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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8 제88회 선도옥화시법회(禪到玉華施法會) · 심원목모수문인(心猿木母授門人)

각설하고 당승은 매우 기뻐하며 군후와 작별하고서 말 위에서 행자에게 말했다. “어진 제자야, 이번에 맺은 선한 과보는 참으로 비구국에서 어린아이들을 구한 일보다 훌륭하구나. 모두 네 공이로다.” 사오정이 말했다. “비구국에서는 다만 천백열한 명의 어린아이만 구했을 뿐이온데, 어찌 이번 큰비에 견주겠나이까.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두루 젖어 드니 살려 낸 목숨이 헤아릴 수 없이 많사옵니다. 제자도 속으로 큰 사형의 법력은 하늘에 닿고 자비로운 은혜는 땅을 덮는다며 스스로 칭찬하였나이다.” 저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형님의 은혜도 있고 선행도 있사오나, 다만 겉으로는 인의를 베풀면서 속으로는 화근을 품고 계시니이다. 늙은 저팔계와 함께 걸으시기만 하면 꼭 사람을 못살게 굴려 하시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내가 어디서 너를 못살게 굴었단 말이냐?” 팔계가 말했다. “됐소이다! 됐소이다! 늘 나를 묶어 주시고, 매달아 주시고, 삶아 주시고, 쪄 주셨소이다! 이제 봉선군에서 억만 명에게 은혜를 베푸셨으니 마땅히 반년쯤 머무시며 나를 이끌어 편안하고 배부른 밥이나 몇 끼 먹게 하실 일이지, 어찌 다만 길만 재촉하시나이까!” 장로가 그 말을 듣고 꾸짖어 말했다. “이 어리석은 놈아, 어찌 늘 남의 음식을 얻어먹을 궁리만 하느냐! 어서 길을 가거라, 다시는 입씨름하지 말라!”

팔계는 감히 말을 잇지 못하고 주둥이를 쑥 내밀며 행낭을 메고 껄껄 웃으니, 사부와 제자들이 큰길로 내달렸다.

세월이 북처럼 흘러 또 깊은 가을이 되었으니, 보이는 바는 이러하였다. 물자국 걷히고 산마루 여위었도다. 붉은 잎 흩날리고 국화 필 무렵이로다. 서리 난 맑은 날 밤 길게 느껴지고, 밝은 달빛 창을 꿰뚫어 비치누나. 집집마다 석양에 밥 짓는 연기 많고, 곳곳마다 호숫빛 찬 물에 어리누나. 흰 마름 향기롭고 붉은 여뀌 무성하도다. 귤은 푸르고 등은 누렇고, 버들 시들고 곡식 익었도다. 거친 마을에 기러기 내려앉아 갈대꽃 부수고, 들가 주막 닭 울음에 콩 거두누나. 넷이 오래 걷다가 또 성곽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을 보고 장로가 채찍 들어 멀리 가리키며 불렀다. “오공아, 저곳에 또 성 하나가 보이느냐, 어느 곳인지는 알지 못하겠구나.” 행자가 말했다. “그대와 나 모두 일찍이 가 본 적 없거늘 무엇으로 알겠소? 우선 변두리에 이르러 사람에게 물어봅시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문득 수풀 속에서 늙은이 하나가 나오는데, 손에 대나무 지팡이를 들고 몸에 가벼운 옷을 걸치고 발에 종려 신 한 켤레를 신고 허리에 납작한 띠를 둘렀다. 당승은 황급히 안장에서 굴러 내려 앞으로 나아가 인사를 올렸다.

그 늙은이는 지팡이를 짚고 답례하며 말했다. “장로님께서는 어디서 오셨나이까?” 당승이 두 손을 모으고 말했다. “빈승은 동토 당나라에서 뇌음사로 부처님께 예배하고 경을 구하러 가는 자이온데, 이제 보방에 이르러 멀리 성곽을 바라보니 어느 곳인지 알지 못하겠사옵니다. 특별히 늙은 시주께 가르침을 청하나이다.” 그 늙은이는 그 말을 듣고 일렀다. “도 높은 선사시여, 이 누추한 내 고장은 천축국 아래 고을이온데 지명은 옥화현이올시다. 고을의 성주는 바로 천축 황제의 종친으로 옥화왕에 봉해졌나이다. 이 왕은 매우 어질어 승려와 도사를 공경하고 백성을 거듭 사랑하나이다. 늙은 선사께서 가서 뵈온다면 후한 대접을 받으시리이다.” 삼장이 사례하니 그 늙은이는 곧장 수풀을 꿰어 갔다.

삼장은 몸을 돌려 제자들에게 앞의 일을 일렀다. 세 사람은 기뻐하며 스승님을 부축하여 말에 올려드렸다.

