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설하고, 손대성이 동굴 어귀로 들어서며 양쪽을 두루 살펴보니, 이러하였다.
해골은 산등성이를 이루었고 백골은 숲을 이루었다. 사람의 머리카락은 밟혀 펠트 조각이 되었고, 사람의 살점은 썩어 흙먼지가 되었다. 사람의 힘줄은 나뭇가지에 감겨 말라 비틀어져 은처럼 번쩍였다. 참으로 시체의 산이요 피의 바다이며, 과연 비린내와 고약한 냄새가 견디기 어려웠다. 동쪽에서는 작은 요괴들이 산 사람을 붙잡아 살을 발라 내고, 서쪽 아래에서는 포악한 마왕들이 사람의 고기를 생것으로 삶고 생것으로 요리하였다. 만약 미후왕이 이토록 영웅다운 담력이 아니었다면, 두 번째 범부로는 그의 문을 들어설 수 없었으리라.
오래지 않아 두 번째 문 안으로 들어가 살펴보니, 아! 이곳은 바깥과 사뭇 달랐다. 맑고 기이하며 그윽하고 우아하고, 수려하고 너르며 평탄하였다. 좌우에는 요지의 풀과 신선의 꽃이 있고, 앞뒤에는 큰 소나무와 푸른 대나무가 있었다. 또 칠팔 리쯤 가서야 비로소 세 번째 문에 이르렀다. 몸을 숨기고 눈을 훔쳐 살펴보니, 그 위에 세 늙은 요괴가 높이 앉아 있었는데 몹시 흉악하였다. 가운데 있는 자의 생김새는 이러하였다.
끌로 팬 듯한 이빨과 톱니 같은 어금니, 둥근 머리와 네모난 얼굴이었다. 울음소리는 우레 같고 눈빛은 번개 같았다. 코는 하늘을 향해 치켜들렸고 붉은 눈썹은 불꽃을 날렸다. 가기만 하면 온갖 짐승이 마음이 급하고, 앉기만 하면 뭇 마귀가 간담이 서늘해졌다. 이는 짐승 가운데의 왕이니, 푸른 털 사자 괴물이었다.
왼편 아래에 있는 자의 생김새는 이러하였다.
봉황 같은 눈과 황금빛 눈동자, 누런 어금니와 굵은 다리였다. 긴 코와 은빛 털, 머리를 보면 꼬리 같았다. 둥근 이마에 찌푸린 눈썹, 몸집은 우람하고 육중하였다. 가는 목소리는 요조한 가인을 닮았고, 옥 같은 얼굴은 소머리 악귀를 닮았다. 이는 이를 감추고 몸을 닦은 지 여러 해 된 누런 어금니 늙은 코끼리였다.
오른편 아래에 있는 자의 생김새는 이러하였다.
금빛 날개와 곤어의 머리, 별 같은 눈동자와 표범의 눈이었다. 북쪽을 떨치고 남쪽을 도모하니 굳세고 강인하며 용감하였다. 변화하여 창공을 날아오르니 메추라기가 비웃고 용은 맥을 잃었도다. 바람을 모은 깃에 백 가지 새가 머리를 감추고, 날카로운 발톱을 펴니 모든 날짐승이 간담을 잃었다. 이는 구만 리 구름 길을 가는 큰 붕새 조였으니, 곧 운정만리붕이라 일컫는 금시대붕조이었다.
그 양쪽 아래에는 크고 작은 두목이 백여 명이나 늘어서 있었는데, 하나하나가 무장을 온전히 갖추고 갑옷과 투구를 정연히 차려 입어 위풍이 늠름하고 살기가 등등하였다.
행자가 그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큰 걸음으로 곧장 문 안으로 들어가 방울과 방망이를 내려놓고는 위를 향해 불렀다. “대왕이시여.” 세 늙은 마왕이 히히 웃으며 물었다. “소찬풍, 네가 왔느냐?” 행자가 소리쳐 대답했다. “왔나이다.” “네가 산을 순찰하며 손행자의 행방을 알아보라고 하였는데, 그 형편이 어떠하냐?” 행자가 말했다. “대왕님께서 계시니 감히 아뢰지도 못하겠나이다.” 노마가 말했다. “어찌하여 감히 말하지 못하느냐?” 행자가 말했다. “소인이 대왕의 명을 받들어 방울을 두드리며 가고 있는데, 홀연 고개를 들어 보니 어떤 사내 하나가 그곳에 웅크리고 앉아 커다란 장대를 갈고 있사온데, 생김새가 길을 여는 신장을 닮았고 일어서기만 하면 족히 열 몇 장은 되어 보였나이다. 그는 그 계곡 벼랑의 돌 위에서 물을 한 웅큼 떠서 갈고는, 입으로 또 한마디 중얼거리기를, 자기 장대가 이곳에 이르도록 아직 신통을 드러낸 적이 없으니 날카롭게 갈아서 밝히려 한다 하였나이다. 그리고 대왕을 치러 오겠다고 하였나이다. 소인은 이로써 그가 손행자임을 알고 특별히 알리러 왔나이다.” 그 노마가 이 말을 듣고 온몸에 땀이 솟으며 겁에 질려 벌벌 떨면서 말했다. “동생들아, 내가 당승을 건드리지 말자고 하지 않았느냐. 그의 제자가 신통이 광대하여 미리 준비를 갖추고 몽둥이를 갈아 우리를 치려 하니, 이제 어찌하면 좋으냐?” 그리고 명했다. “것들아, 동굴 밖의 크고 작은 놈들을 모조리 불러 들이고 문을 닫아 걸어, 그가 지나가게 하여라.” 두목 가운데 아는 자가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문 밖의 작은 요괴들은 이미 다 흩어졌나이다.” 노마가 말했다. “어찌하여 다 흩어졌느냐? 필경 풍문이 좋지 않음을 들었으리라. 어서 빨리 문을 닫아라! 어서 빨리 문을 닫아라!” 뭇 요괴가 요란하게 앞뒤 문을 모조리 굳게 걸어 잠갔다. 행자는 속으로 놀라 생각했다. “이렇게 문을 닫아 버리면 그가 다시 집안의 자잘한 사정을 물었을 때 내가 대답하지 못하여 바람을 새게 하고 그에게 붙잡히지 않겠는가? 우선 한 번 더 그를 놀라게 하여 문을 열게 한 뒤 달아나자.” 그리고 다시 앞으로 나서 말했다. “대왕이시여, 그가 아직 하지 않은 말이 있사옵니다.” 노마가 말했다. “그가 또 무슨 말을 하였느냐?” 행자가 말했다. “그가 말하기를, 대대왕은 잡아 가죽을 벗기고, 이대왕은 잡아 뼈를 발라 내고, 삼대왕은 잡아 힘줄을 뽑겠다고 하였나이다. 당신들이 문을 닫고 나가지 않으면, 그는 변화할 줄 아니 한때 파리로 변하여 문틈으로 날아 들어와 우리를 모조리 잡아갈 것이니, 그리되면 어찌하면 좋사옵니까?” 노마가 말했다. “동생들아, 조심하여라. 이 내 동굴에는 해마다 파리 한 마리 없었나니, 만일 파리가 들어오면 그것이 곧 손행자니라.” 행자가 속으로 웃으며 생각했다. “파리로 변해 그를 놀라게 하여 문을 열게 하리라.” 대성이 옆으로 비켜서서 손을 뻗어 뒤통수의 털 하나를 뽑고는 선기운을 한 입 불어넣으며 “변하여라!” 하고 외치니, 곧 금빛 파리 한 마리로 변하여 날아가 노마의 얼굴을 향해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그 늙은 요괴가 당황하여 소리쳤다. “동생아! 큰일 났다! 그놈이 문 안으로 들어왔느니라!”
