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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3 제73회 정인구한생재독(情因舊恨生災毒) · 심주조마행파광(心主遭魔幸破光)

이야기는 이러하다. 손오공이 당승을 부축하고 팔계와 사오정과 더불어 큰길로 올라서서 곧장 서쪽으로 나아갔다. 반나절도 채 되지 않아 홀연 누각이 겹겹이 포개지고 궁전이 우뚝 솟은 곳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당승이 말고삐를 당기며 말했다. "제자야, 저기가 어떤 곳인지 좀 보아라." 행자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문득 이러하였다. 산이 누각을 두르고 시냇물이 정자를 감돌며, 문 앞에는 잡목이 빽빽이 우거졌고 집 밖에는 들꽃이 향기롭고도 곱구나. 버드나무 사이에 깃든 백로는 마치 연기 속에 든 티 없는 옥 같고, 복숭아나무 속에서 지저귀는 꾀꼬리는 불길 속에서 빛깔을 띤 금과 같구나. 쌍을 이룬 사슴은 시름을 잊고 한가로이 푸른 잔디를 밟고, 짝을 이룬 산새는 날아다니며 붉은 나무 끝에서 높이 우짖는구나. 참으로 유신과 완조가 머물던 천태산 동굴과 같고, 신선이 노니는 낭원의 집에도 조금도 뒤지지 않는구나. 행자가 아뢰었다. "사부님, 저곳은 왕후의 저택도 아니요 호족의 부잣집도 아니옵니다. 도리어 암자나 도관, 절간과 비슷하오니 그리로 가 보시면 사정을 아시게 되시리이다." 삼장이 그 말을 듣고 채찍질을 더하여 말을 재촉했다. 사부와 제자들이 문 앞에 이르러 살펴보니, 문 위에 돌판 하나가 박혀 있고 그 위에 황화관 세 자가 새겨져 있었다. 삼장이 말에서 내리자 팔계가 말했다. "황화관은 도사의 집이니 우리가 들어가 그와 한번 만나 보는 것도 좋겠소. 그들은 우리와 옷차림은 다르나 수행하기는 매일반이오." 사오정이 말했다.

"옳은 말이오. 한편으로는 들어가 경치나 구경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짐승에게 먹이나 먹이는 셈이지. 형편이 좋은 곳을 살펴 사부님께 올릴 공양을 좀 장만합시다." 장로가 그 말을 좇아 네 사람이 함께 들어가니, 이 문 위에 봄을 맞는 주련 한 쌍이 걸려 있었다. "누런 싹과 흰 눈이 신선의 집이요, 요지의 풀과 옥 같은 꽃이 도사의 집이로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 사람은 풀을 태워 약을 만들고 화로를 부리며 단지를 드는 도사로구려." 삼장이 그를 꼬집으며 말했다. "입을 조심해라! 입을 조심해! 우리는 그와 서로 아는 사이도 아니요 친척도 아니니, 잠시 만나는 처지에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 문 안으로 들어서니, 정전은 굳게 닫혀 있고 동쪽 행랑 아래에 도사 하나가 앉아서 환을 빚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차려입었는지 보라. 머리에는 붉고도 고운 금장식 관을 썼고, 몸에는 새까맣고 윤이 나는 검은 도포를 걸쳤다. 발에는 푸른 기운이 감도는 구름무늬 신을 신고, 허리에는 누르스름한 여공의 끈을 둘렀다. 얼굴빛은 박 속의 쇠처럼 검고 두 눈은 샛별처럼 밝았다. 콧날은 크고 높아 회회족을 닮았고, 입술은 뒤집힌 듯 벌어져 달달족 같았다.

도를 향한 마음 한 조각에 우레를 감추었으니, 범을 항복받고 용을 굴복시키는 참된 도사로다. 삼장이 그것을 보고는 목청을 높여 큰 소리로 불렀다.

"늙은 신선이시여, 빈승이 문안을 올리옵니다." 그 도사가 홀연 고개를 들더니 한번 보고는 깜짝 놀라며, 손에 들고 있던 약을 내던지고 비녀를 바로 꽂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뒤 섬돌을 내려와 맞이하며 말했다. "스승님께서 오시는 줄 모르고 제대로 맞이하지 못하였나이다. 안으로 드시어 앉으소서."

장로가 기뻐하며 법당으로 올라가 문을 밀어 열고 보니, 삼청의 성상이 모셔져 있고 공양 탁자에는 화로와 향이 놓여 있었다. 곧 향을 집어 화로에 사르고 세 바퀴 절을 올린 뒤에야 도사와 인사를 나누었다. 이윽고 객위로 가서 제자들과 함께 앉았다.

급히 선동을 불러 찻물을 권하게 하니, 곧 어린 동자 둘이 안으로 들어가 찻받침을 찾고 찻잔을 씻고 찻숟가락을 닦고 다과를 장만하느라 분주히 뛰어다녔다. 그렇게 바삐 어지러이 오가는 바람에 일찍이 저 원수 같은 놈들의 눈길을 끌고 말았다.

알고 보니 저 반사동의 일곱 여요괴는 이 도사와 한자리에서 함께 도술을 배운 사이였다. 헌 옷을 입고 아들들을 불러낸 뒤 곧장 이곳으로 왔던 것이다. 마침 안쪽에서 옷을 재단하고 있는데, 홀연 그 동자가 차를 내가는 것을 보고 물었다. "동자야, 무슨 손님이 오셨기에 이리들 분주하냐?" 선동이 말했다. "조금 전에 중 네 명이 들어오셔서 스승님께서 차를 내오라 하셨소." 여요괴가 말했다. "그중에 희고 살진 중이 있더냐?"

