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다운로드 > Hoe97

097 제97회 금수외호조마독(金酬外護遭魔毒) · 성현유혼구본원(聖顯幽魂救本原)

각설하고 당승 일행이 화광 행원의 부서진 집 안에서 밤비를 견디며 몸을 의탁하고 있는 사정은 잠시 접어 두자. 한편 동태부 지령현 성 안에는 한 떼의 흉악한 무리가 있었는데, 기생집을 드나들고 술을 마시고 도박을 하는 바람에 가산을 모조리 탕진하여 살아갈 방도가 막막해지자 십수 명이 한패가 되어 도둑질을 하기로 하였다. 그들은 본성에서 어느 집이 첫째가는 부자이고 어느 집이 둘째가는 부잔가를 헤아려 보고 금은을 좀 약탈해 쓸 요량이었다. 그중 한 놈이 말했다. "수소문할 것도 없고 꾀를 부릴 것도 없어. 오늘 그 당나라 중들을 배웅한 구원외네 집만 한 데가 없지. 우리가 이 밤비를 틈타거든 거리 사람들도 방비하지 않고 야경을 도는 순라꾼들도 돌지 않을 터이니, 이 틈에 손을 써서 저 자본을 털어 내고 다시 기생집과 노름판에서 실컷 놀아 보세. 이 어찌 멋진 일이 아니겠소!" 도둑놈들은 기뻐하며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는 저마다 짧은 칼과 쇠가시와 갈고리 몽둥이와 작대기와 삼 노끈과 횃불을 챙겨 들고 비를 맞으며 몰려와 구가의 대문을 부수고 함성을 지르며 쳐들어갔다. 그 집안의 큰아이 작은아이,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모두 놀라 깨끗하게 숨어 버렸다. 할멈은 침상 밑으로 숨었고 늙은이는 문 뒤로 몸을 피했으며, 구량과 구동과 데리고 있던 친척의 자식 몇은 모두 벌벌 떨며 사방으로 흩어져 목숨이나 건지려고 달아났다. 그 도둑 떼는 칼을 쥐고 불을 밝혀 집 안의 궤짝과 상자를 모조리 열어 제치고 금은 보배와 패물과 의복과 그릇과 살림살이를 남김없이 뒤져 훔쳐 갔다. 구원외는 차마 아까워 견디지 못하여 목숨을 걸고 문 밖으로 뛰어나가 도둑들 앞에서 애걸하며 말했다. "여러 대왕 나으리, 쓰실 만큼 가져가시면 그만이옵고, 이 늙은이가 입고 묻힐 옷 몇 가지만 남겨 주시옵소서." 그 강도들이 어찌 사정을 들어 주겠는가, 달려들어 구원외의 급소를 걷어차 땅에 넘어뜨리니 가련하게도 세 혼은 아득히 저승으로 가 버리고 일곱 넋은 유유히 이승 사람과 작별하였다. 도둑들은 손에 넣고서 구가를 빠져나와 성벽 밑에서 밧줄 사다리를 만들어 성벽을 타고 하나씩 내려갔으며, 비를 맞으며 밤을 새워 서쪽으로 내달았다.

구가의 하인들은 도둑이 물러간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머리를 내밀었다. 살펴보니 늙은 주인이 이미 땅바닥에 쓰러져 죽어 있으므로 소리를 높여 울며 말했다. "하늘이여! 주인 어른이 맞아 돌아가셨소!" 모두 시신에 엎드려 슬피 울며 구슬프게 흐느꼈다.

사경이 다 되어 갈 무렵, 그 할멈은 당승 일행이 자기의 공양을 받아 주지 않은 것을 원망스럽게 여겨, 화려하고 떠들썸하게 배웅한 탓에 이 재앙을 불러들였다고 생각하고는 시기하여 해치려는 마음을 품어 그 네 사람을 함정에 빠뜨릴 궁리를 하였다. 할멈은 구량의 팔을 붙잡고 말했다. "얘야, 그만 울어라. 네 애비는 오늘도 중을 공양하고 내일도 중을 공양하더니, 어찌 오늘 원만하게 공양을 마친답시고 그 목숨을 앗아 갈 중들을 공양하게 되었는지 모르겠구나!" 그 동생이 말했다. "어머니, 그게 어찌 목숨을 앗아 간 중들이란 말이오?" 할멈이 말했다. "도둑의 기세가 사나워 방 안으로 쳐들어왔을 때 나는 침상 밑에 숨어서 벌벌 떨면서 등불 켠 쪽을 자세히 살펴보았는데, 누군지 아느냐? 불을 붙인 자는 당승이요, 칼을 든 자는 저팔계요, 금은을 나른 자는 사오정이요, 네 애비를 때려 죽인 자는 손행자였다."

두 아들은 그 말을 듣고 참말로 여겨 말했다. "어머니께서 분명히 보셨다니 틀림없을 것입니다. 그 네 사람이 우리 집에서 보름을 머물며 집의 대문과 담장과 창살과 골목길을 모조리 익혀 두었으니, 재물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이 밤비를 틈타 다시 우리 집으로 와서 재물을 약탈하고 아버지까지 해친 것이니 이 정이 얼마나 독하단 말이오! 날이 밝거든 관아로 가서 잃은 물건을 적은 고소장을 올려 이름을 박아 그들을 고발하세." 구동이 말했다. "고소장을 어떻게 쓰란 말이오?" 구량이 말했다. "어머니의 말씀대로 쓰면 되지." 그리고는 이렇게 적었다. "당승이 불을 붙이고 팔계가 사람 죽이를 외쳤다. 사오정이 금은을 훔쳐 가고 손행자가 내 아버지를 때려 죽였다." 온 집안이 떠들썩하게 시끄러운데 어느새 날이 밝았다. 한편으로는 친척을 청해 관을 마련하고, 한편으로는 구량 형제가 관아로 달려가 소장을 올렸다. 그런데 이 동태부 자사 정당 어른은 평생 마음이 곧고 타고난 성품이 어질고 착하였다.

