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손대성이 말을 끌고 짐을 메고 온 산머리를 두루 찾아다니며 스승님을 불렀는데, 홀연히 저팔계가 씩씩거리며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가 말했다. “형님, 무엇을 그리 외치시오?” 행자가 말했다. “스승님이 보이지 않는데, 너는 보지 못하였느냐?” 팔계가 말했다. “나는 본디 당승을 따라나 중 노릇이나 하던 사람이오. 그런데 그대가 또 나를 놀려대어 무슨 장군을 시킨단 말이오! 나는 목숨을 내걸고 그 요괴와 한바탕 싸우다가 겨우 목숨을 건져 돌아왔소. 스승님은 그대와 사승이 지키고 있었으면서 도리어 내게 묻는단 말이오?” 행자가 말했다. “동생아, 나는 너를 탓하지 않는다. 네가 어찌하여 눈이 어두워져서 요괴를 놓아 보내 스승님을 잡아가게 하였는지 알 수가 없구나. 내가 그 요괴를 치러 가면서 사화상더러 스승님을 지키라 하였거늘, 이제는 사화상마저 보이지 않는구나.”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아마 사승이 스승님을 모시고 어디 용변을 보러 가신 모양이오.”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사오정이 오는 것이 보였다. 행자가 물었다. “사승아, 스승님이 어디로 가셨느냐?” 사오정이 말했다. “그대들 두 사람이 눈이 어두워져 요괴를 놓아 보내 스승님을 잡아가게 하고, 이 늙은 사승은 그 요괴를 치러 간 것이니, 스승님은 스스로 말 위에 앉아 계셨소.” 행자가 노가 나서 펄쩍펄쩍 뛰며 말했다. “그놈의 계략에 걸려들었다! 그놈의 계략에 걸려들었다!” 사오정이 말했다.
“무슨 계략에 걸려들었단 말이오?” 행자가 말했다. “이는 매화 꽃잎을 쪼개 흩어 놓는 계책이라, 우리 형제들을 갈라놓고 그 틈을 타 스승님을 낚아채 간 것이다. 하늘이여, 하늘이여, 하늘이여! 이제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걷잡을 수 없었다. 팔계가 말했다. “울지 마시오! 한 번 울면 겁쟁이가 되오! 어차피 멀지 않으니 이 산 안에 있을 터이니, 우리가 찾으러 갑시다.”
세 사람은 달리 방도가 없어 하는 수 없이 산으로 들어가 찾아다녔는데, 이십 리쯤 되는 거리를 걸어가니 그 가파른 벼랑 아래에 동부 하나가 나타났다. 깎아지른 봉우리가 서로를 가리고 기이한 바위가 우뚝 솟아 있었다. 기이한 꽃과 아름다운 풀이 향기를 풍기고 붉은 살구꽃과 푸른 복사꽃이 곱게 빛났다. 벼랑 앞의 늙은 나무는 서리 맞은 껍질에 빗물을 머금어 둘레가 마흔 아름이요, 문 밖의 푸른 소나무는 검푸른 빛이 하늘을 찔러 이천 자나 되었다. 쌍을 이룬 들학은 늘 굴 어귀에 날아와 맑은 바람 속에서 춤추고, 짝을 이룬 산새는 가지 끝에서 대낮에도 우짖었다. 빽빽한 누런 등넝쿨은 드리운 밧줄 같고 줄줄이 선 버드나무는 늘어뜨린 금실 같았다. 네모난 못에 물이 고이고 깊은 굴이 산을 등졌다. 네모난 못에 고인 물에는 아직 변하지 못한 가난한 비늘의 교룡이 숨었고, 산을 등진 깊은 굴에는 여러 해 사람을 잡아먹은 늙은 요괴가 살았다. 참으로 신선의 경지에 못지않았고 진실로 바람을 감추고 기운을 모은 보금자리였다. 행자는 이를 보고 두세 걸음에 문 앞으로 뛰어가 살펴보니, 그 돌문은 굳게 닫혀 있고 문 위에는 돌판 하나가 가로로 얹혀 있었으며, 돌판 위에는 큰 글자 여덟 자가 있으니 바로 은무산 절악연환동이었다. 행자가 말했다. “팔계야, 손을 쓰자! 이곳이 요괴의 거처이니 스승님은 틀림없이 그 집에 계실 것이다.” 그 멍청이는 기세를 믿고 사납게 굴며 쇠스랑을 들어 힘껏 찍어 내려, 그 돌문에 커다란 구멍 하나를 내고는 외쳤다. “요괴야! 어서 우리 스승님을 내보내라. 그러지 않으면 쇠스랑으로 문을 찍어 무너뜨려 너희 일가족이 모조리 죽게 되리라!” 문을 지키던 소요괴가 급히 달려 들어가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큰 화가 났사옵니다!” 늙은 요괴가 말했다. “무슨 화냐?” 소요괴가 말했다. “문 앞에서 누군가 문을 부수고 떠들며 스승님을 내놓으라 하옵니다!” 늙은 요괴가 크게 놀라 말했다. “누가 찾아온 것인지 모르겠구나.” 선봉이 말했다. “겁내지 마시옵소서! 제가 나가 보겠나이다.” 그 소요괴는 앞문으로 달려가 그 부서진 구멍 사이로 머리를 기울여 밖을 내다보니, 긴 주둥이에 큰 귀를 한 자가 보였다. 곧 머리를 돌려 크게 외쳤다. “대왕이시여, 그를 두려워 마시옵소서! 이는 저팔계라 재주도 별로 없고 감히 무례를 부리지도 못하옵니다. 그가 만약 무례를 부린다면 문을 열고 그를 잡아들여 찜통에 보태면 그만이옵니다. 다만 두려운 것은 저 털북숭이 얼굴에 번개신 같은 주둥이를 한 중이옵니다.” 팔계가 바깥에서 이 말을 듣고 말했다. “형님, 그놈은 나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대만 두려워하는구려. 스승님은 틀림없이 그 집에 계시오. 어서 앞으로 나서시오.” 행자가 꾸짖으며 말했다. “이 몹쓸 짐승아! 너의 손외공 할아버님이 여기 계신다! 내 스승님을 내보내면 네 목숨은 살려 주마!” 선봉이 말했다. “대왕이시여, 일이 잘못되었나이다!
