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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6 제76회 심신거사마귀성(心神居舍魔歸性) · 목모동강괴체진(木母同降怪體眞)

이야기는 이러하다. 손대성이 노마의 뱃속에서 한참을 버티고 있는데, 그 마두는 먼지 속에 거꾸러져 숨소리도 기운도 없었다.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죽은 게로구나 싶어 손을 놓아 보기도 하였다. 그러자 마두가 겨우 숨을 되찾고는 한마디 불렀다. “대자대비하신 제천대성 보살이시여!” 행자가 그것을 듣고 말했다. “이놈아, 쓸데없는 수고 말고 글자나 몇 개 아껴서 그저 손외공이라 부르거라.” 그 요마는 목숨이 아까웠으므로 참으로 그리 불렀다. “외공!

외공! 제가 잘못하였나이다! 그릇되어 그대를 삼켰더니, 그대는 이제 도리어 나를 해치시는구려. 부디 대성께서는 자비를 베푸시어, 땅강아지나 개미도 목숨을 아끼는 마음을 가엾이 여기시어 내 목숨을 살려 주시옵소서. 스승님을 이 산 넘어 보내 드리겠나이다.” 대성이 비록 영웅이나 당승의 앞길을 몹시 아꼈으므로, 요마가 애걸하는 것을 보자, 본래 아첨받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선한 마음으로 돌아서서 불렀다. “요괴야, 내가 너를 살려 주겠다만, 너는 내 스승님을 어찌 보내겠느냐?” 노마가 말했다. “이곳에는 금이나 은, 구슬이며 비취, 마노, 산호, 유리, 호박, 대모 같은 진기한 보물을 보내 드릴 것이 없사옵니다. 저희 형제 셋이 향등나무 가마 한 채를 메고 스승님을 이 산 넘어 모셔 드리겠나이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가마를 메어 보내 준다면 보물을 받는 것보다 낫구나. 입을 벌려라, 내가 나가마.” 그 마두는 참으로 입을 벌렸다. 그 삼마가 앞으로 다가와 노마에게 조용히 말했다.

“형님, 그가 나올 때에 입을 아래로 꽉 물어 원숭이를 잘게 씹어 뱃속으로 넘기시면, 그가 다시는 형님을 괴롭히지 못할 것이오.” 행자는 안에서 그것을 듣고는 먼저 나가지 않고 금고봉을 내밀어 그를 한번 시험해 보았다. 그 요괴는 과연 아래로 한 입 깨물었는데, 딱 하는 소리와 함께 앞니가 모조리 부서져 버렸다. 행자가 봉을 거두며 말했다. “좋은 요괴로다! 내가 도리어 네 목숨을 살려 주고 나오는데, 네가 도리어 나를 물어 내 목숨을 해치려 하다니! 나는 나가지 않겠다. 산 채로 너를 골려 죽이겠다! 안 나간다! 안 나간다!” 노마가 삼마를 원망하며 말했다. “아우야, 네가 제 식구를 제 식구가 골탕 먹이는구나. 그를 나오게만 하면 될 것을, 네가 나더러 그를 물라 하였느니라. 그는 물리지도 않았건만 도리어 내 잇몸이 부어 터져 아프니,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삼마는 노마가 자기를 탓하는 것을 보고는 격장법을 하나 써서, 목소리를 높여 크게 외쳤다.

“손행자야, 네 이름을 들으매 우레가 귀를 꿰뚫는 듯하다 하더니, 네가 남천문 밖에서 위세를 부리고 영소전 아래에서 세력을 뽐냈다고들 하더구나. 그런데 이제 서천 가는 길에서 요괴를 항복받고 괴물을 결박하는 것을 보니, 원래 별것 아닌 원숭이 놈이로다!” 행자가 말했다. “내가 어찌 별것 아니란 말이냐?” 삼괴가 말했다. “호한은 천 리를 가는 나그네요, 만 리를 가서 이름을 전하는 법이니라. 네가 나와서 나와 겨루어야 비로소 호한이거늘, 어찌 사람 뱃속에서 짓을 하느냐! 그것이 별것 아니라면 무엇이 별것 아니겠느냐?” 행자가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생각했다. “옳다, 옳다, 옳지! 내가 지금 그의 창자를 끊어 뜯고 그의 간을 터뜨려 이 요괴를 골려 죽인들 무슨 어려움이 있으랴마는, 참으로 내 이름을 더럽히는 일이로다. 좋다! 좋다! 입을 벌려라, 내가 나가서 너와 겨루마. 다만 네 이 굴 어귀는 좁아서 병장기를 쓰기 어려우니, 넓은 곳으로 가야 하겠다.” 삼마가 그 말을 듣고는 곧 크고 작은 요괴를 점고하니, 앞뒤로 삼만이 넘는 정괴가 모두 예리한 병장기를 잡고 굴에서 나와 삼재진세를 벌여, 오로지 행자가 나오기만을 기다려 일제히 싸움에 나서려 하였다. 그 이괴는 노마를 부축하여 굴 밖으로 곧장 나가 외쳤다. “손행자야! 호한이거든 나오너라! 여기가 곧 싸움터니, 한번 겨뤄 보자!”

