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닦는 공부를 어디에다 힘쓴단 말인가, 말이 거칠어지고 원숭이가 날뛰니 속히 잘라 낼지니라. 굳게 잡아 굳게 매어 두면 오색이 피어나고, 잠시 멈추고 잠시 머물면 세 갈래 길에 떨어지느니라. 제멋대로 두어 신령한 단약이 새어 나가게 하면, 조금만 늘어져도 옥 같은 성품이 말라 버리리라. 기쁨과 노여움과 근심과 생각을 말끔히 쓸어 버려야 하니, 현묘함을 얻고 오묘함을 얻고 나면 꼭 없는 듯하리라.
각설하고 당승 사부와 제자 넷은 옥화성을 떠나 길을 나섰는데 가는 내내 평안하기가 참으로 이른바 극락의 고장이라 할 만하였다. 닷새나 엿새쯤 가니 또 한 성곽이 눈에 들어왔다. 당승이 행자에게 물었다. “여기는 또 어느 곳이냐?” 행자가 말했다. “성곽이옵니다만 성 위에 깃대만 서 있고 깃발은 없사오니 어느 고장인지 알 수 없나이다. 가까이 가서 다시 여쭙겠나이다.” 동쪽 관문 밖 거리에 이르러 보니 양쪽 찻집과 술집이 떠들썩하고 쌀전과 기름방이 북적거렸다. 거리에는 한가로이 어슬렁거리는 한량 몇이 있었는데, 저팔계의 긴 주둥이와 사화상의 검은 얼굴과 손행자의 붉은 눈을 보고는 우르르 몰려들어 서로 다투어 구경하였다. 다만 감히 앞으로 다가와 묻지는 못하였다. 당승은 식은땀을 쥐며 그들이 화를 불러올까 두려워하였다. 또 골목 어귀 몇 개를 지났으나 아직 성 안에 이르지 못했는데 문득 산문 하나가 보였고 문 위에 자운사라는 세 글자가 걸려 있었다. 당승이 말했다. “여기 잠시 들어가 말도 좀 쉬게 하고 공양이나 한 번 받는 게 어떠하냐?” 행자가 말했다. “좋나이다! 좋나이다!”
사부와 제자 넷이 마침내 함께 들어갔다. 그 안을 보니 이러하였다. 보배 누각은 장엄하고 화려하며, 보좌는 높이 솟아 있었다. 불각은 구름 밖에 솟았고 승방은 달빛 속에 고요하였다. 붉은 노을 아스라이 부도탑이 우뚝하고, 푸른 나무 그늘 숲속에 윤장대가 맑았다. 참된 정토요 가짜 용궁이라, 대웅전 위로 자줏빛 구름이 감돌았다. 양쪽 행랑에는 한가한 이들의 희롱이 끊이지 않고, 탑 하나는 늘 열려 있어 객들이 올랐다. 화로의 향불은 때때로 피어오르고, 등잔의 불꽃은 밤마다 반짝였다. 문득 방장에서 금종 소리 울려 퍼지니 부처를 모시는 승려가 경을 소리 내어 외웠다. 넷이 한창 구경하고 있는데 행랑 아래에서 중 하나가 걸어 나와 당승에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 “스승님께서는 어디서 오셨나이까?” 당승이 말했다. “중화 당나라에서 온 사람이오.” 그 중이 몸을 던져 절하니 당승이 황급히 부축하며 말했다. “원주께서는 어찌하여 이런 큰례를 행하시나이까?” 그 중이 두 손을 모으고 말했다. “이곳에서 선을 좇는 사람들은 경을 보고 부처를 외우며 모두 중화 땅에 가서 태어나기를 바라옵니다.
방금 스승님의 풍채와 의관을 뵈옵고 보니 과연 전생에 닦은 바 있어야 이런 수용을 얻는 것이라, 그만 절을 올렸나이다.” 당승이 웃으며 말했다. “황송하오! 황송하오! 내 제자는 걸식하며 다니는 중이라 무슨 수용이 있겠소! 원주께서 이곳에서 한가로이 몸을 편히 기르시는 것만 같지 못하리이다.” 그 중이 당승을 모시고 정전에 들어가 불상에 절을 올렸다. 당승이 그제야 불렀다. “제자들아, 이리 오너라.” 본래 행자 세 사람은 그 중이 스승과 말을 주고받는 것을 보고는 모두 얼굴을 돌린 채 말을 끌고 짐을 지키며 한곳에 서 있었으므로 그 중은 마음에 두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당승이 제자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세 사람이 그제야 얼굴을 돌렸다. 그것을 본 그 중이 놀라 외쳤다. “어르신! 제자분들이 어찌 그리도 흉측하나이까?” 당승이 말했다. “흉하기는 흉해도 제법 법력이 있어 한길로 줄곧 그들의 보호를 크게 입었소.” 한창 말하는데 안에서 또 중 몇이 나와 예를 갖추었다. 먼저 본 그 중이 뒤에 온 이들에게 말했다. “이 스승님은 중화 대당에서 온 인물이시오, 저 세 분이 그 고제들이오.” 중들이 기뻐하면서도 두려워하며 말했다. “스승님께서는 중화 대국에서 이곳에 와서 무엇을 하시나이까?” 당승이 말했다. “나는 당왕의 성지를 받들고 영산으로 가 부처께 절하고 경을 구하는 길이오. 마침 보방을 지나다가 특별히 상찰을 찾아왔으니, 하나는 지명을 묻기 위해서요, 또 하나는 공양 한 끼 얻어먹고 길을 가기 위해서요.” 그 승려들이 저마다 기뻐하며 다시 방장으로 모셨는데, 방장 안에는 인가에서 재를 올리는 중 몇이 또 있었다. 먼저 들어간 그 중이 또 외쳤다. “너희 모두 나와 중화 인물을 보아라. 중화에는 준수한 이도 있고 흉한 이도 있으니, 준수한 이는 참으로 그려 내기 어렵고 흉한 이는 몹시 괴상하구나.” 그 많은 중이 재주들과 함께 나와 인사를 나누었다. 인사가 끝나자 저마다 자리에 앉았다. 차를 마시고 난 뒤 당승이 물었다. “귀향은 어느 지명이오?”
