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설하고 손행자 세 사람이 선조관을 따라 오문 밖에 이르렀다. 황문관이 즉시 전하여 아뢰고 들이라 하였다. 그 세 사람은 가지런히 서서 절을 하지 않았거늘, 천축국 왕이 물었다. “그대 셋은 성승 부마의 높은 제자냐? 성과 이름은 무엇이며 어디에 사느냐? 무슨 일로 출가하였으며 무슨 경전을 취하러 가느냐?”
손행자가 곧 앞으로 나아가 전각에 오르려 하자 곁에서 호가하던 이가 호통쳤다. “걷지 말라! 무슨 말이거든 거기 서서 아뢰어라.” 손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 출가인은 한 걸음을 얻으면 곧 한 걸음을 더 나아가는 법이라네.” 뒤이어 저팔계와 사오정도 함께 앞으로 나섰다. 장로가 그들이 촌스럽고 거칠게 굴어 어가를 놀라게 할까 염려하여 일어나 불렀다. “제자들아, 폐하께서 너희의 내력을 물으시니 곧 아뢰어라.” 손행자가 자기 스승이 곁에 모시어 서 있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하여 큰 소리로 한마디 외쳤다. “폐하께서는 남을 가벼이 여기시고 자신을 무겁게 여기시는구려! 이미 우리 스승을 부마로 삼으셨거늘 어찌 그를 모시어 서 있게 하시나이까? 세상에서 사위를 귀인이라 일컫거늘, 어찌 귀인이 앉지 못할 이치가 있사오리까!” 왕이 이 말을 듣고 크게 놀라 낯빛이 변하여 물러나려 하였으나 관람을 그르칠까 두려워, 할 수 없이 담력을 굳게 하고 근시에게 수둔을 가져오라 하여 당승을 청해 앉히었다. 손행자가 그제야 아뢰었다. “이 늙은 손오공은 본래 동승신주 오래국 화과산 수렴동에 살았사옵니다. 하늘이 아비요 땅이 어미이며 바위가 갈라져 이 몸이 태어났나이다. 일찍이 지극한 이에게 절하여 큰 도를 배워 이루었고, 다시 신선의 고향으로 돌아와 동천복지에서 무리를 불러 모았나이다. 바다로 내려가 용을 항복받고 산에 올라 짐승을 사로잡았으며, 죽음의 명부에서 이름을 지우고 삶의 호적에 올라 벼슬이 제천대성이 되었나이다. 경루를 완상하고 보각을 즐겨 노닐며 천선을 만나 날마다 노래하고 즐겼고 성경에 살며 아침마다 즐거웠사옵니다. 다만 반도연을 어지럽히고 천궁을 크게 거역하다가 부처께 사로잡혔사옵니다. 오행산 아래 억눌려 갇혀 배고프면 쇠탄을 먹고 목마르면 구리즙을 마시며 오백 년 동안 차나 밥을 맛보지 못하였사옵니다. 다행히 우리 스승이 동토에서 나와 서방을 배알하러 가실 때 관음께서 명하시어 천재를 벗고 큰 난을 떠나 유가문하에 귀의하게 하였나이다. 옛 휘는 오공이요, 이름은 행자라 하나이다.” 왕이 그 이름이 이토록 무거움을 듣고 놀라 용상에서 내려와 어필로 장로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부마여, 이 또한 짐의 하늘 인연이니 그대 같은 신선의 인연과 신선의 권속을 만났도다.” 당삼장은 입이 마르도록 은혜를 사례하고 왕에게 자리에 오르시기를 청하니 왕이 다시 물었다. “저 사람이 둘째 고제냐?” 저팔계가 입을 내밀고 위풍을 떨치며 말했다. “이 늙은 저팔계는 전세에 사람으로 태어나 환락을 탐하고 게으름을 사랑하였사옵니다. 한평생 혼돈하여 성정을 어지럽히고 마음을 미혹케 하였으며, 하늘의 높음과 땅의 두터움을 알지 못하고 바다의 넓음과 산의 아스라함을 밝히지 못하였나이다. 한가로이 지내는 즈음에 홀연 한 진인을 만났사옵니다. 반 마디 말로 업의 그물을 풀고 두세 마디 말로 재앙의 문을 쪼개니, 그 자리에서 깨달아 스승을 찾아가 삼가 이팔의 공부를 닦고 삼삼의 전후를 단련하였나이다. 행이 차자 날아 올라 천부를 뛰어넘었고, 옥제의 두터운 은혜를 입어 벼슬이 천봉원수가 되어 하수군을 거느리고 한궐에서 소요하였사옵니다. 다만 반도연에서 술에 취해 상아를 희롱하다가 관직을 삭탈당하고 인간 세상으로 쫓겨났으며, 잘못 투탁하여 돼지의 형상에 의탁하였나이다. 복릉산에 머물며 한없이 악을 짓다가 관음을 만나 착한 도리를 가리켜 주심에 불교에 귀의하고 당승을 보호하게 되었나이다.”