대성은 그의 뱃속에서 까마귀가 울고 까치가 떠들며 학이 울고 바람 소리 나는 것을 듣고, 밖이 넓은 곳임을 알아차리고는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나가지 않으면 그에게 신의를 저버리는 것이요, 나간다면 이 요정은 사람의 낯을 하고 짐승의 마음을 품은 자로다. 먼저 내 스승님을 보내 주겠다 하고는 나를 꾀어 내어 물려 하더니, 이제 또 여기 병사를 부리고 있구나. 좋다, 좋다, 그에게 양쪽이 다 좋은 수를 써 주마. 나가기는 나가되, 그의 뱃속에 뿌리 하나를 내려 두리라.” 곧 손을 돌려 꼬리의 털 하나를 뽑아 선기 한 입을 불며 “변하여라!” 하고 외치니, 곧 노끈 하나로 변하였다. 굵기는 머리카락만 한데 길이는 사십 장이나 되었다. 그 노끈을 밖으로 내밀자 바람을 만나자마자 굵어졌다. 한쪽 끝을 요괴의 심장과 간에 매어 묶고 살아 있는 고리 모양으로 매듭을 지었는데, 그 고리는 당기지 않으면 조이지 않고 당기면 곧 아팠다. 그리고 한쪽 끝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 나가서 그가 내 스승님을 보내 주면 그만이거니와, 만일 보내 주지 않고 칼과 병장기를 함부로 휘두른다면, 나도 그와 싸울 겨를이 없으니 이 노끈만 잡아당기면 내가 그의 뱃속에 있는 것과 같으리라!” 또 몸을 아주 작게 줄여 밖으로 기어 나와 목구멍 아래까지 이르렀다가, 요괴가 네모진 입을 크게 벌리고 위아래 강철 같은 이빨을 벌린 칼날처럼 늘어놓은 것을 보고는 문득 이렇게 헤아렸다. “안 된다! 안 된다! 입으로 나가서 이 노끈을 당기면 그가 아파서 아래로 꽉 깨물 터인즉, 끊어져 버리지 않겠느냐? 이빨 없는 곳으로 나가야겠다.” 훌륭한 대성이로다, 노끈을 정리하여 그의 위턱을 따라 앞으로 기어 올라가 그의 콧구멍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그 노마의 코가 근질거려 “에취” 하는 소리와 함께 재채기를 한 번 하니, 행자가 튀어 나왔다. 행자는 바람을 만나자 허리를 한번 펴더니 곧 삼 장이나 길어져, 한 손으로 노끈을 잡고 한 손으로 철봉을 들었다. 그 마두는 분별도 없이 그가 나오는 것을 보자 강철 칼을 들어 얼굴을 향해 내리쳤으나, 이 대성은 한 손으로 철봉을 휘둘러 맞받았다. 또 이괴는 창을 쓰고 삼괴는 극을 들어, 머리도 얼굴도 가리지 않고 마구 달겨들었다. 대성은 노끈을 느슨하게 하고 철봉을 거두어 급히 몸을 날려 구름을 타고 달아났으니, 본래 그 무리의 작은 요괴들에게 둘러싸이면 일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는 진영 밖으로 뛰어나가 저 널따란 산마루에 이르러 구름을 내리고, 두 손으로 노끈을 힘껏 한번 잡아당기니 노마의 마음속이 비로소 아팠다. 그가 아파서 위로 한번 버둥거리자 대성이 다시 아래로 한번 당겼다. 여러 작은 요괴가 멀리서 그것을 보고 일제히 큰 소리로 외쳤다. “대왕이시여, 그를 건드리지 마소서! 가게 두시옵소서! 이 원숭이는 절기도 알지 못하고 청명절이 아직 이르거늘 저 아래에서 연을 날리고 있사옵니다!”

대성이 그 말을 듣고 힘을 주어 한번 걷어차니, 그 노마가 허공에서 퍼덕퍼덕 물레처럼 휘돌며 먼지 속으로 떨어져 내려, 산비탈 아래의 단단한 누른 흙에 이 척이나 파이는 구덩이를 만들었다. 이괴와 삼괴가 놀라서 함께 구름을 내려 앞으로 나서 노끈을 붙잡고 비탈 아래에 꿇어앉아 애걸하며 말했다. “대성이시여, 그대는 도량이 넓고 바다 같은 신선이라 하더니, 뉘라서 쥐 배에 달팽이 창자를 지닌 무리인 줄 알았으리이까. 참으로 그대를 꾀어 내어 진을 마주하려 하였사온데, 그대가 우리 형님의 마음 위에 노끈 한 가닥을 매어 두실 줄이야 뜻밖이었나이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 무리의 망된 요마들아, 몹시 무례하구나! 지난번에는 나를 꾀어 내어 곧바로 나를 물었고, 이번에는 나를 꾀어 내어 또 진을 벌려 나를 적으로 대하느니라. 저 몇만 요병이 나 하나를 치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는 일이니, 끌고 가마! 끌고 가서 내 스승님께 뵈이겠다!” 그 요괴들이 일제히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대성이시여, 자비를 베푸시어 우리 목숨을 살려 주시옵소서. 스승님을 이 산 넘어 보내 드리겠나이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목숨을 살리려거든 칼을 들어 노끈을 끊어 버리면 그만이지.” 노마가 말했다. “할아버지시여, 밖에 있는 것은 끊는다 한들 여기 안에 있는 것은 마음에 매여 있고, 목구멍은 또 메슥메슥하여 구역질이 나니, 어찌하면 좋사옵니까?”

행자가 말했다. “그러하거든 입을 벌려라, 내가 다시 들어가 노끈을 풀어 내마.” 노마가 당황하여 말했다. “이번에 들어가시면 또 나오지 않으려 하실 터이니, 난처하외다! 참으로 난처하외다!” 행자가 말했다. “나에게는 밖에서도 안쪽 노끈 머리를 풀 재주가 있느니라. 풀어 주면 참으로 내 스승님을 보내 주겠느냐?” 노마가 말했다. “풀어 주시기만 하면 보내 드리겠나이다.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겠나이다.” 대성이 참된 것을 밝혀내고는 곧 몸을 한번 떨어 털을 거두니, 그 요괴의 마음이 곧 아프지 않게 되었다. 이는 손대성이 모양을 감춘 법술이라, 털로 그의 마음을 매어 두었으니 털을 거두자 아프지 않게 된 것이었다. 세 요괴가 몸을 날려 일어나 사례하며 말했다. “대성이시여, 돌아가시어 당승께 잘 아뢰시옵고 행장을 수습해 두시옵소서. 저희가 곧 가마를 메어 보내 드리겠나이다.” 여러 요괴가 창과 방패를 거두어 모두 굴로 돌아갔다.

