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설하고 당삼장 사부와 제자들이 진해 선림사에 이르니 승려들이 나와 인사를 나누고 재공을 차렸다. 넷이 먹기를 마치자 그 여인도 음식 기운을 조금 얻었다. 차츰 날이 저물어 방장실에 등불을 켜니, 승려들은 한편으로 당승의 취경 내력을 묻고 싶고 한편으로 그 여인을 넋 놓고 보고 싶어 모두 떼지어 몰려나와 등불 아래 줄줄이 늘어섰다.
당승이 처음 만난 라마승에게 말했다. “원주스님, 내일 이 보산을 떠나 서쪽으로 가려 하는데 그 길이 어떠하오이까?” 그 승려가 두 무릎을 꿇자 당황한 장로가 얼른 그를 붙잡으며 말했다. “원주스님, 어서 일어나시구려. 내 그대에게 길이나 묻는 것뿐인데 어찌하여 큰절을 올리시오?” 그 승려가 말했다. “노사부님께서 내일 서쪽으로 가시면 길이 평탄하고 곧사오니 마음을 쓰실 것 없나이다. 다만 지금 한 가지 난처한 일이 있어 문에 들어서자마자 아뢰려 하였사오나 큰 위엄을 범할까 두려워하다가, 재를 마치고 나서야 바야흐로 감히 아뢰옵니다. 노사부께서는 동쪽에서 오시느라 길이 멀고 고생이 크셨사오니 모두 작은 중의 방에서 편히 쉬심이 매우 좋사오나, 오직 이 여보살님이 문제이오니 어디서 주무시게 하면 좋을지 알 수가 없나이다.” 당승이 말했다. “원주스님, 의심하지 마시오. 우리 사부와 제자에게 무슨 사악한 뜻이 있다고 여기지 마시오. 아침에 흑송림을 지나다가 이 여인이 나무에 묶여 있는 것을 보았소. 작은 제자 손오공은 구해 주려 하지 않았으나 내가 보리심을 내어 그를 구하였으니, 원주스님이 보내시는 대로 따라가 어디든 자게 하면 되오.” 그 승려가 감사하며 말했다. “노사부께서 너그러우시니 천왕전으로 모시어 바로 천왕 할아버님 뒤에 짚자리를 펴고 주무시게 하사이다.” 당승이 말했다. “매우 좋소, 매우 좋소.” 이리하여 여러 작은 중들이 그 여인을 인도하여 전각 뒤로 가 재웠다. 장로는 방장실에서 여러 원주들에게 편히들 계시라 청하고는 각자 흩어졌다. 당승이 오공에게 분부했다. “고생하였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 그리고 모두 한곳에 모여 잠이 들었으니 감히 곁을 떠나지 않고 스승을 지켰다. 차츰 깊은 밤이 되었으니, 참으로 이러하였다. “옥토끼 높이 오르니 만 가지 소리 잠잠한데, 하늘 거리 고요하여 오가는 이 끊겼구나. 은하수 또렷하고 별빛 찬란한데, 망루에서 북소리 울려 나와 경을 재촉하며 바꾸는구나.”
각설하고 그 밤의 이야기는 이쯤 접어 둔다. 날이 밝자 행자가 일어나 팔계와 사오정에게 행낭과 말을 수습하라 하고는 스승을 모시고 길을 떠나려 하였다. 이때 장로는 아직 단잠에 빠져 깨지 않았는데, 행자가 가까이 다가가 “사부님” 하고 불렀다. 그 사부님은 머리를 한번 들어 올릴 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였다. 행자가 물었다. “사부님, 어찌하십니까?” 장로가 신음하며 말했다. “내 어찌하여 이다지도 머리는 띵하고 눈은 부으며, 온몸의 살과 뼈가 다 아프단 말이냐?” 팔계가 이 말을 듣고 손을 뻗어 더듬어 보니 몸에 열이 조금 있었다. 그 얼간이가 웃으며 말했다. “알겠소. 어젯밥이 공짜라고 여러 그릇이나 더 먹고는 머리를 처박고 잤으니 체한 것이오.” 행자가 꾸짖었다. “허튼소리! 내가 사부님께 여쭙고 정확히 알아보겠다.” 당삼장이 말했다. “내가 한밤중에 일어나 볼일을 보러 가면서 갓을 쓰지 않았으니, 아마 바람을 쐰 모양이로다.” 행자가 말했다. “그 말은 그럴듯하오. 그런데 지금 길을 걸으실 수 있겠소?” 당삼장이 말했다. “지금은 일어나 앉지도 못하는데 어찌 말에 오르리오. 다만 길만 늦어질 뿐이오!” 행자가 말했다. “사부님,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요! 속담에 이르기를 하루라도 스승이면 평생의 아버지라 하였소. 저희가 사부님의 제자가 되었으니 곧 아들이나 다름없소. 또 이르기를 자식을 기르는 데 금을 아끼고 은을 쏟을 것 없이 그저 보이는 형편에 마음을 쓰면 그만이라 하였소. 몸이 편치 않으시면서 무슨 일정이 늦어진다 하시리오. 며칠쯤 참고 견딘들 무슨 해가 되겠소!” 형제들이 모두 스승을 곁에서 모시는데 어느새 아침이 가고 낮이 와서 저녁이 이르렀으며, 좋은 밤이 막 지나가니 또 새벽이 찾아왔다.