손행자까지 찾아왔나이다!” 늙은 요괴가 원망하며 말했다. “모두 네가 꾸민 그 무슨 꽃잎 쪼개기란 것 때문이다. 화가 문 앞에 닥쳤으니 어찌 수습하겠느냐?” 선봉이 말했다. “대왕이시여, 마음을 놓으시옵소서. 우선 원망부터 거두시옵소서. 제가 기억하기에 손행자는 도량이 넓고 아량이 큰 원숭이 놈이라, 신통이 광대하기는 하나 남의 비위를 맞추기를 좋아하옵니다. 우리가 가짜 사람 머리 하나를 내어다 그를 한번 속여 보고, 좋은 말 몇 마디로 띄워 주며 그의 스승님은 우리가 잡아먹었다고만 하옵시다. 만약 그를 속여 돌려보낼 수 있다면 당승은 여전히 우리가 차지하여 즐기는 것이옵고, 속지 않거든 그때 가서 다시 방도를 찾으면 그만이옵니다.” 늙은 요괴가 말했다. “가짜 사람 머리는 어디서 구하겠느냐?” 선봉이 말했다. “제가 하나 만들어 보겠나이다.” 과연 훌륭한 요괴라, 순강철 도끼 한 자루를 가져다 버드나무 뿌리를 사람 머리 모양으로 찍어 내고, 그 위에 사람 피를 좀 뿜어 얼룩덜룩하게 만든 뒤, 요괴 하나를 시켜 옻칠한 쟁반에 받쳐 문 아래로 가져다 놓고 부르짖게 하였다. “대성 할아버님, 노여움을 거두시옵고 아뢰올 말씀을 들어 주시옵소서.” 손행자는 과연 비위 맞추기를 좋아하는지라, 대성 할아버님이라 부르는 소리를 듣자 곧 팔계를 말렸다. “우선 손을 쓰지 말고, 그놈이 무슨 말을 하는지 보자.” 쟁반을 든 소요괴가 말했다. “그대의 스승님은 우리 대왕께서 굴 안으로 낚아채 오셨사옵니다. 굴 안의 소요괴들이 시골뜨기처럼 천하고 어리석어 분별을 못 하고, 이놈은 삼키려 하고 저놈은 뜯으려 하여, 할퀴는 놈 할퀴고 물어뜯는 놈 물어뜯는 통에 그대의 스승님을 먹어 버리고 머리 하나만 남았사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먹었다면 그만이니, 그 사람 머리를 내어 보아라. 내가 참인지 거짓인지 보겠다.” 그 소요괴는 문 구멍으로 그 머리를 내던졌고, 저팔계는 그것을 보고 곧 울며 말했다.
“가련하구나! 저런 스승님이 들어가시더니 이런 스승님이 되어 나오셨구나!” 행자가 말했다.
“멍청아, 우선 참인지 거짓인지나 알아보고 울어라!” 팔계가 말했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군! 사람 머리에 참과 거짓이 있단 말이오?” 행자가 말했다. “이는 가짜 사람 머리다.” 팔계가 말했다. “어떻게 가짜인 줄 아시오?” 행자가 말했다. “참사람 머리를 내던지면 툭 하고 소리가 나지 않지만, 가짜 사람 머리를 내던지면 목탁 소리처럼 울리는 법이다. 네가 믿지 못하겠거든 내가 던져서 너 들어 보아라.” 머리를 집어 들어 바위 위로 내리치니 쨍 하고 소리가 크게 울렸다. 사화상이 말했다. “형님, 소리가 났소!” 행자가 말했다. “소리가 났으면 그것이 가짜란 뜻이니, 내가 그 본바탕을 드러내 보이마.” 급히 금고봉을 뽑아 들고 휙 하는 소리와 함께 내리쳐 부숴 버렸다. 팔계가 보니 그것은 버드나무 뿌리였다. 멍청이는 참지 못하고 욕을 퍼부으며 말했다. “이 털북숭이 놈의 무리들아! 너희가 내 스승님을 굴 속에 숨겨 두고는 버드나무 뿌리를 가져다 돼지 조상을 속이려 하다니, 설마 내 스승님이 버드나무 정령이 변한 것이란 말이냐!”
쟁반을 들었던 그 소요괴는 놀라 부들부들 떨며 달려가 아뢰었다. “어렵사옵니다! 어렵사옵니다! 어렵사옵니다!”
