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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7 제87회 봉선군모천지우(鳳仙郡冒天止雨) · 손대성권선시림(孫大聖勸善施霖)

큰 도는 그윽하고 깊어 그 소식을 어찌 헤아리랴, 일러 버리면 귀신도 놀라느니라. 우주를 품어 감추고 현묘한 빛을 갈라 놓으니, 참된 즐거움은 세상에 견줄 것이 없도다. 영취봉 앞에서 보주를 집어 내니, 다섯 가지 고운 빛이 밝게 비치누나. 건곤 위아래의 뭇 생명을 두루 비추니, 깨달은 이의 수명은 산과 바다와 같으리라. 각설하고 당삼장 사부와 제자 넷은 나무꾼과 작별하고 은무산에서 내려와 큰길로 나아갔다. 며칠을 걸어가는데 문득 한 성곽이 가까이 다가왔다. 삼장이 말했다. “오공아, 저 앞의 성곽이 보이느냐, 혹 천축국이 아니겠느냐?” 행자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니오! 아니오! 여래께서 계신 곳은 극락이라 일컫지만 성곽은 없고, 다만 큰 산 하나가 있어 그 산중에 누대와 전각이 있으며 이름하여 영산 대뇌음사라 하오. 천축국에 이른다 하여도 그것이 여래께서 계신 곳은 아니니, 천축국이 영산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도 아직 알 수 없소. 저 성은 아마 천축국의 바깥 고을이니, 앞으로 가야 분명히 알게 될 것이오.”

이윽고 성 밖에 이르러 삼장이 말에서 내려 세 겹의 문 안으로 들어서니, 백성의 살림은 황량하고 거리는 쓸쓸하였다. 또 저자 어귀에 이르러 보니 푸른 옷을 입은 자들이 좌우로 줄지어 늘어서 있고, 관대를 갖춘 몇 사람이 처마 아래 서 있었다. 그들 네 사람이 거리를 따라 걸어가는데, 그 사람들은 조금도 물러서서 비켜 주지 않았다. 저팔계는 촌스럽고 어리석어서 긴 주둥이를 쑥 내밀며 소리쳤다. “길을 비켜라! 길을 비켜라!” 그 사람들이 홀연 고개를 들어 그 몰골을 보더니, 하나하나 뼈가 풀리고 힘줄이 저려 비틀비틀 넘어지며 모두 말했다. “요괴다! 요괴가 왔다!” 처마 아래 관대를 한 자들이 놀라 벌벌 떨며 허리를 굽히고 물었다. “어느 곳에서 오셨나이까?” 삼장은 그들이 화를 불러올까 염려하여 몸소 앞에 나서서 여러 사람에게 말했다. “빈승은 동토 대당 황제의 명을 받자와 천축국 대뇌음사의 부처님께 예배하고 경을 구하러 가는 자이오. 보방을 지나다가 하나는 지명을 알지 못하고 둘은 아직 인가에 들지 못한 채 성안으로 들어왔으니, 피하여 물러서는 예를 크게 잃었사오니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옵소서.” 그 관인이 그제야 예를 갖추며 말했다. “이곳은 천축국의 바깥 고을이요 지명은 봉선군이올시다. 해마다 가뭄이 들어 군후께서 우리를 이곳에 보내 방문을 붙이고 법사를 널리 구하여 기우제를 지내어 백성을 구하게 하신 것이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말했다. “그대들의 방문은 어디 있소?” 여러 관원이 말했다. “방문은 여기 있사오나, 방금 처마를 쓸고 닦은 참이라 아직 걸지 못하였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가져오시오, 내 살펴보겠소.” 여러 관원이 즉시 방문을 펼쳐 처마 아래 걸어 두었다. 행자네 넷이 앞으로 나아가 함께 보니, 방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대천축국 봉선군 군후 상관은 이에 밝은 스승을 초빙하고 큰 법사를 구하는 방문을 내노라. 생각하건대 우리 고을의 땅은 넓고 넉넉하며 군사와 백성이 풍족하였으나, 해마다 가뭄이 극심하고 거듭된 해마다 메마른 흉년이 들어, 백성의 밭은 묵어 가고 군사의 땅은 척박해졌으며, 하천은 얕아지고 도랑은 텅 비었노라. 우물에는 물이 없고 샘 밑에는 샘물조차 없도다. 부유한 집은 간신히 목숨을 이어 가건마는, 가난한 백성은 살아갈 길이 막막하도다. 한 말의 곡식 값은 백 금이요, 한 묶음의 땔나무 값은 다섯 냥이로다. 열 살 난 딸은 쌀 서 되와 바뀌고, 다섯 살 난 아들은 남을 따라 팔려 가노라. 성안에서는 법을 두려워하여 옷을 전당 잡히고 물건을 저당 잡혀 겨우 목숨을 보전하고, 시골에서는 공법을 속이며 남을 때려 잡아먹고 목숨을 부지하노라. 이에 방문을 내어 온 사방의 어진 이들을 우러러 바라노니, 비를 빌어 백성을 구해 주시면 그 은혜를 무겁게 갚으리이다. 기꺼이 천 금을 받들어 사례하겠사오니, 결코 헛된 말이 아니로다. 이에 방문을 내는 바이니라.”

