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섬서의 큰 나라 장안성은 역대 제왕들이 도읍을 세운 땅이다. 주와 진, 한 이래로 세 고을에는 꽃이 비단 같고 여덟 줄기 물이 성을 돌아 흐르니, 참으로 이름난 고장이었다. 그때는 대당 태종 황제께서 등극하시어 연호를 정관으로 고치신 지 이미 십삼 년이 되던 해로, 해는 기사년이었다. 천하가 태평하여 팔방이 공물을 바치고 사해가 신하를 칭하였다. 어느 날 문득 태종께서 어좌에 오르시어 문무 백관을 모으시고 조배의 예를 마치시니, 위징 승상이 반열에서 나와 아뢰었다. “지금 천하가 태평하고 팔방이 고요하오니, 마땅히 옛 법에 따라 선발장을 열어 현명한 선비들을 불러 모으고 인재를 발탁하여 교화와 다스림에 이바지하게 하소서.” 태종께서 말씀하셨다.
“어진 경의 아룀이 이치에 맞는다.” 이에 어진 이를 부르는 방문을 내려 천하에 반포하시니, 각 부와 주와 현에서 군인과 백성을 가리지 않고 다만 글을 읽는 유생으로 문의가 명창하고 삼장에 정통한 자가 있거든 장안으로 나아가 응시하라는 것이었다.
이 방문이 해주 지방에 이르렀는데, 그곳에 성이 진이고 이름이 악이며 자가 광예인 한 사람이 있었다. 그가 이 방문을 보고 곧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 장씨에게 말했다. “조정에서 황방을 내려 남성을 열고 현명한 재주를 뽑으라 하셨사오니, 아이가 나아가 응시하고자 하나이다. 혹시라도 한 벼슬 반 직책을 얻어 어버이를 드러내고 이름을 드높이며 아내를 봉하고 자식을 음서로 덮어 집안을 빛낸다면 바로 아이의 뜻이옵니다. 이에 특별히 어머니께 아뢰고 떠나고자 하나이다.” 장씨가 말했다. “내 아들은 글을 읽는 사람이니, ‘어려서 배우고 장성하여 행한다’ 하였으니 마땅히 이와 같아야 한다. 다만 과거를 보러 가는 길에는 모름지기 조심하여야 하고, 벼슬을 얻거든 일찍 돌아오너라.” 광예는 곧 집안 종에게 행장을 수습하게 하고 즉시 어머니께 절하여 하직한 뒤 길을 재촉하여 나아갔다. 장안에 이르니 마침 선발장이 크게 열려 있었으므로 광예는 곧장 시험장에 들어갔다. 시험을 마치고 중선되었으며, 조정에서 삼책을 대하니 당왕께서 어필로 친히 장원을 내리시고 말을 타고 사흘 동안 거리를 돌게 하셨다.
뜻하지 않게 놀며 가다가 승상 은개산의 문 앞에 이르렀는데, 승상에게는 딸이 하나 있어 이름은 온교라 하고 또 만당교라 하였으며, 아직 혼인을 정하지 못한 채 마침 높이 채색 누각을 세우고 수구를 던져 사위를 점치고 있었다. 마침 진광예가 누 아래를 지나가는데, 아가씨가 광예의 인재가 빼어남을 한 번 보고 신과 장원임을 알아차리자 마음속으로 몹시 기뻐하여 곧 수구를 내던졌는데 마침 광예의 오사모를 맞히었다. 홀연 생황과 피리의 가늘고 고운 풍악 소리가 들리더니, 십여 명의 시비와 첩이 누에서 내려와 광예의 말머리를 붙들고 장원을 맞아 승상부로 들어가 혼인을 치르게 하였다. 그 승상과 부인이 즉시 당에 나와 빈례를 맡은 사람을 불러 예를 찬양하게 하고 아가씨를 광예에게 짝지어 주었다. 하늘과 땅에 절하고 부부가 서로 절을 마친 뒤 다시 장인과 장모께 절하였다. 승상이 분부하여 술자리를 베풀게 하니 온 밤을 즐겁게 마셨다. 두 사람은 함께 흰 손을 잡고 함께 난방으로 들어갔다.
이튿날 오경 삼점에 태종께서 금란보전에 어좌를 펴시니 문무 백관이 조정으로 달려갔다. 태종께서 물으셨다. “신과 장원 진광예에게 응당 무슨 벼슬을 내려야 하겠느냐?” 위징 승상이 아뢰었다. “신이 소속 주군을 살펴보니 강주에 벼슬 자리가 비어 있사오니, 우리 주상께서 그에게 이 직책을 내리시기를 청하나이다.” 태종께서 곧 강주주로 임명하시고 즉시 행장을 수습하여 길을 떠나되 기한을 그르치지 말라 하셨다. 광예는 은혜에 사례하고 조정을 나와 승상부로 돌아가 아내와 의논한 뒤 장인과 장모께 절하여 하직하고 아내와 함께 강주로 부임길에 올랐다.
