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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 제90회 사사수수동귀일(師獅授受同歸一) · 도도전선정구령(盜道纏禪靜九靈)

각설하고 손대성이 저팔계와 사오정을 거느리고 성두 밖으로 나아가 서로 얼굴을 맞대니, 저 무리 요괴라는 것들이 모두 털이 뒤범벅된 사자들이었다. 황사정이 앞에서 길을 인도하고 산예사자와 단상사자가 왼쪽에, 백택사자와 복리사자가 오른쪽에, 유사와 설사가 뒤에 섰으며, 한가운데에는 구두사자 한 마리가 있었다. 푸른 낯의 그 요괴 청검아는 비단으로 수놓은 둥근 꽃무늬 보당을 하나 들고 구두사자 곁에 딱 들러붙어 있고, 조전고괴아와 고괴조전아는 붉은 기 두 개를 들었으니, 그들이 모두 감궁 터에 가지런히 늘어서 있었다. 저팔계는 덜렁거려 앞으로 바짝 다가서며 욕을 퍼부었다. “보물을 훔쳐 간 도적 요괴들아! 네가 어디서 저 털뭉치들을 몇이나 끌어모아 여기까지 온 게냐?” 황사정이 이를 갈며 맞받아 욕했다. “더러운 대머리 놈아! 어제는 너희 셋이 나 하나를 치기에 내가 져서 물러났고 네 목숨만 살려 두었거늘, 네가 어찌 이리도 사나워 내 굴을 불사르고 내 산장을 망치고 내 권속들을 다치게 하였느냐! 나와 네 원한은 큰 바다보다 깊다! 달아나지 마라! 이 할아범의 삽이나 받아 보아라!” 훌륭한 팔계였다. 갈퀴를 들어 곧장 맞받았다. 두 놈이 이제야 손을 섞어 아직 높고 낮음이 갈리기도 전에, 저 유사정이 쇠로 만든 마름쇠 봉을 휘두르고 설사정이 세 모가 진 간을 들어 곧장 달려들어 치려 하였다. 팔계가 고함 한 번 지르며 말했다. “잘 왔다!” 보라, 그가 가로로 치받고 곧장 밀고 나가며 한자리에 섞여 싸웠다. 이편에서는 사승이 급히 항요장을 빼어들고 앞으로 나서 거들었는데, 또 저 산예정과 백택정이 단상과 복리 두 정과 함께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이쪽에서는 손대성이 금고봉으로 무리 요괴를 받아 막으니, 산예는 몽둥이를 쓰고 백택은 구리 망치를 쓰고 단상은 강철 창을 쓰고 복리는 큰 도끼를 썼다. 저 일곱 사자 정과 이 세 사나운 중이 벌인 싸움이란, 몽둥이와 망치와 창과 도끼에 세 모난 간이요, 마름쇠와 철퇴에 네 갈래 삽이로다. 일곱 사자의 일곱 무기가 몹시 예리하여 세 중을 에워싸고 함께 고함치며 싸웠다. 대성의 금고 쇠몽둥이는 흉포하고 사승의 보배 지팡이는 세상에도 드물며, 팔계는 바람을 휘잡아 기세가 늠름하고 갈퀴는 번쩍거려 그 빛이 참혹하도다. 앞을 가리고 뒤를 막으며 저마다 공을 부리고, 왼쪽을 괴고 오른쪽을 맞받으며 모두가 용맹하구나. 성두의 왕자가 위풍을 돕고 북을 치며 징을 쳐서 함께 간을 키웠다. 덤벼들고 빼앗으며 신통을 부려, 캄캄한 천지가 뒤집히도록 싸웠다. 저 한 무리 요괴들이 모두 대성 세 사람과 반 나절을 싸우고 나니 어느새 날이 저물었다. 저팔계는 입에 끈적한 침을 토하며 다리가 풀리는 듯하더니 갈퀴를 헛되이 흔들고는 진영을 버리고 달아났다. 그를 보고 설사와 유사 두 정이 고함쳤다. “어딜 도망가느냐, 받아라!” 그 멍청이는 미처 피하지 못해 등줄기 한가운데를 얻어맞고 땅바닥에 쓰러져 그저 외쳤다. “이제 죽었다! 이제 죽었다!” 두 요괴가 갈기를 움켜쥐고 꼬리를 끌며 저팔계를 짊어지고 그 구두사자에게로 가 아뢰었다. “조옹이시여, 저희가 하나를 잡아 왔나이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승과 행자도 모두 싸움에 졌다. 무리 요괴가 일제히 몰려오니, 행자가 털 한 웅큼을 뽑아 씹어 부서뜨려 내뿜으며 “변하여라!” 외쳤다. 그러자 곧 백여 명의 작은 행자로 변해 빙 둘러싸고 그 백택과 산예와 단상과 복리, 그리고 금털 사자 요괴를 가운데 에워쌌다. 사승과 행자는 다시 앞으로 나서며 닥치는 대로 때렸다. 해가 질 무렵 산예와 백택은 사로잡았으나 복리와 단상은 놓치고 말았다. 금털 사자가 늙은 요괴에게 알리니, 늙은 요괴는 사자 둘을 잃은 것을 보고 분부했다. “저팔계를 묶어 두되 목숨은 해치지 말라. 저들이 내 사자 둘을 돌려보내거든 팔계를 그들에게 내주고, 만약 저들이 사리를 헤아리지 못해 내 사자 둘을 해치면 곧 팔계를 죽여 목숨으로 갚으리라!” 그날 밤 무리 요괴는 성 밖에서 편히 쉬었으니 여기서는 말하지 않는다.