“서방으로 곧장 가서 묘한 경전을 예배하여 구하러 가나이다. 법휘는 오능이요, 팔계라 불리나이다.” 천축국 왕이 그 말을 듣고 간담이 서늘하여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였다. 이 얼간이는 점점 정신을 부리며 머리를 흔들고 입을 내밀고 귀를 쳐들고는 껄껄껄 크게 웃었다. 당삼장이 또 어가를 놀라게 할까 두려워 즉시 꾸짖었다. “팔계야, 거둬들여라!” 그제야 두 손을 모아 공손히 서서 억지로 점잖은 체하였다. 왕이 또 물었다. “세 번째 고제는 무슨 연고로 귀의하였느냐?” 사오정이 합장하고 아뢰었다. “이 늙은 사오정은 본디 범부로서 윤회가 두려워 도를 찾았사옵니다. 바다 끝을 구름처럼 떠돌고 하늘 가를 물결처럼 방랑하며, 늘 의발을 몸에 지니고 매양 심신을 집에서 갈고닦았나이다. 이처럼 정성스러웠기에 선려를 만났고, 아이를 길러 내어 사녀와 인연을 맺었나이다. 공부가 삼천을 채우고 네 가지 모습을 화합하였나이다. 천계를 뛰어넘고 현궁을 배알하여 벼슬을 권렴대장으로 받고 봉련과 용거를 모시며 장군의 봉호를 받았사옵니다. 또한 반도연에서 실수로 유리잔을 깨뜨려 유사하로 쫓겨나 머리와 얼굴을 바꾸고 죄업을 지으며 생명을 해쳤나이다. 다행히 보살이 동토로 멀리 노니러 오시어 권하여 귀의케 하시고 당조의 불자를 기다려 서천으로 경을 구해 과정을 이루라 하셨사옵니다. 이에 스스로 새롭게 일어서 대각을 다시 닦고 강을 가리켜 성을 삼았나이다. 법휘는 오정이요, 이름은 사승이라 하나이다.” 왕이 듣고는 놀람과 기쁨이 겹쳤으니, 기쁜 것은 딸이 산 부처를 사위로 맞이한 것이요, 놀란 것은 세 사람이 참으로 요신인 까닭이었다. 놀라고 기뻐하는 사이에 홀연 정대 음양관이 아뢰었다. “혼기는 금년 금월 십이일로 정하였사옵니다. 임자일이 길하고 주당이 통리하니 혼인을 배필하기에 마땅하나이다.” 왕이 말했다. “오늘은 무슨 날이냐?” 음양관이 아뢰었다. “오늘은 초팔일로 무신일이옵니다. 원숭이가 과일을 바치는 날이니 어진 이를 들이고 일을 받아들이기에 참으로 마땅하나이다.” 왕이 크게 기뻐하여 즉시 당가관에게 명해 어화원의 관각과 누정을 소제하게 하고, 우선 부마와 세 고제를 모셔 편히 쉬게 하며, 뒤에 합근의 좋은 잔치를 차려 공주를 배필하게 하였다. 여러 이들이 삼가 받들어 왕이 조회를 파하고 여러 관원이 다 흩어졌거니와, 그 자세한 사정은 이만 접어둔다.
