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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 제93회 급고원문고담인(給孤園問古談因) · 천축국조왕우우(天竺國朝王遇偶)

생각을 한 번 일으키면 단연히 애착이 생기고, 정을 남겨 두면 반드시 재앙이 일어난다. 영명한 마음이 무슨 일로 삼태를 분별하리오. 수행이 원만해지면 절로 원해로 돌아간다. 신선이 되든 부처가 되든, 모름지기 이 가운데서 안배해야 한다. 청청하고 깨끗하여 티끌을 끊어 내면, 과위가 바로잡혀 상계로 날아 오른다. 각설하고, 그 절의 승려들은 날이 밝자 삼장 사부가 보이지 않으니 모두들 말했다. “모셔 두지도 못했고, 작별 인사도 못 했고, 청을 드리지도 못했는데, 살아 계신 보살님을 맑고 맑게 그만 놓아 보내고 말았구나!” 바로 그때 남쪽 관문 마을의 큰 집 몇 곳에서 사람이 찾아왔다. 승려들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어젯밤에는 미리 막지 못했더니, 오늘 밤에는 모두 구름을 타고 가 버렸구나.” 사람들이 다 함께 허공을 우러러 절하며 감사를 드렸다. 이 말이 한 번 퍼지자 도성 안의 관리와 백성들이 모두 알게 되었고, 그 큰 집들에 오성과 꽃과 과일을 모두 갖추어 생사에 제사를 올리고 은혜에 보답하게 하였으나, 그 이야기는 여기서 더 하지 않겠다.

각설하고 당승 사부는 바람을 마시며 물가에서 자고, 길은 줄곧 평안하여 반 달이 넘도록 갔다. 그런데 하루는 갑자기 높은 산이 보이니, 당승이 또 겁을 내며 말했다. “제자들아, 저 앞 산등성이가 험하고 가파르니 모름지기 조심해야 한다!” 손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쪽 길은 부처님 땅에 가까워졌사오니, 결코 무슨 요사한 것이야 없나이다. 스승이시여, 마음을 놓으시고 염려하지 마옵소서.” 당승이 말했다. “제자야, 부처님 땅이 멀지 않다는 것은 옳다. 그러나 앞서 그 절의 승려가 천축국 도성 아래까지 이천 리라고 말했으니, 아직 얼마나 길이 남았는지 알 길이 없구나.” 손행자가 말했다. “스승이시여, 그대는 또 오소선사의 《심경》을 잊으셨나이까?” 당삼장이 말했다. “《반야심경》은 내 몸에 지닌 의발이다. 오소선사에게 배운 뒤로 어느 날인들 외우지 않았으며, 어느 때인들 잊을 수 있었겠느냐. 거꾸로라도 외울 수 있는데, 어찌 잊었겠느냐!” 손행자가 말했다. “스승이시여, 다만 외우실 뿐이지, 그 스승님께 풀이를 구하지는 않으셨나이다.” 당삼장이 말했다. “이 원숭이 녀석! 어찌 또 내가 풀이하지 못했다고 하느냐! 네가 풀이하느냐?” 손행자가 말했다. “소승이 풀이하나이다, 소승이 풀이하나이다.” 이리하여 당삼장과 손행자는 다시는 입을 열지 않았다. 곁에서는 저팔계 하나가 웃다가 넘어지고, 사오정 하나는 기뻐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 “저 꼴 좀 보아라! 나와 꼭같이 요정 출신이면서, 또 어디 선화자인가, 강경을 들었다고 하고, 어디 응불승인가, 설법을 본 적이 있다고? 허풍을 떨며 격식을 차려, 무엇을 안다느니 풀이한다느니 하고서 어찌 입을 다무느냐! 강론을 들려거든 풀이해 보라고!”

사오정이 말했다. “둘째 형, 형도 그 말을 믿소? 큰형님은 말을 길게 늘어놓아 스승님을 꾀어 걷게 하는 것뿐이라오. 그이는 몽둥이나 휘두를 줄 알지, 어디 강경을 안다고 하겠소!” 당삼장이 말했다. “오능, 오정아, 함부로 떠들지 말아라. 오공이 풀이한 것은 말과 문자가 없는 것, 곧 참된 풀이니라.”

