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설하고 당장로가 곤궁에 빠진 이야기는 이쯤 접어 두고, 저 세 마두가 마음을 한데 모으고 기력을 다하여 대성 형제 세 사람과 성 동쪽 반 산 안에서 있는 힘을 다해 맞서 다투는 이야기를 하겠다. 이 한바탕은 참으로 쇠 빗자루로 구리 솥을 문지르는 격이라, 집집이 다 억세고 단단하였다. 그 싸움이 어떠하였는지 보라, 이러하였다.
여섯 가지 몸집에 여섯 가지 병기요, 여섯 가지 형해에 여섯 가지 정이로다. 여섯 가지 악과 여섯 가지 감관이 여섯 가지 욕망을 인연 삼고, 여섯 문과 여섯 갈래 길에서 승부를 겨루는구나. 서른여섯 궁궐에 봄이 절로 머물고, 육육의 형태와 빛깔이 이름이 난 것도 한스럽도다. 이쪽의 금고봉은 온갖 재주를 부리고, 저쪽의 방천극은 백 가지로 우뚝 솟았도다. 팔계의 쇠스랑은 흉포하면서 더욱 매섭고, 이괴의 긴 창은 준수하면서 또한 능하구나. 작은 사승의 보장 또한 범상치 않아 단단히 때려 죽일 마음을 품었도다.
노마두의 강철 칼은 빠르고 예리하여 손을 들면 정이 없구나. 이 세 사람은 참된 승려를 호위하는 무적의 장수요, 저 세 놈은 법을 어지럽히고 임금을 속이는 막된 들요괴로다. 처음에는 참을 만하더니 뒤로 갈수록 더욱 흉포해졌다. 여섯이 모두 승공법을 부리니 구름 속에서 저마다 뒤척이는구나. 한순간에 안개를 토하고 구름을 뿜어 천지가 어두워지고, 으르렁거리며 포효하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로다.
그들 여섯이 오래도록 싸우고 나니 차츰 날이 저물었다. 또 바람과 안개가 자욱이 끼더니 삽시간에 캄캄해졌다. 알고 보니 팔계는 귀가 커서 눈꺼풀을 덮고 있어 더욱 아득하고 몽롱하였고, 손발이 느려 막아 내지도 못하다가 쇠스랑을 질질 끌며 싸움터에서 패하여 달아났다. 그러자 노마가 칼을 들어 내리쳐 거의 목숨을 잃을 뻔하였으나, 다행히 머리를 피한 탓에 칼날에 갈기 몇 올만 잘려 나갔고, 뒤쫓아 온 노마가 입을 크게 벌려 목덜미를 물어 성 안으로 끌고 들어가서는 작은 요괴들에게 던져 주며 금란전에 묶어 두라 하였다. 노요괴는 다시 구름을 타고 반 공중으로 솟아올라 힘을 보탰다. 사화상은 일이 잘못되어 감을 보고 보장을 허공에 휘두르며 몸을 돌이켜 곧장 달아났으나, 이괴가 코를 펼치며 요란한 소리 한 번에 팔째로 휘감아 붙잡아 성 안으로 끌고 가서, 역시 작은 요괴들에게 전각 아래 묶어 두라 분부한 뒤 또다시 허공으로 솟아올라 행자를 잡아 오라 호령하였다. 행자는 두 아우가 사로잡힌 것을 보고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는 버티기 어렵다고 여겼으니, 참으로 고수라도 두 주먹을 당하지 못하고 두 주먹이 네 손을 당하지 못하는 법이었다. 그가 소리 한 번 지르며 몽둥이로 세 요마의 병기를 쳐 내고는 근두운을 타고 구름 위로 달아났다. 삼괴는 행자가 근두운을 타는 것을 보자 곧 몸을 부르르 떨고 본모습을 드러내며 두 날개를 펼쳐 대성을 뒤쫓았다. 그대는 그가 어찌하여 뒤쫓을 수 있었다 하겠느냐? 옛적에 행자가 천궁을 소란시키던 때 십만 천병도 그를 붙잡아 두지 못한 까닭은 그가 근두운을 탈 줄 알아 한 번에 십만 팔천 리를 가 버리므로 모든 신장들이 뒤쫓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요정은 날개를 한 번 치면 구만 리요, 두 번 치면 앞질러 버리니, 그래서 그의 손에 와락 붙잡혀 두 손 안에 들려 좌우로 아무리 버둥거려도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달아날 생각을 하여도 벗어날 길이 없었고, 변화법과 둔법을 쓴다 한들 오가는 길조차 또한 어려웠다. 조금 크게 변하면 그놈이 잡은 손을 늦추었고, 조금 작게 변하면 그놈이 도로 움켜쥐었다. 그리하여 도로 사로잡혀 성 안으로 곧장 돌아왔고, 놈이 손을 놓자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으며, 요괴 무리에게 팔계와 사승을 묶어 둔 곳과 같이 묶어 두라 분부하였다. 그 노마와 이마가 함께 내려와 맞이하니 세 마두는 함께 보전으로 올라갔다. 아, 이번 일은 행자를 묶어 둔 것이 아니라, 분명히 그와 작별을 고하는 전송이었도다.
이때는 이경 무렵이라 요괴들이 일제히 서로 인사를 마치고 당승을 전각 아래로 밀어 내렸다. 그 장로는 등불 앞에서 홀연 세 제자가 모두 땅바닥에 묶여 있는 것을 보고 행자 곁에 엎드려 울며 말했다. “제자들아! 평소에 환난을 만나면 너희는 바깥에서 신통을 부려 어딘가에서 구원을 구하여 요마를 항복시키더니, 이번에는 너희마저 사로잡혔으니 내 가난한 중이 어찌 목숨을 건지겠느냐!” 팔계와 사승도 사부님이 이토록 고통스러워하시는 소리를 듣고는 역시 일제히 목을 놓아 통곡하였다. 행자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사부님께서는 마음을 놓으시고 아우들도 울지 말아라. 저놈들이 어찌 하든 결단코 상함이 없을 것이니, 저 노마가 조용해지거든 우리가 길을 떠나면 되느니라.”