각설하고 당삼장 사부가 모두 어화원에 이르자 날이 저물어 가고 있어 소찬을 차려 내었다. 저팔계가 기뻐하며 말했다. “오늘 하루도 밥 먹을 때가 되었구먼.” 관판인이 곧 흰쌀밥과 국수 따위를 광주리에 가득 담아 메어 왔다. 그 저팔계는 먹고 또 덜고, 덜고 또 먹어 마침내 창자가 버티고 배가 불룩해져서야 비로소 그만두었다. 잠시 뒤에 또 등불을 켜고 자리를 깔아 각기 잠자리에 들었다. 장로가 좌우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는 손행자를 원망하며 성난 소리로 불렀다. “오공아! 이 원숭이야, 번번이 나를 해치는구나! 내가 관문만 바꾸러 가자, 채루 앞으로는 가지 말자 하였거늘, 네가 어찌하여 굳이 나를 끌고 가 보게 하였느냐? 이제 보니 좋으냐! 이런 일을 끌어내었으니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손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스승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돌아가신 어머니도 수구를 던져 옛 인연을 만나 부부가 되었다 하시어 옛일을 사모하는 뜻이 있는 듯하였기에, 이 늙은 손오공이 스승님을 모시고 갔사옵니다. 또 그 급고포금사 장로의 말이 생각나 참과 거짓을 살펴보려 하였사옵니다. 마침 그 국왕의 얼굴을 보니 자못 흐리고 어두운 빛이 있사오나, 다만 공주가 어떠한지는 보지 못하였을 따름이옵니다.” 장로가 말했다. “공주를 보면 어찌하겠다는 것이냐?” 손행자가 말했다. “이 늙은 손오공의 화안금정은 한 번 보기만 하면 참과 거짓, 선과 악, 부귀와 빈천을 알아보나이다. 그리하면 시행하기도 좋고 사특함과 바름을 가려내기도 좋사옵니다.” 사오정과 저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형님이 요즘 또 관상을 배웠군요.” 손행자가 말했다. “관상하는 선비쯤은 내 손자밖에 안 되네.” 당삼장이 꾸짖었다. “입놀림은 그만두어라! 다만 그가 이제 반드시 나를 사위로 삼으려 하니 참으로 어찌 처치한단 말이냐?” 손행자가 말했다. “우선 십이일에 잔치를 여는 때가 되면 반드시 그 공주가 나와 부모에게 참배하러 나올 것이니, 이 늙은 손오공이 곁에서 지켜보겠나이다. 만일 참된 여인이라면 스승님께서 부마가 되어 나라 안의 영화를 누리셔도 좋사옵니다.” 당삼장이 그 말을 듣고 더욱 성을 내며 꾸짖었다. “이 원숭이야! 네가 도리어 나를 해치려 하는구나! 그것은 오능이 한 말이거늘, 우리가 열 마디 가운데 아홉 마디쯤 이미 올라갔는데 네가 아직도 뜨거운 혀로 나를 찌르느냐? 어서 입을 다물고 그 더러운 입을 열지 말라! 다시 무례를 부리면 내가 곧 주문을 외워 너로 하여금 견디지 못하게 하리라!” 손행자가 주문을 외운다는 말을 듣고 황급히 앞에 꿇어 말했다. “외우지 마옵소서, 외우지 마옵소서! 만일 참된 여인이라면 절을 올릴 때에 우리가 함께 황궁을 크게 뒤집어놓고 스승님을 모시고 가겠나이다.” 사부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어느덧 초경이 되었다. 참으로 이러하였다. 깊고 깊은 궁중의 물시계여, 그윽하고 그윽한 꽃향기로다. 비단 문에는 구슬 발이 드리웠고, 한가한 뜰에는 불빛이 끊겼구나. 그네 줄은 차갑게 빈 그림자만 남기고, 강적 소리는 잦아들어 사방이 고요하도다. 집을 두른 꽃은 달빛을 머금어 찬란하고, 멀리 트인 하늘에는 나무가 없어 별빛이 드러나는구나. 두견새는 울음을 그치고 나비의 꿈은 길어라. 은하는 하늘을 가로지르고 흰 구름은 고향으로 돌아가는구나. 참으로 이별하는 이의 정이 간절한 곳이라, 바람에 흔들리는 연약한 버들이 더욱 처량하구나. 저팔계가 말했다. “스승님, 밤이 깊었사옵니다. 일은 내일 아침에 다시 의논하시고 우선 주무시옵소서, 주무시옵소서!” 사부는 과연 잠자리에 들었다.
하룻밤의 밤 풍경은 이미 읊었거니와, 어느덧 다시 금계가 새벽을 알렸다. 오경 삼점에 천축국 왕이 곧 전각에 올라 조회를 베풀었는데, 보라, 이러하였다. 궁전의 창이 열리니 자줏빛 기운이 높고, 바람에 어가의 음악이 불려 푸른 하늘을 꿰뚫는구나. 구름이 옮겨감에 표미의 깃발이 움직이고, 햇빛이 이두에 비치니 옥패가 흔들리는도다. 향기로운 안개는 가늘게 궁중 버들의 푸름을 더하고, 이슬방울은 촉촉히 원림 꽃의 고움을 적시는구나. 만세를 외치며 몸을 춤추니 수많은 관원이 줄지어 섰고, 바다는 잔잔하고 강은 맑아 온 천하가 하나로 통하는 조정이로다.
