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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5 제85회 심원투목모(心猿妒木母) · 마주계탄선(魔主計呑禪)

각설하고 그 나라 국왕이 이른 조회를 여니 문무의 여러 관원이 모두 표문을 받들고 나아가 아뢰었다. “주공이시여, 신 등이 예를 잃은 죄를 너그러이 용서하여 주옵소서.” 국왕이 말했다. “여러 경의 예모가 평소와 같은데 어찌 예를 잃었다 하는가?” 여러 경이 아뢰었다.

“주공이시여, 어찌된 영문인지 신들의 머리털이 하룻밤 사이에 모조리 사라졌나이다.” 국왕이 그 머리털이 없어졌다는 표문을 들고 용상에서 내려와 여러 신하에게 말했다. “참으로 무슨 까닭인지 알 수 없구려. 짐의 궁중에 있는 대소 인원들도 하룻밤 사이에 머리털이 모두 없어졌노라.” 임금과 신하들이 모두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말했다. “이제부터는 다시는 중들을 죽이지 않겠나이다.” 국왕이 다시 용좌에 오르고 여러 관원은 제각기 본래 반열로 돌아가 섰다. 국왕이 또 말했다. “아뢸 일이 있으면 반열에서 나와 아뢰고, 일이 없으면 주렴을 걷고 조회를 파하리라.” 그때 무관 반열에서 성을 순찰하는 총병관이 홱 걸어 나오고, 문관 반열에서 동성 병마사가 나와 섬돌 아래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었다. “신이 성지를 받들어 성을 순찰하다가 밤사이 도적의 장물인 궤짝 하나와 백마 한 필을 얻었나이다. 미천한 신이 감히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사오니 성지를 내리시어 결정하여 주옵소서.” 국왕이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궤짝째 가져오너라.” 두 신하는 곧 본래 관아로 물러나 가지런한 군사들을 뽑아 들고 궤짝을 메어 내오게 했다. 삼장이 그 안에서 넋이 몸을 떠날 지경으로 말했다. “제자들아, 이대로 국왕 앞에 나가게 되면 무슨 말로 변명한단 말이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떠들지 마라! 내가 이미 모두 마련해 두었다. 궤짝을 여는 순간 그가 우리를 스승으로 받들어 모실 것이니, 팔계더러는 시비를 가리며 다투지 말라고만 하여라.” 팔계가 말했다. “죽이지만 면한다면 그것이 곧 한량없는 복인데 감히 다투겠소이까!”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궤짝이 조정 밖으로 메여져 나가 오봉루를 지나 단지 아래에 놓였다. 두 신하가 국왕께 열어 보시기를 청하니 국왕이 곧 열라고 명했다. 막 뚜껑을 걷어 내는데 저팔계가 참지 못하고 밖으로 툭 뛰어나왔으니, 놀란 여러 관원은 간담이 오그라들어 입도 열지 못하였고, 또 손행자가 당승을 부축하여 나오고 사오정이 행리를 들어 내는 것을 보았다. 팔계는 총병관이 말을 끌고 있는 것을 보고 앞으로 다가가 호통치듯 크게 소리쳤다.

“이 말은 내 것이오! 이리 내오너라!” 그 관원은 놀라 나동그라지며 땅에 넘어졌다. 네 사람이 모두 섬돌 가운데 서자 국왕은 그것이 네 명의 중임을 알아보고 급히 용상에서 내려와 삼궁의 비빈들을 불러 모으고 금란보전에서 내려와 여러 신하와 함께 절하며 물었다. “장로는 어디서 오셨나이까?” 삼장이 말했다. “동토 대당 천자의 명을 받들어 서방 천축국 대뢰음사로 가 살아 계신 부처님을 뵙고 참된 경전을 구하여 오라는 사명을 띤 자들이옵니다.” 국왕이 말했다.

“스승이시여, 먼 곳에서 오셨거늘 어찌하여 이 궤짝 속에서 잠을 주무셨나이까?” 삼장이 말했다. “빈승은 폐하께서 서원을 세워 중들을 죽이려 하신다는 것을 알고 감히 상국에 드러내 놓고 들지 못하여, 속인으로 변장하고 밤에 귀국의 객점으로 가서 하룻밤을 빌어 묵었나이다. 사람들이 본래 모습을 알아볼까 두려워하였으므로 그만 이 궤 속에서 잠을 잤나이다. 불행히도 도적에게 궤째 훔쳐 나와졌고 총병에게 붙잡혀 이리 메여 오게 되었사오나, 이제 폐하의 용안을 뵙게 되었으니 이른바 구름을 걷어 내고 해를 본 것이라 하옵니다. 바라건대 폐하께서는 빈승을 용서하여 풀어 주옵소서. 바다처럼 깊은 은혜이옵니다!” 국왕이 말했다. “스승은 천조 상국의 고승이시거늘 짐이 영접하지 못하여 예를 잃었도다. 짐이 예로부터 중들을 죽이겠다는 원을 세운 것은 일찍이 어떤 중이 짐을 비방한 일이 있어, 짐이 하늘에 원을 걸고 중 일만 명을 죽여 원만을 삼으려 하였기 때문이니라. 뜻밖에도 오늘밤 귀의하여 짐 등으로 하여금 중이 되게 하였도다. 이제 임금과 신하와 후비의 머리털이 모두 깎여 떨어졌으니, 스승께서는 높은 어짊을 아끼지 마시고 저희를 문하로 받아 주시옵소서.” 팔계가 그 말을 듣고 껄껄 웃으며 말했다. “제자로 삼으시려 하니 무슨 폐백을 드리면 되겠나이까?” 국왕이 말했다. “스승께서 기꺼이 허락하신다면 나라 안의 재보를 모두 바치겠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재보 이야기는 그만하시오. 이 중들은 도가 있는 승려들이오. 그대는 다만 관문을 바꾸어 우리를 성 밖으로 보내 주기만 하시오. 그리하면 그대의 왕업이 길이 굳건하고 복과 수가 나날이 더해질 것을 보장하리라.” 그 국왕이 그 말을 듣고 곧 광록시에 명하여 큰 잔치를 베풀게 하고, 임금과 신하가 뜻을 모아 한마음으로 스승을 받들어 절을 올렸으며, 즉시 관문을 고쳐 주면서 삼장에게 국호를 바꾸어 주기를 청했다. 행자가 말했다. “폐하의 나라 이름인 ‘법국’은 매우 좋사오나 다만 ‘멸’ 자가 통하지 않으니, 저희가 지나간 뒤로는 국호를 ‘흠법국’으로 고치소서. 그리하면 바다가 잔잔하고 강이 맑아 천 대를 이어 흥하고, 바람이 고르고 비가 순하여 만방이 편안할 것을 장담하리라.” 국왕이 은혜에 사례하고 조란가를 가지런히 갖추어 당승 사부를 성 밖 서쪽까지 배웅하니, 임금과 신하들이 선을 받들어 참됨으로 돌아간 일은 더 말하지 않겠다.