삼장이 말했다. “먼 길도 아니니 말을 탈 것 없느니라.” 사부와 제자 넷은 마침내 걸어서 성 밖 거리에 이르러 두루 구경하였다. 본래 성문 밖 거리 사람들은 물건을 사고팔며 인가가 밀집하였고 장사도 매우 번성하였다. 그들의 음성과 용모를 보니 중화와 다를 바 없었다. 삼장이 분부했다. “제자들아, 삼가고 조심하여라, 절대로 방자하게 굴지 말라.” 그 팔계는 머리를 숙이고 사오정은 얼굴을 가렸으며, 오직 손행자만이 스승님을 부축하였다. 양쪽 사람들이 다투어 구경하며 한목소리로 외쳤다. “우리 고장에는 용을 항복받고 호랑이를 굴복시킨 고승만 있었거늘, 돼지를 항복받고 원숭이를 굴복시킨 중은 일찍이 본 적이 없도다.” 팔계는 참지 못하고 주둥이를 쑥 내밀며 말했다. “너희는 돼지 임금을 항복받은 중을 본 일이 있느냐?” 놀란 온 거리의 사람들이 비틀비틀 넘어지며 모두 양쪽으로 물러섰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어리석은 놈아, 어서 주둥이를 감추고 맵시 부리지 말라, 발밑을 살펴 다리를 건너거라.” 그 어리석은 놈은 머리를 숙인 채 웃고만 있었다. 도개교를 건너 성문 안에 들어서니 큰 거리의 술 파는 누각과 노래하는 집들이 떠들썩하고 번화하여 참으로 중원의 도읍이로다. 이에 시로 증거하노라, 시에 이르기를, 비단 성은 쇠 독같이 만 년을 굳건하고, 물을 끼고 산을 의지하니 빛깔마다 곱누나. 온갖 물건이 호수를 통하여 배가 저자에 들어오고, 천 집이 술을 팔아 주막에 발을 드리웠도다. 누대는 곳곳마다 인가가 넓고, 골목길은 아침마다 객상이 떠드누나. 장안의 풍경 좋은 것에 뒤지지 않고, 닭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 또한 다를 바 없도다. 삼장이 속으로 기뻐하며 말했다. “사람들이 서역의 여러 오랑캐 땅을 말하지만 나는 일찍이 여기까지 온 적이 없노라. 이 경치를 자세히 보니 내 대당과 무엇이 다르랴! 이른바 극락세계란 참으로 이를 두고 이르는 말이로다.” 또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들으니 쌀 한 섬이 은 네 푼이요 참기름 한 근이 여덟 푼이라니, 참으로 오곡이 풍성하게 익는 곳이로다. 오래 걸어간 끝에야 옥화왕부에 이르렀는데 부 문 좌우에 장사부와 심리청과 전선소와 대객관이 있었다. 삼장이 말했다. “제자들아, 여기가 부이니 내가 들어가 왕을 알현하고 첩을 검사받은 뒤에 가자.” 팔계가 말했다. “스승님께서 들어가시면 우리는 관아 문 앞에 서 있어도 되겠소이까?” 삼장이 말했다. “너희는 이 문 위에 대객관 세 글자가 쓰인 것을 못 보느냐! 모두 그리 가서 앉아라, 마초가 있거든 사서 말에게 먹이라. 내가 왕을 뵙고 혹 공양을 하사받거든 와서 너희를 불러 함께 먹으리라.” 행자가 말했다. “스승님께서는 마음 놓고 가시옵소서, 늙은 손오공이 마땅히 알아서 하겠나이다.” 사오정은 행장을 메고 대객관으로 들어갔다. 관을 지키는 인부들이 그들의 얼굴이 흉측하게 못생긴 것을 보고 감히 묻지도 못하고 나가라 하지도 못하여 다만 앉아 있게 할 뿐이었으니 이만 각설한다.
각설하고 늙은 스승님은 의관을 갈아입고 관문을 들어 곧장 왕부 앞에 이르렀는데, 일찍이 예례관이 나아와 맞이하며 물었다. “장로님께서는 어디서 오셨나이까?” 삼장이 말했다. “동토 대당에서 큰 뇌음사로 부처님께 예배하고 경을 구하러 온 중이온데, 이제 귀한 땅에 이르러 관문을 바꾸어 받고자 하오며 특별히 천세를 알현하러 왔나이다.” 예례관이 곧 아뢰어 전하니 그 왕자가 과연 어질고 밝아 즉시 명을 내려 불러들이라 하였다. 삼장이 전 아래 이르러 예를 올리니 왕자가 곧 전에 올라와 앉으라 청하였다. 삼장이 관문을 받들어 올리니 왕자가 보고 또 여러 나라의 인신과 수압이 있는 것을 보고는 기꺼이 보인을 찍고 화자를 눌러 접어 안에 거두었다. 그리고 물었다. “국사 장로님이시여, 그대의 대당에서 여기까지 이르러 여러 나라를 두루 지나왔으니 모두 얼마나 되는 노정이오?” 삼장이 말했다.