놀란 크고 작은 뭇 요괴가 하나같이 갈퀴와 빗자루를 들고 앞으로 나서며 파리를 마구 쫓았다. 이 대성은 참지 못하고 키득키득 소리 내어 웃었다. 공교롭게도 웃어서는 안 될 판에, 이 웃음 한 번에 본래의 얼굴이 드러나고 말았다. 그러자 그 세 번째 늙은 요괴가 뛰어나와 단번에 붙잡으며 말했다. “형님, 하마터면 그놈에게 속을 뻔하였나이다!” 노마가 말했다. “현제야, 누가 누구를 속였느냐?” 삼마가 말했다. “방금 대답하던 저 작은 요괴는 소찬풍이 아니오니, 그가 바로 손행자이옵니다. 틀림없이 소찬풍을 만나 그를 어떻게 때려 죽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변화하여 우리를 속이러 온 것이옵니다.” 행자가 당황하여 속으로 말했다. “그가 나를 알아보았구나!” 그리고 곧 손으로 얼굴을 더듬으며 늙은 요괴에게 말했다. “내가 어찌 손행자이오리까? 나는 소찬풍이옵니다. 대왕께서 잘못 보셨나이다.” 노마가 웃으며 말했다. “동생아, 그는 소찬풍이니라. 그가 하루에 세 번씩 내 앞에서 점호를 받으니 내가 그를 아느니라.” 그리고 또 물었다. “너에게 패가 있느냐?” 행자가 말했다. “있나이다.”
옷자락을 걷어 올리고 패를 꺼내 보이니, 늙은 요괴는 더욱 확신하며 말했다. “동생아, 그를 억울하게 하지 말라.”
삼마가 말했다. “형님, 형님은 그를 보지 못하셨나이다. 그가 방금 몸을 비스듬히 하고 한 번 웃었는데, 나는 그가 뇌공의 부리를 드러내는 것을 보았나이다. 내가 붙잡자 그는 또 이런 모습으로 변하였나이다.”
그가 소리쳐 말했다. “것들아, 밧줄을 가져오너라!” 뭇 두목이 곧 밧줄을 가져왔다. 삼마가 행자를 넘어뜨려 네 발을 한데 모아 묶어 놓고 옷을 들어 올려 살펴보니, 틀림없는 필마온이었다. 알고 보니 행자에게는 일흔두 가지 변화가 있어, 날짐승이나 길짐승, 꽃과 나무, 그릇이나 벌레 따위로 변할 때에는 몸까지 함께 굴려 버렸으나, 사람으로 변할 때에는 다만 얼굴만 변하고 몸은 변하지 못하였으니, 과연 온몸은 누런 털이요 두 쪽은 붉은 볼기요 한 가닥은 꼬리였다. 늙은 요괴가 그것을 보고 말했다. “손행자의 몸에 소찬풍의 얼굴 가죽이니, 그가 틀림없느니라!” 그리고 명했다. “것들아, 먼저 술을 차려 너희 삼대왕에게 공을 세운 잔을 올려라. 손행자를 이미 넘어뜨렸으니 당승은 틀림없이 우리 입속의 먹이니라.” 삼마가 말했다. “술은 아직 마시지 맙시다. 손행자는 날래고 도망치는 법을 아니 도망칠까 두렵나이다. 것들에게 병을 메어 내게 하고 손행자를 그 병 속에 집어넣은 뒤에야 술을 마시겠나이다.” 노마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옳다! 옳다!” 곧 작은 요괴 서른여섯을 뽑아 안으로 들어가 곳간 문을 열고 병을 메어 내게 하였다. 그대는 그 병이 얼마나 크다고 여기는가? 겨우 두 자 네 치 높이였다. 그런데 어찌하여 서른여섯 명이 메어야 하였는가? 그 병은 음양이기의 보배로, 안에 칠보와 팔괘와 이십사기가 들어 있어 서른여섯 명이 천강의 수에 맞추어야만 비로소 메어 옮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래지 않아 보배 병을 메어 내어 세 번째 문 밖에 놓고 깨끗이 닦아 낸 뒤 뚜껑을 열고, 행자의 밧줄을 풀고 옷을 벗기니, 병 속의 선기운을 따라 휙 하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뚜껑을 덮고 봉인을 붙인 뒤에는 가서 술을 마시며 말했다. “원숭이야, 이번에 내 보배 병 속에 들어갔으니 다시는 저 서방으로 가는 길을 꿈꾸지 말라! 만일 그래도 부처께 절을 올리고 경을 구할 수 있다면, 등이 돌아 요람을 흔들어 다시 태를 빌려 남의 몸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느니라.” 보라, 그 크고 작은 뭇 요괴가 하나같이 히히 웃으며 모두 공을 축하하러 간 동안의 일은 여기서 말하지 않겠다.