"있소." 또 물었다. "주둥이가 길고 귀가 큰 이가 있더냐?" "있소." 여요괴가 말했다. "어서 차를 내다 주고 너의 스승님께 눈짓을 하여 들어오시게 하여라. 내 급히 할 말이 있노라." 과연 그 선동이 찻잔 다섯 잔을 받들고 나갔다. 도사가 옷을 여미고 두 손으로 한 잔을 받들어 삼장에게 드린 뒤 팔계와 사오정과 행자에게 주었다. 차를 마시고 잔을 거두자 어린 동자가 눈짓을 하니, 도사가 몸을 굽히며 말했다. "여러분, 잠시 앉아 계시오." 그리고 일렀다. "동자야, 찻받침을 내려놓고 모시고 있거라. 내 잠깐 갔다 오리라." 이때 장로와 제자들, 그리고 어린 동자 하나가 법당 위로 나가 구경하는 이야기는 접어 둔다.

각설하고, 도사가 방장으로 들어가 보니 일곱 여자가 가지런히 꿇어앉아 외치고 있었다. "사형! 사형! 소매의 한마디를 들어 주시오!" 도사가 손을 들어 일으키며 말했다. "너희가 아침에 왔을 때 무슨 말을 하려 하더니, 마침 오늘 환을 빚는 날이라 이 약은 음기를 띤 이가 보면 안 되는 터라 대답하지 못하였다. 지금 또 바깥에 손님이 계시니 할 말이 있거든 천천히 하도록 하여라." 요괴들이 말했다. "사형께 아뢰옵니다. 이 일은 오직 손님이 오셨기에 감히 아뢰는 것이온데, 손님이 가시고 나면 아무리 말한들 소용이 없사옵니다."

도사가 웃으며 말했다. "너희 말하는 꼴 좀 보아라. 어찌 손님이 와야만 말하려 하느냐? 그거야 미친 게 아니냐? 나야 맑고 고요히 신선의 도를 닦는 무리거니와, 설령 속세의 집안이라 처자식과 노소가 있고 집안일이 있다 한들 또한 손님이 가고 나서 처리할 일이지. 어찌 이다지도 어질지 못하게 나를 망신시키려 드느냐! 우선 나가 보게 해 다오." 요괴들이 또 일제히 붙잡으며 말했다. "사형, 노여움을 거두시옵소서. 제가 묻겠사오니 앞쪽의 저 손님들은 어느 곳에서 오셨나이까?" 도사가 침을 뱉으며 얼굴을 돌리고 대답하지 않자 요괴들이 말했다. "조금 전 어린 동자가 들어와 차를 가져갈 때, 저의 듣기로는 중 네 명이라 하더이다." 도사가 성을 내며 말했다. "중이면 어쨌단 말이냐?" 요괴들이 말했다. "중 네 명 가운데 희고 살진 이가 하나 있고 주둥이가 길며 귀가 큰 이가 하나 있사온데, 사형께서는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 물어 보셨나이까?" 도사가 말했다. "그중에 그런 둘이 있기는 하더라. 너희는 어찌 아느냐? 어디서 그들을 본 일이 있느냐?" 여자가 말했다. "사형께서는 이 사정을 모르시나이다. 저 중은 당나라에서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가도록 파견된 자이옵니다. 오늘 아침 우리 굴에 공양을 빌러 왔사온데, 과연 소매들이 당승의 이름을 듣고 그를 잡아 두었나이다." 도사가 말했다. "너희가 그를 어찌 잡았단 말이냐?" 여자가 말했다.

"소매들이 예부터 사람들의 말을 들으니, 당승은 열 세대를 수행한 참된 몸이라 그의 살 한 점을 먹는 이가 있으면 수명이 늘고 장생한다 하옵니다. 그 까닭에 그를 잡아 두었나이다. 그 뒤에 저 주둥이가 길고 귀가 큰 중이 우리를 탁구천에 몰아넣고는 먼저 옷을 빼앗고, 뒤에 재주를 부려 우리와 함께 목욕하기를 강요하되 또한 그를 말릴 수가 없었나이다. 그가 물로 뛰어들어 메기 한 마리로 변해서는 우리의 두 다리 사이를 들락날락하며 간음을 행할 뜻을 품었으니, 참으로 몹시도 파렴치하옵니다! 또 물 밖으로 뛰어나와 본모습을 드러내고는 우리가 따르지 않으려 하는 것을 보고, 아홉 살 갈퀴 하나를 휘둘러 우리의 목숨을 해치려 하였나이다. 만일 우리에게 약간의 지혜가 있지 않았더라면 거의 그의 독수에 죽었을 것이옵니다. 그 까닭에 벌벌 떨며 도망쳐 나와, 또 사형의 어리석은 생질을 시켜 그와 싸우게 하였사오나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가 없나이다. 우리가 특별히 형님을 찾아왔사오니, 형님께서는 옛날 같은 문하에서 함께 지낸 정을 생각하시어 오늘 저희의 원수를 갚아 주실 분이 되어 주시옵소서!" 그 도사가 이 말을 듣고는 노여움에 사무쳐 안색을 바꾸며 말했다. "이 중이 원래 이다지도 무례하고 이다지도 파렴치하단 말이냐! 너희는 모두 마음을 놓아라, 내가 그를 골려 주리라!" 여자들이 사례하며 말했다. "사형께서 만일 손을 쓰시거든 저희도 모두 나와 도와 그를 칩니다." 도사가 말했다. "때릴 것 없다! 때릴 것 없다! 늘 하는 말에 한 번 때리면 세 푼은 떨어진다 하였느니라. 너희는 모두 나를 따라오너라."

여자들이 좌우에서 따랐다. 그가 방 안으로 들어가 사다리를 가져다가 침상 뒤로 돌아가 지붕 대들보로 기어 올라가서 작은 가죽 상자 하나를 내렸다. 그 상자는 높이가 여덟 치쯤 되고 길이는 한 자쯤 되며 너비가 네 치쯤 되었는데, 위에는 작은 구리 자물쇠 하나가 걸려 있었다. 곧 소매 속에서 거위알빛 노란 능직 손수건 한 장을 꺼냈는데, 손수건 술에 작은 열쇠 하나가 매달려 있었다. 자물쇠를 열고 약 한 꾸러미를 꺼냈으니, 이 약은 이러하였다.