“빈승은 노정을 기록하지도 못하였나이다. 다만 지난해 관음보살께서 우리 임금님 어전에 몸을 나타내시고 송자를 남기시기를 서쪽이 십만 팔천 리라 하였사옵니다. 빈승이 길에서 이미 열네 번의 한서를 지냈나이다.” 왕자가 웃으며 말했다. “열네 번의 한서라면 곧 십사 년이로구려. 도중에 무슨 지체가 있었던 모양이외다.” 삼장이 말했다. “한마디로 다 말하기 어렵나이다! 만 번의 곤경과 천 가지 마귀를 겪으면서도 얼마나 많은 고초를 받았는지 알지 못하옵고서야 비로소 보방에 이르렀나이다!” 그 왕자는 매우 기뻐하며 즉시 전선관에게 명하여 채식을 차려 대접하게 하였다. 삼장이 말했다.

“전하께 아뢰옵니다, 빈승에게는 어린 제자 셋이 있어 밖에서 기다리고 있사오니 감히 공양을 받지 못하옵고, 다만 노정이 늦어질까 두렵나이다.” 왕자가 분부했다. “당전관은, 어서 가서 장로님의 세 제자를 청하여 부에 들어와 함께 공양하게 하라.” 당전관이 곧 밖으로 나가 청하였으나 모두들 말했다. “본 적이 없소이다, 본 적이 없소이다.” 따르던 사람이 말했다. “대객관에 못생긴 중 셋이 앉아 있사온데 생각하건대 그들이옵니다.” 당전관이 무리와 함께 대객관에 이르러 관 지키는 자에게 물었다. “어느 분이 대당에서 경을 구하러 온 스님의 높은 제자시온지요? 우리 주상께서 명을 내리시어 공양을 청하시나이다.” 팔계가 마침 앉아 졸다가 공양이라는 한 글자를 듣자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대답했다. “우리가 그리하오! 우리가 그리하오!” 당전관은 그를 보자마자 혼비백산하여 모두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돼지 도깨비로다! 돼지 도깨비로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팔계를 붙잡으며 말했다. “동생아, 점잖게 굴어라, 촌스럽게 굴지 말라.” 여러 관원이 행자를 보고 또 말했다. “원숭이 정령이로다! 원숭이 정령이로다!” 사오정이 두 손을 모으고 말했다. “여러분 놀라지 마시옵소서. 우리 세 사람은 모두 당승의 제자이옵니다.” 여러 관원이 그를 보고 또 말했다. “부뚜막 신이로다! 부뚜막 신이로다!” 손행자가 곧 팔계에게 말을 끌라 하고 사오정에게 짐을 메라 하여 무리와 함께 옥화왕부로 들어갔다. 당전관이 먼저 들어가 아뢰니 그 왕자가 눈을 들어 그토록 흉측한 모습을 보고 속으로 두려움이 일었다. 삼장이 두 손 모으고 말했다. “천세께서는 마음을 놓으시옵소서, 어리석은 제자들이 비록 얼굴은 못생겼사오나 마음은 모두 착하옵니다.” 팔계가 위를 향해 큰절을 올리며 말했다. “빈승이 문안을 올리나이다.” 왕자는 더욱 놀라움을 느꼈다. 삼장이 말했다. “어리석은 제자들은 모두 산야에서 거두어 온 자들이온데 예를 행할 줄 모르오니 부디 죄를 용서하시옵소서.” 왕자는 놀람을 누르고 전선관에게 명하여 여러 스님과 관원을 폭사정으로 청해 공양하게 하였다. 삼장은 은혜에 사례하고 왕에게 하직하여 전에서 내려와 정자 안에 이르러 팔계를 원망하여 말했다. “이 미련한 놈아, 예절을 조금도 알지 못하는구나! 차라리 입을 열지 않았더라면 그만이거늘, 어찌 그리 거칠고 무례하느냐! 한마디 말이 태산을 넘어뜨리기에 넉넉하도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큰절을 올리지 않은 것이 오히려 좋소이다, 힘도 좀 덜 들이겠구려.” 사오정이 말했다. “저이는 큰절을 올리면서도 차례를 기다리지 않고 미리 주둥이를 내밀어 고래고래 외쳤사옵니다.” 팔계가 말했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로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로다! 스승님께서 지난날에 사람을 보거든 문안을 올리는 것이 예라 하시지 않았소이까. 오늘 문안을 올렸더니 또 좋지 않다 하시니, 내가 어찌 하란 말이오이까!” 삼장이 말했다. “내가 너에게 사람을 보거든 문안을 올리라 하였거늘, 언제 왕자를 보고서 그리 함부로 굴라 하였더냐! 늘 하는 말에 물건에도 몇 등급의 물건이 있고 사람에도 몇 등급의 사람이 있거늘, 어찌 귀하고 천함을 가리지 않느냐?” 바야흐로 말하는데 전선관이 인부들을 이끌고 의탁자를 벌려 공양을 차려 올리니, 사부와 제자들은 아무 말 없이 저마다 공양을 들었다.