장안을 떠나 길에 오르니 때마침 늦봄 날씨라 부드러운 바람이 버들을 푸르게 불고 가는 비가 꽃을 붉게 적셨다. 광예는 곧 집으로 돌아가 아내와 함께 어머니 장씨께 교배의 예를 올렸다. 장씨가 말했다. “내 아들을 축하하노라, 또 장가까지 들어 돌아왔구나.” 광예가 말했다. “아이가 어머니의 복록에 힘입어 외람되이 장원에 뽑히고 어명으로 거리 돌기를 하사받았사온데, 승상 은부 문 앞을 지나다 수구 던지기를 만나 마침 맞았으므로 승상께서 곧 아가씨를 아이에게 사위로 맞아 주셨나이다. 조정에서 아이를 강주주로 제수하시었으므로 이제 어머니를 모시러 왔사오니 함께 부임길에 오르고자 하나이다.” 장씨가 크게 기뻐하며 행장을 수습하였다. 길에서 여러 날을 가서 만화점 유소이의 집에 이르러 머물렀는데, 장씨의 몸에 갑자기 병이 났다. 장씨가 광예에게 말했다. “내 몸이 편치 않으니 우선 점방에서 이틀 쉬며 조리한 뒤에 가자.” 광예가 분부를 따랐다. 이튿날 아침 점방 문 앞에 어떤 사람이 금빛 잉어를 들고 팔러 온 것을 보고 광예는 곧 한 꿰미의 돈을 주고 사서 어머니께 삶아 드리려 하였는데, 그 잉어가 눈을 번뜩번뜩 깜빡이는지라 광예가 놀라며 말했다. “듣자하니 물고기와 뱀이 눈을 깜빡이면 반드시 예사로운 물건이 아니라 하였소!” 이에 어부에게 물었다. “이 물고기는 어디서 잡았소?” 어부가 말했다. “부에서 십오 리 떨어진 홍강 안에서 잡았사옵니다.” 광예는 곧 그 물고기를 홍강에 보내 놓아주었다. 점방으로 돌아와 어머니께 이 일을 알리니 장씨가 말했다. “방생은 좋은 일이니 내 마음이 매우 기쁘구나.” 광예가 말했다. “이 점방에 이미 사흘을 묵었사오나 어명의 기한이 급박하오니, 아이는 내일 길을 떠나고자 하나이다. 어머니의 몸은 어떠하신지 알지 못하겠나이다.”
장씨가 말했다. “내 몸이 괴로우니 이때 길이 뜨거워 병을 더할까 두렵구나. 네가 여기서 방 한 칸을 빌려 나를 잠시 머물게 하고 노자 얼마를 여기 두라. 너희 두 사람은 먼저 부임지로 가 있고 가을이 서늘해지거든 나를 데리러 오너라.” 광예는 아내와 의논하여 곧 집을 빌리고 어머니께 노자를 드린 뒤 아내와 함께 절하여 하직하고 떠났다.
길이 험하고 괴로웠으나 새벽에 걷고 밤에 묵으며 어느덧 홍강도 나루에 이르렀다. 다만 뱃사공 유홍과 이표 두 사람이 배를 저어 언덕에 닿아 맞이하는 것이 보였다. 이 또한 광예가 전생에 마땅히 이런 재난을 겪어야 할 운수여서 이 원수와 마주친 것이었다. 광예가 집안 종에게 행장을 배에 옮기라 하고 부부가 막 가지런히 배에 오르려 할 때, 그 유홍이 눈을 부릅뜨고 은 아가씨를 보니 얼굴은 보름달 같고 눈은 가을 물결 같으며 입은 앵두 같고 허리는 푸른 버들 같아, 참으로 이러하였다. 물고기가 가라앉고 기러기가 떨어지는 용모요, 달이 숨고 꽃이 부끄러워하는 자태였다. 이에 갑자기 이리 같은 마음을 일으켜 곧 이표와 모의하고 배를 인적 없는 곳으로 저어 간 뒤 밤이 고요한 삼경을 기다려 먼저 집안 종을 죽이고 다음으로 광예를 때려 죽여 그 시체를 모두 물속에 밀어 넣어 버렸다. 아가씨는 그가 남편을 때려 죽인 것을 보고 몸을 물로 던지려 하니, 유홍이 한 팔로 껴안으며 말했다. “네가 나를 따르면 만사가 그칠 것이요! 만일 따르지 않으면 한 칼에 둘로 끊으리라!” 그 아가씨는 생각해도 방도가 없어 마지못해 그때 응낙하여 유홍을 따랐다. 그 도적은 배를 남쪽 언덕으로 건너가 배를 이표에게 맡겨 스스로 관리하게 하고, 자기는 광예의 의관을 껴입고 관인을 지니고 아가씨와 함께 강주로 부임해 갔다.
말하자면 유홍이 죽인 집안 종의 시체는 물을 따라 흘러갔으나, 오직 진광예의 시체만은 물 밑에 가라앉아 움직이지 않았다. 홍강 어귀를 순찰하던 야차가 이를 보고 별이 튀듯 달려 용궁에 알렸는데, 마침 용왕께서 전각에 오르셨으므로 야차가 아뢰었다. “오늘 홍강 어귀에서 어떤 사람인지 모르나 글 읽는 선비 하나를 때려 죽여 시체를 물 밑에 버렸나이다.” 용왕께서 시체를 걷어 오라 하시어 앞에 놓고 자세히 살펴보시고 말씀하셨다. “이 사람은 바로 나를 구한 은인이거늘 어찌하여 남에게 모살을 당하였는고? 옛말에 이르기를 은혜는 은혜로 갚으라 하였느니라.