각설하고 장로가 흠법국 국왕과 작별하고는 말 위에서 흐뭇하게 말했다. “오공아, 이번 법이 매우 훌륭하니 큰 공로로구나.” 사오정이 말했다. “형이여, 어디서 저리도 많은 이발장을 구해 와 밤을 새워 저 많은 머리를 깎았단 말이오?” 행자가 변화를 부리고 신통력을 쓴 일을 차례대로 이야기하니 사부와 제자들은 모두 입을 다물 줄 모르고 웃었다. 한창 기뻐하는데 홀연히 높은 산 하나가 길을 막고 서 있는 것이 보이자 당승이 말고삐를 당기며 말했다.

“제자들아, 너희는 앞에 놓인 산세가 높고 험한 것을 보아라. 모름지기 조심하여야 한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안심하라!

안심하라! 아무 탈이 없도록 해 주리라!” 삼장이 말했다. “탈이 없다 하지 마라. 내가 보니 저 산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고 멀리에서부터 사나운 기운이 이는 듯하며 포악한 구름이 날아 나오니, 점차 놀라고 당황하여 온몸이 저리고 마음이 편치 않구나.”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스승께서는 오소선사의 ‘다심경’을 벌써 잊으셨나이까?” 삼장이 말했다. “기억하고 있다.” 행자가 말했다. “기억은 하시되 아직 네 구절의 게송이 있거늘 그것은 잊으셨소이다.” 삼장이 말했다. “그 네 구절이 무어냐?” 행자가 말했다. “부처는 영산에 계시니 멀리서 구하지 말라. 영산은 오직 네 마음속에 있느니라. 사람마다 영산탑이 하나씩 있나니 좋도록 영산탑 아래에서 닦으라.” 삼장이 말했다. “제자야, 내 어찌 알지 못하겠느냐.
이 네 구절에 따른다면 천 가지 경전과 만 가지 법전도 다만 마음을 닦는 것일 뿐이로다.” 행자가 말했다. “더 말할 것도 없소이다. 마음이 맑으면 외로운 밝음이 홀로 비추고, 마음이 머물면 온갖 경계가 다 맑아지느니라.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게으름이 되어 천 년 만 년이 가도록 공을 이루지 못하리라. 다만 한 조각 지극한 정성이 있으면 뇌음은 바로 눈앞에 있느니라. 스승처럼 이토록 겁내고 당황하여 마음이 편치 않으면 큰 도는 멀어지고 뇌음 또한 멀어지느니라. 부질없이 의심하지 말고 나를 따르소서.” 그 장로는 그 말을 듣고 심신이 문득 상쾌해져 온갖 걱정이 모조리 사라졌다.

네 사람이 함께 앞으로 나아갔다. 몇 걸음 되지 않아 산 위에 올라 눈을 들어 둘러보니 참으로 좋은 산이되 자세히 보니 빛깔이 얼룩덜룩하였다. 산꼭대기에는 구름이 떠돌고, 벼랑 앞에는 나무 그림자가 차갑구나. 날짐승은 쓸쓸히 울고, 달리는 짐승은 사납고 억세구나. 숲 속에는 소나무가 천 그루요, 봉우리에는 대나무가 몇 대런가. 으르렁대는 소리는 푸른 이리가 먹이를 빼앗는 것이요, 포효는 굶주린 호랑이가 밥을 다투는 것이로다. 들원숭이는 길게 휘파람 불며 신선한 과일을 찾고, 사슴은 꽃을 딛고 푸른 산기운으로 오르누나. 바람은 싸아하고 물은 졸졸 흘러, 때로 그윽한 새소리가 간간이 들려오누나. 여러 곳에서 칡덩굴이 서로 얽고 당기고, 시냇가에는 요초와 향기로운 난초가 섞여 있구나. 괴석은 반짝반짝하고 봉우리의 바위는 깎아세운 듯하구나. 여우와 오소리는 떼를 지어 달리고, 원숭이들은 무리를 이루어 장난하누나. 나그네는 험준함이 많음을 시름하는데, 어찌하여 옛길마저 이리 굽이치는고! 사부와 제자들은 겁을 집어먹고 놀라며 가고 있는데, 문득 후우 하는 소리와 함께 한 차례 바람이 일었다. 삼장이 겁을 내며 말했다. “바람이 일었구나!” 행자가 말했다. “봄에는 화풍이 있고 여름에는 훈풍이 있으며, 가을에는 금풍이 있고 겨울에는 삭풍이 있사옵니다. 사시사철에 모두 바람이 있거늘 바람이 일었다고 무엇이 두렵단 말이오?” 삼장이 말했다. “이 바람이 몹시 급하게 몰려오니 결코 하늘에서 온 바람이 아니로다.” 행자가 말했다. “예로부터 바람은 땅에서 일고 구름은 산에서 나오는 법인데, 어찌 하늘 바람이 따로 있겠나이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또 한 차례 안개가 이는 것이 보였다. 그 안개는 참으로 이러하였다. 아득하여 하늘에 이어 캄캄하고, 아슴하여 땅을 두르고 어둡구나. 햇빛은 그림자조차 없고, 새소리는 어디서도 들리지 않누나. 완연하기가 혼돈과 같고, 방불하기가 나는 먼지 같구나. 산머리의 나무조차 보이지 않거늘, 어찌 약초 캐는 이라도 만나리오. 삼장이 더욱 놀라며 말했다.