세월이 빠르니 어느덧 사흘이 지났다. 어느 날 스승이 몸을 일으키며 불렀다. “오공아, 이틀 동안 병이 깊어 너에게 묻지 못하였구나. 저 목숨을 건진 여보살에게 누가 음식을 좀 갖다 주었느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그이를 걱정하실 게 무엇이오. 먼저 사부님의 병이나 돌보시오.” 당삼장이 말했다. “옳소, 옳소. 그런데 나를 좀 일으켜 주고 내 종이와 붓과 먹을 꺼내고, 절에서 벼루를 하나 빌려 오너라.” 행자가 말했다. “어디에 쓰시려고요?” 장로가 말했다. “내가 편지 한 통을 써서 통행 문서와 함께 한곳에 봉하여, 네가 장안 임금님께 대신 올려 태종 황제를 한번 뵙게 하고자 한다.” 행자가 말했다. “그건 쉬운 일이오. 내 손오공은 다른 일에는 재주가 없어도 편지를 보내는 일이라면 인간 세상에서 제일이오. 편지를 단단히 꾸려 주시오. 내가 근두운 한 번에 장안으로 가 당왕께 전하고, 또 근두운 한 번에 되돌아오면 사부님의 붓과 벼루가 채 마르지도 않았을 것이오. 그런데 편지를 보내어 어찌하시려는 것이오? 편지의 뜻을 내게 읽어서 들려주시오. 들려주고 나서 써도 늦지 않소.” 장로가 눈물을 떨구며 말했다. “내 이렇게 쓰겠다. 신하 된 중 머리를 조아려 세 번 절하옵니다, 만세를 외치며 성군께 절하옵니다. 문무 두 반열이 함께 굽어살피시고 공경 사백이 모두 알게 하소서. 당년에 성지를 받들어 동토를 떠나 영산에서 세존을 뵙고자 하였더니, 뜻밖에도 도중에 액난을 만났사옵고 반로에 재앙이 있을 줄 어찌 알았으리까. 중의 병은 깊어 나아갈 수 없고 불문은 아득하여 하늘 문에 닿았사옵니다. 경은 있으되 목숨이 없으니 헛된 수고일 뿐, 이제 임금께 아뢰어 다른 사람을 보내소서.” 행자가 이 말을 듣고는 참지 못하여 껄껄 크게 웃으며 말했다.
“사부님, 너무도 속이 좁으시오. 조금만 아프셔도 곧 그런 생각을 하다니요. 사부님께서 병이 위중하여 죽고 사는 일이라면 다만 내게 물으시오. 내 손오공에겐 제법 재주가 있으니, 어느 염라대왕이 감히 마음을 내며 어느 판관이 감히 영장을 내며 어느 귀사가 와서 잡아가려 하느냐 하고 묻는 것이오. 내 비위를 거스르면 내가 그 천궁을 크게 소란시키던 성질을 내어, 몽둥이를 휘두르는 대로 명계로 쳐들어가 십 대 염라대왕을 모조리 사로잡아 하나씩 힘줄을 뽑아도 성이 차지 않을 것이오!” 당삼장이 말했다. “제자야, 내 병이 위중하니 부디 이런 큰소리는 말아라.” 팔계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형님, 사부님께서 좋지 않다고 하시는데 형님은 자꾸 좋다고만 하시니 몹시 민망하오. 우리가 일찍 의논하여 먼저 말을 팔고 행낭을 전당 잡혀 관을 사서 장사를 지내고 헤어집시다.” 행자가 말했다. “이 얼간이가 또 헛소리를 하는구나! 사부님께서는 우리 부처 여래의 둘째 제자로서 본디 금선장로라 불리셨거늘, 다만 불법을 가벼이 여기신 탓에 이 큰 재난을 겪게 된 것임을 너는 모르느냐.”
팔계가 말했다. “형님, 사부님께서 불법을 가벼이 여겨 동토로 쫓겨나 시비의 바다와 구설의 한복판에서 사람의 몸으로 태어나시어, 서천으로 가 부처께 절하고 경을 구하겠다는 원을 세우셨다가 요괴를 만나면 묶이고 마두를 만나면 매달려 온갖 고초를 겪으신 것만으로도 넉넉한데, 어찌하여 또 병까지 앓게 하시오?” 행자가 말했다. “너는 어찌 알겠느냐. 사부님께서 부처의 설법을 들으실 때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꾸벅졸아 아래로 흔들리시며 왼발로 쌀 한 톨을 밟아 인간 세상에 떨어뜨리셨으니 이 사흘의 병이 마땅한 것이니라.” 팔계가 놀라며 말했다. “그러면 먹을 때마다 흘리고 떨어뜨리는 나 같은 놈은 몇 년 동안 병을 앓아야 한다는 말이오!” 행자가 말했다. “아우야, 부처께서는 너 같은 중생을 마음에 두지 않으신다. 너는 또 모르는구나. 사람들이 이르기를, 한낮에 김 매니 땀이 뚝뚝 논바닥에 떨어지는데 그 누가 알랴, 밥그릇의 밥알 하나하나가 다 고생인 줄을, 하지 않았느냐. 사부님께서는 오늘 하루뿐이니 내일이면 나으실 것이니라.” 당삼장이 말했다.
“내 오늘은 어제와 다르구나. 목구멍이 몹시 타는구나. 네가 어디든 좀 가서 냉수를 찾아다 내게 먹여라.” 행자가 말했다. “좋았소! 사부님께서 물을 찾으시니 곧 나으실 징조요. 내 당장 가서 냉수를 떠다 드리겠소.”