중들이 말했다. “이곳은 천축국의 외군인 금평부이옵니다.” 당승이 말했다. “귀부에서 영산까지는 아직 얼마나 머니이까?” 중들이 말했다. “여기서 도성 아래까지가 이천 리이옵니다. 그것은 저희가 걸어 본 길이옵니다. 서쪽으로 영산에 이르는 길은 저희가 걸어 보지 못하였사오니 얼마나 더 남았는지 알지 못하옵고 감히 함부로 대답하지 못하겠나이다.” 당승이 고마워하였다.
이윽고 공양이 차려져 올라왔다. 공양을 마치고 당승이 떠나려 하자 중들과 재주가 붙들고 간청하였다. “스승님, 마음 편히 하루나 이틀 더 머무시어 원소절을 지내고 구경이나 하시고 가셔도 무방하지 않사옵니까.” 당승이 놀라 물었다.
“제자는 길 위에서 산과 물만 알았사옵고 요괴나 마귀를 만날까 두려워한 나머지 세월을 다 놓쳐 버렸사오니, 원소절 가절이 언제인지 알지 못하옵니다.” 중들이 웃으며 말했다. “스승님께서 부처께 절하고 선을 깨우치는 마음이 무거우시니 이런 것을 생각에 두지 않으신 것이외다. 오늘이 정월 열사흘이옵니다. 저녁이면 등을 시험해 켜고, 모레 보름이 상원이옵니다. 열여드레나 열아흐레가 되어서야 등을 거두어들이옵니다. 이곳 사람들은 잔치를 좋아하옵고 본부 태수 나으리께서도 백성을 사랑하시어, 각 지방마다 모두 등을 높이 걸고 밤새도록 피리와 퉁소를 불어대옵니다. 또 금등교라는 것이 있사온데 상고 때부터 전해 내려와 지금까지 성하옵니다. 나으리들께서 며칠만 너그럽게 머물러 주시옵소서, 이 황산에서도 넉넉히 대접해 올릴 수 있사옵니다.” 당승이 어쩔 수 없어 하는 수 없이 모두 머물렀다. 그날 저녁 불전에서 종과 북 소리가 하늘을 울리는 것이 들렸으니, 이는 저잣거리의 신도들이 등을 가져와 부처에게 바치는 것이었다. 당승 일행은 모두 방장에서 나와 등을 구경하고는 제각기 자리로 돌아가 잠들었다.
이튿날 절의 중들이 또 공양을 올렸다. 먹기를 마치고 함께 뒷동산으로 나가 한가로이 거닐었다. 과연 좋은 경치라 이러하였다.
때는 바야흐로 정월이요 해는 새봄에 이르렀다. 동산과 숲은 그윽하고 아담하며 경치와 사물은 아름답고 무성하였다. 사철 꽃과 나무가 기이함을 다투고, 온 산봉우리는 겹겹이 푸르름을포개었다. 섬돌 앞에 향초가 움을 틔우고, 늙은 매화 가지에서 향기가 피어났다. 붉은빛은 복숭아꽃의 여린 속으로 스며들고, 푸른빛은 버들빛의 새로움으로 돌아왔다. 금곡원의 부유함과 화려함을 자랑하지 말라 하고, 망천도의 유풍도 함부로 말하지 말라. 물줄기 하나 흘러가는데 물오리가 나타났다 숨었다 일정하지 않고, 대나무 천 그루 심겼거늘 묵객들이 시구를 다듬느라 아직 정하지 못하였다. 작약꽃, 모란꽃, 자미꽃, 함소화는 하늘의 기틀이 막 깨어나고, 동백꽃, 홍매화, 영춘화, 서향화는 고운 바탕이 먼저 피어났다. 그늘진 벼랑에 쌓인 눈은 아직 얼음을 머금었건만, 멀리 있는 나무에 떠오른 안개는 벌써 봄을 띠었다. 또 보니 사슴은 못가로 가서 그림자를 비추고, 학은 소나무 아래로 와 거문고 소리를 들었다. 동쪽에 몇 채 행랑, 서쪽에 몇 개 정자에는 나그네가 와서 묵어 가고, 남쪽에 몇 채 당, 북쪽에 몇 기 탑에서는 중이 고요히 좌선하였다. 꽃과 풀 가운데에는 성품을 기르는 누각 한두 채가 있어 처마를 겹으로 높이 들어올렸고, 산수 사이에는 마귀를 단련하는 방 세네 곳이 있어 책상이 깨끗하고 창이 밝았다. 참으로 천연으로 숨어 살기에 넉넉하거늘, 또 어찌 다른 곳에서 봉래와 영주를 찾으랴. 사부와 제자들은 하루를 즐기며 구경하고, 전각에서 등을 본 뒤에 또 모두 나가 등놀이를 구경하였다.