“오공아, 바람이 아직 잦아들지도 않았거늘 어찌하여 또 이토록 안개가 이는고?” 행자가 말했다. “우선 서두르지 마소서. 스승께서는 말에서 내리시고, 너희 두 형제는 여기서 스승을 지키고 있거라. 내가 가서 길흉이 어떠한지 보고 오리라.”

이 호걸 대성은 허리를 한번 굽히더니 곧 허공으로 솟아 올라가 손을 눈썹 위에 얹고 화안을 부릅뜬 채 아래를 굽어보니, 과연 깎아지른 바위 곁에 요괴 하나가 앉아 있었다. 그 생김새가 어떠하였는가 보라. 번쩍이는 무늬는 고와 화려하기 그지없고, 우뚝한 수컷의 기세는 몹시 늠름하구나. 단단한 이빨은 입 밖으로 나와 강철 송곳 같고, 날카로운 발톱은 굽 속에 감추어 옥 갈고리 같구나. 둥근 눈의 금빛은 날짐승과 짐승도 겁을 내고, 거꾸로 솟은 은빛 수염은 귀신도 시름하누나. 거칠게 으르렁거리며 사나운 위풍을 부리고, 안개를 토하고 바람을 뿜으며 꾀를 부리누나. 또 좌우 수하에 서른에서 마흔 명쯤 되는 작은 요괴들이 늘어서 있는데, 그는 그곳에서 억지로 법술을 부려가며 바람을 뿜고 안개를 토해 내고 있었다. 행자가 속으로 웃으며 말했다. “우리 스승께서도 조금은 앞일을 아시는구나. 스승이 하늘 바람이 아니라 하시더니 과연 아니요, 이곳에서 요괴가 떠들썩하게 재주를 부리고 있구나. 이 늙은 손오공이 쇠몽둥이를 휘둘러 내리치면 이를 일러 ‘마늘 찧듯 두들기기’라 하지만, 때려죽이기는 죽이되 이 늙은이의 명성만 깎이게 된다.” 그 행자는 평생을 호걸로 살아 남을 몰래 꾀어 칠 줄을 몰랐다. 그는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내가 먼저 돌아가 저팔계를 좀 돌보아 주어 그를 시켜 먼저 이 요괴와 한 판을 겨루게 하리라. 만일 팔계에게 재주가 있어 이 요괴를 쳐부수면 그것을 그의 공로로 쳐 주고, 재주가 없어 이 요괴에게 잡혀 간다면 내가 다시 가서 구해 준 뒤에라야 비로소 명성을 떨칠 수 있으리라.” 그는 또 이렇게 생각했다. “팔계는 좀 게을러 나서기를 꺼리지만, 다만 입이 걸쭉하여 먹을 것을 좋아하는구나. 내가 그를 한번 속여 보아 무어라 하는지 보리라.” 곧장 구름머리를 내려 삼장 앞에 이르렀다. 삼장이 물었다. “오공아, 바람과 안개 이는 곳의 길흉이 어떠하더냐?” 행자가 말했다.

“이제는 맑고 깨끗해져서 바람이나 안개가 없사옵니다.” 삼장이 말했다. “그렇구나, 조금은 물러간 듯하더라.”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스승이시여, 저도 늘 볼 때는 잘 보았거늘 이번에는 잘못 보았나이다. 나는 바람과 안개 속에 요괴나 있을까 두렵다 하였는데, 알고 보니 아니었소이다.” 삼장이 말했다. “그러면 무엇이더냐?” 행자가 말했다. “앞으로 멀지 않은 곳에 마을 하나가 있사옵니다. 마을 사람들이 선을 즐겨 흰쌀밥과 흰 밀가루 떡을 쪄서 중들에게 공양한다 하옵니다. 이 안개는 아마 그 사람들이 찜통에서 피어올린 김이니, 또한 선을 쌓은 응답이라 하겠나이다.” 팔계가 그 말을 듣고 참말인 줄로 여겨 행자를 슬며시 끌어당기며 말했다. “형이여, 형은 먼저 그 공양을 먹고 온 게요?” 행자가 말했다. “많이는 못 먹었다. 나물이 너무 짜서 즐겨 먹지 않았을 뿐이야.” 팔계가 말했다. “쯧, 아무리 짜다 한들 내야 배터지게 한껏 채워 먹고야 말지! 목이 몹시 마르면 돌아와 물을 마시면 그만이지.” 행자가 말했다. “네가 먹고 싶으냐?” 팔계가 말했다. “그러게 말이오. 내 배가 좀 고파 먼저 좀 먹고 가려 하는데 어떻겠소?” 행자가 말했다. “아우야, 말도 꺼내지 마라. 옛 글에 이르기를 ‘아버지가 살아 계시면 아들이 제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하였다. 스승께서 또 여기 계시거늘 누가 감히 먼저 가겠느냐?”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형이 가만히만 있으면 내가 가겠소.” 행자가 말했다. “나는 잠자코 있으리니, 네가 어떻게 갈는지 두고 보자.” 그 멍청이는 먹는 데에는 남다른 꾀가 있어 앞으로 나서서 큰절을 올리며 말했다. “스승이시여, 방금 사형이 말하기를 앞마을에 중들에게 공양하는 집이 있다 하였나이다. 보옵소서, 이 말이 남의 집을 번거롭게 하여 풀과 사료를 달라 하니 일이 되고도 남지 않사옵니까? 마침 지금 바람과 안개가 맑아졌으니 여러분은 좀 앉아 계시고, 내가 가서 연한 풀을 좀 찾아 먼저 말에게 먹인 뒤에 그 집으로 공양을 받으러 가겠나이다.” 당승이 기뻐하며 말했다. “좋도다! 네가 오늘은 어찌하여 이리도 부지런해졌느냐? 어서 갔다 오너라.” 그 멍청이는 속으로 슬쩍 웃으며 곧 걸음을 옮겼다. 행자가 뒤따라가 붙잡으며 말했다. “아우야, 저기서는 중에게 공양하되 잘난 중에게만 하고 못난 중에게는 하지 않는다더라.” 팔계가 말했다. “그런 말이라면 또 변신을 하란 말이오?” 행자가 말했다. “그러니 한번 변해 보아라.” 이 멍청이에게도 서른여섯 가지 변화가 있었으니, 산골짜기로 걸어 들어가 손가락으로 결을 짚고 주문을 외우더니 몸을 한번 흔들어 키 작고 뚱뚱한 중으로 변하여, 손에는 목어를 쥐고 입으로는 흥얼흥얼 소리를 냈으나 경을 외지는 못하고 다만 “상대인”만 흥얼거릴 뿐이었다.