산 속 온갖 새의 똥을 쓸어 모아 천 근을 쌓았네. 구리 솥에 넣어 삶되 불의 세기를 고르게 하여라. 천 근을 달여 한 국자를 얻고, 한 국자를 정제하여 세 리를 얻는다. 세 리를 다시 덖어야 하니, 여러 번 불리고 여러 번 훈제한다. 이리하여 만든 이 독약은 보물과 보배보다 귀하도다. 만일 그 맛을 보는 자는 입에 넣자마자 염라대왕을 보리라! 도사가 일곱 여자에게 말했다. "누이들아, 내 이 보배는 범인에게 먹이면 단 한 리만으로도 뱃속에 들어가자 곧 죽고, 신선에게 먹인다 한들 또한 세 리면 목숨이 끊어지느니라. 이 중들은 아마도 도력이 좀 있을 터이니 세 리는 써야 하겠다. 어서 저울을 가져오너라." 그중 한 여자가 급히 저울 하나를 가져오며 말했다. "일 푼 이 리를 달아 내어 네 몫으로 나누겠나이다." 그리고 붉은 대추 열두 개를 가져다가 대추를 조금 뜯어 그 틈에 한 리씩 박아 넣어 네 개의 찻잔에 나누어 담았다. 또 검은 대추 두 개로 찻잔 하나를 만들고 쟁반 하나에 받쳐 놓고 여러 여자에게 말했다. "내가 가서 그에게 물어보겠노라. 당나라에서 온 이가 아니면 그만이거니와, 만일 당나라에서 온 이라면 차를 바꾸라 하고, 그대들이 이 차를 동자에게 주어 내보내게 하시오. 한 번만 마셔 보면 낱낱이 몸이 망가질 터이니, 그대들의 이 원수를 갚고 시름을 풀어 주리라." 일곱 여자가 감격함을 마지않았다.

그 도사가 옷 한 벌로 갈아입고는 겉으로는 예를 갖추어 겸손하게 걸어 나와, 당승 일행을 다시 객위로 모셔다 앉히고 말했다. "스승님께서는 섭섭하게 여기지 마시옵소서. 조금 전 안으로 가서 어린 제자들에게 푸성귀와 무를 좀 골라 채식 공양 한 끼를 장만하라 일렀사오니, 그만큼 모시지 못하였나이다."

삼장이 말했다. "빈승이 빈손으로 찾아와 절을 올렸사온데, 어찌 감히 공양을 내리시는 수고를 끼치오리이까." 도사가 웃으며 말했다. "그대나 나나 다 출가한 사람이니, 산문을 보면 곧 봉록 삼 승이 있는 법이거늘 어찌 빈손이라 하시옵니까? 감히 여쭙건대 스승님께서는 어느 보산에서 오셨사오며, 이곳에 와서는 무슨 일을 하시려 하시나이까?" 삼장이 말했다. "빈승은 동토 대당 황제의 분부를 받아 서천 대뢰음사로 경을 구하러 가는 자이옵니다. 마침 선궁을 지나다가 정성을 다해 찾아와 절을 올렸나이다." 도사가 그 말을 듣고는 얼굴 가득 화색이 돌며 말했다. "스승님께서는 충성스럽고 덕이 큰 부처이시옵니다. 소도가 알지 못하고 멀리까지 나가 맞이하지 못하였사오니, 용서하시옵소서! 용서하시옵소서!" 그리고 외쳤다. "동자야, 어서 가서 차를 바꿔 오너라. 한편으로는 서둘러 공양을 장만하여라." 그 어린 동자가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여러 여자가 그를 불러 말했다. "여기 마련된 좋은 차가 있으니 내다 주어라." 그 동자가 과연 찻잔 다섯 잔을 받들고 나왔다. 도사가 황급히 두 손으로 붉은 대추가 든 찻잔을 받들어 당승에게 올렸다. 그는 팔계의 몸집이 큰 것을 보고 큰 제자라 여기고, 사오정을 둘째 제자라 여기고, 행자의 키가 작은 것을 보고 셋째 제자라 여겼으므로, 네 번째 잔에야 비로소 행자에게 올렸다. 행자는 눈치가 빨라 찻잔을 받아 들고서 벌써 쟁반 위의 다른 찻잔에는 검은 대추 두 개가 들어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 "선생, 나와 잔을 바꿉시다." 도사가 웃으며 말했다. "장로님께 숨기지 않고 아뢰옵니다. 산골의 가난한 도사라 다과를 미처 갖추지 못하였나이다. 조금 전에 몸소 안으로 가서 과일을 찾아 보았사온데, 붉은 대추 열두 개뿐이라 그것으로 찻잔 네 잔을 만들어 올렸나이다. 소도 또한 빈손으로 모실 수는 없어서 변변찮은 대추 두 개로 한 잔을 만들어 함께 모시는 것이니, 이는 가난한 도사의 공경하는 뜻이옵니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무슨 말씀을 그리하시오? 옛사람이 이르기를, 집에 있을 때는 가난이 아니나 길 위에서는 가난이 사람을 죽인다 하였소. 그대는 집을 가진 사람이거늘 어찌 가난을 말하시오! 우리 같은 걸식하는 중이야말로 참으로 가난하오. 나와 바꿉시다, 나와 바꿉시다." 삼장이 그 말을 듣고 말했다. "오공아, 이 선장께서는 참으로 손님을 아끼는 뜻이시니, 너는 마셔라. 바꾸기는 무엇 하러 바꾸느냐?" 행자가 하는 수 없이 왼손으로 받아들고 오른손으로 덮은 채 그들을 바라보았다.