그런데 보니 이러하였다. 마노로 꾸민 꽃 성이요, 유리로 만든 신선의 굴이며, 수정과 운모로 된 여러 궁전이라, 겹겹이 수놓은 비단 같고 포개포개 영롱하였다. 별다리의 그림자가 흔들리니 하늘과 땅이 움직이고, 몇 그루 불꽃 나무가 붉게 흔들리는구나. 여섯 거리에는 피리와 북소리, 천 집 문에는 옥 같은 달, 만 호에는 향기로운 바람이라. 몇 군데 자라 봉우리가 높이 솟아 있고, 물고기와 용이 바다에서 나오고 난새와 봉황이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등불과 달빛이 어우러져 화기롭기가 그지없었다. 비단 무리 속에서 사람마다 피리와 노래 듣기를 즐기고, 수레와 말이 우르르 굉장하였다. 꽃 같은 얼굴과 옥 같은 모습을 다 보지 못하겠고, 풍류와 호협한 이들, 아름다운 경치가 끝이 없었다. 일행은 이미 이 절에서 등을 구경한 뒤 또 동문 밖 거리마다 가서 놀았다. 이경이 되어서야 비로소 돌아와 잠자리에 들었다.
이튿날 당승이 중들에게 말했다. “제자는 본래 탑을 쓸겠다는 원이 있었사오니, 오늘이 상원 가절이니 원주께서는 탑문을 열어 주시어 제자가 그 원을 풀게 해 주시옵소서.” 중들이 곧 문을 열었다. 사오정이 가사를 꺼내어 당승을 따라 탑에 올라가 맨 아래층에서 가사를 걸치고 부처께 절하고 축원을 마친 뒤, 곧 빗자루로 한 층을 쓸고 가사를 벗어 사오정에게 건네고는 또 이층을 쓸어, 한 층 한 층 맨 꼭대기까지 쓸어 올라갔다. 그 탑은 층층이 부처가 모셔져 있고 곳곳에 창이 열려 있어, 한 층을 쓸고 나면 한 층을 감상하며 찬미하였다.
쓸기를 마치고 내려오니 어느덧 날이 저물어 또 등을 밝혀 들었다. 이날 밤이 바로 정월 보름 원소절이라 중들이 말했다. “스승님, 저희는 그저께와 어젯밤에는 다만 이 황산과 관문 밖 거리에서 등을 보았사옵니다. 오늘 밤이야말로 정월 대보름이오니 성 안에 들어가 금등을 보시는 게 어떠하시옵니까?” 당승이 흔쾌히 따랐고, 행자 세 사람과 이 절의 중 여러 명과 함께 성에 들어가 등을 구경하였다. 이러하였다. 보름 좋은 밤의 가절이라, 상원의 봄빛이 화창하구나. 꽃등이 번화한 저자에 걸렸고, 태평가를 함께 부르는구나. 또 보니 여섯 거리 세 저자의 등불이 밝고, 반 허공에 거울 하나가 막 떠올랐다. 저 달은 마치 풍이가 은쟁반을 밀어 올린 듯하고, 이 등은 선녀가 땅에 깔 비단을 짜 낸 듯하였다. 등이 달에 비치니 광휘가 갑절이나 더해지고, 달이 등을 비추니 찬란함이 열 배는 더해졌다. 쇠사슬로 된 별다리와 등꽃 불나무를 다 보지 못하겠구나. 눈꽃등, 매화등은 봄얼음을 잘게 오려 낸 듯하고, 수놓은 병풍등, 그림 병풍등은 오색을 모아 만들었구나. 호두등, 연꽃등은 등루에 높이 걸렸고, 푸른 사자등, 흰 코끼리등은 등가에 높이 받쳐 들렸다. 새우등, 자라등은 휘장 앞에서 높이 흔들리고, 양등, 토끼등은 처마 아래에서 정신이 없다. 매등, 봉황등은 서로 이어지고 나란히 붙었으며, 호랑이등, 말등은 함께 걷고 함께 달린다. 선학등, 흰 사슴등에는 수성이 올라탔고, 금붕어등, 큰 고래등에는 이백이 높이 올라탔구나. 자라산등은 신선이 모여든 것이요, 주마등은 무장이 서로 싸우는구나. 온갖 집의 등불과 누대가 수만이요, 십여 리에 구름과 안개가 자욱한 세계로다. 저쪽에서는 옥장식 발걸이가 쨍그랑 소리 내며 날아오고, 이쪽에서는 향기로운 수레가 데구르르 굴러 지나간다. 보라, 붉은 단장한 누각 위에서 난간에 기대고 발을 사이에 두고 어깨를 나란히 하고 손을 잡고 쌍쌍이 미녀가 즐거움을 탐하는구나. 푸른 물가 다리 곁에서는 떠들썩하고 비단처럼 빽빽하며 취해 있고 즐거워하며, 쌍쌍이 나그네가 채색을 희롱하는구나. 성 안 가득 피리와 북소리가 떠들썩하고, 밤이 새도록 생황 소리와 노래가 끊이지 않았다. 이를 두고 지은 시가 있으니, 시에 이르기를, 비단 무늬 펼친 마당에서 채련을 부르고, 태평한 경내에 인가가 모였구나. 등은 밝고 달은 흰 원소절 밤이요, 비는 순하고 바람은 고르니 크게 풍년이 들 해로다.