각설하고, 대성이 병 속에 이르자 그 보배가 몸을 옥죄어 작게 만들어 버렸으므로 하는 수 없이 변화하여 그 가운데 웅크리고 앉았다. 한참 동안은 오히려 서늘하였으므로 홀연 소리 내어 웃으며 말했다. “이 요괴는 겉만 헛된 명성이요 속은 실속이 없구나. 어찌하여 사람들에게 이 병에 사람을 넣으면 한나절도 되어 고름과 피로 녹아 버린다고 일러 주었단 말인가? 이토록 서늘하다면 칠팔 년을 있어도 탈이 없겠구나!” 아! 대성은 본래 그 보배의 내력을 알지 못하였다. 만약 사람을 넣고 일 년 동안 말을 하지 않으면 일 년 동안 서늘하지만, 사람의 말소리를 듣기만 하면 곧 불이 일어나 태워 버리는 것이었다. 대성이 미처 다 말하기도 전에, 병 안 가득 온통 불꽃이 일었다. 다행히 그에게 재주가 있어 한가운데 앉아 불을 피하는 주문을 외우니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반 시진을 버티자 사방에서 뱀 마흔 마리가 기어 나와 물어뜯었다. 행자가 손을 휘둘러 잡아당겨 온 힘을 다해 한 웅큼 쥐어 비틀자 여든 토막이 났다. 잠시 뒤에는 또 불 용 세 마리가 나와 행자를 위아래로 휘감았는데 참으로 견디기 어려워 스스로 당황하고 어찌할 바를 몰라 말했다. “다른 일은 견딜 만하나 이 불 용 세 마리가 어렵구나. 조금 더 지나 나가지 못하면 불기운이 심장으로 치받칠 터인데 어찌한단 말인가?” 그는 생각했다. “몸을 한번 길게 늘려 찢어 버리자.” 훌륭한 대성이 주문을 외우고 “길어져라!” 하고 외치니 곧 한 장 남짓한 높이로 길어졌는데, 그 병이 몸에 바싹 붙은 채로 따라서 길어졌다. 그가 몸을 아래로 움츠리니 병 또한 따라서 작아졌다. 행자가 놀라며 말했다. “어렵다! 어렵다! 어렵구나! 어찌하여 내가 길어지면 그것도 길어지고 내가 작아지면 그것도 작아지는가?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복사뼈가 좀 아파왔기에 황급히 손을 뻗어 만져 보니, 불에 타서 말랑말랑해져 있었다. 스스로 애가 타서 말했다.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복사뼈가 타서 물러졌구나! 이러다 장애인이 되고 마는구나!” 그리고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떨어뜨렸으니, 이는 바로 이러하였다. 마귀를 만나 고난을 겪으며 당삼장을 그리워하고, 위태로움에 처하여 성스러운 스님을 걱정하는도다. “사부님이시여! 예전에 바른 길로 돌아와 관음보살의 권선으로 천재를 벗어났사온데, 저는 사부님과 함께 여러 산을 고생하며 지나고 많은 요괴를 거두어 없애고 팔계를 항복받고 사오정을 얻었나이다. 온갖 고생을 하며 서방에서 함께 증명하고 함께 정과를 이루기를 바랐거늘, 어찌하여 오늘 이 사나운 마귀를 만나 이 늙은 손이 잘못하여 이곳에 들어와 목숨을 잃고 사부님을 산중에 버려 두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되었나이까! 생각하건대 내 지난날의 명성이 높았으므로 오늘의 이 재난이 있는 것이오리다!” 이토록 처연히 슬퍼하는데, 홀연 보살이 예전 사반산에서 내게 세 가닥의 구명호모를 내려 주신 일이 떠올라, 있는지 없는지 우선 한번 찾아보자 하였다. 곧 손을 뻗어 온몸을 훑어 보니 뒤통수에 털 세 가닥이 있었는데 몹시 뻣뻣하고 단단하였다. 홀연 기뻐하며 말했다. “몸의 털은 모두 저리 부드럽고 무른데 오직 이 세 가닥만 이처럼 단단한 창 같으니, 필시 내 목숨을 구할 것이로다.” 곧 이를 악물고 아픔을 참으며 털을 뽑아 선기운을 한 입 불고 “변하여라!” 하고 외치니, 한 가닥은 금강송곳으로, 한 가닥은 대나무 조각으로, 한 가닥은 솜끈으로 변하였다. 대오리로 활을 당겨 만들고 그 송곳을 매달아 병 밑바닥을 향해 휙휙 마구 뚫으니 구멍 하나가 뚫려 빛이 스며들었다. 기뻐하며 말했다. “재수로다! 재수로다! 이제야 나가겠구나!” 그제야 몸을 변화시켜 빠져나오자 그 병은 다시 서늘해졌다. 어찌하여 서늘해졌는가? 그가 뚫어 버려 음양의 기운이 새어 나갔으므로 그리하여 서늘해진 것이었다.
훌륭한 대성이 털을 거두고 몸을 작게 하여 매미보다 작은 벌레로 변하였으니, 몹시 가볍고 날렵하여 굵기는 수염과 머리카락 같고 길이는 눈썹만 하였다. 구멍으로 기어 나왔으나 곧장 가지 않고 그대로 날아가 노마의 머리 위에 앉아 붙었다. 그 노마가 한참 술을 마시다 홀연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삼제야, 손행자는 이번에 녹았느냐?” 삼마가 웃으며 말했다. “아직 그럴 때가 되었사옵니까?” 노마가 명령을 내려 병을 메어 올리라 하였다.
