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설하고 그 금의관이 가짜 당승을 관역에서 끌어내어 우림군과 함께 에워싸고 빙 둘러싼 채 조정 문 밖에 이르러 황문관에게 말했다. “우리가 당승을 모셔 여기까지 왔사오니, 번거롭더라도 전하여 임금께 아뢰어 주시오.” 황문관이 급히 조정으로 들어가 그 말대로 혼군에게 아뢰었고, 마침내 들어오시도록 청하였다. 뭇 관리가 모두 섬돌 아래에 무릎 꿇어 절을 올렸으나 가짜 당승만은 섬돌 한가운데 꼿꼿이 서서 입으로 크게 외쳤다. “비구국 왕이시여, 빈승을 청하시어 무슨 말씀을 하시려 하시나이까?” 임금이 웃으며 말했다. “짐이 병을 얻어 오랫동안 끙끙 앓아도 낫지 않느니라. 다행히 국장이 한 처방을 내려 주어 약재는 모두 갖추었으나, 다만 인자 한 가지가 부족하니 특별히 장로를 청하여 약인자를 좀 구하고자 하노라. 병이 나으면 장로를 위하여 사당을 짓고 사시로 제사를 올려 길이 나라의 향화로 삼으리라.” 가짜 당승이 말했다. “소승은 출가한 몸으로 홀로 여기까지 왔사오니, 폐하께서 국장에게 무엇을 요구하여 인자로 삼으시는지 알지 못하옵니다.” 혼군이 말했다. “특별히 장로의 심장을 구하노라.” 가짜 당승이 말했다. “폐하께 숨기지 않고 아뢰옵건대, 마음이라면 몇 개쯤 있사오나 어떤 빛깔의 것을 원하시는지 알지 못하옵니다.” 그 국장이 곁에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 승려야, 네 놈의 검은 마음을 쓰겠다.” 가짜 당승이 말했다. “그러하오면 어서 칼을 가져오시오. 가슴과 배를 가르고 검은 마음이 있거든 삼가 명을 받들겠나이다.” 그 혼군이 기뻐하며 사례하고는 즉시 당가관에게 명하여 쇠귀 모양의 단도 한 자루를 가져오게 하여 가짜 승려에게 건네주었다.
가짜 승려가 칼을 손에 쥐고 옷을 풀어헤치며 가슴을 쑥 내밀고는, 왼손으로 배를 쓸어내리고 오른손으로 칼을 잡아 후릇 하는 소리와 함께 배 가죽을 갈랐다. 그 속에서 꿀럭꿀럭 한 무더기의 마음이 굴러 나왔다. 문관들은 얼굴빛을 잃고 무장들은 몸이 얼얼하였다. 국장이 전각 위에서 이를 보고 말했다. “저놈은 마음이 많은 승려로구나!” 가짜 승려가 그 마음들을 피가 뚝뚝 떨어지는 채로 하나하나 집어 벌려 놓고 여러 사람에게 보여 주었는데, 붉은 마음, 흰 마음, 누런 마음, 인색하고 탐욕스러운 마음, 이익과 명예를 탐하는 마음, 질투하는 마음, 셈을 따지는 마음, 지기를 좋아하는 마음, 높은 자리를 바라는 마음, 업신여기고 오만한 마음, 살해하려는 마음, 모질고 독한 마음, 두려워하는 마음, 삼가고 조심하는 마음, 사악되고 망령된 마음, 이름 없는 은밀하고 어두운 마음, 갖가지 착하지 못한 마음들뿐이요 검은 마음은 하나도 없었다. 그 혼군은 넋이 나간 듯 멍멍해져 입을 열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며 외쳤다. “거둬라! 거둬라!” 그 가짜 당승이 참지 못하고 법술을 거두어 본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혼군에게 말했다. “폐하께서는 안목이 전혀 없도다! 우리 승려들은 모두 한결같이 좋은 마음이거늘, 오직 그대의 국장이야말로 검은 마음이니 약인자로 알맞으니라. 믿지 못하겠거든 내가 그대 대신 그놈의 것을 꺼내어 보이리라.”
그 국장이 듣고 급히 눈을 부릅뜨고 자세히 살펴보니, 그 승려가 얼굴이 변하여 전과 같은 모습이 아니었다. 아! 옛날의 손대성임을 알아보았으니, 오백 년 전부터 이미 이름이 난 자로다. 몸을 빼어 구름을 타고 떠오르려 하였는데, 행자가 근두운을 뒤집어 공중으로 뛰어오르며 호통쳤다.