즉시 바리때를 들고 절 뒤 향적주로 물을 길러 갔다. 문득 보니 그 승려들이 하나같이 눈이 붉게 충혈되어 슬피 흐느끼며 우는데, 감히 큰 소리로 통곡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행자가 말했다. “너희 이 승려들은 참으로 속이 좁구나! 우리가 며칠 묵고 떠날 때 사례를 하리라. 장작값은 머문 날수대로 쳐서 갚아 주마. 그런데 어찌 이리도 못났느냐!” 승려들이 황급히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그러실 리가 없사옵니다! 천만에올시다!” 행자가 말했다.
“어찌하여 감히요? 내 보기에 그 긴 주둥이를 가진 중이 밥통이 너무 커서 너희 밑천을 축내 버린 줄 알았던 것이냐?”
승려들이 말했다. “영감님, 이 황량한 산에 크고 작은 중이 백여 명이나 되옵니다. 한 사람이 영감님을 하루씩만 모셔도 백 열흘은 모실 수 있사옵니다. 어찌 감히 마음을 속여 먹을 것을 따지겠나이까!”
행자가 말했다. “따질 것 없다면서 너희는 어찌하여 울고 있느냐?” 승려들이 말했다. “영감님, 어느 산에서 온 요사한 놈인지 이 절에 있사옵니다. 우리가 밤마다 작은 중 둘을 보내 종을 치고 북을 치게 하였는데, 종과 북 소리가 그친 뒤에는 사람이 돌아오는 것을 다시 볼 수가 없었나이다. 이튿날 찾아보니 중의 모자와 신발만 뒤뜰에 버려져 있고 해골은 그대로 남아 있었으니, 사람을 잡아먹은 것이옵니다. 영감님네가 사흘을 묵으시는 동안 우리 절에서는 중 여섯이 사라졌나이다. 그리하여 우리 형제들이 두렵지 않을 수 없고 슬프지 않을 수 없나이다.
“뵈오니 영감님의 스승님께서 자애로우시어 감히 전하여 말씀드리지 못하다가, 참지 못하여 눈물방울을 몰래 떨구었나이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놀라면서도 기뻐하며 말했다. “말할 것도 없이 요마가 여기 있어 사람을 해친 것이니, 내가 너희를 위하여 그놈을 소탕해 주마.” 승려들이 말했다. “영감님, 요정은 정하지 않으면 영험하지 않아, 반드시 구름을 타고 명계를 드나들 줄 아옵니다. 옛 사람이 잘 이르기를, 곧은 자의 곧음만 믿지 말고 어진 체하는 자의 어질지 않음을 조심하라 하였나이다.”
“영감님, 저희 하는 말에 노여워 마시옵소서. 영감님께서 그놈을 잡아 두실 수 있다면 이 황량한 산에서 이 화근을 없애 주시니 참으로 삼생의 행운이옵니다마는, 만일 그놈을 잡지 못하신다면 몹시 난처한 일이 생기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어찌하여 몹시 난처해지느냐?” 여러 승려가 말했다. “영감님께 조금도 속이지 않고 아뢰옵니다. 이 황량한 산에 백여 명의 중이 있사오나 모두 어릴 적에 출가한 자들이옵니다. 머리털이 자라면 칼을 찾아 깎고, 옷이 해지면 헐렁한 누더기를 기워 입나이다. 새벽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는 두 손을 모으고 몸을 굽혀 큰 도에 귀의하나이다.”
밤이 되면 향을 사르려 불을 살피고 정성을 다하여 이를 맞추며 아미타불을 외나이다. 머리를 들어 부처를 뵈오면 연꽃의 아홉 품계요 삼승의 가르침이라, 자비의 배와 법의 구름이 함께하여 구름 아른 동산의 세존을 뵙기를 원하나이다. 머리를 숙여 마음을 살피오면 오계를 받들고 대천을 건넨다 하여도, 만 갈래 법 가운데 나고 또 나면서 완공과 색공을 깨닫기를 원하나이다. 여러 시주가 오시면 늙은이나 젊은이나 키 큰이나 작은이나 살진이나 여윈이나 할 것 없이 저마다 목어를 두드리고 금경을 쳐대며 다닥다닥 붙어 앉아 법화경 두 권과 양왕참 한 책을 외우나이다. 그러나 여러 시주가 오지 않으시면 새로운이나 헌 것이나 낯선이나 익은이나 촌스러운이나 고운이나 할 것 없이 저마다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은 채, 고요하고 아득하게 포단 위에서 입정하고 달빛 아래 문을 굳게 닫나이다. 꾀꼬리는 울고 새들은 지저귀며 한가히 다투어도 우리의 방편 자비의 큰 법승에는 오르지 않나이다. 그리하여 범을 항복시키지도 못하고 용을 항복받지도 못하옵니다. 괴물도 알지 못하고 요정도 알지 못하옵니다. 영감님께서 만일 그 요마를 건드리시면 우리 백여 명의 중이 그놈의 끼니 한 번에나 족할 것이옵니다. 