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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9 제99회 구구수완마천진(九九數完魔剗盡) · 삼삼행만도귀근(三三行滿道歸根)

각설하고 팔대금강이 당승 일행을 본국으로 호송하여 돌려보낸 사정은 접어 두자. 그 무렵 삼층 문 아래에는 오방게제와 사치공조와 육정육갑과 호교가람이 있었는데, 그들이 관음보살 앞으로 나아가 아뢰었다. "저희는 그간 보살님의 법지를 입어 남몰래 성승을 지켜 왔사옵니다. 오늘 성승의 수행이 가득 찼고 보살님께서 부처님의 금지를 도로 거두셨으니, 저희는 보살님께서 법지를 거두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보살도 몹시 기뻐하며 말했다. "거두어도 좋다, 거두어도 좋도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저 당승 사부자가 가는 길 내내 마음과 행실이 어떠하더냐?" 여러 신들이 아뢰었다. "참으로 마음이 공경스럽고 뜻이 정성스러우니 보살님의 통찰을 벗어날 수 없사옵니다. 다만 당승이 겪은 고초는 참으로 말로 다할 수 없사옵니다. 그가 길에서 겪어 온 재앙과 근심과 환난을 제자들이 삼가 이곳에 적어 두었사오니, 이것이 그 재난의 장부이옵니다." 보살이 처음부터 한 번 훑어보았다. 그 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게제가 분부를 받들어 법지에 귀의하였사옵고, 당승의 고난 수효를 삼가 적었사옵니다. 금선이 강등된 첫째 고난이요, 낳자마자 죽을 뻔한 둘째 고난이요, 만월에 강에 버려진 셋째 고난이요, 친족 찾아 원한 갚은 넷째 고난이요, 성 나서 범 만난 다섯째 고난이요, 구덩이에 떨어져 종자 잃은 여섯째 고난이요, 쌍차령 위의 일곱째 고난이요, 양계산 머리의 여덟째 고난이요, 가파른 계곡에서 말 바꾼 아홉째 고난이요, 밤에 불에 탄 열 번째 고난이요, 가사 잃은 열한 번째 고난이요, 팔계 항복받아 거둔 열두 번째 고난이요, 황풍괴가 막은 열세 번째 고난이요, 영길께 청한 열네 번째 고난이요, 유사 건너기 어렵던 열다섯 번째 고난이요, 사승 거둔 열여섯 번째 고난이요, 네 성인이 나타난 열일곱 번째 고난이요, 오장관 안의 열여덟 번째 고난이요, 인삼 살리기 어렵던 열아홉 번째 고난이요, 심원 쫓아낸 스무 번째 고난이요, 흑송림에서 흩어진 스물한 번째 고난이요, 보상국에서 편지 부친 스물두 번째 고난이요, 금란전에서 범 된 스물세 번째 고난이요, 평정산에서 마귀 만난 스물네 번째 고난이요, 연화동에 매달린 스물다섯 번째 고난이요, 오계국에서 임금 구한 스물여섯 번째 고난이요, 마귀에게 몸 바뀐 스물일곱 번째 고난이요, 호산에서 괴물 만난 스물여덟 번째 고난이요, 바람이 성승 잡아간 스물아홉 번째 고난이요, 심원이 해 입은 서른 번째 고난이요, 성인 청해 요괴 항복시킨 서른한 번째 고난이요, 흑하에 가라앉은 서른두 번째 고난이요, 차지국에서 수레 민 서른세 번째 고난이요, 크게 내기해 승부 가른 서른네 번째 고난이요, 도사 물리치고 승려 일으킨 서른다섯 번째 고난이요, 길에서 큰 물 만난 서른여섯 번째 고난이요, 몸이 통천하에 떨어진 서른일곱 번째 고난이요, 물고기 바구니로 나타난 서른여덟 번째 고난이요, 금산에서 괴물 만난 서른아홉 번째 고난이요, 