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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4 제74회 장경전보마두한(長庚傳報魔頭狠) · 행자시위변화능(行者施爲變化能)

정욕의 인연은 본디 모두 한가지이니, 정이 있고 욕이 있으면 저절로 그러하니라. 사문에서 닦고 익히는 많은 선비들이여, 욕심을 끊고 정을 잊으면 그것이 곧 선이니라. 마음을 기울여야 하며 뜻을 굳게 해야 할지니, 한 티끌도 묻지 않음이 곧 하늘에 걸린 달이로다. 공을 행하고 나아가는 데에 그르침을 가르치지 말라, 행이 차고 공이 다하면 크게 깨달은 신선이 되리라. 이야기는 이러하다. 당삼장 사부와 제자들이 욕망의 그물을 걷어 치우고 정념의 감옥에서 뛰쳐나와 말을 몰아 서쪽으로 길을 떠났다. 한참을 걸어가니 어느새 여름이 다하고 가을이 트는 무렵이라 새로워진 서늘함이 몸에 스며들었는데, 바라보니 이러하였다. 세찬 비가 남은 더위를 거두니 오동나무 잎새 하나가 놀라고, 반딧불은 사초 깔린 오솔길에 날아 저녁이 되며 귀뚜라미는 밝은 달빛 아래 우는구나. 노란 아욱은 이슬을 머금고 피었고 붉은 여뀌는 모래톱에 가득하며, 부들과 버들은 먼저 시들어 떨어지고 가을 매미는 절기를 따라 우는구나. 삼장이 한창 가고 있는데, 홀연히 높은 산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봉우리는 푸른 허공을 찌를 듯 솟아 있어 참으로 별을 스치고 해를 가로막는 형세였다. 장로는 마음속으로 두려워하며 오공을 불러 말했다. “너는 앞에 보이는 저 산을 보아라, 몹시 높이 솟아 있는데, 과연 길이 통하는지 통하지 않는지 모르겠구나.”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사부님께서는 무슨 말씀을 하시나이까. 예로부터 산이 높으면 길 가는 나그네가 있고 물이 깊으면 나룻배 모는 사람이 있는 법이온데, 어찌 통하지 않는 이치가 있사옵니까? 마음 놓고 앞으로 가시옵소서.” 장로는 그 말을 듣고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며 채찍을 들어 말을 몰아 앞으로 나아가 곧장 높은 암벽 위로 올라갔다.

몇 리를 채 가지 않아 노인 하나가 보였다. 귀밑머리는 헝클어져 있고 흰 머리카락은 흩날리며, 수염은 성기고 듬성듬성한데 은빛 실이 흔들리는 듯하였다. 목에는 염주 한 꿰미를 걸쳤고 손에 쥔 지팡이는 용의 머리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멀찍이 저 산비탈에 서서 큰 소리로 외쳤다. “서쪽으로 가시는 장로시여, 잠시 준마를 멈추시고 옥 같은 고삐를 단단히 죄시옵소서. 이 산 위에는 요괴 한 무리가 있어 염부세상 사람들을 모조리 잡아먹었사오니, 앞으로 나아가시면 아니 되옵니다!” 삼장이 그 말을 듣고 크게 놀라 얼굴빛이 변하였다. 하나는 말발굽 아래 땅이 평평하지 않았고 둘은 조각 안장에 앉은 몸이 가누어지지 않아서, 그만 푹 하고 말에서 떨어졌다.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풀밭에 쓰러진 채 끙끙거렸다. 행자가 앞으로 다가가 부축하며 말했다. “겁내지 마옵소서, 겁내지 마옵소서! 저는 여기 있사옵니다!” 장로가 말했다. “너는 저 높은 바위 위 노인이 이 산에 요괴 무리가 있어 염부세상 사람을 모조리 잡아먹었다고 알리는 소리를 들었느냐? 누가 감히 가서 참된 실정을 물어보겠느냐?” 행자가 말했다. “사부님께서는 잠시 땅에 앉아 계시옵소서. 제가 가서 물어보고 오겠나이다.” 삼장이 말했다. “너는 생김새가 추하고 말씨가 거칠어 그를 거슬러 보이면 참된 소식을 캐낼 수 없을 터인데.”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제가 좀 잘생긴 모습으로 변해 가서 물어보겠나이다.” 삼장이 말했다. “너는 변해 보아라, 내가 보마.” 이에 훌륭한 대성은 주문을 외우며 몸을 흔들어 변신을 하였는데, 깨끗하고 말쑥한 어린 중으로 변하였다. 참으로 눈은 맑고 눈썹은 고왔으며, 머리는 둥글고 얼굴은 반듯하였다. 움직이면 스러운 기상이 있었고 입을 열면 속된 부류의 말씨가 없었다. 비단 장삼을 한 번 털고는 걸음을 옮겨 앞으로 나아가 당승에게 말했다. “사부님, 제가 잘 변했사옵니까?” 삼장이 보고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잘 변했구나!” 팔계가 말했다. “어찌 잘되지 않았겠소! 다만 우리를 모두 눌러 버리는구려. 이 늙은 돼지가 두세 해를 굴러 본들 저렇게 잘생겨질 수는 없을 것이오!”

이에 훌륭한 대성은 그들을 피해 곧장 앞으로 나아가 그 노인에게 몸을 굽히며 말했다. “노공공, 빈승이 문안을 올리옵니다.” 노인은 그가 잘생기고 아담하며 나이 어리고 몸이 가벼움을 보고는, 대답할 듯 말 듯 답례를 하며 손으로 그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싱글벙글 웃으며 물었다. “어린 중이여, 너는 어디서 왔느냐?” 행자가 말했다. “저희는 동토 대당에서 왔사옵니다. 특별히 서천으로 올라가 부처님께 예배드리고 경을 구하러 가는 길이옵니다.”