하나는 저희 중생을 윤회에 떨어뜨리고, 둘은 이 선림의 옛 자취를 없애 버리며, 셋은 여래의 법회에 털끝만큼의 빛도 없게 되나이다. 이것이 곧 몹시 난처한 일이옵니다.” 행자가 여러 승려가 이러한 말을 하는 것을 듣고는 곧 마음에서 노여움이 솟고 쓸개 곁에서 사악함이 생겨, 크게 한번 외쳤다. “너희 이 승려들은 참으로 어리석구나! 그 요정만 알고 내 손오공의 행적은 모르느냐?” 승려들이 조용히 대답하였다. “실로 알지 못하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내 오늘 대략 말해 줄 것이니 너희는 잘 들으라. 나도 일찍이 화과산에서 범을 항복시키고 용을 항복받았으며, 나도 일찍이 천당에 올라가 천궁을 크게 소란시켰느니라. 배가 고플 때는 노군의 단약을 대강 물어뜯어 두세 알쯤 먹었고, 목이 마를 때는 옥제의 술을 가볍게 들이켜 대여섯 잔 마셨느니라. 희지도 않고 검지도 않은 한 쌍의 금정안을 뜨면 하늘은 참담해지고 달은 아득해지며,
짧지도 길지도 않은 금고봉 하나를 들면 올 때는 그림자 없고 갈 때는 자취 없느니라. 무슨 큰 요괴 작은 괴물을 말하랴, 그놈이 얄밉고 더러운들 겁이 나느냐! 한 번 쫓아가면 달아나는 놈, 떠는 놈, 숨는 놈, 허둥대는 놈이요, 한 번 붙잡아 오면 쪼개고 불사르고 갈고 방아로 찧느니라. 참으로 팔선이 함께 바다를 건너되 제각기 신통을 드러내는 격이니라! 여러 승려여, 내 그 요정을 붙잡아 너희에게 보여 주마. 그제야 너희가 내 손오공을 알게 되리라!” 승려들이 이 말을 듣고 슬몃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말했다. “이 놀라운 중이 큰 입을 열어 큰소리를 치니 아무래도 내력이 있는 모양이로다.” 그러면서 하나같이 연달아 옳다고만 하였다. 오직 그 라마승이 말했다. “잠깐이오! 영감님의 스승님께서는 귀하신 몸이 편찮으신데 영감님께서 그 요정을 잡는 일이 급하지 않사옵니다. 속담에 이르기를 공자가 잔치에 오르면 취하지 않아도 이미 배부르고,
“장사가 싸움터에 임하면 죽지 않으면 상한다 하였나이다. 그대들이 서로 겨루시는 그러한 때에 혹 영감님의 스승님께 누를 끼치게 되면 몹시 온당치 않사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옳소! 옳소! 내 우선 스승님께 냉수를 갖다 드리고 오겠소.”
바리때를 들어 올려 냉수를 담고 향적주에서 나와 방장실로 가서 “사부님, 냉수 드시오” 하고 불렀다. 당삼장은 한창 답답하고 목이 마를 때라 머리를 들어 물을 받아 들고는 단숨에 들이켰으니, 참으로 목마를 때 한 방울은 감로수 같고 약이 알맞으면 병이 곧 낫는다 하였다. 행자가 장로의 정신이 점차 맑아지고 눈썹과 눈매가 펴지는 것을 보고 물었다. “사부님, 국수나 밥을 좀 드시겠소?” 당삼장이 말했다. “이 냉수가 영단과 같아 병이 절반은 줄었으니, 국수나 밥이 있다면 좀 먹을 수 있겠다.” 행자가 연달아 큰 소리로 외쳤다. “내 사부님이 나으셨다, 국수와 밥을 드시겠단다.” 그리고 그 승려들에게 바삐 차리라 하였다. 쌀을 일고 밥을 짓고 밀가루를 밀어 전을 부치고 만두를 찌고 당면국을 만들어서 네다섯 상을 차려 왔다. 당승은 겨우 미음 반 그릇을 먹었고 행자와 사오정은 한 상만 비웠으며, 나머지는 모두 팔계가 한 배에다 넣었다. 그릇을 치우고 등불을 켜니 승려들이 각자 흩어졌다.
당삼장이 말했다. “우리가 오늘 며칠째 이곳에서 묵고 있는 것이냐?” 행자가 말했다. “사흘이 온전히 지났소. 내일 저녁 무렵이면 나흘째가 되오.” 당삼장이 말했다. “사흘이면 이미 많은 길을 놓친 셈이구나.” 행자가 말했다.
“사부님, 그것쯤이야 길이라 할 것도 없소. 내일 떠나시지요.” 당삼장이 말했다. “옳소, 병이 조금 남았더라도 어쩔 수 없지.” 행자가 말했다. “내일 떠나실 것이라면 오늘 밤에 내가 요정을 잡게 해 주시오.” 당삼장이 놀라며 말했다. “또 무슨 요정을 잡는단 말이냐?” 행자가 말했다. “이 절에 요정이 하나 있으니 내가 대신 잡아 주겠소.” 당승이 말했다. “제자야, 내 병든 몸이 아직 온전치 않은데 네가 어찌하여 또 그런 생각을 하느냐! 만일 그 요괴에게 신통이 있어 네가 그놈을 잡지 못한다면 도리어 나를 해치는 것이 아니겠느냐?”