늙은 요괴가 말했다. “어찌하여 어렵다는 말이 그리 많으냐?” 소요괴가 말했다. “저팔계와 사화상은 속아 넘어갔사옵니다. 그러나 손행자는 고동장사를 하는 놈이라 물건을 알아보는 눈이 있사옵니다! 물건을 압니다! 그놈이 그것이 가짜 사람 머리임을 알아차렸사옵니다. 이제 참사람 머리 하나를 구해 그에게 주면 아마 그는 가 버릴 것이옵니다.” 늙은 요괴가 말했다. “참사람 머리는 어찌 구하겠느냐? 우리 그 가죽 벗기는 정자 안에 다 먹지 못한 사람 머리가 있으니 하나를 골라 오너라.” 뭇 요괴가 곧 정자 안으로 가서 신선한 머리 하나를 골라, 머리 가죽을 깨끗이 뜯어 먹게 하여 미끈미끈하게 만든 뒤, 또 쟁반에 받쳐 내가며 불렀다. “대성 할아버님, 앞선 것은 진실로 가짜 머리였사옵니다. 이번 것이야말로 참으로 당 노야님의 머리이옵니다. 우리 대왕께서 집을 지키는 보물로 남겨 두셨던 것을 이제 특별히 바치옵니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사람 머리를 또 문 구멍으로 내던지니 피가 뚝뚝 떨어지며 이리저리 굴렀다. 손행자는 그것이 참사람 머리임을 알아보고는 하는 수 없이 울었으며, 팔계와 사승도 함께 목을 놓아 크게 울었다. 팔계가 눈물을 머금고 말했다. “형님, 우선 울음을 그치시오. 날씨가 좋지 않으니 금세 냄새가 날까 두렵소. 내가 가져다가 산 기운이 남아 있을 때 묻고 나서 울겠소.” 행자가 말했다. “그 말이 옳다.” 그 멍청이는 더러운 것을 꺼리지 않고 그 머리를 품에 안은 채 산벼랑으로 뛰어 올라갔다. 양지바른 곳에서 바람을 막고 기운이 모이는 자리를 찾아 쇠스랑으로 구덩이 하나를 파고 머리를 묻은 뒤, 다시 흙을 쌓아 무덤을 만들고 나서야 사오정에게 말했다. “그대는 형님과 함께 울고 있어 주오. 나는 가서 무언가 공양할 것을 좀 찾아 오겠소.” 그는 곧 개울가로 가서 버드나무 큰가지 몇 개를 꺾고 개울돌 몇 덩이를 주워 무덤 앞으로 돌아와, 버드나무가지를 좌우에 꽂고 개울돌을 앞에 쌓아 두었다. 행자가 물었다. “이건 무슨 짓이냐?” 팔계가 말했다. “이 버드나무가지는 잠시 소나무와 잣나무를 대신하여 스승님의 무덤 위를 가려 드리는 것이오. 이 돌멩이는 잠시 다과를 대신하여 스승님께 공양하는 것이오.” 행자가 호통치며 말했다. “이 멍청한 놈아! 사람이 이미 죽었거늘 돌멩이를 갖다 바친단 말이냐!” 팔계가 말했다. “산 사람의 정성을 드러내고 잠시 효도의 마음을 대신하는 것이오.” 행자가 말했다. “그만 장난을 그치고! 사승더러 여기 있으라 하자. 하나는 무덤을 지키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짐과 말을 지키는 것이다. 나와 너는 가서 그놈의 동부를 부수고 요마를 잡아 몸을 만 조각으로 찢어 스승님의 원수를 갚고 오자.” 사화상이 눈물을 떨구며 말했다. “큰형님 말씀이 지극히 옳소. 그대 둘은 마음을 쓰시오. 나는 이곳에서 지키고 있겠소.”
과연 훌륭한 팔계라, 곧 검은 비단 장삼을 벗어 던지고 몸에 붙는 속저고리를 단단히 동여맨 뒤 쇠스랑을 들어 행자를 따랐다. 두 사람은 힘을 다해 앞으로 나아가며 사정을 따질 겨를도 없이 곧장 그 돌문을 부수고, 하늘을 뒤흔드는 함성을 지르며 외쳤다. “우리의 산 당승을 내놓아라!” 굴 안의 크고 작은 뭇 요괴는 하나하나가 넋이 날아가고 혼이 흩어져 모두 선봉의 잘못을 원망했다. 늙은 요괴가 선봉에게 물었다. “이 중놈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오는데 어찌 처리하면 좋겠느냐?” 선봉이 말했다. “옛사람의 말이 옳으니, ‘손을 고기 광주리에 넣었으면 비린내를 피할 수 없다’ 하였사옵니다. 한 번 하지 않으면 그만이거니와 이미 시작했으면 끝을 보아야 하옵니다. 이제 집안 병졸을 거느리고 그 중놈들을 치러 갑시다!” 늙은 요괴는 이 말을 듣고 달리 방도가 없어 참으로 명을 내려 외쳤다. “녀석들아, 저마다 한마음이 되어 날카로운 병기를 들고 나를 따라 출정하자!” 과연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굴 문을 박차고 나왔다. 이 대성과 팔계는 급히 몇 걸음 물러나 산 아래 평평한 곳에 이르러 뭇 요괴를 막아 세우고 호통치며 말했다. “저놈들 가운데 이름난 우두머리가 누구냐? 내 스승님을 잡아간 요괴가 누구냐?” 그 뭇 요괴가 진영을 치고 비단 수놓은 꽃 깃발 하나를 펄럭였는데, 늙은 요괴가 쇠절구공이를 들고 소리에 응하여 크게 외쳤다. “이 몹쓸 중놈아, 너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느냐? 나는 곧 남산대왕이라, 수백 년을 이곳에서 방탕하게 지내 왔노라. 너희 당승은 이미 내가 잡아 먹었거늘 네가 감히 어쩌겠느냐?” 행자가 꾸짖으며 말했다. “이 간 큰 털북숭이 놈아! 네가 나이가 얼마나 된다고 감히 남산 두 글자를 일컫느냐? 이노군은 천지를 개벽한 조상이시건만 오히려 태청의 오른쪽에 앉아 계시고, 부처 여래는 세상을 다스리는 존자시건만 오히려 대붕 아래에 앉아 계시며, 공성인은 유교의 존자시건만 또한 겨우 부자라 불릴 뿐이거늘, 이 몹쓸 짐승이 감히 무슨 남산대왕을 일컫고 수백 년을 방탕했다 하느냐! 달아나지 말라! 너의 외공 할아버님의 몽둥이 한 방을 받아 보아라!” 그 요정은 몸을 비켜 피하며 절구공이로 쇠몽둥이를 막아 내고 눈을 부릅뜨고 물었다. “너는 얼굴 생김이 원숭이 비슷한 주제에 감히 많은 말로 나를 누르려 하는구나! 네게 무슨 수단이 있기에 내 문하에서 날뛰느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 이름 없는 몹쓸 짐승아! 이 늙은 손오공을 알지 못하는구나! 너는 거기 서서 간을 단단히 먹고 내 말을 들어 보아라. 본래 동승대신주에 살았고, 천지가 품어 준 세월이 몇만 가을이런가.”