여러 문무백관이 조회를 마치니 왕이 또 광록시에 명하여 십이일 잔치를 차리게 하고 오늘은 우선 봄 술동이를 정비하여 부마를 어화원에서 놀게 하라 하였다. 또 의제사에 분부하여 세 어진 친첩을 데리고 회동관으로 가 잠시 앉게 하고 광록시에 명하여 소찬 세 자리를 차려 그리로 가져가 모시게 하였다. 두 곳에 모두 교방사에 명하여 음악을 연주하게 하며 봄 경치를 구경하며 긴 낮을 보내게 하였다.
저팔계가 그 말을 듣고 응하여 말했다. “폐하, 저희 사부는 서로 만난 뒤로 한순간도 떨어진 적이 없사옵니다. 오늘 어화원에서 연회를 여시거든 저희도 데리고 가 이틀 놀게 하옵소서, 그래야 스승님이 댁의 부마 노릇을 하실 수 있사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장사가 이루어지지 않사옵니다.” 천축국 왕이 그가 추하고 말이 거칠며, 또 목을 비틀고 입을 내밀고 귀를 흔드는 것을 보니 꼭 풍증이 있는 듯하여, 혼사를 깨뜨릴까 두려워 하는 수 없이 따르며 명하였다. “영진화이각에 두 자리를 차려 짐이 부마와 함께 앉겠노라. 유춘정에 세 자리를 차려 세 사람을 따로 앉게 하라, 그 사부가 자리 차례로 불편할까 염려되기 때문이니라.”
그 얼간이가 그제야 위를 향해 읍을 하며 고맙다 외치고는 각자 물러났다. 왕이 또 내궁관에 전지하여 잔치를 베풀게 하고, 삼궁 육원의 후비와 공주를 불러 올려 머리를 단장하고 화장을 더하며 혼수 예물을 마련하게 하여 십이일의 좋은 배필을 기다리게 하였다.
사시 무렵이 되자 천축국 왕이 어가를 베풀어 당승을 청하여 함께 어화원 안으로 들어가 구경하였다.
좋은 곳이로다. 길은 채색 돌을 깔았고 난간은 조각을 새겼구나. 길에 채색 돌 깔았으니 길가 돌 섶에 기이한 꽃이 자라고 난간에 조각 새겼으니 난간 밖 섬돌에 다른 풀이 자라는구나. 고운 복숭아는 비취를 홀리고 연한 버들은 꾀꼬리를 번쩍이게 하는도다. 걸으면 그윽한 향기 소매에 가득 오고 다니면 맑은 기운 옷에 많이 묻어나는구나. 봉대와 용소, 죽각과 송헌이 있으니 봉대 위에서 피리를 불매 봉황이 날아와 예를 갖추고 용소에서 기른 물고기가 용으로 변해 떠나는구나. 죽각에는 시가 있어 흰 눈을 다듬느라 시구를 갈고닦았고 송헌에는 문집이 있어 구슬과 옥을 고르고 푸른 책에 주를 달았도다. 가짜 산과 주먹만 한 돌은 푸르고 굽이치는 물은 푸른 물결이 깊구나. 모란정과 장미 시렁은 비단을 포개고 융단을 깔았고 말리 섬돌과 해당 화단은 노을을 쌓고 옥을 쌓았도다. 작약은 다른 향기 풍기고 촉규는 기이하게 고우며 흰 배꽃과 붉은 살구꽃은 향기를 다투고 자란과 금훤은 고움을 겨루는구나. 여춘화와 목필화와 두견화는 활짝 피어 붉게 타오르고 함박꽃과 봉선화와 옥잠화는 살랑살랑 높이 솟았도다. 곳곳마다 붉게 스며 연지가 윤택하고 포기마다 향기 진해 비단 수를 두른 듯하구나. 더욱 기쁜 것은 동풍이 불어 날이 따뜻해지니 온 동산의 고운 자태가 빛을 뽐내는도다.