각설하고 그 괴물은 바람과 안개를 거두어들이고 무리 요괴에게 호령하여 큰 길목에 원진을 펼쳐 놓고는 지나가는 나그네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멍청이는 재수가 없어 오래지 않아 그 한가운데로 뛰어들었고, 요괴 무리에게 포위되어 이놈은 옷자락을 잡아당기고 저놈은 띠를 잡아당기며 밀치고 떠밀며 일제히 손을 댔다. 팔계가 말했다. “잡아당기지들 마라. 내가 집집마다 차례로 먹어 줄 터이니.” 요괴들이 말했다. “중놈아, 너는 무얼 먹으려 하느냐?” 팔계가 말했다. “너희가 여기서 중들에게 공양한다기에 내가 공양을 먹으러 왔노라.” 요괴들이 말했다. “네가 이곳에서 공양을 받으려는 모양인데, 우리 이곳에서는 오히려 중을 먹는 줄을 모르는구나. 우리는 모두 산에서 도를 얻은 요선들로서, 오로지 너희 중들을 집으로 끌고 가 찜통에 얹어 푹 익혀 먹으려 하는 터인데, 너는 도리어 공양을 받으러 오다니!”
팔계가 그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겁이 나서야 행자를 원망하며 말했다. “이 필마온 놈, 참으로 얄밉구나!

그가 나를 꾀어 이 마을에서 중들을 공양한다 하거늘 내가 그 말만 믿었는데, 이곳에 무슨 마을이 있단 말이며 무슨 중을 공양한단 말이냐! 알고 보니 요괴들이었구나!” 그 멍청이는 잡아당기다 못해 다급해지자 곧 본래 모습을 드러내고 허리에서 쇠갈퀴를 뽑아 들고 마구 찧어 대어 그 작은 요괴들을 물리쳤다. 작은 요괴가 급히 달려가 늙은 요괴에게 알리며 말했다. “대왕이시여, 큰일이 났나이다!” 늙은 요괴가 말했다. “무슨 큰일이냐?” 작은 요괴가 말했다. “산 앞에 중 하나가 왔는데 몹시 깨끗하게 생겼나이다. 내가 집으로 끌고 가 쪄서 먹고, 다 못 먹으면 흐린 날을 대비해 남겨 두려 하였는데, 뜻밖에도 저놈이 변화를 하는 줄 몰랐나이다.” 늙은 요괴가 말했다. “어떤 모습으로 변하더냐?” 작은 요괴가 말했다. “어디 사람 꼴이 되었나이까! 입은 길고 귀는 크며 등 뒤에는 갈기가 있고, 두 손에 쇠갈퀴 하나를 휘둘러 머리도 낯도 가리지 않고 마구 찧어 대니, 놀란 우리가 달려 도망쳐 나와 대왕께 알리러 온 것이옵니다.” 늙은 요괴가 말했다. “겁낼 것 없다. 내가 가 보리라.” 쇠공이 하나를 휘두르며 가까이 다가가 보니 과연 그 멍청이가 흉측하게 생겼다. 그 생김새는 이러하였다. 방아 같은 주둥이는 갓 석 자요, 드러난 엄니는 은못을 뽐내누나. 둥글게 뜬 두 눈은 번개 같은 빛이요, 두 귀는 바람을 부치며 훠훠 소리를 내누나. 뒤통수의 긴 갈기는 쇠화살을 늘어세운 듯하고, 온몸의 거친 가죽은 부스럼투성이에 푸르기까지 하구나. 손에 든 괴이한 물건은 아홉 이빨 쇠갈퀴니 보는 이마다 놀라누나. 요정이 간을 단단히 다지고 호령했다. “너는 어디서 왔으며 이름이 무엇이냐? 속히 대라, 그러면 네 목숨을 살려 주리라!”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내 아들아, 네놈이 네 돼지 조상을 몰라보다니! 앞으로 오너라, 일러 주마. 큰 입과 드러난 엄니에 신력이 크니, 옥황상제가 나를 천봉원수로 올려 주셨느니라. 천하의 팔만 군사를 거느리고 천궁에서 즐겁고 자유로이 지냈노라. 다만 술에 취해 궁녀를 희롱하다가 그만 영웅을 팔아먹었노라. 한 번 주둥이로 두우궁을 들이받아 엎고, 왕모님의 영지 나물을 먹어 치웠느니라. 옥황상제가 친히 이천 방망이를 내리쳐 삼천 세계 아래로 쫓아내셨노라. 내게 뜻을 세워 원신을 기르라 일렀건만, 아래 세상에서는 도리어 요괴가 되었노라. 고장에서 혼인을 즐기려다 운이 낮아 손 형님을 만났노라. 금고봉 아래에서 항복을 받고 고개를 숙여 사문에 절을 하였노라. 말 등에 짐을 지고 궂은일꾼이 된 것은 전생에 당승의 빚을 졌기 때문이니라. 쇠발 천봉은 본성이 돼지요, 법명은 저팔계라 고쳤노라.” 그 요정이 그 말을 듣고 호령하며 말했다. “네가 알고 보니 당승의 제자로구나. 내가 늘 당승의 고기가 맛있다 하여 마침 너를 잡으려 하였는데, 네가 제 발로 찾아들었으니 내 어찌 너를 살려 주겠느냐? 달아나지 마라! 공이 받아라!” 팔계가 말했다. “이 몹새끼야, 네가 알고 보니 염색장이 출신이로구나!” 요정이 말했다. “내가 어찌 염색장이란 말이냐?” 팔계가 말했다. “염색장이가 아니고서야 어찌 방망이를 쓰겠느냐?” 그 요괴는 변명할 틈도 주지 않고 다가들어 마구 쳤다. 그 둘이 산골짜기에서 벌인 싸움은 참으로 장관이었다. 아홉 이빨 쇠갈퀴와 쇠몽둥이 하나. 갈퀴가 재주를 펴니 미친 바람이 구르고, 공이가 꾀를 부리니 사나운 비가 날리누나. 하나는 이름 없는 악한 요괴로 산길을 막았고, 하나는 죄 지은 천봉으로 본성의 주인을 모시누나. 본성이 바르거늘 요괴와 마귀를 무에 걱정하리, 산이 높으나 흙이 금을 내지는 못하누나. 저 공이의 받침은 구렁이가 소를 나오는 듯하고, 이 갈퀴의 내리침은 용이 포구를 벗어나는 듯하누나. 고함과 호통이 산천을 뒤흔들고, 우렁찬 위풍은 저승까지 놀라게 하누나. 두 영웅이 제각기 재주를 뽐내며 목숨을 걸고 신통을 겨루누나. 팔계가 위풍을 돋우며 요정과 맞서 싸우는데, 그 요괴가 작은 요괴들에게 호령하여 일제히 팔계를 에워싸게 하였다.