화과산 머리에 신령한 돌알이 있어, 알이 깨어져 나의 뿌리와 싹이 되었느니라. 태어날 때부터 범속한 무리와는 달라, 성스러운 몸은 본래 해와 달의 짝이었느니라. 본성을 스스로 닦은 것이 예사롭지 않고, 타고난 자질이 총명하여 큰 단두를 얻었느니라. 벼슬을 받아 대성이 되어 구름 부처에 살며, 세력을 믿고 사나운 짓을 하여 북두성과 겨루었느니라. 십만 신병도 나를 가까이하기 어렵고, 하늘 가득한 별자리도 거두어들이기 쉬웠느니라. 이름이 우주에 떨쳐 곳곳에서 알리고, 지혜가 천지를 꿰뚫어 두루두루 남았느니라. 이제 다행히 불교에 귀의하여 장로를 모시고 서역으로 향하느니라. 산을 만나면 길을 열어 막는 이 없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아 요괴가 근심하느니라. 숲 속에서 위엄을 떨쳐 호랑이와 표범을 사로잡고, 벼랑 앞에서 손을 뒤집어 비휴를 잡느니라. 동방에서 바른 과실을 얻어 서역으로 오거니, 어느 요사한 놈이 감히 고개를 내미느냐! 몹쓸 짐승이 스승을 상하게 하니 참으로 가증스러워, 이 순간에 그 목숨을 거두어 주겠노라!” 그 요괴는 이 말을 듣고 놀라면서도 분노하여, 이를 악물고 앞으로 뛰어들며 쇠절구공이를 휘둘러 행자를 내리쳤다. 행자는 가볍게 몽둥이로 받아 내며 그래도 그와 말을 주고받으려 하는데, 저팔계가 참지 못하고 쇠스랑을 휘둘러 그 요괴의 선봉을 마구 찍어 댔다. 선봉이 무리를 거느리고 일제히 달려들었다. 이 한바탕이 산속 평평한 곳에서 벌어진 혼전이니, 참으로 통쾌한 싸움이었다. 동토의 큰 나라에서 온 중이요, 서방 극락으로 참경을 취하러 가는 이로다. 남산의 큰 표범은 바람과 안개를 뿜고, 길을 막아 깊은 산에서 홀로 재주를 뽐내누나. 교묘한 계책을 부리고 영리한 재주를 부려, 무지하게도 대당의 승을 잘못 잡았도다. 행자를 만나니 신통이 광대하고, 팔계를 또 만나니 명성이 높구나. 뭇 요괴가 산의 평평한 곳에서 뒤섞여 싸우니, 흙먼지가 자욱이 날려 하늘이 맑지 않구나. 저 진영에서는 소요괴들이 고함치며 창과 칼을 마구 들어 올리고,
이편에서는 신승이 호통치며 쇠스랑과 몽둥이가 함께 세차게 일어나는구나. 대성은 영웅이라 대적할 자 없고, 오능은 기운이 세차 기쁜 힘이 솟는구나. 남산의 늙은 요괴와 그 부하 선봉이 모두 당승의 고기 한 점 때문에 죽음을 무릅쓰고 목숨을 버리게 되었구나.
손대성이 그 소요괴들이 용맹하여 거듭 쳐도 물러가지 않는 것을 보고, 곧 분신법을 써서 털을 한 웅큼 뽑아 입에 넣어 씹은 뒤 내뿜으며 “변하여라!” 하고 외쳤다.
털들이 모두 제 본래 모습으로 변하여 저마다 금고봉 하나씩을 휘두르고 앞쪽에서부터 안으로 쳐들어갔다. 그 백에서 이백쯤 되는 소요괴들은 앞을 돌보면 뒤를 돌볼 수 없고 왼쪽을 가리면 오른쪽을 가릴 수 없어, 하나하나가 제각기 살 길을 찾아 패주하여 굴로 돌아갔다. 이 행자와 팔계는 진영 안에서 바깥으로 치며 나왔다. 가련하다, 분별 없는 그 요정들은 쇠스랑에 걸리면 아홉 구멍에서 피가 솟고 몽둥이에 휘둘리면 뼈와 살이 진흙이 되었다! 남산대왕은 겁을 먹고 바람을 일으키며 안개를 피워 간신히 목숨을 건져 도망쳐 돌아갔다. 그 선봉은 변화할 줄 몰라 행자의 몽둥이 한 방에 일찌감치 쓰러졌고, 본바탕을 드러내니 바로 철배창랑괴였다. 팔계가 앞으로 나서서 발을 잡아 뒤집어 놓고 살펴보며 말했다. “이놈은 어릴 적부터 남의 집 돼지 새끼며 양 새끼를 얼마나 훔쳐 먹었는지 모르겠구나!” 행자가 몸을 한 번 떨쳐 털을 거두어 올리며 말했다. “멍청아! 늦춰서는 안 된다! 어서 늙은 요괴를 뒤쫓아 스승님의 목숨을 찾으러 가자!” 팔계가 고개를 돌려 보니 그 작은 행자들은 보이지 않아 말했다. “형님의 법상이 다 사라졌소!” 행자가 말했다. “내가 이미 거두었느니라.” 팔계가 말했다. “묘하구나! 묘하구나!” 두 사람은 기뻐하며 승리를 거두어 돌아왔다.
각설하고 그 늙은 요괴는 목숨을 건져 굴로 돌아와, 소요괴들에게 돌덩이를 옮기고 흙을 지게 하여 앞문을 막아 버렸다. 목숨을 건진 그 소요괴들은 하나하나가 부들부들 떨며 문을 모두 막아 버리고는 다시는 감히 나서지 못했다. 이 행자가 팔계를 이끌고 문 앞까지 뒤쫓아 가 고함쳤으나 안에서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팔계가 쇠스랑으로 찍어 보았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행자는 이를 알아차리고 말했다. “팔계야, 헛된 힘 쓰지 마라. 그놈들이 문을 이미 막아 버렸다.” 팔계가 말했다. “문을 막았으면 스승님의 원수를 어찌 갚소?” 행자가 말했다. “우선 돌아가 무덤 앞에 있는 사승을 보러 가자.” 두 사람이 다시 그곳에 이르러 보니 사오정이 여전히 울고 있었다. 팔계는 더욱 서글퍼져 쇠스랑을 내던지고 무덤 위에 엎드려 손으로 흙을 두드리며 울어 말했다. “운명이 기구하신 스승님이여! 먼 고향에서 오신 스승님이여!