각설하고 손대성이 사자 요괴 두 마리를 성 가까이 메어다 놓으니 늙은 왕이 이를 보고 곧 성문을 열라 명하고 교위 이삼십 명을 뽑아 밧줄을 들고 문 밖으로 나가 사자 정을 묶어 성 안으로 메고 들어가게 하였다. 손대성은 법술로 낸 털을 거두고 사오정과 함께 곧장 성루 위로 올라가 당승을 뵈었다. 당승이 말했다. “이번 일이 참으로 위급하구나! 오능의 목숨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가 없느니라.” 행자가 말했다. “염려 마시옵소서. 저희가 이 요괴 둘을 사로잡았으니 저쪽에서는 감히 상해를 입히지 못할 것이온데, 우선 두 요괴를 단단히 매어 두었다가 내일 아침 팔계와 바꾸면 되나이다.” 세 작은 왕자가 행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물었다. “스승님께서 앞서 싸우실 적에는 몸이 하나만 보이더니, 뒤에 지는 체하고 돌아오실 때는 어찌하여 문득 스승의 몸이 백여 개나 되셨나이까? 요괴를 사로잡고 성 가까이 오실 때에는 다시 몸이 하나이시니, 이게 무슨 법력이온지 말씀해 주시옵소서.”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내 몸에는 팔만 사천 개의 털이 있어 하나로 열을 만들고 열로 백을 만들며, 백천만억으로 변하는 것이 모두 몸 밖의 몸을 내는 법이니라.” 그 왕자들이 하나하나 예를 올리고 곧 공양을 차려 올려 성루 위에서 먹었다. 또 각 성가퀴마다 등롱과 기치를 세우고 딱따기와 방울과 징과 북을 두어 경을 지키고 화살을 전하며, 포를 쏘고 고함을 질러 대게 하였다.

이튿날 아침이 밝았다. 늙은 요괴가 곧 황사정을 불러 계책을 정하며 말했다. “너희는 오늘 행자와 사승을 힘써 잡아라. 나는 몰래 허공을 날아 성 위로 올라가 저들의 스승과 저 늙은 왕 부자를 잡아 먼저 구곡반환동으로 데려가겠노니, 네가 이기고 돌아오기를 기다리리라.” 황사는 계책을 받들고 곧 유사와 설사와 단상과 복리를 이끌고 저마다 병기를 잡고 성 아래로 나아가 바람을 일으키며 안개를 빚어 싸움을 청하였다. 이쪽에서는 행자와 사승이 성두로 뛰어올라 목청을 높여 욕했다. “이놈의 도적 요괴들아! 어서 내 사제 팔계를 도로 내놓아라, 그러면 목숨은 살려 주마!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뼈가 가루가 되고 주검이 찢기게 하리라!” 그 요괴들이 어찌 변명할 새 있으랴, 일제히 몰려들었다.

휘휘 불어 땅을 할퀴는 미친 바람이 사납고, 캄캄하여 하늘 가리는 검은 안개가 짙구나. 돌을 굴리고 모래를 날리니 신과 귀신도 놀라고, 숲을 밀어내고 나무를 넘기니 범과 이리도 놀란다. 강철 창이 맹렬하고 큰 도끼가 번쩍이며, 몽둥이와 삽과 구리 망치가 너무나 독하구나. 원통하기 이를 데 없어 행자를 통째로 삼키고 싶고, 산 채로 생생하게 어린 사승을 사로잡고 싶어라. 이 대성의 한 자루 여의봉은 감고 펴고 거두고 놓음이 몹시 영묘하고, 사승의 그 한 자루 항요장은 영소전 밖에서도 이름이 높구나. 이번에 신통을 널리 굴려 서역에서 공을 베풀어 요괴를 쓸어버리리라.