행자가 다 보고 여러 관원에게 말했다. “군후 상관이란 무엇이오?” 여러 관원이 말했다. “상관은 성씨올시다, 바로 우리 군후의 성이 그러한 줄 아시옵소서.”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그 성은 참으로 드물구료.” 팔계가 말했다. “형님은 글을 배우지 못하셨소? 백가성 뒤에 상관과 구양이 함께 나오는 구절이 있사옵니다.” 삼장이 말했다. “제자들아, 쓸데없는 이야기는 그만두어라. 누가 기우를 할 줄 아는고? 그를 위하여 단비 한바탕을 빌어 백성의 고통을 건져 낸다면 이것이야말로 온갖 선행이니라. 만일 할 줄 모른다면 곧 떠나서, 길 가는 일을 그르치지 말라.” 행자가 말했다. “기우가 무슨 어려운 일이오! 내 늙은 손오공은 강을 뒤집고 바다를 휘저으며, 북두를 바꾸고 별을 옮기며, 하늘을 차고 우물을 희롱하며, 안개를 토하고 구름을 뿜으며, 산을 메고 달을 쫓으며, 비를 부르고 바람을 부르나니, 그 가운데 어느 것인들 어린 시절 장난으로 하던 일이 아니겠소! 무엇이 드물다고 하느냐!”

여러 관원이 그 말을 듣고 두 사람을 급히 군중으로 보내어 알리게 하였다. “영감님, 만 번의 큰 기쁨이 이르렀나이다!”

그 군후는 마침 향을 사르며 묵묵히 빌고 있다가 기쁨이 이르렀다는 보고 소리를 듣고 곧 물었다. “무슨 기쁨이냐?” 그 관원이 말했다. “오늘 방문을 받아 막 저자 어귀에 이르러 걸어 두었는데, 곧 중 넷이 나타나 스스로 동토 대당에서 천축국 대뇌음사로 부처님께 예배하고 경을 구하러 가는 사이라 일컫고, 방을 보자마자 능히 단비를 빌 수 있다고 말하여 특별히 알려 드리러 왔나이다.” 그 군후는 즉시 옷을 여미고 걸어서, 가마와 말도 쓰지 않은 채 곧장 저자 어귀에 이르러 정중히 청했다. 홀연 누군가 달려와 알렸다. “군후 영감님께서 오셨나이다.” 사람들이 비켜서는데, 그 군후는 당승을 보자 그 제자들의 추하고 흉악한 모습도 두려워하지 않고 저잣거리 한복판에 몸을 던져 절하며 말했다. “하관은 봉선군 군후 상관씨올시다, 목욕재계하고 향을 사르며 스승님을 청해 모셔 와 기우하여 백성을 구하고자 하나이다. 부디 스승님께서는 크게 자비를 베푸시어 신통한 공력을 펴시어 건져 주시옵소서!” 삼장이 답례하며 말했다. “이곳은 이야기할 자리가 못 되오. 빈승이 저 사관에 이른 뒤라야 일을 행하기가 좋겠소.” 군후가 말했다. “스승님께서는 작은 관아로 함께 가시옵소서, 깨끗한 곳이 마련되어 있사옵니다.” 사부와 제자들은 이에 말을 끌고 짐을 메고 관부로 가서 하나하나 인사를 나누었다. 군후가 즉시 차를 내오고 채식을 차리라 명하였다. 잠시 뒤 공양이 들어왔는데, 저팔계는 굶주린 호랑이처럼 마음껏 게걸스럽게 먹어 대니, 쟁반을 든 사람들이 놀라 간담이 서늘하여 이리저리 뛰며 국을 붓고 밥을 더하기가 마치 주마등 같아서, 겨우 대어 올린 끝에야 배가 터지도록 먹고서야 그만두었다. 공양을 마치고 당승이 공양에 사례하고 나서 물었다. “군후 어르신, 귀하신 고을은 가뭄이 언제부터였소?” 군후가 말했다. “누추한 내 고을은 큰 나라 천축국이요, 봉선이란 바깥 고을을 내가 다스리나이다. 세 해를 줄곧 메마른 흉년을 만나, 풀씨조차 돋지 않고 오곡이 끊겼도다. 큰집 작은집 장사가 어렵고, 열 집 가운데 아홉 집이 모두 우노라. 열에 둘은 굶어 죽고 남은 하나는 바람 앞의 촛불 같도다. 하관이 방문을 붙여 널리 어진 이를 구하더니, 다행히 참된 스승을 우리 고을에서 만났나이다. 만약 한 치의 비라도 내려 백성을 건져 주신다면, 기꺼이 천 금을 받들어 두터운 덕에 보답하겠나이다!” 행자가 이 말을 듣고 얼굴에 기쁨이 가득하며 껄껄 웃으며 말했다.

