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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6 제96회 구원외희대고승(寇員外喜待高僧) · 당장로불탐부귀(唐長老不貪富貴)

색이란 본래 색이 아니요, 공이란 또한 공이 아니로다. 고요함과 떠들썩함, 말함과 침묵이 본래 한가지이니, 꿈속에서 어찌 수고로이 꿈을 말하리오. 쓰임 있는 가운데 쓰임 없음이 있고, 공 없는 가운데 공을 베푸는구나. 과일이 익으면 저절로 붉어지거늘, 어찌 닦는 법을 묻겠는가. 각설하고 당승 사부와 제자들이 법력을 부려 보금사 승려들을 막아 세웠다. 승려들은 검은 바람이 스친 뒤 그들 사부와 제자가 보이지 않자 살아 있는 부처가 강림한 줄로 여기고 머리를 조아리며 돌아갔으니, 여기서는 더 말하지 않겠다. 그 사도들이 서쪽으로 가니 바로 봄이 저물고 여름이 시작되는 무렵이었다. 날씨가 맑고 상쾌하며 못에는 부들과 연꽃이 돋아난다. 매실은 비 온 뒤에 익고 보리는 바람 속에서 여문다. 풀 향기로운 곳에 꽃이 지고 꾀꼬리는 늙어 버들가지가 가볍구나. 강 제비는 새끼를 데리고 날기를 익히고 산 꿩은 새끼에게 먹이를 물며 우네. 북두 남쪽에 해가 길어지니 만물이 광명을 드러내는구나. 아침에 밥 먹고 저녁에 묵으며 시내를 돌고 비탈을 찾는 일을 다 말할 길이 없구나. 그 평안한 길에서 보름을 지나니 앞에 또 성곽이 가까이 보였다. 삼장이 물었다. "제자들아, 이곳은 또 어느 곳이냐?" 손행자가 말했다. "모르겠나이다, 모르겠나이다." 저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이 길은 형님이 지나온 길인데 어찌 모른다 하시오! 무슨 괴이한 데가 있어 일부러 못 알아본 체하며 우리를 놀리는구려." 손행자가 말했다. "이 멍청한 놈이 사리를 모르는구나! 이 길을 몇 번 지나가긴 하였으나 그때는 구소 허공에서 구름을 타고 오고 갔을 뿐이니, 어느 때 이 땅에 내려온 적이 있었더냐? 일이 마음에 걸리지 않으니 알아볼 까닭도 없었느니라. 그런데 무슨 괴이함이 있어 너를 놀린단 말이냐?"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어느덧 성곽 앞에 이르렀고, 삼장이 말에서 내려 다리를 건너 곧장 문 안으로 들어갔다. 긴 거리를 보니 처마 밑에 늙은이 둘이 앉아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삼장이 불렀다. "제자들아, 너희는 그 거리 한가운데 서서 고개를 숙이고 버릇없이 굴지 말라. 내가 저 처마 밑에 가서 지명을 물어보마." 손행자 등이 과연 그 말대로 서 있고, 장로가 앞으로 다가가 두 손을 모으며 불렀다. "노시주께서여, 빈승이 문안을 올리나이다."