젊어서는 눈 쌓인 책상에서 글을 읽었고 이른 나이에 금란전에서 책을 대었다. 늘 충의의 마음을 품고 언제나 인자한 생각을 간절히 하였다. 이름은 푸른 역사에 천 년을 퍼져 예의 어진 태수 공수와 황패가 다시 나타난 듯하고, 소리는 관청에 울려 만고에 전하니 탁무와 노공이 거듭 태어난 듯하였다. 이때 관청에 앉아 모든 사무를 처리하고 나서 고소장을 받는 패를 내걸게 하였다. 구량 형제가 그 패를 안고 들어가 무릎을 꿇고 크게 외쳤다. "나으리, 저희는 강도가 재물을 빼앗고 사람을 다치게 하고 목숨을 해친 중대한 일로 고발하러 왔나이다." 자사가 소장을 받아 들고 이러저러하고 저러저러한 사정을 훑어보고는 물었다. "어제 어떤 이가 전하기를, 네 집에서 중 공양을 원만히 마쳐 동쪽 당나라에서 온 나한이라는 고승 네 분을 공양하고, 온 거리에서 북과 풍악을 울리며 화려하게 배웅했다 하더니, 어찌하여 이런 일이 생겼느냐?" 구량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나으리, 소인의 아비 구홍은 스물네 해 동안 중을 공양하였는데, 이 중 네 분이 먼 곳에서 온 덕에 꼭 만 명의 중을 채우게 되어 원만한 공양을 베풀고 보름을 묵게 하였나이다. 그런데 그들이 길과 문과 창을 모조리 익혀 두었나이다. 낮에 배웅하여 내보내고 그날 밤에 되돌아와, 캄캄한 밤과 비바람을 타서 횃불을 밝히고 몽둥이를 들고 방 안으로 쳐들어와 금은 보배와 의복과 패물을 약탈하고는 아비를 땅바닥에 때려 죽였나이다.

부디 나으리께서는 이 백성을 위해 주인이 되어 주시옵소서!" 자사는 그 말을 듣고 곧 기마와 보졸의 빠른 포졸과 민장의 인역 도합 백오십 명을 뽑아 저마다 날카로운 무기를 들리고 서문을 나가 곧장 당승 사부도를 뒤쫓게 하였다.

각설하고 그 사부들은 화광 행원의 부서진 처마 아래에서 날이 밝기를 버티다가야 비로소 문을 나서 서쪽을 향해 길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그 강도들은 그날 밤 구가를 털고 성 밖으로 빠져나와 역시 서쪽 큰길을 따라 걸어가다가 날이 밝자 화광 행원 서쪽으로 스무 리쯤 지나간 산골짜기에 숨어 금은 같은 물건을 나누고 있었다. 나누기를 다 마치지 못했을 때 홀연 당승 사부도가 길을 따라 오는 것이 보이니, 도둑들의 마음은 아직도 가라앉지 않아 당승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어제 배웅을 받던 중들이 오지 않소!" 그리고 무리들이 웃으며 말했다. "잘 왔소! 잘 왔단 말이오! 우리도 이런 천리 없는 장사를 하는 처지니, 이 중놈들이 길 따라 오는 데다 구가에도 오래 있었으니 몸에 지닌 것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소. 우리가 아예 길을 막아 노잣돈을 빼앗고 흰 말까지 뺏어 나누어 가지면 마음이 흡족한 일이 아니겠소?" 도둑들은 무기를 들고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큰길로 뛰어올라가 한 줄로 늘어서서 외쳤다.

"중놈들, 가만 있어라! 어서 길 통행세를 내놓아라, 그러면 목숨은 살려 주마! 이빨로 '아니'라는 소리를 반 마디라도 내뱉으면 칼로 한 놈씩 찍어 절대로 살려 두지 않으리라!" 당승은 말 위에서 와들와들 떨었고 사오정과 저팔계도 겁이 나서 행자에게 말했다. "어쩌나! 어쩌나! 반나절이나 비 오는 밤을 견뎌 냈는데 또 강도를 만나 길이 끊겼으니 참으로 이른바 재앙은 홀로 오지 않는다고 하는구려!"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스승님 걱정 마시고 동생들도 근심 마오. 이 늙은 손이 가서 한번 물어 보겠네."

대성은 호랑이 가죽 치마를 여미고 비단 저고리를 털어 내고는 앞으로 다가가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말했다. "여러분은 무슨 일을 하시는 분들이오?" 도둑놈이 호통치며 말했다. "이 놈이 죽을 줄 모르고 감히 내게 묻는구나! 네 이마 아래 눈이 달렸으면 나를 대왕 나으리로 알아보지 못하겠느냐! 어서 길 통행세를 내놓아라, 그러면 지나가게 해 주마!" 행자가 그 말을 듣고 얼굴 가득 웃음을 띠며 말했다. "원래 길을 끊는 노상 강도들이셨구려!"

도둑놈이 성을 내며 외쳤다. "죽여라!" 행자가 일부러 겁먹은 체하며 말했다. "대왕 나으리! 대왕 나으리! 저는 시골에서 온 중이라 말주변이 없사오니, 실례가 되었더라도 노여워 마시옵소서, 노여워 마시옵소서! 길 통행세를 원하신다면 저 세 사람에게는 묻지 마시고 저한테만 물으시옵소서. 제가 장부를 맡은 자라 경을 읽은 돈과 시주받은 돈이며 어디서 동냥하고 보시받은 것이건 모두 보퉁이 속에 들어 있어 출납을 전부 제가 맡고 있사옵니다. 저 말 탄 이가 비록 제 스승이오나 그는 경만 읽을 줄 알고 다른 일은 상관하지 않아 재물과 여색을 모두 잊어 털끝만큼도 없사옵니다. 저 검은 얼굴을 한 이는 제가 반길에서 거둔 젊은이인데 말이나 기를 줄 압니다. 저 긴 주둥이를 한 이는 제가 고용한 일꾼인데 짐이나 질 줄 압니다. 세 사람을 지나가게 하시옵소서, 제가 노잣돈과 의발을 남김없이 바치겠나이다." 도둑들이 그 말을 듣고 말했다. "이 중은 참으로 어수룩한 사람이로구나. 그렇다면 네 목숨은 살려 줄 테니 저 세 놈에게 짐을 내려놓게 하고 지나가라." 행자가 고개를 돌려 눈짓을 하자 사오정은 곧 짐 보퉁이를 내려놓고 스승님의 말고삐를 잡고 저팔계와 함께 곧장 서쪽으로 걸어갔다. 행자는 고개를 숙여 보퉁이를 열고 땅바닥의 흙을 움켜쥐어 위로 확 뿌리며 주문을 외웠으니, 이는 곧 몸을 묶는 정신법이었다. 행자가 "멈춰라!" 하고 크게 외치니 그 도둑떼 서른 명 남짓이 저마다 이를 악물고 눈을 부릅뜬 채 두 손을 벌리고 꼿꼿하게 서서 말도 못 하고 몸도 움직이지 못하였다. 행자가 길 어귀로 뛰어나가 외쳤다. "스승님, 돌아오시오! 돌아오시오!" 저팔계가 당황하며 말했다. "큰일 났네, 큰일 났어! 형님이 우리를 불어 버렸단 말이야! 형님 몸에도 돈이 없고 보퉁이에도 금은이 없으니, 틀림없이 스승님께 말을 달라는 것이고 우리더러는 옷을 벗으란 것이지." 사오정이 웃으며 말했다. "둘째 형님, 함부로 말 마오! 큰형님은 대단한 분이라 지난번 그토록 독한 마귀와 사나운 괴물도 거둬들였는데 이런 털보 도둇놈 몇을 두려워하겠소? 저기서 부르는 데는 틀림없이 할 말이 있을 테니 어서 돌아가 보세."