내가 오늘 모름지기 그의 목숨을 구하여 지난날의 은혜를 갚아야 하리라.” 이에 곧 첩문 한 통을 써서 야차를 보내 홍주 성황과 토지에게 곧장 투하하게 하여 수재의 혼백을 데려와 그의 목숨을 구하려 하셨다.
성황과 토지가 곧 작은 귀신을 불러 진광예의 혼백을 야차에게 넘겨주니, 야차가 혼백을 데리고 수정궁에 이르러 용왕께 배알하고 아뢰었다. 용왕께서 물으셨다. “너 이 선비는 성이 무엇이며 이름이 무엇이냐?
어느 고을 사람이며 무슨 일로 이곳에 이르러 남에게 맞아 죽었느냐?” 광예가 예를 올리며 말했다. “소생은 진악이라 하고 자는 광예이며 해주 홍농현 사람이옵니다. 외람되이 신과 장원에 뽑히고 분에 넘치게 강주주를 제수받아 아내와 함께 부임길에 올라 강가에 이르러 배에 올랐사온데, 뜻하지 않게 사공 유홍이 내 아내를 탐하여 도모하고 저를 때려 죽여 시체를 버렸사오니, 바라건대 대왕께서 저를 한 번 구해 주소서!” 용왕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말씀하셨다. “과연 그러하였구나. 선생, 네가 앞서 놓아준 금빛 잉어가 바로 나였다. 네가 나를 구한 은인이거늘 네가 지금 어려움을 겪는데 내가 어찌 구하지 않을 이치가 있겠느냐?” 이에 곧 광예의 시신을 한쪽에 안치하시고 입안에 정안주 한 알을 물려 손상되지 않게 하시어 훗날 환혼하여 원수 갚기 좋게 하셨다. 또 말씀하셨다. “네 진혼은 이제 잠시 내 수부에서 도령 노릇을 하라.” 광예가 머리를 조아려 절하며 사례하니, 용왕께서 잔치를 베풀어 대접하셨으니 이는 이만 두고 이르지 않으리라.
말하자면 은 아가씨는 유 도적을 몹시 원망하여 그 살을 먹고 그 가죽 위에서 자고 싶을 지경이었으나, 다만 몸에 태기가 있어 남녀를 알 수 없었으므로 부득이 마지못해 그를 따랐다. 눈을 한두 번 깜빡이는 사이에 어느덧 강주에 이르렀다.
아전과 서리, 문지기와 하인이 모두 와서 맞이하였다. 소속 관리들이 공당에 잔치를 베풀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유홍이 말했다. “제가 이곳에 이르게 된 것은 전적으로 여러 공의 큰 힘으로 도와주신 덕분이옵니다.” 소속 관리들이 아뢰었다. “당존께서는 장원으로서 높은 재주를 지니셨으니 자연히 백성을 자식처럼 여기시고 송사는 간략하며 형벌은 맑으실 것이옵니다. 저희 같은 소속이 모두 의지하고 있사오니 어찌 지나치게 겸손하시나이까?” 공식 잔치가 끝나자 사람들은 각기 흩어졌다.
세월은 빨랐다. 어느 날 유홍이 공사로 멀리 나가자 아가씨는 관아에서 시어머니와 남편을 생각하며 꽃정자 위에서 탄식하다가, 홀연 몸이 나른하고 배가 아프며 어지러워 땅에 쓰러진 사이에 어느덧 아이 하나를 낳았다. 귓가에 어떤 이가 당부하였다. “만당교야, 내 당부를 들으라. 나는 남극성군으로 관음보살의 법지를 받들어 특별히 이 아이를 네게 보내는 것이니, 뒤에 성명이 멀리 드높아져 예사롭지 않으리라. 유 도적이 돌아오면 반드시 이 아이를 해칠 것이니 너는 마음을 다하여 보호하라. 네 남편은 이미 용왕의 구원을 받았으니 뒷날 부부가 서로 만나고 자식과 어미가 다시 모여 원한을 씻고 원수를 갚을 날이 있으리라. 내 말을 삼가 기억하고 어서 깨어나라, 어서 깨어나라!” 말을 마치고 곧 떠났다. 아가씨가 깨어나니 한 구절 한 구절이 기억났다. 아이를 안고 있었으나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홀연 유홍이 돌아와 이 아이를 한 번 보자 곧 물에 빠뜨려 죽이려 하니, 아가씨가 말했다. “오늘은 날이 이미 저물었으니 내일 강 가운데로 버리도록 하겠사옵니다.” 다행히 이튿날 아침 유홍에게 갑자기 긴급한 공사가 생겨 멀리 나갔다. 아가씨는 속으로 생각하였다. ‘이 아이가 도적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다면 목숨이 위태하리라! 차라리 일찍 강 가운데로 버려 그 죽고 삶을 하늘에 맡기는 것만 못하리라. 혹시 하늘이 불쌍히 여기시어 누가 구하여 이 아이를 거두어 기른다면 뒷날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다만 알아보기 어려울까 두려워 곧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내어 혈서 한 장을 써서 아비와 어미의 성명과 내력을 갖추어 자세히 적었고, 또 이 아이의 왼발 새끼발가락 하나를 입으로 깨물어 끊어 표적으로 삼았다. 몸에 붙은 속적삼 한 벌을 가져다 이 아이를 싸고는 틈을 타서 안고 관아 문을 나섰다. 다행히 관아가 강에서 멀지 않았으므로 아가씨는 강가에 이르러 한바탕 크게 울었다. 막 버리려 할 때 홀연 강 언덕 옆에서 널빤지 한 조각이 떠오르는 것을 보고, 아가씨는 곧 하늘을 향해 절하며 빌고 이 아이를 널빤지 위에 눕히고 띠로 묶고 혈서를 가슴에 매단 뒤 강 가운데로 밀어 넣어 어디로 가든 맡기었다. 아가씨는 눈물을 머금고 관아로 돌아갔으니 이는 이만 두고 이르지 않으리라.