각설하고 저 팔계는 하나는 배가 고프고 둘은 목이 말랐는데, 본래 식성이 대단한 놈이라 찻잔 속에 붉은 대추 세 개가 들어 있는 것을 보고는 잔을 집어 들고 꿀꺽 삼켜 버렸다. 사부님도 드셨고 사오정도 먹었다. 잠깐 사이에 팔계의 얼굴빛이 변하고 사오정은 두 눈에 눈물이 그득하며 당승은 입에 거품을 물고는, 그들이 모두 앉아 있지 못하고 땅에 쓰러져 기절했다. 이 대성이 그것이 독임을 알아차리고는 찻잔을 들어 도사의 얼굴을 향해 내던졌다. 도사가 도포 소매로 막아 내니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찻잔이 산산이 부서졌다. 도사가 노하여 말했다. "이 중놈아, 몹시도 천박하구나! 어찌하여 내 잔을 깨뜨리느냐?" 행자가 꾸짖어 말했다. "이 짐승 같은 놈아! 내 저 세 사람이 어떻게 되었는지 좀 보아라! 나와 무슨 원한이 있다고 네가 독약 탄 차로 내 사람을 쓰러뜨리느냐?" 도사가 말했다. "이 천박한 짐승아, 네가 저지른 화를 네가 어찌 모른단 말이냐?" 행자가 말했다. "우리가 막 네 집에 들어와 앉는 차례를 정하고 고향을 이야기하였을 뿐인데, 또한 언성이 높았던 일도 없거늘, 어디서 무슨 화를 저질렀단 말이냐?"

도사가 말했다. "너희는 반사동에서 공양을 빈 일이 있느냐? 너희는 탁구천에서 목욕을 한 일이 있느냐?"

행자가 말했다. "탁구천에는 일곱 여요괴가 있었노라. 네가 이미 이런 말을 하였으니, 틀림없이 그놈들과 간통한 사이요, 틀림없이 너 또한 요괴로구나! 달아나지 마라, 내 몽둥이를 받아라!" 훌륭한 대성이 귀에서 금고봉을 꺼내어 한 번 흔들자 사발만한 굵기가 되었는데, 그것을 휘둘러 도사의 얼굴을 향해 내리쳤다. 그 도사가 황급히 몸을 돌려 피하고는 보검 한 자루를 가져다 맞받았다. 두 사람이 서로 욕하고 서로 때리는 통에 일찍이 안쪽에 있던 여요괴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 일곱이 한꺼번에 뛰어나오며 외쳤다. "사형께서는 애쓰지 마시옵소서. 소매들이 그를 잡겠나이다." 행자가 보고는 더욱 분노가 치밀어 두 손으로 쇠몽둥이를 휘둘러 온갖 수단을 다하여 굴러 들어가며 마구 때렸다. 그런데 보라, 그 일곱이 옷을 활짝 벗어젖히고 눈처럼 흰 배를 내밀며 배꼽 구멍에서 법술을 부리니, 뽀글뽀글 실줄기가 마구 솟아올라 하늘 가리개를 쳐서 행자를 그 밑에 덮어 버렸다. 행자가 일이 잘못되어 감을 보고는 곧 몸을 뒤집어 주문을 외우고 근두운을 타고 펑 하고 가리개를 뚫고서 빠져나와, 성질을 누르고 울적하게 공중에 서서 바라보니, 저 요괴의 실줄기가 번쩍번쩍 빛나며 줄줄이 이어진 것이 곧 북을 오가는 날줄과 씨줄이었다. 삽시간에 황화관의 누각과 전각을 모조리 가려서 그림자도 형체도 없게 만들었다. 행자가 말했다. "맹렬하구나! 맹렬해라! 일찍이 그놈의 손에 걸려들지 않았으니 다행이로다! 괴물이라서 저팔계를 몇 번이나 넘어뜨렸단 말이로구나! 이 지경이니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내 사부님과 사제는 또 독약에 당했구나. 이 요괴 무리가 한마음으로 뭉쳤으니 그 내력이 어떠한지 알 수가 없거니와, 내 그 토지신에게 다시 가서 물어보리라."

훌륭한 대성이 구름을 내려놓고 결을 잡고는 "옴" 자 진언을 외우니, 그 토지 영감이 또 끌려와서 바들바들 떨며 길가에 꿇어앉아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대성이시여, 사부님을 구하러 가셨다가 어찌하여 또 돌아오셨나이까?" 행자가 말했다. "아침에 사부님을 구하고 앞으로 얼마 가지 않아 황화관을 만났노라. 내가 사부님 일행과 함께 들어가 보니 관주가 맞이하더라. 막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그놈이 독약 탄 차로 내 사부님 일행을 쓰러뜨렸다. 나는 다행히 차를 마시지 않았으므로 몽둥이를 들어 곧 때렸더니, 그놈이 반사동에서 공양 빌던 일과 탁구천에서 목욕하던 일을 말하므로 내가 그놈이 괴물인 줄 알았다. 막 손을 들어 맞서려는데, 그 일곱 여자가 뛰어나와 실줄을 토하여 내놓는지라, 노손이 다행히 눈치가 있어 달아났노라. 내 생각에 네가 이곳에서 신 노릇을 하니 그 내력을 틀림없이 알 터이니, 무슨 요정인지 솔직히 말하여라. 때리지 않겠노라!" 토지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저 요정이 이곳에 온 지 십 년이 되지 않았나이다. 소신이 삼 년 전에 살펴본 뒤에야 그 본모습을 보았사온데, 일곱 거미 정이옵니다. 그놈들이 토해 내는 저 실줄은 바로 거미줄이옵니다." 행자가 그 말을 듣고는 몹시 기뻐하며 말했다. "네 말로 보면 그것은 작은 일이로구나. 그렇다면 너는 돌아가거라, 내가 법술을 부려 그놈을 항복받으리라." 그 토지가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갔다. 행자는 황화관 밖으로 나가 꼬리의 털 일흔 개를 뽑아내고는 입으로 선기를 한 번 불며 "변하여라!" 하고 외치자 곧 일흔 명의 작은 행자로 변했다. 또 금고봉에다 입으로 선기를 한 번 불며 "변하여라!" 하고 외치자 곧 일흔 개의 쌍갈래 쇠스랑으로 변했다. 작은 행자마다 하나씩 나누어 주고, 그 자신도 하나를 쥐고는 바깥에 서서 갈퀴로 그 실줄을 휘저으며 일제히 힘을 모아 구호를 외치고는 그 실줄을 모조리 끊어 버렸는데, 저마다 휘감긴 것이 십여 근씩이나 되었다. 안쪽에서 거미 일곱 마리가 끌려 나왔는데, 몸집이 족히 바가지보다도 컸다. 하나하나 손발을 움츠리고 머리를 조아리며 다만 외쳤다. "살려 주시오! 살려 주시오!" 이때 일흔 명의 작은 행자가 일곱 거미를 누르고서 어찌 놓아줄 리 있으랴. 행자가 말했다. "우선 그놈을 때리지는 말고, 내 사부님과 사제를 돌려보내라 하여라." 그 요괴가 목청을 높여 외쳤다. "사형, 당승을 돌려보내시고 내 목숨을 살려 주시옵소서!" 그 도사가 안쪽에서 뛰어나오며 말했다. "누이들아, 나는 당승을 먹어야 하겠노라. 너희는 구할 수가 없구나." 행자가 그 말을 듣고는 크게 노하여 말했다. "네가 이미 내 사부님을 돌려보내지 않겠다 하니, 네 누이들의 꼴을 좀 보아라!" 훌륭한 대성이 갈퀴 몽둥이를 한 번 흔들어 다시 쇠몽둥이 한 개로 되돌리고는 두 손으로 들어 올려 일곱 거미 정을 남김없이 때려 뭉개니, 마치 고기를 다진 자루 일곱 개처럼 고름과 피가 줄줄 흘렀다. 또 꼬리를 두어 번 흔들어 털을 거두어들이고는 홑몸으로 몽둥이를 휘두르며 안으로 쫓아 들어가 도사를 쳤다.