대성이 노끈을 거두어 산 동쪽으로 곧장 돌아오는데, 멀리 당승이 땅바닥에 누워 뒹굴며 통곡하는 것이 보였고, 저팔계와 사오정은 보따리를 풀어 행장을 몫으로 나누어 가지고 있었다. 행자는 속으로 몰래 탄식하며 말했다. “말할 것도 없구나. 틀림없이 팔계가 스승님께 내가 요정에게 잡아먹혔다고 일러바쳤을 터이고, 스승님은 나를 잃고 아파 우시는 터인데, 그 멍청이는 물건을 나누어 흩어지려 하는구나. 어! 과연 그런 뜻인지 모르겠으니, 내가 한번 불러 보자.” 구름에서 내려와 외쳤다. “스승님!” 사오정이 그것을 듣고 팔계를 원망하며 말했다. “너는 관 받침대인가, 오직 남만 해치는구나! 사형은 죽지도 않았는데 네가 죽었다고 하여 이곳에서 이런 짓을 하다니! 저기서 부르지 않느냐?” 팔계가 말했다. “나는 분명히 그가 요정에게 한 입에 삼켜지는 것을 보았소. 날짜와 시각이 좋지 않아 저 원숭이가 혼을 드러내러 온 게지.”

행자가 앞으로 다가가 팔계의 얼굴을 한 웅큼 쥐고 손바닥으로 한 대 쳐서 비틀거리게 하며 말했다. “이 둔한 놈아! 내가 무슨 혼을 드러내느냐?” 멍청이가 얼굴을 감싸 쥐며 말했다. “형님, 그대는 참으로 저 요괴에게 잡아먹혔소. 그대가, 그대가 어찌하여 다시 살아났소?” 행자가 말했다. “너처럼 쓸모없는 고름주머니 같으니라고! 그가 나를 삼켰기에 나는 그의 창자를 움켜쥐고 그의 허파를 비틀었으며, 또 이 노끈으로 그의 마음을 꿰어 매어 당기니 그가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하나하나 머리를 조아리며 애걸하기에, 내가 그제야 그의 목숨을 살려 주었다. 이제 가마를 메어 내 스승님을 이 산 넘어 보내 드리러 온다.” 그 삼장이 그 말을 듣고는 벌떡 일어나 행자에게 몸을 굽히며 말했다. “제자야, 네가 고생이 많구나! 오능의 말을 믿었더라면 나는 벌써 죽었으리라!” 행자가 주먹을 휘둘러 팔계를 때리며 꾸짖었다. “이 겨만 먹는 멍청아, 몹시 게으르고 나태하여 사람 구실을 못 한다! 스승님, 부디 노여워하지 마시옵소서. 저 요괴가 곧 스승님을 보내 드리러 올 것이옵니다.” 사오정도 몹시 부끄러워하며 급히 얼굴을 가리고는 행장을 수습하고 말에 안장을 얹었으니, 모두 길 위에서 기다리는 동안의 일은 이쯤 해 두기로 한다.

각설하고 세 마두가 무리의 정괴들을 거느리고 굴로 돌아왔는데, 이괴가 말했다. “형님, 나는 손행자가 아홉 머리에 여덟 꼬리 달린 줄 알았더니, 원래 이런 조그만 원숭이었소! 형님께서 그를 삼키지 않으셨어야 하였소. 그저 그와 겨루었더라면 그가 어찌 우리를 당해 내었겠소! 굴 안의 이 몇만 요정이 침만 뱉어도 그를 죽이고도 남았을 터인데, 형님께서는 도리어 그를 뱃속에 삼키셨소. 그러자 그가 법술을 부려 형님을 고통받게 하였으니, 어찌 감히 그와 겨루려 하겠소? 아까 당승을 보내 드린다 한 것은 모두 거짓이었소. 실은 형님의 목숨이 급하였기에 그를 꾀어 낸 것이니, 결코 그를 보내지 마시옵소서!” 노마가 말했다. “아우가 보내지 말자 하는 까닭은 무엇이오?” 이괴가 말했다.

“형님께서 나에게 작은 요괴 삼천만 주시어 진세를 벌리게 하시옵소서. 내게는 이 원숭이 놈을 사로잡을 재주가 있소!” 노마가 말했다. “삼천이야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아예 본영을 일으켜 데려가도 좋으니, 그를 사로잡기만 하면 모두에게 공이 되느니라.” 그 이마가 곧 작은 요괴 삼천을 점고하여 큰길 가로 곧장 나가 진을 벌리고, 남기수 하나를 시켜 오가며 전하게 하였다. “손행자야! 일찍 나오너라. 우리 이대왕 할아버지와 싸우자!” 팔계가 그것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 “형님, 늘 하는 말에 거짓말은 고향 사람은 속이지 못한다 하였거늘, 와서 곧바로 헛것을 부려 귀신이나 부리는구려! 요괴를 항복받았다 하여 곧 가마를 메어 스승님을 보내 드린다더니, 또 와서 싸움을 청하니 어찌된 일이오?” 행자가 말했다. “노괴는 이미 내게 항복받았기에 감히 나서지 못하고, 손 자 하나만 들어도 머리가 아플 것이오. 틀림없이 이 요마가 우리를 보내는 것이 분하지 않아 싸움을 청하는 것이니라. 내 말이오, 아우여, 저 요정도 형제가 셋이라 이토록 의리가 있거늘, 우리 형제도 셋이거늘 어찌 의리가 없겠느냐? 내가 이미 대마를 항복받았으니 이마가 나오거든 네가 나가 그와 한번 겨루어 보는 것도 무방하지.” 팔계가 말했다. “그 따위가 무서우면 어쩌겠소! 내가 가서 한 판 때려 오겠소!” 행자가 말했다. “가려거든 가거라.”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형님, 가기는 가겠는데 그 노끈을 내게 좀 빌려 주시오.” 행자가 말했다. “네가 어디에 쓰려느냐? 너는 뱃속으로 기어들 갈 재주도 없거니와 그의 마음에 매어 둘 재주도 없으니, 그것이 무슨 소용이냐?” 팔계가 말했다. “나는 이 허리춤에 매어 목숨줄로 삼으려 하오. 형님과 사오정이 뒷부분을 잡고 나를 내보내 주면, 내가 나가 그와 겨루겠소. 이길 만하다 싶으면 형님이 노끈을 느슨하게 하여 나를 놓아 주시오, 내가 그를 사로잡을 터이니. 만일 그에게 지거든 나를 끌어당겨 주어 그에게 끌려가지 않게 하시오.” 행자는 참으로 속으로 웃으며 말했다. “멍청이를 한번 골려 주는 것도 좋겠구나!” 곧 노끈을 그의 허리에 매어 주고 그를 부추겨 싸움에 내보냈다.