이 다섯 털북숭이 사자 정이 행자와 사승과 더불어 한창 신나게 싸우고 있는데, 저 늙은 요괴가 검은 구름을 타고 곧장 성루 위로 솟아올라 머리를 한번 흔들었다. 그 바람에 성 위의 문무 대소 관원이며 성을 지키는 인부들까지 모두 성 아래로 굴러떨어졌고, 그는 누각 안으로 뛰어들어 입을 벌려 삼장과 늙은 왕 부자를 한꺼번에 물어 나왔다가 다시 감궁 터로 내려가 저팔계까지 입에 물었다. 알고 보니 그의 아홉 개 머리에는 아홉 개의 입이 있어, 한 입에는 당승을 물고 한 입에는 팔계를 물고 한 입에는 늙은 왕을 물고 한 입에는 큰 왕자를 물고 한 입에는 둘째 왕자를 물고 한 입에는 셋째 왕자를 물었으니, 여섯 입이 여섯 사람을 물고도 오히려 입 세 개가 남았는데, 소리를 내어 외쳤다. “내가 먼저 가마!” 이 다섯 작은 사자 정은 조상이 이긴 것을 보고 하나하나 으레웠던 재주를 더욱 펼쳤다. 행자는 성 위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를 듣고 그의 계책에 빠졌음을 알아차리고 급히 사오정에게 조심하라 외쳤다. 그리고는 팔의 털을 모조리 뽑아 입에 넣어 질겅질겅 씹어 뱉어 내니, 수백 수천의 작은 행자로 변하여 일제히 공격해 올라갔다. 그 자리에서 유사를 끌어 넘어뜨리고 설사를 산 채로 잡고 단상사자를 붙들며 복리사자를 메어 엎었고, 황사를 때려 죽이고는 소란스럽게 떠들며 주성 아래에 이르렀는데, 도리어 청검아와 조전고괴아·고괴조전아 두 요괴는 달아나 버렸다. 성 위의 관리들이 이를 보고 다시 문을 열고 밧줄로 사자 정 다섯을 또 묶어 성 안으로 메고 들어갔다. 아직 처분하기도 전에 저 왕비가 울며불며 행자에게 예를 올리고 말했다. “신령하신 스승이시여, 제 전하 부자와 스승님의 스승께서 이제 목숨이 다하셨나이다! 이 외로운 성을 어찌하면 좋사오리까?” 대성은 법술의 털을 거두고 왕비에게 예를 갖추어 말했다. “현명하신 왕비시여, 근심 마시옵소서. 제가 저들의 사자 정 일곱을 사로잡았더니 저 늙은 요괴가 잡아가는 법술을 부려 제 스승과 전하 부자를 틀림없이 빼앗아 갔을 것이오나 상처는 입히지 않았을 것이니이다. 내일 이른 새벽에 저와 아우 둘이 그 산으로 가서 늙은 요괴를 틀림없이 잡아 왕자 네 분을 도로 돌려드리리이다.” 그 왕비와 한 무리 여인네들이 이 말을 듣고 모두 행자에게 엎드려 절하며 말했다. “바라옵건대 전하 부자가 살아서 돌아오시고 나라의 터가 굳건하기를 비나이다!” 절을 마치고 하나하나 눈물을 머금은 채 궁으로 돌아갔다.

행자가 여러 관리에게 분부했다. “때려 죽인 그 황사정의 가죗을 벗기고 살아 있는 사자 정 여섯은 단단히 매어 자물쇠까지 채워 두어라. 공양을 좀 가져오너라. 우리가 먹고 자고 갈 터이니, 너희는 모두 마음을 놓아라, 무사하도록 보장하리라.”

이튿날이 되자 대성이 사오정을 데리고 상서로운 구름을 타고 올랐는데, 오래지 않아 죽절산머리에 이르렀다. 구름머리를 낮추어 바라보니 참으로 훌륭한 높은 산이로구나. 보라, 봉우리는 불쑥불쑥 솟아 줄지어 있고 고개는 험하고 가파르며, 깊은 계곡 아래로는 맑은 물이 굽이쳐 흐르고 가파른 벼랑 앞에는 꽃향기가 그윽하였다. 굽이굽이 겹친 산등성이와 구불구불 감긴 옛 길이 서로 이어졌다. 참으로 학이 날아드니 소나무에 짝이 생기고, 과연 구름이 걷히니 바위가 의지할 데 없구나. 검은 원숭이는 볕 좋은 곳을 바라고 과일을 찾고, 큰 사슴은 꽃을 찾아 따뜻한 햇살을 즐긴다. 푸른 난새는 소리가 맑게 울리고 노란 새는 노랫소리가 구슬프나니, 봄이 오면 복숭아꽃과 오얏꽃이 고움을 다투고, 여름이 이르면 버들과 회화나무가 무성함을 겨루며, 가을에 이르면 국화가 비단을 펼치고, 겨울이 닿으면 흰 눈이 솜처럼 날린다. 사시팔절의 좋은 풍경이 영주 선경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구나.

그 두 사람이 산꼭대기에서 경치를 보고 있는데, 문득 저 청검아가 짧은 몽둥이 하나를 들고 벼랑 골짜기 사이로 곧장 뛰어 나왔다. 행자가 호통쳤다. “어딜 도망가느냐! 이 늙은 손오공이 왔다!” 그 작은 요괴는 놀라서 한 번 구르고 한 번 뒹굴며 벼랑 골짜기 아래로 내달았다. 두 사람이 줄곧 뒤를 쫓아왔으나 다시는 자취를 찾을 수가 없었고, 앞으로 몇 걸음 더 돌아가니 그것은 하나의 동부였다. 얼룩무늬 돌문 두 짝이 굳게 닫혀 있고, 문설주 위에 돌판 하나가 가로로 박혀 있는데 해서로 열 개의 큰 글자를 새겼으니 곧 만령 죽절산 구곡반환동이었다. 그 작은 요괴는 이미 동굴 안으로 뛰어들어 곧 동문을 닫아 버리고 가운데로 가서 늙은 요괴에게 아뢰었다. “할아범님, 밖에 또 중 두 놈이 왔사옵니다.” 늙은 요괴가 물었다. “너희 대왕과 유사와 설사와 단상과 복리는 왔느냐?” 작은 요괴가 아뢰었다. “못 보았나이다! 못 보았나이다! 다만 중 두 놈이 산봉우리 높은 곳에서 멀리 바라보고 있었나이다. 제가 그들을 보고 곧장 되돌아 달렸는데 그들이 쫓아오기에 문을 닫고 들어왔나이다.” 늙은 요괴는 이 말을 듣고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다가 한참 만에 홀연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탄식하여 말했다. “아, 괴로워라! 내 황사 손주가 죽었구나! 유사 손주들까지 모두 중들에게 잡혀 성 안으로 끌려갔으니, 이 원한을 어찌 갚으랴!”