온 하늘 신도 못 굴복시킨 마흔 번째 고난이요, 부처님께 근원 물은 마흔한 번째 고난이요, 물 마시고 독 입은 마흔두 번째 고난이요, 서량국에서 혼인 권한 마흔세 번째 고난이요, 비파동에서 고초 겪은 마흔네 번째 고난이요, 심원 다시 쫓아낸 마흔다섯 번째 고난이요, 미후 분별 못 한 마흔여섯 번째 고난이요, 화염산이 길 막은 마흔일곱 번째 고난이요, 파초선 구해 얻은 마흔여덟 번째 고난이요, 마왕 묶어 거둔 마흔아홉 번째 고난이요, 제새성에서 탑 쓸은 쉰 번째 고난이요, 보물 취해 승려 구한 쉰한 번째 고난이요, 가시 숲에서 시 읊은 쉰두 번째 고난이요, 소뢰음에서 난 만난 쉰세 번째 고난이요, 여러 하늘 신이 갇힌 쉰네 번째 고난이요, 히시통 더러움이 막은 쉰다섯 번째 고난이요, 주자국에서 의술 행한 쉰여섯 번째 고난이요, 병든 이 구해 낸 쉰일곱 번째 고난이요, 요괴 굴복시키고 왕비 찾은 쉰여덟 번째 고난이요, 칠정에 빠진 쉰아홉 번째 고난이요, 눈 많은 괴물에 상처 입은 예순 번째 고난이요, 사타령이 길 막은 예순한 번째 고난이요, 괴물이 세 빛깔로 갈린 예순두 번째 고난이요, 성 안에서 재앙 만난 예순세 번째 고난이요, 부처님 청해 마귀 거둔 예순네 번째 고난이요, 비구국에서 아이 구한 예순다섯 번째 고난이요, 참과 사특함 가려 낸 예순여섯 번째 고난이요, 솔숲에서 괴물 구한 예순일곱 번째 고난이요, 승방에 누워 앓은 예순여덟 번째 고난이요, 무저동에 갇힌 예순아홉 번째 고난이요, 멸법국에서 어렵던 일흔 번째 고난이요, 은무산에서 마귀 만난 일흔한 번째 고난이요, 봉선군에서 비 빈 일흔두 번째 고난이요, 병기 잃은 일흔세 번째 고난이요, 정파 잔치 벌인 일흔네 번째 고난이요, 죽절산에서 난 당한 일흔다섯 번째 고난이요, 현영동에서 고초 겪은 일흔여섯 번째 고난이요, 서우 쫓아 잡은 일흔일곱 번째 고난이요, 천축국에서 혼인 권한 일흔여덟 번째 고난이요, 동대부에서 감금된 일흔아홉 번째 고난이요, 능운도에서 범태 벗은 여든 번째 고난이요, 십만 팔천 리를 지나왔으니 성승의 고난 장부가 분명하도다."

보살이 고난 장부를 한 번 더 훑어보고는 급히 소리를 전하여 말했다. "불문에서는 구구가 참됨으로 돌아간다고 하느니라. 성승이 여든 고난을 겪었으나 하나가 모자라니 수효를 채울 수 없도다." 곧 게제에게 명하였다. "금강들을 따라잡아 고난을 하나 더 생기게 하여라." 게제가 명을 받들어 구름을 타고 동쪽으로 왔다. 하룻낮 하룻밤 만에 팔대금강을 따라잡아 귀에 대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이리이리하라고 하셨나이다. 삼가 보살님의 법지를 받드오니 어김이 있어서는 아니 되리라." 팔대금강이 이 말을 듣고는 휙 바람을 누르며 그들 사부자와 말과 경전까지 땅 위로 떨어뜨렸다. 아! 바로 이러하였다. 구구가 참됨으로 돌아가니 도행이 어렵고, 굳게 뜻을 세운 연후에야 현묘한 관문이 서느니라. 모름지기 애써 닦아야 사악한 마귀가 물러가고 바른 법을 지켜야 온전히 돌아오느니라. 경전 얻는 일을 결코 쉽다 여기지 말지니, 성승이 수많은 고비를 넘었느니라. 예로부터 참동계에 묘히 합하는 이치가 있어 터럭만큼 어긋나도 단을 맺지 못하느니라.
당승이 속세의 땅을 밟자 마음이 놀랐다. 저팔계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좋아, 좋아, 좋아! 서두르다 늦었구나."