그 멍청이는 갈고랑이를 들고 산비탈로 달려 올라가며 외쳤다. “요정아 나오너라! 너희 돼지 조상님과 한번 붙어 보자!” 그 남기수가 급히 보고하였다. “대왕이시여, 입이 길고 귀가 큰 중 하나가 왔사옵니다.” 이괴가 곧 진영에서 나와 팔계를 보자 말도 붙이지 않고 창을 비껴 들어 얼굴을 향해 찔러 왔다. 이 멍청이는 갈고랑이를 들어 앞으로 나서 맞받았다. 그 둘이 산비탈 앞에서 손을 맞대어 겨루었으나 칠팔 회합이 되기도 전에 멍청이의 손에 힘이 풀려 요마를 당해 내지 못하고, 급히 고개를 돌려 외쳤다. “사형, 큰일이오! 목숨줄을 당기시오, 목숨줄을 당기시오!” 이쪽에서 대성이 그 말을 듣고는 도리어 노끈을 느슨하게 하여 내던져 버렸다. 그 멍청이는 싸움에 져서 뒤로 물러나 달아났다. 본래 그 노끈은 끌려 갈 때에는 느끼지 못하였으나 되돌아올 때에는 느슨해진 탓에 도리어 발에 걸려, 제 발에 걸려 한 번 넘어지고 일어나 또 한 번 넘어졌다. 처음에는 비틀거리며 넘어지더니 나중에는 얼굴을 땅에 박고 넘어졌다. 요정에게 따라잡혀 코를 펼치니, 마치 교룡과 같아서 팔계를 코로 한 번 감아 버리고는 승리를 거두어 굴로 돌아왔다. 여러 요괴가 개선가를 함께 부르며 일제히 몰려 돌아갔다.

이 비탈 아래에서 삼장이 그것을 보고는 행자를 또 나무라며 말했다. “오공아, 오능이 네가 죽기를 바란다고 한들 어찌 그를 탓하랴! 너희 형제는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라고는 조금도 없고, 오직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만 품었구나! 그가 저토록 목숨줄을 당기라 하는데 너는 어찌하여 당기지 않고 도리어 줄을 내던졌느냐? 이제 그가 해를 당하게 되었으니 어찌하려느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스승님도 지나치게 편드시고 지나치게 마음이 기우시옵니다! 그만두시옵소서. 늙은 손오공이 잡혀갔을 때에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으시더니, 어차피 목숨을 버릴 재목이라 여기셨소? 이 멍청이가 이제 막 사로잡혔는데 스승님은 나를 탓하시옵니다. 그에게도 고초를 좀 겪게 하여야 경을 구하는 일이 어려움을 알 것이옵니다.” 삼장이 말했다. “제자야, 네가 갈 때에 내가 어찌 걱정하지 않았겠느냐? 네가 변화할 줄 아니 결단코 몸을 다치지는 않으리라 여겼느니라. 저 멍청이는 몸집이 크고 둔하며 또 날아오를 줄도 모르니, 이번에 가면 길한 일은 적고 흉한 일이 많을 터인즉, 네가 가서 그를 좀 구해 주어라.”

행자가 말했다. “스승님, 원망하지 마시옵소서. 제가 가서 그를 구해 오겠나이다.” 급히 몸을 날려 산을 따라잡아 올라가며 속으로 미워하여 말했다. “이 멍청이가 내가 죽기를 빌었으니, 그에게 시원한 맛을 주지 말자! 저 요정이 그를 어찌 다루는지 따라가 보다가, 그가 죄를 좀 겪게 한 뒤에 가서 구해 주리라.” 곧 수인을 맺고 진언을 외우며 몸을 한번 흔들어 변하니, 곧 매미충으로 변하여 날아가 팔계의 귀밑에 붙어, 그 요정과 함께 굴 안으로 들어갔다. 이마는 작은 요괴 삼천을 거느리고 북과 나팔을 크게 울리며 굴 어귀에 이르러 진을 치고는, 스스로 팔계를 안으로 끌고 들어가며 말했다. “형님, 내가 하나 잡아 왔소.” 노괴가 말했다. “이리 가져와 보아라.”

그가 코를 느슨하게 풀어 팔계를 떨어뜨리며 말했다. “이놈이 아니오?” 노괴가 말했다. “이놈은 쓸모가 없구나.”

팔계가 그 말을 듣고 말했다. “대왕이시여, 쓸모없는 놈은 놓아 보내시고 쓸모 있는 놈을 찾아 잡아 오시옵소서.” 삼괴가 말했다. “쓸모가 없다 하나 당승의 제자 저팔계이니라. 우선 묶어 뒷쪽 연못에 담가 두었다가, 털이 빠져 나가거든 배를 갈라 소금에 절여 말려 두고, 날이 흐린 날에 술안주로 삼자.” 팔계가 크게 놀라며 말했다. “망하였다, 망하였다! 절인 고기를 파는 요괴를 만났구나!” 여러 요괴가 일제히 손을 대어 멍청이를 사지를 묶어 꼼짝 못 하게 결박하고는, 메고 들고 하여 연못가로 실어 가 한가운데로 밀어 넣고는 모두 돌아가 버렸다.