그 사부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도 줄곧 많은 길을 걸어 몇 개의 산등성이를 지나갔는데, 길가에 어느덧 큰 절 하나가 보였다. 당승이 말했다. “오공아, 앞에 절이 있구나. 저 절을 보아라, 크지도 작지도 않으나 유리 기와로 푸르고, 반쯤 새것 반쯤 헌것이나 붉은 담장이 여덟 팔 자로 벌어져 있구나. 은은히 푸른 소나무가 덮어 쓰고 있는 것이 보이는데, 그것이 몇천 몇백 년 전의 옛 물건이 오늘에 이른 것인지 알 수 없고,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거문고 줄을 울리는 듯하나, 또한 어느 왕조 어느 때에 산을 열어 남겨 둔 것인지 알 길이 없구나. 산문 위에는 포금선사라고 크게 쓰여 있고, 걸어 둔 편액에는 상고의 유적이라 적혀 있구나.” 손행자가 보니 과연 포금선사였고, 저팔계도 포금선사라고 말했는데, 당삼장은 말 위에서 깊이 생각하며 말했다. “포금, 포금, 이것이 사위국 경계가 아니겠느냐?” 저팔계가 말했다. “스승님, 이상하옵니다! 제가 스승님을 몇 해 모셨으나 일찍이 길을 알아본 적이 없는데, 오늘은 길도 알아보시는군요.” 당삼장이 말했다. “아니다, 내가 늘 경전을 보고 외우며 읽었는데, 부처님께서 사위성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고 하였다. 이 동산은 급고독장자가 태자에게 청하여 산 것이라 하고, 부처님을 모셔다 강경하게 하였다 한다. 태자가 말하기를 ‘내 이 동산은 팔지 않는다. 그가 내 것을 사려거든, 동산 땅에 황금이 가득 깔리지 않는 한 안 된다.’ 하였는데, 급고독장자가 그 말을 듣고는 곧 황금으로 벽돌을 만들어 동산 땅에 가득 깔아서야 태자의 기원을 살 수 있었고, 세존을 모셔 설법하게 할 수 있었다 한다. 내 생각에 이 포금선사가 바로 그 이야기가 아니겠느냐?” 저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재수 좋은 일이옵니다! 만약 바로 그 이야기라면, 우리도 가서 벽돌이나 몇 장 만져서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지요.” 모두 한참을 또 웃고 나서야 당삼장은 말에서 내렸다.

산문에 들어서니 산문 아래에는 짐을 진 이, 보따리를 멘 이, 수레를 미는 이가 온통 수레를 타고 앉아 있었으며, 자는 이는 자러 가고 이야기하는 이는 이야기하러 갔다. 그런데 갑자기 그 사부 네 사람을 보니 잘난 이는 더없이 잘났고 못난 이는 더없이 못났으므로, 사람들이 모두 좀 두려워하며 길을 비켜 주었다. 당삼장은 일을 끼칠까 두려워 입으로 쉬지 않고 “점잖게! 점잖게!” 하고 외쳤다. 이때에 이르러서야 사람들도 수습이 되었다. 금강전 뒤로 돌아가니 벌써 선승 하나가 걸어 나오는데, 위의가 범상하지 않았다. 참으로 이러하였다. 얼굴은 보름달 빛과 같고, 몸은 보리수와 같구나. 석장을 쥐고 소매는 바람에 날리며, 짚신으로 돌길을 걷는구나. 당삼장이 보고 인사를 올렸다. 그 승려가 급히 답례하며 말했다. “스님께서는 어디서 오셨나이까?” 당삼장이 말했다. “제자 진현장은 동토 대당 황제의 명을 받들어 서천으로 가 부처님께 절하고 경을 구하러 가는 길이옵니다. 보방을 지나다가 무례하게 문안을 드리오니, 하룻밤 묵어 가기를 청하옵니다. 내일 곧 떠나겠나이다.” 그 승려가 말했다. “황산은 시방상주라 모두들 마음대로 참배하실 수 있사옵니다. 하물며 장로님은 동토의 신승이시니, 모셔 공양만 할 수 있다면 더없이 다행이옵니다.” 당삼장이 고맙다고 하고, 곧 그 세 사람을 불러 함께 가게 하여 회랑과 향적을 지나 방장으로 곧장 들어갔다. 서로 인사를 마치고 주빈 자리를 나누어 앉으니, 손행자 세 사람도 두 손을 모으고 앉았다.

이야기하자면 이때 절 안에서는 동토 대당에서 경을 구하러 온 승려가 왔다는 말을 듣고, 절 안의 크고 작은 이들이 상주든, 잠시 머무는 이든, 장로든, 어린 행자든 하나하나 모두 찾아와 인사를 올렸다. 차를 마시고 나자 재공이 차려졌다. 이때 장로가 아직 개재를 하며 게송을 외우고 있는데, 저팔계는 벌써 조바심이 나서 만두와 소식과 분탕을 한꺼번에 휘저어 들이켰다. 이때 방장에도 사람이 많았는데, 아는 이들은 당삼장의 위의를 칭찬하고, 재미를 보려는 이들은 모두 저팔계가 밥 먹는 것을 구경했다. 그런데 사오정은 눈치가 빨라 속사정을 알아보고는 몰래 저팔계를 한 번 꼬집으며 말했다. “점잖게!” 저팔계가 당황하여 다급히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점잖게, 점잖게! 뱃속이 텅 비었단 말이오!” 사오정이 웃으며 말했다. “둘째 형, 형은 모르는구려. 천하의 점잖은 이가 얼마나 많은데, 뱃속을 논하자면 바로 우리와 꼭같다오.” 저팔계가 그제야 그만두었다. 당삼장이 결재를 외우자 좌우에서 자리를 치웠고, 당삼장이 고맙다는 인사를 올렸다.