장로는 그 말을 듣고 흔쾌히 말을 돌려 곁으로 돌아와 외쳤다. "오공아, 무슨 일로 돌아오라 하느냐?" 행자가 말했다. "너희는 이 도둑놈들이 어찌 되었는지 보아라." 저팔계가 앞으로 다가가 그들을 떠밀며 외쳤다. "이 도둑놈아, 너희는 어째서 꿈쩍도 않느냐?"

그 도둑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말 한마디 없이 가만히 있었다. 저팔계가 말했다. "참으로 벙어리가 되었구나!"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 늙은 손이 정신법을 써서 묶어 둔 것이네." 저팔계가 말했다. "몸은 묶었어도 입은 묶지 않았을 터인데 어찌하여 소리 한마디도 내지 않소?" 행자가 말했다. "스승님은 말에서 내려 앉으시지요. 속담에 잡는 데는 실수가 있어도 놓는 데는 실수가 없다 하였네. 동생들, 너희는 도둑놈들을 모조리 넘어뜨려 묶고 자백서를 받아 보세, 이놈들이 초보 강도인지 노련한 강도인지." 사오정이 말했다. "노끈이 없구먼." 행자가 곧 털을 몇 가닥 뽑아 입김을 불어넣어 서른 가닥의 노끈으로 만들고는 일제히 손을 놀려 도둑들을 넘어뜨려 네 발을 모아 꽁꽁 묶은 뒤 다시 주문을 풀어 외우니 그 도둑떼가 차츰 정신을 차렸다.

행자는 당승을 윗자리에 앉히고 나머지 세 사람이 저마다 무기를 들고 호통쳤다. "이 털보 도둑놈들아, 너희는 모두 몇 명이냐? 장사를 몇 해나 하였느냐? 털어 간 물건이 얼마나 되느냐?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죽인 일이 있느냐? 초범이냐, 재범이냐, 삼범이냐?" 도둑들이 입을 열어 말했다. "나으리, 살려 주시옵소서!" 행자가 말했다. "소리 지르지 마라! 사실대로 불어라!" 도둑들이 말했다. "나으리, 저희는 본래 도둑질을 업으로 삼던 자들이 아니옵니다. 모두 좋은 집안의 자제들이었사옵니다. 다만 재주가 없어 술을 마시고 돈내기를 하고 기생집을 드나들며 노는 바람에 조상이 물려준 가업을 모조리 탕진하여 한동안 할 일이 없고 쓸 돈도 없게 되었사옵니다. 동태부 성 안의 구원외 댁이 재산이 넉넉하다는 것을 알아내고 어제 패를 이루어 그날 밤 캄캄한 비를 타고 곧장 털러 갔사옵니다. 털어 낸 금은과 의복이 조금 있는데 이 길 북쪽 산골짜기에서 막 나누고 있는데 홀연 나으리들이 오시는 것이 보였사옵니다. 그중에 구원외가 배웅하던 분들을 알아보는 자가 있어 몸에 틀림없이 물건이 있으리라 여겼고, 또 짐이 무겁고 흰 말이 빨리 달리는 것을 보고 인심이 부족하여 또 길을 막아섰사옵니다. 뜻밖에도 나으리들께 큰 신통과 법력이 있으시어 저희를 단단히 묶어 두셨사옵니다. 부디 나으리께서는 자비를 베푸시어 그 약탈한 재물을 거두어 가시고 저희의 목숨만 살려 주시옵소서!" 삼장은 구가에서 털린 재물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황급히 일어서서 말했다. "오공아, 구원외 영감은 몹시 선한 분인데 어찌하여 이런 재앙을 만났단 말이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를 떠나보내느라고 저리 채장과 꽃 당기를 치고 북과 풍악을 크게 벌여 사람들의 눈을 놀라게 한 탓에 이 무리의 건달들이 그 집에 손을 댄 것이지요. 이제 또 우리를 만나는 바람에 저 많은 금은과 의복을 빼앗게 되었구려." 삼장이 말했다. "우리가 보름이나 폐를 끼쳤으니 두터운 은혜에 감격하여 갚을 길이 없거늘, 이 재물을 그 집에 지켜 주어 돌려보내는 것만 못하겠느냐? 그것이 좋은 일이 아니겠느냐?" 행자는 그 말에 따라 곧 저팔계와 사오정과 함께 산골짜기로 가서 그 장물들을 거두어 정리하여 말에 실었다. 또 저팔계에게 금은 한 짐을 메게 하고 사오정에게 자기 짐을 메게 하였다. 행자는 이 강도떼를 몽둥이로 모조리 때려 죽이려 하였으나, 당승이 사람의 목숨을 해쳤다고 꾸짖을까 두려워 몸을 한번 떨어 털을 거두어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 강도들은 손발이 풀려 일어나서는 저마다 풀숲으로 기어들어 목숨을 건져 달아났다. 이에 당승은 걸음을 돌려 재물을 원외에게 돌려주러 갔다. 이 한 번의 걸음이 마치 나방이 불로 날아드는 격이라 도리어 그 화를 입게 되었다. 이를 증명하는 시가 있으니, 시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은혜를 은혜로 갚는 일은 인간 세상에 드물고, 도리어 은혜와 자비를 원수로 바꾸는구나. 물에 빠진 이를 건져 주면 끝내 허물이 생기나니, 세 번 생각하고 일을 행하면 근심이 없으리라.

삼장 사부도가 금은과 의복을 들고 되돌아가며 한창 걷고 있는데 홀연 창과 칼이 빽빽하게 몰려오는 것이 보였다. 삼장이 크게 놀라며 말했다. "제자들아, 저 무기들이 떼지어 다가오는 것을 보아라, 이게 무슨 조짐이냐?"