그 아래 서른여섯 작은 요괴가 곧 병을 메려 하니 병이 훨씬 가벼워졌다. 당황한 뭇 작은 요괴가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병이 가벼워졌나이다!” 노마가 호통쳤다. “허튼 소리! 보배는 음양이기의 온전한 공이거늘 어찌 가벼워졌단 말이냐!” 그중 억척스러운 작은 요괴 하나가 병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보시옵소서, 이것이 가볍지 않사옵니까?” 노마가 뚜껑을 열고 들여다보니 속이 환히 비쳐 왔으므로 참지 못하고 소리쳐 외쳤다.
“이 병이 빈 것이니, 텅 비었도다!” 대성이 그의 머리 위에서 또한 참지 못하고 한마디 하였다. “이놈아, 비었으면 나간 것이다!” 뭇 요괴가 듣고 말했다. “달아났다! 달아났다!” 그리고 곧 명령을 내렸다. “문 닫아라! 문 닫아라!”
그 행자가 몸을 한 번 떨고 벗겼던 옷을 거두어 본래 모습을 드러낸 뒤 동굴 밖으로 뛰어나왔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욕하며 말했다. “요괴들아, 무례하게 굴지 말라! 병은 뚫려 사람을 담지 못하니, 거두어 뒷간이나 쓰거라!” 기뻐하며 떠들썩하게 구름을 밟고 곧장 당승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그 장로는 그곳에서 흙을 모아 향을 삼아 하늘을 향해 축원하고 있었다. 행자가 구름을 멈추고 그가 무슨 축원을 하는지 들으니, 그 장로가 두 손을 모으고 하늘을 향해 말했다. “구름과 노을 속의 여러 신선이시며, 육정육갑과 모든 하늘이시여, 원하옵나니 어진 제자 손행자를 지켜 주소서. 신통이 광대하여 그 법이 끝이 없나이다.” 대성이 이런 말을 듣고 더욱 힘을 내어 구름빛을 거두고 앞으로 다가서며 불렀다. “사부님, 제가 왔나이다!” 장로가 붙잡으며 말했다. “오공아, 네가 수고로웠구나. 네가 먼 높은 산을 살피러 가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으니 내 몹시 근심하였다. 참으로 이 산중에 무슨 길흉이 있더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사부님, 금번에 가 본 바 첫째는 동토의 뭇 승려에게 인연과 분복이 있어서요, 둘째는 사부님의 공덕이 한량없고 끝이 없어서이며, 셋째 또한 제자의 법력을 입은 것이옵니다!” 앞서 소찬풍으로 꾸며 들어가고 병 속에 갇혔다가 빠져나온 일을 낱낱이 아뢰고 나서 말했다. “이제 존사의 얼굴을 뵈옵게 되었으니 실로 두 세상 사람이옵니다!” 장로가 감사를 다하며 말했다. “너는 이번에 요괴와 겨루어 싸우지 않았느냐?” 행자가 말했다.
“싸우지 않았나이다.” 장로가 말했다. “그렇다면 나를 데리고 산을 넘어가지 못하겠구나?” 행자는 이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소리쳐 말했다. “내가 어찌 사부님을 모시고 산을 넘어가지 못하겠나이까?” 장로가 말했다. “그와 승부를 겨루어 보지도 않고 다만 이렇게 얼버무리는데, 내 어찌 감히 앞으로 나아가겠느냐!” 대성이 웃으며 말했다. “사부님, 사부님께서도 너무 융통성이 없으시옵니다. 늘 하는 말에 외줄은 실이 되지 못하고 외손뼉은 울리지 못한다 하였나이다. 저 마귀가 셋이요 작은 요괴가 천만 명인데, 이 늙은 손에게 홀로 어찌 그들과 겨루어 싸우라 하시나이까?” 장로가 말했다. “소수가 다수를 당하지 못하니 너 홀로도 어려우리라. 팔계와 사오정도 다 재주가 있으니 그들을 모두 데려가 너와 힘을 합하여 산길을 쓸어 맑히고 나를 건너가게 하여라.” 행자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사부님 말씀이 가장 옳사옵니다. 사오정더러 사부님을 지키게 하고 팔계더러 저를 따르게 하옵소서.” 그 멍청한 놈이 당황하여 말했다. “형님은 보는 눈이 없구려! 나는 또 몸이 둔하고 재주라곤 없어, 걸어 다니며 바람이나 짊어질 뿐인데 형님을 따라간들 무슨 이익이 있겠소?” 행자가 말했다. “동생아, 네가 비록 재주는 없어도 좋게 말해 한 사람이로다. 속담에 방귀도 바람을 더한다 하였나니, 너도 내게 담력을 좀 북돋아 줄 수 있지 않겠느냐.” 팔계가 말했다. “좋소, 좋소. 부디 나를 좀 데려가 주구려. 다만 급한 고비에는 나를 놀려먹지 말아 주오.” 장로가 말했다. “팔계야, 조심하여라. 나는 사오정과 여기 있겠다.”
