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설하고 손대성이 두 아우를 거느리고 바람을 굴리며 구름을 타고 동북 간방으로 향하니, 잠깐 사이에 청룡산 현영동 굴 어귀에 닿아 구름머리를 내렸다. 저팔계가 곧 문을 찍으려 하자 손행자가 말했다. “잠시 참게. 내가 먼저 들어가 스승님이 살아 계신지 어떤지 보고 나서 그놈들과 겨루는 게 좋겠네.” 사오정이 말했다.
“이 문은 굳게 닫혔는데 어찌 들어간단 말이오?” 손행자가 말했다. “내게 법력이 있네.” 대성은 몽둥이를 거두고 결을 쥐어 주문을 외우고는 “변해라!” 하고 외치니 곧 불빛 벌레 한 마리로 변하였다. 참으로 영민하였다. 보라, 그의 모습이 어떠한가. 날개를 펴니 흐르는 별처럼 빛나고, 옛글에 썩은 풀이 반딧불이가 된다 하였도다. 신통한 변화가 결코 가볍지 않으니, 스스로 배회하는 성품을 지녔구나. 돌문 가까이 날아가 매달려 살피고, 곁의 틈새로 바람을 따라 들어간다. 몸을 한 번 솟구쳐 그윽한 뜰에 이르러, 요마의 동정을 엿보는구나. 그가 스스로 날아 들어가 보니 소 몇 마리가 비스듬히 드러누워 있고, 낱낱이 천둥처럼 코를 골며 모두 깊이 잠들어 있었다. 또 가운데 청사 안으로 들어가 보아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사방의 문은 훤히 트였으나 그 세 요정이 어디서 자는지 알 길이 없었다. 막 청사를 돌아 뒤쪽으로 비추어 보니 흐느껴 우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바로 당승이 뒷방 처마 기둥에 매여 울고 있는 것이었다. 손행자가 남몰래 그가 무슨 말을 하며 우는지 귀를 기울이니, 그가 이렇게 울며 말하였다. “장안을 떠난 지 십수 년, 산을 오르고 물을 건너며 온갖 고초를 겪었구나. 다행히 서역에 이르러 좋은 절기를 만나고 기쁘게 금평에 와 상원절을 맞이하였노라. 등불 속의 가짜 불상을 알아보지 못한 것은, 모두 명 가운데 재앙이 있었기 때문이로다. 어진 제자가 위풍을 떨치며 쫓아오니, 바라건대 영웅이 큰 권능을 펼치기를.” 손행자가 이 말을 듣고 마음이 몹시 기뻐 날개를 펴고 스승 앞으로 날아갔다. 당승이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아, 서방의 풍경이 다르구나. 이제 정월이라 겨울잠 벌레가 막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어찌 벌써 반딧불이가 날아다닌단 말이오?” 손행자는 참지 못하고 소리쳐 말했다. “스승님, 제가 왔나이다!”
당승이 기뻐하며 말했다. “오공아, 나는 정월에 어찌 반딧불이가 있을까 여겼더니 바로 너였구나.” 손행자가 곧 본모습으로 돌아와 말했다. “스승님, 스승님께서 진짜와 가짜를 가려내지 못하시는 바람에 얼마나 많은 길을 그르치고 얼마나 많은 마음을 쓰게 하였는지 모르나이다. 제가 줄곧 좋은 사람이 아니라 하였건만 스승님께서는 절을 하셨고, 그 틈을 타 이 괴물이 등불을 어둡게 만들고 소합향유를 훔쳐 스승님까지 함께 데려가 버렸나이다. 저는 저팔계와 사오정에게 절로 돌아가 지키라 분부한 뒤 바람의 자취를 따라 이곳까지 쫓아왔사오나 지명을 알지 못하였는데, 다행히 네 분의 공조가 전해 알려 주어 이 산을 청룡산 현영동이라 하였나이다. 제가 낮에 이 괴물과 해가 질 때까지 싸우고서 돌아가 사제들에게 이 사정을 자세히 이야기하였사옵고는 잠도 들지 않고 그 둘과 함께 이리로 왔나이다. 밤이 깊어 싸우기가 불편할까 염려되고 또 스승님의 행방을 알지 못하여, 변신하여 들어와 스승님의 형편을 알아본 것이옵니다.” 당승이 기뻐하며 말했다. “저팔계와 사오정이 지금 밖에 있느냐?” 손행자가 말했다. “밖에 있나이다. 방금 이 늙은 손오공이 살펴보니 요정들이 모두 잠들어 있사옵니다. 제가 자물쇠를 풀고 문을 밀어 열어 스승님을 모시고 나가겠나이다.” 당승이 고개를 끄덕이며 고마워하였다.
