손을 대어 돌아가며 한바탕 휘두르면 그것으로 죽고 마는 게지.
우선 내가 가서 그들이 무슨 꾀를 내는지나 한번 들어 보자.” 이 훌륭한 대성이 윙 하는 소리와 함께 날아가 앞서 걷는 여자의 쪽진 머리에 딱 붙었다. 다리를 건너오자마자 뒤쪽에 있던 이가 앞으로 나서며 불렀다. “언니들, 우리 목욕을 하고 나서 저 뚱뚱한 중을 쪄 먹으러 갑시다.” 행자가 속으로 웃으며 생각했다. “이 괴물들 참 꾀가 없구나! 삶으면 땔감도 절약될 터인데, 어찌 도리어 쪄 먹으려 한단 말인가!” 그 여자들이 꽃을 따고 풀을 꺾으며 남쪽으로 오는데, 오래지 않아 목욕탕에 다다랐다. 보라, 담장과 문이 하나 보이는데 몹시 장엄하고 아름다웠으며, 온 땅에 들꽃이 향기롭고 곱게 피어 있고, 양쪽 가에 난초와 혜초가 빽빽이 우거져 있었다. 뒤쪽에 있던 여자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휘익 하는 소리와 함께 두 짝의 문을 밀어 열자, 그 가운데 과연 한 웅덩이의 뜨거운 물이 있었다. 이 물은 천지가 열린 이래로 태양성이 본래 열 개였는데, 뒤에 예가 활을 잘 쏘아 까마귀 아홉을 쏘아 떨어뜨리고 금오 한 별만 남았으니, 그것이 태양의 참된 불이니라. 천지에 아홉 곳의 온천이 있으니 모두 그 까마귀들이 변한 것이라. 그 구양천이란 향랭천과 반산천, 온천과 동합천, 만산천과 효안천, 광분천과 탕천이요, 이 샘이 바로 탁구천이니라. 시로 증명하거니와, 시에 이르기를, 한 기운에 겨울과 여름이 없고, 삼추에도 늘 봄을 담아 두었네. 타오르는 물결은 솥이 끓는 듯하고, 뜨거운 물결은 새로 끓인 탕과 같네. 갈래갈래 흘러 곡식을 적시고, 머물러 흐르며 속세의 티끌을 씻어 낸다.
줄줄 구슬 같은 눈물이 떠오르고, 굴굴 옥덩이 같은 물이 넘친다. 매끄럽고 윤택함은 본래 빚어 낸 것이 아니요, 맑고 평온함이 스스로 따뜻함을 머금는다. 상서로움은 본디 땅이 빼어난 까닭이요, 조화로움은 하늘이 참된 것이로다. 가인이 씻는 곳마다 살결이 얼음처럼 매끄럽고, 티끌과 시름을 씻어 내니 옥 같은 몸이 새로워라.
그 목욕 못은 너비가 대략 다섯 길 남짓하고 길이가 열 길이 넘으며, 안의 깊이가 네 자쯤 되었는데 물이 바닥까지 맑게 비쳤다. 밑에서는 물이 구르는 구슬과 떠오르는 옥처럼 뽀글뽀글 솟아 올라오고, 사방에 여섯 일곱 개의 구멍이 있어 물이 통해 흘렀다.
흘러가기는 이삼 리나 멀리까지 이어져 논밭에 닿아서도 여전히 따뜻한 물이었다. 못 위에는 또 정자 세 칸이 있고, 정자 안 뒷벽 가까이에 다리가 여덟 개인 긴 걸상 하나가 놓여 있었다. 양쪽 산머리 쪽에는 금을 그리고 채색 옻칠을 한 옷걸이 두 개가 놓여 있었다. 행자는 어둠 속에서 흐뭇하게 웃으며 날개를 한 번 펴 그 옷걸이 머리 위로 날아가 딱 붙었다.
그 여자들이 물이 맑고도 뜨거운 것을 보고 곧 목욕을 하려고, 일제히 옷을 벗어 옷걸이에 걸어 놓고 함께 물로 내려갔는데, 행자가 보니 이러하였다. 단추를 풀어 젖히고, 비단 띠매듭을 풀었다.
