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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8 제78회 비구련자견음신(比丘憐子遣陰神) · 금전식마담도덕(金殿識魔談道德)

한 생각이 비로소 움직이매 온갖 마귀가 일어나니, 닦고 지키는 일이 가장 괴로워 그놈들을 어찌하리오. 다만 씻고 닦아 티끌과 때를 없애야 하고, 또한 거두어 매어 갈고 닦는 공이 있어야 하느니라. 만 가지 인연을 쓸어 물리쳐 고요한 적멸로 돌아가고, 천 가지 괴이를 씻어 내되 세월을 헛되이 흘려보내지 말지어다. 반드시 그 새장의 올가미를 벗어나게 하리니, 공행이 차면 날아올라 대라천에 이르리라.

각설하고 손대성이 온갖 꾀를 다 기울여 여래를 청하여 여러 괴물을 거두게 하고 당삼장 사도의 재난에서 벗어나, 사타성을 떠나 서쪽으로 향하였다. 또 몇 달을 지나 어느덧 겨울이라, 고개의 매화는 옥을 깨뜨릴 듯하고 못물은 점차 얼음이 되어 갔다. 붉은 잎은 모두 떨어지고 푸른 소나무는 빛이 새로웠으며, 엷은 구름은 날아 눈이 내릴 듯하고 마른 풀은 산에 엎드려 평평하였다. 눈에 가득 찬 기운이 아득하고 음산한 냉기가 뼛속까지 시렸다. 사도들이 추위를 뚫고 찬 기운을 무릅쓰며 비를 맞으며 자고 바람을 먹으며 가던 길에 또 한 성을 보았다. 당승이 물었다.

“오공아, 저쪽은 또 어떤 곳이더냐?” 손행자가 말했다. “가까이 가면 저절로 알게 되리다. 만일 서쪽 임금이 있는 곳이라면 관문을 바꾸어야 하고, 부나 주나 현이라면 곧장 지나가면 그만이다.” 사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어느새 성문 밖에 이르렀다. 당승이 말에서 내려 네 사람이 월성 안으로 들어가니, 볕이 드는 담장 아래에서 한 늙은 군사가 바람을 등지고 잠들어 있었다. 손행자가 앞으로 다가가 그를 한 번 흔들며 불렀다. “장관.” 그 늙은 군사가 홀연 놀라 깨어나며, 몽롱하게 눈을 떠 손행자를 보고는 황급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외쳤다. “할아버지!” 손행자가 말했다. “허튼소리 말고 놀라 괴이한 짓을 하지 마라. 나는 무슨 악신도 아닌데 네가 어찌 나를 할아버지라 부르느냐!” 늙은 군사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당신은 뇌공 할아버지시옵니다!” 손행자가 말했다. “허튼소리! 나는 동토에서 서천으로 경을 가지러 가는 승려다. 막 이곳에 이르러 지명을 알지 못하여 네게 한마디 물었을 뿐이다.” 그 늙은 군사가 말을 듣고서야 마음을 가다듬고, 하품을 하고 일어나 허리를 펴며 말했다. “장로님, 장로님, 소인의 죄를 용서하옵소서. 이곳은 본래 비구국이라 불렸는데 이제는 소자성으로 고쳤나이다.” 손행자가 말했다. “나라에 임금이 있느냐?” 늙은 군사가 말했다. “있나이다! 있나이다! 있나이다!” 손행자가 몸을 돌려 당승에게 아뢰었다. “스승님, 이곳은 본래 비구국인데 이제 소자성으로 고쳤다 하옵니다. 그러나 이름을 고친 까닭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하겠나이다.” 당승이 의심스러워하며 말했다. “이미 비구라 하였거늘 어찌 또 소자라 하는가?” 저팔계가 말했다. “비구국 왕이 붕어하고 새로 왕위에 오른 이가 어린아이라서 소자성이라 부르는 것이 아니겠나이까?” 당승이 말했다.

“이런 이치가 있사오리이까! 이런 이치가 있사오리이까! 먼저 들어가서 거리에서 다시 물어보는 것이 좋사오리다.” 사오정이 말했다. “옳은 말씀이옵니다. 저 늙은 군사는 알지 못하는 데다 큰형님에게 겁을 집어먹어 허튼소리를 한 것이옵니다. 성에 들어가 물어보는 것이 마땅하옵니다.”

또 세 겹의 문을 들어서 큰 저잣거리에 이르러 보니, 의관이 또한 단정하고 인물들은 맑고 수려하였다. 바라보니 이러하였다. 술집과 노래청은 말소리가 떠들썩하고, 채색한 가게와 찻집에는 발을 높이 걸었구나. 만 호와 천 문에 장사가 잘되고, 여섯 거리와 세 저자에 재물의 근원이 넓도다. 금을 사고 비단을 파는 이가 개미 같고, 이익을 다투고 이름을 겨룸은 다만 돈 때문이로다. 예모가 엄숙하고 풍경이 성하여, 강이 맑고 바다가 잔잔한 태평한 해로다. 사도 네 사람이 말을 끌고 짐을 메고 저잣거리를 한참 걸었으나 번영한 기세를 다 보지 못하였는데, 다만 집집마다 문 앞에 아롱이 하나씩 놓여 있었다. 당승이 말했다. “제자들아, 이곳 사람들은 모두 아롱을 문 앞에 두었구나. 어째서이더냐?” 저팔계가 듣고 좌우를 살펴보니 과연 아롱이었고 오색 비단으로 가리개를 쳐 두었다. 그 멍청한 녀석이 웃으며 말했다. “스승님, 오늘은 혼인을 맺고 벗을 모으는 좋은 길일이라 모두 예를 올리는 것이옵니다.” 손행자가 말했다. “허튼소리!