“어디로 달아나느냐! 내 몽둥이를 받아라!” 그 국장이 곧 반룡 지팡이를 휘둘러 맞서 왔다. 두 사람이 허공에서 벌인 이 한바탕의 훌륭한 싸움이여. 여의봉과 반룡 지팡이가 허공 한가운데서 자욱한 구름 속에 어우러지는구나. 본래 국장은 요정이라 괴녀를 아리따운 미녀로 일컬었도다. 임금은 환락을 탐하다 병이 몸에 들었고, 요사한 무리는 어린아이를 도살하려 하였도다. 대성을 만나 신통을 드러내어 요괴를 잡고 사람을 구하니 어려움이 풀리는구나. 쇠몽둥이가 머리 위에서 참으로 흉포하고, 지팡이가 받아 나오니 탄성이 절로 나는구나. 싸움에 하늘 가득한 안개 기운이 성 못을 어둡게 하고 성 안 사람들의 얼굴빛이 모두 변하는구나. 문무의 많은 관리가 넋이 날아가고, 빈비와 수녀의 용안이 달라지는구나. 겁먹은 비구국의 어리석은 임금은 몸을 함부로 숨기고 부들부들 떨며 어찌할 바를 모르는구나. 몽둥이가 들리니 범이 산에서 나오는 듯하고, 지팡이가 구르니 용이 바다를 떠나는 듯하구나. 이번에 비구성을 크게 떠들썩하게 하여 마침내 사특함과 바름이 분명히 갈리는구나. 그 요정은 행자와 스무여 합을 힘겹게 싸우다가 반룡 지팡이가 금고봉을 당해 내지 못하자 지팡이를 한 번 헛되이 휘둘러 몸을 한 줄기 찬 광채로 바꾸어 황궁 안뜰로 들어가, 공물로 바쳐진 요후를 궁문 밖으로 데리고 나와 함께 찬 광채로 변하여 종적을 감추었다.
대성이 구름을 내려 궁전 아래에 이르러 여러 관리에게 말했다. “너희의 훌륭한 국장이로구나!” 여러 관리가 일제히 절을 올리며 신스런 승려에게 감사하니, 행자가 말했다. “우선 절은 그만두고, 너희 어리석은 임금이 어디 있는지 찾아보라.” 여러 관리가 말했다. “저희 임금께서는 싸움이 벌어진 것을 보시고 놀라 두려워 숨어버리셨으니, 어느 궁으로 가셨는지 알지 못하옵니다.” 행자가 즉시 명했다. “어서 찾아라! 미후에게 홀려 달아나지 않도록 하여라!” 여러 관리가 그 말을 듣고 안팎을 가리지 않고 행자와 함께 먼저 미후궁으로 달려갔으나 아무 흔적도 없었고 미후마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정궁과 동궁과 서궁과 육원의 모든 후비가 다 와서 대성에게 절하며 감사하였다. 대성이 말했다. “우선 일어나라, 아직 감사받을 때가 아니니라. 먼저 가서 너희 임금을 찾아라.”
잠시 뒤 환관 네댓 명이 그 어리석은 임금을 부축하여 근신전 뒤편에서 나오는 것이 보였다. 뭇 신하가 땅에 엎드려 한목소리로 아뢰었다. “주공이시여! 주공이시여! 신스런 승려께서 이곳에 오셔서 참과 거짓을 밝혀 주셨나이다. 그 국장은 요사한 무리이옵고, 미후마저 보이지 않게 되었나이다.” 임금이 그 말을 듣고 즉시 행자를 황궁 밖으로 모셔 나와 보전에서 절하며 감사하고 나서 말했다. “장로여, 그대가 아침에 왔을 때의 모습은 그토록 준수하고 훤칠하더니, 이때에 와서 어찌하여 용모가 변하였느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폐하께 숨기지 않고 아뢰옵건대, 아침에 온 자는 제 스승이시니 당나라 황제의 어제이신 당삼장이옵니다. 저는 그분의 제자 손오공이옵고, 또 사제 둘이 있어 저오능과 사오정이 금정관역에 있사옵니다. 그대가 요사한 말을 믿고 제 스승의 심장을 약인자로 삼으려 한다는 것을 알기에, 이 늙은 손오공이 스승의 모습으로 변하여 특별히 이곳에 와 요괴를 항복받은 것이옵니다.” 그 임금이 듣고 즉시 각하 태재에게 명하여 빨리 관역으로 가서 스승 일행을 조정으로 모셔 오라 하였다.