팔계가 말했다. “형님, 또 엉터리 소리를 하시는구려! 삼줄로 묶여 있는데 헐렁한 데다 물까지 뿜어 대니, 형님처럼 여윈 사람은 모를까 이렇게 살진 몸은 재앙을 만난 셈이오! 믿지 못하겠거든 두 팔을 보시오, 살 속으로 이미 두 치나 파고들었소. 어떻게 빠져나간단 말이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삼줄로 묶었다는 것만 말할 것 없거니와, 사발만 한 굵은 종려 밧줄이라도 그저 가을바람이 귀를 스치는 것뿐이니 어찌 대단하리오!” 사부와 제자들이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문득 노마가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셋째 아우는 힘도 있고 지략도 있어 과연 묘한 계책을 이루어 당승을 잡아 왔구려!” 하고는 명령하였다.
“어린 놈들아, 다섯은 물을 긷고 일곱은 솥을 씻고 열은 불을 때고 스무는 무쇠 찜통을 내오너라. 저 중 넷을 푹 쪄서 우리 형제들이 맛보고, 한 조각씩 어린 놈들에게 나누어 주어 저희마다 장생하게 하리라.” 팔계가 그 소리를 듣고는 바들바들 떨며 말했다. “형님, 들어 보시오. 저 요괴가 우리를 쪄 먹을 궁리를 하고 있소!” 행자가 말했다. “겁낼 것 없다. 내가 저놈이 풋내기 요괴인지 노련한 요괴인지 살펴보마.” 사화상이 울며 말했다. “형님! 부디 마음 느슨해지는 말씀은 마시오. 지금은 이미 염라대왕과 이웃이 되었소. 무슨 풋내기니 노련한이니 하는 소리가 다 필요하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번에는 이괴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저팔계는 찌기에 좋지 않구나.” 팔계가 기뻐하며 말했다. “아미타불! 어느 인덕 쌓은 분이 내가 찌기에 좋지 않다고 하였소?” 삼괴가 말했다. “찌기에 좋지 않거든 껍질을 벗겨 쪄라.” 팔계가 놀라 소리를 높여 외쳤다. “껍질은 벗기지 마시오! 거칠기는 거칠어도 국물이 끓으면 곧 무르니라!” 노괴가 말했다. “찌기 어려운 놈은 맨 아래 칸에 두어라.”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팔계야 겁낼 것 없다. 풋내기요, 노련한이가 아니로다.” 사승이 말했다. “어찌 아시오?” 행자가 말했다. “무릇 음식을 찔 때에는 다 위쪽에서부터 익는 법이니라.
찌기 어려운 것은 맨 윗칸에 두고 불을 더 때어 김을 두루 돌리면 곧 되는 것이니라. 만일 아래에 두면 김이 한번 막혀 버려 반년을 불을 댄다 한들 김이 위로 올라가지 못하느니라. 저놈이 팔계는 찌기 어렵다 하여 아래에 두었으니, 풋내기가 아니면 무엇이겠느냐!” 팔계가 말했다. “형님, 하시는 말씀대로라면 산 사람을 산 채로 죽이게 생겼소! 저놈들이 김만 올라오지 않으면 찜통을 들어 내어 나를 뒤집어 엎고 다시 불을 때어 양쪽이 다 익고 가운데만 설익게 만들려 한다면 어쩌란 말이오?” 바로 그때 작은 요괴가 달려와 아뢰었다.
“국물이 끓었나이다.” 노괴가 명령을 내려 들라 하였다. 요괴들이 일제히 손을 대어 팔계를 맨 아래 칸에 들이고 사승을 두째 칸에 들였다. 행자는 이제 자기를 들려 오리라 짐작하고는 몸을 빼며 말했다. “이 등불 앞이야말로 손을 쓰기 좋구나!” 그는 털 하나를 뽑아 입으로 선기후 하고 “변하여라!” 하고 외치니, 곧 행자 하나로 변하여 삼줄에 묶여 있고, 진신은 혼을 빠져나가게 하여 반공중으로 뛰어올라 고개를 숙이고 내려다보았다. 요괴 무리가야 진짜인지 가짜인지 어찌 알았으랴, 사람만 보면 번쩍 들어 올려 그 “가짜 행자”를 맨 위 세째 칸에 올려놓고, 그제야 당승을 잡아 엎어 묶어 네째 칸에 올렸다. 마른 장작을 걸쳐 놓니 맹렬한 불길과 김이 치솟았다. 대성이 구름 속에서 탄식하며 말했다. “내 팔계와 사승은 두 차례 끓어오르는 것쯤은 견디리라마는, 내 사부님은 한 번만 끓어올라도 곧 무르고 만다. 이번에 법술로 구해 내지 않으면 삽시간에 목숨을 잃고 말리라!” 훌륭한 행자로다, 허공에서 주먹을 쥐고 주문 한 마디를 외었으니, 곧 “옴람정법계, 건원형리정” 하는 주문이었다. 그 주문으로 북해 용왕을 불러내어 곧바로 달려오게 하였다. 바라보니 저 구름 속 한 떼 검은 구름이 응답하며 큰 소리로 외쳤다. “북해의 작은 용 오순이 머리를 조아리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일어나라! 일어나라! 일 없이는 감히 번거롭게 할 수 없거니와, 오늘 당사부와 함께 이곳에 왔다가 독마에게 붙잡혀 무쇠 찜통에 올라가 찌게 되었노라. 그대는 가서 나를 좀 지켜 주어라, 찌어서 상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용왕이 곧 몸을 한 줄기 찬 바람으로 변하게 하여 솥 밑으로 불어 들어가 빙빙 돌며 두루 지키니, 불기운이 솥을 때는 일이 더는 없었다. 그 세 사람이라야 비로소 목숨을 잃지 않았다.