그 두 늙은이는 그곳에서 한가롭게 흥하고 쇠함과 얻고 잃음, 누가 성인이고 누가 현인인지, 당시 영웅의 사업이 지금 어디 있는지를 말하고 있었으니 참으로 큰 탄식이로다. 문득 문안의 소리가 들리자 예를 갖추며 말했다. "장로께서는 무슨 말씀이 있으시오?" 삼장이 말했다. "빈승은 먼 곳에서 부처님을 뵙으러 오는 길에 막 이곳에 당도하였사온데 어느 지명인지 알지 못하겠나이다. 어디 선을 즐기는 인가가 있어 공양 한 끼를 빌 수 있겠나이까?" 노인이 말했다. "내 사는 곳은 동태부이오, 부의 뒤에 한 고을이 있어 지령현이라 하오. 공양을 들려 하시면 빌러 다니실 것 없소. 이 패방을 지나 남북 거리에서 서쪽을 등지고 동쪽을 향한 집을 보시오. 범이 앉은 듯한 문루가 하나 있는데 바로 구원외의 집이오. 그 집 문 앞에는 만 명의 승려도 막지 않는다는 패가 걸려 있소. 그대 같은 먼 곳의 승려라면 마음껏 누릴 수 있으니 가시오! 가시오! 가시오! 우리 이야기를 끊지 말아 주시오." 삼장이 사례하고 몸을 돌려 손행자에게 말했다. "이곳은 동태부 지령현이란다. 두 어르신이 말씀하시기를, '이 패방을 지나 남북 거리의 동쪽을 향한 범이 앉은 문루에 구원외의 집이 있고, 그 문 앞에는 만 명의 승려도 막지 않는다는 패가 있다'고 하시며, 그 집에 가서 공양을 들라 하셨느니라." 사오정이 말했다. "서방은 불가의 땅이니 참으로 승려에게 공양하는 이가 있구려. 이곳이 이미 부현이니 통행 문서를 검사받을 것 없이 우리가 공양을 좀 빌어먹고 곧 길을 가면 되겠소." 장로와 세 사람이 긴 거리를 천천히 걸어가니, 또 저 저잣거리 사람들이 모두 놀라고 겁을 먹으며 의심하고 또 의심하는 바람에 둘러싸고 다투어 그들의 용모를 구경하였다. 장로는 입을 다물라 분부하고 다만 "버릇없이 굴지 말라! 버릇없이 굴지 말라!"고만 일렀다. 세 사람은 과연 고개를 숙이고 감히 쳐다보지 못하였다. 모퉁이를 돌자 과연 남북 큰 거리가 하나 보였다. 가는 도중에 범이 앉은 듯한 문루가 보였는데, 문 안쪽 그림자 벽에 큰 패 하나가 걸려 있고 거기에는 만 명의 승려도 막지 않는다는 네 글자가 적혀 있었다. 삼장이 말했다. "서방 불지에서는 어진 이나 어리석은 이나 다 속임이 없구나. 두 어르신이 말씀하실 때는 나도 믿지 못하였더니, 이곳에 이르니 과연 그 말씀대로로다." 저팔계는 촌스럽고 거칠어 곧장 들어가려 하였다. 손행자가 말했다. "멍청한 놈아, 잠시 서 있거라. 사람이 나와 묻거든 그때 가서 들어가는 것이 좋겠다." 사오정이 말했다. "형님 말씀이 옳소. 자칫 안과 밖을 분별하지 못하여 시주를 번거롭게 할까 두렵소."

문 앞에서 말과 행리를 내려 놓았다. 잠시 후 머리센 하인 하나가 저울과 광주리를 들고 나왔다. 문득 그들을 보고는 놀라 그것들을 내동댕이치고 안으로 뛰어 들어가며 아뢰었다. "주인 어르신! 밖에 모습이 다른 승려 네 분이 오셨사옵니다!" 그 원외는 지팡이를 짚고 뜰에서 한가롭게 거닐며 줄곧 염불을 외우다가 아뢰는 소리를 듣고 곧 지팡이를 버리고 나와 맞이하며, 네 사람이 추하고 사나운 것도 두려워 않고 "어서 들어오시오, 어서 들어오시오." 하고 외쳤다. 삼장은 겸손하고 공손하게 모두 함께 들어갔다. 한 골목을 돌아 원외가 길을 인도하여 한 채의 집에 이르러 말했다. "이 윗쪽의 방들은 노야들을 모셔 대접하는 불당과 경당과 재당이오, 아랫쪽은 내 제자의 노소가 거처하는 곳이오." 삼장이 칭찬을 그치지 못하고 가사를 꺼내 입고 부처님께 절한 뒤 당에 올라가 살펴보니 이러하였다. 향 연기가 자욱이 피어오르고 촛불이 빛나네. 온 당 안에는 비단이 뭉치고 꽃이 모였고, 사방에는 금이 펼쳐지고 채색이 찬란하구나. 붉은 칠을 한 걸이에는 자금종이 높이 걸렸고, 채색 칠을 한 촛대에는 꽃무늬 북이 마주 놓였네. 몇 쌍의 번기는 여덟 가지 보물로 수놓였고 천 분의 부처님은 모두 금을 입혔구나. 옛 구리로 된 화로와 옛 구리로 된 병, 조각 칠을 한 탁자와 조각 칠을 한 상자로다. 옛 구리 화로 안에는 침향과 단향이 늘 끊이지 않고, 옛 구리 병 속에는 매양 연꽃이 채색을 드러내네. 조각 칠한 탁자 위에는 오색 구름이 싱싱하고, 조각 칠한 상자 안에는 향 꽃잎이 쌓였구나. 유리잔에는 맑은 물이 고요히 맑고, 유리 등에는 향 기름이 환히 밝도다. 금으로 된 경쇠 한 소리, 울림이 한가롭고 여유롭구나. 참으로 속세의 티끌이 미치지 못하니 진기한 누각을 능가하고, 집안의 불당이 으뜸가는 사찰을 누르는구나. 장로가 손을 씻고 향을 사른 뒤 절을 마치고 몸을 돌려 원외에게 예를 갖추었다. 원외가 말했다. "잠시 기다리시오! 경당으로 가서 뵙기를 청하오." 또 보니 이러하였다. 네모난 대와 세워 둔 찬장, 옥으로 된 상자와 금으로 된 함이로다. 네모난 대와 세워 둔 찬장에는 무수한 경문이 쌓여 있고, 옥 상자와 금 함에는 많은 간찰이 간직되었구나. 채색 칠을 한 탁자 위에는 종이와 먹과 붓과 벼루가 있으니 모두 정교하고 정결한 문방구요, 후춧가루를 바른 병풍 앞에는 글씨와 그림과 거문고와 바둑이 있어 모두 오묘하고 또 오묘한 참된 흥취로다. 옥처럼 가볍고 금을 띄우는 듯한 신선의 경쇠 하나가 놓였고, 바람을 걸치고 달을 두른 듯한 용의 수염 한 자루가 걸렸구나. 맑은 기운이 사람의 정신을 상쾌하게 하고, 재계한 마음이 스스로 도심이 한가함을 느끼네. 장로가 이곳에 이르러 막 예를 갖추려 하는데 원외가 또 부축하며 말했다. "불의를 벗으시기를 청하오." 삼장이 가사를 벗은 뒤에야 장로와 인사를 나누고, 손행자 세 사람도 불러 인사하게 하였으며, 말에게 여물을 주고 행리를 처마 밑에 둔 뒤에야 안부를 물었다.