행자가 말했다. “사부님께서 남의 위풍을 너무 꺾으시오! 내 손오공이 곳곳에서 요정을 항복받는데, 사부님께서는 내가 누구에게 진 것을 보셨소? 다만 손을 대지 않을 뿐, 손을 대면 반드시 이기오.” 당삼장이 그를 붙잡으며 말했다. “제자야, 늘 하는 말이 참으로 좋다. 방편을 만나거든 방편을 행하고, 남을 용서할 수 있거든 너그럽게 하라 하였느니라. 마음을 쓰는 것이 어찌 마음을 간직하는 것만 같으며, 기를 내세우는 것이 어찌 기를 누그러뜨리는 것보다 높으랴!” 손대성이 사부님이 간곡히 말리며 요정을 항복받지 말라 하는 것을 보고는 속마음을 털어놓고 말했다. “사부님, 실로 속이지 않고 아뢰오. 그 요괴가 여기서 사람을 잡아먹었소.” 당승이 크게 놀라며 말했다. “무슨 사람을 잡아먹었단 말이냐?” 행자가 말했다. “우리가 머문 사흘 동안에 이미 이 절의 작은 중 여섯을 잡아먹었소.” 장로가 말했다. “토끼가 죽으니 여우가 슬퍼하고, 짐승도 제 무리를 다치게 함을 슬퍼하는 법이니라. 그놈이 절의 중을 잡아먹었으니 나 또한 중이로다. 내 너를 보내주리니 다만 마음을 쓰되 한결 조심하라.” 행자가 말했다. “말할 것도 없소. 내 손이 닿으면 곧 없애고 마오.”
너는 그가 등불 앞에서 팔계와 사오정에게 스승을 잘 지키라 분부하는 모습을 보아라. 그는 흐뭇한 얼굴로 방장실에서 뛰어나와 곧장 불전으로 갔다. 살펴보니 하늘에는 별이 있고 달은 아직 오르지 않아 그 전각 안은 캄캄하였다. 그는 곧 참불을 불어내어 유리등을 켜고는 동쪽에서 북을 치고 서쪽에서 종을 쳤다. 소리가 그치자 몸을 한번 흔들어 변화하니, 나이가 겨우 열두세 살쯤 되어 보이는 작은 중이 되었는데, 누런 명주로 된 저고리를 걸치고 흰 베로 된 장삼을 입고서는 손으로 목어를 두드리며 입으로 경을 외우고 있었다. 초경이 되도록 아무 동정도 없었다. 이경 무렵에 이르러 그믐달이 막 떠오르는데, 문득 훅 하고 한바탕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참으로 좋은 바람이로다. “검은 안개가 하늘을 가려 어둡고, 수심에 찬 구름이 땅을 비추어 캄캄하구나. 사방은 먹물을 뿌린 듯하고 온통이 쪽빛으로 물든 듯하구나. 처음 불어올 때는 흙먼지를 일으키고 흙을 흩뿌리더니, 그 뒤로는 나무를 넘어뜨리고 숲을 꺾는구나. 흙먼지를 일으키니 별빛이 드러나고, 나무를 넘어뜨리니 달빛이 흐릿하구나. 부는 바람에 항아는 사라수를 꽉 껴안고, 옥토끼는 빙빙 돌며 약 그릇을 찾는구나. 구요의 성관은 모두 문을 닫고, 사해의 용왕은 모두 문을 걸어 잠갔구나. 사당의 성황은 작은 귀신을 찾고, 허공의 선자는 어찌 구름을 타랴? 명부의 염라는 마면을 찾고, 판관은 두건을 잡으려 어지러이 뛰는구나. 곤륜산 꼭대기의 돌을 불어 움직이고, 강호의 물결을 휘저어 흐려 놓는구나.” 그 바람이 막 지나간 곳에서 문득 난사향 내음이 물씬 풍기고 환패 소리가 들려왔다. 몸을 일으켜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아! 바로 한 미인이 곧장 불전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행자는 입으로 웅얼웅얼 소리를 내며 그저 경만 외우고 있었다. 그 여인이 가까이 다가와 와락 껴안으며 말했다. “어린 장로님, 무슨 경을 외우고 계시오?” 행자가 말했다. “발원한 것이오.” 여인이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제방에서 편히 자는데 그대는 어찌하여 경을 외우시오?” 행자가 말했다.
“발원한 것을 두고 어찌 외우지 않겠소?” 그 여인이 그를 껴안고는 입을 맞추며 말했다. “나와 함께 뒤로 가서 좀 놀자꾸나.” 행자가 일부러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대는 참으로 모르는 게 많구려!” 여인이 말했다. “그대는 관상을 볼 줄 아시오?” 행자가 말했다. “조금은 아오.” 여인이 말했다. “그러면 내 관상이 어떠하다 하시오?” 행자가 말했다. “보아하니 그대는 남몰래 아이를 낳고 익은 것도 서슴지 않다가 시부모에게 쫓겨난 모양이오.”
여인이 말했다. “보지 못하였소! 보지 못하였소! 나는 시부모에게 쫓겨난 것도 아니고 익은 것을 탐하고 아이를 낳은 탓도 아니라오.
다만 내 전생의 명이 박복하여 젊은 남자에게 시집을 갔더랬소. 동방화촉을 치르지 못하고 지아비를 피해 달아난 몸이라오.
지금 별빛이 밝고 달이 교교하니 이 또한 인연이 있어 천 리를 달려와 만난 것이라, 내 그대와 함께 뒤뜰로 가서 원앙의 짝이 되어 즐겨 보자꾸나.” 행자가 이 말을 듣고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저 어리석은 중들은 모두 색욕에 이끌려 목숨을 잃었거늘, 이 요괴가 이제는 또 나를 꾀려 하는구나.” 그리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대답했다. “낭자, 나는 출가한 몸인데다 나이도 어려 무슨 남녀의 일인지 알지 못하오.” 여인이 말했다. “나를 따라오시오. 내 가르쳐 주리라.” 행자가 속으로 웃으며 생각했다. “좋소. 내 그놈을 따라가서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보리라.”