삼경이 다 되어 갈 무렵, 노마가 방침을 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수하 놈들아, 우리가 계책을 쓰느라 몸이 고생하여 당승 사부와 제자를 잡았거니와, 서로 배웅하느라 수고까지 하여 사흘 낮과 사흘 밤을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이제 이미 찜통 안에 묶어 두었으니 빠져나가기는 어렵다고 여겨지니, 너희는 마음을 다해 지키고 작은 요괴 열에게 번갈아 불을 때게 하여라. 우리는 궁으로 물러나 잠시 편히 자고자 하노라. 오경에 날이 밝아 오면 반드시 푹 무를 터이니, 다진 마늘과 소금과 식초를 마련해 두었다가 우리를 깨워 비어 있는 속으로 맛보게 하여라.” 요괴들이 저마다 명을 받들고 세 마두는 각기 침궁으로 돌아가 버렸다. 행자는 구름 속에서 이러한 분부를 똑똑히 듣고는 구름을 낮추어 보았으나 찜통 속 사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불기운이 위로 치솟으니 필시 뜨거울 터인데, 저들이 어찌 겁내지 않고 아무런 말도 없단 말인가? 흥, 설마 쪄서 죽었단 말인가? 내 앞으로 가서 다시 들어 보리라.” 훌륭한 대성이로다, 구름을 밟고 몸을 흔들어 변하니 검은 파리 한 마리가 되어 무쇠 찜통 겉에 붙어 엿들었다. 팔계가 안에서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재수 없어, 재수 없어! 답답하게 찌는 것인지, 김을 빼며 찌는 것인지 모르겠구나.” 사승이 말했다. “둘째 형님, 답답하게 찌는 것과 김을 빼며 찌는 것이란 무엇이오?” 팔계가 말했다. “답답하게 찌는 것은 찜통 뚜껑을 덮는 것이고, 김을 빼며 찌는 것은 덮지 않는 것이오.” 삼장이 맨 위층에서 목소리를 맞추어 말했다. “제자야, 덮지 않았다.” 팔계가 말했다. “천운이다! 오늘 밤에는 아직 죽지 않겠구나! 이것이야말로 김을 빼며 찌는 것이로다!” 행자는 세 사람이 모두 말하는 것을 듣고 아직 목숨이 상하지 않았음을 알자 곧 날아가 찜통 뚜껑을 살짝 덮어 버렸다. 삼장이 놀라며 말했다. “제자야! 덮었구나!” 팔계가 말했다. “망했다! 이것은 답답하게 찌는 것이니 오늘 밤에는 필시 죽었구나!” 사승과 장로는 흐느끼며 울었다. 팔계가 말했다.
“우선 울지 말아라. 이제 불을 때는 놈들이 교대를 하였구나.” 사승이 말했다. “어찌 그것을 아시오?”
팔계가 말했다. “아까 올려질 때만 해더 정말 내 마음에 들었지. 나에게 한습한 기운의 병이 조금 있어 그 훈훈한 기운이 필요하였단 말이오. 그런데 이번에는 도리어 찬 기운이 올라오는구나. 어이! 불 때는 장관님, 땔감을 좀 더 넣으면 어떠하오? 당신 것을 달라는 것도 아닌데!” 행자가 그 말을 듣고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속으로 말했다. “이 미련한 놈! 추운 것은 참을 만하거니와 만일 뜨거우면 곧 목숨을 상하리라. 두어 번만 더 지껄이면 반드시 바람이 새어 나가니 어서 빨리 구해 주어야겠다. 잠깐, 구하려면 반드시 본모습을 드러내야 하거니와, 드러내면 불을 때는 저 열 놈이 보고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노괴를 놀라게 할 터이니, 그렇지 않으면 또 일이 번거로워지지 않겠느냐? 내 먼저 저놈들에게 수단 하나를 보내리라.” 홀연히 생각이 났다. “내가 옛날에 대성으로 있을 적에 북천문에서 호국천왕과 씨름이며 술래잡기를 하며 놀다가 그놈에게서 졸음벌레를 따 온 적이 있는데, 아직 몇 마리 남아 있으니 그것을 보내 주리라.” 곧 허리춤 주머니 속을 더듬어 보니 열두 마리가 남아 있었다. “열 마리를 보내고 두 마리는 씨로 남겨 두리라.” 곧 벌레들을 던져 보내니 열 작은 요괴의 얼굴에 흩어져 콧구멍으로 파고들어 차츰 졸음이 오게 하여 모두 잠이 들어 쓰러졌다. 오직 쇠스랑 난로를 든 놈 하나만이 잠이 들지 않아 머리를 비비고 얼굴을 문지르며 코를 이리저리 비틀어 대고는 연신 재채기를 하였다. 행자가 말했다. “이놈이 수상함을 눈치챘구나. 이번에는 등불 심지를 훔치는 법을 하나 더 써 주리라.” 또 벌레 한 마리를 그놈의 얼굴에 던졌다. “벌레 두 마리가 왼쪽으로 들어가 오른쪽으로 나오고 오른쪽으로 나가 왼쪽으로 들어가니, 필시 그중 하나는 자리를 잡으리라.” 그 작은 요괴는 큰 하품을 두세 번 하고 허리를 한번 쭉 펴더니 불 갈고리를 내던지고는 역시 퍽 하고 쓰러져 잠이 들어 다시는 몸을 뒤척이지 않았다.
행자가 말했다. “이 수단은 참으로 묘하고도 영험하구나!” 곧 본모습을 드러내고 앞으로 다가서서 “사부님!” 하고 불렀다. 당승이 그 소리를 듣고 말했다. “오공아, 나를 구해라!” 사승이 말했다. “형님, 밖에서 부르시오?” 행자가 말했다. “내가 밖에 있다면 도리어 너희와 함께 안에서 죄를 받고 있겠느냐?” 팔계가 말했다. “형님, 눈치 빠른 사람은 빠져나갔고 우리는 모두 남아 대신 뒤집어쓰고 여기서 답답한 김을 맞고 있소!”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 멍청아, 떠들지 마라. 내가 너를 구하러 왔노라.” 팔계가 말했다. “형님, 구하려거든 뿌리째 구하시오. 도로 찜통에 올라가는 일은 없게 해 주시오.” 행자는 곧 찜통 뚜껑을 열어젖히고 사부님을 풀어 드리고, 가짜로 변했던 털을 한번 털어 몸에 거두어들인 뒤, 또 한 층씩 사승을 풀고 팔계를 풀었다. 그 멍청이는 풀리기가 무섭게 당장이라도 달아나려 하였다. 행자가 말했다. “서두르지 마라! 서두르지 마라!” 그러고는 다시 주문 한 마디를 외어 용신을 돌려보내고 나서야 팔계에게 말했다. “우리가 이대로 서천으로 가자면 아직 높은 산과 험한 고개가 남아 있고, 사부님께서는 발의 힘이 없으시니 걸어가기 어려우니, 내가 말을 가져오마. 그대는 보아라, 그는 살금살금 걸어 금란전 아래로 가서 크고 작은 요괴 무리가 모두 깊이 잠들어 있는 것을 보고는 고삐를 풀되 조금도 놀라게 하지 않았다.