삼장이 말했다. "빈승은 동토 대당 황제의 칙명을 받고 이 귀한 곳을 찾아 영산으로 올라가 부처님을 뵙고 참된 경을 구하는 자올시다. 존댁에서 승려를 공경한다는 말을 듣고 찾아와 뵙고 공양 한 끼를 얻어 곧 떠나고자 하나이다." 원외가 얼굴에 기쁜 빛을 띠며 웃으며 말했다. "제자의 천한 이름은 구홍이오, 자는 대관이며 헛되이 예순네 살을 살았사옵니다. 마흔 살 적에 만 명의 승려에게 공양하기를 서원하였사온데 바야흐로 원만을 이루려 하는 참이올시다. 이제 공양한 지 스물네 해가 되었고 승려에게 공양한 장부가 한 권 있사옵니다. 요 며칠 한가하여 공양한 승려를 헤아려 보니 이미 구천구백구십육 분을 모셨사온데 오직 네 분이 모자라 원만을 이루지 못하였나이다. 그런데 오늘 하늘이 스승 네 분을 내려 보내시어 만 명의 승려 수를 채워 주셨사오니 존함을 남겨 주시옵소서. 한 달 남짓 너그럽게 머물러 주시면 원만을 이룬 뒤에 제자가 가마와 말을 갖추어 산으로 모시겠나이다. 이곳에서 영산까지 팔백 리뿐이오니 멀지도 않사옵니다." 삼장이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며 우선 그러마고 승낙하였으니, 여기서는 더 말하지 않겠다.

크고 작은 하인 몇이 땔감을 나르고 물을 길으며 쌀과 밀가루와 채소를 가져다 공양을 장만하니, 원외의 마나님이 놀라며 물었다. "어디서 온 승려들이기에 이토록 서두르느냐?" 하인들이 말했다. "방금 고승 네 분이 오셨사온데 아버님께서 안부를 물으시니 동토 대당 황제께서 보내신 이들이라 하시며, 영산으로 가 부처 할아버지께 절하러 가는 길에 우리 집까지 왔으니 그 길이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 하였사옵니다. 아버님께서는 하늘이 내리신 분이라 하시며 어서 공양을 장만하여 모시라 분부하셨나이다." 그 늙은 부인도 이 말을 듣고 기뻐하며 계집종에게 이르렀다. "옷을 가져오너라, 내가 입고 가서 나도 좀 보아야겠다." 하인들이 말했다. "마나님, 한 분만 보실 만하고 저 세 분은 보실 수 없사옵니다. 생김새가 몹시 추하옵니다." 늙은 부인이 말했다. "너희는 알지 못하느니라. 생김새가 추하고 괴상하며 기이한 이는 반드시 하늘 사람이 인간 세상에 내려온 자니라. 어서 먼저 가서 네 아버님께 알리도록 하여라." 그 하인이 경당으로 달려가 원외에게 아뢰었다. "마나님께서 오셨사온데 동토에서 오신 노야를 뵙고자 하십니다." 삼장이 이 말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늙은 부인이 벌써 당 앞에 이르러, 당승의 용모가 훤칠하고 풍채가 영웅다움을 보았다. 얼굴을 돌려 손행자 세 사람의 모습이 보통이 아님을 보니, 하늘 사람이 내려온 줄 알면서도 몇 분은 두렵고 겁이 나 위를 향해 무릎 꿇고 절하였다. 삼장이 황급히 답례하며 말했다. "보살께서 잘못 공경하시느라 수고로우셨나이다." 늙은 부인이 원외에게 물으며 말했다. "스승 네 분이 어찌 나란히 앉지 않으시오?" 저팔계가 입을 내밀며 말했다.