그 두 사람은 어깨를 감싸고 손을 잡고 불전에서 나와 곧장 뒤뜰로 갔다. 그 요괴가 행자에게 다리를 걸어 땅에 넘어뜨리고는 입으로 “내 사랑, 오라버니” 하고 마구 부르면서 손을 뻗어 그의 사타구니를 움켜쥐려 하였다. 행자가 말했다. “이 녀석아, 참으로 내 손오공을 먹으려는구나!” 그러나 행자가 그 손을 잡아채어 조그만 비틀어 넘기기 법을 쓰니 그 요괴를 데굴데굴 굴려 땅에 내동댕이쳤다. 그 요괴는 입으로 여전히 “내 사랑, 오라버니, 그대는 제 어미를 넘어뜨릴 줄도 아는구려!” 하고 외쳤다. 행자가 속으로 계산했다. “이때 그놈을 치지 않고 언제 치랴! 참으로 먼저 손을 쓰는 자가 강하고 뒤에 손을 쓰는 자가 재앙을 만난다 하였느니라.” 그리고는 손을 벌리고 허리를 굽히며 한 번에 뛰어 일어나서 본래의 법상을 드러내고 금고철봉을 휘둘러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그 요괴도 참으로 놀라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 작은 중이 이토록 대단하구나!” 눈을 크게 뜨고 보니 바로 당장로의 제자요 성이 손씨인 자였으나, 그놈은 그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대는 이 요괴가 무슨 요괴인지 아느냐? “코는 쇠로 만들고 털은 눈을 펼친 듯하구나. 땅굴을 집과 방으로 삼으니 몸 붙일 곳마다 든든하구나. 삼백 년 전의 기운을 길러 두고 일찍이 영산을 몇 차례 다녀왔구나. 향화와 촛불을 한번 배불리 먹고서야 여래의 분부를 받들어 천조로 내려왔구나. 탁탑천왕이 사랑하는 딸이요, 나타 태자가 동포로 인정하는 이로구나. 바다를 메운 새도 아니요 산을 이고 선 자라도 아니로다. 뇌환의 칼도 두렵지 않고 여건의 칼도 두렵지 않구나. 오가고 또 오가며 강수와 한수가 넓은들 무슨 상관이리오? 오르고 또 내리며 태산과 항산이 높이 솟은들 어찌 따지랴? 저 달 같고 꽃 같은 고운 자태를 보아라, 누가 쥐 늙은이가 요괴가 되어 교활하고 호탕함을 뽐내는 줄 알랴!” 그 요괴는 제 신통이 광대함을 스스로 믿고는 곧 두 자루 겹칼을 들어 올려 쨍그랑쨍그랑 소리를 내며 왼쪽으로 막고 오른쪽으로 받고, 동쪽으로 기울며 서쪽으로 쓰러졌다. 행자가 좀 더 강하기는 하여도 그놈을 붙잡아 넘기지는 못하였다. 음풍이 사방에서 일고 그믐달은 빛을 잃었으니, 보라 저 두 사람의 뒤뜰에서의 한바탕 멋진 싸움을. “음풍은 땅에서 일고 그믐달은 희미한 빛을 흔드는구나. 고요하던 범왕의 처소요 쓸쓸하던 귀신의 회랑이로다. 뒤뜰이 온통 전쟁터가 되었으니, 손대사는 하늘 위의 성인이요, 털북숭이 아가씨는 여인 중의 왕이라, 신통을 겨루며 항복하려 하지 않는구나. 하나는 고운 마음을 비틀어 검은 중에게 성을 내고, 하나는 지혜로운 눈을 부릅뜨고 새 단장을 미워하는구나. 두 손에서 칼이 날리니 어찌 여보살을 알아보랴, 한 개의 몽둥이가 내리치니 몹시도 산 금강 같구나. 소리 나는 곳에 금고는 번개처럼 번쩍이고, 삽시간에 쇠창이 별빛처럼 빛나는구나. 옥루는 비취를 움켜쥐고 금전은 원앙을 부수는구나. 원숭이는 바 땅의 작은 달에 울고 기러기는 초 땅의 긴 하늘에서 우는구나. 열여덟 나한은 은근히 탄성을 내고 서른두 제천은 저마다 허둥대는구나.”
그 손대성은 정신을 크게 떨치고 몽둥이에 털끝만큼의 어긋남도 없었다. 요정은 저로서는 당해 낼 수 없음을 깨닫고 불현듯 미간을 찌푸리자 꾀가 떠올라 몸을 빼어 달아났다. 행자가 호령했다. “이 몹쓸 놈아!
어디로 달아나느냐! 어서 와서 항복하라!” 그 요정은 일부러 듣지도 않고 곧장 뒤로 물러났다. 행자가 다급히 뒤쫓을 때에 그 요정은 왼발에 신은 꽃신을 벗어 선기후 한 번을 불고 주문을 외우며 “변하여라!” 하고 외치니, 그것이 제 본모습으로 변하여 두 자루 칼을 휘두르며 덤벼 오는 사이에 진신은 한번 흔들려 한 줄기 맑은 바람이 되어 사라졌다. 이것이 어찌 당삼장의 재성이 아니겠느냐. 그 요정은 곧장 방장실로 달려들어 당삼장을 붙잡아 구름 위로 채 갔으니, 아득하고 묘연하여 눈 깜짝할 사이에 함공산에 이르러 무저동으로 들어가서는, 졸개들에게 채식 잔치를 차려 혼례를 올리라 분부한 이야기는 이쯤 접어 둔다.