그 말은 본래 용마라, 낯선 사람이면 두 발을 날려 차며 몇 번 울어 대련마는, 행자는 일찍이 말을 기른 적이 있고 필마온의 벼슬을 받은 적도 있으며 더구나 한패니깐 뛰지도 않고 울지도 않았다. 조용히 끌어다가 뱃대끈을 단단히 조이고 안장과 고삐를 가지런히 갖추어 사부님께 말에 오르시기를 청하였다. 장로가 바들바들 떨며 말에 올라 곧 떠나려 하자 행자가 말했다. “역시 서두르지 마라. 우리가 서쪽으로 가려면 아직 나라가 남아 있으니 반드시 관문이 있어야 갈 수 있거늘, 그렇지 않으면 무슨 증표로 가리오? 내가 가서 행리를 찾아오마.” 당승이 말했다. “내 기억으로 문에 들어올 때 요괴들이 행리를 금전 왼편 아래 두었고 짐 보따리도 그쪽에 있었단다.” 행자가 말했다. “알겠노라.”
곧 몸을 돌려 보전으로 뛰어올라 찾는데, 홀연히 빛이 어른거리는 것이 보였다. 행자는 그것이 행리인 줄을 알았거니와, 어찌하여 곧 알았겠느냐? 당승의 금란가사에 야명주가 달려 있어 그 때문에 빛을 내는 것이었다. 급히 앞으로 가서 보니 짐 보따리가 봉한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으므로 황급히 들어 내려 사승에게 메게 해 주었다. 팔계는 말을 끌고 그는 길을 인도하여 곧바로 정양문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북과 방울 소리가 어지럽게 울리고 문에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으며 자물쇠 위에는 봉함 종이가 붙어 있었다. 행자가 말했다. “이토록 지키고 있으니 어찌 빠져나갈 수 있겠느냐?” 팔계가 말했다. “뒷문으로 가자꾸나.” 행자가 길을 인도하여 곧장 후문으로 달려가니 말했다. “후재문 밖에도 역시 북과 방울 소리가 들리고 문에도 또한 봉한 자물쇠가 있으니, 이 어찌하면 좋으랴? 이번 일이 당승이 범인의 몸이기 때문이지, 우리 세 사람이라면 무슨 수로든 구름을 타고 바람을 부려 가 버릴 터이다. 다만 당승은 아직 삼계 밖을 벗어나지 못하고 오행 가운데 머물러 있어 온몸이 부모에게서 받은 탁한 뼈이므로, 타고 오를 수도 없고 달아나기도 어려우니라.” 팔계가 말했다. “형님, 의논할 것 없소. 북과 방울 소리 없이 지키지 않는 곳으로 가서 사부님을 받쳐 담 넘어 가게 합시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그것은 좋지 않다. 지금은 하는 수 없이 그를 받쳐 넘기더라도, 경을 얻어 돌아오는 길에 너 이 멍청이가 입이 가벼워 온 동네에 우리가 담을 넘는 중들이라고 떠들고 다니지 않겠느냐.” 팔계가 말했다. “지금은 행실 따위를 돌볼 겨를이 없소. 우선 목숨이나 건지고 봅시다.” 행자도 어찌할 수 없어 하는 수 없이 그를 따라 깨끗한 담장 쪽으로 가서 넘어갈 궁리를 하였다.
아! 이런 일이 다 있단 말인가! 이것 역시 삼장의 재성이 아직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로다. 저 세 마두는 궁중에서 한창 자다가 홀연히 놀라 깨어났다. 당승이 달아났다고 하자 하나하나 옷을 걸치며 급히 일어나 황망히 보전으로 올라와 물었다. “당승은 몇 번이나 쪄졌느냐?” 불을 때던 작은 요괴들은 이미 졸음벌레가 들어가 모두 잠이 들어 버려 때린다 한들 하나도 깨우지 못할 지경이었다. 그 밖에 직책이 없던 놈들 가운데 몇이 놀라 깨어나서는 덜렁덜렁 대답하였다. “일곱, 일곱, 일곱 번 끓었나이다!” 급히 솥 곁으로 달려가 보니 찜통 칸들이 어지럽게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져 있고 불을 때던 놈들은 여전히 모두 자고 있었다. 놀란 나머지 다시 달려와 아뢰었다.