각설하고 그 왕자는 전에서 물러나 궁으로 들어갔는데 궁 안에 어린 왕자 셋이 있다가 그의 얼굴빛이 변한 것을 보고 곧 물었다. “아바마마께서는 오늘 어찌하여 이토록 놀라시나이까?” 왕자가 말했다. “방금 동토 대당에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경을 구하러 왔다는 중 하나가 관문을 바꾸러 왔는데 풍채가 범상치 않더구나. 내가 그를 붙들어 공양하게 하였더니 그가 제자들이 부 앞에 있다 하므로 내가 즉시 청하라 명하였다. 잠시 뒤 들어오는데 큰 예를 행하지 않고 문안만 올리니 내가 이미 불쾌하였고, 머리를 들어 볼 때에는 하나하나가 요마처럼 흉측하여 나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하였느니라. 그러므로 얼굴빛이 변한 것이니라.” 본래 그 어린 왕자 셋은 다른 이들과 달라 하나같이 무예를 좋아하고 강함을 좋아하였으므로 곧 주먹을 뻗고 소매를 걷으며 말했다. “혹시 저 산에서 내려온 요정이 사람의 모습을 거짓으로 꾸민 것이 아니겠소이까? 우리가 병기를 들고 나가 살펴보겠나이다!” 훌륭한 왕자들이로다, 큰아이는 눈썹에 닿는 몽둥이 하나를 들고 둘째는 아홉 발 달린 쇠스랑 하나를 휘두르며 셋째는 검고 번들거리는 기름칠한 몽둥이 하나를 쓰니, 기세가 늠름하고 위풍이 당당하여 왕부를 걸어 나오며 고래고래 외쳤다. “경을 구하러 왔다는 중이 어디 있느냐!” 이때 전선관원 인부들이 무릎을 꿇고 말했다. “어린 전하, 그들은 이 폭사정에서 공양하고 있사옵니다.” 어린 왕자들은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고 밀고 들어가며 꾸짖었다. “너희는 사람이냐 괴물이냐, 어서 빨리 말하라, 그러면 목숨을 살려 주겠다!” 삼장은 놀라 얼굴빛이 사라지고 밥그릇을 내려놓으며 몸을 굽히고 말했다. “빈승은 당나라에서 경을 구하러 온 자이온데, 사람이옵니다, 괴물이 아니옵니다.”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대는 그래도 사람 같사오나 저 못생긴 셋은 단연코 괴물이로다!” 팔계는 다만 밥만 먹으며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사오정과 행자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우리는 모두 사람이오, 얼굴은 비록 못생겼으나 마음은 착하고 몸은 비록 둔하나 성품은 어질도다. 너희 셋은 어디서 왔기에 그리 입이 거칠고 경솔하게 구느냐?” 곁에 있던 전선관 등이 말했다. “세 분은 우리 왕의 아드님이신 어린 전하들이시옵니다.”

팔계가 그릇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어린 전하들, 저마다 병기를 들고 있으니 어찌된 일이오이까? 우리와 싸우려는 것이오이까?”