사오정이 말했다. "좋아, 좋아, 좋아! 우리가 조금 빨리 걸었더니 이곳에서 쉬어 가라는 뜻이로구나." 대성이 말했다. "속담에 이르기를, 열흘은 여울가에 앉아 지내고 하루에 아홉 여울을 지난다고 하였느니라." 당승이 말했다. "너희 셋은 우선 입씨름을 그치고 방향이나 가늠해 보아라, 이곳이 어디인지." 사오정이 고개를 돌려 사방을 둘러보며 말했다. "바로 여기로구나, 여기란 말이옵니다! 스승님, 물소리를 들어 보시옵소서." 손행자가 말했다. "물소리가 들리니 네 본가가 가까운 모양이로구나." 저팔계가 말했다. "그의 본가는 유사하 아니냐." 사오정이 말했다. "아니옵니다, 아니옵니다, 이곳은 통천하이옵니다." 당승이 말했다. "제자들아, 어느 강변인지 자세히 살펴보아라." 손행자가 몸을 솟구쳐 뛰어올라 손으로 차양을 만들어 자세히 살펴본 뒤 내려와 말했다.

"스승님, 이곳은 통천하 서쪽 강변이옵니다." 당승이 말했다. "기억해 내었구나. 동쪽 강변에는 본래 진가장이 있었지. 그해 이곳에 이르러 네가 그 자녀를 구해 준 덕분에 그들이 우리를 고맙게 여겨 배를 지어 보내 주려 하였고, 다행히 백원이 엎드려 건네주었느니라. 내가 기억하기로는 서쪽 강변 사방에 인가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어찌하면 좋겠느냐?" 저팔계가 말했다. "범인들만 속임수를 부리는 줄 알았더니 부처님 앞의 금강들까지 속임수를 부리는구나. 그들이 부처님의 뜻을 받들어 우리를 동쪽으로 보내라 하였거늘, 어찌하여 이 반길에 우리를 내버려 두었단 말이냐? 이제 진퇴양곡이 아니냐! 어떻게 저쪽으로 건너간단 말이냐!" 사오정이 말했다. "둘째 형님, 원망은 그만두시오. 우리 스승님은 이미 도를 얻으시어 앞서 능운도에서 범태를 벗으셨으니 이번에는 결단코 물에 빠지지 않으실 것이오. 형님과 그대와 나 모두 섭법을 일으켜 스승님을 모시고 건너가면 그만이오." 손행자가 거듭 속으로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모셔 갈 수 없다, 모셔 갈 수 없어!" 보아라, 그가 어찌하여 모셔 갈 수 없다고 하였겠느냐? 만일 신통을 내어 날아오르는 오묘한 이치를 털어놓으려 하였다면 사부 일행이 천 개의 강도 건너갔으련만, 마음속으로 훤히 알고 있으니 당승의 구구의 수효가 아직 차지 않아 마땅히 한 가지 고난이 더 있어야 하였기에 이곳에 붙들어 두었던 것이었다. 사부 일행은 입으로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으며 발걸음은 천천히 옮겨 물가에 이르렀는데, 문득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당나라 성승이시여, 당나라 성승이시여! 이리로 오시오, 이리로 오시오!" 네 사람이 모두 놀라 고개를 들어 살펴보니 사방에 인적은 없고 배 또한 없었으며, 다만 커다란 흰 대머리 자라 한 마리가 강변에서 머리를 내밀고 외치고 있었다. "노스님, 제가 스승님을 몇 해나 기다렸사옵니다. 이제야 돌아오시옵니까?" 손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노원아, 지난해에 네게 폐를 끼쳤는데 금년에 또다시 만나게 되었구나." 당승과 저팔계와 사오정이 모두 더없이 기뻐하였다. 손행자가 말했다. "노원아, 네가 참으로 맞이할 마음이 있다면 강 언덕으로 올라오너라." 그 자라가 곧 몸을 솟구쳐 강에서 기어 올라왔다. 손행자가 말을 끌어올려 그 등에 태우라 하니, 저팔계는 말 꼬리 뒤에 웅크리고 당승은 말 목 왼쪽에 서며 사오정은 오른쪽에 섰고, 손행자는 한 발로 노원의 목을 밟고 한 발로 노원의 머리를 밟은 채 외쳤다.