말하자면 이 아이는 널빤지 위에서 물을 따라 흘러가 마침내 금산사 아래에 이르러 멈추었다. 그 금산사의 장로는 법명 화상이라 하는데, 진리를 닦고 도를 깨달아 이미 무생의 묘결을 얻은 이였다. 마침 좌선하며 참선하던 중 홀연 어린아이 우는 소리를 듣고 잠시 마음이 움직여 급히 강가에 나가 살펴보니, 물가 옆 널빤지 위에 한 젖먹이가 누워 있는지라 장로가 황급히 구해 일으켰다. 품속의 혈서를 보고서야 내력을 알았으므로 젖이름을 지어 강류라 하고 남에게 부탁하여 기르게 하였으며, 혈서는 단단히 거두어 감추었다. 세월은 화살 같고 해와 달은 북처럼 빨라 어느덧 강류의 나이 열여덟이 되었다. 장로는 곧 그를 시켜 머리를 깎고 수행하게 하고 법명을 취하여 현장이라 하였으며, 정수리를 만져 계를 주고 굳은 마음으로 도를 닦게 하였다.
어느 날 늦봄 날씨에 뭇사람이 함께 소나무 그늘 아래에 모여 경을 강하고 참선하며 오묘한 이치를 이야기하였는데, 그 술과 고기를 먹는 중이 마침 현장에게 논파되었다. 그 중이 크게 노하여 꾸짖었다. “이 업보 짐승 같은 놈아, 성명도 알지 못하고 부모도 알지 못하면서 아직도 이곳에서 무슨 짓을 부리는고!” 현장이 그에게 이런 말을 들은 뒤 절로 들어가 스승 앞에 꿇어앉아 눈물을 두 줄로 흘리며 말했다. “사람이 천지 사이에 나서 음양을 받들고 오행을 의지하며 모두 아비가 낳고 어미가 기르는 것이온데, 어찌 사람으로 세상에 살면서 부모가 없는 자가 있사오리까?” 몇 번이고 애처롭게 아뢰며 부모의 성명을 물었다. 장로가 말했다. “네가 진실로 부모를 찾고자 한다면 나를 따라 방장으로 들어오라.” 현장이 곧 방장까지 따라갔다. 장로가 높은 들보 위에 이르러 작은 상자 하나를 내려 열고 혈서 한 장과 속적삼 한 벌을 꺼내 현장에게 주었다. 현장이 혈서를 펼쳐 읽고서야 비로소 부모의 성명과 원한의 사연을 자세히 알았다. 현장이 다 읽고 나서 어느덧 땅에 쓰러져 울며 말했다. “부모의 원수를 갚지 못한다면 어찌 사람이라 하겠사옵니까? 십팔 년 동안 나를 낳은 부모를 알지 못하였는데 오늘에야 어머니가 계심을 알았사옵니다. 이 몸이 스승님께서 건져 기르지 않으셨다면 어찌 오늘이 있겠사옵니까? 원하건대 제자가 가서 어머니를 찾아 뵌 뒤 향분을 머리에 이고 전각을 다시 세워 스승님의 깊은 은혜에 보답하게 하소서!” 스승이 말했다. “네가 어머니를 찾으러 가려거든 이 혈서와 속적삼을 가지고 가되 다만 탁발하는 중으로 행세하여 강주 관아로 곧장 가야만 네 어머니를 만날 수 있으리라.”