저팔계가 말했다. "재앙이다, 재앙이야! 저건 우리가 놓아준 그 강도들이라, 무기를 챙기고 사람들을 더 끌어모아 길을 돌아 우리와 싸우러 온 것이지!" 사오정이 말했다. "둘째 형님, 저것은 도둑의 기세가 아니오. 큰형님, 자세히 살펴보시오." 행자가 사오정에게 조용히 말했다. "스승님의 재난 별이 또 이르렀구나, 이는 틀림없이 관군이 도둑을 잡으러 오는 뜻이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병졸들이 곁으로 다가와 원형 진을 펼쳐 그 사부들을 에워싸고 말했다. "이 중놈들아, 남의 집 물건을 털어 놓고도 여기서 느긋하게 활보하고 있구나!" 일제히 달려들어 먼저 당승을 말에서 끌어내려 노끈으로 묶고는 행자 세 사람도 함께 묶어 장대를 꿰어 두 사람이 하나씩 메고, 말을 몰고 짐을 빼앗아 곧장 부성으로 돌아갔다. 보라, 그 모습이 어떠한가. 당삼장은 벌벌 떨며 눈물만 뚝뚝 흘리고 말을 잇지 못하고, 저팔계는 중얼중얼 속으로 원망하며, 사오정은 입을 삐죽거리며 마음이 갈팡질팡하고, 손행자는 싱글싱글 웃으며 수단을 쓸 궁리를 하였다. 병졸들이 떼지어 메고 가는 바람에 잠깐 사이에 성 안에 이르러 곧장 관청으로 압송하여 보고하였다. "나으리, 민쾌 인원들이 강도를 사로잡아 왔나이다." 자사는 당상에 꼿꼿이 앉아 민쾌들을 상으로 격려하고 도둑의 장물을 살펴보고는 구가에서 가져가게 한 뒤, 삼장 일행을 청사 앞으로 끌어다 놓고 물었다. "너희 이 무리의 중들은 입으로는 동쪽 먼 곳에서 와 서천의 부처를 뵈러 간다 하더니, 원래는 방도를 꾀하여 문로를 엿보고 집을 털고 약탈하는 도둑이었느니라!" 삼장이 말했다. "대감, 용납하시고 아뢰겠나이다. 가난한 중은 참으로 도둑이 아니옵고 감히 속일 생각도 없사옵니다. 몸에 지닌 통행 문서가 있사오니 대조해 보시옵소서. 다만 구원외 댁에서 반달이나 저희에게 공양을 베풀어 정이 깊고 뜻이 두터웠사옵니다. 저희가 길에서 강도를 만나 구가에서 털린 재물을 되찾아 구가에 돌려주고 은혜를 갚으러 가던 길에 민쾌 인원들에게 붙잡혀 도둑이라 오해를 받았사옵니다. 실로 도둑이 아니옵니다. 부디 대감께서는 자세히 살펴 주시옵소서." 자사가 말했다. "이 놈이 관군에게 붙잡히고도 교묘한 말로 은혜를 갚았다 하느니라. 길에서 강도를 만났다면 어찌하여 그놈들을 함께 잡아 관가에 알려 은혜를 갚지 않았느냐? 어찌하여 너희 네 사람뿐이란 말이냐! 보아라! 구량이 잃은 물건의 고소장을 올려 이름을 박아 너희를 고발하였거늘, 네가 어찌 감히 발뺌을 하느냐?"

삼장이 그 말을 듣고는 마치 큰 바다에 배가 삶기는 듯 넋이 날아가고 혼이 빠져 외쳤다. "오공아, 네가 어찌 나서서 변론하지 않느냐!" 행자가 말했다. "장물이 있는 것이 사실인데 무슨 변론이 필요하오!" 자사가 말했다. "옳도다! 장물과 증거가 눈앞에 있는데도 감히 잡아떼느냐!"

자사가 아전들에게 외쳤다. "머리를 조이는 고리를 가져와 이 중놈의 민머리를 한번 조여 보고 나서 때려라!" 행자가 당황하여 속으로 생각하였다. "스승님께 마땅히 이런 고난이 있다 하나 그래도 몹시 고통받게 할 수는 없다." 그가 아전들이 노끈을 정리하여 머리 고리를 엮는 것을 보고 곧 입을 열어 말했다. "대감, 저 중은 조이지 마시옵소서. 어젯밤 구가를 턴 것도 불을 붙인 이도 저요 칼을 든 이도 저요 재물을 턴 이도 저요 사람을 죽인 이도 저옵니다. 제가 바로 두목이오니 때리려거든 저만 때리시옵소서, 그들과는 상관이 없사옵니다. 다만 저를 놓아 주지만 마시옵소서." 자사가 그 말을 듣고 곧 명하였다. "먼저 이놈을 조여라."

아전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행자에게 머리 고리를 씌우고 바싹 당겨 한번 조이자 툭 하고 노끈이 끊어졌다. 다시 엮어 조이자 또 툭 하고 끊어졌다. 서너 차례나 조였으나 그의 머릿가죽은 조금도 구겨지지 않았다. 그런데 다시 노끈을 바꾸어 엮으려 할 때 누군가 와서 보고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으리, 도성에서 진 소보 대감이 오셨사옵니다. 나으리께서는 성 밖으로 나가 영접하시옵소서." 자사가 곧 형방 관리에게 명하였다. "도둑들을 옥에 가두어 잘 살피도록 하라. 내가 상관을 영접하고 나서 다시 신문하겠느니라."

형방 관리가 곧 당승 사부도를 옥문 안으로 밀어 넣었다. 저팔계와 사오정은 자기 짐을 몸에 지니고 들어갔다.

삼장이 말했다. "제자야, 이게 어찌하여 생긴 일이냐?"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스승님, 들어가시지요, 들어가시지요! 여기는 개 짖는 소리도 없으니 도리어 놀아 보기 좋겠구려!" 가련하게도 네 사람은 붙잡혀 들어가 저마다 형틀에 밀려 들어가 배를 누르고 머리를 조이고 가슴을 묶는 형구를 채웠으며, 간수들이 또 달려들어 마구 때렸다. 삼장이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그저 외쳤다. "오공아! 어찌하면 좋으냐! 어찌하면 좋으냐!" 행자가 말했다. "저들이 때리는 것은 돈을 달라는 것이지요. 속담에 좋은 곳에 몸을 두고 괴로운 곳에서는 돈을 쓴다 하였지요. 이제 그들에게 돈을 좀 주면 그만일 것입니다."