“이곳에 이르러 공공께서 요괴가 있다고 알리시는 말씀을 들었사옵니다. 우리 사부님께서는 마음이 여리어 겁을 내시기에, 저를 시켜 한마디 여쭈어 보라 하셨사옵니다. 참으로 어떤 요정이기에 감히 이렇게 길을 막고 약탈을 한단 말이옵니까? 번거로우시겠사오나 공공께서 자세히 일러 주시옵소서, 그래야 저희가 그자를 몰아내고 길을 떠날 수 있사옵니다.”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이 어린 중은 나이가 어려 좋고 나쁜 줄도 모르고 말도 거드는 구석이 없구나. 그 요마는 신통이 몹시 넓고 크니라. 어찌 감히 그를 몰아내고 떠난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공공의 말씀을 들으니 그를 감싸 주려는 뜻이 있는 듯하옵니다. 필시 그와 인척이 있거나 가까운 이웃, 뜻이 맞는 벗이시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그 위풍을 키워 주고 그 기개를 북돋워 주며, 마음을 쏟아 그 내력을 속시원히 말해 주지 않으시겠나이까?” 공공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이 중은 혀놀림을 제법 하는구나! 아마 네 사부를 따라 곳곳을 떠돌며 법술을 좀 배웠거나, 요망한 것들을 묶어 쫓고 남의 집을 지켜 사악한 기운을 누그러뜨리는 재주가 있는 모양이지. 아직 아주 사나운 요괴는 만나 보지 못하였구나!” 행자가 말했다. “어찌 사납다는 말씀이옵니까?” 공공이 말했다. “그 요정이 편지 한 통을 영산에 보내면 오백 아라한이 모두 나와 맞이하고, 종이쪽지 한 장을 천궁에 올리면 십일 대요가 하나하나 공경하느니라. 사해의 용왕은 일찍이 그와 벗이 되었고 팔동의 신선은 늘 그와 모임을 가지며, 십지의 염군은 형제로 불러 주고 사령과 성황은 빈객과 벗으로 서로 아끼느니라.” 대성이 그 말을 듣고 참지 못하여 껄껄 크게 웃으며, 손으로 노인을 끌어당겨 말했다. “말씀하지 마옵소서, 말씀하지 마옵소서! 그 요정이 제 어린 하인과 형제 벗이 되어 보았자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라옵니다. 제가 왔다는 것을 알면 그자는 밤을 새워 짐을 싸서 떠나 버릴 것이옵니다!” 공공이 말했다. “이 어린 중이 허튼소리를 하는구나! 사람 취급도 못 받을 소리로다! 어느 신성한 이가 네 어린 하인이란 말이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참으로 숨기지 않고 말씀드리옵건대, 저의 본가는 오래국 화과산 수렴동이옵니다. 성은 손이요 이름은 오공이라 하옵니다. 지난날 요괴 노릇을 한 적도 있고 큰일도 저질렀사옵니다. 일찍이 여러 요마와 모여 술을 몇 잔 너무 많이 마시고 잠이 들었는데, 꿈에 두 사람이 나타나 영장을 걸어 저를 음사로 끌고 갔사옵니다. 그때 화가 치밀어 금고봉으로 귀판을 때려 상처를 입히고 염왕을 놀라 넘어뜨려 삼라전을 거의 뒤집어엎을 뻔하였사옵니다. 놀란 판관이 종이를 들고 열 염왕이 이름을 쓰고 도장을 찍으며, 저더러 때리지를 말아 달라고 하면서 스스로 제 어린 하인이 되기를 원하였사옵니다.” 공공이 그 말을 듣고 말했다. “아미타불! 이 중이 지나친 말을 하였으니, 다시는 몸이 자라지 못할 것이다.” 행자가 말했다. “어르신, 저도 이만하면 넉넉하옵니다.” 공공이 말했다. “너는 몇 살이냐?” 행자가 말했다. “어르신께서 한번 헤아려 보시옵소서.” 노인이 말했다. “일고여덟 살쯤 되었겠지.”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일고여덟 살이 만 개나 되옵니다! 제 원래 얼굴을 꺼내어 보여 드리리다, 보시거든 놀라지 마옵소서.” 공공이 말했다. “어찌 얼굴이 또 하나 있단 말이냐?” 행자가 말했다. “저는 얼굴이 일흔두 가지나 되옵니다.” 공공이 사정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자꾸만 캐물었고, 행자는 얼굴을 한 번 쓸어내리며 본모습을 드러내었다. 이를 드러내고 입을 삐쭉 내밀며 두 볼은 벌겋게 달아오르고, 허리에는 호랑이 가죽 치마를 두르고 손에는 금고봉 하나를 쥐고서 돌벼랑 아래 서 있으니, 마치 살아 있는 뇌공 같았다. 노인은 그것을 보고 얼굴빛이 잿빛이 되어 겁을 먹고, 다리가 저리고 마비되어 서 있지도 못하고 푹 하고 넘어졌다. 겨우 일어났다가 또 한 번 주저앉고 말았다. 대성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노어르신, 헛된 겁을 내지 마옵소서. 저희는 얼굴은 사나워도 마음은 착하옵니다. 겁내지 마옵소서, 겁내지 마옵소서! 아까는 어르신의 좋은 뜻으로 요괴가 있다고 알려 주셨사옵니다. 참으로 요괴가 몇이나 되는지 아울러 말씀해 주시옵소서, 그래야 제가 고마움을 표하겠나이다.” 노인은 벌벌 떨며 입을 열지 못하고, 귀가 먹었다는 핑계를 대며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