"우리 세 사람은 제자올시다." 아! 그의 이 한 소리가 깊은 산의 호랑이 울음소리와 같아서, 그 마나님은 더욱 겁을 먹었다.

이야기가 한창인데 또 하인 하나가 달려와 아뢰었다. "두 도련님도 오셨사옵니다." 삼장이 황급히 몸을 돌려 보니 원래 젊은 수재 두 사람이었다. 그 수재들이 경당으로 올라와 장로에게 몸을 던지듯 절을 올리니, 삼장은 놀라 급히 답례하였다. 원외가 앞으로 나서며 붙잡고 말했다. "이 아이들은 내 두 작은아들이올시다. 이름은 구량과 구동이라 하오. 서재에서 글을 읽고 막 돌아와 점심을 먹으러 오는 길에 스승께서 강림하셨다는 말을 듣고 찾아와 뵙는 것이오." 삼장이 기뻐하며 말했다. "어질구나! 어질구나! 참으로 문벌을 높이려면 모름지기 선을 행해야 하고, 자손을 훌륭하게 하려면 글 읽기에 달렸도다." 두 수재가 아버지에게 여쭈었다. "이 노야께서는 어디서 오셨사옵니까?"

원외가 웃으며 말했다. "오신 길이 머니라. 남섬부주 동토 대당 황제의 칙명을 받고 영산으로 가 부처 할아버지께 절을 올리고 경을 취하러 가는 이들이오." 수재가 말했다. "제가 사림광기를 보았사온데 천하에는 사대부주만 있다 하였사옵니다. 우리가 사는 이곳을 서우하주라 하고, 또 동승신주라는 곳이 있사옵니다. 남섬부주에서 이곳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을 걸었을지 알 수 없사옵니다." 삼장이 웃으며 말했다. "빈승은 길에서 지체한 날이 많고 걸은 날이 적었느니라. 늘 독한 마귀와 사나운 요괴를 만나 온갖 고생을 겪었사온데, 내 세 제자가 보호해 준 덕에 열네 번의 겨울과 여름을 겪고서야 이 귀한 곳에 이를 수 있었나이다." 수재들이 이 말을 듣고 칭찬을 그치지 못하며 말했다. "참으로 신승이시로구나! 참으로 신승이시로구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또 어린 하인 하나가 와서 청하였다. "공양 잔치가 차려졌사옵니다. 노야께서는 들어가 공양을 드시옵소서." 원외는 마나님과 아들들을 집 안으로 돌려보내고, 자신은 네 사람을 모시고 재당으로 들어가 공양을 들었다. 그곳의 차림새가 가지런하니 보라. 금칠한 탁자와 안상, 흑칠한 교의로다. 앞에는 오색 높은 과일이 있으니 모두 공교한 장인이 새로 만든 요즘 유행이오, 둘째 줄에는 다섯 접시의 작은 반찬, 셋째 줄에는 다섯 접시의 과일, 넷째 줄에는 다섯 개 큰 접시의 주전부리로다. 가지가지가 달콤하고 아름다우며 낱낱이 향기롭구나. 채소 국과 쌀밥, 찐 빵과 만두가 김이 펄펄 끓어오르니 모두 입에 맞고 배 채우기에 넉넉하도다. 일고여덟 명의 하인이 왕왕래래하며 받들고 서너 명의 요리사가 손을 놓지 않네. 국을 올리는 이는 국을 올리고 밥을 더하는 이는 밥을 더하며, 오고 가는 모습이 참으로 별이 달을 쫓아가듯 하구나. 이 저팔계는 한 입에 한 그릇씩, 마치 바람이 남은 구름을 걷어 가듯 하여 사부와 제자들이 한 끼를 마음껏 누렸다. 장로가 일어나 원외에게 공양을 사례하고 곧 길을 떠나려 하였다. 그 원외가 막아서며 말했다. "스승이시여, 마음 놓고 며칠만 머물러 주시옵소서. 속담에 시작은 쉬워도 마무리는 어렵다 하였나이다. 원만을 이루고 나서야 떠나 보낼 수 있사옵니다." 삼장이 그의 마음이 정성되고 간절함을 보고 어쩔 수 없이 머물렀다.