보드러운 가슴은 은처럼 희고, 옥 같은 몸은 눈과 같았다. 팔뚝은 엉긴 연지를 이기고, 향기로운 어깨는 가루를 뭉친 듯하였다. 배는 부드럽고 솜 같고, 등은 매끄럽고 또한 깨끗하였다. 무릎은 반쯤 둥글게 감싸고, 금련은 세 치로 좁았다. 가운데 한 토막이 풍류의 구멍을 드러내었다. 그 여자들이 모두 물로 뛰어들어 하나하나 물결을 넘고 파도를 뒤집으며 물을 헤치고 장난을 쳤다. 행자가 말했다. “내가 그놈들을 치려 한들, 이 몽둥이를 못 속에 한 번 휘젓기만 하면 되니, 그것을 일러 끓는 물을 쥐 새끼에게 끼얹는다 하나, 한 굴이 모조리 죽고 마느니라. 가련하다, 가련해라! 때려 죽이기는 죽이되 내 명예만 깎일 터이니라. 늘 하는 말에 사내는 계집과 싸우지 않는다 하였거늘, 이런 사내가 계집애 몇을 때려 죽이면 참으로 보잘것없는 짓이로다. 때리지 말고 그놈들에게 뒤끝 없는 계책이나 하나 보내어, 몸도 움직이지 못하고 물에서도 나오지 못하게 하면 얼마나 좋으냐.” 이 훌륭한 대성이 결을 잡고 주문을 외우며 몸을 흔들어 한 번 변하니, 굶주린 매 한 마리가 되었는데, 보라, 이러하였다. 털은 서리와 눈 같고, 눈은 샛별 같았다. 요호가 보는 곳마다 넋이 모두 달아나고, 교활한 토끼가 만날 때마다 간담이 다 놀란다. 쇠 발톱은 날카롭고 예리하며, 늠름한 자태에 사나운 기운이 가로질렀다. 늙은 주먹을 써서 제 배를 채우고, 친히 날짐승을 쫓기를 사양하지 않는다. 만 리 찬 하늘을 오르내리고, 구름을 뚫고 물건을 살피기를 마음대로 하였다. 휘익 하고 한 번 날개를 쳐 앞으로 날아가고, 날카로운 발톱을 모아 그 옷걸이에 걸린 일곱 벌의 옷을 모조리 집어 갔다. 곧 고개머리로 돌아와 본모습을 드러내어 팔계와 사오정에게 보이며 말했다. “이것 좀 보아라.” 그 멍청이가 마주 나서며 사오정에게 웃으며 말했다. “사부님은 알고 보니 전당포에 잡혀 가신 모양이오.” 사오정이 말했다.
“어찌 그런 말이 나오오?” 팔계가 말했다. “형님이 그 여자들 옷을 몽땅 빼앗아 온 게 보이지 않소?” 행자가 그것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것은 요괴들이 입던 옷이다.” 팔계가 말했다. “어찌하여 이렇게 많단 말이오?”
행자가 말했다. “일곱 벌이다.” 팔계가 말했다. “어찌하여 이리 쉽게 벗겼고, 또 이리 깨끗하게 벗겼단 말이오?”
행자가 말했다. “벗긴 적이 있느냐, 원래 이곳을 반사령이라 하고, 저 마을을 반사동이라 한다. 동굴 안에 여자 요괴 일곱이 있어 우리 사부님을 붙잡아 동굴에 매달아 두고, 모두 탁구천으로 목욕을 하러 갔다. 그 샘은 천지가 만들어 낸 한 웅덩이의 뜨거운 물이더라. 그놈들은 목욕을 하고 나면 사부님을 쪄 먹으려고 꾀하고 있었느니라. 내가 그곳까지 따라가서 그놈들이 옷을 벗고 물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는데, 치려다가도 몽둥이를 더럽힐까 염려되고 명예가 깎일까 두려워 몽둥이를 쓰지 않고, 다만 굶주린 매 한 마리로 변하여 그놈들의 옷을 집어 왔노라. 그놈들은 모두 치욕을 참으며 고개도 내밀지 못하고 물속에 쭈그리고 있는 게다.