행자가 그가 말이 없자 곧 몸을 빼어 언덕으로 돌아왔다. 장로가 말했다. “오공아, 네가 왔느냐? 물어 본 일이 어떠하더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대수롭지 않사옵니다, 대수롭지 않사옵니다! 서천에 가는 길에 요정 하나쯤 있는 법이오나, 다만 이곳 사람들이 겁이 많아 그것을 마음에 담아 둘 뿐이옵니다. 일 없사옵니다, 일 없사옵니다! 저만 있으면 되옵니다!” 장로가 말했다. “너는 그에게 이곳이 무슨 산이며 무슨 굴이고, 요괴가 몇이나 되며, 어느 길이 뇌음사로 통하는지 물어 보았느냐?” 팔계가 말했다. “사부님, 제가 하는 말을 괴이하게 여기지 마시옵소서. 변화를 겨루고 요령을 부려 사람을 골려 먹는 일이라면 저희 서너 명을 모아도 사형을 당하지 못하옵니다. 그러나 고지식한 것을 논하자면 사형 같은 이를 한 부대나 늘어놓아도 저만 못하옵니다.” 당승이 말했다. “옳다, 옳다! 네가 참으로 고지식하구나.” 팔계가 말했다.

“사형은 어찌 된 일인지 머리는 들이밀고 꼬리는 돌보지 않는 격으로, 두어 마디 물어 보고는 시원찮게 달려 돌아왔사옵니다. 이 늙은 돼지가 가서 참된 소식을 물어 오겠나이다.” 당승이 말했다. “오능아, 조심하거라.”

이 바보 같은 녀석, 구치파를 허리에 찔러 넣고 검은 장삼을 여미며 아양을 떨듯 몸을 흔들어 산비탈로 달려 올라가 노인을 향해 외쳤다. “공공, 인사를 올리옵니다.” 노인은 행자가 돌아간 뒤에야 지팡이를 짚고 겨우 몸을 일으켜 벌벌 떨며 가려 하는데, 홀연 팔계를 보자 더욱 놀라 겁을 먹으며 말했다. “할아버지나 맙소사! 오늘 밤에 무슨 악몽을 꾸었기에 이런 악인들을 만났단 말이오! 앞서 온 중은 추하기는 추해도 사람 꼴이 서푼어치는 남아 있었거늘, 이 중은 어찌 된 일로 이렇게 절구공이 같은 주둥이에 부채 같은 귀, 무쇠 조각 같은 얼굴에 털북숭이 목이라니, 사람 기운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구려!”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이 공공은 마음이 상하셨는지 남을 헐뜯기를 좋아하시는구려. 어찌 그리 저를 보시옵니까? 추하기는 추해도 볼수록 견딜 만하오니, 잠시만 기다려 보시면 곧 잘생겨질 것이오.” 노인은 그가 사람의 말을 하는 것을 보고 하는 수 없이 입을 열어 물었다. “너는 어디서 왔느냐?” 팔계가 말했다. “저는 당승의 둘째 제자이옵니다. 법명을 오능 팔계라 하옵니다. 아까 먼저 여쭙던 이는 오공이라 하는 행자이옵니다. 저의 사형이옵니다. 사부님께서 사형이 공공을 거슬렀다 하여 꾸짖으시고 참된 소식을 얻지 못하였사옵니다. 그래서 저를 특별히 보내어 예를 갖추어 여쭙게 하셨사옵니다. 이곳이 참으로 무슨 산이고 무슨 굴이며, 굴 속에 참으로 무슨 요정이 있으며, 어디가 서쪽으로 가는 큰길이옵니까? 번거로우시겠사오나 공공께서 가리켜 주시옵소서.” 노인이 말했다. “고지식하느냐?” 팔계가 말했다. “저는 평생 털끝만큼도 거짓을 감히 부리지 않았사옵니다.”

노인이 말했다. “너는 방금 왔던 그 중처럼 물에 꽃을 띄우듯 허풍을 떨지 말아라.” 팔계가 말했다. “저는 사형 같지 않사옵니다.”