어찌 집집마다 예를 행하겠느냐! 그 속에 틀림없이 까닭이 있을 터이니, 내가 앞으로 가서 좀 보고 오리다.” 당승이 붙잡으며 말했다. “너는 가지 마라. 네 얼굴이 추하고 괴이하여 사람들이 너를 괴이하게 여길까 두렵다.” 손행자가 말했다. “내가 무슨 모습으로든 변하여 갔다 오겠나이다.” 훌륭한 대성이로다. 결을 쥐고 주문을 외며 몸을 흔들어 한 번 변하니 꿀벌 한 마리가 되어, 날개를 펴고 가까이 날아가 휘장 속으로 파고들어 보니, 그 안에 앉아 있는 것은 어린아이였다.

또 둘째 집 아롱 속을 가 보아도 역시 어린아이였다. 여덟아홉 집을 이어 보니 모두 어린아이였고, 그것도 모두 남자아이요 여자아이는 하나도 없었다. 어떤 아이는 아롱 속에 앉아 장난하고, 어떤 아이는 안에 앉어 울며, 어떤 아이는 과일을 먹고, 어떤 아이는 자거나 앉아 있었다. 손행자가 두루 보고 본모습으로 돌아와 당승에게 아뢰었다.

“그 아롱 속에는 어린아이들이 들어 있사온데, 큰 아이는 일곱 살이 차지 않고 작은 아이는 겨우 다섯 살이옵니다. 무슨 까닭인지 알 수 없나이다.” 당승이 듣고는 의심과 생각이 가닿지 않았다. 문득 거리를 꺾어 돌자 관청 하나가 보였는데 금정관역이었다. 장로가 기뻐하며 말했다. “제자들아, 우리가 이 역 안으로 들어가자. 하나는 이곳 사정을 묻기 위해서요, 둘은 말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서요, 셋은 날이 저물어 묵기 위해서다.” 사오정이 말했다. “옳사옵니다, 옳사옵니다. 어서 들어가시옵소서.” 네 사람이 기꺼이 들어가니, 관아의 사람들이 과연 역승에게 알리고 문으로 맞아들여 각각 인사를 나누었다. 자리를 정하여 앉자 역승이 물었다. “장로님은 어느 곳에서 오시옵니까?” 당승이 말했다. “빈승은 동토 대당에서 서천으로 경을 가지러 가라는 분부를 받은 자이옵니다. 이제 귀한 고을에 이르렀으니 관문을 마땅히 조사받아야 하옵기에, 잠시 높은 관아를 빌려 하룻밤 쉬고자 하옵니다.” 역승이 곧 차를 내오라 명하고, 차가 끝나자 곧 지응을 마련하고 당직자에게 관대를 차리라 명하였다. 당승이 감사를 표하고 또 물었다. “오늘 입조하여 옥안을 뵙고 관문을 조사받을 수 있겠소이까?” 역승이 말했다. “오늘 밤은 어렵사옵니다. 내일 조회를 기다려야 하옵니다. 오늘 밤은 우선 이 천한 관아에서 편히 하룻밤 묵으시옵소서.”

잠시 뒤 마련이 끝나자 역승이 네 사람을 청해 함께 재공을 들게 하고, 수하에게 객방을 치워 쉬게 하라 일렀다. 당승이 끝없이 감사하였다. 자리에 앉자 장로가 말했다. “빈승에게 밝지 못한 일이 있어 가르침을 청하옵니다. 번거로우시겠으나 일러 주시옵소서. 귀한 고을에서 아이를 기르는 데 어찌하여 대접하는지 알지 못하겠나이다.” 역승이 말했다. “하늘에 해가 둘이 없고 사람에게 이치가 둘일 수 없나이다. 아이를 기르는 것은 부친의 정기와 모친의 혈로 열 달을 태 속에 품었다가 때를 기다려 낳고, 낳아서는 삼 년을 젖을 먹여 점차 체격을 이루나이다. 어찌 그 이치를 알지 못할 리가 있사오리이까!”
“존귀한 분의 말씀은 폐방과 다름이 없사옵니다. 그러나 빈승이 성에 들어올 적에 거리의 인가마다 아롱을 차려 두고 그 속에 어린아이를 감추어 둔 것을 보았나이다. 이 일이 밝지 못하옵기에 감히 여쭈어 보옵니다.” 역승이 귀를 가까이 대고 낮게 말했다.

“장로님은 그것을 상관하지도 마옵시고, 묻지도 마옵시고, 입에 올리지도 마옵소서. 부디 편히 쉬시고 내일 아침 길을 떠나시옵소서.” 장로가 그 말을 듣고 단번에 역승의 소매를 붙잡고는, 반드시 분명히 알고야 말겠노라고 우겼다. 역승이 머리를 저으며 손을 흔들고 다만 외쳤다.