저팔계는 곁에 묶인 채 왕 부자와 당승과 함께 한곳에 몰려 있다가 서글프고 두려운 고초를 겪고 있었는데, 늙은 요괴가 “내 손주들이 중들에게 잡혀 성으로 끌려갔다” 하는 소리를 듣고 속으로 슬며시 기뻐하며 말했다. “스승님, 두려워 마시옵소서. 전하께서도 근심 마시옵소서. 우리 사형께서 이미 승리를 거두어 요괴들을 모조리 사로잡고 여기까지 찾아와 우리를 구해 내실 것이니이다.” 말을 마치자 또 늙은 요괴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어린 놈들아, 여기서 잘 지켜라. 내가 나가 저 중 두 놈을 잡아들여 한꺼번에 혼내 주겠노라.” 보라, 그는 갑옷도 걸치지 않고 손에 병기도 쥐지 않은 채 큰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갔으니, 그저 손행자가 고함치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그는 동문을 활짝 열어젖히고는 대답도 없이 곧장 행자에게로 달려들었다. 행자가 쇠몽둥이를 들어 정면에서 괴고 버티니 사오정이 보배 지팡이를 휘둘러 곧 때렸다. 그 늙은 요괴가 머리를 한번 흔들자 좌우의 머리 여덟 개가 일제히 입을 벌려 행자와 사오정을 가볍게 물어 동굴 안으로 끌고 가며 명했다. “밧줄을 가져오너라!” 저 조전고괴와 고괴조전과 청검이는 바로 어젯밤에 목숨을 건져 돌아온 놈들이라, 곧 밧줄 두 개를 가져와 그 두 사람을 단단히 묶었다. 늙은 요괴가 물었다. “이 몹쓸 원숭이야, 네가 내 아들과 손주 일곱을 잡아갔으니, 나는 이제 너희 중 넷과 왕자 넷을 사로잡았으니 이것으로 내 아들과 손주의 목숨을 충분히 갚을 만하리라! 어린 놈들아, 싸리나무 회초리와 버드나무 몽둥이를 골라 오너라, 우선 이 원숭이 놈을 한바탕 때려 내 황사 손주의 원한을 갚아 주겠다!” 그 세 작은 요괴가 저마다 버드나무 몽둥이를 들고 오로지 행자만을 때렸다. 행자는 본디 단련을 겪은 몸이라 저 조그만 버드나무 몽둥이쯤은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으니, 그가 어찌 신음 소리라도 내었으랴. 아무리 두들겨 패도 조금도 개의하지 않았다. 저팔계와 당승과 왕자들이 이를 보고는 하나하나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오싹하였다. 잠시 뒤에는 버드나무 몽둥이가 부러져 나갔고, 그렇게 어두울 때까지 때린 횟수는 헤아릴 수도 없었다. 사오정이 매질이 너무 많아지는 것을 보고 몹시 마음이 편치 않아 말했다. “제가 대신 백여 대쯤 맞아 드리리다.” 늙은 요괴가 말했다. “너는 좀 급해하지 마라, 내일이면 차례가 너에게로 넘어간다, 하나하나 차례대로 때려 갈 터이니라.” 저팔계가 다급해하며 말했다. “모레면 이 늙은 돼지 차례가 되겠구나!” 한참 때리고 나니 점점 어둠이 내렸다. 늙은 요괴가 말했다. “어린 놈들아, 잠시 그만두고 등불을 켜라. 너희는 음식을 좀 먹고, 나는 금운와에 가서 잠깐 눈을 붙이겠노라. 너희 셋은 모두 화를 당한 몸이니 마음을 써서 잘 지키고 있다가 내일 아침에 다시 때리리라.” 세 작은 요괴는 등을 옮겨 놓고 버드나무 몽둥이를 들어 다시 행자의 머리통을 때렸으니, 마치 딱따기를 두드리는 것 같아서 똑딱 똑딱, 똑똑 똑딱, 몇 대는 빠르게 몇 대는 느리게 두드렸다. 밤이 깊어 가자 모두 꾸벅꾸벅 졸며 잠이 들었다.