그 당삼장은 행자가 본모습을 드러내어 공중에서 요괴를 항복받는다는 말을 듣고 넋이 날아갈 듯 놀랐으나, 다행히 팔계와 사오정이 보호하고 있었다. 그는 또 얼굴에 누런 진흙 한 덩이를 뒤집어쓰고 있어 마음이 답답하고 언짢았는데, 문득 사람들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법사시여, 저희는 비구국 왕이 보낸 각하 태재들이옵니다. 특별히 조정에 들어오셔서 은혜에 감사하시기를 청하옵니다.”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스승님, 겁내지 마시오! 겁내지 마시오! 이는 또 마음을 내어 달라는 청이 아니라, 사형이 승리를 거두어 스승님을 청하여 보답하려는 것이옵니다.” 당승이 말했다. “승리하여 청하러 온 것이라지만, 내 이 누런 얼굴로 어찌 사람들을 만난단 말이냐?” 팔계가 말했다. “어쩔 수 없사옵니다. 우선 가서 사형을 만나 뵈옵고 나면 저절로 풀리옵니다.” 참으로 그 장로는 방도가 없어 팔계와 사오정의 부축을 받으며 짐을 지고 말을 끌어 관역 뜰로 함께 나섰다. 그 태재가 보고는 겁을 내며 말했다. “할아버지야! 이들은 모두 요괴의 머리와 괴물의 골통 같은 부류로구나!” 사오정이 말했다. “조정 선비여, 추한 것을 괴이하게 여기지 마시오. 우리는 본래 타고난 몸이오. 우리 스승님이 우리 사형을 만나 뵈오면 곧 준수해질 것이오.” 그들 세 사람이 여러 사람과 함께 조정으로 와서는 부름을 기다리지 않고 곧장 전각 아래에 이르렀다. 행자가 보고는 즉시 몸을 돌려 전각에서 내려와 마주 서서 스승의 진흙 얼굴을 잡아 벗기고 입으로 선기 한 입을 불어넣으며 “바로!”라고 외쳤다. 그 당승이 즉시 본래 몸으로 돌아왔고 정신은 더욱 상쾌해졌다. 임금이 전각에서 내려와 친히 맞이하며 입으로 “법사 노불이시여”라고 불렀다. 사도들은 말을 매어 두고 모두 전각에 올라와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행자가 말했다. “폐하께서는 그 요괴가 어느 곳에서 왔는지 아시나이까? 이 늙은 손오공이 가서 그대를 위하여 한꺼번에 사로잡아 뒷근심을 없애리이다.” 삼궁 육원의 여러 빈비와 무리 후비가 모두 그 비취 병풍 뒤에서 있다가 행자가 뒷근심을 없앤다는 말을 듣고는 안팎과 남녀의 꺼림칙함도 피하지 않고 일제히 나와 절하며 호소했다. “바라옵건대 신스런 승려시여, 큰 법력을 베푸시어 뿌리를 뽑고 그놈을 남김없이 없애 주시옵소서. 참으로 더없이 큰 은혜이옵고 마땅히 후히 보답하겠나이다.” 행자가 황급히 답례하며 다만 임금에게 그놈의 거처를 말해 달라고 말했다.
임금이 부끄러워하며 고했다. “삼 년 전 그가 왔을 때 짐이 일찍이 물었느니라. 그가 말하기를 성에서 멀지 않고 남쪽으로 칠십 리쯤 간 유림파 만화장이라는 곳에 산다고 하였느니라. 국장은 늙도록 자식이 없고 후처가 낳은 딸 하나만 있는데 나이 겨우 열여섯이요 아직 시집을 가지 않았으니 짐에게 바치겠다고 하였느니라. 짐은 그 여자의 모습이 아리따워 그대로 받아들여 궁에서 총애하였느니라. 뜻하지 않게 병을 얻어 태의가 여러 번 약을 썼으나 효험이 없었느니라. 그가 신선의 방도가 있다고 하였으니, 다만 어린아이의 마음을 달여 국물을 만들어 인자로 삼는다고 하였느니라. 짐이 재주 없이 그 말을 가볍게 믿어 민간의 어린아이를 뽑아 오늘 정오에 칼을 대어 마음을 꺼내기로 정하였느니라. 뜻밖에도 신스런 승려께서 내려오셨고, 마침 바구니들이 모두 사라지는 일까지 겹쳤느니라. 그가 말하기를 신스런 승려는 열 세상을 닦아 원양이 새지 않았으니 그 마음을 얻으면 어린아이의 마음보다 만 배나 더 낫다고 하였느니라. 한때 잘못되어 범하였으니 신스런 승려께서 요마를 꿰뚫어 보실 줄은 몰랐느니라. 감히 크게 법을 베푸시어 뒷근심을 끊어 주시기를 바라나니, 짐이 나라를 기울일 재물로 보답하리라!”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속이지 않고 말하리이다. 바구니 속의 어린아이는 우리 스승의 자비로 나에게 감추라 하셨느니라. 그대는 무슨 재물로 보답하겠다는 말부터 꺼내지 말고, 내가 요괴를 잡고 나면 그것이 내 공행이니라.” 그리고 불렀다. “팔계야, 나를 따라오너라.” 팔계가 말했다. “형의 명을 삼가 따르겠나이다.
다만 뱃속이 비어 있어 힘을 쓰기가 어렵사옵니다.” 임금이 즉시 명하여 이르되 “광록시에서 어서 공양을 차리라” 하였다. 잠시 뒤 공양이 도착하자 팔계는 한 끼를 배불리 먹고 정신을 가다듬어 행자를 따라 구름을 타고 떠났다.