“대왕마마, 달아났나이다! 달아났나이다! 달아났나이다!” 세 마두가 모두 전각에서 내려와 솥 앞으로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니, 과연 찜통 칸들이 어지럽게 땅에 나뒹굴고 국물 솥은 식어 빠졌으며 불씨는 하나도 없는데 불을 때던 놈들은 진흙처럼 곯아떨어져 있었다. 놀란 요괴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모두 외쳤다. “어서 당승을 잡아라! 어서 당승을 잡아라!” 이 함성이 한바탕 일어나자 앞뒤 좌우의 크고 작은 요정들이 모두 놀라 일어났다. 칼과 창이 빽빽이 에워싸 정양문 아래에 이르렀으나 봉한 것은 그대로이고 북과 방울 소리는 끊이지 않으므로, 밖에서 야경을 도는 자들에게 “당승이 어디로 달아났느냐?” 하고 물으니 모두들 “사람이 나간 일은 없나이다.” 하고 대답하였다. 급히 후재문으로 달려가 보니 봉함과 북과 방울이 앞문과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 다시 우왕좌왕하며 등롱과 횃불을 밝혀 하늘이 붉게 타오르는 것이 대낮과 같았는데, 그 불빛에 네 사람이 담을 넘어가는 모습이 환히 비쳐 보였다. 노마가 가까이 달려들며 호령하였다. “어딜 가느냐!” 그 장로는 놀라 다리에 힘이 풀리고 근이 늘어져 담에서 굴러 떨어졌고 노마에게 붙잡혔다. 이마는 사승을 붙잡고 삼마는 팔계를 거꾸러뜨려 잡았으며 요괴들은 행리와 백마를 빼앗았으되 오직 행자만은 달아났다. 그 팔계는 입 속으로 웅얼웅얼 중얼거리며 행자를 원망하여 말했다. “이놈의 천벌받을 놈! 구하려면 뿌리째 구한다더니 이제는 도로 찜통에 올라 쪄지게 되었구나!” 요마들은 당승을 사로잡아 전각 위로 끌고 갔으나 이번에는 찌지 않았다. 이괴는 팔계를 전각 앞 처마 기둥에 묶어 두라 분부하고, 삼괴는 사승을 전각 뒤 처마 기둥에 묶어 두라 분부하였으며, 오직 노마만이 당승을 껴안고 놓으려 하지 않았다. 삼괴가 말했다. “큰형님, 그를 껴안고 계시니 어찌 하시렵니까? 설마 산 채로 잡수실 셈은 아니겠지마는 그런들 무슨 재미가 있겠나이까? 이 물건은 저 어리석은 범부들과 같지 않아서 잡아다가 밥으로 삼을 수 있나이까. 이는 상방의 희귀한 물건이옵니다. 반드시 날이 흐리고 한가한 때를 기다려 그를 꺼내어 정결하고 정성스럽게 마련하고, 씨름이며 술령을 두루 벌이며 가늘고 고운 음악을 울리는 가운데 드셔야 옳나이다.”
노마가 웃으며 말했다. “아우의 말이 옳기는 하나, 손행자가 또 훔치러 올 것이로다.”
삼마가 말했다. “이 황궁 안에는 금향정자라는 정자가 하나 있고, 정자 안에 쇠궤 하나가 있나이다. 제 뜻대로 한다면 당승을 궤 속에 숨기고 정자를 닫아 둔 채, 도리어 소문을 퍼뜨려 당승은 이미 우리가 덜 익은 채로 잡수셨다 하리라. 작은 요괴들에게 성 안 가득 떠들게 하면 저 행자가 필시 소식을 엿들으려 올 터이요, 이 말을 들으면 그는 반드시 단념하고 돌아갈 것이니, 사오 일쯤 와서 어지럽히지 않으면 그때 꺼내어 천천히 맛보면 어떠하겠나이까?” 노괴와 이괴가 모두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옳소, 옳소, 옳소! 아우의 말이 이치에 맞소!” 가련하게도 당승은 그날 밤으로 끌려들어가 궤 속에 감추어졌고 정자는 닫혔으며, 소문이 퍼져 나가 성 안이 온통 떠들썩하였으나 이 이야기는 접어 둔다.
각설하고 행자는 한밤중에 당승을 돌볼 겨를도 없이 구름을 타고 달아나 사타동으로 곧장 가서, 가는 길로 몽둥이를 휘둘러 그 수만의 작은 요괴를 모조리 쓸어 버렸다. 급히 되돌아오니 동쪽 하늘에 해가 떠오른 때라 성 가에 이르렀으나 감히 싸움을 걸지 못하였으니, 참으로 홑실로는 실을 꼬지 못하고 외손으로는 소리가 나지 않는 법이었다. 그는 구름에서 내려와 몸을 흔들어 변하니 작은 요괴 하나가 되어 성문 안으로 슬쩍 들어가 큰길이고 골목이고 가리지 않고 소식을 캐어 물었다. 성 안 사람들이 모두 말하기를,
“당승은 대왕마마께서 덜 익은 채로 그 어젯밤에 잡수셨다오.” 앞에서도 뒤에서도 모두 이런 말뿐이었다. 행자는 몹시 애가 탔다. 금란전 앞으로 가서 살펴보니 그 안에 많은 정령이 있어 모두 가죽에 금을 입힌 모자를 쓰고 누런 베로 만든 직신옷을 입고 붉은 칠을 한 몽둥이를 들고 상아 패를 허리에 차고, 이리 오고 저리 가며 끊임없이 어지럽게 오갔다. 행자가 속으로 생각했다. “필시 궁을 드나드는 요괴들이로구나. 내 이 모습으로 변하여 들어가 소식을 알아보리라.” 훌륭한 대성이로다, 과연 조금도 다름없이 변하여 금문에 섞여 들어갔다. 가다 보니 팔계가 전각 앞 기둥에 묶여 신음하고 있었다. 행자가 가까이 가서 “오능아.” 하고 불렀다. 그 멍청이가 소리를 알아듣고 말했다. “사형, 오셨소? 나를 좀 구해 주시오!” 행자가 말했다.
“내가 너를 구하마. 그런데 너는 사부님이 어디 계신지 아느냐?” 팔계가 말했다. “사부님은 돌아가셨소. 어젯밤에 요괴에게 덜 익은 채로 잡수셨단 말이오.” 행자는 그 말을 듣고 홀연 넋을 잃고 샘물처럼 눈물을 쏟았다. 팔계가 말했다. “형님, 울지 마시오. 나 역시 작은 요괴들이 떠드는 소리를 들었을 뿐이니 직접 본 것은 아니오. 헛되이 그르치지 마시고 다시 가서 알아보시오.” 이에 행자는 겨우 눈물을 거두고 또 안쪽을 향해 찾아갔다. 홀연 사승이 뒤 처마 기둥에 묶여 있는 것을 보고 곧 가까이 다가가 그의 가슴을 더듬으며 “오정아.” 하고 불렀다. 사승도 소리를 알아듣고 말했다.
“사형, 변신하여 들어오셨소? 나를 구해 주시오! 구해 주시오!” 행자가 말했다. “너를 구하기는 쉽다마는, 너는 사부님이 어디 계신지 아느냐?” 사승이 눈물을 떨구며 말했다. “형님! 사부님은 요괴들이 찌기를 기다리지 못하여 덜 익은 채로 잡수셨소!” 대성이 두 사람의 말이 서로 같은 것을 듣고는 마음이 칼로 저미는 듯하고 눈물이 물처럼 흘러내렸다. 급히 몸을 솟구쳐 허공으로 뛰어올라 팔계와 사승은 구하지도 않은 채 성 동쪽 산 위로 돌아와 구름을 내리고는 목을 놓아 통곡하며 불렀다. “사부님! 원통하옵니다. 제가 하늘을 속이고 그물에 걸렸을 적에, 사부님께서 오시어 저를 구해 주시어 깊은 병에서 벗어나게 하셨사옵니다.