그 멍청한 놈이 정신을 가다듬어 위풍을 떨치며 행자와 함께 거센 바람을 타고 구름과 안개를 타고 높은 산으로 뛰어올라 곧 동굴 어귀에 이르니, 동굴 문은 굳게 닫혀 있고 사방을 둘러보아도 사람 하나 없었다. 행자가 앞으로 나서 쇠몽둥이를 잡고 소리를 높여 외쳤다. “요괴야, 문 열어라! 어서 나와 이 늙은 손과 한판 겨루어 보자!” 동굴 안의 작은 요괴가 들어가 아뢰니, 노마가 간담이 서늘하여 말했다. “몇 해째 원숭이가 사납다더니, 그 말이 헛되지 않고 과연 참이로구나!” 두 번째 늙은 요괴가 곁에서 물었다. “형님,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노마가 말했다. “그 행자가 아침에 소찬풍으로 변해 섞여 들어왔으나 우리가 알아보지 못하였느니라. 다행히 삼현제가 알아보고 그를 병 속에 집어넣었거늘, 그가 재주를 부려 병을 뚫고는 옷까지 거두어 가지고 달아났느니라. 이제 밖에서 싸움을 걸어오는데, 누가 감히 그와 첫 싸움을 겨룰 테냐?” 아무도 대답하는 자가 없었고, 다시 물어도 대답하는 자가 없어 모두 귀먹고 벙어리인 척하였다. 노마가 노하여 말했다. “우리가 서방 큰길에서 추한 이름을 더럽히고 있는데, 오늘 손행자가 이토록 업신여기거늘 나가 그와 진을 맞대지 않는다면 명망만 떨어뜨리느니라. 내 이 늙은 목숨을 버리고 가 그와 세 합을 겨루어 보리라! 세 합에 이기면 당승은 여전히 우리 입속의 먹이요, 이기지 못하면 그때 문을 닫고 그가 지나가게 하면 되느니라.” 드디어 갑옷을 가져다 입고 문을 열고 앞으로 나갔다.
행자와 팔계가 문 곁에서 바라보니 참으로 훌륭한 괴물이었다. 쇠 이마와 구리 머리에 보배 투구를 썼는데, 투구의 술이 휘날리며 몹시 빛났다. 번쩍거려 번개를 뽑는 듯한 두 눈이 밝고, 환하여 노을을 펼친 듯한 두 귀밑머리가 날렸다. 갈고리 발톱은 은처럼 뾰족하고 날카로우며, 톱니 같은 어금니는 끌처럼 촘촘하고 가지런하였다. 몸에는 금갑을 걸쳤는데 실밥 하나 없고, 허리에는 용 무늬 띠를 둘렀는데 기미를 살피는 재주가 있었다. 손에 든 강철 칼은 번쩍번쩍하고, 영웅의 위무가 세상에 드물었다. 한 번 고함지르니 우레가 진동하는 듯하였고, 물었다. “문을 두드리는 자가 누구냐?” 대성이 몸을 돌리며 말했다. “네 손 영감, 제천대성이로다.” 노마가 웃으며 말했다. “네가 손행자냐? 무엄한 원숭이로구나! 내가 너를 건드리지 않거늘, 너는 어찌하여 여기서 싸움을 걸어오느냐?” 행자가 말했다. “바람이 있어야 물결이 일고, 조수가 없으면 물이 절로 잔잔하느니라. 네가 나를 건드리지 않았다면 내가 어찌 너를 찾아왔겠느냐?
다만 너희 여우 무리와 개 패거리가 한패로 뭉쳐 내 사부님을 잡아먹을 꾀를 하였으므로 이리로 와서 일을 벌인 것이니라.”
노마가 말했다. “네가 이렇게 기세등등하게 내 문 앞에서 떠들어 대니, 혹시 싸우려는 것이 아니냐?” 행자가 말했다. “그렇다.” 노마가 말했다. “너는 너무 날뛰지 말라! 내가 요괴 병사를 불러내어 진세를 벌리고 깃발을 흔들며 북을 울려 너와 맞서 싸운다면, 내가 집에 앉은 호랑이로 너를 업신여긴다고 보일 터이니, 내 그대와 하나씩 하나씩, 오직 단둘이 겨루리라.” 행자가 그 말을 듣고 외쳤다. “저팔계야, 비켜서서 그가 이 늙은 손을 어찌하는지 보아라!” 그 멍청한 놈은 참으로 한쪽으로 비켜섰다. 노마가 말했다. “너 이리 오너라. 먼저 나를 위해 말뚝이나 되어 보아라. 내 힘을 다해 네 중대가리를 세 번 내리치고 나면 네 당승을 건너가게 해 주리라. 만약 견디지 못하거든 어서 네 당승을 보내어 내 한 끼 반찬으로 삼아라!” 행자가 그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 “요괴야, 네 동굴에 종이와 붓이 있거든 꺼내어 나와 계약서나 쓰자. 오늘부터 내년까지 찍어 댄다 해도 나는 진짜로 여기지 않으리라!” 그 노마가 위풍을 떨치며 두 발을 어긋나게 딛고 우뚝 선 채 두 손으로 칼을 들어 올려 대성의 정수리를 향해 내리쳤다. 이 대성이 머리를 위로 받쳐 올리니 다만 꽝 하는 소리만 들릴 뿐, 머리 가죽은 붉어지지도 않았다. 그 노마가 크게 놀라 말했다. “이 원숭이는 머리가 참으로 단단하구나!” 대성이 웃으며 말했다. “너는 모르는구나. 이 늙은 손은 이러하니라. 타고나기를 구리 머리 쇠 골통이니, 천지건곤에 세상에 둘도 없느니라. 도끼로 찍고 망치로 두드려도 부서지지 않나니, 어린 시절 일찍이 노군의 화로에 들어갔느니라. 별자리의 성관이 내려와 감독하고, 이십팔수가 공을 들였느니라. 물에 몇 번을 담가도 상하지 않나니, 둘레에 널빤지처럼 힘줄을 깔았느니라. 당승이 오히려 견고하지 않을까 염려하여 미리 자금고까지 씌웠느니라.” 노마가 말했다. “원숭이야, 말재간 부리지 말라! 내 이 두 번째 칼을 보아라, 결단코 네 목숨을 용서하지 않으리라!” 행자가 말했다. “별수 없구나, 어차피 이런 식으로 찍어 대는 수밖에.” 노마가 말했다. “원숭이야, 너는 이 칼을 모르느니라. 금과 불의 화로 속에서 만들고, 신령한 공력으로 백 번 단련하여 달였느니라. 칼날은 세 가지 병략을 따르고, 강인함은 여섯 가지 병법을 좇았도다. 파리의 꼬리를 닮았기도 하고, 흰 구렁이의 허리를 닮았기도 하도다. 산으로 들어가면 구름이 넘실거리고, 바다로 내려가면 물결이 도도하도다. 갈고 닦은 횟수는 헤아릴 길 없고, 달구고 삶기를 몇백 번이었느니라. 깊은 산 옛 동굴에 두었다가, 진에 오르면 공로가 있느니라.