행자가 곧 둔법을 써서 몸을 작게 하여 밧줄에서 빠져나왔다. 털을 털고 옷매무새를 정리한 뒤 귓속에서 몽둥이를 꺼내 한 번 흔들자 물동이만큼 굵고 두 길이나 길어졌다. 그는 세 작은 요괴를 향해 말했다. “이 몹쓸 짐승들아, 너희 제법 할아범을 여러 번 때렸구나! 할아범은 아무 탈이 없으니, 할아범도 이 몽둥이로 너희를 좀 눌러 보마, 어떠한지 두고 보자!” 세 작은 요괴를 가볍게 한 번 누르니 곧 고기 떡 세 개가 되어 버렸다. 그러고는 다시 등불을 밝히고 사오정의 결박을 풀어 주었다. 저팔계는 묶인 지 오래되어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형님! 내 손발이 다 묶이어 부었는데 어찌하여 나를 먼저 풀어 주지 않으시오!” 그 멍청이가 목청껏 소리치자 그만 늙은 요괴를 놀라 깨우고 말았다. 늙은 요괴가 벌떡 일어나며 물었다. “누가 풀어 주었느냐?” 행자는 이 소리를 듣고 입으로 후 불어 등을 끄고는 사오정 일행도 돌보지 않은 채 쇠몽둥이를 휘둘러 몇 겹의 문을 부수고 달아났다. 그 늙은 요괴는 가운데 방으로 나와 외쳤다. “어린 놈들아, 어찌하여 등불이 없어졌느냐? 혹 사람이 달아난 것은 아니냐?” 한 번 불러도 아무도 대답이 없고, 다시 한 번 불러도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등불을 가져다 비추어 보니 땅바닥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기 떡 세 덩이가 있었다. 늙은 왕 부자와 당승과 팔계는 그대로 있는데 행자와 사승만 보이지 않았다. 불을 밝히고 앞뒤로 쫓아가 살펴보다가 문득 사오정이 여전히 낭하에 등을 붙이고 서 있는 것을 보고 그를 단번에 움켜잡아 쓰러뜨리고는 예전처럼 도로 묶었다. 다시 행자를 찾아보니 여러 겹의 문이 모두 부서져 있었으므로, 행자가 부수고 달아난 줄을 알아채고도 뒤쫓지 않고 깨진 문을 기워 대고 가려 대며 집안을 굳게 지켰으니 여기서는 말하지 않는다.

각설하고 손대성이 구곡반환동을 나와 상서로운 구름을 타고 곧장 옥화주로 돌아오니, 성두 위에서 각 방의 토지신과 성황신이 허공에 나와 머리를 조아리며 맞이하였다. 행자가 말했다. “너희는 어찌하여 이제야 밤에 와서 보이느냐?” 성황이 아뢰었다. “소신들은 대성께서 옥화주로 내려오신 줄 알았사오나 현명한 왕이 후하게 대접하고 머물게 하였으므로 감히 뵙지 못하였나이다. 이제 왕자들이 요괴를 만나고 대성께서 마귀를 항복시키신 줄 알고 특별히 엎드려 맞이하러 왔나이다.” 행자가 꾸짖고 있는데, 또 금두게제와 육갑육정 신장이 토지 한 분을 압송하여 앞에 꿇어앉으며 아뢰었다. “대성께옵서, 저희가 이 땅의 귀신을 잡아 왔나이다.” 행자가 호통쳤다.

“너희는 죽절산에서 내 스승을 보호하지 않고 어찌하여 여기까지 떠들며 왔느냐?” 정갑 신장이 아뢰었다. “대성께옵서, 저 요괴는 대성께서 달아나신 뒤 권렴대장을 도로 붙잡아 예전처럼 묶어 두었나이다. 저희는 그의 법력이 너무나 크므로 죽절산 토지를 압송하여 이리로 데려왔나이다. 이 자는 그 요괴의 내력을 알고 있사오니 대성께서 한번 캐물어 보시옵소서. 그리하면 다스리기 쉬워져 성스러운 승려와 현명한 왕의 고통을 구해 낼 수 있나이다.” 행자가 이 말을 듣고 몹시 기뻐하니, 그 토지가 바들바들 떨며 머리를 조아리고 아뢰었다. “저 늙은 요괴는 재작년에 죽절산으로 내려왔나이다. 저 구곡반환동은 본디 사자 여섯 마리의 소굴이었는데, 그 사자 여섯 마리는 늙은 요괴가 온 뒤로 모두 그를 조옹으로 받들어 모셨나이다.”

“그 조옹이란 자는 구두사자로 호가 구령원성이올시다. 그를 멸하려면 반드시 동극묘암궁에 가서 그의 주인을 청해 오셔야 비로소 항복을 받을 수 있사옵니다. 다른 누구는 그를 사로잡을 생각을 아예 하지도 못하나이다.” 행자가 이 말을 듣고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가 말했다. “동극묘암궁이라면 태을구고천존이로구나. 그의 자리 아래에 있는 것이 바로 구두사자이니라. 그렇다면——” 하고는 곧 명했다. “게제와 정갑은 토지와 함께 도로 가서 스승님과 사제, 그리고 주 왕 부자를 은밀히 보호하라. 이곳 성황은 성을 지키니 물러가라.” 뭇 신이 하나하나 명을 받들어 가 버렸다.

이 대성이 근두운을 타고 밤을 새워 앞으로 달려가니, 인시 무렵에 동천문 밖에 이르렀는데, 마침 광목천왕이 천정과 역사를 거느린 행렬과 마주쳤다. 모두가 멈추어 서서 두 손을 모시고 예를 올리며 맞이하여 말했다.

“대성께서는 어디로 가시는 길이오?” 행자가 여러 신에게 예를 마치고 말했다. “묘암궁에 가 볼까 하오.” 천왕이 말했다.