어느 곳에서 다시 그대를 뵈올꼬!” 행자가 말했다. “동생아, 우선 슬퍼하지 마라. 이 요정이 앞문을 막았으니 틀림없이 뒤문이 있어 드나들 터이다. 너희 둘은 다만 이곳에 있고 내가 다시 가서 찾아보마.” 팔계가 눈물을 떨구며 말했다. “형님, 조심하시오! 형님까지 낚아채 가시면 우리는 울기도 어려우니,
스승님을 부르며 한 번 울고 형님을 부르며 한 번 울어 엉망이 되고 말겠소.” 행자가 말했다. “일 없느니라! 내게는 내 수단이 있느니라!”
과연 훌륭한 대성이라, 몽둥이를 거두고 치마를 단단히 동여맨 뒤 걸음을 옮겨 산비탈을 돌아가는데, 홀연히 졸졸거리는 물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 보니, 그것은 개울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로 위쪽 물머리에서 쏟아져 내려오고 있었다. 또 개울 건너편에 문 하나가 보였는데, 문 왼쪽에 물이 빠져나가는 숨은 도랑 하나가 있어 그 도랑에서 붉은 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말할 것도 없다! 저것이 바로 뒤문이로구나. 만약 본래 얼굴로 간다면 소요괴가 문을 열고 보다가 알아볼까 두려우니, 내가 물뱀으로 변해 지나가자. 잠깐! 물뱀으로 변하면 스승님의 혼령이 아시고, 출가한 사람이 뱀으로 변하여 몸이 길게 늘어진다 꾸짖으실까 두렵구나. 그럼 작은 게로 변해 지나가자. 그래도 좋지 않으니, 스승님이 출가한 사람의 발이 많다 꾸짖으실까 두렵구나.” 곧 물쥐 한 마리가 되어 휙 하는 소리와 함께 날쌔게 지나가서, 물이 나오는 그 도랑을 따라 안쪽 뜰로 파고들어갔다. 머리를 내밀어 살펴보니 양지바른 곳에 소요괴 몇 놈이 사람고기 포를 꺼내어 한 조각씩 가지런히 펴서 말리고 있었다. 행자가 말했다. “내 아들들 같으니라! 저것은 아마 스승님의 살이라, 다 먹지 못하여 날이 흐릴 것에 대비해 말려 두는 모양이로구나. 내가 본바탕을 드러내어 앞으로 달려가 몽둥이 한 방으로 쳐 죽이면 용맹은 있으되 꾀가 없는 듯 보일 터이니, 우선 다시 변신하여 들어가 그 늙은 요괴를 찾아 사정이 어떠한지 보자.” 도랑에서 뛰어나와 몸을 한 번 흔들어 또 변신하여, 날개 달린 개미 한 마리가 되었다. 그 모습 실로 이러하였다. 힘은 미약하고 몸은 작아 현구라 일컫거니와, 오래도록 숨어 닦아 날개가 돋아 날 수 있도다. 한가로이 다리 곁을 건너며 진세를 벌이고, 기쁠 때 침상 아래로 와 신선의 기틀을 겨루누나. 비가 올 줄 잘 알아 늘 굴을 막고, 먼지를 쌓아 올린 것이 많아 마침내 재가 되누나. 묘하고 가벼워 시원하고 날쌔니, 몇 번이나 사립문을 넘는 줄도 모르는구나. 그는 날개를 펴 소리도 그림자도 없이 곧장 중당으로 날아들어갔는데, 그 늙은 요괴가 근심스럽고 답답한 얼굴로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요괴 하나가 뒤에서 뛰어나와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만천의 기쁨이옵니다!” 늙은 요괴가 말했다. “무슨 기쁨이냐?” 그 요괴가 말했다. “소인이 방금 뒤문 밖 개울머리에서 살펴보는데, 홀연히 누군가 크게 우는 소리가 들렸사옵니다. 곧 봉우리 머리로 기어 올라가 바라보니 저팔계와 손행자와 사화상이 그곳에서 무덤에 절하며 통곡하고 있었사옵니다. 아마 저 사람 머리를 당승의 머리라 여겨 묻고는 무덤을 만들어 울고 있는 모양이옵니다.” 행자가 어둠 속에서 이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말했다. “저런 말이 나왔으니 내 스승님은 아직 그 어딘가에 숨겨져 계시고 아직 잡아먹히지 않으셨구나.
내가 다시 찾아보아 죽었는지 살았는지 어떤지 보고 나서 그와 이야기하리라.” 과연 훌륭한 대성이라, 중당을 날아다니며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곁에 작은 문 하나가 굳게 닫혀 있는 것이 보였다. 곧 문틈으로 파고들어가 보니 그곳은 큰 동산이었고 희미하게 슬피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장 깊은 곳으로 날아들어가니 큰 나무 한 떨기가 보이고 그 나무 아래에 두 사람이 묶여 있었으니, 한 사람이 바로 당승이었다. 행자는 이를 보고 마음이 근질거려 견디지 못하고 본바탕을 드러내어 앞으로 다가서서 “스승님.” 하고 불렀다. 그 장로는 알아보고 눈물을 떨구며 말했다.
“오공아, 네가 왔느냐? 어서 나를 좀 구하여라! 오공아! 오공아!” 행자가 말했다. “스승님, 자꾸 이름만 부르지 마시옵소서. 앞에 사람이 있어 소문이 새어 나갈까 두렵나이다. 스승님께서 목숨이 살아 계시니 제가 구해 드릴 수 있사옵니다.
그 요괴는 스승님을 이미 잡아먹었다고만 하고 가짜 사람 머리를 가져다 저를 속였기에, 우리가 그놈과 한스럽고 괴롭게 맞서 싸우고 있사옵니다.
스승님, 마음 놓으시옵소서. 우선 조금만 더 견디시옵소서. 제가 그 요정을 쓰러뜨리고 나서야 비로소 구해 드릴 수 있사옵니다.”