각설하고 행자가 당승의 등 뒤에서 홀연 실소를 터뜨리자 사승이 말했다. “형이 저리 냉소를 터뜨리니 무슨 까닭이오?” 행자가 말했다. “저팔계가 참으로 멍청하구나! 중들에게 공양한다는 말만 듣고 꾐에 넘어가 간 지도 오래인데 아직 돌아오지 않는구나. 만일 갈퀴질 한바탕으로 요괴를 물리쳤다면 틀림없이 이기고 돌아와 공로를 다투며 떠들고들 있을 터이요, 싸움을 이겨 내지 못해 요괴에게 잡혀 갔다면 이번에는 내가 재수 없는 놈이 되어 앞에서건 뒤에서건 필마온 타령을 얼마나 들어야 할지 모르겠구나! 오정아, 너는 입을 열지 말고 있거라. 내가 가서 보고 오리라.” 이 대성은 장로에게 알리지도 않고 슬그머니 뒤통수에서 털 하나를 뽑아 신선의 기운을 입으로 불어넣으며 “변하라!” 하니 곧 제 본래 모습으로 변하여 사승과 함께 장로를 모시고 따랐다. 그의 진신은 혼을 빠져나가게 하여 허공으로 뛰어올라 굽어보니, 그 멍청이가 요괴들에게 포위되어 쇠갈퀴의 자세가 흐트러지고 점차 당해 내지 못하는 것이 보였다. 행자가 참지 못하고 구름머리를 내리며 높은 소리로 크게 외쳤다. “팔계야, 서두르지 마라. 이 늙은 손오공이 왔노라!” 그 멍청이는 행자의 목소리를 듣고 기세를 빌려 더욱 위풍을 돋우며 쇠갈퀴를 한바탕 휘둘러 앞으로 마구 찧어 대니, 그 요정이 막아 내지 못하며 말했다. “이 중이 앞서서는 형편없더니 이번에는 어찌하여 사납게 나오는고.” 팔계가 말했다. “내 아들아, 나를 업신여기지 마라! 내 집안 사람이 왔노라!” 한층 더 앞으로 나가며 머리도 낯도 가리지 않고 찧어 대자, 그 요정은 더는 막아 내지 못하고 무리 요괴를 거느리고 패하여 달아났다. 행자는 요괴가 패해 달아나는 것을 보고서는 가까이 다가가지도 않은 채 구름머리를 돌려 곧장 본래 있던 자리로 되돌아와 털을 한번 털어 제 몸에 거두어들였다. 장로는 육안 범태이거늘 어찌 알아보았겠는가.

오래지 않아 멍청이가 이기고 스스로 돌아왔는데, 지쳐서는 콧물과 침을 줄줄 흘리고 흰 거품을 물며 헐떡거리면서 걸어와 “스승이시여!” 하고 불렀다. 장로가 그를 보고 놀라며 말했다. “팔계야, 너는 말 꼴을 베러 간다더니 어찌하여 이다지 엉망이 되어 돌아왔느냐? 산 위의 인가에서 풀을 지키는 이가 있어 꼴 베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더란 말이냐?” 멍청이가 갈퀴를 내려놓고 가슴을 치며 발을 구르고 말했다. “스승이시여, 묻지도 마옵소서! 말하자면 부끄러워 죽을 지경이옵니다!” 장로가 말했다. “무엇이 그리 부끄러우냐?” 팔계가 말했다. “사형이 나를 골려먹었나이다! 그가 처음에는 바람과 안개 속에 요괴가 아니라 흉조도 없고, 마을 사람들이 선을 즐겨 흰쌀밥과 흰 떡을 쪄서 중들에게 공양한다 하기에 내가 참말로 여기고 배가 고프니 먼저 좀 먹고 가려다 풀을 벤다는 핑계를 댔나이다. 뜻밖에도 요괴 떼가 나를 에워싸고 한바탕 피 말리는 싸움을 벌였나이다. 사형의 몽둥이가 도와 주지 않았더라면 저는 이 그물을 벗어나 돌아올 생각조차 못 하였을 것이옵니다!” 행자가 곁에서 웃으며 말했다. “이 멍청이가 헛소리를 하는구나! 네가 도둑이라도 되었으면 옥에 갇힌 사람까지 끌어들이겠구나. 나는 여기서 스승을 모시고 있었거늘 어느 때 한쪽이라도 떠났더냐?” 장로가 말했다. “그렇다, 오공은 나를 떠난 적이 없다.” 그 멍청이가 펄쩍펄쩍 뛰며 떠들었다. “스승이시여, 모르시는구려! 저놈에게는 대신할 몸이 있단 말이옵니다!” 장로가 말했다. “오공아, 참으로 요괴가 있더란 말이냐?” 행자가 더는 감출 수 없어 몸을 굽히고 웃으며 말했다. “작은 요괴 몇 놈이 있었으나 감히 우리를 건드리지 못하였소이다. 팔계야, 이리 오너라, 이번에는 너를 한껏 돕도록 하마. 우리가 스승을 모시고 험준한 산길을 지나는 것은 행군하는 것과 같으니라.” 팔계가 말했다. “행군이라면 어떻단 말이오?” 행자가 말했다. “네가 길 여는 장군이 되어 앞에서 길을 트너라. 그 요괴가 오지 않으면 그만이려니와, 오거든 너는 그와 맞서 싸워 요괴를 쳐부수면 그것을 네 공로로 쳐 주리라.” 팔계는 그 요괴의 수단이 자기와 비슷하려니 하고는 말했다. “내가 그놈 손에 죽는다 한들 어떠리오. 내가 먼저 가겠소!”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 멍청이가 먼저 재수 없는 소리를 하니 어찌 자라나겠느냐!” 팔계가 말했다.