현장이 스승의 말을 받들어 곧 탁발하는 중이 되어 강주로 곧장 갔다. 마침 유홍에게 일이 있어 밖에 나갔으므로, 이 또한 하늘이 그 모자를 만나게 한 것이라 현장은 곧 관아 문 앞에 이르러 탁발하였다. 그 은 아가씨는 본래 밤에 한 꿈을 꾸었는데 달이 이지러졌다가 다시 둥글어지는 꿈을 꾸고는 속으로 생각하였다. ‘내 시어머니는 소식도 알 수 없고 내 남편은 이 도적에게 모살되었으며 내 아이는 강 가운데 버려졌으니, 혹시 누가 거두어 기른다면 헤아려 보건대 십팔 세가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오늘 하늘이 서로 만나게 하였는지도 알 수 없구나.’ 마침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홀연 관아 앞에서 어떤 이가 경을 외며 잇달아 탁발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아가씨는 또 틈을 타 나와 물었다. “너는 어디서 왔느냐?” 현장이 대답하였다. “빈승은 바로 금산사 법명 장로의 제자이옵니다.” 아가씨가 말했다. “네가 이미 금산사 장로의 제자라면.” 이에 관아 안으로 불러들여 현장에게 재를 대접하였다. 자세히 그 거동과 말투를 보니 남편과 흡사한지라, 아가씨는 따라온 시비를 물리쳐 보내고 물었다. “너 이 작은 스승은 어려서 출가하였느냐, 중년에 출가하였느냐? 성이 무엇이며 이름이 무엇이며 부모가 있느냐?” 현장이 대답하였다. “저도 어려서 출가한 것도 아니고 중년에 출가한 것도 아니옵니다. 말씀드리자면 원한이 하늘처럼 크고 원수가 바다처럼 깊나이다! 제 아비는 남에게 모살되었고 제 어미는 도적에게 빼앗겼나이다. 제 스승 법명 장로께서 저를 강주 관아 안에서 어머니를 찾으라 하셨나이다.” 아가씨가 물었다. “네 어미의 성이 무엇이냐?” 현장이 말했다. “제 어미는 성이 은이고 이름은 온교라 하오며, 제 아비는 성이 진이고 이름은 광예라 하오며, 제 어릴 적 이름은 강류라 하고 법명은 현장이라 하나이다.” 아가씨가 말했다. “온교가 바로 나다. 그러나 네게 지금 무슨 증거가 있느냐?” 현장이 자기 어머니라는 말을 듣고 두 무릎을 꿇고 애처롭게 크게 울었다. “제 어머니께서 믿지 않으신다면 혈서와 속적삼이 증거로 있사옵니다!” 온교가 받아 한 번 보니 과연 진짜인지라 모자가 서로 껴안고 울며 곧 불렀다. “내 아들아, 어서 가라!” 현장이 말했다. “십팔 년 동안 나를 낳은 부모를 알지 못하다가 오늘에야 어머니를 뵈었사온데, 아이가 어찌 차마 떠나겠사옵니까?” 아가씨가 말했다. “내 아들아, 너는 불같이 빨리 몸을 빼어 가라! 유 도적이 돌아오면 반드시 네 목숨을 해칠 것이다. 내일 내가 거짓으로 병을 핑계하고 지난해에 일찍이 중 신발 백 켤레를 시주하기로 서원하였다고만 말하고 네 절에 와서 원을 갚으리라. 그때에 내가 너에게 할 말이 있으리라.” 현장이 그 말대로 절하며 하직하였다.
말하자면 아가씨는 아들을 본 뒤로 마음속이 한편으로 근심스럽고 한편으로 기뻤는데, 어느 날 문득 병을 핑계하고 차와 밥을 먹지 않은 채 침상에 누웠다. 유홍이 관아로 돌아와 그 까닭을 묻자 아가씨가 말했다. “제가 어릴 때 일찍이 한 서원을 세워 중 신발 백 켤레를 시주하기로 하였사옵니다. 지난 닷새 전에 한 중을 꿈꾸었는데 손에 예리한 칼을 들고 중 신발을 달라 하기에 몸이 편치 않았사옵니다.” 유홍이 말했다. “이런 작은 일을 어찌 일찍 말하지 않았소?” 이에 곧 당에 올라 왕좌아와 이우아에게 분부하였다. “강주성 안 백성은 집집마다 중 신발 한 켤레씩을 마련하여 닷새 안으로 바치게 하라.”
백성들이 모두 분부대로 마련하여 다 바쳤다. 아가씨가 유홍에게 말했다. “중 신발을 다 지었으니 이곳에 무슨 절이 있어 원을 갚으러 가면 좋겠사옵니까?” 유홍이 말했다. “이 강주에 금산사와 초산사가 있으니 어느 절로 가든 네 마음대로 하라.” 아가씨가 말했다. “오래전부터 금산사가 좋은 절이라 들었사오니 저는 금산사로 가겠사옵니다.” 유홍이 곧 왕과 이 두 아전을 불러 배를 마련하게 하였다. 아가씨가 심복을 데리고 함께 배에 오르니 뱃사공이 배를 저어 떼어 금산사를 향해 갔다.
말하자면 현장이 절로 돌아와 법명 장로를 뵙고 앞의 일을 한바탕 말하니 장로가 매우 기뻐하였다. 이튿날 한 시비가 먼저 이르러 부인이 절에 와서 원을 갚는다고 하였다. 뭇 중이 모두 절 밖에 나가 맞이하였다. 아가씨는 곧장 절 문에 들어가 보살께 예를 올리고 크게 재를 베풀며 시비를 불러 중 신발과 여름 버선을 쟁반에 담게 하였다. 법당에 이르러 아가씨는 다시 마음의 향을 사르고 예배한 뒤 법명 장로로 하여금 뭇 중에게 나누어 주게 하였다. 현장이 뭇 중이 흩어져 법당에 다시 아무도 없음을 보고는 곧 앞으로 나아가 꿇어앉았다. 아가씨가 그를 시켜 신발과 버선을 벗겨 보고자 하니, 그 왼발에 과연 새끼발가락 하나가 없었다. 그때에 두 사람이 다시 서로 껴안고 울며 장로의 기르신 은혜에 절하여 사례하였다. 법명이 말했다. “너희 모자가 이제 서로 만났으니 간사한 도적이 알까 두렵구나. 속히 몸을 빼어 돌아가 재앙을 면하라.” 아가씨가 말했다. “내 아들아, 내 너에게 향고리 하나를 주리니 곧 홍주 서북쪽 지방으로 가라. 대략 천오백 리 되는 길인데 그곳에 만화점이 있고 그때 시어머니 장씨를 그곳에 두고 왔으니 그분이 바로 네 아비를 낳은 어머니다. 내 다시 편지 한 통을 써서 네게 주리니 곧 당왕의 황성 안 금전 왼쪽에 있는 은개산 승상의 집으로 가라. 그곳이 바로 너를 낳은 어미의 친정이다. 네 내 편지를 외조부께 드리고 외조부로 하여금 당왕께 아뢰어 인마를 거느리고 이 도적을 사로잡아 죽여 아비의 원수를 갚게 하라. 그때에야 늙은 이 몸을 구해 낼 수 있으리라. 나는 지금 오래 머물 수 없으니 진실로 도적놈이 내가 늦게 돌아간다 하고 괴이하게 여길까 두렵구나.” 이에 곧 절을 나와 배에 올라 떠났다.