닷새에서 이레쯤 지나고서야 원외는 이 고장 응불승 스물네 명을 청해 원만 도량을 베풀었다. 승려들이 글을 짓고 불사를 마련하기를 사흘이나 나흘 걸려 좋은 시각을 택하여 불사를 열었는데, 그곳 풍경이 대당의 세상 인정과 같아 이러하였다. 큰 번기를 높이 달고 금빛 불상을 펼쳐 놓았으며, 일제히 촛불을 들고 향을 사르며 공양하네. 북을 치고 징을 두드리며 생황을 불고 피리를 부네. 구름 무늬 징과 가로로 부는 피리의 소리가 맑으니 모두 척공 자로 적은 음과 같구나. 한 차례 두드리고 한바탕 부니 소리 높여 한목소리로 경장을 펴네. 먼저 토지를 편안히 모시고, 다음으로 신장을 청하였도다. 문서를 발송하고 불상에 절을 올렸네. 공작경 한 부를 강론하니 구절마다 재앙의 장애를 없애고, 약사등 하나를 밝히니 불꽃이 환히 빛나네. 수참법에 절을 올려 원한의 허물을 풀고, 화엄경을 외워 비방의 죄를 없애는구나.

삼승의 묘한 법을 몹시 부지런히 닦으니 한두 사문이 모두 한가지로다. 이렇게 사흘 밤낮을 지내니 도량이 끝났다. 당승은 뢰음사를 생각하며 한마음으로 떠나려 하여 또 작별을 고하며 사례하였다. 원외가 말했다. "스승께서 작별을 서두르시니, 아마 요 며칠 불사가 바빠서 소홀히 대접한 것이 많아 섭섭하게 여기시는 뜻이 있으신 게지요." 삼장이 말했다.

"존댁을 깊이 번거롭게 하였사온데 무엇으로 보답할지 모르거늘, 어찌 감히 섭섭하다 말하겠나이까! 다만 성군께서 나를 관문 밖까지 배웅하시며 언제 돌아오겠느냐 물으셨사온데 내가 잘못 답하여 삼 년이라 하였사옵니다. 뜻밖에도 길에서 지체하여 이제 십사 년이 되었나이다! 경을 얻을지도 모르는데 돌아가는 데 또 십이삼 년이 걸린다면 어찌 황제의 분부를 어기는 일이 아니겠나이까? 그 죄를 어찌 감당하겠나이까! 원로 원외께서는 빈승이 앞서 가도록 허락해 주시옵소서. 경을 얻어 돌아온 뒤에 다시 댁을 찾아와 오래도록 머물면 어찌 불가하겠나이까!" 저팔계가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스승님은 참으로 남의 원도 들어주지 않으시고 인정에도 맞지 않으시는구려! 원로 원외께서는 대부호이시니 승려에게 공양하겠다는 서원을 세우셨고 이제 원만을 이루었사온데, 머물러 달라는 정성도 지극하오니 한 해쯤 머물러도 무방할 터인데 어찌 그리 가시려만 하십니까? 이렇게 마련된 좋은 공양을 두고 남의 집에 가서 빌어먹으려 하시다니! 앞에 스승님의 무슨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댁이라도 있는 것이옵니까?" 장로가 버럭 소리치며 꾸짖었다. "이 어리석은 놈아, 먹을 생각만 하고 회향의 인연은 돌보지 않는구나! 바로 저 구유에서 먹고 위 속에서 가려움을 긁는 짐승이로다! 너희가 이 탐냄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탐하려 한다면, 내일은 나 홀로 가겠노라." 손행자는 스승이 얼굴빛을 바꾸는 것을 보고 곧 저팔계를 붙잡아 머리에 주먹을 한바탕 퍼부으며 욕했다. "이 멍청한 놈이 분별이 없어서 스승님이 우리까지 다 미워하게 만들었구나!" 사오정이 웃으며 말했다. "잘 때렸소! 잘 때렸소! 이렇게 말도 안 하고 있어도 남의 미움을 사는데, 게다가 끼어들기까지 하였소!" 그 멍청이는 씩씩거리며 곁에 서서 다시는 감히 입을 열지 못하였다. 원외는 그들이 성을 내는 것을 보고 얼굴 가득 웃음을 띠며 말했다. "스승이시여, 조급해하지 마시옵소서. 오늘은 우선 너그럽게 받아 주시옵고, 내일 내가 기와 북을 마련하고 이웃과 친척을 청하여 떠나보내겠나이다."

이야기가 한창인데 그 늙은 부인이 또 나와서 말했다. "스승이시여, 이미 저희 집에 오셨사온데 굳이 사양하실 것 없사옵니다.