“형이여, 그대는 모르시오? ‘공자가 잔치에 오르면 취하지 않아도 배부르고, 장사가 전장에 임하면 죽지 않아도 상처를 입는다’ 하지 않소? 먼저 실없는 소리를 한마디 해 두면 뒤에 위풍이 서는 법이오.” 행자가 기뻐하며 곧 말을 등에 지고는 스승더러 타시기를 청하고, 사승이 행리를 지고 팔계를 따라 산으로 들어갔음은 더 말하지 않겠다.
각설하고 그 요괴는 패하여 흩어진 작은 요괴 몇 놈을 거느리고 곧장 본래 동굴로 돌아와 석벽 위에 높이 앉아 말없이 있었다. 동굴 안에는 집을 지키는 작은 요괴들이 많이 있었는데 모두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대왕께서는 평소에 나가시면 기뻐하며 즐겁게 돌아오시더니 오늘은 어찌하여 근심하시나이까?” 늙은 요괴가 말했다. “녀석들아, 내가 평소에 동굴을 나가 산을 순찰하면 그곳이 어디든 사람이건 짐승이건 반드시 몇을 잡아다 너희를 먹여 살렸거늘, 오늘은 운이 나빠 상대할 적수 하나를 만났노라.” 작은 요괴가 물었다. “어떤 적수시나이까?” 늙은 요괴가 말했다. “중 하나인데 동토 당승이 경을 구하러 가는 길의 제자라 하며 이름은 저팔계라 부르더구나. 내가 그에게 쇠갈퀴질 한바탕을 얻어맞고 패하여 쫓겨 왔노라. 참으로 분하도다! 내가 늘 사람들에게 듣자니 당승은 열 세상을 수행한 나한이라, 누구든 그의 고기 한 점을 먹으면 수명이 늘어 장생한다 하더라.

뜻밖에도 그가 오늘 내 산으로 오니 마침 붙잡아 쪄 먹으면 그만이려니 하였는데, 그의 수하에 이런 제자가 있을 줄이야!”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반열 가운데에서 작은 요괴 하나가 튀어나와 늙은 요괴를 향하여 흑흑 느껴 울기를 세 번, 깔깔 웃기를 세 번 하였다. 늙은 요괴가 호령하며 물었다. “네가 울다 웃다 하니 무슨 까닭이냐?”

작은 요괴가 무릎을 꿇고 아뢰었다. “대왕께서 방금 당승을 잡아먹겠다 하셨는데, 당승의 고기는 먹을 것이 못되옵니다.” 늙은 요괴가 말했다.

“사람마다 그의 고기 한 점을 먹으면 늙지 않고 오래 살아 하늘과 더불어 같은 수명을 누린다 하는데, 어찌하여 먹을 것이 못 된다 하느냐?” 작은 요괴가 말했다. “먹을 만한 것이었으면 이곳까지 오지도 못하였을 것이옵니다. 다른 곳의 요괴들이 벌써 다 먹어 치웠을 것이옵니다.

그에게는 제자가 셋이나 있사옵니다.” 늙은 요괴가 말했다. “너는 그 셋이 누구인 줄 아느냐?” 작은 요괴가 말했다. “큰 제자는 손행자요 셋째 제자는 사오정이옵니다. 그리고 이 자가 둘째 제자인 저팔계라 하옵니다.”

늙은 요괴가 말했다. “사오정이 저팔계와 견주면 어떠하냐?” 작은 요괴가 말했다. “거의 비슷하옵니다.” “그 손행자가 그와 견주면 어떠하냐?” 작은 요괴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차마 아뢸 수 없나이다! 그 손행자는 신통이 광대하고 변화가 무궁하옵니다! 오백 년 전에 일찍이 천궁을 크게 휩쓸었는데, 상방의 이십팔수와 구요성관, 십이원진과 오경사상, 동서의 성두와 남북의 두 신, 오악과 사독, 온 하늘의 신장들도 그를 당해 내지 못하였거늘, 대왕께서 어찌 감히 당승을 잡아먹으려 하시나이까?” 늙은 요괴가 말했다. “너는 어찌하여 그것을 그리 자세히 아느냐?” 작은 요괴가 말했다. “저도 처음에는 사타령 사타동에서 그 대왕과 함께 살았나이다. 그 대왕이 분별 없이 당승을 먹으려 하다가 손행자가 금고봉 하나를 휘둘러 문을 부수며 쳐들어왔는데, 가련하게도 골패 이름에 걸리도록 얻어맞아 모조리 끊기고 여섯이 끊어졌나이다. 다행히 저에게 약간의 식견이 있어 뒷문으로 빠져나와 이곳까지 흘러들었고, 대왕께서 거두어 주신 덕분에 그의 수단을 알고 있사옵니다.” 늙은 요괴가 그 말을 듣고 크게 놀라 기색이 변하였으니, 이는 바로 ‘대장군도 예언을 두려워한다’는 것이라, 제 식구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거늘 어찌 놀라지 않으랴.