한 무리의 임금과 몇몇이 오래도록 구경하였다. 의제사 관원이 손행자 세 사람을 유춘정으로 청해 들이고 천축국 왕은 당승의 손을 잡고 화이각에 올라 각기 연회를 즐겼다. 가무와 취탄과 베풀어 차린 진설은 참으로 이러하였다. 창합이 우뚝 솟아 서광이 피어나고 봉각과 용루에 서기가 비끼는구나. 봄빛은 가늘게 풀꽃의 수를 펼치고 하늘빛은 아스라이 비단포에 비쳐 밝도다. 생황과 노래가 어우러져 신선의 잔치 같고, 잔이 날아다니며 옥 같은 술이 맑구나. 임금이 기뻐하고 신하가 즐거워 함께 구경하니, 화이가 길이 진압되어 세상이 강녕하도다. 이때 장로는 왕이 공경하고 중히 여김에 어찌할 도리가 없어 마지못해 따라 즐기는 체하였으니 참으로 겉으로 기쁘고 속으로 근심하는 것이었다. 앉아 보니 벽에 금병 네 폭이 걸려 있고 병풍에 춘하추동 네 경치가 그려져 있으며 모두 제영이 붙어 있었으니 한결같이 한림 명사의 시였다. 《춘경시》에 이르기를, “하늘의 한 기운 굴러 큰 도가 돌아가니 대지 화창하여 만상이 새롭구나. 복숭아와 자두가 고움을 다투어 만발하고 제비는 그린 들보로 날아와 향기로운 티끌을 포개는구나.” 《하경시》에 이르기를, “따뜻한 바람 살랑 불어 생각이 더디니, 궁원의 석류와 해바라기가 햇빛에 비치는구나. 옥피리 음조가 낮잠을 놀라게 하고 연꽃 향기 흩어져 뜰의 휘장에 이르는도다.” 《추경시》에 이르기를, “금정의 오동나무 잎 하나 누렇게 지고 구슬 발 걷지 않으니 밤이 되어 서리가 내리는구나. 제비는 사일을 알아 둥지 떠나가고 기러기는 갈꽃 꺾어 다른 고을 지나가는도다.” 《동경시》에 이르기를, “하늘에서 비구름이 날려 흐려 차가운데, 삭풍이 불어 눈이 쌓여 천 산이 하얗구나. 깊은 궁에 붉은 화로 따뜻하니 매화 피어 옥이 난간에 가득하다 전하는도다.”
천축국 왕이 당승이 마음 내키는 대로 시를 보는 것을 보고 말했다. “부마가 시 속의 맛을 즐기니 마음이 틀림없이 읊기를 잘하리라. 만일 옥과 구슬을 아끼지 않는다면 운에 따라 각기 한 수씩 화답하는 것이 어떠하냐?” 장로는 경치를 대하면 정을 잊고 마음을 밝히는 이라 왕이 삼가 중히 여겨 앞의 운에 화답하라 명하니 그만 홀연 한 구절을 읊었다. “날이 따뜻해 얼음 녹으니 온 대지가 고르노라.” 왕이 크게 기뻐하며 즉시 시위관을 불러 명하였다. “문방사보를 가져오너라. 부마에게 화답을 마쳐 적어 내리라 하여 짐이 천천히 음미하겠노라.” 장로가 기꺼이 사양하지 않고 붓을 들어 화답하였다.
《춘경시》에 화답하여, “날 따뜻해 얼음 녹으니 대지가 고르노라. 어원의 화훼 다시 새로워라. 온화한 바람과 고운 비에 백성이 은택을 입고 바다 잔잔하고 강 맑아 속된 티끌이 끊겼도다.” 《하경시》에 화답하여, “북두가 남쪽 가리키니 대낮이 길어라. 괴화 구름과 석류 불꽃이 빛을 다투는구나. 꾀꼬리와 자줏빛 제비가 궁중 버들에서 울고 교묘히 두 소리를 굴려 자주빛 휘장에 드는구나.” 《추경시》에 화답하여, “향기는 푸른 귤과 누런 등자에서 날리고 소나무 잣나무 푸르러 서리 내림을 기뻐하는구나. 울타리 국화 반쯤 피어 비단 수를 모았고 생황과 노래의 운이 물과 구름의 고을에 꿰뚫는도다.” 《동경시》에 화답하여, “상서로운 눈 개니 기운이 차갑고 기이한 봉우리와 교묘한 돌이 옥 산을 이루었구나. 화로에 짐승 모양 숯을 태워 향긋한 유락을 끓이고 소매에 손 넣고 높은 소리로 노래하며 비취 난간에 기대었노라.” 왕이 화답을 보고 크게 기뻐하며 칭찬하였다. “참으로 좋구나, ‘소매에 손을 넣고 높은 소리로 노래하며 비취 난간에 기대었노라!’” 드디어 교방사에 명하여 새 시로 음악을 연주하게 하고 온종일 즐기다 파하였다.