“서천으로 가는 길을 두고 어찌 또 동천으로 오셨소?” 행자가 말했다. “옥화주에 이르러 주 왕의 후한 대접을 받았는데, 그가 세 아들을 보내 우리 형제를 스승으로 모시고 무예를 배우게 하였소. 뜻밖에 사자 요괴 한 무리를 만났소. 이제 알아보니 묘암궁의 태을구고천존이 그 요괴의 주인이시라, 그를 청해 나를 위하여 요괴를 항복시키고 스승을 구해 달라 하려 하오.” 천왕이 말했다. “그쪽에서 네가 남의 스승이 되려 하였기에 이 사자 한 굴을 불러들인 것이로구나.”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바로 그 때문이오! 바로 그 때문이오!” 뭇 천정과 역사가 하나하나 두 손을 모시고 길을 비켜 서 주었다. 대성이 동천문으로 들어가 얼마 안 있어 묘암궁 앞에 이르렀는데, 보라, 채운이 겹겹이 쌓이고 자줏빛 기운이 무성하며, 기와에는 금빛 물결이 일렁이고 문에는 옥으로 된 짐승이 높이 늘어서 있었다. 꽃은 쌍궐에 넘치고 붉은 노을이 감돌며, 해는 숲에 비치고 푸른 안개가 감싸니, 과연 만의 참된 이가 둘러 모시고 천의 성인이 흥왕하누나. 전각은 층층이 비단이요 창문과 난간은 곳곳이 통해 있으며, 청룡이 서려 감싸니 신광이 은은하고 황도의 광휘에 서기가 짙구나. 이는 곧 청화장락의 세계요 동극묘암궁이로다. 그 궁문 안에 무지개 빛 어깨걸이를 두른 선동이 서 있다가 문득 손대성을 보고 곧 궁 안으로 들어가 아뢰었다. “할아범님, 밖에 천궁을 뒤집어 놓았던 제천대성이 왔사옵니다.” 태을구고천존이 이 말을 듣고 곧 시위 뭇 신선을 불러 맞이하게 하였다. 궁중까지 맞아들어가니 천존께서 아홉 빛깔 연꽃 자리 높은 곳에 앉아 계셨는데, 백억의 서광 속에서 행자를 보시고 자리에서 내려와 서로 인사를 나누셨다. 행자가 위를 향해 예를 올리니 천존이 답례하여 말씀하셨다. “대성이여, 몇 해를 보지 못하였구나. 일찍이 네가 도를 버리고 부처께로 돌아가 당승을 모시고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갔다 하니 이제 공행이 다 끝난 모양이로구나.” 행자가 말했다. “공행은 끝나지 않았사오나 또한 이제 가까웠나이다. 다만 이번에 당승을 모시고 옥화주에 이르렀더니 왕자께서 세 아들을 보내 저희 늙은 손오공 등을 스승으로 모시고 무예를 배우게 하였나이다. 저희의 신병 세 가지를 본떠 새로 만들었는데, 뜻하지 않게 밤중에 도적에게 도둑맞았나이다. 날이 밝아 찾아보니 본디 성 북쪽 표두산 호구동의 금털 사자가 정기를 얻어 훔쳐 간 것이었나이다. 제가 꾀를 써서 도로 찾아내니 그 요괴가 곧 여러 사자 요괴를 끌어모아 저와 크게 싸웠나이다. 그 가운데 구두사자 하나가 신통이 광대하여 제 스승과 팔계, 그리고 왕 부자 넷까지 모두 물어 죽절산 구곡반환동으로 가 버렸나이다. 이튿날 저와 사승이 뒤를 따라 찾아갔다가 저희도 함께 물려 갔나이다. 저는 그놈에게 묶인 채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두들겨 맞았으나 요행히 법술을 부려 빠져나왔사옵고, 그들은 지금 그곳에서 죄를 받고 있나이다. 그 지방 토지에게 물어보니 비로소 천존께서 그놈의 주인이심을 알았나이다. 특별히 청하여 항복시켜 구해 주시옵소서.” 천존이 이 말을 들으시고 곧 선장에게 명하여 사자방으로 가서 사노를 불러내어 묻게 하셨다. 그 사노는 깊이 잠들어 있어 뭇 장수가 밀고 흔들어서야 비로소 깨어났으며, 끌려가 가운데 청사에서 뵈었다. 천존이 물으셨다. “그 사자 짐승은 어디 있느냐?” 그 노자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머리를 조아리고는 그저 외쳤다. “살려 주시옵소서! 목숨만 살려 주시옵소서!” 천존이 말씀하셨다. “손대성이 여기 계시니 우선은 너를 때리지 않으리라. 너는 어찌하여 삼가지 못해 구두사자를 놓쳐 버렸는지 어서 말하라.” 사노가 아뢰었다. “할아범님, 제가 지난번에 대천감로전에서 술병 하나를 보고 그만 슬쩍 가져다 마셨나이다. 그만 취하여 깊이 잠이 들어 묶어 두었던 줄도 잊었으니 이 때문에 달아나 버렸나이다.” 천존이 말씀하셨다. “그 술은 태상노군이 보낸 것으로 이름하여 윤회경액이라, 네가 먹었으면 사흘을 깨지 못할 터인데, 그 사자 짐승이 달아난 지 이제 며칠이나 되었느냐?” 대성이 말했다. “토지의 말에 따르면 그놈이 재작년에 내려와 지금까지 이삼 년이 되었다 하옵니다.” 천존이 웃으며 말씀하셨다. “그러하리라! 그러하리라! 천궁의 하루가 속세에서는 한 해이니라.” 그리고 사노에게 이르시기를 “너는 먼저 일어나라, 사죄는 면해 주리니 나와 대성을 따라 아래 세상으로 내려가 그놈을 잡아 오자. 너희 뭇 신선은 모두 돌아가라, 따라올 것 없다.”