둘째 왕자가 발을 떼어 놓고 두 손으로 쇠스랑을 휘두르며 곧 팔계를 치려 하였다. 팔계가 히히 웃으며 말했다. “네 그 쇠스랑은 내 이 쇠스랑의 손자 노릇이나 하기에 알맞구려!” 곧 옷을 걷어 올리고 허리에서 쇠스랑을 꺼내어 한번 흔들어 보이니 금빛이 만 갈래요, 재주를 펼치니 상서로운 기운이 천 가닥이라, 그 왕자를 놀라게 하여 손맥이 풀리고 힘줄이 저려 감히 휘두르지 못하게 하였다. 행자는 큰아이가 눈썹에 닿는 몽둥이 하나를 쓰며 깡충깡충 뛰는 것을 보고 곧 귀에서 금고봉을 꺼내어 한번 흔들어 보이니 사발만 한 굵기에 한 장 서너 자쯤 되는 길이라, 땅을 향해 한번 찍으니 석 자쯤 깊이 파이고 그 자리에 꽂혀 섰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내 이 몽둥이를 너에게 주겠노라!”
그 왕자는 그 말을 듣고 곧 자기 몽둥이를 버리고 가서 그 봉을 잡고 두 손에 힘을 다해 뽑아 보았으나 털끝만큼도 움직이지 않았다. 다시 들어 보기도 하고 흔들어 보기도 하였으나 뿌리를 내린 듯하였다. 셋째가 사나운 성질을 부리며 검은 기름칠한 몽둥이로 내리치려 하였으나 사오정이 한 손으로 쳐 갈라 버리고 항요보장을 꺼내어 잡아 쥐어 보니 고운 빛이 찬란히 살아나고 붉은 노을이 어지러이 빛나, 전선관들을 놀라게 하여 하나하나 멍하니 얼어붙어 입을 열지 못하였다. 어린 왕자 셋이 함께 엎드려 절하며 말했다. “신령한 스승님이시여! 신령한 스승님이시여! 저희 범인은 알아보지 못하였사오니 부디 재주를 펼쳐 주시옵소서, 저희가 받들어 배우겠나이다.” 행자가 앞으로 다가가 가볍게 그 봉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여기는 좁아 손을 펴기 좋지 않으니, 내가 허공으로 뛰어올라 한바탕 놀아 너희에게 보여 주마.” 훌륭한 대성이로다, 휘파람 한 소리에 근두운을 타고 두 발로 오색 상서로운 구름을 밟아 반공중으로 떠올라 땅에서 삼백 걸음쯤 높이에 이르러, 금고봉을 펼쳐 꽃을 흩뿌려 정수리를 덮는 자세와 누런 용이 몸을 트는 자세로 위아래 오르내리고 왼쪽으로 돌고 오른쪽으로 돌았다. 처음에는 사람과 봉이 비단 위에 꽃을 더한 듯하더니, 뒤로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하늘 가득 봉이 구르는 것만 보였다. 팔계가 아래에서 크게 탄성을 지르며 손발도 참지 못하고 외쳤다. “늙은 저팔계도 가서 한바탕 놀아 보겠노라!” 훌륭한 어리석은 놈이로다, 바람을 타고 반공중에 이르러 쇠스랑을 펼치니 위로 셋 아래로 넷, 왼쪽으로 다섯 오른쪽으로 여섯, 앞으로 일곱 뒤로 여덟이라, 온몸의 재주를 다하니 바람 휭휭 우는 소리만 들렸다. 흥겹게 펼치는 판에 사오정이 장로에게 말했다. “스승님, 늙은 사오정도 가서 훈련해 보겠사옵니다.” 훌륭한 중이로다, 두 발 모아 뛰며 지팡이를 휘둘러 허공으로 떠오르니 예리한 기운 자욱하고 금빛 아른아른하였다. 두 손으로 항요보장을 휘둘러 붉은 봉황이 아침 해를 향하는 자세와 굶주린 호랑이가 먹이를 덮치는 자세를 펼치니, 급히 맞고 천천히 막으며 재빠르게 돌고 바삐 내질렀다. 형제 셋이 곧 신통을 펼치며 모두 반공중에서 함께 위풍을 떨치고 무용을 뽐내었다. 이야말로 이러하였도다. 참된 선의 경상은 범상치 않고, 큰 도의 연유는 온 우주에 가득하도다. 쇠와 나무가 위엄을 떨치니 법계에 넘치고, 단약과 흙이 굽이굽이 돌아 원통에 합하누나. 신병은 예리함을 때마다 드러내고, 단약 그릇의 꽃은 이르는 곳마다 숭상받도다. 천축은 비록 높으나 오히려 계율의 성품이요, 옥화의 왕자들은 마침내 중도로 돌아오리라. 놀란 어린 왕자 셋은 티끌 위에 무릎을 꿇었다. 폭사정의 크고 작은 인원이며 왕부의 늙은 왕자와, 온 성의 군사와 백성, 남녀와 승니도속 할 것 없이 모든 이가 집집마다 부처를 생각하며 머리 조아리고 호호마다 향 사르며 절하였다. 참으로 그러하였도다. 형상을 보고 참됨으로 돌아와 뭇 중을 제도하니, 인간에서 복을 지어 맑고 평안함을 누리도다. 이제부터 과보가 보리의 길을 바루니, 모두 참선하고 부처께 절하는 사람이로다. 그들 셋은 저마다 재주를 뽐내며 한바탕 펼치고 상서로운 구름을 내려 병기를 거두고는 당승 앞에 이르러 문안을 올리고 스승의 은혜에 사례한 뒤 저마다 앉았으니 이만 각설한다.

어린 왕자 셋은 급히 궁으로 돌아가 늙은 왕에게 아뢰었다. “아바마마께서는 만 번의 큰 기쁨이 있으시옵니다! 이제 더없이 큰 공이 생겼나이다! 방금 반공중에서 춤추는 것을 보셨사옵니까?” 늙은 왕이 말했다. “나는 방금 반공중의 노을빛을 보고 궁원 안에서 너의 어미를 비롯한 무리와 함께 향을 사르고 절을 올렸느니라, 더구나 어디서 신선이 내려와 모였는지도 알지 못하였노라.” 어린 왕자가 말했다. “어디서 온 신선이 아니라 바로 경을 구하러 온 중의 못생긴 제자 셋이옵니다. 하나는 금고봉을 쓰고 하나는 구치정파를 쓰며 하나는 항요보장을 쓰는데, 우리 셋의 병기를 견주어 보니 털끝만큼도 비할 바가 없사옵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한바탕 휘둘러 달라 하였더니 그가 땅이 좁아 손을 쓰기 좋지 않다 하고는 우리가 허공에 떠오르기를 기다려 한바탕 휘둘러 보이라 하였사옵니다. 그들이 저마다 구름을 타고 온 하늘에 상서로운 구름이 아른아른하고 상서로운 기운이 자욱하더니, 막 내려앉아 모두 폭사정에 앉아 있사옵니다.

자 된 자들이 매우 기뻐하여 그를 스승으로 모시고 그 수단을 배워 우리 나라를 지키고자 하오니, 이는 참으로 더없이 큰 공이옵니다! 아바마마께서는 어찌 생각하시옵니까?” 늙은 왕은 그 말을 듣고 믿는 마음으로 그 소원을 좇았다.

이때 부자 네 사람은 가마도 꾸미지 않고 일산도 펴지 않은 채 걸어서 폭사정에 이르렀다. 사부와 제자 넷은 행장을 수습하여 부에 들어가 공양에 사례하고 왕에게 하직하여 떠나려 하는데, 마침 옥화왕 부자가 정자에 올라와 몸을 던져 절하니 장로는 황급히 땅에 엎드려 답례하고 행자 등은 곁으로 비켜서며 빙그레 냉소를 띠었다.