이때는 바로 금오가 통행을 금하지 않는 밤이라, 떠들썩하게 수많은 인파가 몰려나와 춤추는 이, 목마 타는 이, 귀신 분장을 한 이, 코끼리를 탄 이가 동쪽에 무리, 서쪽에 떼를 지어 있어 다 볼 수가 없었다. 막 금등교에 이르렀을 때 당승과 중들이 앞으로 다가가 보니 그것은 금빛 등 세 개였다. 그 등은 독만 한 크기였는데, 위로는 영롱하게 아로새긴 이층 누각이 얹혀 있었고 그것은 모두 가는 금실로 엮어 만든 것이었다. 안쪽에는 유리 얇은 조각을 받쳐 두어 그 빛이 달을 흔들고 그 기름은 향기를 뿜어냈다. 당승이 돌아서서 중들에게 물었다. “이 등은 무슨 기름이오? 어찌 이토록 기이한 향기가 코를 찌르는 게요?” 중들이 말했다. “스승님께서는 모르시옵니다만, 이 부의 뒤쪽에 현 하나가 있사온데 이름을 민천현이라 하옵니다. 그 현은 사방 이백 사십 리이옵니다. 해마다 요역을 조사하여 편성하옵는 데 등 기름을 대는 큰 집이 모두 이백 사십 집이옵니다. 부와 현의 여러 가지 요역은 그래도 견딜 만하옵니다마는, 오직 이 큰 집들이 몹시 시달리옵니다. 집마다 한 해를 맡으면 은자 이백 냥이 넘게 들어가옵니다. 이 기름은 예사 기름이 아니옵니다. 바로 소합향유이옵니다.
이 기름은 한 냥에 은 두 냥 값이옵고 한 근에 서른두 냥 은값이옵니다. 등이 셋이옵고 독마다 오백 근씩이니 세 독에 모두 천오백 근이옵니다. 모두 은자 사만 팔천 냥이 되옵니다. 그 밖에 잡다한 비용과 부대 비용을 합하면 오만여 냥이 넘사온데, 사흘 밤을 밝히는 데에만 쓰이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그 많은 기름을 사흘 밤에 어찌 다 태워 버린단 말이오?” 중들이 말했다. “이 독 안에는 독마다 큰 심지 마흔아홉 개가 있사온데, 모두 등심대로 묶은 다발에 명주솜을 감은 것이옵니다. 굵기가 달걀만 하옵니다. 다만 오늘 밤을 밝히고 나면 부처님께서 몸을 나타내시는 것을 뵙게 되옵니다. 이튿날 밤에는 기름도 없어지고 등도 흐려지옵니다.” 저팔계가 곁에서 웃으며 말했다. “부처님께서 기름까지 거두어 가시는 게로구나.” 중들이 말했다. “바로 그렇게들 말하옵니다. 성 안 사람들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모두 이런 전설을 믿사옵니다. 기름이 마르면 사람들은 모두 부처께서 등을 거두어 가신다고 하옵니다. 그리하면 저절로 오곡이 풍성해지옵니다. 만일 어느 해인가 마르지 않으면 곧 그해가 흉년이 들고 비바람이 고르지 못하옵니다. 그래서 사람마다 다 이 공양을 바치려 하옵니다.”
한창 말하고 있는데 문득 허공에서 휘이잉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등을 구경하던 사람들이 놀라 모두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 중들도 발을 붙이고 서 있지 못하며 말했다. “스승님, 돌아가시지요. 바람이 불어왔사옵니다. 부처님께서 상서를 내리시어 이곳에 오셔서 등을 보시는 것이옵니다.” 당승이 말했다. “어찌 부처께서 등을 보러 오신 줄 아시오?” 중들이 말했다.
“해마다 이러하옵니다. 삼경이 되기 전에 바람이 불어오면 여러 부처께서 상서를 내리시는 줄로 알았사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두 피하옵니다.” 당승이 말했다. “내 제자는 본래 부처를 생각하고 부처를 외며 부처께 절하는 사람이오. 오늘 좋은 경치를 만났사온데 과연 여러 부처께서 강림하신다면 이 자리에서 절을 올리는 것이 얼마나 좋겠소.” 중들이 거듭 청하였으나 돌아가지 않았다. 이윽고 바람 속에서 과연 부처의 몸 세 분이 나타나더니 등 가까이 다가왔다. 당승이 황급히 다리 위로 뛰어 올라가 몸을 던져 절을 하였다. 행자가 급히 끌어당기며 말했다. “스승님, 좋은 이가 아니옵니다. 틀림없이 요사한 것들이옵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등불이 캄캄해지더니, 휙 소리와 함께 당승을 안아 들고 바람을 타고 가 버렸다. 아, 어느 산 어느 굴의 참된 요괴인고, 오랜 세월 가짜 부처가 되어 금등을 보고 있었구나. 놀란 저팔계가 양쪽으로 찾아다니고 사오정이 좌우에서 불러댔다. 행자가 외쳤다. “동생들! 여기서 부를 필요 없소. 스승님께서 즐거움이 지나쳐 슬픔을 낳으셨소. 이미 요정에게 잡혀 가셨소!” 그 중 몇이 겁을 먹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어찌 요정에게 잡혀가신 줄 아시나이까?”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원래 너희 범인의 무리는 여러 해를 두고 알아차리지 못하여 요사한 것에게 홀려 참 부처께서 상서를 내리신 줄로만 여기고 이 등공양을 받게 하였구나. 조금 전에 바람이 불던 곳에 부처의 몸을 나타낸 자들이 바로 그 세 요정이었다. 우리 스승님도 알아보지 못하시고 다리 위로 올라가 절을 하셨다가, 그놈들이 등불을 어둡게 하고 그릇에 기름을 담아 우리 스승님까지 함께 잡아 갔느니라. 내가 조금 늦게 움직였더니 그 세 놈이 바람으로 변해 달아나 버렸노라.” 사오정이 말했다. “형님, 이제 어찌하면 좋겠소?” 행자가 말했다. “망설일 것 없소. 너희 둘은 중들과 함께 절로 돌아가 말과 짐을 지키시오. 노손이 이 바람을 타고 뒤쫓아 가겠노라.”