그 임금과 왕비 후비, 그리고 문무의 많은 관리가 모두 놀라 저마다 하늘을 향해 절을 올리며 말했다. “참된 신선이요 참된 부처가 범계에 내려오셨도다!” 그 대성이 팔계를 데리고 곧장 남쪽 칠십 리 되는 곳에 이르러 구름과 바람을 멈추고 요괴가 있는 곳을 찾았다. 다만 한 줄기 맑은 시내가 보이고 양쪽으로 언덕이 끼어 있었으며, 언덕 위에는 천만 그루의 버드나무가 늘어서 있었다. 그러나 청화장이 어디 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바로 이러하였도다. 만 이랑의 들판은 다 보기 어렵고, 천 개 둑의 안개 낀 버들은 자취를 감추었구나.
손대성이 찾아도 찾지 못하자 즉시 결을 쥐고 “옴” 자 진언을 한 번 외워 당방 토지신 하나를 불러내었다. 토지신이 부들부들 떨며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고 외쳤다. “대성이시여, 유림파 토지신이 머리를 조아리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겁내지 마라, 나는 너를 때리지 않느니라. 내가 묻겠다. 유림파에 청화장이 있다는데 어느 곳에 있느냐?” 토지신이 말했다. “이곳에는 청화동이 있을 뿐 청화장은 없사옵니다. 소신이 헤아려 보옵건대 대성께서는 비구국에서 오신 것이 아니시옵니까?” 행자가 말했다. “그렇다 그렇다. 비구국 왕이 요정 하나에게 홀렸는데, 이 늙은 손오공이 그곳에 가서 요괴임을 알아보았느니라. 그때 그놈을 싸워 물리쳤더니 한 줄기 찬 광채로 변하여 종적을 감추었느니라. 비구국 왕에게 물어보니 미녀를 바칠 때였던 삼 년 전에 그 연유를 물었는데, 요괴가 성 남쪽 칠십 리 유림파 청화장에 산다고 말했다 하느니라. 이제 여기까지 찾아왔으나 숲과 언덕만 보일 뿐 청화장이 보이지 않으니 그대에게 묻는 것이니라.” 토지신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대성께서는 죄를 용서해 주시옵소서. 비구국 왕 또한 이 땅의 임금이시니 소신이 마땅히 살펴야 하옵니다만, 요정의 신위와 법력이 커서 제가 그의 일을 누설하기만 하면 곧 와서 업신여기고 괴롭히므로 그리하지 못하였나이다. 대성께서 이제 오셨으니 저 남쪽 언덕의 아홉 갈래 버드나무 밑으로 가셔서 왼쪽으로 세 바퀴, 오른쪽으로 세 바퀴를 도신 뒤 두 손으로 나무를 함께 치며 열어라를 세 번 외치시면 곧 청화동부가 나타나옵니다.”
대성이 그 말을 듣고 즉시 토지신을 돌려보내고는 팔계와 함께 시내를 건너뛰어 그 버드나무를 찾았다.
과연 아홉 갈래의 가지가 하나의 뿌리에서 모두 나와 있었다. 행자가 팔계에게 분부했다. “너는 우선 멀찍이 서 있거라. 내가 문을 열어 그 요괴를 찾아 몰아내면 네가 맞아 주어라.” 팔계가 명령을 듣고 나무에서 반 리쯤 떨어진 곳에 섰다. 이 대성이 토지신의 말대로 나무뿌리를 돌아 왼쪽으로 세 바퀴, 오른쪽으로 세 바퀴를 돌고 두 손으로 그 나무를 함께 치며 외쳤다. “열려라! 열려라!” 삽시간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우르릉거리며 문 두 짝이 열리더니 나무의 자취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 안은 밝고 노을빛이 어려 있었으나 인가의 연기는 보이지 않았다. 행자가 신위를 타고 그 속으로 뛰어들어가 보니 그곳이야말로 좋은 곳이었으니, 연기와 노을이 환하게 빛나고 해와 달이 빛을 훔치누나. 흰 구름이 늘 동굴에서 나오고 푸른 이끼가 어지럽게 뜰을 덮는구나. 오솔길의 기이한 꽃은 아름다움을 다투고 섬돌 가득한 요초는 향기를 겨루는구나. 기운은 따스하고 경치는 늘 봄이니, 낭원과 다를 바 없고 봉영에도 뒤지지 않는구나. 미끄러운 걸상에는 긴 덩굴이 기어오르고 평평한 다리에는 어지러운 등나무가 걸렸구나. 벌은 붉은 꽃술을 물고 바위 굴로 오고, 나비는 그윽한 난초를 희롱하며 돌 병풍을 넘는구나.