천존이 마침내 대성과 사노와 함께 구름을 밟고 곧장 죽절산에 이르니, 저 오방게제와 육정육갑과 본산 토지가 모두 나와 꿇어앉아 맞이하였다. 행자가 물었다. “너희가 보호하였으니 내 스승이 상처를 입지는 않았더냐?” 뭇 신이 아뢰었다. “요괴가 성만 내고 잠이 들어 버렸으니 다시는 무슨 형벌을 쓰지 않았나이다.” 천존이 말씀하셨다.

“내 그 원성아도 또한 오래도록 닦아 도를 얻은 참된 영령이니라. 그가 한 번 소리치면 위로는 세 성인에게 통하고 아래로는 구천에 사무치나니, 예사로운 때에는 함부로 생명을 해치지 않느니라. 손대성이여, 그대가 그의 문 앞으로 가 싸움을 걸어 그를 끌어내라. 그러면 내가 거두어들이겠노라.” 행자가 이 말을 듣고 과연 몽둥이를 빼어들고 동굴 어귀 가까이로 뛰어가 크게 욕했다. “몹쓸 요괴야, 내 사람을 도로 내놓아라! 몹쓸 요괴야, 내 사람을 도로 내놓아라!” 몇 번을 연달아 외쳤으나 그 늙은 요괴는 잠이 들어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행자는 성미가 급해져서 쇠몽둥이를 휘두르며 안으로 쳐들어갔고, 입으로는 줄곧 욕설을 퍼부었다. 그 늙은 요괴가 그제야 놀라 깨어나 마음속으로 크게 노하여 벌떡 일어나며 “쫓아 싸우자!” 호령하고는 머리를 흔들어 곧 입을 벌려 물어 왔다. 행자는 고개를 돌려 밖으로 뛰어나갔다. 요괴가 바깥까지 쫓아가며 욕했다. “이놈의 도적 원숭이야, 어딜 도망가느냐!” 행자가 높은 벼랑 위에 서서 웃으며 말했다. “네가 이리도 크게 무례할 수 있구나! 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줄도 모르느냐! 저기 네 할아범의 주인께서 계시지 않으시냐?” 그 요괴가 벼랑 앞까지 쫓아갔을 때 천존께서 이미 주문을 외우시고 호령하셨다. “원성아! 내가 왔다!” 그 요괴는 주인인 줄 알아보고는 감히 버티지 못하고 네 발을 땅에 붙인 채 그저 머리를 조아렸다. 곁에서 사노가 달려들어 목덜미의 털을 단번에 움켜쥐고는 주먹으로 목을 백여 대나 때리며 입으로 욕했다. “이 몹쓸 짐승아, 어찌하여 훔쳐 달아나 나로 하여금 죄를 받게 하였느냐!” 그 사자 짐승은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못 한 채 감히 몸을 흔들지도 못했다. 사노가 손이 피로하도록 때리고서야 그쳤다. 곧 비단 안장을 그의 등에 얹고 천존께서 올라타시어 호령하여 출발하라 하시니, 그는 소리를 길게 뽑으며 채운을 타고 곧장 묘암궁으로 돌아갔다.