우리가 어서 가서 사부님을 풀어 모시고 길을 가자.”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형님은 무슨 일을 하든 늘 뒷일을 남기시오. 요괴를 보았거늘 어찌하여 그놈들을 때려 죽이지 않고 곧장 가서 사부님만 풀어 모시려 한단 말이오! 그놈들이 지금은 부끄러워 숨어 나오지 않는다 한들, 밤이 되면 틀림없이 나올 것이오. 그 집에 헌 옷이 남아 있으니 한 벌 걸치고 우리를 뒤쫓아올 터이고, 설령 뒤쫓지 않는다 한들 그놈들이 이곳에 오래 살고 있으니, 우리가 경을 얻고 돌아갈 때 또한 그 길로 지나게 될 것이오. 늘 하는 말에 길에서 쓸 돈은 적어도 되나 길에서 쓸 주먹은 적어서는 안 된다 하였소. 그때 가서 그놈들이 길을 막고 소란을 피우면 원수가 아니고 무엇이겠소?” 행자가 말했다. “네 마음대로 하거라, 무슨 방도가 있느냐?” 팔계가 말했다. “내 뜻대로라면 먼저 요괴들을 때려 죽이고 나서 사부님을 풀어 모실 터이니, 이것이 풀을 베어 뿌리까지 없애는 계책이오.” 행자가 말했다.
“나는 그놈들을 때리지 않겠다. 네가 치고 싶거든 네가 가서 쳐라.”
팔계가 정신을 가다듬고는 기뻐 날뛰며 쇠갈퀴를 들고 발을 크게 떼어 곧장 그곳으로 달려갔다. 홀연 문을 밀어 열고 보니, 그 일곱 여자가 물속에 쭈그리고 앉아 입으로 그 매를 마구 욕하고 있었다. “이 납작 털 난 짐승 같으니라고! 고양이가 머리를 씹어 먹을 망할 놈 같으니! 우리 옷을 몽땅 집어 갔으니, 우리보고 어찌 손을 쓰란 말이냐!” 팔계가 참지 못하고 웃으며 말했다. “여보살이시여, 여기서 목욕을 하시니 이 중도 좀 끼워 함께 씻어 주시겠소?” 그 요괴들이 성을 내며 말했다. “이 중놈아, 몹시 무례하구나! 우리는 시집살이하는 여자요, 그대는 출가한 사내 아니냐! 옛글에 일곱 살이 지나면 남녀가 자리를 함께하지 않는다 하였거늘, 감히 우리와 한 못에서 목욕을 하려 드느냐?” 팔계가 말했다. “날씨가 몹시 더우니 어찌할 수 없소. 좋게 좋게 나도 좀 씻게 해 주시오. 어디서 글귀니 자리니 하는 것을 따지고 있단 말이오, 같은 자리니 다른 자리니!”
멍청이는 말도 듣지 않고 쇠갈퀴를 내던지고 검은 비단 장삼을 벗어 던진 뒤 퐁 하고 물로 뛰어들었다. 그 요괴들은 속이 상하여 일제히 달려들어 때리려 하였다. 팔계가 물일에 몹시 익숙한 줄을 그놈들은 알지 못하였으니, 물속으로 들어가자마자 몸을 흔들어 한 번 변하여 메기 정으로 변했다. 그 요괴들이 모두 물고기를 잡으려 달려들었으나 좀처럼 잡을 수 없었다. 동쪽에서 더듬으면 어느새 서쪽으로 미끄러져 가고, 서쪽에서 더듬으면 어느새 동쪽으로 미끄러져 갔다. 미끌미끌한 것이 그저 다리 사이를 파고들며 마구 비비고 다녔다. 알고 보니 그 물이 가슴을 넘을 만큼 깊어, 물 위에서 한참 휘감고 놀다가는 또 물밑으로 파고들어 모조리 휘감아 놓았으니, 그놈들은 헐떡거리며 기운이 빠져 버렸다.