대성이 날아올라 살펴보니, 그 멍청이는 사지를 위로 향한 채 주둥이를 내밀고 반쯤 뜨고 반쯤 가라앉아 입으로는 푸푸거리고 있었으니, 참으로 우스꼽스러워 마치 팔구월에 서리를 맞아 씨가 떨어져 나간 큰 검은 연밥송이 같았다. 대성이 그의 꼴을 보니 밉기도 하고 가엾기도 하여 말했다. “어찌하면 좋으랴? 그도 용화회에 속한 사람이로되, 다만 행장을 나누어 흩어지자 하고는 스승님을 부추겨 머리 띠를 조이는 주문을 외워 나를 괴롭히는 것이 밉구나. 내가 지난날 사오정에게서 들으니 그도 사재를 좀 모아 두었다 하는데,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으니 내가 한번 겁을 주어 보자.” 훌륭한 대성이로다, 그의 귀 가까이 날아가 소리를 흉내 내어 불렀다. “저오능! 저오능!” 팔계가 당황하여 말했다. “재수 없는 날이로다! 내 이 오능이라는 이름은 관세음보살께서 지어 주신 것이요, 당승을 따라온 뒤로는 또 팔계라 불리거늘, 이곳에서 어찌 누가 나를 오능이라 부르는 줄 아는고?” 멍청이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누가 내 법명을 부르느냐?” 행자가 말했다. “나다.” 멍청이가 말했다. “너는 누구냐?” 행자가 말했다. “나는 저승의 사자니라.” 그 멍청이가 당황하여 말했다. “장관이시여, 어디서 오셨소?” 행자가 말했다. “나는 오염왕이 너를 잡아가라 보낸 자니라.” 그 멍청이가 말했다. “장관이시여, 우선 돌아가시어 오염왕께 잘 아뢰시옵소서. 그분은 내 사형 손오공과 매우 친하시니, 나를 하루만 물러 주시고 내일 잡으러 오시라 하옵소서.”

행자가 말했다. “허튼 소리! 염왕이 삼경에 죽으라 정하였거늘 누가 감히 사경까지 사람을 붙들어 두랴! 일찍 나를 따라오너라, 밧줄을 걸어 끌려 다니지 않게 하마!” 멍청이가 말했다. “장관이시여, 어디든 편한 데가 있지 않소이까? 내 이런 꼴을 보시고도 살고 싶겠소이까? 죽기는 반드시 죽을 터이니 다만 하루만 기다려 주시옵소서. 이 요정이 내 스승님들까지 모조리 잡아 오거든 한번 만나 보고서 모두 끝장을 내는 게 좋겠소.” 행자가 속으로 웃으며 말했다. “좋다. 내 이 영장에 서른 명이 적혀 있는데 모두 이 일대에 흩어져 있으니, 내가 그들을 잡아다 너와 함께 데려가려면 하루쯤 지체가 되겠구나. 노잣돈이 있거든 내게 좀 내어 보아라.” 팔계가 말했다. “가련하구나! 출가한 사람에게 무슨 노잣돈이 있겠소?” 행자가 말했다. “노잣돈이 없거든 결박하여 끌고 가마! 나를 따라오너라!” 멍청이가 당황하여 말했다. “장관이시여, 결박하지 마시옵소서. 내가 알기로 장관의 그 밧줄은 목숨을 쫓는 줄이라, 걸리기만 하면 곧 숨이 끊어진다 하옵니다. 있소, 있소, 있소! 있기는 있사오나 많지 않사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어디에 있느냐? 어서 꺼내어라!” 팔계가 말했다. “가련하구나, 가련하여라! 내가 중이 된 이래로 지금까지 어떤 선한 신도 집에서 중들에게 공양을 베풀 적에, 내 먹성이 크다 하고 남들에게 주는 돈보다 조금 더 주었거늘, 내가 그것을 받아 이곳에 모아 두었더니, 자잘한 것이 모여 은 오 돈이 되었소. 간수하기가 어려워 지난번에 성 안으로 가서 은장이 하나에게 부탁하여 한 덩이로 녹여 달라 하였더니, 그놈이 양심이 없어 몇 푼을 떼어 먹는 바람에 은 네 돈 육 푼짜리 한 덩이만 남았소. 그것을 가져가시옵소서.” 행자가 속으로 웃으며 말했다. “이 멍청이는 바지도 입지 못하면서 어디에 감추어 두었단 말이냐? 쯧! 네 은은 어디 있느냐?” 팔계가 말했다. “내 왼쪽 귀구멍에 쑤셔 박아 두었소. 내가 결박당하여 꺼낼 수 없으니 장관이 친히 꺼내 가시옵소서.” 행자가 그 말을 듣고 곧 손을 뻗어 귀구멍 속에서 더듬어 꺼내니, 참으로 안장 모양의 은덩이 하나요, 무게가 넉 돈 대여섯 푼이나 되었다. 그것을 손에 쥐고는 참지 못하고 껄껄 크게 한 번 웃었다. 그 멍청이는 그 소리가 행자의 목소리인 줄 알아채고는 물속에서 마구 욕하며 말했다. “천벌을 받을 필마온 같으니라고! 이토록 고생스러운 판에 와서 재물을 뜯어 가려 하느냐!” 행자가 또 웃으며 말했다. “이 지게미나 먹는 놈 같으니! 늙은 손오공이 스승님을 모시며 얼마나 많은 고난을 겪었는데, 너는 도리어 사재를 모았구나!” 팔계가 말했다. “이 꼴 좀 보아라! 이것이 무슨 사재냐! 모두 이빨에서 긁어 모은 것이니, 내가 입에 넣어 먹기를 아끼고 베 한 필을 사서 옷 한 벌을 해 입으려 남겨 둔 것을 네가 겁을 주어 빼앗았구나. 얼마쯤 나에게 돌려 다오.” 행자가 말했다. “반 푼도 너에게 줄 수 없다!” 팔계가 욕하며 말했다. “목숨값은 너에게 양보하마. 어서 나를 꺼내 주기나 하여라.” 행자가 말했다. “성급히 굴지 마라, 내가 너를 구하마.” 은을 감추고는 곧 본모습으로 돌아와 철봉을 뽑아 멍청이를 곁으로 끌어 모으고, 손으로 발을 잡아 끌어올려 밧줄을 풀었다. 팔계가 벌떡 일어나 옷을 벗어 물기를 짜고는 털어서 축축한 채로 몸에 걸치며 말했다. “형님, 뒷문을 열고 달아납시다.” 행자가 말했다. “뒷문으로 달아난다면 그게 무슨 출세냐? 앞문으로 쳐 올라가자.” 팔계가 말했다. “내 발이 묶여 저려서 달릴 수가 없소.” 행자가 말했다. “어서 나를 따라오너라.”