각설하고 행자는 싸우느라 마음이 조급하고 성미가 거칠어져 한 번 빈틈이 생기는 바람에 몽둥이로 그 요정을 내리쳐 떨어뜨렸는데, 그것은 꽃신 한 짝이었다. 행자는 제가 계략에 걸렸음을 알고 황급히 몸을 돌려 스승을 살폈다. 그런데 스승이 어디 있단 말이냐? 다만 그 얼간이와 사오정이 입으로 웅얼웅얼 무언가 말하고 있을 뿐이었다. 행자는 분노가 가슴에 가득 차 좋고 나쁠 것도 가리지 않고 몽둥이를 들어 쓸어치며 연달아 외쳤다. “너희를 때려 죽이겠다!
너희를 때려 죽이겠다!” 그 얼간이는 당황하여 달아날 길조차 없었으나, 사오정은 영산의 대장이었던 터라 겪은 일이 많아 부드럽고 온화하게 앞으로 나아가 무릎을 꿇고 말했다. “형님, 나도 알겠소. 형님께서 우리 둘을 죽이려 하시니 스승님도 구하러 가지 않고 곧장 집으로 돌아가시려는 게지요.” 행자가 말했다. “내 너희 둘을 죽이고 나 혼자 스승님을 구하러 가겠다!” 사오정이 웃으며 말했다. “형님,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요! 우리 둘이 없다면 참으로 외가닥 실로는 실을 꼬지 못하고 외손바닥으로는 소리를 내지 못하오. 형님, 이 행낭과 말은 누가 돌보리이까? 차라리 관포가 재물을 나눈 것을 본받을 것이요, 손방이 지혜를 다툰 것은 본받지 말 것이니이다. 예로부터 호랑이를 잡아도 친형제가 낫고 싸움터에 임해서는 부자간의 병정이라 하였소. 형님께서는 부디 때리기를 그치시고 날이 밝기를 기다려 우리와 힘을 합쳐 스승님을 찾으러 갑시다.” 행자는 신통이 광대하면서도 이치를 알고 형편을 살필 줄 알았으므로 사오정이 간곡히 애원하는 것을 보고 마음을 돌려 말했다.
“팔계, 사오정, 너희 둘 다 일어나거라. 내일 스승님을 찾으러 가려면 온 힘을 다해야 하느니라.” 그 얼간이는 용서받았다는 말을 듣고 기뻐서 하늘이라도 반쪽을 떼어 주고 싶은 심정으로 말했다. “형님, 이 일은 모두 이 늙은 돼지에게 맡기시오.” 형제들은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어찌 잠을 이루었으랴. 차라리 고개를 끄덕여 부상에서 해를 불러내고 한 입으로 하늘의 별을 모조리 흩어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세 사람은 다만 앉아서 날이 새기를 기다리다 짐을 싸서 떠나려 하니, 일찍이 절의 승려들이 문을 막고 물으러 왔다. “영감님, 어디로 가시려 하옵니까?”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말하기 민망하구나. 어제 여러 사람 앞에서 큰소리를 치며 요정을 잡아 주겠다 하였는데, 요정은 잡지 못하고 도리어 내 스승님을 잃어버렸소. 우리 스승님을 찾으러 가는 길이오.” 승려들이 놀라며 말했다. “영감님, 하찮은 저희 일이 도리어 스승님께 누를 끼쳤으니, 어디로 가서 찾으시려 하옵니까?” 행자가 말했다. “찾을 곳이 있소.” 승려들이 또 말했다. “가시더라도 서두르지 마시고 아침 공양이나 좀 드시지요.” 그리고는 급히 국과 밥을 두어 그릇 차려 왔다. 팔계가 힘껏 먹어 말끔히 비우고는 말했다. “좋은 중들이로다! 우리가 스승님을 찾고 나면 다시 여기 와서 놀겠소.” 행자가 말했다. “그들의 밥을 또 먹으러 오겠다는 말이냐! 너희는 천왕전으로 가서 그 여인이 있는지 좀 보아라.” 승려들이 말했다. “영감님, 없사옵니다, 없사옵니다.
그날 밤을 하루 묵더니 이튿날부터는 보이지 않게 되었나이다.”
행자가 흐뭇하게 승려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팔계와 사오정에게 말을 끌고 짐을 지게 하여 곧장 동쪽으로 되돌아갔다. 팔계가 말했다. “형님이 잘못 보셨소. 어찌하여 또 동쪽으로 가시오?” 행자가 말했다. “너는 어찌 알겠느냐! 지난번 그 흑송림에서 묶여 있던 여자를 내 불안진정으로 뚫어보아 다 간파하였거늘, 너희들은 모두 좋은 사람으로만 여겼지. 오늘 중을 잡아먹은 놈도 그년이요 스승님을 채 간 놈도 그년이니라!