그 도사가 그가 사매들을 때려 죽이는 것을 보고는 마음이 몹시 견디지 못하여 곧 이를 악물고 검을 들어 맞받았다. 이 한바탕은 저마다 분노를 품고 하나같이 신통을 크게 펼쳤으니, 이 한바탕의 훌륭한 싸움이로다. 요정은 보검을 휘두르고, 대성은 금고봉을 들어 올렸다. 모두 당나라 삼장을 위한 것이라, 먼저 일곱 여자가 죽음을 당하였노라. 이제 크게 경륜의 손을 펼쳐 위엄을 부리고 법술을 놀려 기세를 뽐내니, 대성의 신광은 장엄하고 요선의 담력은 거칠었다. 온몸의 수단은 꽃무늬 비단 같고, 두 손의 움직임은 도르래 같았다. 펑펑 검과 몽둥이 소리 울리고, 참담하게 들구름이 떠돌았다. 말을 주고받으며 꾀를 부려, 오고 가는 것이 그림 같았다. 싸움이 벌어져 바람 소리 나고 모래 날리니 이리와 호랑이도 겁을 내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땅이 캄캄해져 북두성조차 보이지 않았다.

으스스한 누런 안개, 눈부신 황금빛, 으스스한 누런 안개는 양쪽 옆구리에서 구름을 뿜는 듯하고, 눈부신 황금빛은 천 개의 눈에서 불을 쏘는 듯하구나. 좌우는 마치 황금 통 같고, 동서는 구리 종과도 같도다. 이는 요선이 법력을 베풀고 도사가 신통을 드러낸 것이라, 눈을 어지럽히고 하늘을 미혹시켜 해와 달을 가리며, 사람을 덮으니 답답하고 몽롱하여라. 제천대성 손오공을 그 금빛과 누런 안개 속에 가두어 두는구나. 행자가 손발이 허둥지둥하여 다만 그 금빛 그림자 속에서 빙빙 돌 뿐이었다. 앞으로 나아가려 해도 걸음을 떼지 못하고, 뒤로 물러나려 해도 발을 옮기지 못하니, 꼭 통 속에서 도는 것만 같았다. 하는 수 없이 또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여 급해진 나머지 위로 힘껏 한 번 뛰어올랐는데, 금빛을 뚫고는 퍽 하고 거꾸로 넘어졌다. 부딪친 머리가 아픈 듯하여 급히 손을 뻗어 머리를 만져 보니 정수리 가죽이 모두 물렁하게 부딪쳐 버렸다. 스스로 속이 타서 말했다. "재수 없는 일이로다! 재수 없어! 이 머리가 오늘은 쓸모가 없구나! 평소에는 칼로 베고 도끼로 쪼개어도 능히 상하게 하지 못하더니, 어찌하여 이 금빛에 부딪쳐 살갗이 물렁해졌단 말이냐? 오래 지나면 틀림없이 고름이 생길 터이니, 낫는다 한들 또한 파상풍이로다." 한참 동안 답답함을 참기 어려웠으나, 또 스스로 꾀를 내어 말했다. "앞으로도 갈 수 없고 뒤로도 물러날 수 없으며, 왼쪽으로도 갈 수 없고 오른쪽으로도 갈 수 없으며, 위로 또한 부딪칠 수 없으니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아래로 가는 수밖에!"

훌륭한 대성이 주문을 외우고 몸을 한 번 흔들어 변하니, 천산갑이 되었으니 또 다른 이름은 능리린이라. 참으로 이러하였다. 네 개의 쇠발톱은 산을 뚫고 돌을 부수기를 가루를 빻듯 하고, 온몸의 비늘 갑옷은 고개를 뚫고 바위를 뚫기를 파를 썰듯 하였다. 두 눈의 빛나는 밝음은 마치 쌍성이 번쩍이는 듯하고, 하나의 뾰족한 주둥이는 강철 송곳과 쇠 송곳보다 뛰어났다. 약 가운데 성질 있는 것이 천산갑이라, 속된 말로 능리린이라 부르느니라. 그대 보라, 그가 머리를 단단히 하고 땅 아래로 파고드니 이십여 리를 파고서야 비로소 머리를 내밀었다. 알고 보니 저 금빛은 겨우 십여 리만 덮고 있었다. 나와서 본모습을 드러내니 힘이 풀리고 힘줄이 뻣뻣하며 온몸이 쑤시고 아파서, 눈물을 참지 못하고 홀연 소리를 내어 외쳤다. "사부님이시여! 일찍이 가르침을 받들어 산중에서 나와, 함께 서쪽으로 오느라 애써 공을 들였나이다. 큰 바다의 큰 물결에도 두려움이 없었거늘, 도랑 안에서 도리어 바람을 만났구나!"