무리가 절을 마치고 사부와 제자 넷을 청하여 부의 당 위에 앉게 하였다. 넷이 기꺼이 들어가니 늙은 왕이 몸을 일으켜 말했다. “당나라 스승님이시여, 과인이 한 가지 일을 청하오니 세 높은 제자께서 들어 주실는지 알지 못하겠나이다.” 삼장이 말했다.

“천세의 분부에 따르겠사오니 어린 제자들은 감히 어기지 못할 것이옵니다.” 늙은 왕이 말했다. “과인이 처음 여러분을 뵈었을 때는 당나라에서 멀리 온 행각승인 줄로만 여겼사오니, 실로 육안 범태라 경솔하고 모욕된 대접이 많았나이다. 방금 손 스승님과 저 스승님과 사 스승님이 허공에서 춤추는 것을 보고서야 선인이요 부처이심을 알았나이다. 과인의 개 같은 아들 셋이 평생 무예를 즐기기에, 이제 삼가 정성을 내어 문도가 되어 무예를 배우고자 하오니, 부디 스승님께서는 천지 같은 마음을 여시고 자비의 배를 띄우시어 어린것들을 전수해 주시옵소서. 반드시 온 성의 재물로 사례하겠나이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참지 못하고 껄껄 웃으며 말했다. “이 전하께서는 일을 참 모르시는구려! 우리 출가인은 제자 몇이라도 전하고 싶어 견딜 수 없느니라. 그대의 영랑이 이미 선을 좇는 마음이 있거든, 털끝만큼의 이익도 입에 올리지 말고 다만 정으로 사귀면 그것으로 사랑이 족하니라.” 왕자가 그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며 곧 큰 잔치를 베풀라 명하여 본부 정당에 차려 놓았다. 아! 한마디 명이 떨어지자 즉시 갖추어졌다. 보이는 바는 이러하였다. 채색 띠 나부끼고 향 연기 그윽하도다. 금 박은 탁자에 교초를 드리워 사람의 눈을 현혹하고, 채색 칠을 한 의자에 비단을 깔아 자리의 풍광을 더하누나. 나무 열매 신선하고 차는 향기를 내뿜도다. 서너 가지 간식은 맑고 달고, 한두 끼 만두는 넉넉하고 깨끗하도다. 찐 과자와 꿀 조림이 더욱 기이하고, 기름에 튀겨 설탕 끼얹은 것이 아름답도다. 향기로운 찹쌀 채주 몇 병은 따라 내면 옥 같은 술을 능가하고, 양선 신선의 차를 몇 차례 올리니 손에 받으면 향기가 붉은 계수를 능가하도다. 가지가지 물품이 모두 갖추어지고 낱낱의 차림이 기이하도다. 한편에서는 승응하는 이들을 불러 노래와 춤과 피리와 거문고를 연주하며 연희를 펼쳤다. 사부와 제자들이며 왕 부자는 하루를 다 즐겼다. 어느새 날이 저물어 술자리가 파하니, 또 폭사정에 침상과 휘장을 펴고 스승님을 모셔 주무시게 하고 이튿날 아침 정성을 다해 향을 사르고 다시 절하여 무예 전수를 청하겠다 하였다. 무리가 모두 좇아 즉시 향기로운 목욕물을 마련하여 스승님께 목욕을 청하고는 물러가 잠들었다. 이때 그 모습은 이러하였다.

뭇 새 높이 깃들고 온갖 소리 가라앉으니, 시인은 침상에 누워 읊기를 그쳤도다. 은하수 빛을 드러내니 하늘 더욱 밝고, 들길 황량하여 풀 더욱 깊도다. 다듬이 소리 뚱땅뚱땅 다른 뜰을 두드리고, 아득한 관산은 고향 그리는 마음을 움직이누나. 찬 귀뚜라미 소리 맑아 사람의 뜻을 아는 듯하고, 머리맡 울음이 꿈속의 넋을 깨뜨리도다.
하룻밤의 저녁 경치는 이만 접어 두고, 이튿날 아침에 그 늙은 왕 부자가 또 이 장로를 만나러 왔다. 어제 만났을 때는 오히려 왕의 예였거늘 오늘은 곧 스승의 예를 행하였다. 어린 왕자 셋이 행자와 팔계와 사오정을 향해 면전에서 머리를 조아리며 절하고 물었다. “높으신 스승님의 병기를 제자들에게 내어 주시어 좀 보게 해 주시옵소서.”

팔계는 그 말을 듣고 기꺼이 구치정파를 꺼내어 땅에 내동댕이쳤다. 사오정도 보장을 꺼내어 던져 담 곁에 기대어 놓았다. 둘째 왕자와 셋째 왕자가 뛰어가서 곧 잡으려 하였으나 마치 잠자리가 돌기둥을 흔드는 격이라, 하나하나가 얼굴이 붉어지도록 애를 썼건만 반 털끝만큼도 움직일 생각을 않았다. 큰 왕자가 이를 보고 외쳤다. “동생들아, 힘을 쓰지 말라. 스승님의 병기는 모두 신령한 병기니 무게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도다!”