“말 마오! 말 마오! 천 금으로 사례한다는 말을 꺼내면 반 점의 단비도 내리지 않을 것이오. 다만 공을 쌓고 덕을 쌓은 일을 논한다면, 늙은 손오공이 그대에게 큰비 한바탕을 보내 주리다.” 그 군후는 본래 매우 청렴하고 바르며 어질고 훌륭하여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남다른 사람이라, 즉시 행자를 윗자리에 모시고 절하며 말했다. “스승님께서 과연 자비를 베푸신다면, 하관은 감히 그 덕을 거스르지 않겠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우선 말씀은 그만두시고 일어나시오. 다만 부디 내 스승님을 잘 보살펴 주시오, 늙은 손오공이 일을 벌이는 동안이오.” 사오정이 물었다. “형님, 어떻게 일을 하시려 하오?” 행자가 말했다. “너와 팔계는 이리 오너라, 그의 이 당 아래에서 나를 따라 보필이 되어라, 늙은 손오공이 용을 불러 비를 내리게 할 터이니.” 저팔계와 사오정이 삼가 그 분부를 따르니, 세 사람이 모두 당 아래에 자리하고 군후는 향을 사르며 예배하고 삼장은 앉아서 경을 읽었다.

행자가 진언을 외우고 주문을 송하니, 즉시 동쪽에서 검은 구름 한 떨기가 서서히 내려와 당 앞에 이르렀는데, 바로 동해의 늙은 용왕 오광이었다. 그 오광이 구름을 거두고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여 앞으로 나아와 행자에게 허리를 굽혀 예를 갖추며 말했다. “대성께서 작은 용을 부르셨사오니, 어느 곳에 쓰시려 하시나이까?” 행자가 말했다. “일어나시오, 멀리서 오느라 수고하였소, 다른 일은 아니오. 이곳은 봉선군인데 해마다 가뭄이 들었으니, 그대는 어찌하여 비를 내리러 오지 않았소?” 늙은 용이 말했다. “대성께 아뢰옵니다, 신이 비를 내릴 수는 있사오나 이는 상천의 부림을 받는 몸이올시다. 상천께서 보내지 않으셨는데 어찌 감히 스스로 이곳에 와서 비를 내리겠나이까?” 행자가 말했다. “내가 이곳을 지나다가 오랜 가뭄에 백성이 고통받는 것을 보고, 특별히 그대를 불러 이곳에 비를 내려 구제하게 하였는데 어찌 사양하오?” 용왕이 말했다. “어찌 감히 사양하겠나이까? 다만 대성께서 진언을 외워 부르셨으니 감히 오지 않을 수 없었나이다. 하나는 상천의 어지를 받든 적이 없고, 둘은 비를 내릴 신장을 데려오지 못하였사오니, 어찌 우부를 움직일 수 있겠나이까? 대성께서 건져 주실 마음이 있으시다면, 작은 용이 바다로 돌아가 군사를 점검하게 하시고, 대성께서 천궁에 올라가 아뢰어 윤허를 받으시어 강우의 성지 한 도를 청하시고, 수관에게 용을 놓아 달라 하시면, 신이 그때 지시의 수량대로 비를 내리겠나이다.” 행자는 그가 이치에 맞는 말을 하는 것을 보고 할 수 없이 늙은 용을 바다로 돌려보냈다. 그가 곧 강두에서 뛰어나와 당승에게 용왕의 일을 자세히 말하니, 당승이 말했다. “그리하다면 네가 가서 그리하되,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말라.” 행자가 즉시 팔계와 사오정에게 분부했다. “스승님을 잘 보필하여라, 나는 천궁으로 가겠노라.” 훌륭한 대성이로다, 가노라 말한 즉시 자취 없이 사라졌다. 그 군후가 간담이 서늘하여 물었다. “손 영감님은 어디로 가셨소?”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셨소.” 군후는 몹시 공경하여 급히 널리 알리기를 명하여, 성 안의 큰길과 작은 골목마다 공경과 사대부와 서민을 가리지 않고 집집마다 용왕의 위패를 모시고, 문 앞에 맑은 물독을 놓고, 물독에 버들가지를 꽂아 향불을 받들어 모시고 하늘에 절하게 하였으니, 그 일은 이만 각설한다.