절의 승려가 동토에서 온 연유를 묻자, 당삼장이 고적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포금선사라는 이름의 유래를 물었다.

그 승려가 대답하여 말했다. “이 절은 본래 사위국 급고독원사이며, 또 기원이라고도 하옵니다. 급고독장자가 부처님을 모셔 강경하게 하려고 금벽돌로 땅에 깔았으므로, 또 오늘날의 이름으로 바뀌었사옵니다. 내 절에서 바라보아 앞쪽이 바로 사위국이옵니다. 그때 급고독장자가 바로 사위국에 살고 계셨사옵니다. 내 황산은 본래 장자의 기원이었으므로, 그리하여 급고포금사라 이름하게 되었사옵니다. 절 뒤편에는 아직 기원의 터가 남아 있사옵니다. 요즘에도 때때로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면 금은과 구슬이 씻겨 나오는데, 복 있는 이는 늘 줍기도 하옵니다.” 당삼장이 말했다.

“소문이 헛되지 않으니 과연 참이로구나!” 또 물었다. “막 보산에 들어서니 문 아래 양쪽 회랑에 노새와 말, 수레와 짐을 끌고 다니는 행상이 많던데, 어찌하여 여기서 쉬어 가옵니까?” 승려들이 말했다. “내 산은 백각산이라 하옵니다.

“옛날에는 매우 태평하였사옵니다. 요즘은 천기가 순환하는 탓인지 어찌 된 일인지 지네 정기가 몇 마리 생겨, 늘 길 아래에서 사람을 해치옵니다. 목숨을 앗아가지는 않사오나, 실로 사람들이 감히 지나가지 못하옵니다. 산 아래에 관문이 하나 있는데 계명관이라 하옵니다. 닭이 울 때에야 비로소 감히 지나갈 수 있사옵니다. 그 행상들이 늦게 닿은 터라 불편할까 염려되어, 잠시 황산에서 하룻밤을 빌려 자고 닭이 울면 곧 떠나는 것이옵니다.” 당삼장이 말했다. “우리도 닭이 울기를 기다렸다가 가기로 하자.” 사부가 이야기하고 있는데, 또 재가 올라와 당승 등과 함께 먹고 나니, 이때 상현달이 환하였다. 당삼장과 손행자가 달빛을 밟으며 한가로이 거니는데, 도인 하나가 와서 아뢰었다. “우리 노사야께서 중화에서 온 인물을 뵙고자 하십니다.” 당삼장이 급히 몸을 돌리니, 늙은 승려 하나가 대나무 지팡이를 들고 앞으로 나와 예를 갖추며 말했다. “이분이 바로 중화에서 오신 스승님이시옵니까?” 당삼장이 답례하며 말했다. “감당치 못할 말씀이옵니다.” 늙은 승려가 칭찬을 그치지 않았다. 이윽고 물었다. “스승님께서는 연세가 얼마나 되시옵니까?” 당삼장이 말했다. “헛되이 사십오 년을 보냈사옵니다. 감히 묻사오니, 노원주께서는 연세가 얼마나 되시옵니까?” 늙은 승려가 웃으며 말했다. “스승님보다 어리석게 육십 년을 더 살았사옵니다.”

손행자가 말했다. “금년이면 백다섯 살이시로구나. 내가 몇 살로 보이옵니까?” 늙은 승려가 말했다.

“스승님의 얼굴은 예스럽고 정신은 맑으신 데다, 달 밝은 밤에 눈이 침침하여 급히 보아서는 알 수가 없사옵니다.” 한참을 이야기한 뒤 또 뒤쪽 회랑을 둘러보았다. 당삼장이 말했다. “아까 급고원 터가 있다 하였는데, 과연 어디에 있사옵니까?” 늙은 승려가 말했다. “뒷문 밖이 바로 그곳이옵니다.” 재촉하여 문을 열게 하니, 빈 터 하나가 보이고, 깨진 돌로 쌓아 올린 담장 기초가 얼마간 남아 있었다.

당삼장이 두 손을 모으고 탄식하여 말했다. “옛날 단나 수달다를 생각하니, 일찍이 금과 보물로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구제하였도다. 기원은 천고에 이름을 남겨 있는데, 장자는 어느 곳에서 부처님을 모시고 있는고?”