“내 쇠스랑도 그리 무겁지 않소, 다만 경 한 장의 수효라 자루까지 합쳐 오천 마흔여덟 근이니라.” 셋째 왕자가 사오정에게 물었다. “스승님의 보장은 무게가 얼마나 되시옵니까?” 사오정이 웃으며 말했다. “그것도 오천 마흔여덟 근이로다.” 큰 왕자가 행자의 금고봉을 보고자 청하였다. 행자는 귀에서 바늘 하나를 꺼내어 바람을 맞으며 한번 흔들어 보이니 곧 사발만 한 굵기가 되어 곧게 앞에 꽂혀 섰다. 그 왕 부자는 모두 두려워하고 여러 관원은 하나하나 가슴이 철렁하였다. 어린 왕자 셋이 절하며 물었다. “저 스승님과 사 스승님의 병기는 모두 몸에 지녀 옷 아래 있으니 곧 꺼낼 수 있사옵거늘, 손 스승님께서는 어찌하여 귀에서 꺼내시고 바람을 보면 곧 자라나는 것이옵니까?”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너희는 내 이 봉이 범간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지 못하는구나. 이 봉은 이러하니라. 홍몽이 처음 갈라질 때 녹여 빚은 쇠요, 대우 신인이 친히 마련한 바이니라. 호수와 바다와 강물의 얕고 깊음을 일찍이 이 봉으로 절실히 알았도다. 산을 열고 물을 다스려 태평하던 때에 흘러내려 동녘 바다의 해궐을 지켰느니라. 세월이 오래고 해가 깊어지자 채색 노을을 뿜으니, 줄어들 수도 늘어날 수도 있고 빛나고 깨끗할 수도 있도다. 늙은 손오공이 인연이 있어 가져왔으니 변화에 방도가 없이 주결을 따르느니라. 커지기를 바라면 우주 사이에 가득하고 작아지기를 바라면 바늘 한 마디같이 되느니라. 봉의 이름은 여의요 호는 금고라, 하늘과 인간에서 첫째라 일컫도다. 무게는 마땅히 만 삼천오백 근이요, 굵거나 가늘거나 생하고 멸할 수 있느니라. 일찍이 나를 도와 천궁을 뒤집었고 일찍이 나를 따라 지궐을 쳤도다. 호랑이를 굴복시키고 용을 항복받음에 곳곳이 통하고, 마귀를 단련하고 괴물을 소탕함에 방방이 철저하도다. 머리를 들어 한번 가리키면 태양이 어두워지고 천지의 귀신이 모두 간담이 서늘하도다. 혼돈의 신선이 전하여 지금에 이르렀으니, 본래 범간의 쇠가 아니니라.” 그 왕자들은 그 말을 듣고 저마다 정례를 거듭하여 마지않았다.

셋이 앞으로 나아가 거듭 절하며 정성껏 가르침을 청하니 행자가 말했다. “너희 셋은 무슨 무예를 배우려느냐?” 왕자가 말했다. “몽둥이 쓰고 싶은 자는 몽둥이를 배우고, 쇠스랑에 익은 자는 쇠스랑을 배우며, 지팡이 좋아하는 자는 지팡이를 배우겠나이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가르치기는 쉬우나 너희에게 힘이 없어 우리 병기를 못 쓰니, 배워도 정밀하지 못해 호랑이를 그리다 도리어 개를 닮을까 두렵노라. 옛사람이 이르기를, 가르침이 엄하지 않으면 스승의 게으름이요 배움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제자의 죄라 하였느니라. 너희가 이미 정성이 있으니 가서 향을 사르고 천지에 절하여라, 내가 먼저 신력을 전한 뒤에야 무예를 전하리라.” 어린 왕자 셋이 그 말을 듣고 흐뭇하여 친히 향안을 메어다 놓고 손 씻고 향을 사르며 하늘에 절하였다. 절을 마치고 스승께 법을 전해 주시기를 청하니, 행자가 몸을 돌려 당승에게 예를 올리며 말했다. “존경하는 스승님께 고하옵나니 제자의 죄를 용서하시옵소서. 예전 양계산에서 스승님의 큰 덕으로 제자가 구출된 이래 사문의 가르침을 받들고 서쪽으로 오면서 비록 스승님의 은혜를 갚지는 못하였사오나, 물을 건너고 산을 오르며 힘을 다하였나이다. 이제 불국의 고장에서 어진 왕의 세 아들을 만나 우리에게 절하며 무예를 배우고자 하옵니다. 그들이 이미 우리 제자가 되었사오니 곧 스승님의 손제자이옵니다. 삼가 스승님께 아뢰어 허락을 받은 뒤에야 전수하옵겠나이다.” 삼장이 몹시 기뻐하였다. 팔계와 사오정은 행자가 예를 올리는 것을 보고 몸을 돌려 삼장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스승님, 저희는 어리석고 입이 무디어 말할 줄 모르옵니다. 부디 높은 법위에 앉으시어 저희 둘에게도 제자 하나씩을 거느려 놀게 하시옵소서, 그것 또한 서천 길의 추억이 되나이다.” 삼장이 모두 기꺼이 허락하였다.