공공이 지팡이를 짚고 팔계에게 말했다. “이 산은 팔백 리 사타령이라 하고, 그 가운데 사타동이라는 굴이 있으며, 굴 속에 마두 셋이 있느니라.” 팔계가 침을 탁 뱉으며 말했다. “이 노인은 걱정이 많기도 하시구려! 요마가 셋뿐인 것을, 애써 수고로이 와서 소식을 전하다니!” 공공이 말했다. “너는 겁나지 않으냐?” 팔계가 말했다. “속이지 않고 말씀드리옵건대, 이 요마 셋은 사형이 몽둥이 한 번에 하나를 때려 죽이고, 저는 갈퀴 한 번에 하나를 찍어 죽이며, 저에게는 사제도 하나 있사옵니다. 그가 항요장 한 번으로 또 하나를 때려 죽이면 그만이옵니다. 셋을 모두 죽이고 나면 우리 사부님께서 지나가시니, 무슨 어려움이 있사옵니까!”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이 중은 깊고 옅음을 모르는구나! 그 마두 셋은 신통이 몹시 넓고 크니라! 그 수하의 작은 요괴가 남쪽 고개에 오천, 북쪽 고개에 오천, 동쪽 길목에 일만, 서쪽 길목에 일만이요, 순찰을 도는 자가 사오천이고 문을 지키는 자도 일만이며, 불을 때는 자는 셀 수 없고 땔감을 하는 자도 셀 수 없으니, 모두 합쳐 사만 칠팔천이 되느니라. 이들은 모두 이름이 있고 패를 차고 있는 자들로서, 오로지 여기서 사람을 잡아먹는다.” 그 바보는 이 말을 듣고 벌벌 떨며 달려 되돌아와 당승 가까이에 이르렀다. 그리고는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갈퀴를 내려놓고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볼일을 보았다. 행자가 보고 호통을 쳤다. “너는 대답도 하지 않고 거기 쭈그리고 앉아 무얼 하느냐?” 팔계가 말했다. “겁을 먹어 똥이 나왔소! 이제 말할 것도 없사옵니다, 어서 일찍이 제각기 목숨이나 건사하러 갑시다!” 행자가 말했다. “이 멍청한 녀석! 내가 물어 볼 때는 놀라지도 않았거늘, 네가 가서 물어보니 이리도 당황하여 넋을 잃는단 말이냐!” 장로가 말했다. “참으로 어떠하더냐?” 팔계가 말했다. “이 노인이 말하기를, 이 산은 팔백 리 사타산이라 하고 가운데 사타동이란 굴이 있으며, 굴 속에 늙은 요괴 셋과 작은 요괴 사만 팔천이 있어 오로지 거기서 사람을 잡아먹는다 하였소. 우리가 그 산자락을 조금이라도 밟기만 하면 그놈들 입 속의 먹이가 될 터이니, 갈 생각은 하지도 마시옵소서!” 삼장이 그 말을 듣고 벌벌 떨며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등골이 오싹하여 말했다. “오공아, 어찌하면 좋겠느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사부님, 마음을 놓으시옵소서, 큰일은 아니옵니다. 이곳에 요정이 몇 명 있기는 하옵니다마는, 이곳 사람들이 겁이 많아 그놈들을 사람도 많다 크기도 크다 하고 말하여 스스로 놀라고 스스로 괴이하게 여기는 것이옵니다. 저만 있으면 되옵니다!” 팔계가 말했다. “형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이오! 저는 형님과 다르오. 제가 캐물은 것은 참된 것이어서 털끝만큼도 그릇되고 거짓된 말이 없소. 온 산과 온 골짜기가 모두 요마인데 어떻게 앞으로 나아갑니까?”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 바보 같은 놈아, 헛된 겁은 내지 말아라! 산과 골짜기에 가득한 요마라면 이 늙은 손오공이 몽둥이 한 번 휘둘러 반나절이면 모조리 쓸어 버릴 수 있느니라!” 팔계가 말했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 부끄러운 줄 알아라, 큰소리치지 마시오! 저 요정들만 인원을 점검하는 데도 이레나 여드레는 걸릴 터인데, 어찌 모조리 때려 죽인단 말이오?” 행자가 말했다. “그러면 네 말로는 어떻게 치느냐?” 팔계가 말했다. “잡아 넘기든지 묶어 넘기든지, 정신법을 써서 넘어뜨린다 해도 그만큼 빠를 수는 없소.”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무슨 잡고 묶는 재주는 쓰지 않느니라. 내가 이 몽둥이를 양쪽으로 잡아당겨 길어라 하면 사십 장이 되고, 한 번 흔들어 굵어라 하면 여덟 장 둘레가 되느니라. 산 남쪽으로 한 번 굴러 오천을 굴려 죽이고, 산 북쪽으로 한 번 굴러 오천을 굴려 죽이며, 동에서 서로 한 번 굴러 사오만을 살점과 진흙으로 짓이겨 버릴 수 있느니라!” 팔계가 말했다. “형님, 그런 식으로 국수를 밀듯 쓸어 버린다면 이경쯤에는 다 끝이 나겠소.” 사오정이 곁에서 웃으며 말했다. “사부님, 큰사형께서 그토록 신통이 있으시니 무엇이 두렵사옵니까? 어서 말에 오르시어 가시옵소서.” 당승은 그들이 재주를 늘어놓는 것을 보고 어찌할 수 없이 마음을 넓히고 말에 올라 길을 갔다.

한창 가고 있는데 소식을 전하던 노인이 보이지 않았다. 사오정이 말했다. “저이는 바로 요괴이옵니다. 일부러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리듯 위풍을 떨며 와서 전하고는 저희를 겁주려 하였사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서두르지 말아라, 내가 가서 살펴보마.” 훌륭한 대성은 높은 봉우리로 뛰어올라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자취가 없었다. 급히 얼굴을 돌려 보니 반 허공에 채색 노을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곧 구름을 몰아 쫓아가 살펴보니 바로 태백금성이었다. 곁으로 다가가 손으로 붙들고는 입이 닳도록 그의 어릴 적 이름만을 불렀다. “이장경! 이장경! 너 참으로 게으르구나! 무슨 할 말이 있거든 면전에서 말하면 될 것을, 어찌 산림의 늙고 요망한 것 같은 모습으로 변하여 나를 속이느냐!” 금성이 황급히 예를 갖추며 말했다. “대성이여, 소식을 전하는 것이 늦었사오니 부디 허물을 탓하지 마시옵소서! 부디 탓하지 마시옵소서! 이 마두는 참으로 신통이 넓고 크며 세력과 위풍이 드높으니라. 오직 그대의 변화와 이동, 재빠른 꾀와 기지만을 믿어야 지나갈 수 있으리라. 조금이라도 더디게 여긴다면 참으로 가기 어려우리라.” 행자가 사례하며 말했다. “고맙소이다, 고맙소이다! 과연 이곳은 가기 어렵사오니, 노성이여 상계에 올라가 옥제께 한마디 하시어 천병을 좀 빌려 이 늙은 손오공을 돕게 해 주시옵소서.” 금성이 말했다. “있느니라! 있느니라! 있느니라! 그대가 입으로 전하는 말만 가져가면 십만 천병이라도 있는 것이니라.”