"노원아, 부디 걷는 걸음을 안정하게 하여라." 그 노원이 네 발을 힘껏 저으며 수면을 평지를 걷듯 밟아, 사부 일행 넷과 말까지 모두 다섯을 등에 실은 채 곧장 동쪽 강변을 향하여 돌아왔다. 참으로 이러하였다. 불이문 가운데 법이 오묘하고 그윽하여, 모든 마귀를 물리치고 나서야 사람과 하늘을 아느니라. 본래의 면목을 이제야 비로소 보았고, 하나의 근원이 비로소 온전해졌느니라. 삼승을 증득하여 드나듦이 자유롭고, 아홉 번 구운 단이 이루어져 주선함에 맡기느니라. 짐을 메고 지팡이를 날리는 일은 모두 그만두고 말지니, 다행히 본원으로 돌아가며 노원을 만났느니라. 노원이 그들을 등에 업고 물결을 밟아 반나절이나 지났을 무렵, 날이 저물어 갈 즈음에 동쪽 강변이 가까워지자 노원이 문득 물었다. "노스님, 제가 지난해에 서방에 가시거든 부처님을 뵙고 저의 마침과 수명이 얼마나 남았는지 여쭈어 달라고 부탁드렸사옵니다. 과연 여쭈어 보셨사옵니까?" 사실 그 장로는 서천 옥진관에서 목욕하고 능운도에서 범태를 벗은 뒤 영산으로 걸어 올라가 부처님께 예배하고 여러 부처와 보살과 성승 무리를 참배하는 데만 마음을 쏟았으니, 뜻은 오로지 경전을 얻는 데에만 있었고 다른 일은 털끝만큼도 돌보지 않았던 터라 노원의 수명을 묻지 못하였던 것이었다. 대답할 말이 없었으나 속이거나 거짓말을 할 수도 없어 한참이나 머뭇거리며 대답하지 못하였다. 노원이 곧 대신 물어 주지 않았음을 알아차리고는 몸을 한 번 흔들어 휘익 소리를 내며 물속으로 잠겨 버려, 그들 사부와 말과 경전까지 모두 물에 빠뜨렸다. 어라! 다행히 당승이 태를 벗고 도를 이루어서 전번 같았으면 이미 물밑으로 가라앉았으련만, 또 다행히 백룡마는 용이요 저팔계와 사오정은 물을 알며 손행자는 빙긋이 웃으며 큰 신통을 드러내어 당승을 물 밖으로 부축하여 동쪽 강변에 오르게 하였다. 다만 경전 보따리와 옷과 안장과 고삐가 모두 젖었을 뿐이었다.

사부 일행이 막 강변에 올라 짐을 추스르는데, 문득 또 한바탕 광풍이 일며 하늘빛이 어두워지고 우레와 연기가 함께 일어나며 돌이 굴러가고 모래가 날렸다. 살펴보니 이러하였다. 한바탕 바람에 천지가 흔들리고, 한 번 우레에 산천이 진동하며, 한 줄기 번개가 구름을 뚫고 불을 날리고, 하루도록 자욱한 안개가 대지를 덮었구나. 바람 기운이 몰아치고 우레 소리가 격렬하며, 번개가 붉은 비단을 찢고 안개가 별과 달을 가리누나. 바람이 일으킨 모래가 얼굴에 덮치고, 우레에 놀란 호랑이와 표범이 몸을 숨기며, 번개에 번쩍이는 날짐승이 울부짖고, 안개에 잠긴 나무가 자취를 감추누나. 그 바람은 통천하의 물결을 뒤집어 출렁이게 하고, 그 우레는 통천하의 어룡이 담력을 잃게 하며, 그 번개는 통천하를 속속들이 환히 비추고, 그 안개는 통천하 강변의 언덕을 캄캄하게 덮누나. 좋은 바람이로다! 산을 무너뜨리고 돌을 부수며 소나무와 대나무를 쓰러뜨리는구나. 좋은 우레로다! 겨울잠 자는 벌레를 놀라게 하는 위세가 호걸답구나. 좋은 번개로다! 하늘을 흐르고 들을 비추며 금빛 뱀이 달려가는구나. 좋은 안개로다! 뒤섞여 빈 하늘을 덮어 구천마저 가리누나. 놀란 당승이 경전 보따리를 눌러 잡고 사오정이 경전 짐을 누르며 저팔계가 백룡마를 붙들고 손행자는 두 손으로 쇠몽둥이를 휘둘러 좌우를 지켰다. 알고 보니 그 바람과 안개와 우레와 번개는 음마들이 부르는 소리로서, 얻어 온 경전을 빼앗으려는 것이었으니, 밤새 소란을 피우다가 날이 밝아서야 그쳤다. 장로는 젖은 옷을 입은 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오공아, 이게 어찌된 일이냐?" 손행자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스승님, 속사정을 모르시는구려. 