현장이 울면서 절로 돌아와 스승께 아뢰고 즉시 절하여 하직한 뒤 홍주로 곧장 갔다. 만화점에 이르러 그 주인 유소이에게 물었다. “옛날 강주의 진 객관에게 어머니 한 분이 계셔서 그대의 점방에 머물렀다 하는데 지금은 잘 계신가?” 유소이가 말했다. “그분은 본래 내 점방에 계셨사옵니다. 나중에 눈이 어두워지시고 삼사 년 동안 점방 삯도 갚지 못하셨는데, 지금은 남문 어귀의 헐어진 기와 가마 속에서 날마다 거리로 나가 동냥하며 지내고 있사옵니다. 그 객관은 한 번 간 뒤 오래도록 지금까지 아무 소식이 없으니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사옵니다.” 현장이 듣고 나서 즉시 남문 어귀 헐어진 기와 가마로 물어 찾아가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가 말했다. “네 목소리가 내 아들 진광예와 같구나.” 현장이 말했다. “저는 진광예가 아니옵니다. 저는 진광예의 아들이옵니다. 온교 아가씨가 제 어미이옵니다.” 할머니가 말했다. “네 아비와 어미는 어찌하여 오지 않느냐?” 현장이 말했다. “제 아비는 강도에게 맞아 죽었고 제 어미는 강도에게 빼앗겨 아내가 되었사옵니다.” 할머니가 말했다. “네가 어떻게 알아서 나를 찾아왔느냐?” 현장이 말했다. “제 어미가 저를 시켜 할머니를 찾으라 하셨사옵니다. 제 어미의 편지가 여기 있고 향고리 한 짝도 있사옵니다.” 그 할머니가 편지와 향고리를 받아 들고 소리 내어 크게 울며 말했다. “내 아들이 공명을 위하여 이곳에 이르렀거늘, 나는 그가 의를 저버리고 은혜를 잊은 줄만 알았지 그가 남에게 모살된 줄은 어찌 알았으랴! 또 다행히 하늘이 불쌍히 여기시어 내 아들의 뒤를 끊지 않으셨으니 오늘 손자가 나를 찾아왔구나.” 현장이 물었다. “할머니의 눈은 어찌하여 모두 어두워지셨사옵니까?” 할머니가 말했다. “내가 네 아비를 생각하며 종일 기다렸으나 그가 오지 않았으므로 그리하여 울어서 두 눈이 모두 어두워졌구나.” 현장이 곧 꿇어앉아 하늘을 향해 빌며 말했다. “현장이 열여덟 살로서 부모의 원수를 갚지 못함을 생각하나이다. 오늘 어미의 명을 받들어 할머니를 찾아왔사오니, 하늘이 제자의 정성을 불쌍히 살피신다면 제 할머니의 두 눈을 다시 밝게 하소서!” 빌기를 마치고 곧 혀끝으로 할머니의 눈을 핥았다. 잠깐 사이에 두 눈이 핥아져 열려 처음과 같아졌다. 할머니가 작은 중을 보며 말했다. “네가 과연 내 손자구나! 내 아들 광예의 모습과 조금도 다르지 않구나!” 할머니는 또 기쁘고 또 슬펐다. 현장은 곧 할머니를 모시고 가마 문을 나와 유소이의 점방으로 돌아가 방 삯 얼마를 내고 방 한 칸을 빌려 할머니를 거처하게 하였으며, 또 노자를 할머니께 드리며 말했다. “저는 이번에 가서 한 달 남짓이면 돌아오겠사옵니다.”
곧 할머니께 하직하고 곧장 경성으로 갔다. 황성 동쪽 거리의 은 승상부를 찾아 문지기에게 말했다. “소승은 친척으로서 상공을 뵈러 왔사옵니다.” 문지기가 승상께 아뢰니 승상이 말했다. “나는 중과는 아무 친척도 없다.” 부인이 말했다. “제가 어젯밤 꿈에 우리 딸 만당교가 집에 돌아오는 꿈을 꾸었으니, 혹시 사위가 편지를 보내온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승상이 곧 작은 중을 청하여 청당으로 오게 하였다. 작은 중은 승상과 부인을 보고 땅에 엎드려 울며 절하고는 품속에서 편지 한 통을 꺼내 승상께 드렸다. 승상이 뜯어 처음부터 다 읽고 나서 소리 내어 크게 울었다. 부인이 물었다. “상공, 무슨 일이 있사오니이까?” 승상이 말했다. “이 중은 나와 당신의 외조카다. 사위 진광예는 도적에게 모살되었고 만당교는 도적에게 강제로 빼앗겨 아내가 되었다.” 부인이 듣고 나서 또한 울음을 그치지 못하였다. 승상이 말했다. “부인은 걱정하지 마시오. 내일 조정에 들어가 주상께 아뢰고 몸소 군사를 거느리고 반드시 사위의 원수를 갚겠소.”