행자가 비로소 세 왕자에게 분부하여 폭사정 뒤의 고요한 방 사이에 강두를 그리고 세 사람이 모두 그 안에 엎드리게 한 뒤 하나하나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게 하였다. 이쪽에서는 몰래 진언을 외우고 주문을 송하여 신선의 기운을 그들 세 사람의 심복 속에 불어넣고 원신을 본래의 집으로 거두어 들여 주결을 전하니, 저마다 만에 만의 완력을 얻고 화후를 더하여 마치 탈태환골하는 법과 같았다. 자오 주천을 두루 운행하고서야 어린 왕자 셋이 비로소 깨어나 함께 기어 일어나 얼굴을 쓱쓱 문지르니 정신이 맑게 깨어나고 하나하나 뼈가 굳세고 힘줄이 억세었다. 큰 왕자는 곧 금고봉을 들 수 있고 둘째 왕자는 곧 구치정파를 휘두를 수 있으며 셋째 왕자는 곧 항요보장을 들어 올릴 수 있었다. 늙은 왕이 이를 보고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또 채식 잔치를 베풀어 그 사부와 제자 넷에게 사례하였다. 바로 잔치 앞에서 저마다 전하고 저마다 배우니, 몽둥이를 배우는 이는 몽둥이를 펼치고 쇠스랑을 배우는 이는 쇠스랑을 펼치며 지팡이를 배우는 이는 지팡이를 펼쳤다. 비록 몇 번 몸을 돌리고 몇 가지 재주를 펼치기는 하되 마침내는 힘이 드는지라 한바탕 돌고 나면 숨을 헐떡거려 오래 견디지 못하였다. 대개 그 병기가 모두 변화가 있어 나아가고 물러서고 공격하고 들어올림이 줄어들고 늘어남을 따라 변화 자연의 묘함을 지녔거늘, 이런 무리는 마침내 범부라 어찌 갑자기 미칠 수 있으랴. 이날로 잔치가 파하였다.

이튿날 세 왕자가 또 찾아와 사례하며 말했다. “신령한 스승님께서 완력을 내려 주신 은혜를 입었사옵니다만, 비록 스승님의 신기를 휘두를 수 있다 하여도 다만 바꾸어 쓰기가 어렵사옵니다. 장인에게 명하여 스승님의 신기 본을 따라 무게를 줄여 똑같이 만들어 두고자 하오니, 스승님께서 허락하실는지 알지 못하겠나이다.” 팔계가 말했다. “좋소! 좋소! 좋소! 말이 되는구려. 우리의 병기는 하나는 너희가 쓰지 못하고 둘은 우리가 법을 지키고 마귀를 항복받아야 하니, 마땅히 따로 만들어야 하느니라.” 왕자가 또 철장인을 불러들이고 쇠와 강철 만 근을 사들여 왕부 안 앞뜰에 공장을 짓고 화로를 걸어 주조하게 하였다. 첫날에는 쇠와 강철을 달구어 익히고 이튿날에는 행자 세 사람을 청하여 금고봉과 구치정파와 항요보장을 모두 꺼내어 천막 공장 사이에 놓아두고 본을 보아 만들게 하였으니, 이리하여 밤낮으로 거두지 않았다.

아! 이 병기는 본래 그들이 몸에 지닌 보배라 한순간도 떼어 놓을 수 없는 것이라, 저마다 몸에 감추어 두면 저절로 많은 광채가 몸을 지켜 준다. 이제 공장 뜰에 며칠을 두었더니 그 노을빛이 만 갈래가 하늘을 찌르고 상서로운 기운이 천 가지로 땅을 덮었다. 그날 밤 요정 하나가 있었는데 성에서 겨우 칠십 리쯤 떨어진 곳이라 산은 표두산이라 불리고 굴은 호구동이라 불렸다. 밤에 앉아 있다가 문득 노을빛과 상서로운 기운을 보고 곧 구름을 타고 가서 살펴보았다. 본래 주성의 광채라 그가 구름을 내려앉히고 가까이 나아가 살펴보니 바로 이 세 가지 병기가 빛을 내고 있었다. 요정은 기쁘고도 사랑스러워하며 말했다. “좋은 보배로다! 좋은 보배로다! 이것이 어느 사람이 쓰는 것인데 이제 여기 두었단 말이냐? 이것 또한 나의 인연이니 가져 가자꾸나! 가져 가자꾸나!” 그의 탐내는 마음이 한번 움직이자 위풍을 부리며 세 가지 병기를 한꺼번에 거두어 들여 곧장 본래의 굴로 돌아갔다. 이는 바로 이러하였다.

도는 잠시도 떠날 수 없나니, 떠나는 것은 도가 아니니라. 신병이 모두 허공에 떨어졌으니 닦은 이의 수고 헛되도다.

이 병기를 어찌 찾을지 모르거니와,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