저희가 스승님을 보호하여 이 경전을 얻은 것은 천지의 조화로운 공을 빼앗은 것이라, 천지와 함께 오래가고 해와 달과 함께 빛나며 수명은 긴 봄을 누리고 법신은 썩지 않을 것이니, 이 때문에 천지가 용납하지 않고 귀신이 꺼려 몰래 빼앗으려 하였소이다. 하나는 이 경전이 물에 흠뻑 젖었기 때문이요, 다른 하나는 스승님의 바른 법신이 눌러 주어 우레가 칠 수도 번개가 비출 수도 안개가 가릴 수도 없었거니와, 또 이 늙은 손이 쇠몽둥이를 휘둘러 순양의 성질로 지켜 낸 탓이오. 날이 밝아 양기가 다시 왕성해지니 빼앗아 갈 수 없었소이다." 당승과 저팔계와 사오정이 그제야 깨달아 저마다 거듭 감사하였다. 잠시 뒤 태양이 높이 비추자 경전을 높은 언덕으로 옮겨 보따리를 풀어 햇볕에 말렸으니, 지금도 그곳에 쇄경석이 남아 있다. 그들은 옷과 신발도 언덕 곁에 펴 놓고 말렸는데, 서 있는 이도 앉은 이도 뛰는 이도 있었다. 참으로 그러하였다. 한몸이 순양이 되어 햇볕을 즐기니 음마가 감히 강포를 부리지 못하누나. 물이 이겨도 참된 경전은 굴복함을 알지니, 바람과 우레와 번개와 안개의 빛을 두려워하지 않느니라. 이로부터 맑고 평안하게 바른 깨달음으로 돌아가고, 이제부터 편안하고 태평하게 신선의 고향에 이르누나. 쇄경석 위에 자취를 남겼으니, 천고토록 마귀가 이곳에 이르지 못하리라.

그들 넷이 경전을 살펴보며 하나씩 햇볕에 말리고 있는데, 일찍이 고기 잡는 이 몇이 강가를 지나다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고는 그중에 아는 이가 있어 말했다. "노스님, 혹시 재작년에 이 강을 건너 서천으로 경을 구하러 가시던 분이 아니시옵니까?" 저팔계가 말했다. "그렇다, 그렇다. 너희는 어디 사람이기에 우리를 알아보느냐?" 어부가 말했다. "저희는 진가장 사람이옵니다." 저팔계가 말했다. "진가장이 여기서 얼마나 머냐?" 어부가 말했다. "이 골짜기를 지나 남쪽으로 스무 리쯤 가면 있사옵니다." 저팔계가 말했다. "스승님, 경전을 진가장으로 옮겨다 말리시지요. 그곳에는 묵을 곳도 있고 먹을 것도 있으니, 그 집에다 옷이나 풀먹여 달라고 하면 좋지 않사옵니까?" 당승이 말했다. "가지 말자. 여기서 말려서 거두어 길을 찾아 돌아가면 그만이니라." 그 어부 몇이 남쪽 골짜기를 지나가다 마침 진징을 만나 외쳤다. "둘째 어르신, 재작년에 댁에서 제사 지낼 자식 대신이었던 스승님들이 돌아오셨소." 진징이 말했다. "너희가 어디서 보았느냐?" 어부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돌 위에서 경을 말리고 계시오." 진징이 곧 소작인 몇을 데리고 골짜기를 건너와 바라보고는 앞으로 달려가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어르신께서 경을 구해 돌아오시어 공이 이루어지고 행이 가득 찼거늘, 어찌 소인의 집으로 오시지 않고 여기서 이러고 계시옵니까? 어서 오시옵소서, 어서 저희 집으로 드시옵소서." 손행자가 말했다. "경이 마르면 너와 함께 가리라." 진징이 또 물었다. "어르신의 경전과 의복은 어찌하여 젖었사옵니까?" 당승이 말했다. "지난해에는 백원이 강 서쪽으로 업어 건네준 덕을 보았고, 금년에도 또 그가 강 동쪽으로 업어 건네주었느니라. 강변에 거의 다 이르러서 그가 지난해 부처님의 수명을 물어 달라던 일을 내가 물어 오지 못하였다고 하니, 그가 물속으로 잠겨 버려 이리 젖었노라." 그리고 앞뒤의 사정을 자세히 한 번 이야기하였다. 진징이 절을 올리며 매우 간절히 청하니 당승이 못 이기는 척하며 경전을 거두었다. 뜻밖에도 돌 위에서 불본행경 몇 권이 들러붙어 경의 끝부분이 떨어져 나갔으니, 이 때문에 지금까지 본행경이 온전하지 못하고 쇄경석 위에 글자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다.