각설하고 행자는 근두운을 타고 서천문 밖에 이르렀는데, 일찍이 호국천왕이 천정역사를 이끌고 나아와 맞이하며 말했다. “대성이여, 경을 구하는 일은 다 되었소?” 행자가 말했다. “거의 다 되었소. 이제 천축국 경계에 이르렀는데 한 바깥 고을이 있으니 이름이 봉선군이오. 그곳은 삼 년째 비가 내리지 않아 백성이 몹시 고통스러우니, 늙은 손오공이 비를 빌어 구제하려 하여 용왕을 불러 그곳에 이르게 하였더니, 그는 지시가 없으면 감히 사사로이 하지 못한다 하고, 특별히 옥제를 뵙고 지시를 청하러 왔소.” 천왕이 말했다. “그쪽은 아마 비가 내려서는 안 되는 곳이리다. 내 일찍이 들으니 그 군후가 제멋대로 굴며 천지를 모독하여 상제께서 죄를 물어 미산과 면산과 황금 큰 자물쇠를 세워 두고, 이 세 가지 일이 끝장이 나기를 기다려서야 비를 내리게 되어 있다 하오.” 행자는 그 뜻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니 옥제를 뵙고자 하였다. 천왕은 감히 막지 못하고 그를 들어가게 하니, 곧장 통명전 밖에 이르렀는데, 또 사대천사가 나와 맞이하며 말했다. “대성께서는 이곳에 무슨 일로 오셨소?” 행자가 말했다. “당승을 보필하여 천축국 경계에 이르렀는데 봉선군에 비가 내리지 않아 군후가 스승을 불러 기우하려 하오. 늙은 손오공이 용왕을 불러 비를 내리라 명하였더니, 그가 옥제의 지시를 받든 적이 없다 하여 감히 마음대로 행하지 못한다 하고, 특별히 지시를 청하러 왔으니 백성의 곤궁을 풀어 주고자 함이오.” 사대천사가 말했다. “그곳은 비가 내려서는 안 되는 곳이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내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는 번거롭더라도 한번 아뢰어 보시오, 늙은 손오공의 인정이 어떠한지 보겠소.” 갈선옹이 말했다. “속담에 이르기를 ‘파리가 그물깔개를 둘렀다’ 하니, 면피가 참으로 크구료!” 허정양이 말했다. “함부로 떠들지 말고, 그를 데리고 들어갑시다.” 구홍제와 장도릉이 갈선옹과 허정양 두 진인과 함께 영소전 아래로 인도하여 아뢰었다. “만세, 손오공이 천축국 봉선군에 이르러 비를 내리고자 하여 특별히 지시를 청하러 왔나이다.” 옥제가 말했다. “그 놈은 삼 년 전 섣달 스무닷새, 짐이 만천을 두루 살피고 삼계를 떠돌다가 그곳에 이르렀을 때, 그 상관이 인하지 않아 하늘에 재계하여 올리는 소찬 공양을 넘어뜨려 개에게 먹이고 입으로 더러운 말을 내어 모독하는 죄를 짓는 것을 보았노라. 짐이 즉시 세 가지 일을 세워 피향전 안에 두었노니, 너희는 손오공을 데려다 보게 하여, 만약 세 가지 일이 끝장이 났거든 곧 지시를 내려 주고, 끝장이 나지 않았거든 쓸데없는 일에 관여하지 말라.”

사대천사가 즉시 행자를 데리고 피향전 안에 이르러 보니, 미산이 하나 있어 대략 열 장쯤 되었고, 면산이 하나 있어 대략 스무 장쯤 되었다. 미산 곁에는 주먹만 한 닭 한 마리가 있어 그곳에서 한 입은 빠르게, 한 입은 느리게 그 쌀을 쪼아 먹고 있었다. 면산 곁에는 금빛 털의 바둑이 한 마리가 있어 그곳에서 혀를 길게, 혀를 짧게 내밀어 그 밀가루를 핥아 먹고 있었다. 왼쪽에는 쇠로 된 걸개가 걸려 있고 그 위에 금빛 자물쇠가 걸려 있는데, 길이는 한 자 서너 치쯤 되고 자물쇠 몸통은 손가락만 한 굵기였으며, 그 아래에 밝은 등불이 있어 불꽃이 그 자물쇠 몸통을 태우고 있었다. 행자는 그 뜻을 알지 못하여 고개를 돌려 천사에게 물었다. “이것이 무슨 뜻이오?” 천사가 말했다. “그 놈이 상천을 범하였으므로 옥제께서 이 세 가지를 세워 두시고, 닭이 쌀을 다 쪼아 먹고 개가 밀가루를 다 핥아 먹고 등불의 불꽃이 자물쇠 몸통을 태워 끊어지기를 기다려야만 그때에야 비를 내리게 되어 있소.”

행자가 그 말을 듣고 크게 놀라 얼굴빛이 변하여 다시는 감히 아뢰지 못하고 전각을 나서니 얼굴에 부끄러움이 가득하였다. 사대천사가 웃으며 말했다. “대성이여, 번거로워할 것 없소, 이 일은 오직 선행을 지어야만 풀 수 있소. 만약 선하고 자비로운 마음이 한 생각이라도 일어나 상천을 놀라게 하면, 그 미산과 면산은 즉시 무너지고 자물쇠 몸통도 즉시 끊어질 것이오. 그대가 가서 그를 권하여 선으로 돌아오게 하면 복이 저절로 올 것이오.” 행자가 그 말에 따라 영소전에 올라가 옥제께 하직을 고하지 않고 곧장 하계로 내려와 범부에게로 돌아왔다. 잠시 뒤 서천문에 이르러 또 호국천왕을 만나니, 천왕이 물었다. “지시는 어찌 되었소?” 행자가 미산과 면산과 금쇠의 일을 한바탕 이야기하고 나서 말했다. “과연 그대의 말대로 지시를 내리려 하지 않소. 방금 천사께서 나를 배웅하며 그 놈을 권하여 선으로 돌아오게 하라 하였으니, 그것이 곧 복의 근원이오.” 이에 서로 작별하고 구름을 내려 하계로 내려왔다.