대성이 주문 한 소리를 외우고는 몸을 흔들어 다시 개미로 변해 중당으로 들어가 대들보 위에 딱 붙어 앉았다. 아직 목숨을 잃지 않은 소요괴들이 빽빽이 모여 떠들썩하게 떠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가운데서 소요괴 하나가 불쑥 뛰어나와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저놈들은 문이 막혀 공격해도 열리지 않자 단념하고, 당승을 버리고 가짜 사람 머리로 무덤을 만들었사옵니다. 오늘 하루 울고 내일 또 하루 울며 모레 사흘째가 되면 아마 돌아갈 것이옵니다. 저놈들이 흩어졌다는 소식을 들으면 당승을 꺼내어 잘게 썰고 다져서, 향신료를 듬뿍 넣어 달여 향기로운 것을 모두 함께 한 점씩 먹고, 연년장수도 하자는 것이옵니다.” 또 소요괴 하나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런 말 마시오! 그래도 쪄 먹는 것이 맛이 있소!” 또 하나가 말했다. “삶아 먹으면 땔감도 절약되오.” 또 하나가 말했다. “그는 본래 희한한 물건이니, 소금을 좀 쳐서 절여 두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소.” 행자가 그 대들보 위에서 이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크게 노하여 말했다. “내 스승님이 너희와 무슨 독한 원한이 있기에 이토록 계산을 하여 잡아먹으려 하느냐!” 곧 털을 한 웅큼 뽑아 입에서 잘게 씹은 뒤 가볍게 불어 내며 몰래 주문을 외워, 모조리 졸음벌레로 변하게 하여 뭇 요괴의 얼굴을 향해 날려 보냈다. 놈들이 하나씩 코 속으로 파고드니, 소요괴들은 점차 졸기 시작하여 오래지 않아 모두 쓰러져 잠들었다. 오직 그 늙은 요괴만은 잠이 들지 않고 두 손으로 머리를 비비고 얼굴을 문지르며, 줄곧 재채기를 하고 코를 쥐어 짜고 있었다. 행자가 말했다. “혹시 그놈이 알아차린 것은 아닐까? 그놈에게 쌍촛불을 하나 주자!”
또 털 한 가닥을 뽑아 본을 떠서 만들어 그의 얼굴로 날려 보내니 콧구멍 속으로 파고들었다. 벌레 두 마리가 하나는 왼쪽으로 들어가고 하나는 오른쪽으로 들어갔다. 그 늙은 요괴는 몸을 일으켜 허리를 쭉 펴고 하품을 두어 번 하더니, 골아떨어져 그도 쓰러져 잠들었다. 행자는 속으로 기뻐하며 비로소 뛰어내려와 본바탕을 드러냈다. 귀에서 몽둥이를 꺼내어 한 번 흔들자 오리알만 한 굵기가 되었는데, 쨍 하는 소리와 함께 곁문을 부수고 뒷동산으로 달려가 크게 불렀다. “스승님!” 장로가 말했다. “제자야, 어서 밧줄을 좀 풀어다오, 묶여서 몸이 망가졌구나!” 행자가 말했다. “스승님, 서두르지 마시옵소서. 제가 요정을 쳐 죽이고 나서 다시 풀어 드리겠나이다.” 급히 몸을 돌려 중당으로 달려갔다. 막 몽둥이를 들어 치려다가 도로 손을 멈추며 말했다. “아니 될 일이다! 스승님을 풀어 드리고 나서 치자.” 다시 동산으로 돌아와서는 또 이렇게 생각했다. “쳐 죽이고 나서 구하자.” 이러하기를 두세 차례 하고서야 비로소 펄쩍펄쩍 뛰며 동산으로 들어갔다. 장로는 이를 보고 슬픔 속에서 기쁨이 솟아 말했다. “원숭이야, 아마 내가 목숨을 잃지 않은 것을 보고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르는 모양이구나. 그래서 저토록 춤을 추는 것이냐?” 행자가 비로소 앞으로 다가서서 밧줄을 풀고 스승님의 팔을 잡아 이끄는데, 맞은편 나무에 묶인 사람이 부르짖는 소리가 들렸다.
“노야님, 큰 자비를 베푸시어 제 목숨도 살려 주시옵소서!” 장로가 걸음을 멈추고 불렀다. “오공아, 저 사람도 좀 풀어 주어라.” 행자가 말했다. “그는 어떤 사람이옵니까?” 장로가 말했다. “그는 나보다 하루 먼저 잡혀 들어왔느니라. 그는 나무꾼인데 늙은 어머니가 있어 몹시 그리워하더구나. 도리어 효를 다하는 사람이니, 아예 그까지 함께 구하여 주어라.”
행자가 그 말대로 밧줄을 풀어 함께 뒤문으로 데리고 나와 돌벼랑으로 기어 올라가 가파른 개울을 건넜다. 장로가 고마워하며 말했다. “어진 제자야, 너 덕분에 그와 내 목숨을 건졌구나! 오능과 오정은 다 어디 있느냐?” 행자가 말했다. “그 둘은 저기서 스승님을 두고 울고 있사옵니다. 스승님이 한번 불러 보시옵소서.” 장로는 참으로 목청을 높여 크게 불렀다. “팔계야! 팔계야!” 그 멍청이는 정신이 아득하도록 울고 있다가 콧물과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사화상, 스승님이 집으로 돌아오셔서 혼령을 나타내시는구려! 저기서 우리를 부르시는 것이 아니시오?”
행자가 앞으로 나서며 한마디 호통쳤다. “이 멍청한 놈아! 무슨 혼령을 나타내신단 말이냐? 이분이 스승님이 아니시고 누구시냐?”
그 사오정이 고개를 들어 보고는 급히 앞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스승님,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으셨나이까!