손행자 세 사람도 유춘정에서 실컷 대접을 받아 각자 술 몇 잔을 마시니 모두 취기가 좀 있었다. 막 장로를 찾아가려 하는데, 장로가 이미 천축국 왕과 함께 한 각에 있는 것이 보였다. 저팔계의 얼간이 기질이 발동하여 소리쳐 말했다. “좋구나, 즐겁다! 자유롭구나! 오늘도 이 한바탕을 누렸으니, 배부른 김에 잠이나 자러 가야겠다!” 사오정이 웃으며 말했다. “둘째 형은 너무 수양이 없소. 이 기운이 배를 가득 막은 판에 어찌 잠을 잔단 말이오?” 저팔계가 말했다. “너는 어찌 알겠느냐, 속담에 밥을 먹고 나서 시체처럼 뻗지 않으면 뱃속에 기름이 붙지 않는다 하지 않았느냐!” 당승이 천축국 왕과 작별하고는 오직 입을 삼가고 또 삼가더니, 정자 안에 이르자 그 세 사람을 꾸짖어 말했다. “이 무거운 놈아, 점점 더 촌스러워지는구나! 이게 어느 곳인데 함부로 큰 소리로 떠드느냐? 만일 왕의 노여움을 산다면 그에게 목숨을 해치우지 않겠느냐?” 저팔계가 말했다. “괜찮소, 괜찮소! 우리는 그와 사돈 예절로 지내는 사이니 그가 함부로 괴이하게 여기지 못할 것이오. 옛말에 친척은 때려도 끊어지지 않고 이웃은 욕해도 끊어지지 않는다 하였소. 모두 함께 노는 것인데 그가 무엇이 두렵단 말이오?” 장로가 꾸짖어 명하였다. “이 얼간이를 끌어내어 선장으로 스무 대를 쳐라!” 손행자가 과연 단번에 잡아 넘어뜨리자 장로가 지팡이를 들어 치는데, 얼간이가 외쳐 말했다. “부마 할아버지! 용서하옵소서, 용서하옵소서!” 곁에서 잔치를 모시던 관원이 말리자 얼간이가 기어 일어나며 투덜투덜 말했다. “좋은 귀인이로다! 훌륭한 부마로다! 혼인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벌써 왕법을 들이대는구나!” 손행자가 그의 입을 막으며 말했다. “헛소리 말라! 헛소리 말라! 어서 자러 가라.” 그들은 또 유춘정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이튿날 아침에도 여전히 연회를 즐겼다.
어느덧 사흘 나흘을 즐기다가 마침 십이일의 좋은 날이 되었다. 광록시 세 부의 각 관원이 돌아와 아뢰었다. “신 등이 팔일에 명을 받은 이래 부마부는 이미 수리를 마치고 오직 혼수의 진설만을 기다리옵니다. 합근 연회도 이미 갖추어져 훈과 소가 모두 오백여 자리이옵니다.” 왕이 마음이 기뻐 막 부마를 잔치에 청하려 하는데 홀연 내궁관이 어전에 아뢰었다. “만세, 정궁 황후께서 청하시옵니다.” 왕이 곧 내궁으로 들어가니 삼궁의 황후와 육원의 빈비가 공주를 인도하여 모두 소양궁에서 담소하고 있었다. 참으로 꽃무더기요 비단 송이라! 그 부유하고 화려하며 요염한 모습은 천당의 월전보다 뛰어나고 선부의 요궁에 못지않았다. 《희회가인》이란 새 노래 네 수가 증거로 있느니라.
《희사》에 이르기를, 기뻐라! 기뻐라! 기뻐라! 기쁘고 즐겁구나! 혼인을 맺으니 사랑이 아름다워라. 교묘한 궁중 화장, 상아가 어찌 견주리오. 용비녀와 봉잠이요 눈부시게 금실이 날리는구나. 앵두 입술과 흰 이에 붉은 얼굴이여 아리따운 꽃 같은 몸이로다. 비단은 겹겹이요 오색 무리 가운데로다. 향기 자욱한 천금의 대열이로다. 《회사》에 이르기를, 만남이여! 만남이여! 만남이여! 요염하고 아리따워라. 모장을 이기고 초나라 미녀를 능가하며 나라를 기울이니 꽃에 견주고 옥에 견주도다. 단장은 더욱 선명하고 비녀와 고리도 매우 화려하구나. 난초 같은 마음과 혜초 같은 성품이 맑고 높으며 분칠한 얼굴과 얼음 같은 살결이 영화롭고 귀하도다. 검은 눈썭은 먼 산처럼 옅고 요조한 자태가 비단 대열에 모였구나. 《가사》에 이르기를, 아름다워라! 아름다워라! 아름다워라! 옥 같은 선녀요 신선의 아이로다. 깊이 사랑스럽고 자랑할 만하구나. 다른 향기 그윽하고 연지와 분이 어우러지는도다. 천태의 복지는 멀거늘 어찌 국왕의 집과 같으리오. 웃음과 말소리가 어지러이 교태를 띠고 생황과 노래가 어우러져 떠들썩하구나. 꽃과 비단 쌓은 천 가지 아름다움을 인간 세상 두루 보아도 어찌 같으리오. 《인사》에 이르기를, 인연이여! 인연이여! 인연이여! 난사향이 자욱하구나. 선녀의 진이요 미인의 무리로다. 빈비는 옷을 갈고 공주는 새 단장을 하였구나. 구름 같은 머리채는 까마귀 상투를 쌓고 무지개 치마는 봉황 치마를 누르는도다. 한 가닥 선율 맑게 울리고 두 줄의 붉은 자주빛이 어우러지는구나. 그해 일찍이 난새 탈 신표를 맺었거늘 오늘 아침 다행히 좋은 인연을 만나는구나.