훌륭한 대성이로다, 철봉을 휘두르는 온갖 재주를 다 펼치며 쳐서 나갔다. 그 멍청이는 저린 것을 참으며 하는 수 없이 그를 따라붙었는데, 둘째 문 아래에 자기 갈고랑이가 기대어 있는 것을 보고 앞으로 나아가 작은 요괴들을 밀쳐 내고 갈고랑이를 움켜쥐어 앞을 향해 마구 찔러 대며, 행자와 함께 서너 겹의 문을 뚫고 나가니, 몇 명의 작은 요괴를 때려 죽였는지 알 수 없었다. 그 노마가 그것을 듣고 이마에게 말했다. “참으로 잘 잡아 왔구나! 잘 잡아 왔어! 손행자가 저팔계를 빼앗아 가며 문에서 작은 요괴들을 때려 다치게 하는구나!” 그 이마가 급히 몸을 날려 창을 손에 쥐고 문 밖으로 쫓아나와 소리치며 꾸짖었다. “망할 원숭이 놈! 이토록 무례하다니! 어찌 감히 우리를 얕보느냐!”

대성이 그것을 듣고 곧 소리에 응하여 멈춰 섰다. 그 괴물은 말을 붙일 새도 없이 창을 써서 곧 찔러 왔다. 행자는 본래 솜씨 있는 자라 서두르지 않고 철봉을 뽑아 얼굴을 향해 맞받았다. 그 둘이 굴 문 밖에서 벌인 이 한바탕의 멋진 싸움은 이러하였다.

누런 어금니 늙은 코끼리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여, 의를 맺어 사자왕과 형제가 되었네. 대마가 와서 중재한 까닭에, 한마음으로 당승을 잡아먹을 꾀를 내었네. 제천대성은 신통이 넓어, 바른 것을 돕고 사악한 것을 없애려 정괴를 멸하네. 팔계는 재주 없어 독수에 걸렸으나, 오공은 구해 내어 문을 나서게 하였네. 요왕이 뒤쫓아와 영맹을 부리니, 창과 봉이 엇갈리며 각기 재능을 드러내네. 저쪽의 창은 숲을 꿰는 구렁이 같고, 이쪽의 봉은 바다에서 나온 용 같구나. 용이 바다 문을 나서니 구름이 자욱하고, 구렁이가 숲을 꿰니 안개가 자욱하네. 따져 보면 모두 당승을 위한 일이거늘, 원한을 품고 서로 버티니 너무도 정이 없구나. 그 팔계는 대성이 요정과 싸우는 것을 보고서도 산비탈 끝에 갈고랑이를 세워 놓고는 와서 돕지 않고,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 요정은 행자의 봉이 무겁고 온몸의 재주에 빈틈이 전혀 없는 것을 보고는 창을 받쳐 놓고 코를 펼쳐 그를 감아 버리려 하였다. 행자는 그의 속셈을 알아차리고 두 손으로 금고봉을 가로로 들어 위로 한번 치켜들자, 요정이 코로 허리와 엉덩이를 감아 버렸으나 손은 감지 못하였다. 보라, 그가 두 손으로 요정의 코끝에서 꽃봉술을 부리며 장난을 치는 것을. 팔계가 그것을 보고 가슴을 치며 말했다.

“어! 저 요괴는 재수가 없구려! 나처럼 둔한 놈을 감을 때에는 손까지 모조리 감아 버려 움직일 수도 없게 하더니, 저렇게 미끄러운 놈을 감을 때에는 도리어 손을 감지 못하는구려. 그가 두 손으로 봉을 쥐고 그저 코 속으로 한번 찔러 넣기만 하면 그 구멍이 아파 콧물이 흐를 터인데, 어찌 그를 감아 둘 수 있겠느냐?” 행자는 본래 그런 뜻이 없었는데 도리어 팔계가 그를 가르쳐 준 셈이었다. 그는 곧 봉을 한번 흔들어 닭알만 하게 줄이고 길이를 한 장 남짓 늘려, 참으로 그의 콧구멍 속으로 한번 찔러 넣었다. 그 요정이 겁을 먹고 휘익 하는 소리와 함께 코를 풀어 놓으려 하자, 행자가 손을 돌려 한 웅큼 움켜쥐고 힘을 주어 앞으로 한번 잡아당겼다. 그 요정은 아픔을 견디려 손을 따라 걸음을 옮겨 따라왔다. 팔계가 그제야 감히 가까이 다가가 갈고랑이를 들어 요정의 사타구니를 향해 마구 찔러 댔다. 행자가 말했다. “안 된다!

안 된다! 저 갈고랑이의 이빨이 날카로워 가죽이 찢겨 피가 흘러나오면, 스승님께서 보시고 또 우리가 살생을 하였다 하실 터이니, 자루를 돌려서 때리도록 하여라.” 참으로 멍청이는 갈고랑이 자루를 들어 한 걸음 걸을 때마다 한 번씩 때렸고, 행자는 코를 끌고 가니 마치 두 코끼리 몰이꾼 같아서, 비탈 아래까지 끌고 내려왔다. 삼장이 눈을 모아 기다리다가 그 둘이 떠들썩하게 오는 것을 보고는 곧 불렀다. “오정아, 저기 오공이 끌고 오는 것이 무엇이냐?” 사오정이 그것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스승님, 큰사형이 요정의 코를 움켜쥐고 끌고 오시니, 참으로 사랑스럽고도 우습사옵니다!”