대성이 하늘을 우러러 고마움을 사례하고 동굴 안으로 들어가 먼저 옥화왕을 풀고 다음에 당삼장을 풀었으며, 그 다음에 저팔계와 사승과 세 왕자까지 풀어 주었다. 그리고 동굴 안의 물건을 모조리 수색한 뒤 천천히 느긋하게 사람들을 이끌고 문 밖으로 나섰다. 팔계가 곧 마른 섶나무를 잔뜩 가져다가 앞뒤로 쌓아 올리고 불을 지르니, 구곡반환동 하나가 새까맣게 그을린 깨어진 기와 가마로 변하고 말았다! 대성은 또 뭇 신을 돌려보내고 토지에게는 이곳을 굳게 지키라 명하였으며, 저팔계와 사승에게는 저마다 법술을 부려 왕 부자를 업어 주성으로 돌아가게 하고 자신은 당승을 부축하였다. 오래지 않아 주성에 이르렀는데 날이 점점 저물었고, 왕비와 관리들이 모두 나와 맞이하여 인사를 올렸다. 공양 잔치를 차려 올려 함께 앉아 즐겼다. 장로 사부와 제자들은 그대로 폭사정에서 쉬고 왕자들은 궁으로 들어가 각자 잠이 들었다. 그 밤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이튿날 왕이 다시 명을 내려 채식 잔치를 크게 베풀었으니, 온 관청의 대소 관리가 하나하나 은혜에 감사드렸다. 행자가 또 백정들을 불러 그 산 채로 있던 사자 여섯 마리를 잡게 하고 황사자와 함께 모두 가죗을 벗긴 뒤 고기를 마련하여 올리라 하여 먹고 즐겼다. 전하가 몹시 기뻐하며 곧 잡으라 명하였는데, 한 마리는 본부 안팎의 사람들이 먹고, 한 마리는 왕부 장사 등의 관리들과 나누어 먹고, 다섯 마리는 모두 한두 냥 무게로 토막 내어 교위를 시켜 주성 안팎의 군민들에게 나누어 주어 조금씩이나마 먹게 하였다. 하나는 그 맛을 보게 하려 함이요, 둘은 놀란 가슴을 누그러뜨리려 함이었다. 그 집집마다 사람들로서 우러러보지 않는 이가 없었다. 또 대장장이들이 세 가지 병기를 다 만들어 가지고 와서는 행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었다. “할아범님, 저희 일이 모두 끝났나이다.” 무게가 얼마씩이나 되는지 물으니 대장장이가 아뢰었다. “금고봉이 천 근이요, 아홉 갈래 갈퀴와 항요장이 각각 팔백 근이올시다.” 행자가 말했다. “그만하면 되겠구나.” 그리고 세 왕자를 나와 각각 병기를 잡으라 청하였다. 세 아들이 늙은 왕에게 아뢰었다. “부왕이시여, 오늘 병기가 다 되었나이다.” 늙은 왕이 말했다. “이 병기 때문에 하마터면 우리 부자의 목숨을 잃을 뻔하였노라.” 작은 왕자가 말했다. “다행히 신령하신 스승께서 법술을 베푸시어 우리를 구해 내시고, 또 요사한 무리를 쓸어 버려 뒷근심까지 없애 주셨으니, 참으로 이르기를 바다가 잔잔하고 강물이 맑아 태평한 세상이라 할 것이니이다!” 그 자리에서 늙은 왕 부자가 장인들에게 상을 내려 그 수고를 치하하고, 또 폭사정으로 가서 스승의 은혜에 절하며 감사드렸다.

삼장이 또 대성 등에게 속히 무예를 전하여 길 가는 일에 늦추지 말라 일렀다. 세 사람이 곧 저마다 병기를 휘두르며 왕부 뜰에서 하나하나 전수하였다. 며칠이 되지 않아 그 세 왕자가 연습을 거듭하여 모두 익숙하고 능숙해졌고, 그 밖에 공격하고 물러서는 방책과 빠르고 느린 법도 각각 일흔두 가지 갈래를 갖추었으니 알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하나는 저 여러 왕자의 마음이 굳건하였고, 둘은 손대성이 먼저 신통한 힘을 불어넣어 준 덕분이라, 이것이 곧 천 근의 몽둥이와 팔백 근의 갈퀴와 지팡이를 모두 들어 올리고 휘두를 수 있게 된 까닭이니라. 처음에 제 스스로 부리던 무예와 견주어 보면 참으로 하늘과 못의 차이로다!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으니, 그 시에 이르기를,

선한 경사가 인연이 되어 신령한 스승을 만났거늘, 무예를 익히는 일에 어찌 요사한 사자를 움직일 줄 알았으랴. 뭇 사악함을 쓸어 버려 사직을 편안케 하고, 한 몸으로 귀의하여 변방을 안정시켰구나. 구령이 원양의 이치에 들어맞고, 사면이 도의 열매에 통하였도다. 주고받음에 마음이 밝아 만고에 남기니, 옥화는 오래도록 태평하리라.

그 왕자가 다시 큰 잔치를 베풀어 스승의 가르침에 감사드리고, 또 금과 은을 큰 소반 하나에 가득 차려 내어 그 마음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려 하였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어서 도로 들여가거라! 어서 도로 들여가거라! 우리 같은 출가한 사람이 그것을 어디에 쓰겠느냐?” 저팔계가 곁에서 말했다. “금과 은은 정녕 감히 받을 수 없사오나, 내 이 옷이 저 사자 요괴들에게 당겨 찢어졌으니 다만 우리에게 옷 한 벌로 바꿔 주신다면 그것으로 족히 사랑이라 여기겠나이다.” 그 왕자가 곧 바늘공에게 명하여 빛깔과 무늬를 그대로 본떠 푸른 비단과 붉은 비단과 갈색 비단을 몇 필씩 가져오게 하여 세 분에게 한 벌씩 지어 드렸다. 세 사람이 흔쾌히 받아 저마다 비단 두루마기를 입고 행장을 꾸려 길을 떠나니, 보라, 그 성 안팎에 큰이 작은이 할 것 없이 나한이 범속에 내려오고 산 부처가 세상에 강림하였다고 일컫지 않는 이가 없었다. 북과 피리 소리며 깃발의 빛깔이 거리를 메우고 길을 막으니, 참으로 집집마다 문 밖에서 향불을 사르고 곳곳마다 문 앞에 채색 등을 바치었다. 꽤 먼 곳까지 따라왔다가 돌아가고서야 그 사부와 제자 넷은 비로소 성을 떠나 서쪽으로 갈 수 있었다. 이번 떠남에 온갖 잡된 생각을 단박에 벗어 버리고 오로지 바른 과위에 마음을 두었으니, 이러하였다.

근심 없이 걱정 없이 불계로 오고, 정성을 다한 참된 마음으로 뇌음사로 올라가누나.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