“조심하옵소서!” 당승은 더욱 놓지 않고 죽기를 작정한 듯 자세한 내막을 묻겠노라고 우겼다. 역승이 어쩔 수 없어 관아의 사람들을 모조리 물리치고 홀로 등불 아래에서 낮은 소리로 말했다. “아까 물으신 아롱의 일은 지금 임금님의 무도한 일이옵니다. 장로님이 어찌 그것을 굳이 물으시려 하시옵니까!” 당승이 말했다. “무엇이 무도하다는 것이옵니까? 반드시 분명히 가르쳐 주셔야 저도 마음을 놓을 수 있겠나이다.” 역승이 말했다. “이 나라는 본래 비구국이옵니다만 근자에 민요가 퍼져 소자성으로 고쳐 불리옵니다. 삼 년 전 어떤 노인이 도사의 차림을 하고 어린 여자아이 하나를 데려왔는데 나이가 갓 열여섯 살이옵니다. 그 여아의 모습이 아리땁고 준수하여 얼굴이 관음과 같았사옵기에 지금 임금님께 진공하였더니, 폐하께서 그 미모를 사랑하시어 궁중에서 총애하며 미후라 불렀나이다. 요즈음에는 삼궁의 낭낭과 육원의 비빈들을 곁눈질도 하지 않으시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즐거움만 탐하시어, 정신은 수척하고 몸은 바싹 여위어 음식을 조금 드시니 목숨이 경각에 달렸나이다. 태의원이 온갖 좋은 처방을 다 살펴보았으나 고치지 못하였나이다. 그 여아를 바친 도사는 우리 임금님의 고봉을 받아 국장이라 불리옵니다. 국장에게 해외의 비방이 있어 수명을 늘리는 데 매우 능하다 하옵니다. 앞서 십주와 삼도에 가서 약을 캐어 왔으니 모두 갖추어졌나이다. 다만 약의 재료가 사납사옵니다. 천백십일 명의 어린아이의 심장만 달여 그 탕에 약을 타 먹으면, 복용한 뒤에 천 년을 늙지 않는 공이 있다 하옵니다. 이 아롱 속의 어린아이들은 모두 골라 뽑아 길러 둔 것이옵니다. 아이의 부모들도 왕법이 두려워 감히 울지도 못하옵고, 드디어 소문이 퍼져 이곳을 어린아이의 성이라 부르게 되었나이다. 이것이 무도가 아니고 무엇이겠사옵니까? 장로님은 내일 아침 조정에 가시거든 관문만 바꾸시고 이 일은 입에 올리지 마옵소서.” 말을 마치고 몸을 빼어 물러났다. 장로는 뼈가 풀리고 힘줄이 저려 뺨 위로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참지 못하고, 문득 소리를 놓아 외쳤다. “어리석은 임금이여, 어리석은 임금이여! 너는 즐거움을 탐하고 미색을 사랑하다가 병을 얻어 놓고서, 어찌하여 이 많은 어린아이의 목숨을 억울하게 해치려 하느냐! 괴롭도다! 괴롭도다! 나를 죽이려 하는구나!”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으니, 시는 이러하였다.

사악한 임금은 바름과 참됨을 잃고, 즐거움만 탐하여 깨닫지 못한 채 몸을 상하게 하였도다. 오래 사는 것을 구하려다 어린 목숨을 해치고, 하늘의 재앙을 풀겠다며 작은 백성을 죽이는구나. 승려는 자비를 일으켜 차마 끊지 못하고, 관리의 말은 사나워 차마 들을 수 없도다. 등불 앞에서 눈물을 뿌리며 탄식하니, 참선하여 부처를 향하던 이가 괴로움에 쓰러지는구나.

저팔계가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스승님, 어찌된 일이시옵니까? 남의 관을 굳이 우리 집에 메어다 놓고 우시니 말이옵니다! 걱정하지 마옵소서! 속담에 이르기를, 임금이 신하에게 죽으라 하면 신하가 죽지 않으면 불충이요, 부친이 자식에게 죽으라 하면 자식이 죽지 않으면 불효라 하였나이다. 그가 해치는 것은 그의 백성이옵니다. 스승님과 무슨 상관이 있사옵니까! 어서 옷을 벗고 주무시옵소서. 옛사람 걱정을 대신하지 마옵소서.” 당승이 눈물을 떨구며 말했다. “제자야, 너는 자비심이 없는 사람이로구나! 나는 출가한 사람이니 공을 쌓고 행을 닦되, 첫째로 방편을 베풀어야 하느니라.