마음을 잠그고 뜻을 돈독히 하여 함께 불도를 참구하고, 힘써 몸을 닦으며 요마를 함께 단련하였사옵니다. 어찌 오늘 아침 이런 재앙을 만나리라 생각하였사옵니까. 사부님을 모시고 사바세계에 오르지 못하게 되었나이다. 서방의 뛰어난 경계에 인연이 없어 이르지 못하고, 기운이 흩어지고 혼이 사라지니 어찌하리이까!” 행자는 처량하고도 참담한 나머지 스스로 생각하고 또 생각하여 마음으로 마음에 물으며 말했다. “이 모든 것이 우리 부처님 여래가 저 극락의 경계에 앉아 일없이 한가하시니 괜히 그 삼장의 경전을 만들어 낸 탓이로다! 만일 참으로 권선할 마음이 있으시다면 마땅히 동토로 보내어 주심이 옳거늘, 그것이야말로 만고에 전해질 일이 아니겠느냐? 다만 보내기는 아까우니 우리더러 오라 하였거늘, 어찌 천산을 헤아리는 고생 끝에 오늘 이곳에 이르러 목숨을 잃을 줄을 알았으랴! 그만두자! 그만두자! 그만두자! 내 근두운을 타고 여래를 뵈러 가서 앞의 일을 갖추어 아뢰리라. 만일 경을 내어 동토까지 보내 주겠다 하시면 하나는 선한 과보를 널리 펴는 것이요, 둘째는 우리들의 원을 푸는 것이로되, 만일 내어 주지 않으시거든 송고아주를 외어 이 고리 벗겨 내어 도로 갖다 바치고, 나는 내 동굴로 돌아가 왕을 자처하며 즐겁게 놀다가 말리라.”
훌륭한 대성이로다, 급히 몸을 뒤집어 근두운을 타고 곧장 천축을 향하여 갔다. 한 시진도 되지 않아 어느덧 영산이 가까이 보였다. 잠시 뒤 구름을 내려 취봉 아래까지 이르러 홀연 고개를 드니 사대금강이 길을 막으며 말했다. “어딜 가느냐?” 행자가 예를 갖추며 말했다. “일이 있어 여래를 뵙고자 하옵니다.”
머리에 또 곤륜산 금하령 불괴존왕 영주금강이 호령하였다. “이 건방진 원숭이놈이 몹시 거칠고 오만하구나! 지난번에 우마왕을 크게 곤경에 빠뜨릴 적에 우리가 너를 위하여 힘을 다하였거늘, 오늘 얼굴을 마주하고도 예를 갖추지 않다니! 용건이 있거든 우선 아뢰고 부름을 받은 뒤에 갈지어다. 이곳은 남천문과는 달라서 네가 마음대로 들락날락하며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게 두지 않느니라. 쯧! 비키지 못하느냐!” 그 대성은 바로 근심이 쌓여 있던 판에 또 이런 면박을 당하니 분하기가 우레처럼 으르렁거려 참지 못하고 크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니, 일찍이 여래를 놀라게 하였다. 여래불조는 마침 구품보련대 위에 단정히 앉아 열여덟 윤세아라한과 함께 경을 강론하고 있다가 곧 입을 열어 말했다. “손오공이 왔느니라. 너희는 나가 맞이하여라.” 여러 아라한이 불지를 받들고 두 갈래로 당번과 보개를 벌려 세우며 곧 산문으로 나가 응답하여 말했다. “손대성이시여, 여래께서 친히 부르신다 하시나이다.” 그 산문 어귀의 사대금강이 그제야 길을 비켜 행자가 앞으로 나아가게 하였다. 여러 아라한이 보련대 아래로 인도하니 행자는 여래를 보고 몸을 던져 절을 올리며 두 줄기 눈물로 슬피 울었다.
여래가 말했다. “오공아, 무슨 일로 그리 슬피 우느냐?”
행자가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었다. “제자는 여러 차례나 가르침의 은혜를 입사옵고 불야야의 문하에 몸을 의탁하온 뒤, 스스로 정과에 돌아와 당승을 보호하며 스승으로 받들어 섬겼사오나 그 길 위의 고생은 이루 다 말씀드릴 수 없사옵니다! 이번에 사타산과 사타동과 사타성에 이르니 사자왕과 코끼리왕과 대붕이라는 세 독마가 있어 우리 사부님을 잡아 가고 제자까지 한꺼번에 재앙에 걸려들어 모두 찜통 속에 묶인 채 끓는 물과 불의 재앙을 받았사옵니다. 다행히 제자가 몸을 빠져나와 용왕을 불러 구하여 면하였사옵니다. 그 밤에 사부님 일행을 훔쳐 내어 빠져나왔으나 뜻밖에도 재성이 벗어나지 않아 도로 붙잡혀 돌아왔사옵니다. 날이 밝기에 이르러 성에 들어가 알아보니, 원통하게도 저 요마가 몹시 독랄하고 온갖 용맹을 부려 사부님을 바로 그 어젯밤에 덜 익은 채로 잡수셨으므로 이제는 뼈와 살조차 남아 있지 않사옵니다. 게다가 사제 오능과 오정이 저쪽에 묶여 있으니 멀지 않아 저희 목숨도 모두 기울고 말 것이옵니다. 제자는 어찌할 방도가 없어 특별히 이곳에 와 여래께 참배하옵니다. 바라옵건대 크신 자비를 베푸시어 송고주를 외우시고 제 머리 위 이 고리를 벗겨 여래께 도로 갖다 바치게 하시며, 이 제자를 화과산으로 돌려보내 주시어 한가로이 놀며 지내게 하여 주시옵소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눈물이 샘물처럼 솟구치고 슬피 우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여래가 웃으며 말했다.