이튿날 승상이 조정에 들어가 당왕께 아뢰었다. “지금 신의 사위인 장원 진광예가 가솔을 거느리고 강주로 부임하러 갔다가 뱃사공 유홍에게 맞아 죽고 딸을 빼앗겨 아내로 삼혔사오며, 그자가 신의 사위를 사칭하여 여러 해 동안 벼슬을 하였사오니, 일이 괴이한 변고에 속하나이다. 바라건대 폐하께서 즉시 인마를 내어 적도를 소탕하게 하소서.” 당왕께서 아룀을 보시고 크게 노하시어 곧 어림군 육만을 내시고 은 승상에게 군사를 감독하여 나아가게 하셨다. 승상이 어지를 받들어 조정을 나와 곧장 교장에 이르러 군사를 점검하고 강주로 곧장 진군하였다. 새벽에 걷고 밤에 묵으며 별이 지고 새가 날듯 어느덧 강주에 이르렀다. 은 승상의 병마가 모두 북쪽 언덕에 진영을 세웠다. 별이 총총한 밤에 금패를 내려 강주 동지와 주판 두 사람을 불러들이니, 승상이 그들에게 이 일을 알리고 군사를 이끌어 도와 함께 강을 건너 가게 하였다. 날이 아직 밝지 않았는데 유홍의 관아를 포위하였다. 유홍이 바로 꿈속에 있을 때 화포 소리 한 번 울리고 징과 북이 일제히 울리며 뭇 군사가 관아로 들이닥치니, 유홍이 미처 어찌할 겨를도 없이 이내 사로잡혔다. 승상이 군령을 내려 유홍 등 일당 죄인을 결박하여 법장으로 끌고 가게 하고, 뭇 군사는 모두 성 밖에 진을 치게 하였다.
승상이 곧장 관아 안 정청에 들어가 앉아 아가씨를 청하여 나와 서로 만나려 하였다. 아가씨는 나가려다 아비를 뵙기가 부끄러워 곧 목을 매려 하였다. 현장이 이를 듣고 급히 달려가 어머니를 구해 풀고는 두 무릎을 꿇고 어머니께 말했다. “아이가 외조부와 함께 군사를 거느리고 이곳에 이르러 아비의 원수를 갚고자 하였사온데, 오늘 도적을 이미 사로잡았거늘 어머니께서는 어찌하여 도리어 죽을 길을 찾으시나이까? 어머니께서 돌아가시면 아이가 어찌 살아 있을 수 있겠사옵니까?” 승상도 또한 관아에 들어와 달래어 풀었다.
아가씨가 말했다. “제가 듣건대 부인은 한 남편을 따라 끝을 맺는다 하였사옵니다. 남편이 이미 도적에게 죽임을 당한 것이 통분하온데 어찌 부끄러운 낯으로 도적을 따를 수 있겠사옵니까? 다만 유복자가 몸에 있었으므로 부끄러움을 참고 목숨을 훔쳐 살았사온데, 이제 다행히 아이가 이미 장성하였고 또 늙은 아버지께서 군사를 거느리고 원수를 갚으러 오신 것을 보았사오니, 딸 된 몸으로 무슨 낯으로 서로 뵙겠사옵니까! 오직 한 번 죽어 남편에게 보답할 뿐이옵니다!”
승상이 말했다. “이는 내 딸이 성함과 쇠함에 따라 절개를 바꾼 것이 아니라 모두 부득이한 데서 나온 것이니 어찌 부끄러움이라 하겠느냐!”
부녀가 서로 껴안고 울며, 현장도 또한 애처롭게 울음을 그치지 못하였다. 승상이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너희 두 사람은 우선 걱정을 놓아두라. 내가 지금 이미 원수 도적을 사로잡았으니 가서 처결하고 오겠다.” 이에 곧 일어나 법장에 이르니, 마침 강주 동지도 초병을 보내어 물도적 이표를 사로잡아 압송해 왔다. 승상이 크게 기뻐하며 곧 군졸을 시켜 유홍과 이표를 끌어내어 각각 백 대의 큰 몽둥이를 때리고 공초를 받아 지난해 진광예를 모의하여 죽인 사연을 자백하게 하였다. 먼저 이표를 나무 당나귀에 못 박아 저잣거리로 끌고 가 천 칼로 살을 도려내고 목을 베어 사람들에게 보였으며, 유홍을 홍강도 나루의 지난해 진광예를 때려 죽인 곳으로 끌고 갔다. 승상과 아가씨와 현장 세 사람이 친히 강가에 이르러 허공을 향해 제를 올리고 살아 있는 유홍의 심장과 간을 도려내어 광예에게 제사하고 제문 한 통을 불살랐다.