손행자가 자물쇠 푸는 법술을 부려 손으로 한 번 쓸어 보니 그 자물쇠가 벌써 저절로 열렸다. 스승님을 이끌고 앞으로 막 걸어가는데, 문득 요왕이 가운데 청사 안방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얘들아, 문을 굳게 닫고 불을 조심하여라.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어찌하여 경을 알리며 순라를 돌지 않고 방울 소리마저 들리지 않느냐?” 원래 그 무리의 작은 요괴들은 하루 종일 싸우느라 모두 지치고 고단하여 잠이 들어 있었는데, 부르는 소리를 듣고서야 그제야 깨어났다. 방울 소리가 울리는 곳에 무기를 잡은 놈 몇이 있어 징을 두드리며 뒤쪽에서 걸어 나오다가 그만 사부와 사제 두 사람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작은 요괴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이놈의 중놈! 자물쇠를 비틀고 어디로 가려느냐!” 손행자는 말도 붙이지 않고 몽둥이를 빼어 한 번 휘두르니 사발만큼 굵어져 곧장 내리쳤다. 몽둥이가 올라가는 곳마다 두 놈이 맞아 죽고, 나머지는 무기를 버린 채 가운데 청사로 달려가 문을 두드리며 외쳤다. “대왕이시여! 큰일 났사옵니다! 큰일 났사옵니다! 털부숭이 얼굴을 한 중놈이 집 안에서 사람을 때려 죽이나이다!” 그 세 괴물이 이 소리를 듣고는 벌떡 일어나 앉으며 “잡아라! 잡아라!” 하고 외쳤다. 당승은 놀라 손에 발에 힘이 다 풀리고 말았다. 손행자는 스승도 돌아보지 않고 몽둥이를 휘두르며 앞으로 굴러 나아갔다. 작은 요괴들은 당해 낼 수 없어 두세 놈은 쓰러지고 두세 놈은 밀려 넘어지는 사이에 여러 겹의 문이 열리고, 곧장 밖으로 나와 외쳤다. “동생들은 어디 있느냐?” 저팔계와 사오정이 막 갈고리와 지팡이를 들고 기다리다가 말했다. “형님, 일이 어찌 되었소?” 손행자가 변신하여 안으로 들어가 스승님을 풀어 함께 나오다가 요괴에게 들키는 바람에 스승님을 돌볼 겨를도 없이 때며 빠져나온 사정을 한 번 이야기하였으나, 여기서는 더 말하지 않겠다.
그 요왕이 당승을 붙잡아 다시 쇠사슬로 묶어 두고는 칼을 쥐고 도끼를 휘두르며 등불을 환히 밝히고 물었다. “이놈아, 네가 어떻게 자물쇠를 열었고 그 원숭이는 어찌 들어왔느냐? 어서 빨리 불어라, 그러면 네 목숨을 살려 주리라! 그렇지 않으면 단칼에 두 토막을 내리라!” 당승은 황급해져 벌벌 떨며 무릎을 꿇고 말했다.
“대왕 할아버지! 제 제자 손오공은 일흔두 가지 변화를 할 줄 압니다. 방금 불빛 벌레로 변하여 날아 들어와 저를 구하려 하였사옵니다. 뜻밖에도 대왕께서 알아차리시고 작은 대왕들이 우연히 마주치는 바람에, 제 제자가 분별없이 두 놈을 때려 다치게 하였고, 모두가 소리를 지르며 무기를 들고 불을 밝히니 그만 저를 돌볼 겨를이 없어 밖으로 뛰쳐나가 버렸나이다.” 세 요왕이 껄껄 크게 웃으며 말했다. “일찍 알아차렸으니 아직 놓치지는 않았도다!” 그리고는 작은 요괴들에게 앞뒤 문을 단단히 닫아 걸라 이르고 또한 떠들지 못하게 하였다. 사오정이 말했다. “문을 닫아 걸고 떠들지 않는 걸 보니, 아마 스승님을 몰래 해치려는 모양이오. 우리가 먼저 손을 씁시다!” 손행자가 말했다. “옳은 말이오, 어서 문을 두드리세.” 그 바보는 신통력을 뽐내며 갈고리를 들어 힘껏 찍어 내려 그 돌문을 산산이 부수고는, 또 큰 소리로 욕하며 외쳤다. “기름을 훔쳐 먹는 도적 괴물아! 어서 우리 스승님을 내보내라!” 문 안의 작은 요괴들은 놀라 굴러 들어가며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큰일 났사옵니다! 큰일 났사옵니다! 앞문을 그 중놈들이 부수어 버렸나이다!” 세 요왕이 몹시 노하여 말했다. “이놈이 참으로 무례하도다!” 곧 갑옷을 가져다 갖추어 입고 무기를 저마다 들고는 작은 요괴들을 거느리고 문 밖으로 나가 맞서 싸웠다. 이때는 삼경쯤 되었고, 하늘 한가운데 달이 대낮처럼 밝았다. 나오자마자 말도 붙이지 않고 곧바로 병기를 휘둘렀다. 이쪽에서는 손행자가 큰 도끼를 막아내고 저팔계가 큰 칼을 맞아 막고 사오정이 큰 몽둥이를 받아 막았다. 이 얼마나 통쾌한 싸움이던가. 중 셋이 몽둥이와 지팡이와 갈고리를 들고, 세 요마도 담력을 더하였도다. 큰 도끼와 강철 칼과 등나무 몽둥이에, 다만 바람 소리와 흙먼지만이 들릴 뿐이로다. 처음 몇 합을 겨루자 근심 어린 안개가 뿜어지고, 그 뒤로 날아오르며 채색 노을이 흩어지네. 쇠갈고리는 갖가지 수법을 따라 몸이 굴러가고, 쇠몽둥이의 영웅다움이 더욱 자랑할 만하구나. 요괴를 항복받는 보장도 인간 세상에 드물거늘, 요괴의 완고한 마음은 그에게 지려 하지 않네. 도끼 날은 밝고 끝은 예리하며, 등나무 마디는 온몸에 꽃처럼 얽혔구나. 큰 칼은 문짝처럼 번쩍이나, 중의 신통력이 도리어 그를 이기네. 이쪽에서는 스승의 목숨 때문에 이를 갈며 매섭게 때리고, 저쪽에서는 당승을 놓아주지 않으려 얼굴을 할퀴네. 도끼가 찍어 내리고 몽둥이가 받아 올려 승부를 다투고, 갈고리가 휘둘리고 칼이 내리쳐 서로 맞부딪치네. 등나무 몽둥이가 괴물을 항복받는 지팡이를 치니, 뒤집히고 또 뒤집히며 사치스럽게 뽐내누나. 중 셋과 괴물 셋이 오래도록 겨루어도 승부가 나지 않았다. 그때 벽한대왕이 한 소리 외쳤다. “이놈들아, 올라와라!” 여러 요정이 저마다 칼날을 들고 일제히 달려들어 순식간에 저팔계를 땅에 넘어뜨렸고, 몇 놈의 물소 정이 그를 잡아당기고 끌어당겨 굴 속으로 끌고 들어가 묶어 버렸다. 사오정은 저팔계가 사라진 것을 보고, 소 떼가 함성을 지르며 울부짖는 것을 보았다. 곧 보장을 빼어 벽진대왕에게 허술한 자세를 보이며 달아나려 하는데, 다시 요정 떼가 한꺼번에 몰려들어 비틀거리게 잡아당기는 바람에 급히 몸을 가누지 못하고 그만 붙잡혀 묶이고 말았다. 손행자는 일이 어렵다고 여겨 근두운을 타고 몸을 빼어 달아났다. 그때 저팔계와 사오정을 당승 앞으로 끌고 갔다. 당승이 이를 보고 두 눈에 눈물을 가득 담고 말했다.