당승이 뉘우치며 말했다. "우리가 소홀히 하여 살피지 못하였구나!" 손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오!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오! 대개 천지는 온전하지 않으니 이 경전도 본래 온전하였는데 이제 들러붙어 찢어진 것은 온전하지 않음의 오묘함에 응한 것이거늘, 어찌 사람의 힘이 참여할 수 있으리오!" 사부 일행이 과연 거두기를 마치고 진징과 함께 마을로 갔다.

그 마을 사람들은 하나가 열에게 전하고 열이 백에게 전하며 백이 천에게 전하여, 늙은이나 젊은이나 모두 나와 마중하며 구경하였다. 진청이 소문을 듣고 문 앞에 향안을 차려 맞이하며 북과 풍악을 불라 명하였다. 잠시 뒤 일행이 도착하여 맞아들이니, 진청이 온 집안 식구를 거느리고 나와 절하며 지난날 딸을 구해 준 은혜에 사례하고 곧 차와 채식을 올리라 명하였다. 당승은 이미 부처님의 신선 과품과 안주를 받고 범태를 벗어 부처가 되었으므로 속세 음식을 조금도 생각지 않았다. 두 노인이 간곡히 권하자 하는 수 없이 그 뜻만 조금 보였다. 손대성은 본래 불 먹은 음식을 먹지 않으니 그도 말했다. "되었소." 사오정도 그다지 먹지 않고 저팔계도 전번 같지 않아 곧 사발을 내려놓았다. 손행자가 말했다. "바보도 먹지 않는 것이냐?" 저팔계가 말했다. "어찌된 일인지 비위가 갑자기 약해졌소." 그리하여 채식 잔치를 거두고는 또 경을 얻은 사정을 물었다. 당승이 다시 먼저 옥진관에서 목욕하고 능운도에서 범태를 벗은 일, 뇌음사에 이르러 여래를 참배하고 진루에서 잔치를 하사받고 보각에서 경을 전하여 주신 일, 처음에 두 존자가 인사를 요구하다 뜻을 이루지 못하여 글자 없는 경을 전하였고 뒤에 여래께 절하고 아뢰어서야 일장의 수효를 받은 일, 아울러 백원이 물속으로 잠긴 일과 음마가 몰래 빼앗으려 한 일까지 낱낱이 진술하고 곧 작별하려 하였다. 그 두 노인과 온 집안이 어찌 놓아 보내려 하였겠는가. 그들이 말했다. "그간 자식을 구해 주신 깊은 은혜를 갚지 못하여 절 한 채를 지어 이름을 구생사라 하였사오니, 향불을 모시며 끊이지 않게 하려 하옵니다." 그리고 옛날 제사 대신이던 자식 진관보와 일칭금을 불러내어 절하며 감사하게 하고 다시 절로 모셔 구경하기를 청하였다. 당승이 또 경전 보따리를 그 집 당 앞에 두고 그들을 위하여 보상경 한 권을 외워 주었다. 뒤에 절에 이르러 보니 진씨 집안이 또 음식을 차려 놓고 있었다. 아직 앉지도 않았는데 또 한 무리가 와서 청하고, 아직 젓가락을 들지도 않았는데 또 한 무리가 와서 청하여 끊임없이 이어지니 다투어도 손에 넣을 수가 없었다. 당승이 모두 감히 사양하지 못하고 조금씩 뜻만 보였다. 그 절이 과연 가지런하게 지어진 것이 이러하였다. 산문은 붉은 단청에 윤기가 흐르니 시주의 공이 크구나. 한 채의 누대가 이로부터 섰고, 두 줄기 회랑과 방이 이제 일어났구나. 붉은 칠을 한 미닫이는 칠보로 영롱하고, 향기는 은하수에 떠돌며 맑은 빛이 온 허공에 가득하구나. 몇 그루 어린 잣나무에는 아직 물을 주고, 몇 줄기 큰 소나무는 아직 숲을 이루지 못하였구나. 앞에는 흐르는 물이 통천하의 겹겹이 이는 물결을 맞이하고, 뒤에는 높은 언덕이 산맥이 겹겹이 땅의 용줄기에 닿았구나. 