팔계가 그제야 물에서 뛰어 올라와 본모습을 드러내고 장삼을 걸쳐 입고는 쇠갈퀴를 잡고 크게 꾸짖었다. “내가 누구인 줄 아느냐? 너희는 나를 메기 정으로 알았느니라!” 그 요괴들이 보고는 간담이 서늘해져 팔계에게 말했다. “그대는 처음에는 중이더니, 물속에 들어가서는 메기로 변하고, 붙잡을 수 없게 되자 또 이런 차림을 하고 있으니, 도대체 어디서 여기까지 온 자요? 모름지기 이름을 밝혀 주시오.” 팔계가 말했다. “이 무리의 건방진 요괴들이 참말로 나를 모르는구나! 나는 동토 대당에서 경을 구하러 가는 당 장로의 제자이며, 천봉원수 오능 팔계로다. 너희가 내 사부님을 동굴에 매달아 두고 그를 쪄 먹을 꾀를 부렸느니라! 내 사부님이 어찌 쉽게 쪄 먹히실 분이냐! 어서 머리를 내밀어라, 한 놈에 갈퀴 한 번씩으로 뿌리를 끊어 주마!” 그 요괴들이 이 말을 듣고 넋이 날아가고 혼이 흩어져, 물속에서 그대로 꿇어앉아 절하며 말했다. “나으리, 편의를 봐 주시옵소서! 저희는 눈동자가 없어 그대의 사부님을 잘못 잡았사오나, 매달아 두기는 하였어도 감히 형벌을 가하여 고통을 드리지는 않았나이다. 자비를 베푸시어 목숨을 살려 주시면, 기꺼이 노잣돈을 보태어 그대의 사부님을 서천까지 모셔 드리겠나이다.” 팔계가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 말 마라! 속담에 사탕 장수 군자에게 속은 적이 있어 지금도 입이 단 사람은 믿지 않는다 하였느니라. 옳다면 갈퀴로 한 번씩 찧고 나서 각자 갈 길을 가자!” 멍청이는 오로지 거칠고 우직하게 재주를 뽐낼 뿐이니, 꽃을 아끼고 옥을 아끼는 마음이 어디 있으랴, 갈퀴를 들어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고 달려들어 마구 찧었다. 그 요괴들은 손발이 허둥거려 수치를 돌볼 겨를도 없이 오직 목숨이 급할 뿐이라, 손으로 부끄러운 곳을 가린 채 물에서 뛰어나와 모두 정자 안으로 달려가 서서 법을 부렸다. 배꼽 구멍에서 실줄이 뽀글뽀글 솟아 나와 하늘을 가리고 커다란 실 덮개를 쳐서 팔계를 한가운데 씌워 버렸다. 그 멍청이가 홀연 고개를 들어 보니 해와 하늘이 보이지 않아 곧 몸을 빼어 밖으로 나가려 하였으나, 어찌 발을 떼어 놓을 수 있으랴! 알고 보니 발을 거는 밧줄을 풀어 놓아 온 땅이 모두 실줄이었으니, 발을 움직이면 비틀거리며 넘어졌다. 왼쪽으로 가면 얼굴이 땅에 부딪치고, 오른쪽으로 가면 거꾸로 박히고, 급히 몸을 돌리면 또 입이 땅에 처박히고, 바삐 일어나면 또 물구나무를 서듯 넘어졌다. 얼마나 많은 넘어짐을 당했는지 알 수 없으니, 이 멍청이는 온몸이 저리고 다리에 힘이 풀리며 머리가 어지럽고 눈이 캄캄하여 기어서도 움직일 수 없었고, 다만 땅에 누워 신음할 뿐이었다. 그 요괴들은 그를 가두어 두고도 때리지도 않고 상하게도 하지 않은 채, 하나하나 문을 뛰어나와 실 덮개로 햇빛을 가리고 저희 동굴로 돌아갔다. 돌다리에 이르러 멈춰 서서 진언을 외우니, 삽시간에 실 덮개를 거두어 알몸이 된 채 동굴로 뛰어들어, 그곳을 손으로 가린 채 당승 앞을 싱글벙글 웃으며 지나쳐 갔다. 돌방으로 들어가 헌옷 몇 벌을 꺼내 입고는 곧장 뒷문으로 나가 서서 불렀다. “얘들아, 다 어디 있느냐?” 알고 보니 그 요괴들은 하나에 아들 하나씩을 두었으나, 제가 낳은 것이 아니라 모두 의형제를 맺은 양아들이었다. 이름하여 꿀벌, 말벌, 노봉, 반모, 우맹, 말랍, 청등이라 하였으니, 꿀벌은 꿀벌이요, 말벌은 말벌이며, 노봉은 노봉벌이요, 반모는 반모 벌레이며, 우맹은 쇠등에요, 말랍은 밀랍 벌레이며, 청등은 잠자리이었다. 알고 보니 그 요괴들이 하늘을 가리고 그물을 쳐서 이 일곱 가지 벌레들을 붙잡아 두고는 잡아먹으려 하였는데, 옛말에 새에게는 새의 말이 있고 짐승에게는 짐승의 말이 있다 하였거니와, 그때 이 벌레들이 목숨을 살려 달라 애걸하며 어미로 섬기기를 원하였으므로, 봄에는 온갖 꽃을 따다 요괴에게 바치고 여름에는 여러 풀꽃을 찾아 요괴에게 효도하게 되었다. 홀연 부르는 소리를 듣고 모두 앞으로 나와 물었다. “어머니, 무슨 분부이시옵니까?” 여러 요괴가 말했다. “얘들아, 아침에 우리가 당나라에서 온 중을 잘못 건드렸다가, 방금 그의 제자에게 못에서 붙잡혀 온갖 망신을 당하고 거의 목숨을 잃을 뻔하였느니라!