“가련하다, 너희 둘까지 독수에 걸렸구나! 오공은 어디 있느냐?” 사오정이 말했다. “사형께서는 우리가 붙잡히는 것을 보시고는 곧 가 버렸사옵니다.” 당승이 말했다. “그가 갔으니 필시 어딘가로 구원을 청하러 갔을 게다. 그러나 우리는 어느 날이나 되어야 이 그물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알지 못하는구나.” 사부와 사제들이 처량해하는 모습은 여기서 더 말하지 않겠다.
각설하고 손행자가 근두운을 타고 다시 자운사로 돌아오니 절의 승려들이 맞아들이며 물었다. “당 노야를 구해 내셨사옵니까?” 손행자가 말했다. “구하기 어렵소! 구하기 어렵소! 그 요정의 신통력이 광대하여, 우리 형제 셋이 그놈 셋과 오래도록 겨루었건만 그놈이 작은 요괴를 불러 먼저 저팔계를 잡고 뒤이어 사오정을 잡았고, 이 늙은 손오공만 다행히 빠져나왔소.” 승려들이 겁을 먹으며 말했다. “할아버지께서 이토록 구름을 타고 안개를 밟으시는데도 잡지 못하셨으니, 아마 노사부께서는 이미 해를 입으셨을 게로소이다.” 손행자가 말했다. “괜찮소! 괜찮소! 우리 스승님은 가람과 게제와 정갑 같은 신들이 몰래 보호하고 계시고, 또 일찍이 초환단을 드신 적도 있으니 목숨은 상하지 않을 것이오. 다만 그 요정에게 재주가 있을 뿐이오. 너희는 말과 행리나 잘 지켜 두시오. 이 늙은 손오공이 하늘에 올라가 구원병을 청해 오리다.” 승려들이 주눅이 들어 말했다. “할아버지께서 또 하늘에도 오르실 수 있사옵니까?” 손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천궁은 본래 내 옛 집이었소. 예전에 내가 제천대성이었을 적에 반도회를 어지럽힌 죄로 우리 부처님께 항복을 받았고, 이제 하는 수 없이 당승을 모시고 경을 구하러 가며 공으로 죄를 갚고 있소. 가는 길마다 바른 것을 돕고 사악한 것을 없애는데, 우리 스승님이 이 재난을 겪어야 하는 까닭을 너희는 알지 못하는구나.” 승려들이 이 말을 듣고 또 머리를 조아리며 절을 올렸다. 손행자는 절문을 나서며 휘파람을 한 번 길게 불고는 그 즉시 모습이 사라졌다.
훌륭한 대성이 일찍이 서천문 밖에 이르렀는데, 문득 태백금성이 증장천왕과 은, 주, 도, 허 네 분의 대영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이 손행자가 오는 것을 보고는 모두 황급히 예를 갖추며 말했다. “대성께서는 어디로 가시나이까?” 손행자가 말했다. “당승을 모시고 천축국 동쪽 경계 금평부 민천현에 이르렀사온데, 우리 스승님이 그 고을 자운사 승려들의 청으로 원소절을 구경하러 가셨소. 금등교에 이르러 보니 금등 세 개가 있고, 등불을 밝히는 데 소합향유를 쓰는데 그 값이 흰 은 다섯만 냥이 넘었고, 해마다 여러 부처가 내려와 상서로움을 받으신다 하였소. 막 보고 있는데 과연 불상 세 분이 내려오시니, 우리 스승님께서 좋고 나쁨을 가리지 못하시고 다리 위로 올라가 절을 하셨소.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 하였건만, 그놈들이 등불을 어둡게 만드는 바람에 기름과 우리 스승님을 한바람에 함께 거두어 갔소. 나는 그 바람을 따라 뒤쫓아 날이 샐 무렵 한 산에 이르렀는데, 다행히 네 분의 공조가 알려 주어 그 산은 이름이 청룡산이고 산에는 현영동이 있으며 굴에는 세 괴물이 있어 벽한대왕, 벽서대왕, 벽진대왕이라 한다 하였소. 이 늙은 손오공이 급히 문을 찾아가 되찾으려 그놈들과 한바탕 겨루었으나 이기지 못하였소. 내가 변신하여 안으로 들어가 스승님이 묶여 있으나 다치지 않은 것을 보고 곧 풀어 나오려 하였는데, 또 그놈들이 알아차리는 바람에 나는 그만 가 버렸소. 그 뒤 저팔계, 사오정과 함께 힘겹게 싸웠건만 도로 그놈들에게 그 두 사람까지 붙잡혀 묶이고 말았소. 이 늙은 손오공이 이런 까닭으로 특별히 옥제께 아뢰어 그놈들의 내력을 조사하고 장수를 명하여 항복받고자 하오.”