위대한 대성이라, 급히 근두운을 타고 허공으로 솟아올라 그 비린내 나는 바람 기운을 맡으며 동북쪽을 향해 곧장 쫓아갔다. 날이 샐 때까지 쫓아가니 홀연 바람이 그치고 큰 산 하나가 보였는데 몹시 험준하고 참으로 우뚝 솟아 있었다. 좋은 산이로다. 겹겹이 골짜기요, 구불구불 샘물이라. 등나무와 칡이 깎아지른 벼랑에 드리웠고, 소나무와 잣나무가 허공에 선 바위 위에 우뚝 섰구나.
학은 아침 안개 속에서 울고, 기러기는 새벽 구름 사이에서 우느니라. 높고 높이 솟은 봉우리는 창을 벌여 세운 듯하고, 불쑥불쑥 울퉁불퉁 바위는 쌓아 올린 듯하구나.
산꼭대기는 만 길이나 높고 험한 고개는 천 굽이를 포개었구나. 들꽃과 아름다운 나무는 봄을 알고 피어나고, 두견새와 꾀꼬리는 경치에 어울려 고운 자태를 뽐내누나.
높고 빼어나며 참으로 험준한 바위라, 괴상하고 기이하여 험하고 또 어려웠다. 한참을 멈추어 구경하노라니 사람은 말이 없고, 다만 범과 표범의 코 고는 소리만 들려왔다. 사향노루와 흰 사슴이 오가고, 옥토끼와 푸른 이리가 갔다가 돌아왔다. 깊은 계곡물은 천만 리를 흘러가고, 소용돌이가 바위에 부딪혀 철썩철썩 소리를 내누나. 대성이 산벼랑 위에서 길을 찾고 있는데, 문득 네 사람이 양 세 마리를 몰고 서쪽 비탈 아래에서 일제히 “개태”를 외치며 올라왔다. 대성이 불꽃눈을 번쩍이며 자세히 살펴보니, 연·월·일·시를 맡은 사값공조의 사자들이 모습을 감추고 형상을 바꾸어 온 줄 알아차렸다. 대성이 곧 쇠몽둥이를 빼어 들어 한 번 흔들자 사발만 한 굵기에 길이가 한 길 두 자가 되었다. 벼랑 아래로 뛰어내리며 호통쳤다.
“너희는 모두 머리를 감추고 목을 움츠린 채 어디로 가느냐!” 사값공조는 제 속을 들킨 줄 알고 황급히 양 세 마리를 호통쳐 흩어 버리고 본모습을 드러낸 뒤, 길옆으로 비켜 서서 예를 올리며 말했다. “대성이시여, 용서하옵소서! 용서하옵소서!” 행자가 말했다. “요새야 너희를 쓸 일이 없었더니, 노손이 너그러운 줄만 알고 하나같이 게을러져서 와서 얼굴 한 번 비치지도 않는구나! 이게 어찌 된 일이냐! 너희는 그늘에서 우리 스승을 보호하지 않고 다 어디로 갔었느냐?” 공조가 아뢰었다. “스승님께서 선심이 느슨해지시어 금평부 자운사에서 즐거움을 탐하셨사옵니다. 그리하여 태극이 막히고 즐거움이 성하여 슬픔이 되었사옵니다. 이제 요사한 놈에게 잡히셨사옵니다. 그 곁에는 호법 가람이 지켜 주고 있사옵니다. 저희는 대성께서 밤을 새워 찾으실 줄 알았사옵니다. 대성께서 산과 숲을 모르실까 염려되어 특별히 와서 알려 드리옵니다.” 행자가 말했다. “알려 주러 왔다면서 어찌 이름을 감추고 양 세 마리를 몰고 가며 떠들썩하게 외치고 있었느냐?” 공조가 말했다. “이 양 셋을 마련하여 개태라는 말에 응하게 하였사옵니다. 이름하여 삼양개태라 하오니, 스승님의 막힌 운을 풀어 드리려는 뜻이었사옵니다.”
행자가 성이 나서 때리려다가 그 뜻이 있음을 알고는 그만두고, 몽둥이를 거두어 노여움을 거두고 기뻐하며 말했다. “이 산이 바로 요정들이 사는 곳이냐?” 공조가 말했다.