당승이 살펴보기를 마치고 높은 누각에 오르니 누각 위에는 과연 그들 넷의 모습을 조각해 두었다. 저팔계가 보고는 손행자를 끌어당기며 말했다. "형님의 상이 몹시 닮았소." 사오정이 말했다. "둘째 형님, 당신 것은 더욱 닮았소. 다만 스승님 것은 너무 잘생겼을 뿐이오." 당승이 말했다. "좋구나, 좋구나!" 누각에서 내려오니 아래 앞전과 뒤회랑에는 채식을 차려 놓고 청하는 이들이 또 있었다. 손행자가 물었다. "지난날의 대왕묘는 어찌 되었느냐?" 여러 노인이 말했다. "그 묘는 그해에 헐었사옵니다. 어르신, 이 절을 세운 뒤로는 해마다 곡식이 익고 해마다 풍년이 드니 이는 어르신의 복된 가호이옵니다." 손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는 하늘이 내린 것이니 우리와 무슨 상관이리오! 다만 우리가 떠난 뒤로 이 마을 사람들의 자손이 번성하고 가축이 편안하며 해마다 바람과 비가 순하리라." 여러 사람이 머리를 조아리며 절하여 감사하였다. 앞뒤로 과일과 채식을 올리는 집이 끝없이 있었다. 저팔계가 웃으며 말했다. "내 팔자야! 그때는 먹을 수 있었으나 열 번씩 연달아 청하는 집이 없더니, 오늘은 먹을 수 없는데 한 집이 끝나기도 전에 또 한 집이로구나." 기운이 가득 찼건만 조금 손을 대어 다시 채식 여덟아홉 접시를 먹고, 비록 위가 상하였건만 또 만두 서른 개쯤을 먹어 모두 배가 부른데도 또 사람이 와서 청하자 당승이 말했다. "제자가 무슨 능력이 있사옵기에 이토록 지극한 사랑을 입사옵니까! 부디 오늘 저녁은 멈추시고 내일 아침에 다시 받들겠나이다."

깊은 밤이 되자 당승은 참된 경전을 굳게 지켜 잠시도 떠나지 못하고 누각 아래에서 좌선하며 지켰다.

삼경이 가까워지자 당승이 조용히 불렀다. "오공아, 이 집 사람들은 우리가 도를 이루어 일이 끝났음을 알고 있구나. 예로부터 참된 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모습을 드러내면 참된 이가 아니라고 하였느니라. 오래 머물다가 큰일을 그르칠까 두렵구나." 손행자가 말했다. "스승님 말씀이 옳소이다. 이 깊은 밤에 사람들이 모두 깊이 잠든 틈을 타 조용히 떠나갑시다." 저팔계도 또한 알아차렸고 사오정은 스스로 훤히 알았으며 백룡마도 뜻을 알아들었다. 그리하여 몸을 일으켜 가볍게 짐을 등에 얹고 메며 행랑을 따라 나왔다. 산문에 이르러 보니 문에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손행자가 또 자물쇠 여는 법을 써서 두 번째 문과 큰문을 열고 길을 찾아 동쪽을 향하여 갔다. 그런데 문득 반공중에서 팔대금강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도망치는 자들아, 나를 따라오너라!" 그 장로는 향기로운 바람이 실실 이는 것을 느끼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바로 이러하였다.

단이 이루어져 본래 면목을 알았으니, 몸이 건강하여 여여히 주인을 배알하리라.

필경 당나라 임금을 어찌 뵙게 될지는 모르니, 뒷일이 어찌될지는 다음 회에서 들려주겠다.