너 이 중의 정수리를 받쳐 보아라. 한 번 베어 넘기면 두 개의 바가지가 되느니라!” 대성이 웃으며 말했다. “이 요괴는 눈이 없구나! 이 늙은 손을 바가지 통으로 알다니! 좋다, 잘못 찍었거든 잘못 비켜 주마. 다시 한 번 찍어 보아라, 어찌되는지.” 그 노마가 칼을 들어 올리고 또 내리치니, 대성이 머리를 받쳐 올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두 쪽으로 갈라졌다. 대성이 땅 위에서 한 번 굴러 두 개의 몸으로 변하였다. 그 요괴는 그것을 보고 당황하여 칼을 내려놓았다. 저팔계가 멀리서 바라보고 웃으며 말했다. “노마가 두 번 찍어 좋구나! 이제는 네 사람이 되었잖으냐?” 노마가 행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네가 분신법을 쓸 줄 안다더니, 어찌하여 그 법을 내 앞에서 쓰느냐!” 대성이 말했다. “분신법이란 무엇이냐?” 노마가 말했다. “어찌하여 먼저 너를 한 번 찍었을 때는 움직이지 않더니, 이제 너를 한 번 찍으니 두 사람이 되었느냐?” 대성이 웃으며 말했다. “요괴야, 절대 겁내지 말라. 만 번을 찍어 대면 두만 명을 돌려주마!” 노마가 말했다. “이 원숭이야, 너는 분신만 할 줄 알고 거두지는 못하느니라. 네가 만약 하나로 거두어 모을 재주가 있거든 나를 몽둥이로 한 번 쳐 보아라.” 대성이 말했다. “거짓말은 사절이니라. 너는 세 번 찍겠다면서 나를 두 번만 찍었고, 나더러 한 번 치라 하였으니, 만약 몽둥이 반 번을 더 친다면 나는 성이 손도 아니니라!” 노마가 말했다. “옳다, 옳다.”
훌륭한 대성이 곧 몸을 움츠려 올리며 한 번 굴러 다시 하나의 몸이 되어, 몽둥이를 뽑아 들고 머리 위로 내리치니, 그 노마가 칼을 들어 막으며 말했다. “무례한 원숭이로구나! 무슨 상여 놈이나 든 몽둥이로 감히 남의 집 문 앞에 와서 사람을 치느냐?” 대성이 호통쳤다. “네가 이 몽둥이를 묻는다면, 하늘 위와 땅 아래에 다 명성이 있느니라.”
노마가 말했다. “어찌하여 명성이 있다는 것이냐?” 그가 말했다. “몽둥이는 아홉 번 갈아 낸 빈철을 단련한 것이요, 노군이 친히 화로 가에서 벼려 낸 것이니라. 우왕이 구하여 신진이라 이름 붙이고, 사해와 팔하가 그것을 증험하였느니라. 가운데에는 별자리를 은근히 펼쳐 놓았고, 양쪽 끝은 황금 조각으로 감싸 입혔느니라. 무늬가 빽빽이 박혀 귀신도 놀라거늘, 위에는 용 무늬와 봉황 전서를 새겼느니라. 이름은 영양봉 한 자루라, 바다 깊은 곳에 감추어져 사람이 보기 어렵더니라.형체를 이루어 변화하여 날아오를 제, 오색 노을 빛이 펄펄 날리며 나타나느니라.
이 늙은 손이 도를 얻어 가지고 산으로 돌아와, 무궁한 변화를 많이 겪었느니라. 때로는 독만큼 굵어지기도 하고, 혹은 가늘어져 쇠줄만큼 작아지기도 하느니라. 굵어지면 남악 같고 가늘어지면 바늘 같으니, 길고 짧음이 내 마음 따라 변하느니라. 가볍게 움직이면 채운이 생기고, 환하게 날아오름이 번개 같으니라. 으스스한 냉기가 사람에게 스며들어 춥고, 줄줄이 살기가 허공에 나타나느니라. 용을 항복받고 호랑이를 굴복시키며 몸에 지니고, 하늘 끝 바다 모퉁이를 두루 노닐었느니라. 일찍이 이 몽둥이로 천궁을 뒤집어, 위풍으로 반도연을 흩어 버렸느니라. 천왕도 겨루어 이기지 못하였고, 나타도 맞서 싸우기 어려웠느니라. 몽둥이에 맞은 여러 신은 숨 곳이 없고, 천병 십만이 모조리 달아났느니라. 벼락 같은 여러 장수가 영소를 지켰건만, 몸을 날려 통명전까지 쳐 올라갔느니라. 조정을 맡은 천사들이 모두 놀라고, 수라를 호위하던 신하들이 모두 어지러웠느니라. 몽둥이 들어 북두궁을 뒤집고, 고개 돌려 남극원을 흔들어 열었느니라. 금궐의 천황이 몽둥이의 흉포함을 보고 여래를 특별히 청하여 나를 만나게 하였느니라. 병가의 승패는 스스로 그러하거니와, 곤고와 재앙과 위험은 가릴 길이 없더니라. 오백 년을 꼬박 줄줄이 견뎌 내니 남해보살의 권유에 힘입었느니라. 대당에 출가한 중 하나 있어, 하늘을 향해 큰 서원을 세웠느니라. 왕사성에서 귀혼을 건지고, 영산회에서 경전을 구하려 하였느니라.