대성이 금성과 작별하고 구름머리를 내려 삼장을 만나 말했다. “아까 그 노인은 본래 태백성이 저희에게 소식을 전하러 온 것이옵니다.” 장로가 두 손을 모으고 말했다. “제자야, 어서 그를 쫓아가서 그곳에 딴 길이 있는지 물어보아라, 우리가 돌아가자꾸나.” 행자가 말했다. “돌아갈 수 없사옵니다. 이 산은 곧장 지나가기만 해도 팔백 리요, 사방으로 둘러 가면 얼마나 더 먼지 알 수 없사옵니다. 어찌 돌아갈 수 있사옵니까?” 삼장이 그 말을 듣고 눈물을 멈추지 못하며 말했다. “제자야, 이처럼 어렵고 힘드니 어찌 부처님께 예를 올릴 수 있겠느냐!” 행자가 말했다. “우시지 마옵소서, 우시지 마옵소서! 한 번 울기 시작하면 겁쟁이가 되옵니다! 그가 전한 소식에는 반드시 몇 푼의 거짓이 섞여 있사옵니다. 다만 저희더러 뜻을 두고 마음을 쓰라는 것이니, 참으로 이르기를 전하는 자가 지나치게 말한 것이라 하옵니다. 사부님께서는 우선 말에서 내리시어 앉아 계시옵소서.” 팔계가 말했다.

“또 무슨 의논거리가 있단 말이오?” 행자가 말했다. “별다른 의논은 없다. 너는 여기서 마음을 써서 사부님을 잘 모시고, 사오정은 행리와 말을 잘 지켜라. 이 늙은 손오공이 먼저 고개에 올라가 앞뒤로 요괴가 모두 몇이나 되는지 알아보고, 하나를 붙잡아 자세한 내막을 물은 뒤 그놈에게 보증서를 쓰게 하고 명단을 펴게 하여 늙은 놈 젊은 놈을 하나하나 밝혀 내어라. 그리고 굴 문을 닫아 두고 길을 막지 말라 명한 연후에, 사부님을 조용하고도 은밀하게 모셔 지나가게 하리라. 그래야 이 늙은 손오공의 재주가 드러나지 않겠느냐!” 사오정이 거듭 당부했다. “조심하시옵소서!

조심하시옵소서!”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당부하실 것 없느니라. 내가 이번에 가면 동양 대해라도 길을 열어 헤치고, 쇠를 두른 은산이라도 문을 뚫고 들어가느니라!”

훌륭한 대성이 휘파람 한 번 길게 불고는 근두운을 타고 높은 봉우리로 뛰어올라, 칡넝쿨을 잡고 등나무를 짚으며 산을 평평히 굽어보니 산속은 고요하고 인적이 없었다. 홀연 탄식하며 말했다. “잘못되었다! 잘못되었다! 그 금성 노인을 그냥 보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가 본래 나를 겁주려 한 것이니 여기에 무슨 요정이 있겠느냐! 그놈들이 나와 바람을 일으키며 장난을 치고, 반드시 창을 들고 몽둥이를 휘두르며 무예를 익힐 터인데 어찌 하나도 없단 말이냐?” 스스로 헤아리고 있는데, 문득 산등성이 뒤에서 딩딩당당, 탁탁타닥 하는 딱따기와 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급히 고개를 돌려 보니, 어린 요괴 하나가 ‘령’ 자를 쓴 깃발을 어깨에 메고 허리에 방울을 차고 손에 딱따기를 들고 북쪽에서 남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몸집이 한 길 두 자나 되었다. 행자가 속으로 웃으며 말했다. “저놈은 필시 전령을 맡은 병졸이라, 공문을 보내고 통지서를 내리려는 모양이지. 내가 가서 그 소리를 좀 들어 보아라, 무슨 말을 하는지.” 훌륭한 대성이 주문을 외우고 몸을 흔들어 파리 한 마리로 변하여 가볍게 그의 모자 위로 날아가 귀를 기울여 들었다. 그 어린 요괴가 큰길로 올라서며 딱따기를 두드리고 방울을 흔들고 입으로 중얼거리기를, “우리 순산하는 자들은 저마다 삼가 손행자를 경계하라. 저놈은 파리로 변할 수 있다!” 하고 외쳤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속으로 놀라 의심하며 말했다. “이놈이 나를 보았단 말인가, 보지 않았다면 어찌 내 이름을 알고 또 내가 파리로 변하는 줄을 아느냐!” 본래 그 어린 요괴는 그를 보지 못한 터였다. 다만 그 마두가 어찌 알고 그놈에게 그런 말을 일러 두었을 뿐이니, 이는 곧 떠도는 소문이었고 그놈이 그렇게 마구 외우고 다니는 것이었다. 행자는 알지 못하고 도리어 그놈이 자기를 보았다고 의심하여, 당장 몽둥이를 꺼내어 그를 때리려다가 그만 멈추고 속으로 생각했다. “팔계가 금성에게 물을 적에 늙은 요괴가 셋이요 작은 요괴가 사만 칠팔천 명이라 하였지. 이런 어린 요괴쯤은 몇만이 더 있다 한들 대수롭지 않으나, 이 늙은 요마 셋이 얼마나 큰 재주를 지녔는지는 알 수가 없구나. 그놈에게 한번 물어본 뒤에 손을 쓰더라도 늦지 않으리라.” 훌륭한 대성이여, 그대는 그가 어떻게 물으러 갔는지 아는가? 그의 모자에서 내려와 나무 꼭대기에 붙어 있다가, 어린 요괴가 몇 걸음 먼저 가게 한 뒤 급히 몸을 돌려 어린 요괴 하나로 변하였다. 그와 같이 딱따기를 두드리고 방울을 흔들며 깃발을 메고 옷차림도 같았으나, 다만 그보다 서너 치쯤 더 컸고 입으로도 그와 같이 중얼거리며 앞서 달려가 외쳤다. “길 가는 이여, 나를 좀 기다려 주게.” 그 어린 요괴가 고개를 돌려 말했다. “너는 어디서 왔느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좋은 사람 같으니라고! 한 식구도 못 알아보다니!” 어린 요괴가 말했다.