삼장이 말했다. "내 돈이 어디서 나온단 말이냐?" 행자가 말했다. "돈이 없으면 옷가지라도 좋지요. 저 가사를 주어 버리시지요." 삼장이 그 말을 듣고는 마치 칼로 가슴을 찌르는 듯하였으나, 한동안 매를 견디지 못하는 것을 보고 할 수 없이 입을 열어 말했다. "오공아, 네 뜻대로 하여라." 행자가 곧 외쳤다. "여러 어르신들, 이제 그만 때리시지요.

우리가 메고 들어온 저 두 보퉁이 속에 금란 가사 한 벌이 있사온데 값이 천금이나 되옵니다. 보퉁이를 풀어 가져가시옵소서." 간수들이 그 말을 듣고 일제히 손을 놀려 두 보퉁이를 풀어 보았다.

베옷 몇 벌과 쇠로 만든 작은 종 하나가 들어 있었으나 모두 값어치가 없었고, 기름종이 몇 겹에 싸인 물건 하나가 노을빛처럼 번쩍거리는 것이 있어 좋은 물건임을 알 수 있었다. 털어 펼쳐 보니 과연 이러하였다. 기묘한 밝은 구슬을 박아 놓고, 희한한 부처의 보물을 모아 놓았구나. 구불구불한 용을 수놓아 매듭을 펼치고, 나는 봉황을 비단 가장자리에 두렀구나. 모두가 다투어 구경하느라 이 감옥의 관리까지 놀라 달려와 호통치며 말했다. "너희는 여기서 무엇을 떠드느냐?" 간수들이 무릎을 꿇고 말했다. "어르신, 방금 감옥에서 내려보낸 네 명의 중이 있사온데 큰 무리의 강도라 하였사옵니다. 저희가 몇 대 때리자 그들이 이 두 보퉁이를 저희에게 주었사옵니다. 저희가 열어 보고 이런 물건이 있는 것을 보았사오나 처리할 방도가 없사옵니다. 여러 사람이 찢어 나누자니 참으로 아깝고, 한 사람에게만 돌아가게 하자니나머지 사람들에게 이익이 없사옵니다. 마침 어르신이 오셨으니 어르신께서 판단하여 주시옵소서." 옥 관리가 보니 그것은 가사 한 벌이었고, 또 다른 의복과 작은 종을 모두 꺼내어 살펴보고, 주머니 속의 관문을 펼쳐 보니 여러 나라의 보배로운 도장과 화압이 찍혀 있었다. 관리가 말했다. "내가 와서 보기를 참으로 잘하였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너희 모두 큰일을 저지를 뻔하였구나. 이 중은 강도가 아니니 절대로 그의 옷가지에 손대지 마라. 내일 대감이 다시 심문하면 비로소 실상을 알게 되리라." 간수들이 그 말을 듣고 보퉁이를 그에게 돌려주어 예전처럼 싸서 옥 관리에게 맡겨 거두게 하였다.

차츰 날이 저물어 누각에서 북소리가 들리고 야경꾼이 순찰을 돌았다. 사경 삼점이 되도록 버틴 끝에 행자는 그들이 모두 신음조차 하지 않고 잠들어 있는 것을 보고 속으로 생각하였다. "스승님께 마땅히 이 하룻밥의 옥고가 있는 것이니, 이 늙은 손이 입을 열어 변론하지 않고 법력을 쓰지 않은 까닭이 바로 이 때문이로다. 이제 사경이 다 되어 가니 재앙도 곧 찰 것이니 내가 가서 손을 좀 써 두어야겠다. 날이 밝거든 옥문을 나서기 좋도록 말이다." 보라, 그가 재주를 부려 몸을 조그맣게 줄여 형틀에서 빠져나와 몸을 한번 흔들어 작은 벌레 한 마리로 변하고는 처마의 기와 틈으로 날아 나갔다. 별빛이 총총하고 달이 밝아 참으로 맑고 화창하며 밤이 고요한 하늘이었다. 그는 방향을 잡아 곧장 구가의 집 문 앞으로 날아갔는데, 저잣거리 서쪽 아래의 한 집이 등불이 환하게 밝았다. 다시 그 집 문 앞으로 가까이 날아가 보니 원래 두부를 만드는 집이라, 늙은이 하나가 불을 때고 할멈 하나가 콩물을 짜고 있었다.

그 늙은이가 홀연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여보, 구 대관은 자식도 있고 재물도 있지만 수명이 없었어. 나와 그는 어릴 적에 함께 글을 배웠는데 내가 그보다 다섯 살이 많았지. 그의 아비는 구명이라 하였는데 그때는 천 묘도 안 되는 논밭에다 조금씩 세를 놓고 있었지만 세조차 제대로 받아 내지 못하였어. 그가 스무 살이 되던 해에 그 구명 영감이 죽자 그가 집안 살림을 쥐었는데, 참으로 그의 한 걸음이 좋은 운이었지. 장가든 아내가 장왕의 딸인데 아명을 천침이라 불렀는데 도리어 남편을 잘 되게 하였어. 그 집에 들어온 뒤로는 농사를 지으면 거두어들이고 돈을 꾸어 주면 이자가 붙고, 사는 것마다 이익이 되고 하는 것마다 돈을 벌어서 지금은 십만의 가산을 벌어 놓았지. 그가 마흔 살에 이르러서는 마음을 돌려 선을 행하여 만 명의 중을 공양하였는데, 뜻밖에도 어젯밤 강도에게 걷어차여 죽었어. 가련하지! 올해 예순넷이라 한창 누릴 나이인데, 어찌 이토록 선을 행하고도 좋은 보답을 받지 못하고 요절을 당하였단 말인가! 아, 안타깝구나! 안타까워!"

행자가 낱낱이 듣고 보니 어느새 오경 첫 점이었다. 그는 곧 구가 안으로 날아들어 갔는데, 큰방 안에 이미 관이 놓여 있고 관 머리맡에 등불이 켜져 있으며 향초와 꽃과 과일이 차려져 있고 할멈이 곁에서 흐느껴 울고 있었다. 또 그의 두 아들이 와서 절을 하며 울고 두 며느리가 밥 두 그릇을 받들어 올리는 것도 보였다.