금성이 껄껄거리며 냉소를 띠고 말했다. “대성께서 요괴와 맞서 싸우셨으니, 어찌 그놈들의 출신을 알아내지 못하셨나이까?”
손행자가 말했다. “알기는 아오, 한 무리의 소 정이오. 다만 그놈들에게 큰 신통력이 있어 급히는 항복받을 수가 없소.” 금성이 말했다. “그것들은 서우 세 마리의 정이니라. 천문의 기상을 타고났거니와 해마다 수행하여 참됨을 이루었으니, 구름을 타고 안개를 밟을 수도 있느니라. 그 괴물은 깨끗한 것을 몹시 사랑하여 늘 제 그림자와 몸을 더럽다 여기고, 늘 물에 내려가 목욕하려 하느니라. 그 명칭도 많도다. 시서가 있고 웅서가 있으며 고서가 있고 반서가 있으며, 또 호모서, 타라서, 통천화문서가 있으니, 모두 구멍이 하나요 털이 세 가닥이며 뿔이 둘이라, 강과 바다 가운데를 다니며 물길을 열 수 있느니라. 저 벽한과 벽서와 벽진이라는 것들은 모두 뿔에 귀한 기운이 있어서, 그걸로 이름을 삼아 대왕이라 일컫는 것이니라. 그놈들을 잡으려거든 사목금성이기만 하면 보는 즉시 항복하리라.” 손행자가 황급히 읍하며 물었다. “그 사목금성이란 누구이오? 장경 어르신께서 하나하나 분명히 일러 주시기를 바라오.” 금성이 웃으며 말했다. “그 별은 두우궁 밖에서 천지를 두루 벌여 있느니라. 그대가 옥제께 아뢰어 보시오, 곧 분명히 알게 되리라.”
손행자는 두 손을 모아 읍하고 고마워한 뒤 곧장 천문 안으로 들어갔다.
오래지 않아 통명전 아래에 이르러 먼저 갈, 구, 장, 허 네 분의 대천사를 만났다. 천사가 물었다. “어디로 가는 길이오?” 손행자가 말했다. “요즘 금평부 지방에 이르렀사온데, 우리 스승님께서 선의 마음을 너그럽게 풀어 놓으시고 원야에 등불을 구경하시다가 요마에게 붙잡혀 가셨소. 이 늙은 손오공이 항복받지 못하여 특별히 옥제께 아뢰어 구원을 청하러 왔소.” 네 천사가 곧 손행자를 이끌고 영소보전으로 들어가 아뢰었다. 각각 예를 마치고 그 사정을 자세히 아뢰니, 옥제가 전지하였다. “어느 길의 천병을 뽑아 돕게 할까?” 손행자가 아뢰었다. “이 늙은 손오공이 막 서천문에 이르렀을 때 장경성을 만났사온데, 그 괴물이 서우가 정이 되었으매 오직 사목금성만이 항복받을 수 있다 하였나이다.” 옥제가 곧 허 천사에게 손행자와 함께 두우궁으로 가서 사목금성을 뽑아 하계로 내려가 거두어 항복받게 하라 명하였다.
궁 밖에 이르니 벌써 이십팔수 성신이 나와 맞이하고 있었다. 천사가 말했다. “내가 성지를 받들어 사목금성을 뽑아 손대성과 함께 하계로 내려가 요괴를 항복받게 하라는 분부니라.” 곁에서 각목교와 두목해와 규목랑과 정목간이 홱 나서며 소리쳐 말했다. “손대성이시여, 저희를 뽑아 어디로 가 요괴를 항복받게 하시나이까?” 손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원래 그대들이었구려. 이 장경 늙은이가 도리어 숨겨 두어 나는 그 뜻을 알지 못했소. 일찍이 이십팔수 가운데 사목이라 하였더라면 이 늙은 손오공이 곧장 와서 청하였을 것을, 또 어찌 성지까지 번거롭게 하였겠소?” 사목이 말했다. “대성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나이까! 저희가 성지를 받들지 않고서야 누가 감히 마음대로 자리를 뜨겠나이까? 정녕 어느 곳이오? 어서 빨리 갑시다.” 손행자가 말했다. “금평부 동북 간방 청룡산 현영동이오, 서우가 정이 되었소.”