어찌 이 어리석은 임금이 한결같이 제멋대로 행하는고! 예로부터 사람의 심장을 먹고 수명을 늘린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노라. 이 모두가 무도한 일이거늘, 나더러 어찌 슬프지 않으라 하느냐!” 사오정이 말했다. “스승님, 우선 슬퍼하지 마옵시고 내일 아침 관문을 바꿀 때 왕을 직접 대면하여 말씀해 보옵시다. 만일 따르지 않거든 그 국장이 어떤 인물인지 보시옵소서. 혹 그 국장이 요정으로서 사람의 심장을 먹으려고 이런 법을 꾸며 낸 것인지도 모를 일이옵니다.” 손행자가 말했다. “오정의 말이 옳사옵니다. 스승님, 우선 주무시옵소서. 내일 저 늙은 손이 스승님과 함께 입조하여 국장을 살펴보겠나이다. 만일 사람이라면 그가 방문으로 빠져 바른 도리를 알지 못하고 약초 캐는 것만 참된 줄 아는 것이 두려우니, 저 늙은 손이 선천의 요지를 들어 그를 바른길로 돌아오게 하겠나이다. 만일 요사한 놈이라면 내가 그를 붙잡아 이 나라 왕에게 보여 주어, 욕심을 줄이고 몸을 기르게 하고 결코 그 어린아이들의 목숨을 해치지 못하게 하겠나이다.” 당승이 그 말을 듣고 황급히 몸을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 “제자야, 이 논의가 매우 훌륭하구나! 매우 훌륭하구나! 다만 어리석은 임금을 만나거든 곧 이 일을 물어서는 안 되리라. 그 어리석은 임금이 가까운 자와 먼 자를 가리지 않고 우리를 소문을 퍼뜨린 죄로 몰아세울까 두렵구나. 그러면 어찌 처리한단 말이냐?” 손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저 늙은 손에게는 법력이 있사오니, 먼저 아롱 속의 어린아이들을 이 성에서 끌어내어 내일 그들에게서 심장을 취할 거리가 없게 하겠나이다. 지방 관원이 저절로 표를 올릴 터이니, 그 어리석은 임금이 반드시 뜻을 내려 국장과 의논하거나 따로 뽑아 올리라 할 것이옵니다.

그때에 그 일을 빌려 아뢰면 결코 죄가 우리에게 미치지 않을 것이옵니다.” 당승이 매우 기뻐하며 또 말했다. “그러면 이제 어찌해야 어린아이들이 성을 벗어나겠느냐? 만일 참으로 벗어나게 할 수 있다면, 이는 참된 어진 제자의 하늘 같은 큰 덕이로다! 어서 그리 하여라. 조금이라도 더디면 미치지 못할까 두렵구나.” 손행자가 신위를 떨치며 곧 일어나 저팔계와 사오정에게 분부했다.

“스승님과 함께 앉아 내가 재주를 부리는 것을 보아라. 음풍이 불어 움직이는 것이 보이면 그것이 어린아이들이 성을 나가는 것이다.” 그 세 사람이 일제히 염불했다. “나무 생명을 구하시는 약사불이시여! 나무 생명을 구하시는 약사불이시여!”

이 대성이 문 밖으로 나가 휘파람을 길게 한 번 불고 반공중으로 솟아올라, 손가락으로 결을 쥐고 진언을 외우며 “옴 정법계” 하고 크게 부르니, 성황과 토지와 사령과 진관, 그리고 오방의 갈제와 사치공조와 육정육갑과 호교가람 등의 무리가 모두 공중에 이르러 그에게 예를 올리며 아뢰었다. “대성이시여, 한밤중에 저희를 부르시니 무슨 급한 일이 있사옵니까?” 손행자가 말했다. “지금 비구국을 지나는 길인데 그 나라 왕이 무도하여 요사한 놈의 말을 듣고, 어린아이의 심장을 약의 재료로 삼아 장생하려 하옵니다. 우리 스승님이 매우 차마 두지 못하시어 그 생명을 구하고 요괴를 없애려 하시니, 이에 늙은 손이 특별히 여러분을 청하였나이다. 각기 신통을 부려 이 성안 여러 거리의 인가에 있는 아롱 속 어린아이들을 아롱째 성 밖의 산골이나 수풀 깊은 곳으로 옮겨, 하루나 이틀을 간직하되 과일을 주어 먹이고 굶주려 상하게 하지 말아 주시오. 또 은밀히 지켜 주어 놀라고 겁먹어 울지 않게 하시오. 내가 요사한 것을 없애고 나라를 다스려 임금을 바르게 권한 뒤에, 떠날 때에 도로 가져다 주시오.” 여러 신이 명을 듣고 곧 각기 신통을 부려 구름머리를 내리누르니, 온 성안에 음풍이 굴굴 일고 참혹한 안개가 자욱하였도다. 음풍은 하늘의 별을 어둡게 불어 가리고, 참혹한 안개는 천 리의 달을 가려 흐리게 하였도다.
처음에는 한가롭고 유유하더니 그 뒤로는 굉장하고 힘차게 일어났다. 유유히 저마다 문호를 찾아 어린아이를 구하고, 굉장하게 모두 아롱을 살펴 골수를 건졌다. 찬 기운이 사람을 엄습하니 어찌 머리를 내밀겠는가, 추위가 몸을 꿰뚫으니 옷이 쇠 같구나. 부모는 부질없이 허둥대고 형과 형수는 모두 슬퍼하였도다. 땅에 가득히 음풍이 휘감기니 아롱이 신에게 끌려갔도다. 이 밤에 비록 외롭고 서럽더라도 날이 밝면 모두 기뻐하리라.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으니, 시는 이러하였다. 불교의 자비로운 마음은 예로부터 많았고, 바른 선행이 이루어짐을 마하에서 말하였도다. 만 성인과 천 진인이 모두 덕을 쌓고, 세 가지 귀의와 다섯 계율은 화합을 따라야 하느니라. 비구국 하나가 임금의 어지러움이 아니요, 아이 천 명의 운명이 그릇된 것이로다. 손행자가 스승을 위하여 함께 구호하니, 이 음덕은 바라밀보다 뛰어나도다. 그날 밤 삼경에 여러 신들이 아롱을 거두어 각처에 감추었다.