그 군후가 삼장과 팔계와 사오정과 크고 작은 관리들과 함께 마중을 나와, 모두 빽빽이 모여 들어 캐물었다. 행자가 군후를 향해 큰 소리로 한마디 꾸짖었다. “다만 이 놈이 삼 년 전 섣달 스무닷새에 천지를 모독한 탓으로 백성이 재난을 만났으니, 이제는 비를 내리려 하지 않는다!” 군후가 놀라 땅에 엎드려 절하며 말했다. “스승님께서는 어찌하여 삼 년 전 일을 아시옵니까?” 행자가 말했다. “그대가 하늘에 재계하며 올리던 소찬 공양을 어찌하여 넘어뜨려 개에게 먹였느냐? 참되이 사실대로 말하라!” 그 군후는 감히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

“삼 년 전 섣달 스무닷새에 공양을 올려 하늘에 재계하던 일이 이 관아 안에서 있었사옵니다. 아내가 어질지 못하여 서로 나쁜 말로 다투다가, 한때 화가 치밀어 분별을 잃고 공양상을 넘어뜨려 소찬을 쏟고말았사옵니다. 과연 그때 개를 불러다 먹였나이다. 그 뒤 두 해를 마음속에 담아 두었사오나 정신이 아득하여 풀어 낼 길이 없었는데, 상천께서 죄를 물으시어 백성에게 해를 끼치실 줄은 몰랐나이다. 이제 스승님께서 내려오셨으니 만 번 비옵건대 밝히 가르쳐 주시옵소서, 상계에서는 어떻게 헤아리고 있사옵니까?”
행자가 말했다. “그날은 바로 옥황께서 하계로 내려오신 날이었소, 그대가 재계 공양을 개에게 먹이고 또 입으로 더러운 말을 내는 것을 보시고 옥제께서 즉시 세 가지를 세워 너를 적어 두셨노라.” 팔계가 물었다. “형님, 그 세 가지가 무엇이오?” 행자가 말했다. “피향전에 미산 하나를 세웠는데 대략 열 장쯤 되고, 면산 하나가 대략 스무 장쯤 되오. 미산 곁에는 주먹만 한 병아리 한 마리가 있어 그곳에서 한 입은 빠르게, 한 입은 느리게 그 쌀을 쪼아 먹고, 면산 곁에는 금빛 털의 바둑이 한 마리가 있어 그곳에서 혀를 길게, 혀를 짧게 내밀어 그 밀가루를 핥아 먹고 있소. 왼쪽에 또 쇠 걸개가 하나 있어 그 위에 황금 큰 자물쇠가 걸려 있는데, 자물쇠 몸통이 손가락만 한 굵기요, 그 아래에 밝은 등불 하나가 있어 등불의 불꽃이 그 자물쇠 몸통을 태우고 있소. 저 닭이 쌀을 다 쪼아 먹고 개가 밀가루를 다 핥고 등불이 자물쇠 몸통을 태워 끊어야만, 그곳에서야 비를 내리게 되어 있소.”

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걱정 없소! 걱정 없소! 형님이 나를 데려가기만 하신다면 법신으로 변신하여 단숨에 그의 쌀과 밀가루를 모두 먹어 치우고 자물쇠 몸통을 끊어 버리면, 틀림없이 비가 내릴 것이오.” 행자가 말했다. “이 멍청한 놈아, 헛소리 마라! 이는 상천께서 마련해 두신 계책인데 네가 어찌 볼 수 있겠느냐?” 삼장이 말했다. “그렇게 말한다면 어찌하면 좋겠느냐?” 행자가 말했다. “어렵지 않소! 어렵지 않소! 내가 떠나올 무렵에 사대천사가 일러 주기를, 다만 선행을 지으면 풀 수 있다 하였소.” 그 군후가 땅에 엎드려 절하며 애걸하여 말했다. “스승님께서 가리키시는 대로 하겠사오니, 하관은 하나하나 모두 귀의하겠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네가 만일 마음을 돌려 선을 향한다면 일찍이 부처님을 염하고 경을 보아라, 내가 다시 너를 위하여 일을 꾸며 주리라. 네가 만일 전과 같이 고치지 않는다면 나도 풀어 낼 수 없고, 머지않아 하늘이 너를 벌할 것이니 목숨을 보전하지 못하리라.” 그 군후가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며 귀의할 것을 맹세하였다. 이때 그 지방의 승려와 도사를 불러 모아 도량을 열고, 각각 문서를 지어 발송하고 삼천에 아뢰어 올렸다. 군후가 무리를 이끌고 향을 집어 들고 우러러 예배하며 하늘에 답하고 땅에 사례하고 죄를 끌어안고 스스로를 꾸짖었으며, 삼장도 그를 위하여 경을 읽었다. 한편으로는 또 급히 널리 알리어, 성 안과 성 밖의 큰집 작은집이 남녀를 가리지 않고 모두 향을 사르고 부처님을 염하게 하였다. 이때부터 한결같이 착한 소리가 귀에 넘쳐났다. 행자가 그제야 기뻐하며 팔계와 사오정에게 말했다. “너희 둘은 스승님을 잘 호위하여라, 늙은 손오공이 다시 그곳에 다녀오겠노라.” 팔계가 물었다. “형님, 또 어디로 가시려 하오?” 행자가 말했다. “이 군후가 늙은 손오공의 말을 듣고 과연 가르침을 받아들여 공경하고 선하고 자비로우며 정성껏 부처님을 염하니, 내가 이대로 가서 다시 옥제께 아뢰어 비를 좀 내려 달라 청하겠노라.” 사오정이 말했다. “형님이 가시려 한다면 망설이지 마시오, 우리가 길 가는 일이 늦어지더라도 반드시 비 한바탕을 구하시어, 우리의 바른 과위를 이루게 하시오.”