그들은 달을 감상하며 천천히 걸어 뒷문 밖 가까이 이르러, 대 위에 올라가 또 한참 앉아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당삼장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성스레 귀를 기울이니, 우는 소리는 부모를 알지 못하는 괴로움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는 마음이 아파 가슴이 저리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떨어졌다. 돌아서서 승려들에게 물었다. “어느 사람이 어디서 슬피 우옵니까?” 늙은 승려가 묻는 말을 듣고는 곧 승려들에게 먼저 돌아가 차를 달이라고 명하고,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서야 당승과 손행자에게 절을 올렸다. 당삼장이 부축하여 일으키며 말했다. “노원주여, 어찌하여 이런 예를 행하시옵니까?” 늙은 승려가 말했다. “제자가 나이 백여 년을 살아 인사를 조금은 아옵니다. 선정에 잠길 때마다 일찍이 몇 차례 형상을 본 적이 있사옵니다. 노야 사부의 일은 제자가 조금은 아옵니다. 남들과는 다르옵니다. 슬피 우는 일을 말하자면, 이 스승님이 아니고서는 밝히 분별하지 못하옵니다.” 손행자가 말했다. “무슨 일인지 먼저 말해 보시오.” 늙은 승려가 말했다. “지난해 오늘, 제자가 바야흐로 성월을 밝히고 있을 적에, 갑자기 바람 소리가 한바탕 들리더니 비원의 소리가 들려왔사옵니다. 제자가 자리에서 내려와 기원 터에 올라가 보니, 아름답고 단정한 여자 하나가 있었사옵니다. 내가 그에게 물었사옵니다. ‘너는 어느 집 여자인데, 어찌하여 이곳에 이르렀느냐?’ 그 여자가 말했사옵니다. ‘저는 천축국 왕의 공주이옵니다. 달빛 아래서 꽃을 구경하다가 바람에 불려 왔사옵니다.’ 나는 그를 헐고 빈 방 하나에 가두고, 그 방을 감방 모양으로 쌓아 올렸사옵니다. 문에는 작은 구멍 하나만 남겨 겨우 사발 하나 드나들게 하였사옵니다. 그날 승려들에게 전하기를 요사한 것이라 하여 내가 결박하였사오나, 내 승가는 자비로운 이들이라 그의 목숨을 해치려 하지 않았사옵니다. 날마다 그에게 거친 차와 거친 밥 두 끼를 주어 먹고 목숨을 이어 가게 하였사옵니다. 그 여자도 영리하여 곧 내 뜻을 알아차리고, 승려들에게 더럽힘당할까 두려워하여 미친 척 괴상한 짓을 하며 오줌 속에서 자고 똥 속에서 누웠사옵니다. 낮에는 헛소리를 하며 멍멍히 있고, 밤이 고요해지면 부모를 생각하며 우옵니다. 내가 몇 번이나 성 안에 들어가 동냥하며 공주 일을 알아보았으나, 전혀 소식이 없사옵니다. 그리하여 굳게 자물쇠를 채워 두고 더는 내보내지 않았사옵니다. 이제 다행히 스승님께서 나라에 오셨으니, 부디 나라에 이르러 법력을 널리 베푸시어 밝히고 또 밝혀 주옵소서. 하나는 착한 이를 구제하심이요, 둘은 신통을 드러내심이옵니다.” 당삼장과 손행자가 듣고 나서 절실히 마음에 새겼다. 이야기하고 있는데, 어린 승려 둘이 차를 마시고 자리에 들기를 청하므로, 드디어 돌아갔다.

저팔계와 사오정은 방장 안에서 투덜투덜거리며 말했다. “내일은 닭이 울 때 길을 떠나야 하는데, 이제 와서도 자러 오지 않는구나!” 손행자가 말했다. “이 멍청한 녀석이 또 무슨 소리를 하느냐?” 저팔계가 말했다. “잠이나 자자. 이토록 밤이 깊었는데 무슨 볼거리를 본단 말이오.” 이리하여 늙은 승려는 물러가고, 당승은 잠자리에 들었다. 바로 그때 이러하였다. 사람은 고요하고 달은 지고 꽃의 꿈은 은은한데, 따뜻한 바람이 벽의 비단 휘장을 살며시 스며드누나. 동호에서 물방울이 똑똑 떨어져 세 번 솟음을 보이고, 은하는 환하여 구화를 비추는구나.

이날 밤 잠이 아직 깊지 않은데 곧 닭 우는 소리가 들리고, 앞쪽의 행상들이 와글와글 모두 일어나 등불을 켜고 밥을 지었다. 이 장로도 저팔계와 사오정을 깨워 말에 안장을 얹고 짐을 챙기게 하였으며, 손행자는 등불을 켜라고 말했다. 그 절의 승려들은 벌써 먼저 일어나 차와 탕과 다과를 마련하여 뒤에서 공손히 기다리고 있었다. 저팔계가 기뻐하며 만두 한 접시를 먹고, 행장과 말을 끌어냈다. 당삼장과 손행자가 여러 사람에게 작별 인사를 올리니, 늙은 승려가 또 손행자에게 말했다.

“그 슬픈 일은 마음에 두고 또 두시오!” 손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삼가 받들겠소, 삼가 받들겠소! 내 성 안에 이르면 절로 소리를 듣고 이치를 살피며, 얼굴을 보고 빛깔을 분별하겠소.” 그 행상 무리도 떠들썩하게 함께 큰길로 올라섰는데, 인시가 될 무렵에 계명관을 지났다. 사시에 이르러서야 성벽이 보였으니, 참으로 철옹 금성이요 신주의 천부였다. 그 성은 이러하였다. 범이 웅크리고 용이 서린 형세가 높고, 봉황루와 기린각에 채광이 흔들리는구나.