미후왕이 비통해하고 있는데, 홀연 산등 뒤에서 누군가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 몸을 일으켜 눈물을 닦고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한 여인이 나타나 보였는데, 몸에는 상복을 단단히 입고 왼손에는 찬 물밥 한 그릇을 받들고 오른손에는 종이돈 몇 장을 들고서 저쪽에서 한 걸음 떼며 한 번씩 울면서 걸어오고 있었다. 행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탄식하여 말했다. "참으로 눈물 젖은 눈이 눈물 젖은 눈을 만났고, 애간장 끊는 이가 애간장 끊는 이를 만났구나! 저 여인이 무슨 일로 우는지 모르겠으니, 내 가서 한번 물어보리라." 그 여인이 얼마 지나지 않아 길 위로 올라서서 행자를 마주 섰다. 행자가 몸을 굽히며 물었다. "여보살이시여, 그대는 누구를 위해 우시옵니까?" 부인이 눈물을 머금고 말했다. "제 남편이 황화관 관주와 장대를 사고팔며 다투다가 그가 독약 탄 차로 죽였나이다. 저 종이돈을 불살라 부부의 정을 갚으려 하옵니다." 행자가 그 말을 듣자 눈에 눈물이 내렸다. 그 여인이 그것을 보고 노하여 말했다. "당신은 어찌 그리 무지하시오! 나는 남편 때문에 근심하고 슬퍼하는데, 당신은 어찌 눈물 젖은 눈에 근심 어린 눈썹을 하고는 마음을 속이며 나를 놀리려 하시오?" 행자가 몸을 굽히며 말했다. "여보살이시여, 노여움을 거두시옵소서. 저는 본래 동토 대당 황제의 칙명을 받든 어제 당삼장의 큰 제자 손오공 행자이옵니다. 서천으로 가는 길에 황화관을 지나다 말을 쉬었나이다. 그 관중의 도사가 무슨 요정인지 알 수가 없사온데, 그가 일곱 거미 정과 형제자매가 되었나이다. 거미 정이 반사동에서 내 사부님을 해치려 하였으나, 나와 사제 팔계, 사오정이 구해 내어 벗어났나이다. 그 거미 정이 그의 이곳으로 와서는 시비를 뒤집어씌워 우리가 속일 뜻이 있다 하였나이다. 도사가 독약 탄 차로 내 사부님과 사제 세 사람을 쓰러뜨리고 말까지 넷을 그의 관중에 가두었나이다.

오직 나만은 그의 차를 마시지 않고 찻잔을 내던져 부수었더니, 그가 나와 맞싸움을 하였나이다. 한창 다투고 있을 때 저 일곱 거미 정이 뛰어나와 실줄을 토하여 내놓아 나를 묶었으나, 내가 법력을 써서 벗어났나이다. 토지에게 물어 그 본모습을 알아내고, 나는 또 분신법을 써서 실줄을 모조리 끊어 버리고 요괴를 끌어내어 한바탕 몽둥이질로 때려 죽였나이다. 이 도사가 곧 그놈들의 원수를 갚으려고 보검을 들어 나와 싸웠나이다. 예순 회합쯤 싸우자 그가 진영이 무너졌고, 이내 옷을 벗고는 양쪽 옆구리 아래에서 눈 천 개를 내놓으며 금빛이 만 갈래나 되어 나를 덮어 꼼짝 못 하게 하였나이다. 그 까닭에 진퇴양난에 빠져, 비로소 능리린 하나로 변하여 땅속에서 파고 나왔나이다. 막 슬퍼하고 있는데 홀연 그대가 우는 소리가 들려 이에 여쭈어 본 것이옵니다. 그대가 남편을 위하여 저 종이돈으로나마 보답하는 것을 보니, 내 사부님은 목숨을 잃었거늘 갚을 물건 하나 없으므로 스스로 원망하고 슬퍼한 것이온데, 어찌 감히 그대를 놀리겠나이까!" 그 여자가 물밥과 종이돈을 내려놓고는 행자에게 사례하며 말했다. "서운하게 여기지 마시오, 서운하게 여기지 마시오. 당신이 어려움을 당한 이인 줄은 몰랐나이다. 방금 그대의 말을 들어 보니 그대는 그 도사를 알지 못하는구려. 그는 본래 백안마군이요, 또 다목괴라 불리느니라. 그대가 이미 이런 변화를 지녀 금빛을 벗어나고 오래도록 싸웠으니 틀림없이 큰 신통이 있을 터이로되, 다만 그놈에게 가까이 갈 수는 없을 것이오. 내 그대에게 성현 한 분을 모셔 오라 일러 주겠노니, 그이가 금빛을 깨뜨릴 수 있고 도사를 항복받을 수 있느니라." 행자가 그 말을 듣고는 황급히 읍하며 말했다. "여보살께서 이 내력을 아시니 번거로우시더라도 좀 가르쳐 주시옵소서. 그 성현이 어느 분이시온지 내 가서 청하여 내 사부님의 어려움을 구하고 그대 남편의 원수도 갚아 주리이다." 부인이 말했다. "내가 말해 주겠노니 그대가 가서 그를 모셔 와 도사를 항복받는다 한들 다만 원수를 갚을 뿐이요, 그대의 사부님은 구하지 못할까 두렵구려." 행자가 말했다. "어찌하여 구하지 못하오리이까?" 부인이 말했다. "그놈의 독약이 가장 맹렬하니, 사람을 쓰러뜨리면 사흘 사이에 골수가 모두 문드러지느니라. 그대가 이리로 오고 가는 사이에 늦을까 두렵거니와 그러므로 구하지 못하리로다." 행자가 말했다. "나는 걸을 줄 아오니, 아무리 멀다 한들 천 리도 반나절이면 가리이다." 여자가 말했다. "그대가 걸을 줄 안다면 내 말을 들으시오. 이곳에서 그곳까지 천 리쯤 되오. 그쪽에 산 하나가 있는데 이름은 자운산이요, 산중에 천화동이 있나이다. 그 굴에 성현 한 분이 계시니 이름은 비람파라 하느니라. 그이가 이 괴물을 항복받을 수 있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그 산은 어느 쪽에 자리하였사오며, 또 어느 쪽으로 가야 하옵니까?"