오늘이 며칠째이옵니까?" 삼장이 말했다. "이미 보름이 되었나이다." 늙은 부인이 말했다. "이 보름은 우리 원외의 공덕으로 치시옵소서. 늙은 몸에도 바느질 품삯이 있사오니 그 또한 스승께 보름 동안 공양을 올리고자 하나이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구동 형제가 나와 말했다. "노야 네 분이시여, 가친께서 스무 해 남짓 승려에게 공양하셨사온데 좋은 분을 만나 뵙지 못하셨거늘, 이제 원만을 이루어 네 분께서 강림하시니 초가집에 빛이 나나이다. 학생은 나이 어려 인과를 알지 못하옵니다만 늘 이런 말을 들었사옵니다. 지아비가 닦으면 지아비가 얻고, 지어미가 닦으면 지어미가 얻으며, 닦지 않으면 얻지 못한다 하였나이다. 가친과 가모께서 각기 정성을 올리려 하시는 것은 저마다 인과를 얻고자 함이온데, 어찌 굳이 사양하시려 하시옵니까? 이 어리석은 형제도 아껴 모아 둔 푼돈이 조금 있사오니, 역시 노야들께 보름 동안 공양을 올려 드리고 나서야 배웅하고자 하나이다." 삼장이 말했다. "영당이신 노보살의 성의도 이미 감히 받지 못하거늘, 어찌 또 현곤옥의 두터운 사랑을 받겠나이까? 결단코 감히 받을 수 없나이다. 오늘 아침엔 반드시 떠나야 하옵니다. 부디 노여워하지 마시옵소서. 그렇지 않으면 황제께서 정하신 기한을 어겨 그 죄가 용서받지 못할 것이옵니다." 늙은 부인과 두 아들은 그가 고집을 꺾지 않는 것을 보고 성이 나서 말했다. "좋은 뜻으로 머물라 하건만 저리 고집스레 가려 하니, 가려면 그냥 가도록 두시오! 무슨 말을 그리 자꾸 하시나이까!" 모자가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저팔계는 입을 참지 못하고 또 당승에게 말했다. "스승님, 분수를 넘기지 마시옵소서.

속담에 머물러 주면 고맙다 하고 떠나면 원망을 산다 하였나이다. 우리가 우선 한 달쯤 머물러 그 모자의 원성을 이루어 드리면 될 것을, 어찌 그리 바삐 서두르십니까?" 당승이 또 버럭 소리를 지르며 꾸짖자, 그 멍청이는 스스로 제 입을 두어 번 때리며 "쯧! 쯧! 쯧!" 하고는 말했다. "말이 많다! 또 소리를 냈구나!"

손행자와 사오정이 곁에서 킥킥거리며 웃었다. 당승은 또 손행자를 나무라며 말했다. "네가 무얼 웃느냐?"

곧 결을 쥐고 긴고아주를 외우려 하니, 손행자는 놀라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스승님, 저는 웃지 않았사옵니다, 웃지 않았사옵니다! 천만부디 외우지 마시옵소서, 외우지 마시옵소서!" 원외는 또 그들이 번뇌를 일으키는 것을 보고 다시는 억지로 붙들지 못하고 다만 말했다. "스승이시여, 다투지 마시옵소서. 내일 아침에 배웅하겠나이다." 이에 경당에서 나와 서판에게 분부하여 간찰 백여 장을 써 이웃과 친척을 청해 내일 아침 당조의 스승이 서행하는 길을 배웅하라 하였고, 한편으로는 요리사에게 전별 연회를 차리게 하고, 맡은 이에게 채색 기 스무 쌍을 만들게 하며, 피리와 북 부는 악사 한 무리를 구하고, 남래사에서 승려 한 무리와 동악관에서 도사 한 무리를 청하되 내일 사시까지 모든 항목을 갖추라 하였다. 여러 집사가 명을 받아 떠나갔으며 오래지 않아 하늘이 또 어두워졌다. 저녁 공양을 들고는 저마다 잘 곳으로 돌아갔으니 바로 이러하였다. 몇 마리의 귀가하는 까마귀가 다른 마을로 지나가고, 누각 위의 종과 북 소리가 멀리서 들리네. 육가삼시의 인가가 고요하고 만호천문의 등불이 흐릿하구나. 달은 밝고 바람은 맑아 꽃이 그림자를 희롱하고, 은하는 희미하게 별을 비추네. 두견새가 우는 곳에 밤이 이미 깊으니 하늘의 소리도 없고 대지 또한 고요하구나. 이때 삼경 사경 무렵 맡은 하인들이 모두 일찍 일어나 온갖 물건을 사다 마련하였다. 보라, 연회를 준비하느라 부엌이 바쁘고 채색 기를 마련하느라 당 앞이 떠들썩하며, 승려와 도사를 청하러 두 발이 뛰어다니고, 북과 피리를 부르며 급히 몸을 날리고, 간찰을 보내느라 동쪽으로 갔다 서쪽으로 달리고, 가마와 말을 준비하느라 위에서 부르고 아래에서 응하네. 이 밤새 떠들썩하여 사시께가 되자 모든 항목이 갖추어졌으니 돈만 있으면 못할 것이 없었다.