“그러하옵니다. 그러하옵니다. 이 산 이름은 청룡산이옵니다. 안에 굴이 있사온데 이름은 현영동이옵니다. 굴 속에 요정이 셋 있사옵니다. 큰놈 이름은 벽한대왕이요, 둘째는 벽서대왕이라 하고, 셋째는 벽진대왕이라 하옵니다. 이 요정이 이곳에 있은 지 천 년이 되었사옵니다. 놈들은 어려서부터 소합향유 먹기를 좋아하였사옵니다. 예전에 정기를 이룬 뒤 이곳에 와서 부처의 형상을 거짓으로 꾸며 금평부 관리들을 속여 금등을 세우게 하고 등 기름을 소합향유로 쓰게 하였사옵니다. 놈들은 해마다 정월 보름이 되면 부처로 변하여 기름을 거두어 갔사옵니다. 올해는 스승님을 만났사옵니다. 놈들이 성스러운 중의 몸인 줄 알아차리고 스승님까지 굴 안으로 잡아들였사옵니다. 머지않아 스승님의 살을 베어 썰어 소합향유에 지져 먹으려 하옵니다. 어서 힘을 쓰시어 구해 내시옵소서.” 행자가 그 말을 듣고 사공조를 호통쳐 물러가게 한 뒤 산벼랑을 돌아 굴을 찾았다. 몇 리를 가지 않아 시냇가에 돌벼랑 하나가 보였고, 벼랑 아래에 돌집이 있었는데 문 두 짝이 반쯤 열려 있었다. 문 곁에 돌비석이 서 있고 그 위에 여섯 글자가 적혀 있었으니 바로 청룡산 현영동이었다. 행자가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고 발을 멈추고 서서 외쳤다. “요괴들아!
어서 우리 스승님을 내보내라!” 그곳에서 와장창 소리와 함께 문이 활짝 열리더니 소머리 정령 한 무리가 달려 나와 멍청한 얼굴로 물었다. “네가 누구기에 감히 여기서 호통치느냐!” 행자가 말했다. “나는 본래 동토 대당에서 경을 구하러 가는 성스러운 중 당삼장의 큰 제자니라. 금평부를 지나다 등놀이를 구경하는데 우리 스승이 네 집 마두에게 잡혀 왔으니, 어서 빨리 돌려보내라. 그러면 너희 목숨은 살려 주마! 만일 그렇지 않으면 너희 소굴을 뒤집어 엎어 너희 무리를 모두 고름과 피로 만들어 버리리라!”
그 작은 요괴들이 그 말을 듣고 급히 안으로 달려 들어가 아뢰었다. “대왕! 큰일 났사옵니다! 큰일 났사옵니다!”
세 늙은 요괴는 당승을 그 굴 깊은 곳에 잡아다 놓고, 무슨 시비를 가릴 것도 없이 작은 놈들에게 옷을 벗기고 여울의 맑은 물을 길어 깨끗이 씻게 한 뒤 잘게 썰고 곱게 다져 소합향유에 지져 먹으려고 꾀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큰일”을 알리는 소리가 들리자 몹시 놀라며 무슨 까닭인지 물었다. 작은 요괴가 아뢰었다. “대문 앞에 털북숭이 얼굴에 부리 같은 입을 한 중 하나가 와서 떠들며 하옵기를, 대왕께서 제 스승을 잡아왔으니 어서 내보내어 우리 목숨을 살려 달라 하옵니다. 그렇지 않으면 소굴을 뒤집어 엎어 우리를 모두 고름과 피로 만들겠다 하옵니다!” 그 늙은 요괴들이 그 말을 듣고는 저마다 놀라며 말했다. “이제 이놈을 잡아 놓고도 아직 성명과 내력을 묻지 않았구나. 작은 놈들아, 우선 옷을 입혀 데려와서 한번 심문해 보자. 과연 누구이며 어디서 온 놈인지.” 요괴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당승의 포승을 풀고 옷을 입혀 좌석 앞으로 밀어 넣었다. 겁에 질린 당승이 벌벌 떨며 아래에 무릎을 꿇고는 다만 외쳤다. “대왕이시여, 살려 주시옵소서! 살려 주시옵소서!” 세 요정이 입을 모아 말했다. “너는 어느 곳에서 온 중이냐? 어찌 부처의 형상을 보고 피하지 않고 내 구름길을 범하였느냐?” 당승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빈승은 동토 대당 황제 폐하의 명을 받들고 천축국 대뇌음사로 가서 부처께 절하고 경을 구하러 가는 중이옵니다. 금평부 자운사에 이르러 공양을 받다가 그 절 중들이 원소절을 지내며 등을 보라고 붙잡아 주었사옵니다. 금등교 위에 있는데 대왕께서 부처의 형상을 나타내시옵니다. 빈승은 속된 눈과 범인의 몸이라 부처를 보자마자 절을 올렸사옵니다. 그리하여 대왕의 구름길을 범하게 되었사옵니다.” 그 요정이 말했다. “네가 동토에서 이곳까지 오는 길이 몹시 머니, 일행이 모두 몇 명이며 이름은 무엇이냐. 어서 사실대로 불어라. 그리하면 내 너의 목숨을 살려 주마.” 당승이 말했다. “빈승의 속명은 진현장이옵니다. 어려서 금산사에서 중이 되었사옵니다. 뒤에 당 황제의 은혜를 입어 장안 홍복사에서 승관이 되었사옵니다.