“우리 집에는 너 같은 이가 없네.” 행자가 말했다. “어찌 내가 없단 말이냐? 잘 알아보게.” 어린 요괴가 말했다. “낯이 설구나, 알아볼 수 없네! 알아볼 수 없어!” 행자가 말했다. “낯설 만도 하지. 나는 불을 때는 놈이니 자네가 나를 만날 일이 적었을 걸세.” 어린 요괴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없네! 없어! 우리 굴에 불을 때는 형제들 중에도 이렇게 주둥이가 뾰족한 놈은 없단 말이네.” 행자가 속으로 생각했다. “이 주둥이가 변한 것이 좀 뾰족해졌군.” 곧 고개를 숙이고 손으로 입을 가리며 문지르고는 말했다. “내 주둥이가 뾰족하지 않지 않느냐.” 참으로 뾰족하지 않게 되었다.

“우리 순산하는 자들은 한 반에 마흔 명이요 열 반이 모두 사백 명인데, 저마다 나이와 생김새가 다르고 저마다 이름과 등급이 다르네. 대왕께서 우리가 반과 차례를 어지럽혀 인원 점검이 어렵게 될까 염려하시어, 한 사람에게 패 하나씩을 주어 표를 삼게 하셨네. 자네는 패가 있나?” 행자는 그의 차림새와 보고하는 모습만 보고 그의 모양대로 변하였으므로 그의 패를 본 적이 없어 몸에 패가 없었다. 훌륭한 대성은 없다고는 말하지 않고 입이 무르도록 대답했다. “내가 어찌 패가 없겠느냐? 다만 방금 받은 새 패일세. 자네 것을 꺼내어 나에게 보여 주게.” 그 어린 요괴가 어찌 이 속셈을 알겠는가. 곧 옷을 걷어 올리며 몸에 지니고 있던 금칠패 하나를, 털실 끈이 꿰인 채로 당겨 행자에게 보여 주었다. 행자가 보니 그 패의 뒷면은 온갖 요마를 위압한다는 금칠패였고, 앞면에는 참된 글자 세 자로 소찬풍이라 적혀 있었다. 행자는 속으로 생각했다. “말할 것도 없다! 순산하는 자라면 반드시 풍 자가 이름 끝에 붙는구나.” 그리고 말했다. “자네는 옷을 내리고 비켜 서 있게, 내가 패를 꺼내 보여 주리다.” 곧 몸을 돌려 손을 아래로 찔러 넣고 꼬리 끝의 잔털 하나를 뽑아 비비며 “변해라!” 하고 외치자, 금칠패 하나로 변하였다. 거기에도 푸른 털실 끈을 꿰고 참된 글자 세 자를 적어 총찬풍이라 하여 꺼내어 그에게 건네어 보였다. 어린 요괴가 크게 놀라며 말했다. “우리는 모두 소찬풍이라 불리는데, 너는 도리어 무어라 하여 총찬풍이란 말이냐!” 행자는 일을 막힘없이 해내고 말도 알맞게 하였다. “자네는 참으로 모르는구나. 대왕께서 내가 불을 잘 때는 것을 보시고 나를 순풍으로 올려 주시며 새 패도 주셨는데, 총순풍이라 하시며 너희 이 반 마흔 명 형제를 다스리라 하셨네.” 그 요괴가 그 말을 듣고 황급히 절을 올리며 말했다.

“장관님, 장관님, 새로 뽑혀 나온이라 참으로 낯이 설고 말씨가 거슬렸사오니 탓하지 마시옵소서!” 행자가 답례를 하며 웃었다. “탓할 것은 탓하지 않으마. 다만 한 가지 있느니라. 인사돈은 내놓아야 하느니라. 저마다 은 다섯 냥씩 내놓게.” 어린 요괴가 말했다. “장관님, 서두르지 마시옵소서. 제가 남쪽 고개로 가서 이 반 사람들을 만나 모두 함께 내어 드리겠사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그러하거든 내가 너와 함께 가리라.” 그 어린 요괴는 참으로 앞서 걸었고 대성이 그 뒤를 따라갔다.

몇 리를 가지 않아 홀연 붓 봉우리 하나가 보였다. 어찌하여 붓 봉우리라 하는가? 그 산머리에서 봉우리 하나가 자라 나와 사오 장쯤 솟아 있는 것이, 마치 붓을 필꽂이에 꽂아 둔 듯하였으므로 그리 이름한 것이다. 행자가 그 앞에 이르러 꼬리를 한 번 움츠리고는 뛰어올라 봉우리 꼭대기에 앉아 외쳤다. “찬풍들! 모두 이리 오너라!” 그 아래 있던 소찬풍들이 몸을 굽히며 말했다. “장관님, 대령하였사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너희는 대왕께서 나를 뽑아 내보내신 까닭을 아느냐?” 어린 요괴가 말했다. “모르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대왕께서 당승을 잡아먹으려 하시나 손행자의 신통이 넓고 클까 두려워하시느니라. 그가 변화를 잘한다 하여, 그가 소찬풍으로 변하여 이리로 와 길을 밟고 소식을 엿볼까 염려하신 것이다. 그래서 나를 총찬풍으로 올려 너희 이 반에 가짜가 있는지 조사하라 하셨느니라.” 소찬풍이 연달아 대답했다. “장관님, 저희는 모두 진짜이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네가 참으로 진짜라면 대왕께 무슨 재주가 있으신지 알고 있겠느냐?” 소찬풍이 말했다. “알고 있사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안다면 어서 말해 보아라. 네 말이 내가 아는 것과 들어맞으면 진짜요,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가짜이니 내가 반드시 대왕께 끌고 가 처치하리라.” 소찬풍은 그가 높은 곳에 앉아 꾀를 부리며 호령을 하는 통에 어찌할 수 없어 사실대로 말했다. “우리 대왕은 신통이 넓고 크시고 재주가 높고 강하시어, 한 입에 십만 천병을 삼키신 적이 있사옵니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입을 떼어 한마디 하였다. “너는 가짜로다!” 소찬풍이 당황하여 말했다. “장관 어르신, 저는 진짜이옵니다. 어찌 가짜라 하시옵니까?” 행자가 말했다. “네가 진짜라면 어찌 허튼소리를 하느냐! 대왕의 몸이 얼마나 크다고 한 입에 십만 천병을 모조리 삼키느냐?” 소찬풍이 말했다. “장관께서는 본래 모르시는구려. 우리 대왕께서는 변화를 하시옵니다. 커지려 하면 천당을 버티고, 작아지려 하면 겨자씨만 하게 되시옵니다. 그해 왕모낭랑이 반도 잔치를 베풀어 여러 신선을 초청하되 우리 대왕께 청첩을 올리지 않았사옵니다. 대왕께서 하늘과 겨루려 하시자 옥황께서 십만 천병을 보내 우리 대왕을 항복시키려 하셨사옵니다. 그때 우리 대왕께서 법신으로 변하시어 성문처럼 입을 크게 벌리고 힘껏 삼켜 버리시니, 놀란 천병들이 감히 맞서지 못하고 남천문을 닫아 버렸사옵니다. 그런 까닭에 한 입에 십만 군사를 삼켰다 하는 것이옵니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웃으며 말했다. “손에 잡히는 대로 하는 말이라면 이 늙은 손오공도 해 본 적이 있지.” 그리고 대답했다. “이대왕에게는 무슨 재주가 있느냐?”