형님이 어찌하여 스승님을 구해 오셨나이까?” 행자가 지난 일을 하나하나 이야기해 주었다. 팔계는 이 말을 듣고 이를 갈며 분을 참지 못하고 쇠스랑을 들어 그 무덤을 마구 찍어 무너뜨리고, 그 사람 머리를 파내어 마구 찍어 엉망으로 부숴 버렸다. 당승이 말했다. “너는 어찌하여 그를 찍느냐?” 팔계가 말했다. “스승님, 그가 어느 집안의 죽은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나더러 그를 향해 울게 하였단 말이오!” 장로가 말했다. “그가 내 목숨을 구해 주었느니라. 너희 형제들이 그들의 문을 쳐부수고 나를 내놓으라 떠들었으니, 아마 그를 가져다 대충 넘기려 한 모양이다. 그러지 않았다면 나를 죽였으리라. 그래도 그를 도로 묻어 주어라. 우리 출가한 사람들의 뜻을 보이는 것이다.” 그 멍청이는 장로의 이 말을 듣고 곧 엉망이 된 살과 뼈 한 꾸러미를 묻고 무덤을 다시 쌓아 올렸다. 행자는 웃으며 말했다. “스승님, 잠시 앉아 계시옵소서. 제가 가서 요괴를 소탕하고 오겠나이다.” 곧 또 돌벼랑으로 뛰어 내려가 개울을 건너 굴로 들어가, 당승과 나무꾼을 묶었던 밧줄을 챙겨 중당으로 가져갔다. 그 늙은 요괴는 아직도 잠들어 있었으므로 곧 그를 사지를 한데 묶어 넘어뜨리고, 금고봉으로 꿰어 어깨에 메고는 곧장 뒤문으로 나왔다. 저팔계가 멀리서 이를 보고 말했다. “형님은 머리를 메는 일을 참 잘하시오! 하나 더 찾아 양쪽에 짊어지는 것이 좋지 않겠소?”
행자가 앞에 이르러 내려놓자 팔계가 쇠스랑을 들어 곧 찍으려 했다. 행자가 말했다. “잠깐! 굴 안에 아직 잡지 않은 요괴들이 있느니라.” 팔계가 말했다. “형님, 있다면 저를 데리고 들어가 그놈들을 치게 하시오.” 행자가 말했다.
“쳐 죽이자니 또 품이 드니, 땔감이나 좀 찾아 그놈들의 뿌리를 끊어 버리는 것만 못하오.” 그 나무꾼이 이 말을 듣고 곧 팔계를 이끌고 동쪽 오목한 곳으로 가서 부러진 대나무 끝과 시든 솔잎, 속 빈 버드나무, 뿌리 끊긴 등넝쿨, 누런 쑥, 늙은 물억새, 갈대, 마른 뽕나무를 얼마간 주워다 뒤문 안으로 들여놓았다. 행자가 불을 붙이고 팔계가 두 귀로 바람을 일으켰다. 그 대성이 몸을 뛰어 올라 한 번 털자 졸음벌레로 변했던 털을 거두어들였다. 그 소요괴들이 깨어나 보니 불과 연기가 한꺼번에 타오르고 있었다. 가련하다! 절반이라도 목숨을 건질 놈은 없었다. 동부까지 모조리 타 버리고 나서야 돌아와 스승님을 뵈었다. 스승님은 늙은 요괴가 막 깨어나 신음하는 소리를 듣고 불렀다. “제자야, 요정이 깨어났구나.” 팔계가 앞으로 나서며 쇠스랑으로 한 번 찍어 그 늙은 요괴를 찍어 죽이니, 본바탕을 드러냈는데 본래 쑥잎 무늬에 꽃무늬 가죽을 한 표자정이었다. 행자가 말했다. “꽃무늬 가죽이 호랑이를 잡아먹더니 이제는 또 사람으로 변할 줄 아는구나. 이번에 쳐 죽여야 비로소 뒤에 남을 근심이 끊어졌느니라!” 장로는 고마움을 말로 다하지 못하고 안장에 올라 말에 탔다. 그 나무꾼이 말했다.
“노야님, 서남쪽으로 멀지 않은 곳이 곧 소인의 집이옵니다. 청하건대 노야님께서 소인의 집으로 가셔서 저희 어머니를 만나 뵈옵시고, 목숨을 살려 주신 은혜에 절하여 감사드리게 하옵소서. 그런 뒤에 노야님을 길에 올려 보내겠나이다.” 장로가 기꺼이 받아들여 마침내 말을 타지 않고 나무꾼과 함께 사부제자가 동행하여 서남쪽으로 구불구불 나아갔는데, 얼마 가지 않아 과연 보이는 것이 있었다. 돌길에는 이끼가 겹겹이 덮였고, 사립문에는 등꽃이 덩굴로 얽혔구나. 사방의 산빛이 서로 이어지고, 온 숲의 새들이 떠들썩하게 우짖누나. 빽빽한 솔과 대나무가 푸름을 나누고, 가지가지 기이한 꽃과 풀이 어우러졌구나. 땅이 외지고 구름이 깊은 곳에, 울타리와 초가집 한 채가 있구나. 멀리 바라보니 늙은 할멈 하나가 사립문에 기대어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아들아 아들아 하고 땅을 치며 통곡하고 있었다. 이 나무꾼은 그것이 자기 어머니임을 보고 장로를 내버려 둔 채 급히 먼저 사립문 앞으로 달려가 무릎을 꿇고 불렀다. “어머니! 아들이 왔나이다!” 그 늙은 할멈이 와락 껴안으며 말했다. “얘야, 네가 이 며칠 동안 집에 오지 않기에 나는 산주가 너를 잡아다 목숨을 해쳤거니 하고는 가슴이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네가 이미 해를 입지 않았다면 어찌하여 이제야 오느냐? 너의 노끈과 지게와 도끼는 다 어디 있느냐?” 나무꾼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어머니, 아들은 산주에게 잡혀가 나무에 묶였사옵고, 참으로 목숨을 건지기 어려웠사옵니다. 다행히 이 어르신들 덕분이옵니다! 이 어르신은 동토 당나라에서 서천으로 경을 취하러 가시는 나한이시옵니다. 