그는 참지 못하고 돌 병풍을 뛰어넘어 살펴보니, 늙은 요괴가 품에 미녀를 안고 헐떡거리며 비구국의 일을 이야기하다가 함께 소리쳤다. “좋은 기회로다! 삼 년의 일을 오늘 마치려 하였거늘 그 원숭이 놈에게 깨졌구나!” 행자가 몸을 가까이 달려가며 몽둥이를 뽑아 들고 크게 외쳤다. “이 털뭉치 같은 놈들아, 무슨 좋은 기회냐! 내 몽둥이를 받아라!” 그 늙은 요괴가 미녀를 내려놓고 반룡 지팡이를 휘둘러 급히 막아 나왔다. 두 사람이 굴 앞에서 벌인 이 훌륭한 싸움은 앞보다 더욱 달랐으니, 몽둥이가 들리니 금빛이 터지고 지팡이가 구르니 흉악한 기운이 뻗치는구나. 요괴가 말했다. “네놈이 무지하게도 감히 내 문으로 들어오느냐!” 행자가 말했다. “나는 뜻을 두고 사악한 요괴를 항복받으러 왔느니라!” 요괴가 말했다. “나는 임금을 사랑하니 네놈과는 상관없거늘, 어찌 마음을 속이고 와서 훼방을 놓느냐?” 행자가 말했다. “승려가 정교를 닦는 것은 본래 자비이니, 어린아이가 산 채로 죽임을 당하는 것을 차마 볼 수 없느니라.” 말이 오가며 저마다 원수를 미워하고, 몽둥이와 지팡이가 맞부딪쳐 한가운데를 찌르는구나. 기이한 꽃이 짓밟혀 상하고 푸른 이끼가 미끄러워 찢기는구나. 싸움에 그 굴 속 노을빛이 흐려지고 바위 위 꽃향기가 모두 짓눌리는구나. 쩡쩡거리는 소리에 새는 날아가지 못하고, 고함 소리에 미녀는 흩어지는구나. 오직 늙은 요괴와 원숭이 임금만 남아, 휘몰아치는 땅바람이 불어오는구나. 굴문 밖으로 싸워 나오니 또 오능의 미련한 성질이 터져 나왔구나. 본래 팔계가 밖에서 그들이 안에서 떠드는 소리를 듣고는 마음이 간지러워 견딜 수 없어 쇠스랑을 뽑아 들고 아홉 갈래 버드나무 한 그루를 파헤쳐 넘어뜨리고는 스랑으로 몇 번 찍었더니, 그 나무에서 붉은 피가 뚝뚝 솟고 앵앵거리며 소리가 나는 듯하였다. 그가 말했다. “이 나무가 도깨비가 되었구나! 이 나무가 도깨비가 되었구나!” 땅에 눌러 놓고 또 찍고 있는데, 마침 행자가 요괴를 이끌고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 멍청이는 말도 없이 앞으로 달려들어 스랑을 들어 찍었다. 그 늙은 요괴는 행자와 싸우는 것만으로도 이미 당해 내기 어려웠는데 팔계의 스랑이 날아오자 더욱 마음이 다급해져 진을 패하고 몸을 한 번 흔들어 한 줄기 찬 광채로 바뀌어 곧장 동쪽으로 달아났다. 그 두 사람은 결코 놓지 않고 동쪽으로 쫓아갔다.
마침 함성을 지르며 죽이고 쫓는 때에, 또 난새와 학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상서로운 빛이 아른거려 눈을 들어 바라보니 남극 노인성이었다. 그 노인이 찬 광채를 덮어 가두며 외쳤다. “대성이여 천천히 오시고, 천봉이여 쫓기를 그치시게. 늙은 도인이 여기에서 인사를 드리노라.” 행자가 즉시 답례하며 말했다. “수성 형제여, 어디서 오시는 길이오?”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살진 머리의 늙은이여, 찬 광채를 덮어 가두었으니 틀림없이 요괴를 잡았구려.” 수성이 웃으며 말했다. “여기 있느니라, 여기 있느니라. 두 분께서는 그놈의 목숨을 살려 주시기를 바라노라.” 행자가 말했다. “늙은 요괴는 노형과 아무 상관이 없거늘 어찌하여 인정을 쓰러 왔느냐?” 수성이 웃으며 말했다. “그놈은 나의 발이 되어 주는 짐승이거늘, 뜻하지 않게 달아나 와서 이 요괴가 되었느니라.” 행자가 말했다. “노형의 물건이라면 다만 그놈에게 본모습을 드러내 보이라 하시오.” 수성이 그 말을 듣고 즉시 찬 광채를 풀어 놓고 호통쳤다. “업축아! 어서 본모습을 드러내라, 그러면 사죄는 면해 주리라!” 그 요괴가 몸을 한 번 돌리니 본래는 흰 사슴 한 마리였다. 수성이 지팡이를 들어 말했다. “이 업축아! 내 지팡이까지 훔쳐 왔구나!” 그 사슴이 땅에 엎드려 입을 열지 못하고 다만 머리를 조아리며 눈물을 떨구었다. 그 모습을 보라, 한 몸은 옥과 같고 점은 얼룩덜룩하며, 두 뿔은 일곱 갈래로 어긋났구나. 몇 번이나 배고플 때 약밭을 찾고, 어느 날 목마를 때 구름 시내를 마셨구나. 세월이 깊어 비등하는 법을 배우고, 날이 오래여 변화하는 모습을 닦았구나. 이제 주인이 부르는 곳을 보고 몸을 나타내어 옥 같은 귀를 하고 속세에 엎드렸구나. 수성이 행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사슴을 타고 가려 하였는데, 행자에게 소매를 붙잡히며 말을 들었다. “노형이여, 잠시 천천히 가시오. 아직 두 가지 일이 끝나지 않았소.” 수성이 말했다. “무슨 일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오?” 행자가 말했다. “미녀를 아직 잡지 못하였는데 그놈이 무슨 괴물인지 모르겠소. 또 비구성으로 함께 가서 그 어리석은 임금을 만나 본모습을 보이고 회답을 해야 하느니라.” 수성이 말했다. “그렇게 말한다면 나도 잠시 참아 두리라. 그대와 천봉이 굴로 내려가 그 미녀를 사로잡아 오면 함께 가서 본모습을 보일 수 있느니라.” 행자가 말했다. “노형이여 조금 기다리시오, 우리가 갔다가 곧 돌아오리다.”