두목해와 규목랑과 각목교가 말했다. “과연 서우의 정이라면 저희는 필요 없고 정목간만 가면 되나이다. 저이는 산에 올라가 호랑이를 잡아먹고 바다에 내려가 서우를 사로잡을 수 있사옵니다.” 손행자가 말했다. “그 서우는 달을 바라본다는 서우와는 달라서 수행하여 도를 얻어 모두 천 년의 수명을 지닌 놈들이오. 네 분이 함께 가셔야 좋겠소, 절대로 사양하지 마시구려. 만약 한 분이 그놈들을 잡아두지 못한다면 또 일이 번거로워지지 않겠소?” 천사가 말했다. “너희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성지가 너희 넷에게 내렸거늘 어찌 가지 않을 수 있겠느냐? 어서 빨리 날아가거라, 나는 회지하러 가겠노라.” 그 천사는 곧 손행자에게 작별하고 가 버렸다. 사목이 말했다. “대성께서는 더 망설이지 마시옵고 먼저 가서 싸움을 걸어 그놈들을 끌어내시옵소서, 저희가 뒤따라 손을 쓰겠나이다.” 손행자가 곧 앞으로 다가서며 욕하여 말했다. “기름 훔쳐 먹는 도적 괴물아! 내 스승님을 내놓아라!” 원래 그 문은 저팔계가 부수어 버렸기에 작은 요괴 몇 놈이 널빤지 몇 조각을 가져다 막아 두고 있었는데, 안에서 욕하는 소리를 듣고 급히 달려 들어가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손오공이란 중놈이 밖에서 욕하고 있사옵니다!” 벽진이가 말했다. “그놈이 싸움에 져서 갔거늘 이 하루 만에 어찌 또 왔느냐? 필시 어디선가 구원병을 좀 데려온 모양이로다.” 벽한과 벽서가 말했다. “구원병이 무섭단 말이냐! 어서 갑옷을 가져오너라! 얘들아, 모두 마음을 다해 에워싸고 그놈을 놓치지 말아라!” 그 무리의 요정들은 죽고 사는 줄도 모르고 하나하나 창과 칼을 들고 깃발을 흔들며 북을 두드려 굴 밖으로 걸어 나와 손행자를 향해 호통쳤다. “이 매를 두려워할 줄 모르는 원숭새끼야, 네가 또 왔구나!” 손행자가 가장 화를 내는 것은 바로 이 원숭이란 두 글자였다. 이를 악물고 성을 내며 쇠몽둥이를 들어 곧장 내리쳤다. 세 요왕은 작은 요괴들을 부려 동그란 원진을 치며 달려 손행자를 한가운데 에워쌌다. 그때 저쪽에서 사목금성이 하나하나 병기를 휘두르며 말했다. “악축아! 손을 멈추어라!” 그 세 요왕은 그 네 별을 보고 저절로 겁을 먹으며 모두 말했다. “큰일 났다! 큰일 났다! 저놈이 항복받을 자를 데려왔구나! 얘들아, 제각기 목숨이나 건져 달아나라!” 그러자 콧바람 소리와 울부짖는 소리, 헐떡이는 소리가 들리며 작은 요괴들이 모두 본모습을 드러내었는데, 원래 그 산소 정과 물소 정과 누런 소 정이었다. 그들은 온 산을 어지러이 내달았다. 그 세 요왕도 본모습을 드러내고는 네 발을 내려놓았는데 마치 쇠로 부은 포처럼 동북쪽을 향해 곧장 달아났다. 이 대성이 정목간과 각목교를 거느리고 바짝 뒤쫓아 조금도 늦추지 않았다. 오직 두목해와 규목랑만이 동쪽 산속 오목한 곳과 산마루와 산골 물가와 골짜기 안에서 소 정들을 쳐죽이거나 산 채로 잡아 모조리 거두어들이고는, 현영동으로 가서 당승과 저팔계와 사오정을 풀어 주었다. 사오정은 그들이 두 별임을 알아보고 함께 절하며 고마워하고서 물었다. “두 분께서는 어찌 이곳에 오시어 저희를 구하셨나이까?” 두 별이 말했다. “우리는 손대성이 옥제께 아뢰어 성지를 청하여 요괴를 거두고 너희를 구하러 온 것이니라.” 당승이 또 눈물을 떨구며 말했다. “내 제자 오공은 어찌 들어오지 않느냐?” 두 별이 말했다. “그 세 늙은 괴물은 서우 세 마리니라. 그놈들이 우리를 보자 저마다 목숨을 건져 동북 간방으로 달아났느니라. 손대성이 정목간과 각목교를 거느리고 뒤쫓아 갔노라. 우리 두 별은 소 떼를 쓸어 버리고 이곳에 이르러 특별히 성승을 풀어 드리러 온 것이니라.” 당승이 다시 머리를 조아리며 고마워하고 하늘을 향해 또 절을 올리니, 저팔계가 부축하여 일으키며 말했다. “스승님, 예가 지나치면 도리어 꾸밈이 되나이다. 자꾸 절만 하시지 마시옵소서. 네 분의 성관께서 오신 것은 하나는 옥제의 성지요, 둘은 사형의 인정이옵니다. 이제 요괴 떼를 쓸어 버렸사오나 늙은 요괴를 어찌 항복받을지는 아직 알 수 없으니, 우리가 먼저 값진 것을 좀 챙겨 내어 이 굴을 뒤집어 뿌리를 끊고, 절로 돌아가 사형을 기다립시다.” 규목랑이 말했다. “천봉원수께서 옳은 말씀을 하셨도다. 그대는 권렴대장과 함께 스승님을 모시고 절로 돌아가 편히 쉬시고, 우리가 도로 간방으로 가 맞서 싸우겠노라.” 저팔계가 말했다. “옳소, 옳소, 두 분께서 도로 힘을 합해 한번 잡으시되, 모조리 쓸어 버리셔야 성지를 회지하기에 좋을 것이오.” 두 성관이 그 즉시 뒤쫓아 나섰다. 저팔계와 사오정은 그 굴 안의 값진 보물을 챙겼는데, 산호와 마노와 진주와 호박과 큰 조개와 보배와 아름다운 옥과 좋은 금이 많아 한 섬이나 되는 것을 찾아내어 밖으로 옮겨 두고, 스승님을 산벼랑 위에 앉혀 드린 뒤 또 들어가 불을 질러 굴 하나를 잿더미로 만들고서야 당승을 모시고 길을 찾아 금평 자운사로 돌아갔다. 바로 이러하였다. 경에 이르기를 태극이 극에 이르면 도리어 막힘이 생긴다 하였나니, 좋은 자리에서 흉을 만남이 실로 있는 법이로다.