모두가 두려워 떠는 즈음에 또 작은 요괴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대왕께서는 성내지도 마시고 겁내지도 마옵소서. 늘 하는 말에 ‘일은 천천히 이루어진다’ 하였나이다. 당승을 잡아먹고자 하시거든 제가 꾀 하나를 내어 그를 잡아 오겠나이다.” 늙은 요괴가 말했다. “너에게 무슨 꾀가 있느냐?” 작은 요괴가 말했다. “소인에게는 분판매화계라는 것이 있사옵니다.” 늙은 요괴가 말했다. “어찌하여 그것을 분판매화계라 하느냐?” 작은 요괴가 말했다. “이제 동굴 안의 크고 작은 요괴들을 모두 불러모아 점고를 하여, 천 가운데에서 백을 고르고 백 가운데에서 열을 고르고 그 열 가운데에서 오직 셋만 고르되, 능력이 있고 변화를 할 줄 아는 놈이어야 하옵니다. 그리고 모두 대왕의 모습으로 변하여 대왕의 투구를 쓰고 대왕의 갑옷을 입고 대왕의 공이를 쥐고 세 곳에 매복하옵니다. 먼저 하나로 하여금 저팔계와 싸우게 하고, 또 하나는 손행자와, 또 하나는 사오정과 싸우게 하여, 작은 요괴 셋을 버리는 셈 치고 그 형제 셋을 따로 떼어 놓는 것이옵니다. 그러면 대왕께서는 허공에서 구름 잡는 손을 내리시어 저 당승을 잡으시면 되니, 주머니 속에서 물건을 꺼내듯, 물 담은 대야 속에서 파리를 집듯 하실 터인데 무에 어렵사옵니까!” 늙은 요괴가 이 말을 듣고 마음이 흐뭇하여 말했다. “이 계책이 절묘하도다! 절묘하도다! 이번에 가서 당승을 잡지 못하면 그만이려니와, 당승을 잡기만 한다면 결코 너를 홀대하지 않고 곧 너를 전부 선봉으로 봉하리라.” 작은 요괴가 머리를 조아리며 은혜에 사례하고는 요괴들을 점고하라 외치며 곧 동굴 안의 크고 작은 요괴들을 소집하니, 과연 능력 있는 작은 요괴 셋이 뽑혀 모두 늙은 요괴로 변하여 제각기 쇠공이를 들고는 당승을 기다리며 매복하였다.
각설하고 이 당 장로는 걱정도 근심도 없이 팔계를 따라 큰길로 올라 한참을 가고 있었는데, 문득 길 곁에서 퍼덕 하는 큰 소리가 나며 작은 요괴 하나가 튀어나와 앞으로 달려들어 장로를 잡으려 하였다. 손행자가 소리쳤다. “팔계야! 요괴가 왔다, 어찌 손을 놀리지 않느냐?” 그 멍청이는 참과 거짓을 가리려 하지도 않고 쇠갈퀴를 뽑아 뒤쫓아가며 마구 찧어 대니, 그 요괴가 쇠공이를 들어 급히 받아 막았다. 그 둘이 산비탈 아래에서 한 번씩 오가며 한창 겨루고 있는데, 또 풀숲 속에서 소리가 한번 나더니 요괴 하나가 튀어나와 곧장 당승에게로 달려들었다. 행자가 말했다. “스승이시여, 큰일입니다! 팔계의 눈이 어두워 요괴가 그대로 달려들게 되었으니, 이 늙은 손오공이 쳐 물리치고 오겠나이다!” 급히 몽둥이를 뽑아 앞으로 나서며 호령했다. “어디로 가느냐!

이 몽둥이 받아라!” 그 요괴는 한마디 말도 없이 공이를 들어 맞받았고, 그 둘은 풀 비탈 아래에서 서로 부딪치며 들이받는 중이었다. 그런데 또 산등성이 뒤에서 윙 하는 바람 소리가 나더니 요괴 하나가 튀어나와 곧장 당승에게로 달려들었다. 사승이 그를 보고 크게 놀라며 말했다. “스승이시여! 큰형과 둘째 형의 눈이 다 어두워져 요괴를 그대로 들여보내 스승을 잡으러 오게 하였나이다! 스승께서는 말 위에 앉아 계시고, 이 늙은 사오정이 가서 잡아 오겠나이다!” 이 중은 좋고 그름을 헤아릴 겨를도 없이 곧 지팡이를 뽑아 들고 맞은편에서 그 요괴의 쇠공이를 막아 내며 이를 악물고 버티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어지럽게 뒤섞여 싸우다 보니 점차 멀어져 갔다. 그 늙은 요괴는 허공에서 당승이 홀로 말 위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다섯 발톱 달린 강철 갈고리를 내리뻗어 당승을 와락 움켜쥐었다. 그 스승은 말을 놓치고 등자에서 벗어난 채 요괴에게 한 차례 바람에 실려 그만 끌려가고 말았다. 가련하도다! 이는 바로 참선하는 성품이 요마를 만나 정과를 어렵게 하고, 강류가 또한 괴로운 재앙의 별을 만났음이라!