어구의 흐르는 물은 띠를 두른 듯하고, 복된 땅은 산을 따라 깃발을 꽂았구나. 새벽 해에 기치가 천자의 길을 밝히고, 봄바람에 피리와 북이 시내 다리에 가득하구나. 왕에게 도가 있으니 의관이 빼어나고, 오곡이 풍성하게 익어 준걸이 드러나는구나.

이날 동시가에 들어서니 행상들은 저마다 여관으로 흩어졌다. 그 사부들이 성 안으로 들어가 걷고 있는데, 회동관역이 하나 있어 당삼장 등이 곧장 역 안으로 들어갔다. 그 역 안의 일을 맡은 이가 곧 역승에게 아뢰었다. “밖에 모양이 다른 승려 네 분이 백마 한 필을 끌고 들어왔사옵니다.” 역승이 말이 있다는 말을 듣고는 관가에서 보낸 이임을 알고, 청사로 나와 맞이하였다. 당삼장이 예를 갖추며 말했다. “빈승은 동토 당나라 황제의 칙명으로 영산 대뇌음으로 가 부처님을 뵙고 경을 구하는 자이옵니다. 몸에 관문을 지니고 있사오니, 입조하여 조험을 받고자 하옵니다. 대인의 높은 관아를 빌려 잠시 쉬었다가, 일이 끝나면 곧 떠나겠나이다.” 역승이 답례하며 말했다. “이 관아는 본래 사신과 나그네를 접대하는 곳이옵니다. 마땅히 후하게 맞이해야 하옵니다. 들어오시오, 들어오시오.” 당삼장이 기뻐하며 제자들을 모두 불러 인사하게 하였다. 그 역승은 그들의 얼굴이 추한 것을 보고 속으로 놀라며, 사람인지 귀신인지 알지 못하여 벌벌 떨면서 차를 올리고 재를 차릴 뿐이었다. 당삼장은 그가 놀라는 것을 보고 말했다. “대인께서는 놀라지 마옵소서. 내 제자 세 사람은 얼굴이 비록 추하오나 마음은 모두 착하옵니다. 속되게 이르기를 산이 험하면 사람은 착하다 하였으니, 무엇을 두려워하시겠나이까!” 역승이 그 말을 듣고서야 마음을 가라앉히고 물었다. “국사여, 당나라는 어느 곳에 있사옵니까?” 당삼장이 말했다. “남섬부주의 중화 땅이옵니다.” 또 물었다. “언제 집을 떠나셨사옵니까?” 당삼장이 말했다. “정관 십삼년이옵니다. 이제 이미 십사 년을 지내며 온갖 산천을 고생스레 지나왔사옵니다. 비로소 이곳에 이르렀사옵니다.” 역승이 말했다. “신승이시오! 신승이시오!” 당삼장이 물었다. “상국은 천년이 얼마나 되었사옵니까?” 역승이 말했다. “내 비루한 곳은 대천축국이옵니다. 태조와 태종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미 오백여 년이 되었사옵니다. 지금 왕위에 계신 할아버님께서는 산수와 화초를 사랑하시어, 호를 이종황제라 하시고 개원하여 정연이라 하였사옵니다. 이제 이미 이십팔 년이 되었사옵니다.” 당삼장이 말했다. “오늘 빈승이 가서 알현하고 관문을 바꾸고자 하옵니다. 조회를 만날 수 있겠나이까?” 역승이 말했다. “좋소! 좋소!

바로 좋소! 요즘 왕의 공주마마께서 나이 스무 살 청춘이 되시어, 마침 십자거리에 채루를 높이 매달고 수구를 던져 하늘에 맡긴 혼인으로 부마를 뽑고 계시옵니다. 오늘이 바로 그 떠들썩한 때이옵니다. 생각하건대 우리 왕 할아버님께서 아직 조회를 파하지 않으셨을 터이오니, 관문을 바꾸고자 하시거든 이때를 타서 가시는 것이 좋소.” 당삼장이 기꺼이 가려 하는데, 재가 차려지므로 역승과 손행자 등과 함께 먹었다.

때가 이미 정오를 지났다. 당삼장이 말했다. “이제 가보겠노라.” 손행자가 말했다. “제가 스승님을 모시고 가겠나이다.”

저팔계가 말했다. “제가 가겠나이다.” 사오정이 말했다. “둘째 형, 그만두시오. 형의 얼굴이 볼 만한 것도 아니니, 조정 문 밖에 나가 뽐내지 말고 큰형님을 보내는 것이 좋겠소.” 당삼장이 말했다. “오정의 말이 옳구나. 이 멍청이는 거칠고 둔하고, 오공은 자세함이 있느니라.” 그 멍청이는 입을 삐쭉거리며 말했다. “스승님을 빼고 나면, 우리 세 사람의 얼굴도 비슷하옵니다.” 당삼장은 가사를 걸치고, 손행자는 인경을 들고 함께 갔다. 저잣거리를 보니 사농공상이며 문인 묵객이며 어리석은 필부와 속된 이들이 다 함께 떠들며 말했다. “수구 던지는 것을 보러 가자!” 당삼장이 길가에 서서 손행자에게 말했다. “이곳의 인물과 의관, 궁실과 기물, 말씨와 담소가 나의 대당과도 같구나. 내 생각하건대 내 속가의 어머니도 수구를 던져 옛 인연을 만나 부부가 되었다 하였는데, 이곳에도 또한 이런 풍속이 있구나.” 손행자가 말했다. “우리도 가서 보는 것이 어떠하오니까?” 당삼장이 말했다. “안 된다! 안 된다! 너와 나는 옷차림이 마땅치 않으니 의심을 살까 두렵노라.”