삼장이 말했다. “착하고 착하도다! 저렇게 큰 요정이라니! 저렇게 긴 코라니! 너는 그에게 물어 보아라. 그가 기꺼이 우리를 이 산 넘어 보내 준다면 그를 살려 주고 그의 목숨을 해치지 말라고 하여라.” 사오정이 급히 앞으로 나아가 마주하며 큰 소리로 외쳤다. “스승님께서 말씀하시옵니다. 저 요괴가 참으로 스승님을 산 넘어 보내 드린다면 그의 목숨을 해치지 말라 하시옵니다.” 그 요괴가 그 말을 듣고 황급히 꿇어앉아 입으로는 우우 하고 대답하였으니, 본래 행자에게 코를 움켜잡혀 눌려 버려 마치 심한 감기에 걸린 사람 같았다. 그가 외쳤다. “당 노야시여, 목숨을 살려 주시겠다면 곧 가마를 메어 보내 드리겠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우리 사부와 제자는 모두 착하고 너그러운 사람이니라. 네 말대로 우선 네 목숨을 살려 주마. 어서 가마를 메어 오너라. 만일 다시 마음을 바꾼다면 잡아서 결코 다시는 살려 주지 않으리라!” 그 요괴는 손에서 벗어나 머리를 조아리고 가 버렸다. 행자가 팔계와 함께 당승을 뵙고 앞의 일을 자세히 아뢰었다. 팔계는 몹시 부끄러워하며 비탈 앞에서 옷을 말리고 있었는데, 기다리는 동안의 일은 이쯤 해 두기로 한다.

그 이마는 벌벌 떨며 굴로 돌아왔는데, 미처 이르기도 전에 이미 작은 요괴가 노마와 삼마에게 이마가 행자에게 코를 움켜잡혀 끌려갔다고 알렸다. 노마는 두려워하며 삼마와 함께 무리를 거느리고 이제야 나오는데, 이마가 홀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모두 맞아 들여 놓고 풀려난 까닭을 물었다. 이마가 삼장의 자비롭고 너그러운 말을 무리에게 한번 이야기하니, 하나하나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감히 입을 열지 못하였다. 이마가 말했다. “형님께서는 당승을 보내 드리시겠소이까?” 노마가 말했다. “아우야,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손행자는 인의를 널리 베푸는 원숭이라, 그가 먼저 내 뱃속에 있었을 적에 내 목숨을 해치려 하였다면 천 명이라도 골려 죽였으리라. 또 네 코를 움켜쥐고 끌고 가서 돌려보내지 않고 그저 코끝을 비틀어 터뜨렸어도 너는 두려웠으리라. 어서 일찍이 그를 보내 드릴 준비를 하여라.” 삼마가 웃으며 말했다. “보내자! 보내자! 보내자!”

노마가 말했다. “아우의 그 말은 도리어 성을 내는 듯하구나. 네가 보내지 않으려 한다면 우리 둘이 보내 드리마.” 삼마가 또 웃으며 말했다. “두 형님께 아뢰옵니다. 저 중이 만일 우리가 보내 드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그저 이대로 속여 넘기는 것이 그의 행운이려니와, 만일 보내 달라 한다면 모르게 내 호랑이를 산에서 떼어 놓는 계책에 꼭 들어맞는 것이오.” 노괴가 말했다. “호랑이를 산에서 떼어 놓는다 함은 무엇이냐?” 삼괴가 말했다. “이제 굴 안의 요괴 무리를 모조리 점고하여, 만 명 중에서 천 명을 뽑고 천 명 중에서 백 명을 뽑고 백 명 중에서 열여섯을 뽑고, 또 서른 명을 뽑으시옵소서.”

노괴가 말했다. “어찌하여 열여섯도 필요하고 서른도 필요하단 말이냐?” 삼괴가 말했다. “서른 명은 음식을 잘 삶고 끓이는 놈으로 뽑아, 그들에게 흰 쌀과 고운 밀가루, 죽순, 찻잎, 향버섯, 느타리, 두부, 밀글루텐을 주어 이십 리나 삼십 리마다 움막을 치고 차와 밥을 장만하여 당승을 대접하게 하시옵소서.” 노괴가 말했다. “또 열여섯은 어디에 쓰려느냐?” 삼괴가 말했다. “여덟은 가마를 메고 여덟은 길을 외치며 앞서 가게 하시옵소서. 저희 형제가 좌우에서 모시며 한 구간을 보내 드리겠나이다. 여기서 서쪽으로 사백여 리만 가면 곧 저의 성지이니, 그곳에는 저의 응원할 군마가 있사옵니다. 성 가에 이르거든 이러이러하게 하여 저 사부와 제자가 머리와 꼬리를 서로 돌보지 못하게 하시옵소서. 당승을 잡는 일은 오로지 이 열여섯 놈이 이루어 내는 데 달렸나이다.” 노괴가 그 말을 듣고 기뻐하기를 그치지 않으니, 참으로 취했다가 막 깨어난 듯, 꿈에서 막 깨어난 듯하여 말했다. “좋다! 좋다! 좋다!” 곧 여러 요괴를 점고하여 먼저 서른을 뽑아 물건을 주고, 또 열여섯을 뽑아 향등나무 가마 한 채를 메게 하고 함께 문을 나서며, 여러 요괴에게 분부하였다. “모두 산 위로 한가롭게 돌아다니지 말라! 손행자는 마음이 많은 원숭이라, 너희가 오가는 것을 보면 반드시 의심을 품고 이 계책을 알아차리리라.”