손행자가 상서로운 빛을 거두고 역의 뜰로 내려가 보니, 그 세 사람이 아직도 “나무 생명을 구하시는 약사불이시여” 하고 염불하고 있었다. 그는 속으로 기뻐하며 앞으로 다가가 외쳤다. “스승님, 제가 왔나이다. 음풍이 일어나는 것이 보이시옵니까?” 저팔계가 말했다. “좋은 음풍이로구나!” 당승이 말했다. “어린아이를 구한 일은 이제 어찌 되었단 말이냐?”

손행자가 말했다. “이미 하나하나 모두 구해 내보냈사오니, 우리가 떠날 무렵에 도로 갖다 주겠나이다.” 장로가 거듭 감사를 드리고서야 마음을 놓아 자리에 들었다.

날이 밝자 당승이 깨어나 단장을 갖추고 나서 말했다. “오공아, 내가 조회에 맞추어 관문을 바꾸러 가겠노라.” 손행자가 말했다. “스승님이 홀로 가시면 일이 잘되지 않을까 두렵사옵니다. 저 늙은 손이 함께 가서 그 국장이 바른지 사특한지 살펴보겠나이다.” 당승이 말했다. “네가 가서는 예를 갖추려 하지 않으니 왕이 괴이하게 여길까 두렵구나.” 손행자가 말했다. “제가 몸을 드러내지 않고 몰래 스승님을 따르기만 하여도 그것이 곧 보호가 되나이다.” 당승이 매우 기뻐하여 저팔계와 사오정에게 행리와 말을 지키라 분부하고서야 막 발을 떼려는데, 역승이 또 와서 뵈었다. 이 장로가 차려입은 모습이 어제보다 훨씬 달랐으니, 보라 이러하였다. 몸에는 금란으로 지은 보배로운 불가사를 걸치고 머리에는 금빛 꼭대기의 비로 모자를 썼으며, 아홉 고리 석장을 손에 쥐었고 가슴에는 한 점 신묘한 빛을 품었도다. 통관 문첩을 몸에 지니고 보따리 주머니에는 비단 싸개를 둘렀으니, 걸음은 아라한이 세상에 내려온 듯하고 참으로 살아 있는 부처의 용모로다. 역승이 인사를 마치고 귀를 대고 낮게 일렀으니, 남의 일에 관여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당승이 고개를 끄덕여 대답하였다. 대성이 문가로 비켜서서 주문을 외우고 몸을 흔들어 한 번 변하니, 작은 매미 같은 벌레가 되어 “앵” 소리와 함께 당승의 모자 위로 날아올라, 관역을 나와 곧장 조정으로 향했다. 조문 밖에 이르러 황문관이 보이자 곧 예를 갖추며 말했다. “빈승은 동토 대당에서 서천으로 경을 가지러 가라는 분부를 받은 자이옵니다. 이제 귀한 땅에 이르렀으니 마땅히 관문을 바꾸어야 하옵니다. 옥안을 뵙고자 하오니 전달하여 주시옵소서.”

그 황문관이 과연 전달하여 아뢰니, 왕이 기뻐하며 말했다. “먼 곳에서 온 승려는 필시 도행이 있으리라.” 들여오라 분부하였다. 황문관이 다시 명을 받아 장로를 청하여 들였다. 장로가 섬돌 아래에서 조현을 마치자, 다시 전에 올라앉으라 청하였다. 장로가 또 은혜에 감사하고 앉아서 보니, 그 나라 왕의 용모는 바싹 여위었고 정신은 지쳐 있었다. 손을 들어 읍양하는 것도 어긋나고, 입을 열어 말할 때에는 소리가 끊겼다 이어졌다 하였다. 장로가 문첩을 올리니, 그 왕은 눈이 어둑하여 거듭거듭 살펴보고서야 보인을 가져다 화압을 찍어 장로에게 건네주었고, 장로가 받아 거두었다.

그 나라 왕이 막 경을 가지러 가는 까닭을 물으려 하는데, 당가관이 아뢰었다. “국장 어르신이 오셨나이다.” 그 왕이 곧 가까이 모시는 어린 환관에게 부축받아 용상에서 억지로 일어나 몸을 굽혀 맞이하니, 장로가 급히 일어서서 곁으로 비켜 섰다. 고개를 돌려 보니 늙은 도사 하나가 옥계 앞에서 흔들흔들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보라, 이러하였다. 머리에는 연한 황색의 아홉 번 하사받은 운금 사건을 쓰고, 몸에는 대나무 끝처럼 뾰족한 매화 침향 명주실 학창의를 걸쳤으며, 허리에는 쪽빛 세 가닥 털끈을 둘렀고 발에는 삼과 갈포로 엮은 구름 무늬 신을 신었도다. 손에는 아홉 마디 마른 등나무 반룡 지팡이를 짚고, 가슴에는 용을 그리고 봉황을 수놓은 둥근 꽃무늬 비단 주머니를 걸었으며, 옥 같은 얼굴은 윤택이 넘치고 흰 수염은 턱 아래에서 나부끼는구나.