서방으로 가는 길에 요괴가 있어, 행동이 몹시 불편하더니라. 이미 이 쇠몽둥이가 세상에 둘도 없음을 알고, 길에서 나를 동무로 청하였느니라. 사악한 마귀는 닿기만 하면 저승으로 가고, 살은 홍진이 되고 뼈는 가루가 되느니라. 곳곳의 요정이 몽둥이 아래에서 죽어, 만을 논하고 천을 헤아려도 셈이 안 되느니라. 위로는 두우궁을 쳐 부수고, 아래로는 삼라전을 눌러 부수었느니라. 하늘의 장수가 일찍이 구요를 쫓아가고, 지부에서는 목숨을 재촉하던 판관을 때려 다쳤느니라. 허공에서 내리쳐 산천을 진동하니, 태세의 새 칼보다 나으니라. 오로지 이 몽둥이에 힘입어 당승을 지키니, 천하의 요마를 모조리 쳐부수었느니라!”
그 마왕이 그 말을 듣고 벌벌 떨며 목숨을 걸고 칼을 들어 내리쳤다. 원숭이 임금은 싱글싱글 웃으며 쇠몽둥이를 들어 앞으로 받아 나갔다. 그 둘은 먼저 동굴 앞에서 버티며 싸우다가, 이내 뛰어올라 모두 허공에서 치열하게 겨루었다. 이 한바탕의 훌륭한 싸움이여. 천하의 바닥을 정한 신진봉이요, 몽둥이 이름은 여의라 세상에 높도다. 수단을 자랑하니 마두가 성을 내고, 큰 칼을 쥐니 법력이 호걸이로다. 문 밖에서 다투는 것은 가까이 볼 만하거니와, 허공에서 겨루는 어찌 서로 용서하리오! 하나는 마음 따라 얼굴을 바꾸고, 하나는 서 있는 그 자리에서 허리를 늘이도다. 싸움이 벌어져 하늘 가득 구름 기운이 무겁고, 들판 가득 안개가 펄펄 날린다. 저 하나는 몇 번이나 당삼장을 먹으려 뜻을 세웠거늘, 이 하나는 널리 법력을 펼쳐 당나라를 지키도다.
모두 부처가 경전을 전한 까닭이니, 사악함과 바름이 갈리매 한스럽고 괴로운 교전이로다. 그 노마가 대성과 스무여 합을 겨루어도 승부가 갈리지 않았다. 그런데 팔계가 아래에서 그 둘이 멋지게 싸우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하여 갈퀴를 뽑아 들고 바람을 타고 뛰어올라 마왕의 얼굴을 향해 내리찍었다. 그 마왕이 당황하였는데, 팔계가 처음에만 기세 있고 끝이 없는 성질이라 엉겁결에 사람을 놀라게 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다만 입이 길고 귀가 크며 손이 억세고 갈퀴가 흉포하다고 여겨, 진을 버리고 칼을 내던진 채 고개를 돌려 달아났다. 대성이 호통쳤다. “쫓아라! 쫓아라!” 이 멍청한 놈이 위풍을 믿고 쇠갈퀴를 들어 올려 급히 요괴를 뒤쫓아 내려갔다.
노마가 그가 가까이 쫓아오는 것을 보고 비탈 앞에 우뚝 서서 바람을 마주한 채 몸을 한 번 흔들어 본래 모습을 드러내고는 큰 입을 벌려 팔계를 삼키려 하였다. 팔계가 겁을 먹고 황급히 몸을 빼어 풀숲으로 파고들었으니, 가시덤불이 찌르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긁혀 머리가 터지는 것도 돌보지 않은 채 벌벌 떨며 풀 속에서 방울 소리만 듣고 있었다. 뒤이어 행자가 쫓아오자 그 요괴도 입을 벌려 삼키려 하였는데, 도리어 그의 계략에 걸려들었다. 행자가 쇠몽둥이를 거두고 마주 나아가니 노마가 한 입에 꿀꺽 삼켜 버렸다. 그 멍청한 놈은 겁에 질려 풀 속에서 투덜투덜 중얼거리며 원망하여 말했다. “이 필마온놈은 분별이 없구나! 저 요괴가 너를 먹으러 왔거늘 어찌하여 달아나지 않고 도리어 마주 나아갔단 말이냐! 저 한 입에 배 속으로 넘어갔으니, 오늘은 그래도 중이거니와 내일은 큰 똥이 되고 말겠구나!” 그 마왕은 승리를 거두고 돌아갔다. 이 멍청한 놈은 그제야 풀을 파고 나와 옛길로 슬그머니 되돌아왔다.
각설하고, 삼장은 그 산비탈 아래에서 사오정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는데, 팔계가 헐떡거리며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삼장이 크게 놀라 말했다. “팔계야, 너는 어찌 이리 형편이 없느냐? 오공은 어찌 보이지 않느냐?”
멍청한 놈이 엉엉 울며 말했다. “사형이 요괴에게 한 입에 통째로 삼켜졌나이다!” 삼장이 그 말을 듣고 땅에 넘어져 한참 동안 발을 구르며 가슴을 치고 말했다. “제자야! 너만 요괴를 항복받는 데 능하여 나를 이끌고 서천에 가 부처님을 뵙게 하리라 하였거늘, 어찌 오늘 이 괴물의 손에 죽게 되었단 말이냐! 괴롭구나, 괴롭구나! 내 제자와 무리의 공로가 이제 모두 흙먼지로 화하였도다!” 그 사부님은 몹시 고통스러워하였다. 보라, 그 멍청한 놈은 사부님을 위로하러 오지는 않고 도리어 불렀다. “사화상, 짐을 가져오너라. 우리 둘이 나누자.” 사오정이 말했다. “둘째 형, 나누어 어찌하겠소?” 팔계가 말했다. “나누면 각자 흩어지는 것이오. 너는 유사하로 돌아가 또 사람을 잡아먹고, 나는 고노장으로 가 내 아내나 보리라. 흰 말은 팔아 사부님께 수의나 한 벌 사 드리고 장례를 치러 드리자.” 장로가 씩씩거리며 이 말을 듣고는 황천을 부르며 소리 높여 통곡하였는데, 그동안의 일은 여기서 말하지 않겠다.