각설하고 당승의 사도들이 일찍 일어나니, 또 그 무리가 공양을 올렸다. 장로는 행리를 수습하고 말을 갖추라 분부하였다. 멍청이는 떠난다는 말을 듣고 입을 삐쭉거리며 중얼중얼거리다가 할 수 없이 의발을 수습하여 어깨에 메는 지게를 챙겼다. 사오정은 말을 솔질하고 안장과 고삐를 얹어 대령하였다. 손행자는 아홉 고리 지팡이를 스승 손에 건네고, 자신은 통관문첩의 인경을 가슴 앞에 걸고는 모두 함께 떠나려 하였다. 원외는 또 그들을 뒤쪽 큰 사랑채로 청해 들였는데 그 안에 차려진 연회는 재당에서 대접하던 것보다 더욱 달랐다. 보라, 발과 장막이 높이 걸리고 병풍이 사방을 둘렀으며, 한가운데에는 수산복해의 그림 한 폭이 걸렸고 양쪽 벽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경치 네 폭이 나란히 걸렸구나. 용무늬 솥 안에서는 향기가 자욱이 피어오르고, 까치 꼬리 모양 화로에서는 상서로운 기운이 생겨나네. 보는 접시마다 채색이 뭉쳐 있고 보물처럼 꾸민 과자가 낱낱이 선명하며, 벌여 놓은 탁자에는 금이 쌓이고 사자와 신선 모양의 사탕이 가지런히 놓였구나. 섬돌 아래에서는 북과 무용이 음률에 맞추고, 당 위에는 과일과 안주가 비단을 펼쳤네. 채소 국과 채소 밥이 몹시 맑고 기이하며 향기로운 술과 향기로운 차가 매우 아름답고 화려하구나. 비록 백성의 집이나 왕후의 저택에 못지않도다. 오직 한바탕 환호하는 소리가 들리니 참으로 하늘을 놀라게 하고 땅을 뒤흔드는구나. 장로가 막 원외와 예를 나누는데 하인이 와서 아뢰었다. "손님들이 모두 오셨사옵니다." 청해 온 이들은 왼쪽 이웃, 오른쪽 이웃, 처남, 이모의 아들, 자형, 매부들이요, 또 같은 도를 닦는 재가 신자와 염불하는 선우들이 일제히 장로를 향해 절을 올렸다. 절을 마치고 저마다 앉으니 당 아래에서는 거문고를 타고 생황을 불며 당 위에서는 현악과 노래에 술잔치가 벌어졌다. 이 성대한 잔치에서 저팔계가 마음을 두고 사오정에게 말했다.

"아우야, 마음 놓고 배 터지게 좀 먹자. 구가를 떠나면 다시는 이토록 풍성한 것을 만나지 못할 걸세!"

사오정이 웃으며 말했다. "둘째 형님, 무슨 말씀을 하시오! 속담에 진수성찬 온갖 맛도 한 번 배부르면 그만이라 하였소. 사사로운 길은 있어도 사사로운 배가 어디 있단 말이오!" 저팔계가 말했다. "자네도 참 형편없어! 형편없단 말이야! 내가 이 한 끼를 배 터지게 먹어 두면 사흘이 지나도 좀처럼 배고프지 않을 걸세." 손행자가 이 말을 듣고 말했다. "이 멍청한 놈아, 배 터지지 않게 하여라! 이제 길을 떠나야 하느니라!"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해가 중천에 떴다. 장로가 윗자리에서 젓가락을 들고 게재경을 외웠다. 저팔계는 당황하여 밥을 더 가져다 한 입에 한 그릇씩 대여섯 그릇을 비우고, 만두와 권과 떡과 구운 과자를 가릴 것 없이 두 소매에 그득히 넣고서야 스승을 따라 일어났다. 장로가 원외에게 사례하고 또 여러 사람에게 사례한 뒤 함께 문을 나섰다. 보라, 문 밖에는 채색 기와 보개가 늘어서 있고 북 치는 이와 악사들이 있으며, 또 저 양편의 승려와 도사들이 막 당도하였다. 원외가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이 늦으셨소. 스승께서는 떠나시기 급하시어 공양을 올릴 겨를이 없사오니, 돌아오실 때 사례하겠나이다." 여러 사람이 길을 양보하니 가마를 멘 이는 가마를 메고 말 탄 이는 말을 타고 걷는 이는 걸어가며, 모두 장로 네 사람이 앞서 가게 하였다. 북과 피리 소리가 하늘을 울리고 기와 번기가 해를 가리며 인파가 모이고 수레와 말이 들어차 모두 구원외가 당승을 영송하는 광경을 보러 왔다. 이 한바탕의 부귀영화는 참으로 구슬로 두르고 비취로 감은 것을 능가하고, 참으로 비단 장막에 봄을 감춘 것에 못지않도다!