여자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 곧은 남쪽이 바로 그곳이오." 행자가 고개를 돌려 보니 그 여자는 벌써 보이지 않았다. 행자가 황급히 절을 올리며 말했다. "어느 보살이시옵니까? 제가 땅속을 파느라 정신이 아득하여 알아보지 못하였사오니, 부디 성함을 남겨 주시어 훗날 감사드릴 수 있게 하옵소서!" 그런데 저 반공중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대성이여, 나로다." 행자가 급히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이는 본래 여산노모라. 공중으로 달려가 사례하며 말했다.

"노모께서는 어디에서 오셔서 저를 가르쳐 주시나이까?" 노모가 말했다. "내가 막 용화회에서 돌아오는 길에 네 사부님이 어려움에 빠진 것을 보고, 효부로 가장하여 남편의 상을 빌려 그의 목숨을 면하게 하였느니라. 네 어서 가서 그를 모셔 오너라. 다만 내가 가르쳐 주었다고 말해서는 안 되느니, 그 성현은 좀 괴벽한 분이시니라." 행자가 사례하고 작별한 뒤 근두운을 한 번 타고 곧 자운산에 이르러 구름을 내려놓으니 바로 저 천화동이 보였다. 그 굴 밖은 이러하였다. 푸른 소나무가 빼어난 경치를 가리고, 푸른 잣나무가 신선의 거처를 에워쌌다. 푸른 버들이 산길에 가득하고, 기이한 꽃이 개울에 넘쳤다. 향기로운 난초가 돌집을 두르고, 아름다운 풀이 바위 굽이를 비추었다. 흐르는 물은 시냇물과 이어져 푸르고, 구름은 고목을 덮어 아득하였다. 들새 소리 떠들썩하고, 그윽한 사슴은 걸음이 느릿하였다. 가지가지 고운 대나무, 잎잎이 펼쳐진 붉은 매화였다. 겨울 까마귀는 고목에 깃들고, 봄새는 높은 가죽나무에서 울었다. 여름 보리는 들에 가득 넓고, 가을 곡식은 온 땅에 남았다. 사시로 잎이 지는 일이 없고, 여덟 절기에 꽃이 이와 같았다. 늘 상서로운 노을이 피어 올라 하늘에 닿고, 항상 상서로운 구름이 펼쳐져 태허에 이어졌다. 이 대성이 기뻐하며 걸어 들어가 한 구비 한 구비, 하늘가의 경치를 다 볼 수가 없었다.

곧장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 하나 없이 고요하고 조용하여 닭이나 개 소리조차 들리지 않으므로, 속으로 "이 성현께서는 아마 집에 안 계신 모양이로구나." 하고 생각했다. 또 몇 리를 더 들어가 살펴보니 여자 도고 하나가 평상에 앉아 있었다. 그의 생김새가 어떠한지 보라. 머리에는 오색 비단 모자를 쓰고, 몸에는 금을 짠 도포 한 벌을 입었으며, 발에는 구름무늬 봉황머리 신을 신고, 허리에는 실을 모아 만든 두 술 띠를 둘렀다. 얼굴은 서리 내린 뒤의 가을빛처럼 늙었고, 목소리는 봄 제비가 사일 앞에 지저귀듯 고왔다. 뱃속에는 오래전부터 삼승법에 익숙하고, 마음에는 늘 사제를 닦아 넉넉하였다. 공공한 참된 과보를 깨우치고, 요요한 자재를 이루어 스스로 소요하도다. 참으로 천화동 속의 부처라, 비람보살이라 이름이 높도다. 행자가 걸음을 멈추지 못하고 가까이 나아가 불렀다. "비람파보살이시여, 문안을 올리옵니다." 그 보살이 곧 평상에서 내려와 두 손을 모아 답례하며 말했다. "대성이시여, 제대로 맞이하지 못하였나이다. 그대는 어디에서 오셨나이까?" 행자가 말했다. "어찌하여 나를 대성인 줄 아시옵니까?" 비람파가 말했다. "그대가 그때 천궁을 크게 어지럽히던 때에 온 세상에 그대의 형상이 퍼졌거늘, 누가 알지 못하며 그 누가 모르겠나이까?"

행자가 말했다. "참으로 좋은 일은 문을 나서지 않고 나쁜 일은 천 리를 전해진다 하더니, 내가 이제 불문에 귀의한 것은 그대는 모르시는구려!" 비람이 말했다. "언제 귀의하였소? 경사로다, 경사로다!" 행자가 말했다. "요즈음 겨우 목숨을 건져 당승 사부님을 모시고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가던 중, 사부님이 황화관에서 도사를 만나 독약 탄 차에 쓰러지셨나이다. 내가 그놈과 겨루었더니 그가 금빛을 내어 나를 덮는지라, 내가 신통을 부려 벗어났나이다. 보살께서 그의 금빛을 없앨 수 있다 들었사오니 특별히 찾아와 모시러 왔나이다." 보살이 말했다. "누가 그대에게 이야기하였느냐? 나는 우란회에 갔다 온 뒤로 삼백여 년이 되도록 문을 나선 일이 없느니라. 내가 성을 숨기고 이름을 감추어 아무도 아는 이가 없거늘, 그대는 어찌하여 알게 되었느냐?"

행자가 말했다. "저는 땅속의 귀신이올시다. 어디라 할 것 없이 제 스스로 다 찾아내옵니다." 비람이 말했다.