등불 구경을 즐기니 선의 마음이 어지러워지고, 아름다운 경치를 기뻐하여 노니니 도의 마음이 흐려지는구나. 큰 단은 예로부터 오래 지켜야 하거늘, 한 번 잃고 나면 끝내 모자라게 되느니라. 굳게 닫고 단단히 매어 두어 방탕을 쉬어라, 잠깐이라도 게으르면 어긋남이 드러나느니라.
각설하고 그 세 사람이 목숨을 건져 절로 돌아간 일은 잠시 접어 두고, 두목해와 규목랑 두 성관이 구름을 타고 동북 간방을 향해 곧장 요괴를 쫓아간 사연을 들려주겠다. 두 사람이 반공중에서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아 서양 대해까지 이르렀는데, 멀리 바다 위에서 손대성이 소리치는 것이 보였다. 그 두 사람이 구름머리를 내리며 말했다. “대성이시여, 요괴들이 어디로 갔소?” 손행자가 원망하며 말했다. “그대 둘은 어찌 뒤쫓아 항복받으러 오지 않았소? 이제 와서 황망히 무엇을 묻는단 말이오?” 두목해가 말했다. “우리가 보기에 대성께서 정목간과 각목교 두 별과 함께 요마를 싸움에서 이기고 뒤쫓으시니 필시 사로잡으시리라 여겼소. 우리는 그만 요정 떼를 쓸어 버리고 현영동에 들어가 스승님과 사제를 구해 내었소. 산을 뒤지고 굴을 불사른 뒤 스승님을 그대의 두 아우에게 부탁하여 부성 자운사로 모셔 가게 하였소. 그런데 오래도록 행차가 돌아오지 않기에 또 이리로 찾아온 것이오.” 손행자가 이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기뻐하며 고마워하고 말했다. “그랬다면 공이 있소, 수고 많았소! 수고 많았소! 다만 그 세 요마는 나에게 이곳까지 쫓기다가 바닷속으로 파고들어 갔소. 정목간과 각목교 두 별이 바짝 뒤쫓고 있고 이 늙은 손오공에게는 물가를 지키라 하였소. 그대 둘이 왔으니 물가를 막아 서 있으시오, 이 늙은 손오공도 다시 가 보겠소.”
훌륭한 대성이 몽둥이를 휘두르고 결을 쥐어 물길을 헤치며 곧장 물결 깊은 속으로 들어가니, 보라 그 세 요마가 물 밑에서 정목간과 각목교와 죽고 사는 것을 잊고 힘겹게 싸우고 있었다. 그가 가까이 뛰어들며 외쳤다. “이 늙은 손오공이 왔노라!” 그 요정들은 두 성관을 막아내느라 손을 쓸 겨를이 없는 위급한 처지에서 문득 손행자가 외치는 소리를 듣고는, 남은 목숨이나 건지려고 머리를 돌려 바다 한가운데를 향해 내달았다. 원래 이 괴물의 머리 위 뿔은 물을 가르는 힘이 뛰어나, 콸콸콸 소리를 내며 밝은 물길을 열어 젖혔다. 뒤에서는 두 성관과 손대성이 힘을 합해 그놈들을 뒤쫓았다.
각설하고 서해에는 바다를 엿보는 야차와 바다를 순찰하는 개사가 있었다. 그들이 멀리서 서우가 물길을 가르는 것을 보고 또 손대성과 두 천성을 알아보고는 곧 수정궁으로 달려가 용왕에게 황황히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서우 세 마리가 제천대성과 두 분의 천성에게 쫓겨 오고 있사옵니다!” 늙은 용왕 오순이 이 말을 듣고 곧 태자 마앙을 불렀다. “어서 수병을 뽑아라. 필시 서우 정 벽한과 벽서와 벽진 세 놈이 손행자를 건드린 모양이다. 이제 바다에 이르렀으니 어서 빨리 칼을 뽑아 도와라.” 오마앙이 명을 받들어 급히 병사를 뽑았다. 잠깐 사이에 거북과 자라와 큰 자라와 악어, 붕어와 잉어, 새우 병사와 게 졸개들이 저마다 창과 칼을 들고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수정궁 밖으로 뛰어나와 서우 정을 막아섰다. 서우 정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급히 뒤로 물러나려 하였으나, 또 정목간과 각목교 두 별과 대성이 가로막는 바람에 놀라 무리를 잃고 저마다 살 길을 찾아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났다. 그 바람에 벽진이는 늙은 용왕이 이끄는 병사들에게 포위되고 말았다. 손대성이 이를 보고 마음이 즐거워 외쳤다. “천천히! 천천히! 산 놈을 잡으시오, 죽은 놈은 필요 없소.” 마앙이 명을 듣고 일제히 앞으로 달려들어 벽진이를 땅에다 짓누르고 쇠갈고리로 코를 꿰어 발을 모아 묶어 넘어뜨렸다.