“오공아, 너무 번민하지 말라. 저 요정은 신통이 광대하여 네가 그를 이기지 못하니 그래서 네 마음이 그리 아프니라.” 행자가 아래에 꿇어앉아 가슴을 치며 말했다. “여래께 거짓을 아뢰지 않사옵니다. 제자가 옛날에 천궁을 소란시키고 대성을 자처하며 사람 구실을 한 이래로 일찍이 손해를 본 적이 없사온데, 이번에야말로 이 독마의 손에 걸려들고 말았나이다!” 여래가 그 말을 듣고 말했다. “너는 우선 원망을 거두어라. 저 요정을 나는 알고 있느니라.” 행자가 홀연 소리를 버럭 내며 말했다.
“여래시여! 제가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으니 저 요정이 여래와 친척이 되신다 하옵니다.” 여래가 말했다. “이 간사한 원숭이 같으니! 무슨 요정이 나와 친척이 되느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여래와 친척이 되지 않으신다면 어찌하여 아십니까?” 여래가 말했다. “내가 혜안으로 살피므로 그런즉 아느니라. 저 노괴와 이괴에게는 주인이 있느니라.” 여래가 아난과 가섭을 불러오게 하여 분부하였다. “너희 둘은 갈라서서 구름을 타고 오대산과 아미산으로 가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불러 오게 하라.” 두 존자가 곧 성지를 받들고 떠났다. 여래가 말했다. “이들이야말로 노마와 이괴의 주인이니라.
그러나 저 삼괴는 이야기하자면 역시 나와 조금 인척이 되는 처지니라.” 행자가 말했다. “친척이라 하시니 부계 쪽이옵니까, 모계 쪽이옵니까?” 여래가 말했다. “저 혼돈이 갈라지던 때를 말하자면, 하늘은 자시에 열리고 땅은 축시에 열리고 사람은 인시에 생겨났느니라. 천지가 다시 교합하니 만물이 모조리 생겨났고, 만물에 짐승과 날짐승이 있어 짐승은 기린을 우두머리로 삼고 날짐승은 봉황을 우두머리로 삼느니라. 그 봉황이 또한 교합의 기운을 얻어 공작과 대붕을 낳았느니라. 공작이 세상에 나올 적에는몹시 흉악하여 사람을 잡아먹되, 사십오 리 밖에 있는 사람도 한 입에 빨아들이느니라.
내가 설산 꼭대기에서 장륙금신을 이루어 수양할 적에 일찍이 그놈에게 빨려 뱃속으로 들어간 일이 있느니라. 내가 그의 뒤쪽 문으로 나오려 하였으나 진신을 더럽힐까 염려되었으므로 그의 등을 갈라 내고 영산으로 올라왔느니라. 그의 목숨을 해치려 하자 여러 부처가 말리며 권하기를, 공작을 다치게 하는 것은 내 어미를 다치게 하는 것과 같다고 하였으므로, 그를 영산회상에 머물게 하고 불모공작대명왕보살로 봉하였느니라. 대붕은 그와 한 어미에게서 태어났으므로 그런 까닭에 인척이 되는 처지가 있느니라.” 행자가 그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 “여래시여, 그와 같이 따져 본다면 여래께서는 도리어 요정의 생질이 되시는 셈이옵니다.” 여래가 말했다. “저 괴물은 반드시 내가 가야 비로소 거둘 수 있느니라.” 행자가 머리를 조아리며 여래께 아뢰었다. “부디 옥같은 발걸음을 한 번 내려 주시옵소서!”
여래가 곧 연대에서 내려와 여러 부처 무리와 함께 산문 밖으로 나오니, 아난과 가섭이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인도하여 뵙고 있었다. 두 보살이 부처님께 예를 올리자 여래가 말했다. “보살의 짐승이 산에서 내려간 지 얼마나 되었느냐?” 문수가 말했다. “이레가 되었나이다.” 여래가 말했다. “산속에서 이레라는 것은 세상에서는 몇천 년이 되느니라.
그동안 어느 곳에서 얼마나 많은 생령을 해쳤는지 알 수 없으니, 어서 나를 따라 그놈을 거두러 가거라.” 두 보살이 좌우에서 따르며 무리와 함께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바라보니 이러하였도다. 하늘 가득 아득한 상서로운 구름이 갈라지고, 우리 부처님께서 자비로이 법문으로 내려오시네. 하늘이 열려 만물을 낳은 이치를 밝히 보이시고, 땅이 열려 화신으로 드러난 글을 자세히 말씀하시네. 앞에는 오백의 아라한이요, 뒤에는 삼천의 게제신이로다. 가섭과 아난이 좌우를 따르고, 보현보살과 문수보살이 요마의 기운을 쓸어 버리네. 대성이 이런 인정을 얻어 부처님과 여러 신을 모셔 오니, 오래지 않아 어느덧 성이 보였다. 행자가 아뢰었다. “여래시여, 저 검은 기운을 뿜고 있는 곳이 바로 사타국이옵니다.” 여래가 말했다. “네가 먼저 내려가 그 성 안에서 요정과 싸우되, 지는 것은 허락하나 이기는 것은 허락하지 않노라. 져서 올라오면 내가 몸소 거두리라.” 대성이 곧 구름을 내려 성 위에 이르러 여장 밟고 서서 욕을 하였다. “이 몹쓸 짐승들아! 어서 나와 이 늙은 손과 싸워 보아라!” 놀란 성루 위의 작은 요괴가 급히 성 안으로 뛰어 내려가 아뢰었다. “대왕마마, 손행자가 성 위에서 싸움을 청하고 있나이다.” 노요괴가 말했다. “이 원숭이놈이 두 사흘 동안 오지 않더니 오늘 아침에 도로 싸움을 청하니, 혹 원군을 데려온 것은 아니냐?” 삼괴가 말했다. “그까짓 놈이 무서우냐! 우리 모두 가서 보자꾸나.” 세 마두가 저마다 병기를 들고 성 위로 올라와 행자를 보자 말도 없이 병기를 들어 일제히 마구 찔러 대니, 행자는 쇠몽둥이를 휘둘러 손을 뻗어 맞받았다. 일곱여덟 합을 싸우고 나자 행자는 거짓으로 진 체하며 달아났다. 그 요왕이 큰 소리로 진동하며 외쳤다. “어딜 가느냐!” 대성이 근두운을 한 번 솟구쳐 반공중으로 뛰어오르니 세 요정이 곧 구름을 타고 뒤쫓았다. 행자는 몸을 한 번 피하여 불야야의 금빛 그림자 속에 숨으니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바라보니 저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삼존불상과 오백 아라한과 삼천 게제신이 좌우로 흩어져 서서 그 세 요왕을 에워싸니 물 한 방울 새어 나갈 틈도 없었다. 노마가 손발이 허둥거리며 외쳤다. “아우야, 큰일 났다! 저 원숭이는 참으로 땅속의 귀신이로구나! 어디서 주인을 모셔 왔단 말이냐!”