그 팔계가 정신을 가다듬어 행자를 따라 곧장 청화선부로 들어가며 큰 소리로 외쳤다. “요정을 잡아라! 요정을 잡아라!” 그 미녀는 부들부들 떨며 달아날 길을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또 고함 소리가 크게 진동하는 것을 듣고는 즉시 돌 병풍 안으로 몸을 돌렸으나 뒷문이라야 나갈 구멍이 없었다. 팔계가 호통치며 “어디로 가느냐! 이놈아, 사내를 홀리는 더러운 요정 같으니, 스랑을 받아라!” 하고 외쳤다. 그 미녀는 손에 무기가 없어 맞서 싸울 수 없었으므로 몸을 한 번 피하여 한 줄기 찬 광채로 바뀌어 밖으로 달아나려 하였다. 대성이 찬 광채를 막아서며 쾅 하고 몽둥이를 휘두르니 그 요괴는 발을 버티지 못하고 티끌 위에 거꾸러지며 본모습을 드러내었는데, 본래는 흰 얼굴의 여우 한 마리였다. 그 멍청이는 손을 참지 못하고 스랑을 들어 머리를 내리찍었다. 가련하게도 나라를 기울이고 성을 기울이던 온갖 웃음을, 털뭉치 여우의 형상으로 만들어 버렸구나! 행자가 외쳤다. “그놈을 때려 부수지 말고, 이 몸을 남겨 두어 어리석은 임금을 만나러 가자.”
그 멍청이는 더러운 것을 꺼리지 않고 꼬리를 한 움큼 잡아챙겨 질질 끌며 행자를 따라 문 밖으로 나왔다. 그곳에서 수성 노인이 사슴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꾸짖는 것이 보였다. “이 업축아! 네가 어찌 주인을 배반하고 달아나 여기서 도깨비가 되었느냐! 내가 오지 않았더라면 손대성이 틀림없이 너를 때려 죽였으리라.” 행자가 뛰어나오며 말했다. “노형은 무슨 말을 하시오?” 수성이 말했다. “내 사슴을 타이르는 것이니라! 내 사슴을 타이르는 것이니라!” 팔계가 죽은 여우를 사슴 앞에 내동댕이치며 말했다. “이것이 네 딸이냐?” 그 사슴이 머리를 끄덕이고 흔들며 주둥이를 내밀어 몇 번 냄새를 맡고는 우느니 우느니 소리를 내어 정답게 아끼고 떠나기 아쉬워하는 듯하였다. 수성이 정수리를 내리치며 한 대 쥐어박고 말했다. “업축아! 네가 목숨을 건진 것만으로 족하거늘 또 냄새를 맡기는 어찌하느냐?” 그리고 즉시 도포 띠를 풀어 사슴의 목에 걸어 묶고 끌어 일으키며 말했다. “대성이여, 나는 그대와 비구국에서 만나러 가겠노라.” 행자가 말했다. “잠시 멈추시오! 이참에 이곳을 모조리 깨끗이 쓸어 두어 훗날 요망한 재앙이 다시 생기는 일을 면하게 하리다.” 팔계가 그 말을 듣고 스랑을 들어 버드나무를 마구 찍었다. 행자가 또 “옴” 자 진언을 한 번 외워 여전히 당방 토지신을 불러내어 일렀다. “마른 땔감을 좀 찾아와 센 불을 붙여 이 지방의 요망한 근심을 없애 주어 괴롭힘을 면하게 하라.” 그 토지신이 즉시 몸을 돌려 음풍을 쌩쌩 일으키며 음병을 거느리고 영상초, 추청초, 요절초, 산예초, 누호시, 용골시, 노적시 등을 날라 왔는데, 모두 해를 넘겨 바싹 마른 타버릴 만한 물건이라 불을 만나면 기름을 끼얹은 듯하였다. 행자가 불렀다.