금빛 눈에는 불꽃이 날리고 긴 눈은 눈썹 끝을 넘었도다. 걸으면 구름이 발을 따르고, 향기로운 안개가 자욱하구나. 섬돌 아래 여러 관원이 모두 공손히 맞이하며 일제히 국장이 조정에 드신다 외쳤도다. 그 국장이 보전 앞에 이르러서는 예를 행하지도 않고 거만하게 곧장 전 위로 올라갔다. 왕이 몸을 굽히며 말했다. “국장의 신선 같은 걸음이 오늘 일찍 내리시니 기쁘도다.” 곧 왼쪽 수놓은 방석에 앉기를 청하였다. 당승이 한 걸음 나서며 몸을 굽혀 예를 갖추어 말했다. “국장 어르신, 빈승이 문안드리옵니다.” 그 국장은 꼿꼿이 높이 앉아 답례도 하지 않고 얼굴을 왕 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저 승려는 어디서 왔느냐?”

왕이 말했다. “동토 당나라에서 서천으로 경을 가지라 보낸 자이옵니다. 이제 관문을 확인받으려 하옵니다.” 국장이 웃으며 말했다. “서쪽 길은 캄캄하기만 한데 무슨 좋은 곳이 있단 말이냐!” 당승이 말했다. “예로부터 서쪽은 지극한 즐거움의 빼어난 경지이옵니다. 어찌 좋지 않다 하시옵니까?” 그 나라 왕이 물었다. “짐이 듣건대 상고에 승려는 불가의 제자라 하였는데, 참으로 알지 못하겠노라. 승려가 되면 죽지 않고 부처를 향하면 장생할 수 있단 말이냐?” 당승이 그 말을 듣고 황급히 합장하여 대답했다. “승려가 된 자는 만 가지 인연을 그만두고, 성품을 깨친 자는 모든 법이 다 공하나이다. 큰 지혜는 한가로워 나지 않는 가운데 담박하고, 참된 기틀은 적멸 가운데 노니나이다. 삼계가 공하므로 온갖 것이 다스려지고, 육근이 깨끗하므로 천 가지가 다하나이다. 만일 굳건하고 정성스럽게 깨닫고자 한다면 마음을 알아야 하니, 마음이 맑으면 외로운 밝음이 홀로 비추고 마음이 머물면 만 가지 경계가 모두 맑아지나이다. 참된 모습은 모자람도 남음도 없어 살아 있을 때에 볼 수 있거늘, 허깨비 모습은 형상이 있어 끝내 무너지나니 분수 밖에서 무엇을 구하리이까. 공을 닦고 좌선함은 입정의 근본이 되고, 은혜를 베풂은 수행의 근본이 되나이다. 큰 교묘함은 서툰 듯하니 모든 일이 무위함을 알아야 하고, 잘 꾀함은 꾀하지 않으니 모름지기 하나하나 내려놓아야 하나이다. 다만 한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만 가지 행이 저절로 온전해지거늘, 음을 취하여 양을 보충한다 함은 그릇된 말이오, 단약을 먹고 장수한다 함은 헛된 말이옵니다. 오직 티끌 같은 인연을 모두 버리고 사물의 빛깔을 모두 공하게 하면, 순수하여 애욕이 적어지니 절로 누리는 수명이 무궁하옵니다.” 그 국장이 그 말을 듣고 웃어넘기며, 손가락으로 당승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 하! 하! 이 승려야, 입에 가득 헛소리만 담았구나! 적멸의 문에서 모름지기 성품을 알아야 한다 하거늘, 너는 그 성품이 어디에서 멸하는지도 모르는구나! 말라붙은 채 앉아 참선함은 모두 소경처럼 닦고 맹목적으로 단련하는 짓이니라. 속담에 이르기를, 앉고 앉고 또 앉으면 네 궁둥이가 터진다 하였으니, 불로 달구어 볶으면 도리어 화가 되느니라. 더구나 수도하는 이가 뼈가 굳세고, 도에 통한 이가 신령함이 가장 뛰어남을 알지 못하는구나. 표주박을 들고 산에 들어가 벗을 찾고, 온갖 약초를 캐어 세상에 임하여 사람을 구하느니라. 선화 한 송이를 꺾어 삿갓을 꾸미고 향기로운 혜초를 꺾어 자리를 펴며, 노래하고 손뼉을 치고 춤이 끝나면 구름 위에서 잠드노라. 