노괴가 드디어 무리를 거느리고 큰길 가에 이르러 크게 외쳤다. “당 노야시여, 오늘은 붉은 모래를 범하는 날이 아니오니 노야께서는 일찍 산을 넘으시옵소서.” 삼장이 그 말을 듣고 말했다. “오공아, 누가 나를 부르느냐?” 행자가 가리키며 말했다. “저쪽이 늙은 손오공이 항복받은 요괴들이니, 가마를 메어 스승님을 보내 드리러 온 것이옵니다.” 삼장이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모으며 말했다. “착하고 착하도다! 어진 제자가 이처럼 능하지 못하였다면 내가 어찌 갈 수 있으랴?” 곧장 앞으로 나아가 여러 요괴에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 “여러분의 사랑을 많이 입었노라. 내 제자가 경을 얻어 동쪽으로 돌아가면 장안에서 선한 과보를 널리 전하리라.” 여러 요괴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노야시여, 가마에 오르시옵소서.” 그 삼장은 육안의 범태라 계책인 줄 알지 못하였고, 손대성은 또 태을금선이요 충정한 성품이라, 오직 잡고 놓아 준 공으로 요괴를 항복받았다 생각하였으니, 어찌 그들이 모두 다른 음모를 품었으리라 기대하였으랴? 자세히 살펴보지도 않고 스승님의 뜻을 그대로 좇아, 곧 팔계에게 명하여 행낭을 말에 싣게 하고 사오정과 함께 바싹 뒤따르게 하였으며, 자신은 철봉을 휘둘러 앞에서 길을 열며 길흉을 살폈다. 여덟이 가마를 들고 여덟이 번갈아 소리를 외쳤다. 세 요괴가 가마 채를 부축하였고, 스승님은 기쁘고 즐거운 낯으로 가마 위에 단정히 앉아 높은 산에 올라 큰길을 따라 걸어갔다.

이번 길에, 어찌 기쁨 사이에 근심이 또 이를 줄 알았으랴. 경에 이르기를 태극이면 다시 불운이 생긴다 하였거늘, 시운이 참된 태세를 만나고 또 상문과 조객성마저 값쳤구나. 그 무리의 요마들은 한마음으로 뜻을 모아 좌우에서 모시며 아침저녁으로 은근히 정성을 다하였다. 삼십 리를 걸어 공양을 올리고 오십 리에서 또 공양을 올리고, 저물기 전에 쉬기를 청하니 가는 길이 가지런하고 정결하였다. 하루 세 끼니에 마음이 흡족하였고, 좋은 밤 하룻밤에 좋은 곳에서 몸을 편안히 하였다. 서쪽으로 사백여 리를 더 들어가니 홀연 성지가 가까워졌다. 대성이 철봉을 들어 가마에서 한 리쯤 떨어진 곳에 있다가 성지를 보고는 놀라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하였다. 그가 이토록 대담하거늘 어찌 이런 놀람을 당하였느냐 하면, 본래 저 성 안에 사악한 기운이 자욱한 것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니, 이러하였다. 빽빽이 모여든 요마와 괴물이요, 네 문이 모두 이리 정령이로다. 얼룩무늬 호랑이가 도감이 되고, 흰낯의 수컷 표범이 총병이 되었네. 가지 뿔 사슴이 문인을 전하고, 영리한 여우가 길을 나서서 다니네. 천 척의 큰 구렁이가 성을 두르고 돌며, 만 장의 긴 뱀이 길을 차지하였네. 누각 아래 푸른 이리가 영을 외치고, 대 앞의 얼룩 표범이 사람 소리를 내네. 깃발 흔들고 북 치는 자 모두 요괴요, 경을 돌고 자리 지키는 자 온통 산정이로다. 꾀 많은 토끼가 문을 열어 장사를 부리고, 멧돼지가 짐을 메어 생업을 하네. 예전에는 본래 천조의 나라였거늘, 이제는 도리어 호랑과 이리의 성이 되었구나. 그 대성이 바야흐로 두려워하고 있는데, 귀 뒤에서 바람 소리가 들리매 급히 고개를 돌려 보니, 삼마가 두 손으로 그림 봉이 달린 방천극을 들어 대성의 머리를 향해 내려치고 있었다. 대성이 급히 몸을 뒤집어 일어나 금고봉을 휘둘러 얼굴을 향해 맞받았다. 그 둘은 각기 노여움을 품고 성이 머리끝까지 나서 말도 붙이지 않았으며, 이를 악물고 서로 겨루려 하였다. 또 저 노마두가 소리를 전해 호령하며 강철 칼을 들어 팔계를 내리쳤다. 팔계는 놀라서 말을 버리고 갈고랑이를 휘둘러 앞으로 나가 마구 찔러 댔다. 그 이마는 긴 창을 휘감아 사오정을 향해 찔러 왔고, 사오정은 요괴를 누르는 지팡이를 써서 자세를 벌려 막아 냈다. 세 마두와 세 중이 하나가 하나를 맞아 저 산머리에서 죽음을 내걸고 사투를 벌였다. 그 열여섯의 작은 요괴는 명령을 좇아 저마다 힘을 다하였다. 백마와 행낭을 빼앗고 삼장을 한꺼번에 에워싸고는 가마를 메어 성 가로 곧장 가서 큰 소리로 외쳤다. “대왕 할아버지께서 계책을 정하시어 이미 당승을 잡아 왔나이다!” 그 성 위의 크고 작은 요정들이 하나하나 달려 내려와 성문을 크게 열고 각 영에 깃발을 말고 북을 그치라 분부하며, 함성이나 징 소리를 내지 말라 하였다. “대왕께서 본래 앞서 명하시기를, 당승을 놀라게 하지 말라 하였노라. 당승은 겁을 주면 견디지 못하고, 놀라면 살이 시어 먹을 수 없게 된다 하였노라.” 여러 정괴가 모두 하늘이 기쁘고 땅이 기쁜 듯 삼장을 맞이하며, 허리를 굽히고 몸을 낮추어 주인 스승을 맞아들였다. 당승을 가마째 금란전으로 메어 올려 가운데 앉히고는, 한편으로는 차를 올리고 밥을 올리며 좌우로 빙 둘러섰다. 그 장로는 혼몽하고 침침하여 눈을 들어도 아는 이가 없었다.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