또 위징 승상이 꿈에 경하의 늙은 용을 베고, 당왕께서 지부를 유람하시고 양세로 돌아오신 뒤 수륙대회를 열어 음혼을 천도하셨사옵니다. 그때 황제께서 빈승을 단주로 뽑아 주시어 도강을 크게 펴게 하였사옵니다. 마침 관세음보살이 나타나 빈승을 가리켜 이르시기를, 서천 대뇌음사에 삼장진경이 있어 망령된 이를 천도하여 승천시킬 수 있다 하시고 빈승을 보내어 가지러 오게 하셨사옵니다. 그리하여 삼장이라는 호를 내려 주셨사옵니다. 당나라를 따라 성을 삼았으므로 사람들이 모두 저를 당삼장이라 부르옵니다. 제자 셋이 있사옵니다. 큰아이는 성이 손이요 이름이 오공이옵니다. 행자라 하옵니다. 제천대성이 바른길로 돌아온 자이옵니다.” 요괴 무리가 그 이름을 듣고 깜짝 놀라며 말했다. “이 제천대성이란 자가 오백 년 전에 천궁을 크게 어지럽힌 그놈이냐?” 당승이 말했다. “그러하옵니다. 그러하옵니다. 둘째는 성이 저요 이름이 오능이옵니다. 팔계라 하옵니다. 천봉대원수가 환생한 자이옵니다. 셋째는 성이 사요 이름이 오정이옵니다. 권렴대장이 범계에 내려온 자이옵니다.” 세 요왕이 그 말을 듣고 저마다 놀라며 말했다. “일찍이 그를 먹지 않았으니 다행이로다. 작은 놈들아, 우선 당승을 쇠사슬로 묶어 뒤편에 가두고, 그 제자 셋을 잡아다 함께 먹도록 하자.” 드디어 산소정·물소정·황소정 한 무리를 뽑아 저마다 병기를 들고 문을 나서서 나팔을 불고 깃발을 흔들며 북을 쳤다.
세 요괴가 갑옷과 투구를 단정히 갖추어 입고 모두 문 밖으로 나와 호통쳤다. “누가 감히 내 앞에서 떠드느냐!” 행자가 돌벼랑 위에 몸을 숨기고 자세히 살펴보니 그 요정들의 생김새가 이러하였다. 채색한 얼굴에 둥근 눈이요, 두 뿔이 우뚝 솟았다. 뾰족뾰족한 네 귀, 영롱한 구멍에서 밝은 빛이 번쩍였다. 온몸의 무늬는 채색 그림 같고, 온몸의 비단 무늬는 날아오르는 꽃잎 같았다. 첫째는 머리에 여우 갖옷 꽃모자를 썼으니 따뜻하고, 얼굴 가득 솟은 털에서 뜨거운 김이 나며, 둘째는 몸에 가벼운 비단을 걸쳤으니 타오르는 불길이 날리고, 네 발굽 꽃무늬가 옥처럼 영롱하며, 셋째는 위풍과 울음소리가 우레처럼 울리고, 날카로운 엄니가 은바늘을 이겼다. 낱낱이 용맹하고 사나우니 손에 든 병기가 세 가지라, 하나는 월부를 쓰고, 하나는 큰 칼을 잘 쓰며, 셋째를 보건대 어깨에 글달등을 가로 메었다. 또 보니 키가 들쭉날쭉하고 살찐 놈 여윈 놈이 섞인 크고 작은 요괴들이 모두 소머리 귀신이라, 저마다 창과 몽둥이를 들었다. 큰 기가 셋이 있었는데 기에 분명히 벽한대왕, 벽서대왕, 벽진대왕이라 쓰여 있었다. 손행자가 한참을 보고는 참지 못하여 앞으로 나서서 크게 외쳤다. “무지한 도적 요괴야! 노손을 알아보겠느냐?”
그 요괴가 호통쳤다. “네가 그 천궁을 어지럽힌 손오공이냐? 참으로 이름은 들어 보았으나 얼굴을 본 적은 없더니, 얼굴을 보니 천신이 부끄러워 죽겠구나! 네가 원래 이런 원숭이 새끼였으면서 큰소리를 치다니!” 행자가 크게 노하여 꾸짖었다. “이놈, 등 기름이나 훔쳐 먹는 도적아! 기름 주둥이 요괴야, 헛소리 말고 어서 우리 스승님을 내놓아라!” 가까이 달려들며 쇠몽둥이를 휘둘러 내리쳤다. 그 늙은 요괴 셋이 세 가지 병기를 들어 급히 막아 맞받았다. 이 한바탕 싸움은 산골짜기에서 대단하였으니, 월부와 강철 칼과 글달등을 원숭이 왕이 홑몽둥이로 맞아 나갔구나. 벽한과 벽서와 벽진의 괴물들이 제천대성의 이름을 알아보는구나. 몽둥이가 오르니 귀신도 겁을 내고, 도끼와 칼이 날아들어 어지럽게 휘날리는구나. 훌륭하구나, 혼원한 법을 지닌 진공의 모습이여! 세 요괴의 가짜 부처 형상을 막아 내었구나. 저 기름을 훔쳐 코를 윤택하게 하던 세 놈이 올해는 걸려들어, 기어코 황제 폐하가 보낸 중을 잡으려 하누나. 이는 스승 때문에 먼 산길을 두려워하지 않고, 저놈은 입 때문에 해마다 등공양을 차리게 하였구나. 쨍그랑 도끼 소리만 들리고, 퍽퍽 몽둥이 소리만 들리는구나.