세 사람이 강을 바라보며 크게 통곡하니 일찍이 수부를 놀라게 하였다. 바다를 순찰하던 야차가 있어 제문을 용왕께 올렸다. 용왕께서 다 보시고 곧 자라 원수를 보내어 광예를 청해 오게 하시고 말씀하셨다. “선생, 경사스럽구나!
경사스럽도다! 지금 선생의 부인과 공자와 장인이 모두 강가에서 너를 제사하고 있으니, 내 이제 너를 보내어 환혼하게 하리라. 또 여의주 한 알과 주반주 두 알, 교초 열 필, 명주와 옥대 한 벌을 받들어 주리라. 네 오늘 부부와 자식과 어미가 서로 만날 수 있으리라.” 광예가 몇 번이고 절하며 사례하였다. 용왕께서 곧 야차에게 명하여 광예의 시신을 강 어귀로 내보내 환혼하게 하시니 야차가 명을 받들고 떠났다.
말하자면 은 아가씨가 남편을 위해 한바탕 울며 제사하고 또 몸을 물에 던져 죽고자 하니, 현장이 놀라 목숨을 걸고 붙들었다. 황급한 판에 홀연 물 위로 시신 하나가 떠와 강 언덕 가까이 닿는 것이 보였다. 아가씨가 황급히 앞으로 나아가 살펴보니 남편의 시신임을 알아보고는 더욱 소리 내어 울음을 그치지 못하였다. 뭇사람이 모두 와서 구경하는데, 광예가 주먹을 펴고 발을 뻗으며 몸을 점점 움직이더니 홀연 기어 일어나 앉는지라 뭇사람이 놀람을 이기지 못하였다. 광예가 눈을 뜨니 은 아가씨와 장인 은 승상과 작은 중이 모두 곁에서 울고 있었다. 광예가 말했다. “너희는 어찌하여 이곳에 있느냐?” 아가씨가 말했다. “그대가 도적에게 맞아 죽었기에 그 뒤에 제가 이 아이를 낳았사온데, 다행히 금산사 장로를 만나 길러 장성하게 하고 저를 찾아와 서로 만나게 하였사옵니다. 제가 그를 시켜 외조부를 찾게 하니 아버지께서 이를 아시고 조정에 아뢰어 군사를 거느리고 이곳에 이르러 도적을 사로잡았사옵니다. 방금 살아 있는 심장과 간을 도려내어 허공을 향해 제 남편에게 제사하였사온데, 남편이 어찌하여 또 환혼하게 되었는지 알지 못하겠사옵니다.” 광예가 말했다. “모두 내가 그대와 옛날 만화점에 있을 때 그 금빛 잉어를 사서 놓아준 까닭이다. 그 잉어가 바로 이곳의 용왕일 줄이야 누가 알았으랴. 나중에 역적이 나를 물속에 밀어 넣었을 때 온전히 그가 나를 구해 주었고, 방금 또 나에게 환혼을 내려 주고 보물을 주었으니 모두 몸에 지니고 있노라. 더욱이 그대가 이 아들을 낳았고 또 장인이 나를 위해 원수를 갚아 주실 줄은 생각지도 못하였다. 참으로 고생이 다하고 단물이 오니 이보다 큰 기쁨이 없구나!”
뭇 관리가 이를 듣고 모두 와서 축하하였다. 승상이 곧 술자리를 베풀라 하여 소속 관리들에게 사례하고 그날로 군마를 돌려 돌아왔다. 만화점에 이르러 승상이 진을 치라 명하였다. 광예는 곧 현장과 함께 유가 점방으로 가서 할머니를 찾았다. 그 할머니는 그날 밤 한 꿈을 꾸었는데 마른 나무에 꽃이 피는 꿈을 꾸고 집 뒤에서 까치가 자주 시끄럽게 우는 것을 보고는 생각하였다. ‘혹시 내 손자가 오는 것이 아닐까?’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점방 문 밖으로 광예 부자가 함께 이르는 것이 보였다. 작은 중이 가리키며 말했다. “이분이 바로 저희 할머니가 아니십니까?” 광예가 늙은 어머니를 보고 급히 달려가 엎드려 절하였다. 모자가 서로 껴안고 한바탕 통곡하고 앞의 일을 한바탕 이야기하였다. 소이에게 점방 삯을 계산해 주고 길을 떠나 경성으로 돌아왔다. 승상부에 들어가 광예가 아가씨와 할머니와 현장과 함께 모두 와서 부인을 뵈었다. 부인이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집안 종에게 분부하여 크게 잔치를 베풀어 경하하였다.
승상이 말했다. “오늘 이 잔치는 이름을 ‘단원회’라 하면 좋겠다.” 참으로 온 집안이 화락하였다.
이튿날 조회에 당왕께서 전각에 오르시니 은 승상이 반열에 나와 앞뒤의 일을 자세히 아뢰고 아울러 광예의 재주가 크게 쓰일 만함을 천거하였다. 당왕께서 아룀을 윤허하시고 곧 진악을 학사로 승진시켜 조정을 따라 정사를 다스리게 하셨다. 현장은 뜻을 세워 선을 닦고자 하였으므로 홍복사에 보내어 수행하게 하였다. 훗날 은 아가씨는 결국 태연히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현장은 스스로 금산사에 이르러 법명 장로의 은혜에 보답하였다. 그 뒤의 일이 어떠하였는지는 알지 못한다.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