소찬풍이 말했다. “이대왕께서는 키가 세 길이시고, 누에 누운 듯한 눈썹에 봉황 같은 눈, 미인 같은 목소리, 널빤지 같은 이빨, 코는 교룡 같으시옵니다. 사람과 싸우실 적에 코로 한번 감아 버리시면 무쇠 등과 구리 몸이라도 넋이 달아나고 혼이 흩어지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코로 사람을 감는 요정이라면 잡기도 쉽지.” 그리고 대답했다. “삼대왕께는 또 무슨 재주가 있느냐?” 소찬풍이 말했다. “우리 삼대왕께서는 범속한 세상의 괴물이 아니시오니, 이름은 운정만리붕이라 하옵니다. 움직이실 적에는 바람을 모으고 바다를 움직이며 북쪽을 떨치고 남쪽을 도모하시옵니다. 몸에 지니신 보배 하나가 있사온데 음양이기병이라 하옵니다. 만약 사람을 그 병 속에 넣으면 한나절도 못 되어 즙이 되어 버리옵니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속으로 놀라며 말했다. “요마는 두렵지 않으나 다만 그 병만은 삼가 조심해야겠구나.” 그리고 대답했다. “세 대왕의 재주를 네가 제법 맞게 말하였구나, 내가 아는 바와 같도다. 그러나 어느 대왕이 당승을 잡아먹으려 하느냐?” 소찬풍이 말했다. “장관님, 그것을 모르시옵니까?” 행자가 호통하며 말했다. “내가 너보다 더 모르겠느냐! 너희가 속내를 알지 못할까 염려하신 대왕께서 나를 보내어 단단히 캐물으라 하셨느니라!” 소찬풍이 말했다. “우리 대대왕과 이대왕께서는 오래전부터 사타령 사타동에 사시옵니다. 삼대왕께서는 이곳에 계시지 않고 본래 계시던 곳이 이곳에서 서쪽으로 사백 리쯤 떨어져 있사옵니다. 그곳에 성 하나가 있사온데 사타국이라 하옵니다. 오백 년 전에 그 성의 국왕과 문무 관료를 잡아먹고, 성 안의 크고 작은 남녀까지 모조리 잡아먹어 버리시고는 그 강산을 빼앗으셨사옵니다. 이제는 모두 요괴들뿐이옵니다. 어느 해인가 동토 당나라에서 중 하나를 서천으로 보내 경을 취하러 간다 하는 소식을 들으셨사옵니다. 그 당승이란 자는 열 세상 동안 수행한 착한 사람이라, 그 살점 한 조각을 먹으면 수명이 늘어나 늙지 않고 장생한다 하옵니다. 다만 그 제자 손행자가 몹시 사나워 혼자서는 어찌하기 어려우니, 이리로 와 우리 두 대왕과 의형제를 맺고 뜻을 모아 함께 그 당승을 잡으려 하시는 것이옵니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크게 노하여 말했다.

“이 무례한 요마 같으니라고! 내가 당승을 보살펴 바른 과위를 이루게 하거늘, 그놈들이 어찌 내 사람을 잡아먹을 궁리를 한단 말이냐!” 분노의 소리를 내며 강철 같은 이를 갈고 쇠몽둥이를 빼어 들고 높은 봉우리에서 뛰어내려 그 몽둥이를 어린 요괴의 머리 위로 눌러 짓이겼다. 가련하게도 그놈은 고기 덩어리 하나처럼 뭉개지고 말았다. 행자는 스스로 그것을 보고 차마 견디지 못하여 말했다.

“어허! 이놈은 도리어 좋은 뜻으로 안팎의 사정을 내게 다 말해 주었거늘, 내가 어찌 이토록 단번에 끝장을 내었단 말이냐? 됐다 됐다, 이미 저지른 일을 어찌하리!” 훌륭한 대성이 오직 사부님의 길을 막는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이었다. 그는 그놈의 패를 풀어 자기 허리에 차고 ‘령’ 자 깃발을 등에 메었으며, 허리에는 방울을 차고 손에는 딱따기를 들었다. 바람을 맞으며 주문을 외우고 입으로는 주문을 외고 몸을 흔들어 변하니, 꼭 소찬풍의 모습과 같아졌다. 걸음을 되돌려 그만 지름길로 옛길을 따라 굴을 찾아 그 늙은 요마 셋의 속내를 탐지하러 갔다. 이는 바로 이러하였으니, 온갖 변화를 부리는 아름다운 원숭이 임금이요, 만 가지로 몸을 날리는 참된 재주로다.