“팔계야, 나무를 찍을 것 없이 이 물건들로 굴속을 메우고 불을 놓아 깨끗이 태워 버리자.” 불이 타오르자 과연 청화의 요괴 집 한 채를 불구덩이로 만들어 버렸다.
여기에서야 토지신을 물러가게 하고 수성과 함께 사슴을 끌고 여우를 질질 끌어 한꺼번에 전각 앞으로 돌아와 임금에게 말했다. “이것이 그대의 미후이니 이와 함께 놀아 보겠소?” 그 임금은 간담이 서늘하고 놀라 떨었다. 또 손대성이 수성을 인도하고 흰 사슴을 끌고 모두 전각 앞에 이르는 것을 보자, 나라 안의 임금과 신하와 왕비와 후비가 놀라 일제히 절을 올렸다. 행자가 앞으로 나가 임금의 팔을 붙잡고 웃으며 말했다. “우선 나에게 절하지 말고, 이 사슴이야말로 국장이니 그대는 그놈에게나 절하시오.” 그 임금은 부끄러워 몸둘 바를 몰라 하며 다만 말했다. “신스런 승려께서 나라의 어린아이를 구해 주시니 참으로 하늘의 은혜로소이다!” 즉시 명하여 광록시에 채식 연회를 차리라 하고 동각을 크게 열어 남극 노인과 당승 사부중을 모셔 함께 앉아 은혜에 감사하였다. 당삼장이 수성을 뵙고 절을 올리고 사오정도 예로 인사를 올렸으며, 모두 물었다. “흰 사슴이 늙은 수성의 물건이라면 어찌하여 이곳에 와서 해를 끼치게 되었소?” 수성이 웃으며 말했다. “지난번에 동화제군이 내 누추한 산을 지나다가 내가 붙잡아 바둑을 두었느니라. 한 판이 끝나기도 전에 이 업축이 달아났느니라. 손님이 간 뒤에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기에 내가 손가락을 꼽아 헤아려 보니 이곳으로 달아난 줄 알고 특별히 찾아왔는데, 마침 손대성이 위력을 떨치는 것을 만났느니라. 만일 늦게 왔다면 이 짐승은 죽었으리라.”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아뢰는 이가 있어 “연회가 갖추어졌나이다”라고 아뢰었다. 훌륭한 채식 연회였으니, 오색이 문에 넘치고 이상한 향기가 자리를 가득 메웠구나.
상에는 수놓은 휘장이 걸려 비단 같은 고움이 피어나고, 땅에는 붉은 담요가 깔려 노을빛을 어른거리는구나. 보압 향로 안에서는 침단 향이 피어오르고, 어전 앞에서는 채소 품목이 향기롭구나. 보는 접시에 높은 과일은 누대를 쌓았고, 용이 휘감긴 두당은 달리는 짐승을 벌여 놓았구나. 원앙정과 사선당은 본뜬 듯 꼴을 갖추었고, 앵무배와 노자작은 모습과 형상이 그럴싯하구나. 자리 앞 과일 품목은 가지가지 성하고, 안상 위 채식 안주는 낱낱이 정결하구나. 큰 둥근 밤과 싱싱한 여지와 복숭아, 대추와 감말랭이는 맛이 달콤하고 잣과 포도는 향기롭고 걸쭉한 술이로구나. 몇 가지 꿀 과자와 몇 품목의 찐 다식, 기름에 튀기고 설탕을 끼얹어 꽃무더기 비단 쌓기 같구나. 금쟁반에는 큰 만두가 높이 쌓이고 은그릇에는 향기로운 쌀밥이 가득 담겼구나. 매콤하고 알싸한 국물에 당면이 길고, 향기가 코를 찌르며 잇달아 새로 나오는 맛이 좋구나. 버섯과 목이와 연한 죽순과 황정이며 열 가지 향기로운 채소와 백 가지 맛의 진미는 다 말할 수 없구나. 오가는 손길이 한시도 멈추지 않고, 나아오고 물러감에 온갖 것이 모두 성대히 차려졌구나. 이때 자리를 정하였는데 수성이 윗자리, 장로가 그 다음 자리, 임금이 앞자리, 행자와 팔계와 사오정이 곁자리였고, 곁에는 또 태사 두세 명이 좌우에서 곁들여 모셨다. 즉시 교방사에 명하여 음악을 울리게 하고, 임금이 자하배를 받쳐 들고 하나하나 술을 올렸으나 당승만은 마시지 않았다. 팔계가 행자에게 말했다. “사형이여, 과일은 사형에게 양보할 터이니 국과 밥 같은 것은 나에게 맡겨 주어 실컷 먹게 해 주시오.” 그 멍청이는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고 한꺼번에 마구 달려들어 오는 것마다 남김없이 먹어 치웠다. 한 차례 연회가 끝나자 수성이 작별을 고하였다. 그 임금이 또 앞으로 나아가 수성에게 무릎 꿇어 절하고 병을 물리치고 수명을 늘이는 법을 구하니, 수성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사슴을 찾으러 오느라 단약을 가져오지 못하였느니라. 수양하는 방도를 전해 주고자 하여도 너는 근육이 쇠하고 정신이 패하여 환단할 수 없느니라. 내 옷소매에 대추 세 알이 있을 뿐인데 동화제군께 차를 올리려던 것으로 내가 먹지 않았으니 이제 너에게 주겠노라.” 임금이 그것을 삼키자 차츰 몸이 가벼워지고 병이 물러갔다. 뒷날 장생을 얻은 자가 모두 여기에서 비롯되었느니라. 팔계가 보고는 곧 외쳤다. “노수성이여, 화조가 있거든 나에게 몇 개만 주어 먹게 하시오.” 수성이 말했다. “가져오지 못하였느니라. 훗날 내 너에게 몇 근을 보내 주겠노라.” 마침내 동각을 나와 감사의 뜻을 표하고는 흰 사슴에게 한 번 호통쳐 일으켜 등에 올라타 구름을 밟고 떠났다. 조정의 임금과 왕비 후비와 성 안의 백성들이 저마다 향을 사르고 절을 올린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어 둔다.