늙은 용왕이 또 호령을 내려 병사를 나누어 남은 두 놈을 쫓아 두 성관을 도와 사로잡게 하였다. 그 즉시 어린 용왕이 무리를 거느리고 앞으로 나아가니, 보라 정목간이 본모습으로 돌아와 벽한이를 짓누르고는 크게 작게 뜯어 먹고 있었다. 마앙이 크게 외쳤다. “정목간! 정목간! 물어 죽이지 마시오, 손대성께서 산 놈을 원하시고 죽은 놈은 원하지 않으신다오.” 몇 번을 거듭 외쳤으나 그새 그놈이 목을 물어 끊어 버린 뒤였다. 마앙이 새우 병사와 게 졸개들에게 명하여 죽은 서우를 수정궁으로 메어 가게 하고는, 또 정목간과 함께 앞으로 달려갔다. 보니 각목교가 벽서이를 몰아 되돌려 보내는데 그만 정목간에게 정면으로 부딪쳤다. 마앙이 거북과 자라와 큰 자라와 악어를 거느리고 키처럼 펼친 진을 벌여 에워싸니, 그 괴물은 다만 “살려 주시오! 살려 주시오!” 하고 외칠 뿐이었다. 정목간이 가까이 다가서며 단번에 귀를 움켜쥐고 그의 칼을 빼앗으며 소리쳤다. “죽이지 않으리라! 죽이지 않으리라!
손대성에게 끌고 가 처리하게 하리라.” 그 즉시 무기를 거두고 도로 수정궁 밖으로 나와 아뢰었다. “모두 잡아 왔노라.” 손행자가 보니 한 놈은 머리가 잘린 채 피를 흘리며 땅에 쓰러져 있고, 한 놈은 정목간에게 귀를 끌린 채 밀려 무릎을 꿇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고 말했다. “이 머리는 병기로 다친 것이 아니로구나.” 마앙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급히 외치지 않았더라면 몸까지 정목간 성관에게 잡혀 먹혔을 것이오.” 손행자가 말했다. “그리되었다면 하는 수 없지, 톱을 가져오너라. 이놈의 두 뿔을 톱으로 잘라 내고 가죽을 벗겨 가져가자. 서우 고기는 용왕 부자께서 잡수시도록 남겨 두리라.” 또 벽진이의 코를 꿰어 각목교에게 끌게 하고, 벽서이도 코를 꿰어 정목간에게 끌게 하며 말했다. “이놈들을 금평부로 끌고 올라가 그 자사관을 만나 그 연유를 밝히고, 여러 해 동안 부처를 사칭하여 백성을 해친 죄를 물은 뒤에 처결하리라.”
무리들이 그 말을 좇아 용왕 부자에게 작별하고 모두 서해를 나와 서우를 끌고 규목랑과 두목해 두 별과 합류하여 구름과 안개를 타고 금평부로 곧장 돌아왔다. 손행자가 상서로운 빛을 발에 밟고 반공중에서 외쳤다. “금평부 자사와 여러 좌이 낭관과 부성 안팎의 군민과 백성들은 들으시오. 나는 동토 대당에서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파견된 성승이오. 네 고을에서 해마다 금등을 공헌하며 여러 부처가 상서로움을 내린다고 속인 것이 바로 이 서우 괴물이었소. 우리가 이곳을 지나다가 원야에 등불을 구경하는데 이 괴물이 등유와 우리 스승님을 거두어 가는 것을 보았고, 내가 천신을 청하여 항복받았소. 이제 산의 굴을 깨끗이 쓸고 요마를 모조리 쓸어 버렸으니 다시는 해를 끼치지 못할 것이오. 이후로 네 고을에서는 다시 금등을 공헌하여 백성을 수고롭게 하고 재물을 허비하지 말라.” 그때 자운사에서 저팔계와 사오정이 막 당승을 모시고 산문에 들어서는데, 손행자가 허공에서 말하는 소리가 들리자 곧 스승님을 놓아두고 짐을 내려놓은 채 바람과 구름을 타고 공중으로 올라가 요괴를 항복받은 일을 물었다. 손행자가 말했다. “그 한 놈은 정목간 성관에게 물려 죽었는데 이미 뿔을 톱질하고 가죽을 벗겨 가져왔고, 두 놈은 산 채로 여기 잡아 두었소.”
저팔계가 말했다. “이 두 놈을 아예 이 성 아래로 밀어 내려 관원과 백성들에게 좀 보이게 합시다. 그래야 우리가 성인인지 신인지 알아보지 않겠소. 아무튼 네 분 성관의 수고를 끼쳐 구름을 거두고 땅으로 내려가 함께 부청으로 가서 이 괴물들을 처결합시다.”
“이미 정황이 참되고 죄가 마땅하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오!” 네 별이 말했다. “천봉원수께서 요즘 이치와 법률을 아시게 되었으니 참으로 좋구려!” 저팔계가 말했다. “이 몇 해 동안 중이 되어 살았더니 대강 조금은 배웠소.”
여러 신이 과연 서우를 밀어 내리고 한 무리의 채운을 타고 부청 위로 내려왔다. 놀란 그 부현의 관원과 성 안팎의 백성들이 집집마다 향안을 차리고 호호마다 천신을 배례하였다. 잠시 뒤 자운사 승려들이 장로를 가마에 태워 부문으로 모셔 들어왔는데, 손행자를 만나자 입에서 “고맙다”는 말을 놓지 않으며 말했다.