도법을 열어 태상의 바른 가르침을 펴고, 부수를 베풀어 인간 세상의 요사한 기운을 없애며, 천지의 빼어난 기운을 빼앗고 해와 달의 정화를 채취하느니라. 음양을 운행하여 단이 맺히고, 수화에 따라 태가 굳어지나니, 이팔에 음이 사라짐이여 황홀하고도 아득하며, 삼구에 양이 자라남이여 깊고도 그윽하도다. 사시에 맞추어 약물을 채취하고, 아홉 번 돌려 단을 이루어 도를 닦아 이루느니라. 푸른 난새를 타고 자부로 올라가며, 흰 학을 타고 요경에 오르노라. 하늘에 가득한 채색을 참예하고 묘한 도의 정성을 드러내나니, 너의 저 고요한 선과 석가의 가르침, 적멸의 음신, 열반하여 남긴 썩은 껍데기와는 견줄 수 없고 범속을 벗어나지도 못하였느니라! 삼교 가운데 으뜸가는 것이 없으니, 예로부터 오직 도만이 홀로 으뜸이라 일컬어졌노라!” 왕이 듣고 매우 기뻐하였으며 온 조정의 관원이 모두 탄성을 올려 외쳤다. “참으로 좋도다, 오직 도만이 홀로 으뜸이라니! 오직 도만이 홀로 으뜸이라!” 장로는 사람들이 그를 칭찬하는 것을 보고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하였다. 왕이 또 광록시에 분부하여 소재를 차려 먼 곳에서 온 승려가 성 서쪽으로 나가게 하였다. 당승이 감사하고 물러나 전을 내려와 막 밖으로 걷는데, 손행자가 모자 꼭대기에서 날아내려 귓가에서 불렀다. “스승님, 이 국장은 요사한 놈이옵니다. 왕이 요사한 기운을 받았사오니, 스승님은 먼저 역으로 가서 재공을 기다리옵소서. 저 늙은 손이 여기서 소식을 엿듣겠나이다.” 당승이 뜻을 알아듣고 홀로 조문을 나서는 이야기는 이쯤 접어 둔다.
저 손행자를 보라. 날개를 한 번 치어 금란전의 비취 병풍 속에 내려앉았는데, 반열 가운데서 오성 병마관이 나서며 아뢰었다. “저의 임금님, 오늘 밤 한바탕 찬 바람이 불어 여러 방과 여러 집의 아롱 속에 있던 어린아이들을 아롱째 모두 날려 보내어, 자취조차 없사옵니다.” 왕이 그 아룀을 듣고 놀라며 노하여 국장에게 말했다. “이 일은 하늘이 짐을 멸하는 것이로다! 여러 달째 병이 깊어 어의도 효과가 없었는데, 다행히 국장이 선방을 내려 주시어 오늘 낮에 칼을 대어 이 어린아이의 심장을 약의 재료로 삼고자 하였거늘, 어찌 찬 바람에 날려 가다니. 이것이 하늘이 짐을 멸하려 함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국장이 웃으며 말했다. “폐하, 우선 근심을 거두시옵소서. 이 아이들이 날려 간 것은 바로 하늘이 장생을 폐하께 보내신 것이옵니다.” 왕이 말했다. “아롱 속의 아이들이 날려 간 것을 보았거늘, 어찌 도리어 하늘이 장생을 보냈다 하시옵니까?” 국장이 말했다. “제가 조정에 들어오며 아주 절묘한 약의 재료를 보았사옵니다. 그 천백십일 명의 어린아이의 심장보다 훨씬 나으옵니다. 그 어린아이의 심장은 폐하의 천 년 수명만 늘릴 뿐이옵니다마는, 이 재료는 제 선약과 함께 먹으면 만 년을 늘릴 수 있사옵니다.” 왕이 멍하니 무슨 약의 재료인지 알지 못하여 거듭 여쭈니, 국장이 비로소 말했다. “동토에서 경을 가지러 보낸 그 승려이옵니다. 제가 보니 기품이 맑고 얼굴이 단정하옵니다. 이는 열 세대를 수행한 참된 몸이옵니다. 어려서부터 승려가 되어 원양이 새지 않았으니, 저 어린아이보다 만 배나 낫사옵니다. 그의 심장을 얻어 탕을 달여 제 선약을 복용하시면 만 년의 수명을 넉넉히 보전하시옵니다.”