각설하고 천축국 왕의 어가가 이르자, 후비들이 공주를 인도하고 채녀와 궁아가 모두 나와 맞이하였다.
천축국 왕이 기뻐하는 낯으로 소양궁에 들어가 앉았다. 후비들이 조배를 마치니 왕이 말했다. “공주는 어진 딸이로다. 초팔일에 채색을 매달고 구슬을 던져 성승을 만난 것이 다행이니, 생각건대 소원이 이미 이루어졌으리라. 각 아문의 관원들도 짐의 마음을 헤아려 갖가지 일을 모두 갖추었노라. 오늘이 바로 좋은 기약이니 일찍 합근 잔치로 나아가거라. 시각을 놓치지 말지니라.” 그 공주가 앞으로 나아가 몸을 던져 절하며 아뢰었다. “부왕이시여, 소녀의 만 가지 죄를 용서하옵소서. 한마디 아뢸 말이 있사옵니다. 이 며칠 동안 궁관의 전하는 말을 들으니 당성승에게 제자가 셋 있는데 그들이 몹시 추악하게 생겼다 하옵니다. 소녀는 감히 그들을 뵙지 못하겠사오니, 만일 보게 되면 반드시 두려움이 생길까 두렵사옵니다. 부디 부왕께서 그들을 성 밖으로 내보내 주시옵소서. 그렇지 않으면 약한 몸이 놀라 상하여 도리어 화가 될 것이옵니다.” 왕이 말했다. “아이가 말하지 않았더라면 짐이 잊을 뻔하였구나. 참으로 몹시 추악하게 생겼더라. 여러 날 어화원 유춘정에서 대접하게 하였노라. 오늘 전각에 올라 관문을 내어주어 성 밖으로 나가게 하는 것이 마침 좋으리라. 그런 뒤에 잔치를 모시면 되겠노라.” 공주가 머리를 조아리며 은혜를 사례하니, 왕이 곧 어가를 내어 전각에 올라 전지하였다. “부마와 그 세 사람을 청하노라.” 원래 그 당승은 손가락을 꼽아 날을 세며 십이일을 견뎌 내었거늘, 날이 밝기도 전에 그 세 사람과 의논하며 말했다. “오늘이 바로 십이일이로다. 이 일을 어찌 처치한단 말이냐?” 손행자가 말했다. “그 국왕은 이미 조금 사나운 기운이 있음을 알아내었사오나 아직 몸에 붙지 않았으니 큰 해는 되지 않사옵니다. 다만 공주를 만나 보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옵니다. 만일 나오기만 한다면 이 늙은 손오공이 한 번 보고 참과 거짓을 알아낸 뒤에야 움직이겠나이다. 스승님께서는 마음 놓으시옵소서. 그가 이제 틀림없이 청하러 와서 우리를 성 밖으로 보낼 것이니, 스승님은 응하여 받아들이시고 두려워하지 마옵소서. 제가 몸을 감추고 곧 돌아와 스승님을 바싹 따라 지키겠나이다.” 사부가 막 이야기하는데 과연 당가관이 의제사와 함께 청하러 왔다. 손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가세, 가세! 틀림없이 우리를 전송하려는 것이니 스승님을 남겨두고 잔치를 하려는 게지.” 저팔계가 말했다. “전송하려면 틀림없이 천백 냥의 황금과 백은이 있을 테니 우리도 인사거리를 좀 사서 내 장인 집으로 가 다시 친척을 만나 놀 수 있겠구먼.” 사오정이 말했다. “둘째 형은 입을 다물고 함부로 말하지 말게. 오직 큰형의 주장에 맡길세.” 드디어 행리와 말을 모두 그 관원들을 따라 단지 아래로 가니, 천축국 왕이 보고 손행자 세 사람을 가까이 오라 하여 말했다. “너희는 관문을 올려라. 짐이 마땅히 보화를 찍고 화압을 하여 너희에게 넘겨주리라. 그 밖에 노자도 넉넉히 준비하여 너희 세 사람을 보내니 일찍 영산으로 가 부처를 뵈어라. 만일 경을 취하여 돌아오면 후한 사례가 또 있으리라. 