너희가 참으로 훌륭한 여보살을 구하였구나! 이제 스승님이 끌려갔으니 옛길을 따라 되돌아가며 찾아 보자꾸나.” 두 사람이 감탄하며 말했다. “좋소, 좋소, 좋소! 참으로 거친 속에도 세밀함이 있소! 가세, 가자꾸나!” 세 사람이 급히 숲 속에 이르러 보니 이러하였다. “구름은 아련하고 안개는 자욱한데, 돌은 층층이요 길은 구불구불하구나. 여우의 발자국과 토끼의 자취가 어지러이 뻗고, 호랑이와 표범과 승냥이와 이리가 오가며 드나드는구나. 숲 안에는 요괴의 그림자조차 없으니 당삼장이 어느 끄트머리에 있는지 알 수 없구나.” 행자는 마음이 조급해져 몽둥이를 뽑아 들고 몸을 흔들어 변화하니 천궁을 소란시키던 본모습이 되어, 머리가 셋이요 팔이 여섯이 되고 여섯 손에 몽둥이 세 개를 나눠 쥐고는 숲 속에서 마구 두들겨 대었다. 팔계가 이를 보고 말했다. “사오정, 형님이 화가 나더니 스승님을 찾지 못하자 그만 성깔병이 나고 말았소.” 알고 보니 행자가 한바탕 두들겨 대는 사이에 늙은이 둘을 쳐 내었는데, 하나는 산신이요 하나는 토지로서 앞으로 나아가 무릎을 꿇고 말했다. “대성님, 산신과 토지가 뵈러 왔나이다.” 팔계가 말했다. “영험하기도 하여라! 한바탕 두들기니 산신과 토지 둘을 쳐 내었으니, 다시 한바탕 두들기면 태세까지 쳐 내겠구나.”
행자가 꾸짖어 물었다. “산신과 토지, 너희가 이토록 무례하구나! 여기서 한결같이 도적 떼와 어울려 도적이 손을 대면 돼지와 양을 사서 너희에게 제사를 지내게 하고, 또 요정과 결탁하여 떼를 지어 내 스승님을 채 가다니! 지금 어디에 숨겨 두었느냐? 어서 사실대로 아뢰어라, 그러면 때리지 않으리라!” 두 신이 당황하여 말했다.
“대성님, 저희를 잘못 꾸짖으시나이다. 그 요정은 저희 산에 있지도 않고 저희 관할 아래 있지도 않사옵니다. 다만 밤에 바람 소리가 나는 곳이라 저희가 대략이나마 알고 있을 뿐이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안다면 하나하나 아뢰어라!” 토지가 말했다. “그 요정이 스승님을 채 간 곳은 바로 정남쪽 아래로 이곳에서 천 리나 떨어져 있사옵니다. 그쪽에 산이 하나 있어 함공산이라 불리오며, 산속에 굴이 있어 무저동이라 하옵니다. 그 산의 요정이 여기까지 와서 변화하여 스승님을 채 간 것이옵니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속으로 놀라운 마음을 누르며 산신과 토지를 호령하여 물러가게 하고는 법신을 거두어 본모습을 드러내어 팔계와 사오정에게 말했다. “스승님이 멀리 가 버렸구나.” 팔계가 말했다. “멀다면 구름을 타고 뒤쫓아 가겠소!” 훌륭한 얼간이로다, 한바탕 광풍을 일으켜 맨 먼저 솟아오르고, 뒤이어 사오정이 구름을 탔으며, 그 백마는 본디 용의 아들로 태어난 몸이라 행낭을 등에 싣고서 역시 바람과 안개를 밟았다. 대성이 곧 근두운을 일으켜 곧장 남쪽으로 날아왔다. 오래지 않아 큰 산 하나가 구름의 발을 가로막는 것이 보였다. 세 사람이 말을 세우고 모두 구름 위에 자리를 잡고 그 산을 바라보니 이러하였다. “꼭대기는 푸른 은하에 닿았고 봉우리는 푸른 창공에 이어졌구나. 주변에는 잡목이 억만 그루요 오가는 날짐승은 떼지어 떠드는구나. 호랑이와 표범이 무리 지어 달리고 노루와 사슴이 떼 지어 다니는구나. 양지바른 곳에는 기화요초가 향기를 풍기고, 그늘진 곳은 섣달의 눈과 억센 얼음이 녹지 않는구나. 험준한 고개요 깎아지른 벼랑이로다. 우뚝 선 높은 봉우리요 굽이치는 깊은 계곡이로다. 솔은 울창하고 돌은 삐죽삐죽하니 길 가는 이가 보면 그 마음이 오싹하구나. 나무꾼은 그림자조차 없고 약 캐는 신동도 자취가 없구나. 눈앞의 호랑이와 표범은 능히 안개를 일으키고 온 땅의 여우가 어지러이 바람을 부리는구나.” 팔계가 말했다. “형님, 이 산이 이토록 험준하니 반드시 요사가 있을 것이오.” 행자가 말했다. “말할 것도 없소. 산이 높으면 본래 괴물이 있고 고개가 험하니 어찌 요정이 없겠느냐!” 그리고 말했다. “사오정, 나와 너는 여기 있기로 하고, 팔계가 먼저 산 아래 움푹한 곳으로 내려가 알아보게 하자. 어느 길이 걷기에 좋으며 과연 굴이 있는지, 또 어디에 문이 열렸는지 모두 세세히 알아오너라. 그래야 우리가 함께 스승님을 찾아가 구할 수 있지.” 팔계가 말했다.
“이 늙은 돼지는 재수가 없구나! 먼저 나더러 솥을 뒤집어쓰란 말이냐!” 행자가 말했다. “너는 어젯밤에 모두 네게 맡기라 하였거늘, 어찌하여 이제 와서 겁을 집어먹고 물러서느냐?” 팔계가 말했다. “떠들지 마시오, 내가 가겠소.” 그 얼간이는 쇠스랑을 내려놓고 옷을 털고 빈손으로 높은 산 아래로 뛰어내려 가 길을 찾았다.
이번 길에 과연 좋고 나쁨이 어떠할지는 알 수 없거니와,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