"그러하거든 그러하려니 하겠노라. 나는 본래 가지 않으려 하였으나 대성께서 친히 내려오셨으니 경을 구하는 선행을 꺾을 수가 없어 그대와 함께 가리라." 행자가 사례하며 말했다. "제가 몹시 무지하여 함부로 재촉하였사오니, 다만 무슨 병기를 가져오셨는지 모르겠나이다." 보살이 말했다. "나에게 수화침 하나가 있으니 그것이 그놈을 깨뜨릴 수 있느니라." 행자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 "노모께서 나를 그르치셨구려. 일찍이 수화침인 줄 알았다면 그대를 수고롭게 할 것 없이 노손에게 물었어도 한 짐은 얻었을 것을." 비람이 말했다. "그대의 수화침이란 것은 강철과 쇠의 바늘일 뿐이니 쓸 수가 없느니라. 내 이 보배는 강철도 아니요 쇠도 아니며 금도 아니니, 내 아이의 눈 속에서 단련한 것이니라."

행자가 말했다. "자제분은 누구시옵니까?" 비람이 말했다. "내 아이는 바로 묘일성관이니라." 행자가 몹시 놀라 마지않았다. 멀리 금빛이 눈부시게 빛나는 것이 보이자 곧 비람에게로 돌아서며 말했다. "금빛이 있는 곳이 바로 황화관이옵니다."

비람이 곧 옷깃 속에서 수화침 하나를 꺼냈는데, 눈썹만한 굵기에 길이는 대여섯 푼쯤 되었다. 그것을 손에 집어 들고 허공을 향해 던지니, 잠시 뒤 소리가 한 번 나며 금빛이 깨졌다. 행자가 기뻐하며 말했다.

"보살이시여, 훌륭하옵니다! 훌륭하옵니다! 침을 찾으시오, 침을 찾으시오!" 비람이 손바닥에 받쳐 보이며 말했다. "이것이 아니오?"

행자는 함께 구름을 내려 관 안으로 걸어 들어가니, 그 도사가 눈을 감은 채 걸음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행자가 꾸짖어 말했다. "이 괴물 놈아, 장님인 체하는구나!" 귀에서 몽둥이를 꺼내어 곧 때렸다. 비람이 붙잡으며 말했다. "대성이여, 때리지 말고 우선 그대의 사부님을 보러 가시오." 행자가 곧장 뒤편 객위로 가서 보니, 그 세 사람이 모두 땅에 누워 침과 거품을 토하고 있었다. 행자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비람이 말했다. "대성이여, 슬퍼하지 마시오. 내가 오늘 문을 나선 것도 한 차례 인연이니, 이참에 음덕을 쌓는 것이 마땅하겠구려. 내게 해독단이 있으니 세 알을 주겠노라." 행자가 몸을 돌려 절하며 청했다. 그 보살이 소매 속에서 해진 종이꾸러미 하나를 꺼내어 그 속의 붉은 알약 세 알을 행자에게 건네며 입에 넣으라 일렀다. 행자가 약을 그들의 이빨을 벌려 넣고 한 사람씩 한 알씩 삼키게 하였다. 잠시 뒤 약기운이 뱃속으로 들어가자 곧 일제히 구역질을 하며 독기를 토해 내고 목숨을 건졌다. 그 팔계가 먼저 일어나며 말했다. "답답해 죽겠구나!" 삼장과 사오정도 모두 깨어나며 말했다. "어찔어찔하구나!" 행자가 말했다. "너희는 그 차에 독이 든 것을 당한 것이니, 이 비람보살의 덕분으로 살아났거든 어서 모두 나와 절을 올려라." 삼장이 몸을 일으켜 옷을 여미고 사례했다. 팔계가 말했다. "사형, 그 도사가 어디 있소? 내가 가서 한번 캐어 물어보리다, 어찌하여 이다지도 우리를 해치려 하였단 말이오!" 행자가 거미 정에 관한 앞의 일을 죽 이야기하자 팔계가 이를 갈며 말했다. "이놈이 이미 거미와 자매가 되었으니 틀림없는 요괴로구려!" 행자가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저 전각 밖에 서서 장님인 체하고 있느니라." 팔계가 갈퀴를 들고 찌르려 하자 또 비람이 말리며 말했다. "천봉께서는 노여움을 거두시옵소서. 대성께서 내 굴에 사람이 없음을 아시니, 내 데려다 문을 지키게 하리이다." 행자가 말했다. "큰 덕을 입었거늘 어찌 받들지 않겠나이까! 다만 그놈을 본모습으로 돌아오게 하여 우리가 좀 보게 하옵소서." 비람이 말했다. "쉽지요." 곧 앞으로 나아가 손가락으로 한 번 가리키니, 그 도사가 퍽 하고 먼지 속에 쓰러져 본모습을 드러냈는데, 이는 바로 일곱 자쯤 되는 큰 지네 정이었다. 비람이 새끼손가락으로 들어 올리고 상서로운 구름을 타고 곧장 천화동으로 돌아갔다. 팔계가 몸을 뒤로 젖히며 말했다. "이 할멈도 또한 맹렬하구려, 어찌하여 저런 흉물을 항복받았단 말이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내 그에게 무슨 병기로 그의 금빛을 깨뜨리느냐 물었더니, 수화침 하나가 있는데 그의 아들이 해의 눈 속에서 단련한 것이라 하였느니라. 그리고 자제분이 누구냐 물었더니 묘일성관이라 하였느니라. 내 생각에 묘일성은 수탉이니, 이 늙은 할멈은 틀림없이 암탉이로구나. 닭이 지네를 가장 잘 항복받으므로 거둘 수가 있었느니라." 삼장이 그 말을 듣고 머리를 조아려 절하기를 마지않고 일렀다. "제자들아, 거두어 떠나자." 그 사오정이 곧 안에서 곡식 얼마를 찾아 공양을 장만하여 모두 배불리 한 끼 먹었다. 말을 끌고 짐을 메고 사부님을 모시고 문을 나섰다. 행자가 그 부엌에 불을 놓아 한 채의 도관을 삽시간에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고는 길을 재촉하여 떠났다. 바로 이러하였다.

당승이 목숨을 건져 비람파의 은혜에 감사하고, 본성을 밝혀 다목괴를 없앴도다.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