행자가 그 관 머리맡에 붙어 앉아 기침을 한번 하자, 두 며느리는 놀라 손발을 허우적거리며 밖으로 뛰어나갔고 구량 형제는 땅에 엎드려 감히 움직이지 못하고 다만 외쳤다. "아버지!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그 할멈이 담이 커서 관 머리를 한번 쓸어내리며 말했다. "영감, 당신이 살아났소?" 행자가 구원외의 목소리를 흉내 내어 말했다. "나는 살아나지 못하였노라." 두 아들은 더욱 겁에 질려 머리를 조아리고 눈물을 흘리며 다만 외쳤다. "아버지!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할멈이 용기를 내어 또 물었다. "영감, 살아나지 못하셨다면 어찌하여 말을 하시오?" 행자가 말했다. "나는 염왕이 부린 귀차사에게 이끌려 집에 와 너희와 이야기하러 온 자니라." 그리고 말하였다. "장씨 천침이 헛된 말로 거짓을 꾸며 죄 없는 이를 빠뜨렸느니라." 할멈은 자기의 아명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놀라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여보 영감!

이렇게 큰 나이에 오히려 내 아명을 부르시다니! 내가 어디서 헛된 말로 거짓을 꾸며 무슨 죄 없는 이를 해쳤단 말이오?"

행자가 호통치며 말했다. "어디에 무슨 당승이 불을 붙이고 팔계가 사람 죽이자를 외치고 사오정이 금은을 훔쳐 가고 행자가 네 아비를 때려 죽였다는 것이 있느냐? 네 거짓말 때문에 그 착한 사람들이 재난을 당하였느니라. 당나라에서 온 네 분의 스승은 길에서 강도를 만나 재물을 되찾아 내게 고맙다고 가지러 왔으니 이 얼마나 좋은 뜻이냐! 그런데도 네가 거짓으로 고소장을 꾸며 아들들을 시켜 관가에 고발하게 하고, 관가에서도 자세히 심문하지 않은 채 그들을 옥에 가두어 두었으니, 그 옥신과 토지신과 성황신이 모두 놀라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염왕에게 보고하였느니라. 염왕이 도로 귀차사를 시켜 나를 집으로 압송하여 보내 너희에게 일찍 그들을 풀어 주라 하였느니라. 그렇지 않으면 나를 시켜 집에서 한 달 동안 소란을 피워 문 안의 노인과 아이와 닭과 개 할 것 없이 하나도 남기지 않으리라!" 구량 형제가 또 머리를 조아리며 애걸하여 말했다. "아버지, 어서 돌아가시옵소서. 부디 노약자를 상하게 하지 마시옵소서. 날이 밝거든 곧 본부에 가서 고소를 취하하는 소장을 올려 잘못을 시인하고 거두어들이겠나이다. 다만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이 모두 편안하기만을 바라옵니다." 행자가 그 말을 듣고 곧 외쳤다. "종이를 태워라, 나는 가노라!" 그 온 집안이 다 나와 종이를 태웠다.

행자가 한 번 날개를 펴 날아올라 곧장 자사의 사저 안으로 날아갔다. 고개를 숙여 살펴보니 그 방 안에 이미 등불이 켜져 있고 자사가 이미 일어나 있었다. 그가 중당으로 날아들어가 보니 가운데 뒷벽에 두루마리 그림 한 폭이 걸려 있었는데, 벼슬아치 하나가 점박이 말 한 필을 타고 하인 몇이 푸른 양산을 받쳐 들고 접이식 의자 하나를 들고 있는 그림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그린 것인지 알 수 없었으나 행자는 그 가운데 달라붙었다. 홀연 자사가 방에서 나와 허리를 굽힌 채 세수를 하였다. 행자가 갑자기 기침 소리를 한번 내자 자사가 깜짝 놀라 허둥지둥 방 안으로 들어가 세수와 머리 빗기를 마치고 큰 옷을 갖추어 입고는 곧 나와 그림을 향해 향을 사르고 축원하며 말했다. "큰아버지 강건일 어르신의 위패시여, 조카 강곤삼은 조상의 덕을 입사와 갑과에 급제하였사옵고, 이제 동태부 자사를 맡아 아침저녁으로 향불을 모시기를 그친 적이 없사옵니다. 어찌하여 오늘 소리를 내시옵니까? 부디 사특한 기운을 부리지 마시옵소서, 집안사람들을 놀라게 할까 두렵사옵니다." 행자가 속으로 웃으며 말했다.

"이것은 그의 큰아버지의 초상화로구나!" 그리고는 곧 지어 내어 외쳤다. "곤삼, 내 어진 조카야, 네가 벼슬을 함에 비록 조상의 덕을 이었으나 줄곧 청렴하였거늘, 어찌하여 어제 무지하게도 네 명의 성스러운 스님을 도둑으로 여겨 내력을 심문하지도 않고 옥에 가두었느냐! 그 옥신과 토지신과 성황신이 편치 못하여 염군에게 보고하였고, 염군이 귀차사를 시켜 나를 압송하여 보내 너에게 일러 주라 하였느니라. 정을 헤아리고 이치를 살펴 속히 그들을 풀어 주어라. 그렇지 않으면 너를 음사로 불러들여 대질하게 하리라." 자사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두려워 떨며 말했다. "큰아버지, 어서 돌아가시옵소서. 조카가 관청에 올라가 곧 풀어 드리겠나이다." 행자가 말했다. "그러하다면 종이를 태워라, 내가 염군을 뵈러 가서 회답하노라." 자사는 다시 향을 더하여 종이를 사르고 절을 올려 사례하였다.

행자가 또 밖으로 날아나와 보니 동쪽 하늘이 이미 훤하게 밝아 있었다. 지령현에 날아가 보니 온 고을의 관리들이 모두 관청에 모여 있었다. 그는 생각하였다. "작은 벌레가 말을 하는 것을 남이 보면 정체가 드러나 좋지 않다." 그는 공중에서 큰 법신으로 바뀌어 허공에서 발 하나를 아래로 뻗어 내려 고을 관청을 가득 밟고는 입으로 외쳤다. "여러 관리들은 들으라. 나는 옥황상제가 보낸 낭탕유신이니라. 너희 부의 감옥에서 경을 구하러 가는 불제자를 억울하게 때려 삼계의 모든 신이 놀라 편치 못하게 하였으므로, 나를 시켜 전하여 일러 주라 하였느니라. 일찍 그를 놓아 주어라. 만약 차질이 있으면 나를 시켜 다시 한 번 발을 내려 먼저 부와 고을의 관리들을 걷어차 죽이고, 다음으로 사방 경내의 백성을 밟아 죽이며 성과 못을 모조리 재로 만들라 하였느니라!" 온 고을의 관리와 아전들이 놀라 일제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려 절하며 말했다. "높으신 신이시여 어서 돌아가시옵소서. 저희가 이제 부로 들어가 부의 대감께 아뢰어 곧 풀어 드리게 하겠사오니, 천만부디 발을 움직이지 마시옵소서. 놀라 죽을 지경이옵니다." 행자가 그제야 법신을 거두고 다시 작은 벌레로 변하여 감방 기와 틈으로 날아들어가 예전처럼 형틀 가운데로 파고들어 잠이 들었다.