너희는 힘을 다하여 어서 문 앞으로 나가 한번 물리쳐 다오. 이긴 뒤에는 너희 외삼촌 집으로 와서 나와 만나자.” 그 요괴들은 한목숨을 건졌으니 저희 사형이 있는 곳으로 가서 입을 놀려 재앙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는 접어 둔다. 보라, 이 벌레들이 하나하나 주먹을 비비고 손바닥을 문지르며 나와 맞서 싸우려 하였다.
각설하고, 팔계는 넘어지고 또 넘어져 정신이 아득해졌는데, 홀연 고개를 들어 보니 실 덮개와 실 밧줄이 모두 사라져 있었다. 그제야 한 걸음씩 더듬어 일어나 아픔을 참으며 옛길을 되찾아 행자를 만나자 손으로 붙잡으며 말했다.
“형님, 내 머리가 부었소, 얼굴이 퍼렇게 멍이 들었소?” 행자가 말했다. “네가 어쩌다 이리되었느냐?”
“내가 그놈들에게 실밧줄로 뒤집어씌워지고 발 걸이까지 당하여, 얼마나 많이 넘어졌는지 알 수 없사오니, 넘어진 탓에 허리가 끊어지고 등이 부러져 한 걸음도 옮기기 어렵소. 방금 실 덮개와 밧줄이 모두 걷히고 나서야 겨우 목숨을 건져 돌아왔소.” 사오정이 이를 보고 말했다. “망했다, 망했어! 네가 큰 화를 불러왔구나! 그 요괴들이 틀림없이 동굴로 가서 사부님을 해치려 할 터이니, 우리가 어서 가서 구해 오자!” 행자가 그 말을 듣고 급히 발을 떼어 걸었고, 팔계가 말을 끌고 급히 마을 앞에 이르러 보니, 저 돌다리 위에 작은 요괴 일곱이 길을 막고 서서 말했다. “천천히 오너라, 천천히! 우리가 여기 있느니라!” 행자가 보고는 말했다. “우습구나! 모조리 조그만 것들뿐이로구나!
키가 큰 놈도 두 자 대여섯 치에 세 자가 못 되고, 몸이 무거운 놈도 여덟 아홉 근에 열 근이 못 되는구나.” 하고는 크게 꾸짖었다. “너희가 누구냐?” 그 요괴들이 말했다. “우리는 일곱 선녀의 아들이니라. 네가 우리 어머니를 능욕해 놓고도 무식하게 감히 우리 집 문을 두드리러 왔으니, 도망가지 말고 정신을 차려라!” 좋구나, 이 괴물들! 하나하나 손을 흔들고 발을 구르며 마구 때려들었다. 팔계는 성이 나 있었으니, 원래 넘어져 화가 머리 끝까지 나 있는 판에, 저 무리의 벌레들이 작고 앙증맞은 것까지 보니 이를 악물고 갈퀴를 들어 찧으려 들었다.
그 요괴들이 멍청이가 사나운 것을 보고 하나하나 본모습을 드러내어 날아오르며 “변해라!” 하고 소리쳤다. 잠시 사이에 하나가 열이 되고, 열이 백이 되고, 백이 천이 되고, 천이 만이 되니, 낱낱이 헤아릴 수 없는 숫자로 변하였다. 보라, 이러하였다. 하늘 가득 밀랍 벌레가 날고, 땅 가득 잠자리가 춤추었다.