늙은 요괴는 바람머리를 누르고 당승을 동굴로 데려가서 “선봉!” 하고 불렀다. 그 계책을 꾸며 낸 작은 요괴가 앞으로 나아가 무릎을 꿇으며 아뢰었다. “송구하옵니다! 송구하옵니다!” 늙은 요괴가 말했다. “어찌하여 그런 말을 하느냐? 대장군은 한 번 내뱉은 말이 흰 것에 검은 물을 들인 것과 같으니라. 그때 나는 당승을 잡지 못하면 그만이거니와 당승을 잡으면 너를 전부 선봉으로 봉하리라 하였노라. 오늘 네가 과연 묘한 계책으로 공을 이루었거늘 내 어찌 너에게 신의를 저버리겠느냐. 네가 당승을 끌어 오너라. 녀석들에게 물을 길어 솥을 씻게 하고 땔나무를 날라 불을 지피게 하여 그를 한번 쪄 내라. 너와 내가 함께 그의 고기 한 점씩을 먹어 수명을 늘리고 장생을 도모하자꾸나.” 선봉이 말했다. “대왕이시여, 잡수시어서는 아니 되옵니다.” 늙은 요괴가 말했다. “이미 잡아 왔거늘 어찌 먹어서는 안 된단 말이냐?” 선봉이 말했다. “대왕께서 그를 잡수시는 것은 대수롭지 않사오나, 저팔계가 찾아오고 사오정이 찾아오는 것이 문제이옵니다. 더욱 두려운 것은 손행자 그 주인이 몹시 독사납다는 것이옵니다. 그가 우리가 먹어 치운 것을 알게 되면 우리와 맞붙어 싸우러 오지도 않을 것이옵니다. 그저 저 금고봉을 산허리에 한 번 꽂아 구멍을 뚫고는 산까지 모조리 뒤엎어 버리면 우리가 몸 붙일 곳조차 없어지옵니다!” 늙은 요괴가 말했다. “선봉아, 네게 무슨 좋은 생각이 있느냐?” 선봉이 말했다. “소인의 뜻대로 하신다면 당승을 뒤뜰로 보내어 나무에 묶어 두고 이삼 일 동안 밥을 주지 마옵소서. 하나는 그의 뱃속이 깨끗해지기를 바라는 것이요, 또 하나는 그 세 사람이 문 앞으로 찾아오지 않기를 기다려 그들이 되돌아간 줄 알게 된 뒤에 우리가 그를 끌어내어 마음 놓고 즐기자는 것이니, 어찌 좋지 않사옵니까?” 늙은 요괴가 웃으며 말했다.

“옳소, 옳소! 선봉의 말이 이치에 맞도다!” 한마디 호령과 함께 당승을 끌어다 뒤뜰로 들여보내니, 한 가닥 밧줄이 그를 나무에 얽어매고 작은 요괴들은 모두 앞으로 가 대령하고 있었다. 보라, 그 장로가 밧줄에 휘감기고 노끈에 매여 단단히 묶이고 굳게 결박된 채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하며 외쳤다. “제자들아! 너희는 저 산 속에서 요괴를 붙잡고 어느 길에서 요괴를 쫓고 있느냐? 나는 이 못된 요마에게 잡혀 이곳에서 재앙을 만났으니 어느 날에나 다시 만나려나?

원통하여 견딜 수가 없구나!” 두 줄기 눈물이 흐르는데 문득 맞은편 나무 위에서 누군가 부르며 말했다. “장로시여, 당신도 끌려들어오셨소!” 장로가 정신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너는 누구냐?” 그 사람이 말했다. “나는 이 산의 나무꾼이오. 그 산주인에게 엊그제 붙잡혀 이곳에 묶인 채 이미 사흘이 되었으니, 셈으로 치면 이제 나를 먹어 치울 때가 되었소.” 장로가 눈물을 떨어뜨리며 말했다. “나무꾼이여, 그대가 죽으면 한 몸뿐이라 얽매일 것이 없겠으나, 나는 죽어도 그리 깨끗하게 죽지는 못하겠구려.” 나무꾼이 말했다. “장로시여, 당신은 출가한 사람이라 위로 부모도 없고 아래로 아내와 자식도 없거늘, 죽으면 죽었지 무에 깨끗하지 않단 말이오?” 장로가 말했다. “나는 본래 동토에서 서천으로 경을 얻으러 가는 길이오. 당나라 태종 황제의 어지를 받들어 살아 계신 부처님을 뵙고 참된 경을 얻어 저 유명의 주인 없는 외로운 혼령들을 천도하려 하였소. 이제 만일 목숨을 잃는다면 그 임금을 애태워 죽이고 그 신하들을 저버리는 꼴이 아니겠소?

저 억울하게 죽은 자들의 성 안에 있는 무수한 원혼들이 크게 실망하여 영영 다시 태어나지 못하게 되지 않겠소? 한바탕의 공덕이 모조리 바람에 날리는 먼지가 되어 버리니, 이것이 어찌 깨끗할 수 있겠소?” 나무꾼이 그 말을 듣고 눈에서 눈물을 떨구며 말했다. “장로여, 당신이 죽어도 겨우 이만한데 내가 죽으면 한층 더 애달프오. 나는 어릴 적에 아비를 여의고 홀어미와 단둘이 지내 왔으며, 가업이라곤 없어 오직 나무를 해다 팔아 생계를 이으오. 늙은 어미가 금년에 여든셋인데 나 하나만이 봉양하고 있소. 만에 하나 내가 목숨을 잃기라도 하면 누가 그이의 시신을 묻고 노후를 보내드리겠소? 괴롭구나 괴로워라! 원통하여 견딜 수가 없구나!” 장로가 그 말을 듣고 목을 놓아 크게 울며 말했다. “가련하도다, 가련하도다! 산사람도 오히려 어버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거늘, 부질없이 빈승더러 경을 잘 외운다 하는구나! 임금을 섬기는 것과 어버이를 섬기는 것이 모두 한가지 이치니라. 그대는 어버이의 은혜를 위함이요, 나는 임금의 은혜를 위함이로다.” 이는 바로 눈물 흐르는 눈으로 눈물 흐르는 눈을 바라보고, 애간장 끊기는 사람이 애간장 끊기는 사람을 배웅하는구나! 삼장이 몸소 곤경에 빠진 이야기는 이쯤에서 접어 두고, 각설하고 손행자는 풀 비탈 아래에서 작은 요괴를 물리치고 급히 길 곁으로 되돌아왔으나 스승은 보이지 않고 흰 말과 행낭만 남아 있었다. 그는 황급히 말을 끌고 짐을 지고 산머리를 향해 스승을 찾아 나섰다. 아! 바로 그러하였다.

재난을 겪는 강류는 오로지 재난만을 만나고, 요마를 항복받는 대성 또한 요마를 만났구나.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