각설하고, 그 노마는 행자를 삼키고 제 계략이 이루어졌다고 여겨 곧장 본동으로 돌아왔다. 뭇 요괴가 나와 맞으며 싸움의 공을 물으니 노마가 말했다. “하나를 잡아 왔느니라.” 이마가 기뻐하며 말했다. “형님께서 잡은 이가 누구시옵니까?” 노마가 말했다. “손행자니라.” 이마가 말했다. “어디에 잡아 두셨사옵니까?” 노마가 말했다. “내 한 입에 뱃속으로 삼켜 버렸느니라.” 세 번째 마두가 크게 놀라 말했다. “큰형님, 내가 그대에게 미리 일러 두지 않았소. 손행자는 먹을 것이 못 되오!” 그 대성이 뱃속에서 말했다. “몹시 먹을 만하오! 또 주림을 견디니 결코 배고프지 않소.” 그 바람에 작은 요괴가 당황하여 말했다. “대왕이시여, 큰일이옵니다! 손행자가 대왕의 뱃속에서 말을 하옵니다!” 노마가 말했다. “말하는 것이 두려우냐! 그를 먹을 재주가 있거늘 어찌 그를 다스릴 재주가 없단 말이냐?
너희는 어서 소금 탄 끓인 물을 좀 데워 오너라. 내 뱃속으로 들이부어 그놈을 게워 내게 한 뒤, 천천히 지져 술안주로 먹으리라.” 작은 요괴가 참으로 소금물 반 동이를 타 왔다. 늙은 요괴가 단숨에 들이켜고는 입을 벌린 채 있는 힘껏 한 번 게워 보았으나, 그 대성이 뱃속에 뿌리를 내린 듯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또 목구멍을 막고 밖으로 게워 내니 어지럽고 눈앞이 캄캄하여 쓸개즙까지 다 터질 지경이었으나 행자는 갈수록 움직이지 않았다. 노마가 숨을 몰아쉬며 불렀다. “손행자야, 너는 나오지 않겠느냐?” 행자가 말했다. “아직 일러! 나가지 않고 있는 것이 딱 좋구나!” 노마가 말했다. “너는 어찌하여 나오지 않느냐?” 행자가 말했다. “이 요괴야, 너는 참으로 융통성이 없구나. 내가 중이 된 이래로 몹시 검소하게 지내거든, 요즘 가을이 서늘하여 나는 아직 홑겹 장삼을 입고 있느니라. 이 뱃속은 오히려 따뜻하고 바람도 스미지 않으니, 겨울을 지내고 나서야 나오겠노라.” 뭇 요괴가 그 말을 듣고 모두 말했다. “대왕이시여, 손행자가 대왕의 뱃속에서 겨울을 나려 하옵니다!” 노마가 말했다. “그가 겨울을 나려 한다면 내가 참선에 들어가 옮기는 법을 써서 겨울 내내 밥을 먹지 않으면 그 필마온을 굶겨 죽일 수 있느니라!” 대성이 말했다. “이놈아, 너는 사정을 모르는구나! 이 늙은 손이 당승을 모시고 경을 구하러 오며 광동 땅을 지나올 때 접는 솥 하나를 가져왔노라. 들어와서 잡동사니를 삶아 먹으려 하니, 네 이 안의 간이며 창자며 위며 허파를 곱게곱게 음미하면 청명 때까지 노자도 넉넉하리라!” 그 이마가 크게 놀라 말했다. “형님, 이 원숭이는 정말 그럴 수 있는 놈이옵니다!”
삼마가 말했다. “형님, 잡동사니를 먹는 것은 그렇다 치고, 어디에 솥을 걸지 모르겠소.” 행자가 말했다. “세 갈래 뼈 위에 솥을 걸면 좋소.” 삼마가 말했다. “큰일 났소! 만약 솥을 걸고 불을 때어 연기가 콧구멍으로 올라가면 재채기를 하지 않겠소?”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염려 마라! 이 늙은 손이 금고봉을 정수리로 찔러 넣어 구멍 하나를 뚫어 주마. 하나는 천창이 되고, 둘은 연기 구멍이 되리라.” 노마가 그 말을 듣고 겁내지는 않는다고 하나 또한 마음이 놀라, 하는 수 없이 간을 키워 외쳤다. “동생들아, 겁내지 말라. 내 그 약술을 가져오너라. 내 몇 잔 마셔 내려 보내어 그 원숭이 놈을 약으로 죽여 버리리라!” 행자가 속으로 웃으며 생각했다. “이 늙은 손이 오백 년 전 천궁을 크게 뒤집을 적에 노군의 단약, 옥황의 술, 왕모의 복숭아며 봉수의 골수와 용의 간까지, 그런 것들 중 내가 먹어 보지 않은 것이 있더냐? 무슨 약술이기에 감히 나를 독살하려 하느냐?” 그 작은 요괴가 참으로 약술 두 병을 걸러 한 잔 가득 부어 노마에게 드렸다. 노마가 손에 받아 들자 대성이 뱃속에서 곧 술 냄새를 맡고 말했다. “그에게 마시게 하지 말라!” 훌륭한 대성이 머리를 한 번 비틀어 나팔 같은 입으로 변하여 그의 목구멍 아래에 벌리고 있었다. 그 요괴가 꿀꺽 삼키니 행자가 꿀꺽 받아 마셨다. 두 번째 잔을 삼키니 행자가 꿀꺽 또 받아 마셨다. 줄곧 일곱 잔 여덟 잔을 삼켰으나 모두 그가 받아 마셨다. 노마가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만 마시겠노라. 이 술은 평소 두 잔만 마셔도 뱃속이 불처럼 달아오르거늘, 방금 일고여덟 잔을 마셨는데도 얼굴이 붉어지지도 않는구나!” 알고 보니 이 대성은 술을 많이 못 마셨으므로 그의 일고여덟 잔을 받아 마시고는 뱃속에서 술주정을 부리기 시작하였다. 줄곧 틀을 잡고, 네 발로 엎드렸다 일어서고, 발길질을 해 대고, 간을 붙잡고 그네를 타고, 물구나무를 서고, 재주를 넘으며 마구 춤을 추었다. 그 괴물은 아픔을 견디지 못하여 땅에 쓰러졌다.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