손행자가 말했다. “스승님, 그 급고포금사 늙은 승려의 말을 잊으셨나이까? 하나는 채루를 보러 가는 것이요, 둘은 진짜와 가짜를 분별하러 가는 것이옵니다. 이토록 바쁜 때에 그 황제는 반드시 공주의 기쁜 소식만 들을 터인데, 어디 조회를 열어 정사를 보시겠나이까? 우선 갔다가 오시지요!” 당삼장이 그 말을 듣고 참으로 손행자와 함께 가니, 온갖 사람들이 모두 거기서 수구 던지는 것을 보고 있었다. 아, 뜻밖에도 이번 길에 어부가 낚싯바늘과 줄을 던져, 이로부터 시비를 낚아 올리게 되었구나.

이야기는 이러하였다. 그 천축국 왕은 산수와 화초를 사랑하여, 재작년에 후비와 공주를 데리고 어화원에서 달 밝은 밤에 완상하다가 요사한 것 하나를 건드렸다. 그 요괴가 참공주를 데려가고는 제가 가짜 공주로 변하였다. 당승이 금년 금월 금일 금시에 이른다는 것을 알고는, 나라의 부를 빌려 채루를 높이 세우고 당승을 짝으로 삼아 원양의 참된 기운을 취하여 태을상선이 되고자 하였다.

마침 정오 삼각이 되어, 당삼장과 손행자가 사람 무리에 섞여 누각 아래로 가까이 가니, 그 공주가 비로소 향을 집어 사르며 천지에 축고를 올렸다. 좌우에는 연지 곱게 바른 시녀가 오륙십 명 있고, 가까이 모시는 이들이 수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그 누각은 여덟 창이 영롱하였는데, 공주가 눈을 돌려 살피다가 당승이 아주 가까이 온 것을 보고는 수구를 가져다가 제 손으로 당승의 머리 위에 던졌다. 당승이 깜짝 놀라자 비로모가 비뚤어지고, 두 손으로 급히 그 공을 붙들었는데, 그 공이 데굴데굴 그의 옷소매 속으로 굴러 들어갔다. 누각 위에서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중 하나를 맞혔소! 중 하나를 맞혔소!” 아, 십자거리의 장사꾼과 행상들이 떼를 지어 와글와글 모두 달려들어 수구를 빼앗으려 하였다. 그러자 손행자가 한바탕 고함을 지르고, 이를 한 번 드러내며 허리를 한 번 굽히더니, 석 장이나 크게 자라나 신위를 부리고 추한 얼굴을 내보이니, 사람들이 넘어지고 기어 가며 감히 가까이 오지 못하였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흩어지자 손행자는 본모습으로 돌아왔다. 누각 위의 시녀와 궁아와 크고 작은 내관들이 모두 당승에게 내려와 절하며 말했다. “귀인이시오! 귀인이시오! 조정으로 들어가시어 경사를 축하하소서.” 당삼장이 급히 답례하고 사람들을 부축하여 일으킨 뒤, 고개를 돌려 손행자를 원망하며 말했다. “이 원숭이 녀석이 또 나를 놀리는구나!” 손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수구가 스승님 머리 위에 떨어지고 소매 속으로 굴러 들어갔는데, 나와 무슨 상관이 있사옵니까? 무얼 원망하시나이까?” 당삼장이 말했다. “이렇게 되었으니 어찌하면 좋겠느냐?” 손행자가 말했다. “스승님, 우선 마음을 놓으시옵소서. 입조하여 알현하시면, 내 역으로 돌아가 저팔계와 사오정에게 알려 기다리게 하겠나이다. 공주가 스승님을 부마로 삼지 않으면 관문이나 바꾸어 떠나면 그만이옵니다. 만약 반드시 스승님을 부마로 삼으려 한다면, 스승님께서 왕께 내 제자를 불러 주시어 한마디 분부를 하게 해 달라고 하옵소서. 그때 우리 세 사람을 조정에 부르게 되면, 내 그 사이에서 절로 진짜와 가짜를 분별하겠나이다. 이것이 혼인을 빌려 요괴를 항복받는 계책이옵니다.” 당승은 어쩔 수 없이 그 말을 따랐고, 손행자는 몸을 돌려 역으로 갔다.