깊은 산으로 들어서며 옛길을 따라 한창 가고 있는데, 홀연 사람의 함성과 말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들어 바라보니, 사타동 어귀에 수많은 어린 요괴가 창과 칼과 극을 늘어세우고 기치와 깃발을 펄럭이며 늘어서 있었다. 대성이 마음속으로 몰래 기뻐하며 말했다. “이장경의 말이 참으로 헛되지 않았도다! 참으로 헛되지 않았도다!”

본래 이 늘어선 데에도 법도가 있으니, 이백오십 명이 한 큰 부대를 이루는 것이었다. 그는 여러 빛깔의 긴 기가 마흔 개나 바람에 어지러이 나부끼는 것을 보고 인마가 만 명이나 됨을 알았다. 그리고 스스로 헤아리고 생각하며 말했다.

“이 늙은 손오공이 소찬풍으로 변하여 이대로 들어가면, 그 늙은 요마가 나에게 순산을 하고 왔느냐고 물을 터이니 내가 반드시 그 자리에서 대답하리라. 그러나 만약 한순간 말이 어긋나 나를 알아보면 어찌 몸을 빼어낼 것인가? 밖으로 달아나려 해도 문을 지키는 무리가 막아서거늘 어찌 문을 나갈 수 있으랴! 굴 속의 요왕을 잡으려면 먼저 문 앞의 무리 괴물을 없애야 하느니라!” 그대는 그가 어찌 무리 괴물을 없앨 수 있었는지 아는가? 훌륭한 대성이 생각했다. “그 늙은 요마는 나와 만난 적이 없으면서도 내 명성을 알고 있느니라. 내 우선 이 명성을 기대어 위풍을 믿고 큰소리 몇 마디를 하여 그놈들을 한번 놀래어 보리라. 참으로 중토의 중들에게 인연과 분수가 있어 경을 얻어 돌아갈 사람이라면, 이번에 내 영웅적인 말 몇 마디로 문 앞의 수많은 요괴를 놀래어 물리칠 수 있으리라.

“만약 중들에게 인연과 분수가 없어 참된 경을 얻지 못할 사람이라면, 비록 입으로 연꽃이 피어나게 말한다 한들 서쪽 굴 밖의 요정을 물리칠 수 없으리라.” 마음이 입에 묻고 입이 마음에 물으며 이 계책을 헤아린 그는 딱따기를 두드리고 방울을 흔들며 곧장 사타동 어귀를 향해 쳐들어갔다. 앞 진영의 어린 요괴가 막아서며 말했다. “소찬풍이 왔느냐?” 행자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로 걸어갔다. 두 번째 진영까지 걸어가자 또 어린 요괴가 붙들며 말했다.

“소찬풍이 왔느냐?” 행자가 말했다. “왔느니라.” 요괴들이 말했다. “너는 오늘 아침 순풍을 나갔다가 손행자라는 자를 만난 적이 있느냐?” 행자가 말했다. “만났느니라. 지금 저기서 몽둥이를 갈고 있더라.”

요괴들이 겁을 먹으며 말했다. “그자가 생긴 모습이 어떠하더냐? 무슨 몽둥이를 갈고 있더냐?” 행자가 말했다. “그자가 그 물가에 쭈그리고 있는데도 길 트는 신장 같더라. 만약 일어서기라도 하면 십여 장은 넉넉히 될 터이니라! 손에 쇠몽둥이 하나를 들었는데 사발만큼 굵은 큰 몽둥이였다. 그 돌벼랑에서 물을 한 웅큼 떠서 갈고 또 갈며 입으로 중얼거리기를, ‘몽둥이야! 이즈음 너를 꺼내 신통을 드러내지 못하였는데, 이번에 가면 요정이 십만이 있다 해도 모조리 때려 죽여라! 내가 저 마두 셋을 죽여 너에게 제사를 지내마! 몽둥이가 밝게 갈리고 나면 먼저 너희 문 앞의 요정 일만을 쳐 죽이리라!’ 하더라.” 그 어린 요괴들은 이 말을 듣고 하나하나 가슴이 떨리고 담이 오그라들며 혼이 흩어지고 넋이 날아갔다. 행자가 또 말했다. “여러분, 그 당승의 살점이 몇 근이나 된다고 우리에게 돌아올 몫도 없을 터인데, 우리가 그를 위해 이 독을 뒤집어쓸 까닭이 무엇이오!”

차라리 우리가 각자 흩어지는 게 낫지 않소.” 요괴들이 모두 말했다. “옳은 말이오, 우리가 각기 목숨을 건사하러 갑시다.” 만약 이들이 군인이나 백성으로서 성스러운 교화를 받은 자들이라면 죽는 한이 있어도 감히 달아나지 못하였으리라. 그러나 본래 이 무리란 것이 모두 이리와 벌레, 호랑이와 표범, 길짐승과 날짐승이라, 우 하는 소리와 함께 와 하고 흩어져 달아나 버렸다. 이는 손대성의 몇 마디 허풍이 아니라, 마치 초나라 노랫소리가 팔천 군사를 흩어 놓은 격이었다! 행자가 속으로 기뻐하며 말했다. “좋도다! 늙은 요괴는 죽은 셈이로다! 말을 듣자마자 달아나니 어찌 감히 대면할 수 있으랴? 이대로 들어가서도 이런 말을 하면 좋으련만, 만약 말이 어긋나 방금 그 어린 요괴 중 한둘이 도로 들어가 이 소리를 듣기라도 하면 소식이 새어 나가지 않겠느냐?” 보라, 그가 어떠하였는지.

마음을 품고 옛 굴로 오며, 담력을 믿고 깊은 문으로 들어가는구나.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