서로 부딪치고 들이받으며 셋이 하나로 뭉치고, 막고 가리며 저마다 재주를 뽐내누나. 한바탕 싸워 날이 저물어 가니, 누가 지고 누가 이길는지 알 수 없구나. 손행자가 몽둥이 하나로 그 세 요마와 백쉰 합을 싸웠으나 날이 저물어 가도록 승부가 나지 않았다. 그때 벽진대왕이 글달등을 한 번 휘둘러 진 앞으로 뛰어넘고는 기를 한 번 흔들었다. 그러자 소머리 괴물 무리가 앞으로 몰려들어 행자를 가운데 포위하고는 저마다 병기를 휘둘러 마구 내리쳤다. 행자가 일이 좋지 않음을 보고는 휙 소리를 내며 근두운을 타고 패하여 달아났다. 그 요괴들은 더 쫓아오지 않고 무리를 불러 모아 저녁밥을 차려 저마다 먹었다. 또 작은 요괴에게 당승에게도 한 그릇 갖다 주게 하였으나, 손행자 일행을 잡아 온 뒤에야 손을 보려 하였다. 그 스승님은 하나는 오래도록 재계하는 몸이요, 또 하나는 근심과 괴로움 때문이라, 울면서 감히 입술에 대지도 못하였으니, 이는 뒤에 다시 말하리라.
각설하고 행자가 구름을 타고 자운사로 돌아와 “아우들!” 하고 불렀다. 저팔계와 사오정이 그를 기다리며 의논하고 있다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는 일제히 나와 맞으며 말했다. “형님, 어찌 그리 종일 갔다가 이제야 돌아오십니까? 스승님의 행방은 대체 어떠하옵니까?”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어젯밤 바람을 따라 쫓아가 날이 샐 무렵 한 산에 이르렀으나 보이지 않더니, 다행히 사값공조가 소식을 전해 주었느니라. 그 산을 청룡산이라 하고 산중에 현영동이란 굴이 있더라. 굴 속에 요정 셋이 있거늘 벽한대왕, 벽서대왕, 벽진대왕이라 하더라.
본래 여러 해를 두고 이곳에서 기름을 훔치며 부처의 형상으로 거짓 변하여 금평부 관리들을 속여 온 것이더라. 올해 우리를 만나자 좋고 나쁨을 가리지 못하고 도리어 스승님까지 잡아 갔느니라. 노손이 그 사정을 알아내고 공조들에게 은밀히 스승님을 보호하라 일러 두고, 가까이 문 앞으로 가서 욕을 퍼부었지. 그 세 괴물이 일제히 나왔는데 모두 소머리 귀신의 형상이더라. 큰놈은 월부를 쓰고, 둘째는 큰 칼을 쓰며, 셋째는 덩굴 몽둥이를 썼는데, 뒤에 소머리 귀신 떼를 끌고 기를 흔들며 북을 치고 노손과 하루를 싸웠으나 호각이었느니라. 그 요왕이 기를 흔들자 작은 요괴들이 모두 덤벼들고, 날이 저물어 이기지 못할까 염려되어 근두운을 타고 돌아왔노라.” 저팔계가 말했다. “거기는 풍도성 귀왕이 떠드는 게로구나.” 사오정이 말했다. “어찌 풍도성 귀왕이 떠든다고 짐작하느냐?” 저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형님이 소머리 귀신이라 하시니 그러하려니 한 것뿐이네.” 행자가 말했다. “아니다! 아니다! 노손이 보기에 그 괴물들은 서우 세 마리가 정기가 된 것이니라.” 저팔계가 말했다. “서우라면 잡아다 뿔을 톱으로 잘라 내면 은자 몇 냥은 되겠네!” 한창 말하는데 중들이 물었다. “손 나으리께서는 저녁 공양을 드시겠나이까?” 행자가 말했다. “편하면 좀 먹고, 아니면 안 먹어도 좋소.” 중들이 말했다. “나으리께서 하루를 싸우셨으니 어찌 배가 고프지 않으시겠나이까?”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하루쯤이야 어찌 배가 고프겠소! 노손은 오백 년을 먹지 않고 지낸 적도 있소!” 중들은 그것이 사실인 줄 모르고 농담으로만 여겼다. 이윽고 음식을 가져오자 행자도 먹고는 말했다.
“우선 잠자리를 마련하고 내일 우리 모두 함께 맞서 싸워 요왕을 잡아야 비로소 스승님을 구할 수 있소.” 사오정이 곁에서 말했다. “형님,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속담에 머물면 꾀가 는다 하였소. 그 요정이 만일 오늘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스승님을 해쳐 버린다면 어찌하겠소? 지금 당장 가서 놈들이 미처 손쓰지 못하게 떠드는 것만 못하오. 그래야 스승님을 구할 수 있소. 조금만 늦어도 잘못될 것이오.” 저팔계가 그 말을 듣고 신위를 떨치며 말했다. “사 아우 말이 옳소! 우리 모두 이 달빛을 타고 마귀를 항복받으러 가세!” 행자가 그 말을 따라 절의 중들에게 분부했다. “행리와 말을 지켜 두시오. 우리가 요정을 잡아 와서 본부 자사 앞에서 가짜 부처임을 증명하고 등 기름을 면하게 하여 온 고을 백성의 고통을 덜어 준다면 좋지 않겠소?” 중들이 승낙하며 거듭 고마워하였다. 그 세 사람이 드디어 상서로운 구름을 타고 성을 나서 멀리 갔다. 이러하였다.
게으르고 구속 없이 지내니 선심이 어지럽고, 재앙과 위태로움을 정해 두니 도심이 가리우는구나.
이 길의 승패가 과연 어떠할지는 알 수 없거니와,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