그 장로는 궁아들에게 둘러싸여 누각 앞으로 이끌려 갔다. 공주가 누각에서 내려와 옥 같은 손으로 그를 부축하여 함께 보련에 오르고, 의장 행렬을 벌려 조정 문으로 돌아왔다. 황문관이 미리 아뢰었다. “만세, 공주마마께서 중 하나를 부축하고 계시오니, 수구에 맞은 모양이옵니다. 지금 오문 밖에서 분부를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그 왕이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몹시 언짢아 내쫓고자 하였으나, 또 공주의 뜻이 어떠한지 알지 못하므로, 뜻을 감추고 들이라 명할 뿐이었다. 공주와 당승은 마침내 금란전 아래에 이르렀으니, 바로 한 쌍의 부부가 만세를 부르고, 두 문의 사정과 정도가 천추에 절을 올리는구나. 예를 마치고 또 전 위로 불려 올라가니, 왕이 입을 열어 물었다. “승려는 어디서 왔기에 짐의 딸이 던진 공에 맞아 당첨되었느냐?” 당승이 엎드려 아뢰었다. “빈승은 남섬부주 대당 황제의 명으로 서천 대뇌음사에 가 부처님께 절하고 경을 구하러 가는 자이옵니다. 먼 길의 관문을 지니고 있사오니, 특별히 왕을 알현하고 관문을 바꾸려 왔사옵니다. 십자거리 채루 아래를 지나다가 뜻하지 않게 공주마마께서 던지신 수구가 빈승의 머리 위에 떨어졌사옵니다. 빈승은 출가하여 다른 가르침을 받드는 몸이온데, 어찌 감히 옥엽금지와 짝이 되겠나이까! 부디 빈승의 사죄를 용서하시옵고 관문을 바꾸어 주시어, 속히 영산으로 떠나 부처님을 뵙고 경을 구하여 내 나라로 돌아가게 하옵소서. 길이 폐하의 천은을 새기겠나이다!” 왕이 말했다. “너는 동토의 성승이니, 바로 천 리 인연도 실이 끌어당긴다 하였다. 과인의 공주가 이제 스무 살이 되도록 혼인하지 않았는데, 오늘의 연월일시가 모두 길하다 하여 채루를 매달고 수구를 던져 좋은 짝을 구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네가 던져 맞혔으니, 짐은 비록 달갑지 않으나 공주의 뜻이 어떠한지는 알지 못하노라.” 그 공주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부왕이시여, 늘 이르기를 닭을 따라가고 개를 따라간다 하였사옵니다. 소녀에게 먼저 서원이 있어 이 공을 매어 천지신명께 고하고 하늘에 맡긴 혼인으로 던졌사옵니다. 오늘 성승을 맞혔사오니, 곧 전생의 인연으로 금생의 만남을 얻은 것이옵니다. 어찌 감히 바꾸겠나이까! 원하옵건대 그를 부마로 삼게 하옵소서.”

왕이 그제야 기뻐하며 곧 흠천감 정대관을 불러 날짜를 가리라 명하고, 한편으로는 혼수와 화장함을 갖추게 하였으며, 또 칙지를 내려 천하에 알렸다. 당삼장이 그 말을 듣고도 은혜에 사례는커녕 다만 “용서하옵소서! 용서하옵소서!”만 외쳤다. 왕이 말했다. “이 중은 몹시 이치를 모르는구나. 짐이 한 나라의 부로 너를 부마로 삼으려 하는데, 어찌하여 여기 머물려 하지 않고 생각마다 경을 구하려 하느냐! 다시 사양하거든 금의관교에게 끌어내어 목을 베라 하리라!” 장로가 혼이 몸에서 떨어질 만큼 놀라 벌벌 떨며 머리를 조아려 아뢰었다. “폐하의 천은을 감격히 입사옵니다. 다만 빈승의 일행 네 식구 중에 제자 셋이 밖에 있사옵니다. 이제 받들어 받아들이겠사오나, 다만 한마디 분부를 하지 못하였사옵니다. 부디 그들을 이곳에 불러 관문을 바꾸어 주시어 어서 떠나게 하시면, 서쪽으로 온 뜻을 그르치지 않겠나이다.” 왕이 드디어 청을 들어 물었다. “네 제자는 어디에 있느냐?” 당삼장이 말했다. “모두 회동관역에 있사옵니다.” 곧 관리를 보내 성승의 제자를 불러 관문을 받아 서쪽으로 가게 하고, 성승은 이곳에 머물러 부마가 되게 하니, 장로는 일어나 곁에 서 있을 뿐이었다.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다. 큰 단약이 새지 않으려면 세 가지가 온전해야 하고, 고행은 이루기 어려우니 악연이 한스럽구나. 도는 성인이 전하고 닦음은 제게 있으며, 선은 사람이 쌓고 복은 하늘에서 오느니라. 육근이 탐욕을 부려 뽐내지 말고, 본래의 한 성품을 단박에 열어라. 사랑도 없고 생각도 없으면 절로 청정하리니, 해탈하여 초연해짐을 보장하리라. 이때 관리가 회동관역에 이르러 당승의 제자를 부르러 간 일은 여기서 더 이야기하지 않겠다.