삼마가 말했다. “큰형님, 겁낼 것 없나이다. 우리가 일제히 달려들어 창과 칼로 여래를 찔러 넘어뜨리고 저 뇌음보찰을 빼앗자꾸나!” 이 마두는 분별도 없이 참으로 칼을 들어 앞으로 나서며 마구 내리찍었으나, 도리어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진언을 외우며 호령하였다. “이 못된 짐승이 어찌하여 귀의하지 않고 무슨 일을 기다리느냐!” 노괴와 이괴는 놀라 감히 버티지 못하고 병기를 내던진 채 한바탕 뒹굴며 본모습을 드러내었다. 두 보살이 연화대를 그 요괴의 등 위로 내던지고 몸을 날려 걸터앉으니 두 요괴는 귀를 늘어뜨리고 귀의하였다.
두 보살이 청사와 백상을 거둔 뒤에도 오직 세째 요마만이 복종하지 않고 날개를 펼쳐 방천극을 내던진 채 바람을 타고 곧장 솟아올라, 날카로운 발톱을 휘둘러 원숭이 왕을 낚아채려 하였다. 알고 보니 대성이 빛 속에 숨어 있으니 그가 어찌 감히 가까이하겠느냐? 여래는 그 속셈을 알아차리고 곧 금빛을 번쩍이며 까치집처럼 머리에 얹힌 머리털을 바람에 한 번 흔들어 선홍빛 핏덩이 한 조각으로 변하게 하였다. 요정이 날카로운 발톱을 휘둘러 그것을 낚아채자, 불야야께서 손을 위로 가리키니 그 요괴의 날개 힘줄이 땡겨 버렸다. 날아가지 못하고 다만 부처님 정수리 위에 머물며 멀리 달아나지 못한 채 본모습을 드러내니, 그것은 곧 큰 붕새인 금시조였다. 그놈이 곧 입을 열어 부처님께 응답하며 외쳤다. “여래시여, 어찌하여 큰 법력으로 나를 가두시나이까?” 여래가 말했다. “네가 이곳에서 많은 업장을 지었으니 나를 따라가거라. 그러면 공덕을 쌓는 이익이 있으리라.” 요정이 말했다. “여래의 처소에서는 채식만 하시며 지극히 가난하고 괴로우시되, 내 이곳에서는 사람의 고기를 먹으며 누리는 것이 끝이 없나이다. 그대가 나를 굶겨 죽인다면 그대에게 죄업이 있을 것이외다.” 여래가 말했다. “내가 사대부주를 다스리니 무수한 중생이 우러러보느니라. 무릇 선한 일을 할 때에는 내가 그들에게 먼저 네 입에 제사 지내라 하리라.” 그 대붕이 벗어나려 하여도 벗어날 수 없고 가려 하여도 어찌 가랴? 이리하여 어찌할 수 없이 귀의할 따름이었다. 행자가 그제야 빛 속에서 걸어 나와 여래께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불야야, 이제 요정을 거두시고 큰 화를 없애 주셨사오나, 다만 내 사부님이 없어졌사옵니다.” 대붕이 이를 악물며 원망하여 말했다. “이 건방진 원숭이 녀석! 이다지 사나운 사람을 데려다가 나를 가두다니! 네 그 늙은 중을 누가 언제 잡아먹었느냐? 지금 저 금향정자 철궤 속에 있지 않으냐?” 행자가 그 말을 듣고 황급히 머리를 조아려 불조께 사례하였다. 불조는 대붕을 함부로 놓아 두지 못하여 다만 그를 광염 위에서 호법으로 삼게 한 뒤 무리를 이끌고 구름을 타고 보찰로 곧장 돌아갔다.
행자는 구름을 내려 성 안으로 곧장 들어갔다. 그 성 안에는 작은 요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으니, 참으로 뱀은 머리가 없으면 움직이지 못하고 새는 날개가 없으면 날지 못하는 법이었다. 불조가 요왕을 거두자 저희끼리 목숨을 건져 흩어져 도망친 것이었다. 행자는 그제야 팔계와 사승을 구출하고 행리와 말도 찾아내어 두 사람에게 말했다. “사부님은 잡수시지 않았으니 모두 나를 따라오너라.” 그는 두 사람을 이끌고 안뜰로 곧장 들어가 금향정자를 찾아내어 문을 열고 보니 안에 철궤 하나가 있고 삼장이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승이 요괴 항복 막대로 철물쇠를 쳐 부수고 궤뚜껑을 열어젖히며 “사부님!” 하고 불렀다. 삼장이 그들을 보고 목을 놓아 통곡하며 말했다. “제자들아! 어찌하여 요마를 항복받고 어찌하여 이곳에 이르러 나를 찾아내었느냐?” 행자가 윗일을 머리에서 꼬리까지 하나하나 자세히 아뢰니 삼장은 감사를 다하지 못하였다. 사부와 제자들은 그 궁전에서 쌀과 양식을 조금 찾아내어 차와 밥을 장만하여 한 끼 배불리 먹고, 짐을 꾸려 성을 나서 큰길을 찾아 서쪽을 향하여 떠났다. 바로 이러하였도다.
참된 경전은 반드시 참된 사람이 취하나니, 뜻만 떠들고 마음만 수고로우면 언제나 헛되니라.
필경 이 길로 가서 언제나 여래를 친히 뵙게 될는지 알 수 없거니와,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