각설하고 자사가 관청에 올라 막 투문패를 내걸었을 때 구량 형제가 패를 안고 문에 무릎을 꿇고 외치고 있었다. 자사가 들어오게 하여 두 사람이 고소 취하 소장을 올렸다. 자사가 보고 성을 내며 말했다.

"너희는 어제 잃은 물건의 고소장을 올려 관가에서 도둑을 잡아 주고 장물도 찾아 갔거늘, 어찌하여 오늘 또 고소 취하 소장을 올리러 왔느냐?" 두 사람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나으리, 오늘 밤 저희 아버지의 혼이 나타나 이르기를, '당나라의 성스러운 스님들은 본래 도둑놈들을 붙잡아 재물을 되찾고 도둑은 놓아 보낸 뒤, 좋은 뜻으로 그 재물을 우리 집에 돌려주어 은혜를 갚으러 온 것인데, 어찌 도리어 그들을 도둑으로 여겨 옥에 가두어 고생을 시켰느냐! 옥의 토지신과 성황신이 모두 편치 못하여 염왕에게 보고하였고, 염왕이 귀차사를 시켜 나를 압송하여 보내 너더러 부로 가서 다시 고발하여 당승을 놓아 주게 하라 하였다. 그래야 재앙과 허물을 면할 것이니, 그렇지 않으면 늙은이와 아이가 모두 죽으리라.' 하였나이다. 이런 까닭으로 특별히 취하하는 소장을 올리러 왔사오니 부디 나으리께서 편의를 봐 주시옵소서! 편의를 봐 주시옵소서!" 자사가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생각하였다. "그의 아버지는 식지 않은 시신의 새로운 귀신이니 혼이 나타나 응보를 말하는 것은 그럴 수 있다 하나, 내 백부는 죽은 지 오륙 년이 되었거늘 어찌하여 오늘 밤에도 혼이 나타나 심문하여 놓아 주라 일렀단 말인가? 헤아려 보니 틀림없이 억울한 일이로다." 그가 막 생각에 잠겨 있는데 지령현의 지현을 비롯한 관리들이 급히 당상으로 뛰어올라와 소란스럽게 아뢰었다. "큰어르신, 큰일 났나이다! 큰일 났나이다! 방금 옥황상제가 낭탕유신을 인간 세상에 내려보내 감옥에 갇힌 착한 사람을 어서 놓아 주라 하셨나이다. 어제 잡아들인 그 중들은 강도가 아니옵고 모두 경을 구하러 가는 불제자들이옵니다.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우리 관리들을 걷어차 죽이고, 성과 백성까지 모조리 밟아 재로 만들어 버리겠다 하였나이다." 자사도 크게 놀라 낯빛이 변하여 곧 형방 관리에게 명하여 급히 패를 써서 끌어내게 하였다. 이때 감옥 문을 열어 끌어내자 저팔계가 근심하며 말했다. "오늘은 또 어떻게 때릴지 모르겠구먼." 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한 대도 감히 때리지 못할 것이니 이 늙은 손이 이미 모든 일을 다 처리해 두었네. 관청에 올라가거든 절대로 무릎을 꿇지 말게, 그들이 도리어 내려와 우리를 윗자리에 앉히려 할 것이네. 그러거든 내가 그들에게 짐과 말을 달라고 할 터이니, 조금이라도 모자라면 내가 그들을 때리는 것을 보게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미 당 어귀에 이르렀는데, 자사와 지현을 비롯한 부와 고을의 대소 관리들이 그들을 보자 모두 내려와 영접하며 말했다. "성스러운 스님들께서 어제 오셨을 때에는 하나는 상관을 영접하느라 바빴고, 둘째는 노획한 장물을 보고서 미처 자세히 사정을 묻지 못하였나이다." 당승이 두 손을 모으고 몸을 굽히며 지난 사정을 다시 한번 자세히 아뢰었다. 관리들은 입을 모아 잘못을 시인하며 모두 말했다. "잘못하였나이다, 잘못하였나이다! 노여워 마시옵소서, 노여워 마시옵소서!" 또 옥에서 무슨 허물이 없었는지를 묻자 행자가 앞으로 다가가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며 사나운 소리로 크게 외쳤다. "내 흰 말은 관청 사람이 차지하였고 짐은 옥 사람이 차지하였으니 어서 내놓아라! 오늘은 도리어 내가 너희를 문초할 차례다! 죄 없는 백성을 도둑으로 잡아다 놓았으니 너희가 무슨 죄를 져야 하느냐?" 부와 고을의 관리들이 그가 사납게 구는 것을 보고 두려워하지 않는 이가 하나도 없어, 곧 말을 맡은 자에게 말을 끌어오라 하고 짐을 맡은 자에게 짐을 가져오라 하여 낱낱이 분명히 넘겨주었다. 보라, 그 세 사람이 저마다 사납게 굴자 관리들은 구가의 일로 변명할 뿐이었다. 삼장이 말려 이르기를, "제자야, 이래서도 분명해지지 않는구나. 우리가 구가로 가서 한편으로 조문도 하고, 또 그와 대질하여 누가 나를 보고 도둑질을 했다는 것인지 보자꾸나." 하고 하였다. 행자가 말했다. "옳은 말씀이십니다. 이 늙은 손이 그 죽은 이를 불러 일으켜 누가 그를 때려 죽였는지 보게 하지요." 사오정이 곧 관청 뜰에서 당승을 말에 올려 세우고는 소리를 치며 일제히 몰려나갔다. 그 부와 고을의 여러 관리도 하나같이 구가로 갔는데, 구량 형제가 놀라 문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며 그들을 청사로 맞아들였다. 그 상가 안을 보니 온 집안이 상장 속에서 흐느껴 울고 있었다. 행자가 외쳤다. "거짓말을 지어 내어 죄 없는 이를 모함한 그 할멈은 잠깐 울음을 그쳐라! 이 늙은 손이 네 남편을 불러와 누가 그를 때려 죽였는지 말하게 하여 한번 부끄럽게 해 주마!" 관리들은 손행자가 하는 말을 농담으로만 여겼다. 행자가 말했다. "여러 어르신들, 잠시 제 스승님과 함께 앉아 계시옵소서. 팔계와 사오정은 잘 보호하여라, 내 갔다 오겠다." 대성이 문을 뛰어나가 허공을 향해 솟구치니, 온 땅에 채운 노을이 집을 감싸고 하늘 가득한 서기가 원신을 호위하였다. 무리들은 그제야 그가 구름을 타고 안개를 몰 줄 아는 신선이요, 죽은 이를 살려 낼 줄 아는 성인임을 알아차리고 저마다 향을 사르며 절을 올렸는데, 이 이야기는 여기서 접어 두자.