당삼장이 불렀다. “제자들아, 짐을 꾸려 임금께 하직을 고하자.” 그 임금이 또 간곡히 만류하며 가르침을 구하니, 행자가 말했다.
“폐하시여, 이제부터 색욕을 적게 탐하시고 음덕을 많이 쌓으시오. 무릇 온갖 일에서 긴 것으로 짧은 것을 보태면 스스로 병을 물리치고 수명을 늘이기에 족하니 그것이 곧 가르침이니이다.” 그리고 흩어진 금과 부서진 은 두 쟁반을 내어 놓으며 노자로 받들었다. 당승은 완강히 사양하며 한 푼도 받지 않았다. 임금은 어쩔 수 없이 난가를 갖추어 당승을 봉련용거에 단정히 앉히고, 임금과 빈후가 모두 수레바퀴를 밀고 굴려 그제야 조정 밖으로 전송하였다. 육가삼시의 백성과 무리 서민들도 모두 잔에 맑은 물을 채우고 화로에 참된 향을 피워 또 성 밖까지 전송하였다. 홀연히 허공에서 바람 소리가 한 번 들리더니, 길 양쪽으로 천백십일 개의 거위 바구니가 떨어졌고 그 안에서 어린아이들이 울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본래 그들을 지키던 성황과 토지와 사령과 진관과 오방 갈제와 사치 공조와 육정육갑과 호교 가람 등 무리가 응하여 크게 외쳤다. “대성이시여, 저희가 앞서 분부를 받들어 어린아이들이 든 거위 바구니를 거두어 갔사옵니다. 이제 대성께서 공을 이루고 떠나시는 줄 알고 하나하나 도로 보내 드리나이다.” 그 임금과 왕비 후비와 온갖 신하와 백성이 또 모두 절을 올렸다. 행자가 허공을 우러러 말했다. “여러분께 수고를 끼쳤소. 각자의 사당으로 돌아가시면 내가 민간에 제사를 지내어 그대들에게 보답하게 하리다.” 휘익 휘익 소스라치며 음풍이 다시 일어 그들이 물러갔다. 행자가 성 안 사람들을 불러 어린아이를 데려가게 하였다.
그때 소문이 퍼지자 모두들 와서 저마다 바구니 속의 아이를 알아보고 기뻐하며 안아 올려 오라비라 부르고 살점이라 부르며, 뛰는 이 뛰고 웃는 이 웃고 모두 외쳤다. “당나라 할아버지를 붙잡아 우리 집으로 모셔 가 아이를 구한 은혜에 감사드리자!” 큰이 작은이 할 것 없이 남녀 모두 그들의 추한 용모를 두려워하지 않고 저팔계를 들쳐 메고 사화상을 어깨에 메며 손대성을 머리에 이고 당삼장을 받들어, 말을 끌고 짐을 지고 한꺼번에 성으로 돌아왔으니 그 임금도 금지할 수 없었다. 이 집에서도 연회를 열고 저 집에서도 자리를 마련하였다. 청하지 못한 이들은 승려의 모자와 승려의 신발과 편삼과 무명 버선이며, 속속들이 겉옷과 속옷, 큰옷과 작은옷을 지어 모두 와서 보냈다.
이렇게 한 달가량을 머물러서야 성을 떠날 수 있었다. 또 초상을 전해 두고 위패를 세워 예를 갖추고 향을 사르며 공양하였다. 바로 이러하였도다.
음덕이 높이 쌓여 은혜의 산이 무겁고, 천만 백성을 살려 내었도다.
필경 이 뒤로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거니와,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