훌륭한 대성이로다, 또 구름 위로 솟아 곧장 천문 밖에 이르러 또 호국천왕을 만났다. 천왕이 물었다. “그대는 이제 또 무슨 일로 왔소?” 행자가 말했다. “그 군후가 이미 선으로 돌아왔소.” 천왕도 또한 기뻐하였다.

말하고 있는데, 일찍이 직부사자가 도가의 문서와 승가의 관첩을 받들어 천문 밖에 이르러 전달하는 것이 보였다. 그 부사가 행자를 보고 예를 갖추며 말했다. “이 뜻은 대성께서 선을 권하신 공이올시다.” 행자가 말했다. “그대는 이 문첩을 어디로 보내려 하오?” 부사가 말했다. “곧장 통명전 위로 보내어 천사를 거쳐 옥황대천존 앞에 전달하려 하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그러하오, 그대는 먼저 가시오, 나는 그 뒤를 따라 가겠소.” 그 부사가 천문으로 들어갔다. 호국천왕이 말했다. “대성이여, 옥제를 뵐 필요가 없소.

그대는 다만 구천응원부 아래로 가서 뇌신을 조금 빌려, 곧바로 우레를 울리고 번개를 치게 하면 곧 비가 내릴 것이오.” 참으로 행자가 그 말에 따라 천문 안으로 들어가, 영소전에 올라가 지시를 청하지 않고 구름을 돌려 곧장 구천응원부로 가니, 뇌문사자와 규록전자와 염방전자가 모두 나아와 맞이하며 예를 갖추어 물었다. “대성께서는 어디서 오셨소?” 행자가 말했다. “일이 있어 천존을 뵙고자 하오.” 세 사자가 즉시 전하여 아뢰니, 천존이 구봉단하의 자리에서 내려와 옷을 여미고 나와 맞이하였다. 서로 인사를 마치고 행자가 말했다. “한 가지 일이 있어 특별히 청을 드리러 왔소.” 천존이 말했다. “무슨 일이오?” 행자가 말했다. “내가 당승을 보필하여 봉선군에 이르렀는데 그 가뭄이 몹시 심하여 이미 그에게 비를 빌어 주겠노라 약속하였사오니, 특별히 귀부의 관장을 빌려 그곳에 가서 우레를 울리게 하려 하오.” 천존이 말했다. “나는 그 군후가 상천을 모독하여 세 가지 일이 세워진 것은 아노라, 그러나 비를 내려도 될는지 알 수 없소.”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어제 이미 옥제를 뵙고 지시를 청하였소. 옥제께서 천사를 시켜 나를 피향전으로 데려가 그 세 가지를 보게 하셨는데, 바로 미산과 면산과 금쇠이니, 다만 세 가지 일이 끝장이 나야만 비를 내리게 되어 있소. 나는 끝장이 나기 어렵다고 근심하였는데, 천사께서 나에게 군후와 무리를 권화하여 선행을 짓게 하라 하시며, 사람에게 착한 마음이 있으면 하늘이 반드시 따른다 하였으니, 그러면 하늘의 마음을 돌리고 재난을 풀 수 있을 것이라 하였소. 이제 이미 착한 마음이 문득 일어나 착한 소리가 귀에 넘치오. 방금 직부사자가 이미 행실을 고쳐 선을 따르는 문첩을 옥제께 아뢰어 올렸사오니, 늙은 손오공이 이에 특별히 존부를 찾아와 뇌부의 관장의 도움을 청하노라.” 천존이 말했다. “그리하다면 등·신·장·도 네 장수에게 번개 낭자를 거느리고 곧 대성을 따라 봉선군으로 내려가 우레를 울리게 하라.”

그 네 장수가 대성과 함께 오래지 않아 봉선 경계에 이르러, 곧 허공 한가운데서 법을 일으켰다. 다만 우르릉 우르릉 하는 우레 소리가 들리고, 또 줄줄줄 번쩍이는 번개가 보였으니, 참으로 그러하였다. 번개는 자줏빛 금빛 뱀이요, 우레는 뭇 벌레가 놀라 일어나듯 울리누나. 불꽃이 환하게 날아오르고 벽력이 산동네를 무너뜨리누나. 번갯불이 하늘을 환히 밝히고, 진동은 땅을 연이어 솟구치누나. 붉은 섬광이 한 번 번쩍이니 싹이 돋아나고, 만 리 강산이 모두 흔들리누나. 그 봉선군은 성 안과 성 밖의 크고 작은 관리와 군사와 백성이 꼬박 삼 년 동안 우레와 번개를 듣지 못하였는데, 오늘 우레 소리와 번쩍이는 번개가 있음을 보고 일제히 무릎을 꿇고, 머리에는 향로를 이고, 어떤 이는 손에 버드가지를 쥐고서 모두 염하였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이 한마디의 착한 마음이 과연 상천을 놀라게 하였으니, 바로 그 옛 시에 이르기를 “사람의 마음에 한 생각이 일어나면 천지가 모두 아노니, 선과 악에 응보가 없다면 천지에 반드시 사사로움이 있으리라” 하였다.

이만 각설하고, 손대성이 뇌장을 지휘하여 봉선군에서 번개를 치고 우레를 울리니 사람마다 선으로 돌아왔다.
각설하고 그 상계의 직부사자가 승가와 도가 양쪽의 문첩을 통명전에 보내니, 사대천사가 영소전에 전하여 아뢰었다. 옥제가 보고 말했다. “그 놈들에게 이미 착한 마음이 있으니, 세 가지 일이 어떠한지 보라.”