그 어리석은 임금이 그 말을 듣고 곧이들으며 국장에게 말했다. “어찌 진작 말하지 않았느냐? 만일 참으로 이렇게 효과가 있다면 아까 붙들어 두고 그를 보내지 않았을 터인데.” 국장이 말했다. “이것이 무슨 어려운 일이옵니까! 아까 광록시에 분부하여 재를 차려 대접하게 하였으니, 그는 반드시 재를 먹은 뒤에야 성을 나갈 것이옵니다. 지금 급히 명을 내리시어 여러 문을 굳게 닫고 병사를 점검하여 금정관역을 에워싸고 그 승려를 잡아 오되, 반드시 예를 갖추어 그 심장을 구하시옵소서. 만일 따른다면 곧 배를 갈라 꺼내고 그 시신을 어장하여 사당을 세워 제사를 받들게 하시옵소서. 만일 따르지 않거든 무력으로 행할 수밖에 없사옵니다. 곧 결박하여 갈라 꺼내면 되옵니다. 무슨 어려운 일이 있사옵니까!” 그 어리석은 임금이 그 말대로 곧 명을 내려 여러 문을 닫게 하고, 우림위의 크고 작은 관군을 보내어 관역을 에워쌌다. 손행자가 이 소식을 듣고 날개를 한 번 치어 관역으로 날아가 본모습으로 나타나 당승에게 말했다. “스승님, 큰일 났나이다! 큰일 났나이다!” 그 당승은 막 저팔계, 사오정과 함께 어재를 받고 있었는데, 문득 이 말을 듣고 놀라 삼시신이 흩어지고 칠규에서 연기가 이는 듯하여, 먼지 속에 쓰러져 온몸에 땀을 흘리며 눈은 초점을 잡지 못하고 입은 말을 하지 못하였다. 다급해진 사오정이 앞으로 나서서 부축하며 외쳤다. “스승님, 정신을 차리시옵소서! 스승님, 정신을 차리시옵소서!” 저팔계가 말했다. “무슨 큰일이냐? 무슨 큰일이냐? 좀 천천히 말하면 될 것을, 스승님을 이토록 놀라게 하다니!” 손행자가 말했다. “스승님이 조정에서 나오신 뒤에 저 늙은 손이 돌아보니 그 국장은 요정이옵니다. 잠시 뒤에 오성 병마관이 와서 찬 바람에 어린아이들이 날아간 일을 아뢰었나이다.

왕이 막 노하고 있는데 그가 도리어 기뻐하게 만들며, 이는 하늘이 장생을 스승님께 보낸 것이라 하여 스승님의 심장을 약의 재료로 삼아 만 년의 수명을 늘리려 하옵니다. 그 어리석은 임금이 거짓된 말을 곧이듣고, 이에 정예 병사를 뽑아 관역을 에워싸고 금의관을 보내어 스승님을 청해 심장을 구하려 하는 것이옵니다.” 저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잘도 자비를 베풀었구나!

어린아이도 잘 구하고 음풍도 잘 불었거늘, 이번에는 도리어 화를 불러들이고 말았구나!” 당승이 벌벌 떨며 일어나 손행자를 붙잡고 애원했다. “어진 제자야!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느냐?” 손행자가 말했다.

“잘 되기를 바라신다면 큰 것을 작게 만드셔야 하옵니다.” 사오정이 말했다. “큰 것을 작게 만든다는 것이 무엇이옵니까?” 손행자가 말했다. “목숨을 온전히 하려면 스승이 제자가 되고 제자가 스승이 되어야만 보전할 수 있사옵니다.” 당승이 말했다. “네가 내 목숨을 구해 준다면 기꺼이 너의 제자와 제자의 제자가 되어도 좋으니라.” 손행자가 말했다. “그렇게 하시겠다면 더디게 할 것 없사옵니다.” 그리고 분부했다. “팔계야, 어서 진흙을 좀 개어 오너라.” 그 멍청한 녀석이 곧 쇠스랑으로 흙을 파고, 밖에 나가 물을 떠 올 엄두를 내지 못하여 옷을 걷어 올리고 오줌을 누어 고약한 냄새 나는 진흙 한 덩이를 개어 손행자에게 건네주었다. 손행자가 어쩔 수 없이 그 진흙을 납작하게 펴서 제 얼굴에 한 번 붙여 원숭이 형상의 얼굴 가면을 만들어 내고는, 당승에게 일어서서 움직이지도 말고 다시는 아무 말도 하지 말라 이른 뒤에 당승의 얼굴에 붙이고 진언을 외우며 입으로 선기를 불어넣고 “변하여라!” 하고 외쳤다. 그 장로가 곧 손행자의 모습으로 변하자, 그의 옷을 벗기고 손행자의 옷을 입혔다. 손행자는 스승의 옷을 입고 결을 쥐고 주문을 외우며 몸을 흔들어 당승의 얼굴로 변하니, 저팔계와 사오정도 알아보기 어려웠다. 마음에 맞게 꾸미기를 막 마치니, 문득 징과 북 소리가 일제히 울리고 또 창과 칼이 빽빽이 에워싸는 것이 보였다. 원래는 우림위 관원이 삼천 병사를 거느리고 관역을 에워싼 것이었다. 또 금의관 하나가 역의 뜰로 걸어 들어오며 물었다. “동토 당나라 장로가 어디 있느냐?” 그 역승이 벌벌 떨며 무릎을 꿇고 가리키며 말했다. “아래 객방에 계시옵니다.”

금의관이 곧 객방으로 가서 말했다. “당나라 장로님, 우리 왕께서 청하시옵니다.” 저팔계와 사오정이 가짜 손행자의 좌우를 호위하는데, 가짜 당승이 문을 나서며 예를 갖추어 말했다. “금의 대인이시여, 폐하께서 빈승을 부르시니 무슨 말씀이 있으시옵니까?” 금의관이 앞으로 나서며 단번에 붙잡고 말했다. “나와 함께 조정으로 들어가시오. 필시 쓰임이 있으리라.” 아! 이는 바로 이러하였다.

요사한 무고가 자비를 이기고, 자비가 도리어 흉화를 불렀도다.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