그 대성은 근두운을 타고 한 길로 유명지계로 곧장 가 삼라전 위로 쳐들어가니, 십대의 염군들이 놀라 두 손을 모아 맞이하고 오방의 귀판이 머리를 조아려 영접하였다. 천 그루의 검 나무가 모두 비스듬히 기울고, 만 겹의 칼 산이 모조리 평평해졌다. 억울하게 죽은 자들의 성에서는 도깨비들이 감화되고, 내하교 아래에서는 귀신들이 다시 살아났다. 참으로 그 신광이 한번 비추매 하늘의 사면과 같아, 캄캄한 저승 곳곳이 환하게 밝았다. 열 염왕이 대성을 맞아들여 서로 예를 마치고 어찌하여 무슨 일로 왔는지를 물었다. 행자가 말했다. "동태부 지령현에서 중을 공양하던 구홍의 귀신은 누가 거두었느냐? 어서 찾아 내게 내놓아라." 열 염왕이 말했다. "구홍이라는 선인은 귀차사가 그를 끌어온 일도 없이 스스로 여기 이르렀고, 지장왕의 금의 동자를 만나 그가 지장왕보살에게 인도하였느니라." 행자가 곧 작별하고 곧장 취운궁으로 가 지장왕보살을 뵈었다. 보살이 그와 예를 마치고 지난 사정을 자세히 아뢰니 보살이 기뻐하며 말했다. "구홍의 양수는 점괘의 수에 그쳐야 하였으니 목숨이 다하여도 자리에 눕지 않고 이승을 버리고 온 것이니라. 내가 그가 중을 공양한 선인이라 하여 선한 인연의 장부를 맡아보는 안장으로 삼았노라. 대성이 와서 데려가려 하니 내가 다시 그의 양수를 십이 년 늘려 주어 대성을 따라가게 하리라." 금의 동자가 곧 구홍을 데리고 나왔는데, 구홍은 행자를 보자 연거푸 외쳤다. "스승님! 스승님! 저를 한번 구해 주시옵소서!"

행자가 말했다. "그대는 강도에게 걷어차여 죽었소. 여기는 저승의 지장왕보살이 계신 곳인데 이 늙은 손이 특별히 그대를 이승으로 데려가 이 일을 밝히려 온 것이오. 보살의 은혜로 돌려보냄을 받았고 또 양수 십이 년을 더 얻었으니 십이 년 뒤에 그대가 다시 오게 되오." 구홍은 끝없이 절을 올렸다. 행자가 보살에게 작별을 고하고 그를 입김으로 불어 기운으로 만들어 옷소매 사이에 넣은 채 함께 저승을 나와 도로 이승으로 돌아왔다. 구름머리를 몰아 구가에 이르러 곧 저팔계를 불러 관 뚜껑을 열어 젖히게 하고 그의 혼령을 본래 몸에 밀어 넣었다. 잠깐 사이에 숨이 터져 나오며 살아나자 구홍이 관 밖으로 기어나와 당승 사부도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스승님! 스승님! 구홍이 요절을 당하였사옵는데 스승님께서 저승까지 오시어 살려 주셨으니 이는 다시 태어나게 한 은혜이옵니다!"

거듭 감사하며 고개를 돌려 여러 관리가 늘어서 있는 것을 보고 또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여러 어르신들은 어찌하여 모두 제 집에 계시옵니까?" 자사가 말했다. "그대의 아들이 처음에 잃은 물건의 고소장을 올려 성스러운 스님들의 이름을 박아 고발하기에 내가 곧 사람을 보내 잡아들였노라. 뜻밖에도 성스러운 스님들은 길에서 그대 집을 턴 도둑을 만나 재물을 빼앗아 그대 집에 돌려주러 가던 참이었는데, 내 아랫사람이 잘못 잡아 자세히 심문하지 못한 채 감옥에 가두어 두었노라. 오늘 밤 그대의 혼이 나타나고 내 백부도 집에 와 호소하며 고을에서는 낭탕유신까지 내려왔다 하니, 한꺼번에 이토록 많은 영험이 있기에 성스러운 스님들을 놓아 드렸거늘, 성스러운 스님들이 또 가서 그대를 살려 내었노라." 구홍이 무릎을 꿇고 말했다. "나으리, 참으로 이 네 분의 성스러운 스님을 억울하게 하였나이다! 그날 밤 서른 명이 넘는 강도가 횃불을 밝히고 몽둥이를 들고 집안 재산을 털어 갔사옵니다. 제가 아까워 견디지 못하여 도둑에게 따지려 나섰다가 뜻밖에도 그놈이 급소를 걷어차는 바람에 죽었사오니 이 네 분과 무슨 상관이 있사옵니까!"

그가 아내를 불러놓고 말했다. "누가 나를 걷어차 죽였느냐, 너희가 어찌 감히 함부로 고발하였단 말이냐? 나으리께 죄를 정해 주시옵소서." 이때 온 집안의 노소가 다만 머리를 조아릴 뿐이었으나 자사가 너그럽게 은혜를 베풀어 그 죄를 면해 주었다. 구홍은 잔치를 마련하여 부와 고을의 두터운 은혜에 보답하려 하였으나 관리들은 자리에 앉지도 않고 관아로 돌아갔다. 이튿날 다시 중 공양 패를 내걸고 삼장을 또 붙잡아 머물게 하였으나 삼장은 결코 머물려 하지 않았다. 그러자 친척을 청하여 기와 당을 마련하고 전과 같이 배웅하여 떠나보냈다. 아!

이것이 바로 이러하였다.

땅이 열려 흉악한 일을 간직하나, 하늘은 높아 선한 마음의 사람을 저버리지 않는구나. 한가롭게 여래의 길을 향해 걸음을 옮기니, 곧 영산의 극락문에 이르리라.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