각설하고 손행자는 채루 아래서 당승과 헤어져, 두어 걸음에 두어 번 웃으며 기뻐하고 또 기뻐하며 역으로 돌아갔다. 저팔계와 사오정이 마주 나와 말했다. “형님, 어찌 그리 기뻐 웃으시오? 스승님은 어찌 보이지 않소?” 손행자가 말했다. “스승님이 기뻐하셨다.” 저팔계가 말했다. “아직 목적지에도 닿지 않았고 부처님을 뵙고 경을 얻어 돌아온 것도 아닌데, 웬 기쁨이란 말이오?” 손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스승님과 함께 십자거리 채루 아래까지 갔는데, 공교롭게도 당조의 공주가 던진 수구가 스승님께 맞았소. 스승님은 궁아와 채녀와 내관들에게 밀려 누각 앞으로 이끌려 가, 공주와 함께 가마에 타고 입조하여 부마로 뽑혔소. 이보다 기쁜 일이 어디 있겠소?” 저팔계가 그 말을 듣고 발을 구르며 가슴을 치고 말했다. “내가 갈 줄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모두 그 사오정이 게을러서야! 네가 나를 막지만 않았더라면, 내가 곧장 채루 아래로 달려가 한 수구가 내 이 늙은 저팔계에게 맞았을 터인데, 그 공주가 나를 부마로 삼았다면 아름답고도 묘하지 않겠느냐! 준수하고 빼어나며 어울리기까지 하여, 모두 재수를 보며 놀았을 터인데 얼마나 재미있었겠느냐!” 사오정이 앞으로 나서서 그의 얼굴을 한 번 쓸며 말했다. “부끄러운 줄 몰라! 부끄러운 줄 몰라! 잘난 입방아로구나! 은 세 낸으로 늙은 나귀를 사 놓고 제가 잘 탄다고 자랑한다! 만약 수구 하나가 너에게 맞았더라면, 밤새 퇴송지를 사르며 쫓아내도 늦다 할 텐데, 감히 이런 재수 없는 것을 집에 들이겠느냐!” 저팔계가 말했다. “이 검둥이는 재미도 모르는구나! 못생긴 것은 못생긴 대로 또 맛이 있지. 옛적부터 이르기를 살갗은 거칠어도 뼈대는 굳세니, 저마다 취할 만한 점이 하나씩은 있다 하였다.” 손행자가 말했다. “멍청한 놈아, 헛소리 말고 행장이나 챙겨라. 스승님께서 다급해지셔서 우리를 부르실까 두렵구나. 그때 조정에 들어가 보호해야지.” 저팔계가 말했다.

“형님 또 틀린 말씀이오. 스승님이 부마가 되어 궁중에서 황제의 딸과 즐기시는 것이지, 산을 넘고 길을 걷다가 요괴나 마귀를 만나는 것도 아닌데, 형이 보호할 일이 무어 있소? 그만 나이에 이불 속의 일을 어찌 모르시겠소이까, 형이 가서 부축해 드려야 한단 말이오?” 손행자가 귀를 와락 잡아쥐고 주먹을 휘두르며 꾸짖었다. “이 음심이 끊이지 않는 둔한 놈아! 무슨 헛소리를 하느냐!” 한창 떠들고 있는데, 역승이 와서 아뢰었다. “성상께서 칙지를 내리시어, 관리를 보내 세 분의 신승을 청하라 하였사옵니다.” 저팔계가 말했다. “도대체 우리를 청하는 까닭이 무엇이오?” 역승이 말했다. “노신승께서 공주마마를 행운처럼 만나 수구에 맞아 부마로 뽑히셨사옵니다. 그리하여 관리를 보내 청하라는 것이옵니다.” 손행자가 말했다. “관리가 어디 있소? 들어오라고 하시오.” 그 관리가 손행자를 보고 예를 올렸다. 예를 마치고도 감히 얼굴을 쳐다보지 못한 채 혼잣말로만 외웠다. “귀신인가, 요괴인가?

뇌공인가, 야차인가?” 손행자가 말했다. “이 관리, 할 말이 있으면 말하지 않고 어찌 머뭇거리느냐?” 그 관리는 겁에 질려 벌벌 떨며 두 손으로 성지를 받들고 입으로 횡설수설 말했다. “우리 공주마마께서 회친을 청하십니다! 우리 주공께서 회친을 청하십니다!” 저팔계가 말했다. “여기엔 형구도 없으니 너를 때리지 않겠다. 천천히 말해라, 겁내지 말고.” 손행자가 말했다. “설마 네가 때릴까 두렵겠느냐? 네 그 얼굴이 무서울까 보냐! 어서 행장을 꾸려 짐을 지고 말을 끌고 입조하여, 스승님을 뵙고 의논하러 가자!” 이는 바로 이러하였다.

좁은 길에서 만나면 피하기 어렵나니, 정든 사이가 도리어 원수가 되리라.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