“상숙하시는 성관들께서 저희를 구해 주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사옵니다. 어진 제자가 보이지 않아 늘 마음을 졸였사온데, 이제 다행히 승리를 거두고 돌아오셨구려! 그러나 이 괴물을 어느 방향으로 쫓아가야 붙잡을 수 있었나이까?” 손행자가 말했다. “그저께 존사를 하직한 뒤 이 늙은 손오공이 하늘에 올라가 조사하니 태백금성께서 요마가 서우임을 알아보시고 사목금성을 청하라 일러 주셨소. 그 즉시 옥제께 아뢰어 성지를 받들어 굴 어귀까지 가서 싸웠소. 요왕이 달아나자 또 두목해와 규목랑 두 성의 도움으로 존사를 구해 내었소. 이 늙은 손오공이 정목간과 각목교 두 성과 힘을 합해 요괴를 뒤쫓아 서양 대해까지 곧장 달렸고, 또 용왕께서 아들을 보내 병사를 거느리고 돕게 하신 덕분에 붙잡아 이곳까지 와서 심문하게 되었소.” 장로가 칭찬하고 고마워하기를 그치지 않았다. 또 그 부현의 정관과 좌이 수령들이 모두 그곳에서 보촉을 높이 밝히고 향로에 향을 가득 피워 놓고 위를 향해 배례하고 있었다. 잠시 뒤 저팔계가 성미를 부리며 계도를 빼어 벽진이의 머리를 단칼에 베어 내리고, 또 한 칼로 벽서이의 머리도 베어 내리고는 곧 톱을 가져다 뿔 네 개를 톱질해 내었다. 손대성이 더욱 주장을 내어 일렀다. “네 분 성관께서 이 서우 뿔 네 개를 상계로 가져가 옥제께 진공하고 성지를 회지하시오.” 그리고 자기가 가져온 두 개는 “하나는 부청의 창고에 두어 뒤로 등유를 면제받는 증표로 삼고, 하나는 우리가 가져가 영산의 부조께 드리겠소.” 네 별이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하며 그 즉시 대성에게 작별하고 홀연 채운을 타고 회지하러 가 버렸다.
부현의 관원들이 사부 사제 네 사람을 붙잡아 두고 채식 연회를 크게 베풀어 향관을 두루 청해 모셨다. 한편으로는 고시를 내어 군민과 백성들에게 알리기를, 이듬해부터는 금등을 설치하여 밝히지 못하게 하고 기름을 사들이는 큰 집들의 역을 영원히 면제한다 하였으며, 한편으로는 백정에게 서우의 가죽을 벗겨 무두질하고 훈제하여 말려 갑옷을 만들게 하고 고기를 두루 관원과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으며, 또 한편으로는 벌금과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전량을 지출하여 민간의 빈 땅을 사서 네 별이 요괴를 항복받은 사묘를 지었고, 또 당승 사부 사제를 위하여 생사를 세우고 저마다 비석을 세워 글을 새겨 천고에 전하여 보답으로 삼았다. 사부 사제는 아예 마음을 넓게 먹고 그 대접을 받았으며, 또 그 이백사십 집의 등유를 대는 큰 집들이 이 집에서 대접하고 저 집에서 청하여 조금도 빈 틈이 없었다. 저팔계는 마음껏 만족하며 잘 먹고 마셨고, 굴에서 찾아낸 보물은 종류마다 조금씩 걷어 소매에 넣어 각 집의 재연에 대한 답례품으로 삼았다.
한 달 넘도록 머물러도 좀처럼 떠날 수가 없자 장로가 분부했다. “오공아, 남은 보물을 모두 자운사 승려들에게 보내어 답례품으로 삼아라. 그 큰 집 사람들께는 숨기고 날이 밝기 전에 떠나자. 자꾸만 즐거움에 탐닉하여 경을 구하는 일을 그르치고 부조의 죄를 불러 또 재액을 낳게 될까 염려되니 몹시 불편하구나.” 손행자가 그 즉시 앞의 일들을 하나하나 처리하였다.
이튿날 오경에 일찍 일어나 저팔계를 불러 말에 안장을 얹게 하였다. 그 바보는 편한 술과 밥을 먹고 잠이 덜 깬 채 횡설수설하며 말했다. “이렇게 일찍 말에 안장을 얹는 것은 어찌된 일이오?” 손행자가 호통쳤다. “스승님께서 길을 떠나라 하시느니라!” 바보가 얼굴을 쓱쓱 문지르며 말했다. “또 이 장로가 버릇이 없다! 이백사십 집의 큰 집이 모두 청하는데 겨우 서른 몇 끼의 배부른 공양을 먹었을 뿐인데 어찌 또 이 늙은 돼지를 굶기려 하느냐!” 장로가 이 말을 듣고 꾸짖었다. “먹보 멍청이야! 헛소리 말고 어서 일어나거라! 다시 말대꾸를 하거든 오공에게 금고봉을 가져다 이빨을 치라 하겠다!”
그 바보는 때린다는 말을 듣고 손발이 허둥지둥하며 말했다. “스승님이 이번에는 변하셨구려. 늘 저를 아끼고 사랑하시고 제가 어리석고 둔하다 여겨 감싸 주시며 형이 때리려 할 때에도 도로 말리시더니, 오늘은 어찌 성을 내어 도로 때리라 하시느니이까?” 손행자가 말했다. “스승님께서 네가 입 때문에 길을 그르치는 것을 꾸짖으시는 것이니, 어서 행리를 수습하고 말에 안장을 얹어라, 매를 면하려면!” 그 바보는 정말로 매 맞기가 두려워 벌떡 일어나 옷을 입고는 사오정을 불렀다. “어서 일어나라!
매를 맞게 되었다!” 사오정도 따라 벌떡 일어나 저마다 수습을 모두 마쳤다. 장로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조용히 조용히 하여라, 절의 승려들을 깨우지 말고.” 급히 말에 올라 산문을 열고 길을 찾아 떠났다. 이렇게 떠나니 바로 이러하였다.
은밀히 옥 우리를 열어 채색 봉황을 날려 보내고, 몰래 금 자물쇠를 열어 교룡을 놓아 주는구나.
필경 날이 밝을 때 보답하려는 집들의 사정이 어떠할지는 알 수 없거니와,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