그 한 무리의 승려는 불곡 한 곡을 연주하고 그 한 무리의 도사는 현음 한 가락을 불며 모두 부성 밖까지 배웅해 나왔다. 십 리 길의 긴 정자에 이르자 또 밥과 술을 차려 놓고 잔을 들어 서로 마시고 작별하였다. 그 원외는 차마 헤어지지 못하여 눈물을 머금고 말했다. "스승이시여, 경을 얻어 돌아오시는 길에 반드시 저희 집에 들러 며칠 더 머물러 주시옵소서. 그래야 이 구홍의 마음이 채워지겠나이다."

삼장은 감격을 다 못하고 사례를 그치지 못하며 말했다. "내가 영산에 이르러 부처님을 뵙거든 맨 먼저 원외의 큰 덕을 아뢰겠나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반드시 문을 두드려 절을 올리겠나이다, 절을 올리겠나이다!" 이야기하는 사이에 어느덧 이삼 리를 더 갔다. 장로가 간절히 작별을 고하니 원외는 큰 소리로 통곡하며 돌아갔다. 이는 바로 이러하였다. 서원 세워 승려에게 공양하니 묘각으로 돌아가고, 인연 없으면 부처 여래를 뵙지 못하도다.

우선 구원외가 십 리 길의 긴 정자까지 배웅하고 여러 사람과 함께 집으로 돌아간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각설하고 그 사도 네 사람은 사오십 리 땅을 걸어가니 하늘이 어두워지려 하였다. 장로가 말했다. "날이 저물었으니 어느 곳에서 묵어야 하겠느냐?" 저팔계가 짐을 메고 입을 삐쭉하며 말했다. "마련된 차와 밥을 두고 먹지 않고 서늘한 기와집을 두고 묵지 않으시며, 무슨 길을 그리 걸으려 하십니까. 마치 상여를 쫓아 넋을 좇는 것 같구려! 이제 날이 저물었는데 만일 비라도 내리면 어찌하시려구요!" 삼장이 꾸짖었다. "이 망할 놈의 짐승아, 또 불평을 늘어놓는구나! 속담에 장안이 아무리 좋다 한들 오래 머물 집은 아니라 하였느니라. 우리가 인연이 있어 부처님께 절을 올리고 참된 경을 얻거든, 그때 대당으로 돌아가 주공께 아뢴 뒤 저 어주방의 밥을 몇 해든 실컷 먹게 하여, 이 짐승을 배 터뜨려 죽여 배부른 귀신을 만들어 주마!" 그 멍청이는 히죽히죽 속으로 웃으며 다시는 감히 말하지 못하였다. 손행자가 눈을 들어 멀리 바라보니 큰길 곁에 방 몇 채가 있어 급히 스승을 청하였다. "저기서 묵으시지요, 저기서 묵으시지요." 장로가 앞으로 가 보니 무너져 내린 패방이 하나 있고 그 위에 낡은 편액이 걸려 있는데, 편액에는 빛이 바래고 먼지가 쌓인 큰 글자 넷이 있으니 바로 화광행원이었다. 장로가 말에서 내려 말했다. "화광보살은 화염오광불의 제자였느니라. 독한 불의 귀신 왕을 쳐서 없앤 일로 벼슬이 강등되어 오현영관으로 화하였으니, 이곳에는 필시 사당을 지키는 이가 있으리라." 마침내 함께 들어가 보니 처마 밑의 방은 모두 무너졌고 담장이며 벽이 다 기울어졌으며, 사람의 자취는 아예 보이지 않고 다만 잡초와 덤불만 무성하였다. 몸을 빼어 나오려 하는데 뜻밖에도 하늘에 검은 구름이 머리를 덮고 큰비가 쏟아졌다. 하는 수 없이 그 무너진 집 아래에서 비바람을 가릴 만한 곳을 골라 몸을 피하였다. 조용하고 고요하게 감히 큰 소리를 내지 못하였으니, 요사한 마귀가 알아챌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앉은 이는 앉은 대로 선 이는 선 대로 밤을 꼬박 뜬눈으로 지새웠다. 아! 참으로 그러하였도다.

태극에 막힘이 생기고 즐거움에 슬픔이 따르누나.

날이 밝으면 앞으로 어찌될지 알 수 없거니와,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