그 어르신께서도 도리어 산주에게 잡혀 나무에 묶이셨사옵고, 그분의 세 제자 어르신께서 신통이 광대하시어 산주를 단번에 쳐 죽이셨사옵니다. 그런데 그놈은 쑥잎 무늬에 꽃무늬 가죽을 한 표자정이었사옵니다. 뭇 소요괴는 모조리 불에 타 죽었사옵고, 그 어르신을 풀어 구해 내시어 아이까지 함께 구해 주셨사옵니다. 이는 참으로 하늘처럼 높고 땅처럼 두터운 은혜이옵니다! 그분들이 아니었으면 아들은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옵니다. 이제 산이 태평해졌사옵고, 아들이 밤을 새워 걸어 다녀도 탈이 없사옵니다.” 그 늙은 할멈은 이 말을 듣고 한 걸음마다 한 번씩 절하며 장로 사부제자를 모셔 들어가, 모두 사립문 안 초가집에 앉았다. 어미와 아들이 둘이 머리를 조아리며 고마움을 다 말하지 못하고, 허둥지둥 채식 음식을 마련하여 대접했다. 팔계가 말했다. “나무꾼 형님, 내가 보기에 그대 댁도 살림이 넉넉지 못하니, 그저 한 끼 대충 차려 주시오. 애써 크게 차리려 마시오.” 나무꾼이 말했다. “노야님께 숨길 것 없이 사뢰옵건대, 이 산간은 참으로 보잘것없어 향버섯이며 표고버섯, 천초며 향신료 같은 것은 없사옵니다. 다만 몇 가지 산나물을 올려 노야님을 받들 뿐이옵니다. 잠시 제 마음을 표하는 것이옵니다.”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소란스럽게 굴지 말고 좀 서두르시오. 우리 배가 고프단 말이오.” 나무꾼이 말했다. “곧 나옵니다! 곧 나옵니다!” 과연 오래지 않아 탁자와 걸상을 닦아 차려 올리니, 과연 산나물 몇 접시였다. 그 모습을 보니 이러하였다.
연하게 데친 원추리꽃이요, 새콤하게 절인 흰 북정이로다. 물에 뜬 장미와 쇠비름이요, 강가의 냉이와 기러기 창자 같은 나물이로다. 제비가 오지 않아 향기롭고 연하며, 움튼 싹은 주먹만큼 작고 아삭하면서도 푸르구나. 푹 삶은 마람두와 희게 데친 개발자국이로다. 고양이 귀와 들쑥이요, 푸석하게 삶은 명아주도 먹을 만하며, 가위고사리와 우당나물, 거꾸로 담근 우렁이와 비로 쓸 냉이로다. 잘게 부순 냉이와 상추냉이, 몇 가지 푸른 향기에 미끈하고 부드럽구나. 기름에 볶은 오영화와 마름줄기는 자랑할 만하고, 부들뿌리 나물과 줄나물까지, 물 가까이서 나는 네 가지가 맑고 고와라. 보리나물은 곱고도 아름다우며, 해진 옷은 입지 않으니 쓴 삼대 아래 울타리 시렁이로다. 참새 홑이불과 원숭이 발자국, 기름에 지글지글 부쳐 내니 맛이 좋구나. 비스듬한 쑥과 푸른 쑥과 어미를 안은 쑥, 등에 나방이 판교교 위로 날아오르누나. 양의 귀머리와 구기자 순을, 기름 없이 푸른 잎을 더하였구나. 몇 가지 산나물로 한 끼 밥을 차리니, 나무꾼의 정성이 갚음이로다.
사부제자는 배불리 한 끼를 먹고 길을 떠날 채비를 했다. 그 나무꾼은 오래 붙잡아 두지 못하고 어머니를 밖으로 모셔 나와 거듭 절하며 거듭 감사드렸다. 나무꾼은 다만 머리를 조아리다가 대추나무 몽둥이 한 자루를 챙겨 들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어 문 밖까지 배웅하러 나왔다. 사오정이 말을 끌고 팔계가 짐을 메며 행자가 좌우를 바짝 따르는데, 장로가 말 위에서 손을 모아 읍하며 말했다. “나무꾼 형님, 수고스럽지만 먼저 길을 인도해 주시오. 큰길에 이르면 작별하겠소.” 모두 함께 언덕을 오르고 비탈을 내려가며 개울을 돌고 고개를 찾아 나아갔다. 장로가 말 위에서 생각하며 말했다. “제자들아! 임금을 하직하고 서역으로 온 이래, 아득하고도 아득하여 가는 길이 멀기만 하구나. 물물산산에서 재난을 벗지 못하고, 요요괴괴한 놈들 틈에서 목숨을 지키기 어렵구나. 마음마음은 오직 삼장을 얻으려 함이요, 생각생각은 여전히 구소에 오르려 함이로다. 바쁘고 고단한 이 걸음이 어느 날에나 끝이 날꼬, 언제야 행이 다하여 당나라로 돌아갈 수 있으랴!” 나무꾼이 그 말을 듣고 말했다. “노야님, 근심을 거두시옵소서. 이 큰길로 서쪽을 향해 천 리가 못 되면 바로 천축국 극락의 고향이옵니다.” 장로는 이 말을 듣고 몸을 돌려 말에서 내리며 말했다. “먼 길을 오느라 수고가 많았소. 큰길이거든 나무꾼 형님은 댁으로 돌아가시고, 노부인께 내 안부를 많이 전해 주시오. 아까 진지한 공양으로 두텁게 폐를 끼쳤는데, 가난한 중이 달리 갚을 것이 없소. 다만 아침저녁으로 경을 외워 그대 모자가 평안하고 백 년을 장수하시길 빌겠소.” 그 나무꾼은 연신 예를 갖추어 작별하고 본디 길로 돌아갔으며, 사부제자는 마침내 줄곧 서쪽을 향해 나아갔다. 과연 그러하였다.
요괴를 항복받고 원한을 풀어 고액에서 벗어났으니, 은혜를 입고 길에 올라 마음을 다해 가는구나.
결국 며칠을 더 가야 서천에 이를지는 알 수 없거니와,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