말하고 있는데, 홀연 피향전을 지키는 장관이 와서 아뢰었다. “세워 두었던 미산과 면산이 모두 무너져, 잠깐 사이에 쌀과 밀가루가 모두 없어지고 자물쇠 몸통도 끊어졌나이다.” 아뢰기가 끝나기도 전에, 또 당가의 천관이 봉선군의 토지신과 성황과 사령 등의 신을 이끌고 함께 와서 절하며 아뢰었다. “본군의 군주와 성 안의 크고 작은 백성의 집이, 한 집도 한 사람도 선한 과보에 귀의하지 않은 이가 없사오며, 부처님께 예하고 하늘을 공경하나이다. 이제 자비를 굽어 살피시어 두루 단비를 내리시어 백성을 구제해 주시기를 비옵니다.” 옥제가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즉시 지시를 내렸다. “풍부와 운부와 우부는 각각 호령을 받들어 아래로 내려가, 봉선군 경계에 맞추어 바로 오늘 이 시각에 우레를 울리고 구름을 펼치며 비 석 자에 마흔두 점을 내리라.” 이때 사대천사가 지시를 받들어 각 부에 전하여 곧바로 하계로 내려가니, 각각 신위를 떨치며 일제히 진작하였다.

행자가 등·신·장·도와 번개 낭자를 거느리고 허공에서 조롱하고 있는데, 문득 뭇 신이 모두 이르러 모였다. 그 사이에 바람과 구름이 만나고 단비가 쏟아졌으니, 좋은 비로다. 아득한 짙은 구름, 자욱한 검은 안개. 우레 수레는 우르르, 번개는 번쩍번쩍. 굴러가는 사나운 바람, 콸콸 쏟아지는 소나기. 이른바 한 생각이 하늘을 돌리니 만백성이 모두 우러러보누나. 모두 대성께서 원운을 베푸신 덕이니, 만 리 강산이 곳곳이 그늘에 잠겼누나. 좋은 비가 강을 쏟고 바다를 뒤엎으며, 들판을 가리고 하늘을 가누나. 처마 앞에는 폭포가 드리우고, 창 밖에서는 영롱한 소리가 울리누나. 만 호 천 문에서 사람이 부처님을 염하고, 여섯 거리 세 저자에는 물이 흘러넘치누나. 동서의 하천이 줄줄이 가득하고, 남북의 시내와 물굽이가 곳곳이 트이누나. 마른 모가 윤기를 얻고 죽은 나무가 다시 살아나누나. 밭에는 삼과 보리가 무성하고 마을에는 콩과 곡식이 늘어나누나. 나그네는 장사길이 트인 것을 기뻐하고, 농부는 밭갈이를 사랑하누나. 이제부터 기장과 피가 줄줄이 무성하고, 절로 농사가 풍년을 얻으리라. 바람이 고르고 비가 순하니 백성이 편안하고 즐거우며, 바다가 잔잔하고 하수가 맑으니 태평을 누리누나. 하루에 비가 석 자에 마흔두 점을 채우자 뭇 신이 차츰 거두어 돌아갔다. 손대성이 큰 소리로 외쳤다. “그 사부의 뭇 신이여, 잠시 구름의 행차를 멈추어라, 늙은 손오공이 군후를 데려다 여러분께 절하며 사례하게 하겠노라. 여러분은 구름과 안개를 걷어 내고 각각 참모습을 드러내어, 이 범부들이 친히 눈으로 보게 하여야 믿는 마음으로 받들어 모실 것이오.” 뭇 신이 그 말을 듣고 하는 수 없이 모두 허공에 멈추었다. 이 행자가 구름을 내려 고을 안에 이르니, 삼장과 팔계와 사오정이 모두 나와 마중하고, 그 군후는 한 걸음마다 한 번 절하며 사례하였다. 행자가 말했다. “내게 사례하기는 이르오, 내가 이미 사부의 뭇 신을 붙들어 두었소, 그대는 많은 사람을 불러 함께 사례하게 하시오. 그리하여야 뒷날에 와서 비를 내려 줄 것이오.” 군후가 즉시 급히 널리 알려 무리를 불러 함께 사례하게 하니, 모두 향을 집어 들고 하늘을 향해 절하는데, 문득 그 사부의 뭇 신이 구름과 안개를 걷어 내고 각각 참모습을 드러냈다. 사부란 곧 우부와 뇌부와 운부와 풍부이니, 문득 용왕이 모습을 나타내고 뇌장이 몸을 펴며, 운동이 나타나고 풍백이 참모습을 드리우누나. 용왕이 모습을 나타내니, 은빛 수염에 푸른 얼굴이 세상에 둘이 없누나. 뇌장이 몸을 펴니, 갈고리 주둥이에 위엄 있는 얼굴이 참으로 견줄 이 없누나. 운동이 나타나니, 옥 같은 얼굴에 금빛 관을 쓴 이 그 누가 그리하리오;

풍백이 참모습을 드리우니, 마른 눈썹에 둥근 눈이 일찍이 그러하였누나. 가지런히 푸른 하늘 위에 모습을 드러내어 보이고, 저마다 줄지어 성스러운 위의를 바라보누나.