부마는 이곳에 머무르니 염려하지 말지니라.” 손행자가 사례하고 드디어 사오정에게 명하여 관문을 꺼내 올리게 하였다. 왕이 보고 즉시 인을 찍고 화압을 하였으며, 또 황금 열 덩이와 백은 스무 덩이를 가져와 친례를 삼았다. 저팔계는 본래 재물과 색을 탐하는 마음이 무거운지라 곧 나서서 받았다. 손행자가 위를 향해 읍하며 말했다. “폐를 끼쳤사옵니다! 폐를 끼쳤사옵니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가려 하니, 당삼장이 황급히 벌떡 일어나 손행자를 붙들며 이를 갈며 말했다. “너희는 나는 생각지도 않고 가려 하느냐!” 손행자가 손으로 당삼장의 손바닥을 잡으며 눈짓을 하고 말했다. “스승님께서는 여기서 마음을 넓게 가지시며 즐거이 만나시옵소서. 저희가 경을 취하고 돌아와 스승님을 뵈러 오겠나이다.” 그 장로는 믿는 듯 못 믿는 듯하여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 여러 관원이 다 보고는 참으로 서로 작별하고 가는 줄로 여겼다.
이윽고 왕이 또 부마를 전각에 오르라 청하고 여러 관원에게 명하여 세 사람을 성 밖으로 전송하게 하니 장로는 하는 수 없이 손을 놓고 전각에 올랐다.
손행자 세 사람이 무리와 함께 조문을 나와 각자 작별하였다. 저팔계가 말했다. “우리가 참으로 가는 것이냐?” 손행자는 말없이 다만 걸어 역 안으로 갔다. 역승이 맞아들여 차를 내고 밥을 차렸다. 손행자가 저팔계와 사오정에게 말했다. “너희 둘은 여기 있으면서 절대 나서지 말라. 역승이 무슨 일을 묻거든 대강 얼버무려 대답하고 나와 말하지 말라. 나는 스승님을 지키러 가노라.” 좋은 대성이여, 털 하나를 뽑아 입으로 선기한 기운을 불어넣고 “변해라!” 외치니, 곧 제 모습으로 변하여 저팔계와 사오정과 함께 역 안에 있었다. 참몸은 홀연히 반공으로 뛰어올라 꿀벌 한 마리로 변하였는데, 참으로 작고 교묘하였다. 보라, 그 모습이 어떠한가.
날개는 누렇고 입은 달며 꼬리는 날카로워라. 바람을 따라 날아오르며 미친 듯 춤추는구나. 꽃술을 따고 향기를 훔치는 데 가장 능하여, 버들 사이를 지나 꽃 사이를 파고들며 흔들리는도다. 몇 번이나 애써 물들여 오갔건만, 날아오고 날아가도 헛된 바쁨이로다. 진한 꿀을 빚어 놓고도 스스로 맛본 적이 있으랴. 다만 이름과 형상만 남겨 둘 뿐이로다. 보라, 그가 가만히 조정 안으로 날아들어갔다. 멀리 당승이 국왕 왼쪽 수둔에 앉아 눈썹을 찌푸리고 조바심을 품은 것이 보였다. 곧장 날아가 그의 비로모 위에 앉아 살며시 귀가에 기어 올라가 말했다. “스승님, 제가 왔사옵니다. 염려하지 마옵소서.” 이 말은 오직 당승만 들었고 그 무리 범인은 알아챌 리 없었다. 당승이 듣고서야 비로소 마음이 편해졌다. 오래지 않아 궁관이 와서 아뢰었다. “만세, 합근의 아름다운 잔치가 치작궁에 이미 차려졌사옵니다. 황후와 공주가 모두 궁에서 모시고 있사오니 만세와 귀인께서 함께 회친하시기를 바라옵니다.” 천축국 왕이 기쁨을 이기지 못하며 곧 부마와 함께 궁으로 들어갔다. 참으로 이러하였도다.
사특한 임금이 꽃을 사랑하니 꽃이 재앙이 되고 선심이 움직이니 생각마다 근심이 생기는구나.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