꿀벌과 말벌이 이마를 쫓고, 노봉벌이 눈을 찔렀다. 반모는 앞뒤에서 물고, 쇠등에는 위아래로 쏘았다. 낯에 덮치는 것이 아득히 검고, 휘익거리는 기세에 신과 귀신도 놀랐다.
팔계가 당황하여 말했다. “형님, 경이나 얻기 쉽다 하였거늘, 서방 길에서는 벌레조차 사람을 괴롭히는구려!” 행자가 말했다. “아우야, 겁내지 말고 어서 앞으로 나가 쳐라!” 팔계가 말했다. “머리며 얼굴이며 온몸 위아래로 열 몇 겹씩 들러붙어 쏘는데, 어찌 때린단 말이오?” 행자가 말했다. “괜찮다! 괜찮다! 내게 방도가 있느니라!” 사오정이 말했다. “형님, 무슨 방도가 있거든 어서 내보이시오! 잠시 있으면 민머리까지 몽땅 부어 오르겠소!” 이 훌륭한 대성이 털 한 웅큼을 뽑아 잘게 씹어 품어 내니, 곧 노란 매와 마응, 익응과 흰 매, 조응과 물수리 매, 새매로 변하였다. 팔계가 말했다. “형님, 또 무슨 은어를 쓰시오, 누렇다느니 마느니 하면서?” 행자가 말했다. “너는 모르는구나. 누런 것은 황응이요, 마는 마응이며, 익은 익응이요, 흰 것은 백응이며, 조는 조응이요, 어는 물수리 매이며, 요는 새매니라. 저 요괴의 자식들이 일곱 가지 벌레라면, 내 털은 일곱 가지 매니라.”
매는 벌레 잡는 데 으뜸이라, 부리로 하나씩 찍고 발톱으로 치며 날개로 두드려, 잠시 만에 모조리 때려 없애니, 하늘에는 자취조차 없고 땅에는 한 자 남짓이 쌓였다.
세 형제가 그제야 다리를 건너가 곧장 동굴로 들어가니, 늙은 스승이 그곳에 매달린 채 훌쩍이며 울고 있었다. 팔계가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사부님, 여기 와서 매달려 놀이를 하시려 하셨는지는 몰라도, 덕분에 제가 얼마나 많이 넘어졌는지 아시옵니까?” 사오정이 말했다. “우선 사부님을 풀어 드리고 나서 이야기합시다.” 행자가 곧 밧줄을 끊어 당승을 내려놓고 함께 물었다. “요괴들은 어디로 갔느냐?” 당승이 말했다. “그 일곱 요괴들이 모두 알몸으로 뒤쪽으로 가서 자식들을 불렀느니라.” 행자가 말했다. “동생들아, 나를 따라가 찾아보자.” 세 사람이 저마다 병기를 들고 뒷동산으로 가서 찾아보았으나 자취를 찾을 수 없었다. 복숭아와 자두나무 위를 모조리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자 팔계가 말했다. “가 버렸군, 가 버렸어!” 사오정이 말했다. “그놈들을 찾을 것 없소. 내가 사부님을 부축해 모시고 갑시다.” 형제들이 다시 앞으로 와서 당승에게 말에 오르시기를 청하며 말했다. “사부님, 다음에 공양을 비실 때는 저희더러 가게 하옵소서.” 당승이 말했다. “제자들아, 뒷날에는 굶어 죽는다 한들 다시는 내 마음대로 나서지 않으리라.” 팔계가 말했다. “당신들은 사부님을 부축하여 가시오, 내가 갈퀴로 이 집을 모조리 헐어 버려 그놈들이 돌아와도 몸 붙일 곳이 없게 하겠소.”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갈퀴로 헐자니 힘이 드니, 땔감이나 좀 구해다 그놈들에게 뿌리째 끊어지는 것을 보여 주는 게 낫겠다.” 이 훌륭한 멍청이가 썩은 소나무와 부러진 대나무, 마른 버들과 마른 덩굴을 좀 구해다 불을 붙이니, 활활 타올라 모조리 깨끗하게 타 버렸다. 사부와 제자들은 그제야 마음을 놓고 앞으로 나아왔다.
아! 이번 길에 그 요괴들의 길흉이 어떠할지는 알 수 없거니와,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