봉선군 경계의 사람들이라야 비로소 믿고, 머리를 조아리고 향을 집어 드니 악한 성품이 돌아왔누나. 오늘 하늘의 장수를 우러러 뵙고, 마음을 씻어 선을 향하여 모두 귀의하누나. 뭇 신이 두 시간쯤 기다려 주었는데도 백성의 절이 그치지 않았다. 손행자가 또 구름 위로 올라가 무리를 향해 예를 갖추며 말했다. “수고하셨소! 수고하셨소! 여러분은 각각 본부로 돌아가시오. 늙은 손오공이 또 고을 안의 인가에 높은 신선을 받들어 모시고, 절기가 되면 초사를 올려 사례하게 하겠소. 여러분은 이제부터 닷새에 한 번 바람을, 열흘에 한 번 비를 내려 또 와서 구하여 주시오.” 뭇 신이 그 말에 따라 각각 본부로 돌아갔으니, 이는 각설한다.

각설하고 대성이 구름에서 내려와 삼장에게 말했다. “일이 끝났고 백성이 편안해졌으니, 짐을 꾸려 길을 떠나도 되겠소.” 그 군후가 그 말을 듣고 급히 예를 갖추며 말했다. “손 영감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나이까! 이번 한바탕은 한량없고 가없는 은덕이올시다. 하관이 이곳에서 사람을 시켜 작은 잔치를 마련하여 두터운 은혜에 보답하겠나이다. 또 민간의 논밭을 사들여 절을 짓고, 영감님의 생사당을 세우며, 비석을 세워 이름을 새기고 사철로 제사를 받들게 하겠나이다. 비록 뼈를 새기고 마음을 새긴다 해도 만분의 일도 갚기 어려운데, 어찌 곧 떠나신단 말씀이오!” 삼장이 말했다. “어르신의 말씀이 마땅하오나, 다만 우리는 서방으로 걸어 다니며 걸식하는 중이라 오래 머물 수 없소. 하루 이틀 사이에 반드시 떠날 것이오.” 그 군후가 어찌 보내려 하겠는가, 밤을 새워 여러 사람을 시켜 주석을 마련하고 사당을 짓게 하였다.

이튿날 크게 잔치를 베풀어 당승을 윗자리에 모시고 손대성과 팔계와 사오정이 나란히 앉으니, 군후가 본군의 크고 작은 관리와 부신들과 함께 잔을 들어 음식을 올리고, 피리를 불고 북을 치며 하루를 대접하였다. 이 잔치는 과연 기쁘고 흐뭇하였으니,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도다. 오래 가문 밭에 단비를 만나고, 하천과 장사길이 곳곳이 트였누나. 신승이 고을 경계에 온 것을 깊이 느끼고, 대성께서 천궁에 오르신 덕을 크게 입었누나. 세 가지 일의 지난 악이 풀리고, 한 생각 귀의하니 선한 과보가 크누나. 이제부터 요순의 세상과 같기를 바라니, 닷새 바람 열흘 비로 만 년을 풍년이리라.

하루는 잔치요 이튿날은 연회요, 오늘은 사례요 내일은 답례라, 붙들어 머물게 한 것이 보름이나 되어, 다만 절과 생사당이 완비되기를 기다렸다. 하루는 군후가 네 사람을 청하여 가 보게 하니, 당승이 놀라며 말했다. “공사가 크고 넓은데 어찌 이리 빨리 이루어졌소?” 군후가 말했다. “하관이 인부를 재촉하여 밤낮으로 쉬지 않고 급히 마치게 하였사오니, 특별히 여러 영감님을 모셔 보시라 청하였나이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과연 어질고 재주 있으며 유능한 훌륭한 어진 군후로다!” 즉시 모두 새 절에 이르러 보니, 전각이 우뚝하고 산문이 장엄하여 모두 칭찬을 그치지 않았다. 행자가 스승에게 절의 이름을 남겨 주시기를 청하니, 삼장이 말했다. “있소, 이름을 남긴다면 감림보제사라 불러야 하오.” 군후가 칭찬하며 말했다. “매우 좋소! 매우 좋소!” 금으로 쓴 방을 널리 붙여 승려들을 모아 향불을 받들어 모시게 하였다. 전각 왼쪽에 네 사람의 생사당을 세우고 해마다 사철로 제사를 지냈으며, 또 뇌신과 용신 등의 사당을 지어 신령의 공에 보답하였다. 보고 나서 즉시 행차를 재촉하여 떠나게 하였다. 그 고을 백성은 오래 머물지 못할 줄 알고 각각 전별의 예물을 마련하였으나, 한 푼도 받지 않았다. 이리하여 온 고을의 관리들이 북과 피리를 크게 울리고 깃발을 펼치며, 삼십 리쯤 되는 곳까지 전송하고도 차마 헤어지지 못하여, 눈물을 가리고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바라보다가야 돌아갔다. 이는 바로 그러하였다.

큰 덕을 지닌 신승이 널리 구제의 이름을 남기고, 제천대성이 은혜를 널리 베푸누나.

결국 이대로 가서 며칠이나 더 가야 여래를 뵙게 될는지는,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